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82)화 (582/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82화

팬사인회장.

스트릿 보이즈의 멤버들이 하나둘 입장할 때마다 팬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나무야! 오늘은 꽃나무구나!’

‘우리 애는 어떻게 이름도 이현조야…….’

‘기원이는 오늘도 귀엽다.’

흐뭇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거나 멤버들의 귀여운 얼굴을 보고 좋아하는 것도 잠시.

가수들이 입장하고 나서 쫄래쫄래 등장하는 5인조의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와서는 안 될 곳에 입장한 사람들처럼 눈치를 보며 들어오는 모습이 귀엽다.

게다리 걸음으로 슥슥 움직이며 입장하는 뉴블랙에게서 ‘절대 우릴 못 본 척해 주세요’ 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뉴블랙이다!”

“뉴하!”

장난기가 발동한 팬들이 뉴하! 하는 미튜브 구호까지 외치며 그들을 반겨 주었다.

“안녕하세요오오…….”

소심하게 인사하는 뉴블랙의 모습에 생수를 마시던 스보 멤버들이 깔깔거렸다.

콘크리트들의 시선이 잠시 뉴블랙에게로 옮겨 갔다.

‘진짜 잘생기긴 했다.’

평소 오프라인에서 스보 스케줄을 뛸 때마다 가끔씩 마주치는 얼굴들이긴 했다.

하지만 멀찍이 무대 정도에서 지켜보았을 뿐. 이 정도로 지근거리에서 뉴블랙을 바라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머리가 무슨 조약돌 만하네. 난 짱돌인디…….’

‘이래서 우주선, 우주선하는구만.’

‘비주는 실물 진짜 날카롭네.’

리더 때문에 평소 동글동글한 느낌으로 보였던 멤버들도 실물이 거의 베일 듯이 날카로운 선을 지닌 미모였다.

턱을 살짝 치켜든 리혁의 모습에 저 정도로 잘생긴 애였나 하고 느낄 정도.

뉴블랙의 메인 보컬을 몽롱하게 바라보던 어느 팬의 시선이 의자에 앉은 LB에게로 머물렀다.

“…….”

그녀가 주먹을 꼭 쥐었다.

‘괜찮아! 나무가 더 귀여워!’

그런 시선을 느꼈는지 스트릿 보이즈의 고개가 삐딱해졌다.

그들이 팬들을 향해 ‘왜, 뭐, 왜’ 하는 뚱한 표정을 짓자, 팬들도 ‘어쩔 건데’ 하는 뚱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웃음.

가수와 팬의 화기애애한 사이가 절로 느껴지는 분위기 속에서 한조가 마이크를 들었다.

-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 팬사인회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우우우우우~!”

-아쉽죠? 저희도 아쉬워요. 매일 음방이랑 팬싸만 했으면 좋겠어요.

너스레를 떨던 한조가 고개를 돌려 두 손 모은 우주를 바라보았다.

-주 실장님. 다음에는 더 많은 음방을 잡아 주세요.

우주가 손 모양으로 OK하면서 웃음이 흘러나오는 동안 콘크리트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실장?”

“주 실장?”

무슨 드립인가 싶어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팬들에게 스보 멤버들이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주선우라는 이름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끝나고 나서 수플레 쪽한테 말해 줘야지.’

벌써부터 입이 근질거린다.

남들은 나중에 TV로 보게 될 설 특집 예능을 팬사인회와 함께 감상하는 기분이었다.

덕질도 하고 예능도 보는 일타쌍피.

-그럼 저희 멘트 말고 잠깐 매니저 분들 코멘트 듣는 시간도 가져 볼까요~?

“네!”

스보 멤버들이 마이크를 돌리려고 하자 뉴블랙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사래를 쳤다.

마이크를 든 한조가 다가가고 우주가 오지 마, 저리 가 하면서 옥신각신이 벌어졌다.

이윽고 변신을 마친 주선우 실장이 곧바로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우주선이다!”

누군가의 외침에 큰 웃음이 흘러나왔다.

-우주선이라니요. 주선우 실장입니다.

“에에에에에-!”

-네, 신임 매니저로서 팬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진심으로 반갑고요. 이렇게 성스러운 팬사인회장에 불청객으로 들어온 만큼…….

대장과 졸개들이 미소를 지었다.

-나대지 않겠습니다.

-가만히 있을게요.

-저희를 그냥 무생물처럼 생각해 주세요. 팬사인회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1분 1초가 아쉬운 팬사인회인 만큼 최대한 가만히 있겠다는 말에 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자. 그럼 시작하시죠.

