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83화
잠에서 부스스 깨어난 굼벵이들이 꾸물꾸물 다가왔다.
“초동~”
“초동 초동~”
초동몬처럼 초동~ 하던 동생들이 붕어눈을 떴다. 힘없이 흐느적대던 막내가 하품을 하며 내 어깨에 턱을 얹었다.
“우리 초동 나왔대여?”
“여?”
“졸려서 그래여…. 트집 잡을 거예여?”
막내가 비죽한 턱으로 내 어깨를 콕콕 찍어댔다. 딱따구리에게 공격당하는 감촉을 느끼며 한조에게 물었다.
“우리 초동이 떴다고?”
“응.”
한조가 포털에 들어가더니 기사를 클릭했다.
“포털 둘러보다가 너희 초동 뉴스가 떡하고 떴길래.”
“포털에?”
보통 초동 판매량 기록이 뜨면 우리가 알아서 찾아 봐야 했는데.
이번에는 포털 연예란 메인에 떴다는 소식에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초동 나온 지 1시간도 안 됐을 텐데.
우리 앨범이 일주일 동안 얼마나 팔렸는지가 뉴스거리가 될 수 있나.
“그래서 얼마래?”
이번 스페셜 앨범의 7일간 판매량은 안 봐도 비디오였다.
지난 Empire 때, 61만 장으로 역대 1위를 기록하긴 했지만, 그건 첫 정규 앨범이라는 이유도 컸다.
반면에 이번 스페셜 앨범은 번외편 격인 앨범이기에 회사에서도 40만 장 후반에서 50만 장 초반을 예상하고 있었다.
“……이건 내가 말해 주기보다는 너희가 직접 확인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응?”
“직접 봐.”
입술을 달싹이던 한조가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동생들과 내가 목을 쭉 빼서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환한 불빛에 눈이 적응하면서 글자들이 하나둘 보인다.
-뉴블랙, 스페셜 2집 초동 78만장 돌파.. ‘역대 1위’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득해졌다.
“어……?”
“어어?”
동생들이랑 바보같이 서로를 바라보며 어어? 하다가 다시금 핸드폰을 쥐고 언성을 높였다.
“어어어어?!”
이거 뭐야.
이게 말이 되는 숫자…인가?
“계산기야.”
“왜요.”
“이게 말이 돼?”
“안 되죠.”
리혁이가 멍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근데 우리 활동하면서 여태까지 말이 된 게 있었어요?”
“그…그건 그러네.”
잠이 싹 달아났다.
또랑또랑한 눈으로 초동 관련 기사를 살폈다.
거기에 도표로 정리되어 있었다.
이번에 1위가 된 스페셜 앨범의 초동 판매량 78만 장 아래로 정규 앨범 61만 장이 있고, 3위인 틴스피릿의 정규 앨범이 57만 장을 기록하고 있다.
그 아래부터는 30만 장대로 떨어지면서 틴스피릿과 20만 장 차이를 보이고 있고.
“……저 어지러워요. 형.”
내 왼쪽 어깨에 힘이 풀린 비주의 턱이 얹어졌다. 예상 밖의 상황에 당황했는지 우리 둘째의 눈이 풀려 있다.
“이거 뭘까요.”
“그러게…….”
정규 앨범 초동이 떴을 때만 해도 와! 역대 1위! 하며 방방 뛰고 기뻐했는데.
정규도 아닌 스페셜 앨범이 78만 장이란 이야기에 멍한 얼굴로 화면을 바라볼 뿐이었다.
맞은편에서 바라보던 한조가 씩 웃으며 말했다.
“축하해.”
“어… 고마워.”
“그냥 자게 둘까 했는데 이건 알려 줘야 할 것 같아서.”
정규였으면 100만 장 찍은 거 아니겠느냐는 이야기에 작게 웃을 때.
“웅?”
“으으음.”
소란에 잠이 깼는지 스트릿 보이즈 멤버들이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뭐야. 우리 빼고 과자 먹어?”
“과자?”
과자라는 말에 스스슷 일어나는 힙합 좀비들.
무슨 일이냐고 묻는 멤버들에게 우리가 어색하게 웃을 때, 한조가 씩 웃으며 말했다.
“얘네 초동 80만장 떴대.”
“미친!”
곧바로 우르르 끼끼! 하면서 달려와서 와아아악 해 주는 스보 멤버들에게 우리도 손뼉을 마주쳤다.
“파티다!”
“파티!”
“2차는 야식으로 갑시다!”
“야식!”
“야식!”
여기저기서 불이 켜지고 갑작스러운 파티 분위기가 펼쳐졌다.
스보 멤버들에게 둘러싸인 동생들이 얼떨떨한 얼굴로 웃을 때, 내 옆에서 같이 소파에 등을 맞댄 한조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으음…….”
“왜?”
“다들 고맙긴 한데…….”
축하해 주는 거야 정말 고맙긴 하다.
하지만….
친구라고 해도 내 분야에서 1등을 하는 것을 순수하게 축하해 주는 게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뭐.”
내 속뜻을 눈치챘는지 한조가 씩 웃으며 말했다.
“반대 상황이라고 생각해 봐. 그럼 너희는 우리 안 축하해 줬겠어?”
“응.”
“야.”
“나는 소인배라서.”
깔깔 웃는 내게 동갑내기 친구의 따가운 시선이 날아들었다.
멀찍이서 우르르 끼끼 하는 12인조를 보고 있을 때, 한조가 음 하며 말했다.
“솔직히 안 부럽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지금도 3초에 한 번씩 너무 부러워서 데굴데굴 구르고 싶은 걸.”
“그런데?”
“친구가 잘된 걸 뭐 어쩌겠냐. 좋은 게 좋은 거지.”
긍정적인 마인드가 좋은 게 아니겠냐며 유쾌하게 웃는 친구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러곤 웃으며 주먹을 내밀었다.
“고마워.”
“내일 밥은 너희가 사는 거다.”
“당연하지.”
“기왕이면 노래도….”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자 상대의 얼굴이 환해졌다.
“대기열에 넣어 둘게.”
“대기가 몇 명인데?”
“A&R팀이 공식이랑 비공식 합쳐서 검토 중인 의뢰가 300개쯤 되나? 정확하게는 못 세 봤어.”
“…….”
* * *
뉴블랙의 리더가 쏜 야식으로 민초단 모두가 배를 뚱땅땅 두드리며 행복하게 웃고 있을 때.
[주문이 진행 중이에요]
수플레들의 핸드폰에도 배달 어플 주문이 떠 있었다.
‘이건 어쩔 수 없어.’
지금 내 가수가! 초동! 78만 장을 찍었다는데!
치킨을 안 먹을 도리가 없었다.
벨 누르지 말아 주세요 하는 요청 사항을 적은 수플레들이 꺄하핫! 하면서 침대를 굴렀다.
‘미친!’
어떻게 초동 78만 장이 뜰 수 있었던 걸까.
아이돌 팬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도 경악과 감탄이 오가고 있었다.
[뉴블랙, 스페셜 2집 ‘~기이(奇異)~’ 초동 마감/전 세계 1위]
-아직 1월이긴 하지만 전 세계 1위 뭐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
-16년도 기준으로 해도 2위임ㅋㅋㅋㅋㅋ 작년 미국 가수 일주일간 판매량 1위가 100만, 2위가 70만장대라서
-ㅇㅇ 작년 전 세계 초동 4위가 뉴블이었음
-진짜 도깨비스럽다
-앨범 성적이 제목대로 간다는 게 진짜인가
-개쩔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적으로 판이 커지긴 했구만ㅋㅋㅋ 대박
-정규였음 ㄹㅇ 100만 찍었겠는데???
-ㅊㅋㅊㅋ
악플도 거의 없이 클린하게 축하한다는 메시지들이 가득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안티들아. 어디서 울고 있니.’
78만 장이란 소식에 기력이 떨어졌는지 평소라면 사재기니 뭐니 떠들었을 이들이 사라져 있었다.
-사재기를 이 정도 규모로 할 수 있음 인정해 줘야지ㅋㅋㅋㅋ
-그래그래 뭐 규호가 프리메이슨의 일원이고 뭐 다른 거지
-우주선 일루미나티설 등판하나
-사재기보다는 차라리 어디 석유왕국 공주나 왕자가 앨범을 샀다는 게 더 설득력 있을듯
-근데 말로 설명이 안 되는 성장세긴 함ㅋㅋㅋㅋㅋ
지금이야 그런 말이 별로 없지만 한때 사재기가 아니냐는 루머가 나왔을 만큼 말도 안 되는 성장세였다.