그리하여 뉴블랙이 참관하고 스트릿 보이즈가 사인해 주는, 기묘한 팬사인회가 시작되었다.

*   *   *

같은 시각.

아이돌 팬들이 모인 온라인 곳곳에서는 웃음이 터지고 있었다.

[우주선 new 닉네임 공개]

주선우 실장이라고 함

나주 주씨 47대손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치겠다 증말ㅋㅋㅋㅋ

-또 맛들렸네

-우주가 원래 1절2절 그런 게 없어 58절까지 해

-근데 58절까지 잘하는 게 특징

-ㅋㅋㅋㅋㅋㅋㅋㅋ아 근데 개부럽다.. 내 가수도 보고 예능도 보는 ㄹㅇ 풍성한 팬싸

-나도 갈래ㅠㅠㅠ

그걸 시작으로 실시간 팬사인회 중계가 이어지고 있었다.

[실시간 팬싸에서 울음 터진 LB.twt]

[email protected]_Tree

[170122] 울 나무ㅠㅠㅠㅠ 팬이 해 준 멘트에 감동받아서 폭풍오열

(눈물을 흘리면서 눈이 촉촉한 LB. 그 뒤로 뉴블랙 멤버들이 같이 울고 있는 사진.jpg)

-야 너네 뒤에서 뭐 하고 있냐ㅋㅋㅋㅋㅋ

-감동 스토리인 줄 알고 들어왔다가 개터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울려고 했다가 뒤에서 눈촉촉 5인조 보고 쓰러짐ㅋㅋㅋ

-팬싸의 정령들 같음

-훌륭한,, 가수와 팬이,, 되었구나,, (소멸)

-아 왜 울 애들 소멸시켜ㅋㅋㅋㅋㅋ

-저거 다른 팬분이 올린 사진도 봐봐 개웃김ㅋㅋ 팬매가 건네준 티슈로 눈 콕콕 찍고 잇음

-마음이 여린 가수와 더 여린 매니저들..

[오늘 팬싸 부담스러웠다]

감동 멘트 할 때마다 매니저들이 뒤에서 같이 감동받아서 집중 안됨 ㅅㅂㅋㅋㅋㅋㅋ

-웃긴 멘트할때는 웃어??

-완전 좋아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약간 내가 이렇게 웃긴 사람이었구나 자신감이 올라감

-ㅋㅋㅋㅋ개웃기겠다 스보 팬싸 원래도 와글와글 혼란파티인걸로 유명한데

-(팬사인회에서 ‘넘어오세요’ 하는 번쩍번쩍 전광판 앱을 들고 춤추는 스보의 모습.gif)

-여러모로 잊지 못할 팬싸다ㅋㅋㅋ

실시간으로 예능을 다 함께 달리는 분위기였다.

1군 보이그룹의 팬싸에 다른 1군, 그것도 국민 아이돌이 끼어든 요상한 상황.

현장에서 가만히 눈만 마주쳐도 웃음이 나오는 분위기가 온라인상에도 그대로 감돌고 있었다.

[우리 스보 팬싸에서는 뉴블랙 노래를 부릅니다.twt]

방방 뛰고 있는 스트릿 보이즈와 여전히 멍한 뉴블랙.

그리고 수플레들의 응원법을 고스란히 따라 하는 콘크리트들의 모습이 영상으로 짧게 올라왔다.

-???: 이제 나인은 저희 노랩니다

-여러모로 스보가 뉴블랙 데뷔동기인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

-스보 내향성이 더 많다며ㅋㅋㅋㅋㅋㅋ

-약간 혼자 있으면 소심이인데 친구들이랑 있으면 파워인싸되는 스타일임

-내가 mbti 안믿는 이유ㅋㅋㅋ

-뭐야.. 응원법 왜일케 잘해ㅋㅋㅋㅋ

-(시상식에서 스트릿 보이즈 노래를 립싱크하고 있는 중현과 우주.gif) 가수끼리 노래 교환하고 그래서 그런 듯

전체적으로 유쾌한 분위기가 감돌던 팬사인회가 끝나고 후기들도 우후죽순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흐으음…….”

모니터링을 하고 있던 뉴블랙 TF팀의 홍서영 과장과 홍보 직원들이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분위기 괜찮은 것 같은데요? 원래부터 친한 사이로 유명해서 그런가 봐요.”

“걱정할 일은 없을 것 같네.”

홍서영 과장이 웃으며 노트북을 덮었다.

그럴 것 같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분위기가 나쁘진 않을까 걱정했던 터였다.

워낙에 경쟁적이고 배타적인 성향이 강한 것이 아이돌 팬덤이다 보니 분위기가 좀 싸해지는 것을 걱정했는데.