[(다시 보는) 피보나치가 보았다면 꽤 흐뭇할 뉴블랙의 성장세]
15년: 7만(바람꽃) → 12만(나인)
16년: 22만(겨울잠) → 36만(낙화) → 61만(Empire)
17년: 78만(도깨비)
피보나치의 8 13 21 34 55 89와 놀랍도록 유사한 흐름이란 걸 알 수 있음ㅇㅇ
-피보나치 [설명]: 12세기의 수플레
-나는 뉴블랙의 초동에 대한 이론을 알고 있으나 여백이 부족해 적지 않았다
-그건 페르마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 추이 미쳤네
-피보나치 저거 안티들이 먼저 들고온 거 아니었나??ㅋㅋㅋㅋ 저때 너네 7만 12만이면 이제 21만이겠네 했자너
-(피보나치 수열대로 가는 거 아니냐는 비아냥 댓글.jpg)
-감사합니다,, 당신의 말대로 되었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
-대체 어디까지 내다보신겁니까 선생님..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한국에 있는 수플레들을 포함해 모든 팬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근데 어디서 유입이 들어온 거지????
-국내에서 50만 장
-보통 리팩처럼 번외편 앨범은 떨어지는 게 정상인데,, 뉴블랙은 어케 계속 성장중이지
-미튜브도 보면 이상함ㅋㅋㅋㅋ 도깨비부터 조회수가 더 뜀
-진짜 한두달 안에 1억뷰 찍겠던데
바로 어디서 새로운 팬들이 계속 유입되느냐는 질문이었다.
특히나 미튜브에서 이전보다 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에 수플레들도 고개를 갸웃했다.
‘동남아 쪽에서는 이미 작년도에 유입이 거의 다 들어왔을 텐데.’
미튜브 조회수를 견인하는 국가들이 있다.
인도라든가, 태국과 필리핀 같은 동남아시아의 국가들이라거나, 혹은 남미 국가들이라거나.
그런데 동남아시아의 경우에는 Empire가 나오기 전에 이미 많이 유입되었다고 들었다.
‘남미 쪽인가?’
브라질이나 칠레 같은 국가들을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때.
모두가 궁금해하는 유입.
뉴블랙의 조회수를 미친 듯이 높여 주고 있는 이들의 정체는 바로 태평양 건너편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 * *
“우와아…….”
알록달록한 꽃 스티커가 붙은 노트북.
그 화면에 나오고 있는 것은 뱀파이어 같은 메이크업을 하고 춤을 추고 있는 미청년들이었다.
‘비주다!’
바이올리니스트처럼 활을 킨 비주가 레이스가 달린 귀공자 옷을 입고 나긋하게 춤을 춘다.
곧이어 리혁이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을 뚝뚝 흘리며 세면대에 손을 올린 채 거울을 노려보는 장면이 나오고.
“우와아아아아…….”
입가에 양손을 모은 채 Blue Moon의 뮤직비디오를 다시 한번 재생했다.
조회수가 다시 한번 올라간다.
무한 재생처럼 화면 속에서 나오는 미청년들을 감상하는 팬의 눈동자가 몽롱했다.
‘대박이야…….’
블루문을 보고 성이 안 찬 팬이 이번에는 마스커레이드의 뮤비로 넘어갔다.
촛대가 올라온 어두운 만찬장 같은 분위기.
그런 식으로 과거 곡부터 성지순례를 쭉쭉 하면서 마지막에는 최근의 도깨비로 넘어왔다.
‘내가 왜 이런 사람들을 지금 알았지?’
인생의 절반을 손해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깨비 뮤비에 이어서 곧바로 뉴블랙 TV의 다른 영상들로 넘어갔다. 액체 괴물을 만지작거리는 지호의 영상도 있고.
중현이 귀엽게 곰돌이 춤을 추는 영상도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 볼 시간이 없었다.
“루!”
아래층에서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침 먹어야지!”
“네!”