“제 생각에는… 우리 애들을 아이돌이라고 인지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뭔가 예능 보는 느낌으로.”

“낮에는 덕질하다가 밤에는 몰래 뉴블랙 TV 본다 그런 말도 있잖아요.”

대중적 호감도가 높은 뉴블랙과 가수들의 친분, 스보 팬덤 특유의 분위기가 합쳐져 나온 결과인 듯했다.

어찌 됐건 간에 홍보 담당으로 할 일이 없어졌으니 다행이다.

윤석환 팀장의 이메일로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연락을 보낸 후에 홍서영 과장이 기지개를 켰다.

‘수월하다. 수월해.’

가끔 중국이나 태국의 성형광고 업체에서 뉴블랙 이미지를 무단으로 도용한다거나 하는 사건을 빼면 홍보팀으로서 다급하게 나설 만한 일이 별로 없는 요즘이었다.

홍보팀으로서 누구나 꿈꾸는 상황.

그녀가 다시금 노트북을 켜고 뉴블랙 TV에 접속했다.

[도깨비 MV]

한나절이 채 지나기도 전에 1000만 뷰를 돌파한 도깨비는 지금도 조회수가 쭉쭉 오르는 중이었다.

‘……이대로라면 몇 달 안에 1억 뷰 갈 것 같은데.’

15년도에 나온 Nine이 6개월 만에 1억 뷰를 달았는데.

이번에 나온 도깨비는 거의 2~3개월 만에 돌파할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다른 곡들도 조회수가 오르고 있고.

“이거 어디서 유입이 계속 들어오는 걸까?”

“글쎄요.”

다른 홍보 담당자가 말했다.

“듣기로는 동남아 쪽에서 유입이 미친 듯이 늘고 있다던데요.”

“동남아?”

“네. 이번에 외계인 가족이 제대로 대박 쳤대요. 작년에 양대 국민예능 나간 것들도 영향 있는 것 같고.”

한국 예능을 많이 시청하는 국가들에게서 유입이 미친 듯이 늘고 있는 듯했다.

그때 또 다른 직원이 말했다.

“북미 쪽도 유입이 계속 있는 것 같고요. 아무리 헤일리 블루 덕이 있다고는 하지만 Blue Moon 뮤비로 꽤 관심을 끈 것 같긴 해요. 그것도 1억 뷰니까.”

“그런가…….”

다른 직원들의 예측을 듣던 홍서영 과장이 미묘한 얼굴로 노트북 화면을 돌려서 보여 주었다.

노르웨이와 브라질의 음원 차트.

낮은 순위지만 구석진 차트도 아니고 메인 차트에 ‘The New Black’이 선명히 적혀 있다.

“그럼 이런 나라들은?”

“……글쎄요.”

“북미랑 동남아는 그럴 수 있다 쳐. 근데 왜 노르웨이랑 브라질 같은 곳에 우리 애들 노래가 있는 걸까…?”

“…….”

“이상하지 않아?”

해석이 전혀 안 되는 현상이었다.

무언가 그들의 손을 떠나 있는 거대한 흐름이 뉴블랙을 어디론가 인도하는 듯한 광경.

꾸물꾸물 심해를 헤엄치는 1km짜리 대왕 수플레의 등딱지 위에 촙 붙어 있는 느낌이었다.

“뭐. 조만간 알게 되겠지.”

어차피 그들이 통제할 수 있는 흐름도 아닌 터라 분석을 보류했다.

조만간 이걸 가시적인 결과로 확인할 날이 올 테니까.

그런 대화를 나누며 회의를 마무리하고 있을 때, 낯선 번호로 연락이 들어왔다.

“여보세요.”

-뉴블랙 TF팀 홍서영 과장님 되시나요?

“네.”

-아, 예. 안녕하십니까. DNS 미디어 홍보팀 최준철 대리라고 합니다.

차분한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하는 DNS 미디어 홍보팀 직원.

무언가 조율할 것이 있나 하고 용건을 듣고 있을 때.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Inc 출연 건 때문에 연락드렸는데요.

“네? 저희 애들이요?”

-아뇨. 아뇨. 스트릿 보이즈 이야기하는 겁니다. 이번에 우주 씨가 Inc 출연을 성사시켰거든요.

“예?”

쪼록 마시고 있던 아메리카노가 코로 역류하면서 코가 매웠지만, 홍서영 과장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저희 애가 지금 뭘 했다고요?”

*   *   *

“아.”

팬사인회가 끝나고 이동하는 길.

홍서영 과장님이 보낸 웃음 가득한 문자가 눈에 들어왔다.

막내가 고개를 쏙 내밀었다.

“왜요?”

“홍 과장님한테 연락드리는 걸 깜빡했네.”

“아.”

“DNS 미디어 홍보팀 분들이랑 보도 자료 관련해서 조율하시는 중이래.”

일요일 저녁에 동분서주하는 방송국과 두 기획사를 보자니 역시 이 바닥 일은 다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일이 진척되는 사항을 파악하며 핸드폰을 살폈다.

드르르르르렁- 하는 코골이가 울려 퍼지는 차량 안에서 스보의 랩 라인 멤버들이 입을 벌리고 자고 있다.

“……스케줄이 힘들긴 했지.”

새벽부터 일어나서 사전녹화 하고, 음방 생방송 뛰고, 그다음에 팬사인회장에서 춤추고.

거의 쓰러질 듯한 안색의 멤버들을 보며 웃었다.

평소에 비슷한 일정을 소화하는 터라 공감이 가기도 하지만, 이번엔 매니저라서 그런지 기분이 묘하다.

“이것도 보통 일이 아니긴 하다.”

“맞아요.”

막내가 하품을 하며 말했다.

“이게 기다리는 것도 진짜 힘든 거 같구. 뭐 해야 되는 것도 엄청 많아…….”

매니저로 하루 활동해 봤는데도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매니저 형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는 이야기를 지호와 두런두런 주고받은 후.

소리 없이 우리를 지켜보는 미니 캠을 향해 말했다.

“하지만 형들을 용서하진 않을 거예요.”

“우리를 팔아넘기다니…….”

기억해요. 수플레 여러분. 서민기, 도원석… 하며 카메라에 속삭이는 동안 차량이 숙소 앞에 도착했다.

붕어눈이 된 스보 멤버들이 차량에서 폴짝폴짝 내리며 몸을 떨었다.

“으, 추워.”

단체로 입김을 뿜으며 오들대는 동안, 조연출과 작가님도 차량에서 내렸다.

“오늘 정말 고생 많으셨고요.”

“아유, 아닙니다~!”

단체로 아니에요~ 하는 말이 오갔다. 조연출 분도 패딩 입은 몸을 웅크리고 으으 하고는 입김을 뿜었다.

“날이 많이 춥네요. 오늘 다들 수고하셨고. 내일 오전까지 푹 쉬세요.”

“네!”

“숙소에 있는 카메라도 다 치웠으니까 편히 쉬시면 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철수하는 방송국 스탭들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다들 으아아! 하고 빌라 로비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 숙소와 마찬가지로 이쪽도 보안이 잘 되어 있는 곳이었다.

“오늘 고생했다.”

“님들도요~”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엘리베이터 앞에 서는데, 불현듯 ‘어?’ 하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카메라가 없는 숙소.

음방도 끝나고 이제 여유로운 내일 스케줄.

아무도 없이 남겨진 14인조.

“……!”

중현이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각이다.”

“각이네요. 이거 과자 파티 각이다.”

“!”

맨날 다 같이 놀자고 말은 하는데, 이렇게 직접 성사된 것은 처음이었다.

피로가 싹 날아가고.

삽시간에 설렘 가득한 감정이 우리 어린이들에게 퍼지기 시작했다. 다들 발끝을 까딱까딱하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시간이 없어요.”

리혁이가 손목시계를 보며 말했다.

“지금부터 1분 1초를 아껴서 놀아야 해요.”

“맞아.”

“우리 뭐 음식 시킬까? 아니면 뭐 만들까?”

비주가 메모장을 켜서 야식으로 좋은 음식을 찾고 있는 동안 엘리베이터가 왔다.

“탑시다!”

“네!”

우르르르르르.

“…….”

14명이 함께 몸을 욱여넣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몇몇이 뒤로 물러났다.

“먼저 세팅해 놔! 지금 시간 없다!”

“네!”

선발대로 가는 비주를 향해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곧바로 도착한 다음 엘리베이터에 우리가 올라탔다. 나도 모르게 가슴이 콩닥거리고 그랬다.

“이건 마치…….”

“March는 3월.”

Yo 하는 LB의 모습에 내가 민초단원들에게 눈짓을 했다.

“끄아아아악!”

다시금 상념을 이어 갔다.

이건 마치 초등학생 때 친구 집에서 자고 와도 된다는 허락을 맡았을 때의 그 기분이었다.

논다. 오늘 논다.

가슴이 콩닥콩닥한 얼굴로 서로 바라보며 히죽히죽 웃고, 리혁이가 기분 좋게 나무와 하이파이브까지 할 정도였다.