“학교 갈 준비는 했니?”
“네!”
책가방을 챙겨든 9살 소녀, 루시가 다시 한번 영상을 보며 울상을 지었다.
‘인생의 절반 손해 봤엉…….’
노트북을 덮고는 핸드폰으로 뉴블랙의 앨범 가격을 바라보았다.
용돈을 얼마나 모아야 가능할지 고민하던 루시가 부엌 식탁에 앉아 당근 주스와 야채 가득한 접시를 바라보았다.
우걱우걱.
양치를 하며 돌아다니던 아빠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웬일이래? 우리 딸이 야채도 다 먹고.”
“응.”
정말 노맛 그 자체인 삶은 강낭콩을 우적거리며 9살 소녀가 야심찬 눈빛을 빛냈다.
‘반드시 뉴블랙의 앨범을 산다!’
바다 건너 본진 수플레들이 도대체 어디서 유입이 늘은 걸까 궁금해하고 있는 이들의 정체.
바로 남미와 북미의 초등학생들이었다.
블루문의 할로윈 컨셉에 심쿵한 어린이들이 뉴블랙 TV의 키즈 영상에 빠지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꼭 사고 말 거야.’
몸을 부르르 떨면서 야채를 먹는 딸을 보던 아빠와 엄마가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루, 뭐 사고 싶은 게 있어?”
“응!”
“뭔데?”
그와 함께 북미 전역에서 올라가고 있는 뉴블랙의 앨범 판매량.
초동 판매량이 아닌 초등 판매량이었다.
* * *
다시 태평양 건너편.
스트릿 보이즈는 월요일 오전부터 바쁘게 스케줄을 소화하는 중이었다.
-네! 월요일 아침의 문을 상큼하게 열어 줄 게스트들을 모셔 보겠습니다. 이분들 요즘 핫하죠.
전 슈가피쉬 멤버이자 뮤지컬 배우, 리사가 라디오 부스 안에서 맑은 목소리로 말했다.
-브런치 타임의 월요일 2부를 함께 해 주실 주인공들입니다! 스트릿 보이즈!
-와아아아아아!
부스 안에 들어가 있는 9인조가 와글와글거렸다.
-원래도 밝은 분위기였는데 오늘은 평소보다 더 밝은 분위기네요.
-네. 어제부터 너무 재미있는 일들이 많아서…….
적당히 말끝을 흐리는 한조에게 리사가 질문했다.
-아. 타 본부 방송이지만 이걸 언급 안 할 수가 없죠. 스트릿 보이즈가 지금 예능 녹화 중이죠?
-맞습니다! 저희 뉴블랙 매니저들과 함께 하고 있어요.
운전을 하고 있는 청취자들이 ‘뉴블랙?’ 하며 저도 모르게 라디오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잡음들이 들려오고 리사와 스트릿 보이즈가 빵 터진다.
-이게 보이는 라디오가 아니라서 정말 아쉽네요.
-방금 뉴블랙 분들이 발레를 했습니다.
-유연하네요. 비주 씨~!
현장에서 라디오 스탭들도 뉴블랙의 귀여운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는 중이었다.
그렇게 아침 라디오 방송을 마친 스트릿 보이즈가 상쾌한 기분으로 라디오 부스를 나섰다.
“아, 좋구만. 좋아.”
“역대급으로 상쾌한 아침이야.”
“행복 100배.”
LB와 렉스가 손뼉을 짝 마주쳤다.
행복한 얼굴로 인사하는 스트릿 보이즈에게 뉴블랙 멤버들이 미리 준비한 음료를 취향별로 건네주었다.
“감사~”
스트릿 보이즈의 눈에 스탭들 손에 들려 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보였다.
그들의 매니저들이 준비한 음료.
음료 잘 마셨다고 인사하는 이들에게 훗 하고 생색을 내던 스보가 길을 나서자, 리혁이 비서처럼 착 붙었다.
“오늘 스케줄 정리한 거예요.”
A4 용지로 깔끔하게 정리된 스케줄표였다.
두루뭉술하게 1시간 정도 하면 된다가 아니고 딱딱, 이때쯤 움직이면 좋다는 것까지 적힌 계획표.
그동안 잠시 눈을 깜빡이는 기원에게 비주가 스윽 다가왔다.