“오늘 논다. 논다…….”

“우리 논다…!”

“드디어 논다!”

설레서 엘리베이터에 내리자마자 숙소로 뛰어갔다.

평소처럼 러브 하우스 브금을 부르면서 따라라라란~ 할 정신도 없이 들어가자, 벌써부터 준비가 한창이었다.

우리 숙소 1층과 비슷한 크기의 거실에는 이미 불판이 세팅되어 있었다.

“왔어요?”

“우와아아아아아!”

늦은 시간을 의식해 다 같이 발꿈치만 촙촙 들어가며 손뼉을 마주쳤다.

카메라 의식하고 예능 찍느라 이렇게 우리끼리 자유시간이 주어진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하루 종일 느꼈어야 할 기분을 10분 동안 압축해서 느껴서 그런가. 엔돌핀이 머리로 핑핑 돌고 있다.

“삼겹살!”

“삼겹살!”

삼겹살 굽는 것도 기분이 좋고.

그동안 밀렸던 이야기를 나눌 때도 너무 재미있었다. 그냥 서로 일상 얘기하는 것도 너무 재미있다.

아이스크림 배달시켜서 얘네가 가진 게임기로 같이 좀 놀기도 하고.

“제가 한마디 하겠습니다!”

사이다를 먹고 거나하게 흥에 취한 LB가 잔을 높이 들었다.

“오늘 진짜 밤새 노는 거예요!”

“와아아아아!”

“진짜 제대로 놉시다! 먼저 자는 사람은 역적 되는 거예요!”

“옳다!”

“옳은 말을 했으니 태우자!”

“꺄하하하학!”

여기저기서 콜라와 사이다 페트병이 맞부딪치는 가운데 다 같이 결의했다.

“오늘 밤새는 거야!”

“끝까지 놉시다!”

*   *   *

몇 시간 후.

“…….”

“…….”

눈을 지그시 떠 보니 어두컴컴한 거실에 사람으로 보이는 형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아. 목 말라.

주변에 굴러다니는 미지근한 사이다 페트병을 열어서 목을 살짝 축였다.

“……드르르르르!”

렉스의 기상천외한 코골이를 들으며 살짝 웃고는 다시금 몸을 뉘었다.

……죽겠다.

분명히 한두 시간 전까지만 해도 다 같이 제대로 놉시다! 이러고 방방 뛰고 그랬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다들 쓰러져 있었다.

피곤해서 나도 모르게 눈이 감겼다고 해야 되나.

“…….”

근데 누가 다 치웠지.

소파 밑에 굴러다니는 페트병 하나를 제외하면 다 치워져 있었다. 아마 리혁이지 않을까 싶다.

리혁이는 먼지가 보이면 잠을 못 잔다. 먼지 따위가 자기 기관지를 침범하는 꼴은 절대 볼 수 없다나.

“고생했다. 우리 넷째.”

소파에 앉은 채 꾸벅 졸고 있는 리혁이의 다리를 살짝 두들겨 주었다.

“음?”

그러고 보니 담요를 덮고 있다.

자기 혼자.

“…….”

흐뭇하게 웃으며 다시금 난방이 들어온 바닥에 몸을 비비고 누울 때였다.

슥슥슥.

바퀴벌레처럼 무언가가 내 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슥슥.

내 곁으로 그림자를 드리우는 게 감고 있는 눈꺼풀 위로 느껴졌다.

마치 깜짝 놀래켜 주겠다고 작정한 것처럼 은신술을 펼친 누군가가 손을 스윽 뻗을 때.

“으흐흐흐…….”

낮게 웃고 있는 누군가의 손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눈을 번쩍 떴다.

내가 벌떡 일어나 손목을 촙 잡았다.

“까꿍.”

“꺄아아악!”

화들짝 놀란 한조에게 조용히 하라고 검지를 들어 보이고는 용건을 물었다.

“뭐야?”

“아씨, 까… 깜짝.”

“저기, 미안한데 그대는 놀래키는 데 재능이 없어요.”

“아니. 그…….”

뭐라고 말을 까먹은 한조가 버벅이는 동안 주변에서 뭐야, 하면서 꾸물꾸물거리기 시작했다.

우리 동생들도 으으음 하고 뒤척일 때.

한조가 내게 핸드폰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포털에 도깨비 초동 뉴스 떴어.”

그 순간.

“초동……?”

“초동…….”

벌떡!

벌떡!

“으아씨!”

저주에서 풀려난 미라처럼 상체를 벌떡 일으키는 동생들의 모습에 한조가 화들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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