“기원아. 괜찮아?”
“아.”
“타이레놀 한 알 줄까?”
곧바로 하얀 알약과 생수병이 손에 쥐어지면서 기원이 눈을 깜빡였다.
‘어떻게 알았지?’
표정이 조금만 변해도 뭐가 문제인지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는 비주 형이었다.
말을 하기에는 좀 애매한 애로사항이 있을 때마다 귀신같이 나타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살림꾼.
스케줄을 설명해 주는 리혁을 보던 멤버들이 뒤에 등산용 거대 배낭을 멘 중현에게 시선을 옮겼다.
‘도라에몽까지 있어…….’
매니저들이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마다 슥슥 꺼내서 건네주는데 없는 게 없었다.
그것도 신기한데…….
“행사장 가는 길에 맛집 하나 있는데, 거기 데려다줄까요?”
“네!”
전국의 맛집이란 맛집은 모두 꿰고 있는 뉴블랙의 래퍼였다.
기가 막힌 두루치기 맛집이 있다는 소식에 스트릿 보이즈 멤버들이 꺄하하 하고 행복하게 웃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유능하다. 우리 친구들.’
기존 매니저들보다 더 일을 잘하는 뉴블랙이었다.
뭔가 열심히는 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늘상 속으로 에휴 하던 게 회사 일처리였는데.
지금은 진짜 만족스럽다.
동료 가수만 아니었으면 같이 일하자고 꼬드겼을 정도.
그리고 그중에서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건…….
-Inc 스케줄 픽스 됐어요.
회사도 잡지 못한 예능이 잡혔다는 소식이었다.
평소에 우리 예능 나갈 거 없나요, 하고 물을 때마다 매니지먼트 팀에서 돌아오는 이야기는 비슷했다.
-그… 예능도 나가는 게 쉽지가 않아서… 그것도 불러 주고 그래야 되는데… 불러 주는 데가 으으음…….
그런 식으로 우물쭈물 얼버무리곤 했다.
“유능하다. 우리 매니저들 유능해.”
“진짜 천년만년 매니저 해 주라.”
초동 78만의 매니저라는 드립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그동안 같이 걷고 있는 카메라 감독과 작가를 바라보던 스보 멤버들이 없는 사람들을 찾았다.
“근데 우주 형이랑 지호는?”
“아.”
중현이 말했다.
“아까 어디 잠깐 다녀온다고 하던데.”
“어디?”
“그거까지는 잘 모르겠구….”
“또 스케줄 물어 오는 거 아냐?”
그런 농담을 하며 흐하하하! 웃음을 터뜨리고 있을 때였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저기 오시네.”
저벅저벅.
나지막한 구두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카메라를 대동한 코트 차림의 실장이 우아하게 걸어오는 모습에 스트릿 보이즈가 다시 한번 감탄했다.
‘컨셉질 참 잘한다니까…….’
잡일 담당 막내와 카메라 감독을 대동한 우주가 웃으며 걸어왔다.
그런데 그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걸어오고 있는 우주의 뒤편으로 한 명이 더 붙어 있었다.
“아.”
우주가 안경을 쓴 40대 남자를 소개했다.
“이분은 드라마국 오명한 피디님이에요.”
“안녕하십니까!”
얼떨결에 인사한 아이돌들과 피디가 어색한 미소를 주고받을 때.
왜 이 사람을 데려온 것인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에게 우주가 웃으며 말했다.
“아까 신무록 피디님께 인사드리다가 연결이 됐는데. 이번에 단막극을 준비하고 계시다고 하더라고요.”
“아…….”
“한조 씨가 연기 도전해 보고 싶다고 그랬잖아요. 이번에 PBS 단막극 출연해 볼 생각 없어요?”
“예?”
스트릿 보이즈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또?’
‘또 물어 왔어?’
‘뭐야.’
예능에 이어 이번에는 단막극까지 물어 왔다는 소식에 모두가 당황스러운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대체 뭐 하는 인간이지?’
반짝반짝 웃고 있는 주선우 실장.
그리고.
그 뒤편으로 이동한 졸개들이 어깨를 히말라야처럼 높이고 엣헴 하는 모습에 제작진이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