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86)화 (586/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86화

다음 날.

예능 촬영을 마치고 휴식을 푹 취한 우리는 회사로 출근했다.

“흐하하하하하!”

회의실에서 우리가 배를 잡고 웃자, 도끼눈이 날아들었다.

“아. 웃지 말아요!”

“웃즈 므르으~”

형들이 팔다리를 흐느적거리며 따라 하는 게 불쾌했던지 우리 막내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곤 다시금 이어폰을 꼈다.

“흐하하하하하!”

“아. 진짜!”

“흐하하하하하~!”

“이게 웃겨여? 진짜루?”

귀에서 이어폰을 뺀 막내가 투덜거렸다.

우리 막내의 손바닥 안에 들려 있는 것은 콩나물 조각을 닮은 무선 이어폰이었다.

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와. 인터넷에서만 봤는데 이거 진짜 쓰는 사람들이 있긴 했구나.”

“줄 없으니까 이상해 보여요.”

“뭐가 이상해요?”

막내가 씩씩거렸다.

“두고 봐요. 언젠가 이게 대세가 될 거니까.”

“별로 그럴 일은 없어 보이는데.”

그렇게 이번에 신상 이어폰을 구매한 막내를 놀려대며 우리끼리 수다를 떨고 있을 때.

달칵.

문이 열리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피디님~!”

“얘들아!”

“잘 지내셨어요?”

“이게 얼마 만이야? 당연히 잘 지냈지!”

피디님에 이어서 작가님들, 감독님들과 악수를 나누거나 포옹을 하면서 반갑게 웃었다.

자리에 앉은 제작진에게 매니저 형들이 커피를 나눠 주었다.

아메리카노를 쪼록 들이켜던 피디님에게 웃으며 물었다.

“저희 1년 만이죠. 거의?”

“그치.”

작년 3월 이후 다시 만난 여행 리얼리티 <뉴블랙의 여행일기> 제작진이었다.

테이블에 세팅된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며 웃었다.

“안녕하세요! 수플레 여러분!”

“이번에 저희가 뉴블랙의 여행일기 시즌 2로 찾아옵니다!”

“와아아아아아!”

오늘 촬영은 여행일기 제작진과의 사전 미팅이었다.

촬영 관련해서 이메일을 주고받은 후에 이제 최종적으로 협의 사항을 복기하는 시간이었다.

피디님이 기획안을 뒤적거리며 말했다.

“지호 졸업식이 다음 달 10일이지?”

“네.”

“세상에, 지호가 졸업을…….”

“뭐. 어른이라면 겪어야 하는 일이죠.”

담담하게 웃는 막내의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미리 축하하고. 여행은 지호 졸업식 바로 다음 날에 시작하게 될 거야.”

“네. 그런데….”

우리가 눈을 초롱초롱 뜨고 물었다.

“저희 여행지는 어디예요?”

“음… 이게 어렵더라고. 너희가 이제 국내 여행은 다니고 싶어도 다닐 수가 없고.”

그건 사실이었다.

지금과 비교하면 작년 초의 우리 인지도가 귀요미 수준이었을 만큼 인지도가 폭발했으니까.

어딜 가든 무탈하게 여행을 하는 게 불가능할 게 분명했다.

“진짜 깊은 산에 있는 절에 갔는데 주지 스님이 저희를 이미 알고 계시더라고요…….”

“주지 스님이 나인나인 하셨어요.”

“숫자 9가 의미가 깊다고…….”

3계 6도의 생사 윤회나 번뇌의 본질 성질 9가지를 설파하시면서 인상 깊게 들으셨다고 말씀하셨지.

그런 우리를 보고 웃던 제작진이 말했다.

“너희가 조금 편하게 여행을 다니려면 인지도가 낮은 국가여야 하는데, 일단 동남아 쪽은 불가능해.”

“동남아 쪽에서 메이 다음이 너희라고 하더라. 어딜 가든 보인다고.”

세레니티의 태국 멤버 메이와 더불어 우리가 동남아시아에서 인기가 있다는 모양이었다.

작가님 한 분이 베트남에 있다는 우리 광고판을 보여 주었다.

리혁이가 파운데이션 광고를 하며 훗 하고 있다.

“리혁 파데가 불티나게 팔린대.”

“오오~”

리혁이가 홍조가 피어오른 얼굴로 좋아했다. 중현이가 오오~ 하면서 통 치자 리혁이가 앉은 바퀴의자가 볼링공처럼 굴러 갔다.

다라락. 다라락.

다시 바퀴 굴러 오는 소리에 피디님이 키득거렸다.

“그리고 치안이 안 좋은 국가들도 빼고. 너희 인지도가 높은 곳도 빼다 보니까 나온 곳이 바로…….”

작가님 한 분이 지도를 촤악 펼쳤다.

거대한 대륙 하나가 둥둥 떠 있었다.

“호주야.”

“오.”

“중현이가 조금 낯선 동식물을 보고 싶다고 했지?”

“네!”

“캥거루랑 코알라 보여 줄게.”

“……!”

생일 선물을 받은 것처럼 우리 셋째가 침을 꿀꺽 삼켰다.

피디님이 리혁이를 바라보았다.

“리혁이는 좀 덜 추운 곳 가고 싶다고 했지?”

“네.”

“여기 남반구니까 굉장히 따뜻할 거야. 한국이랑은 계절이 정반대로 흘러가거든. 한여름에 크리스마스고.”

“햇볕이 좀 세겠네요…….”

선크림을 대용량으로 주문해야겠다며 중얼거리는데 제법 만족스러워하는 얼굴이다.

맨날 남반구의 별 보고 싶다고 그랬으니까.

그런 식으로 우리 모두의 취향을 반영해서 고른 곳이 바로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인 듯했다.

“혹시 호주는 가 본 적 있어?”

“네.”

내가 답했다.

“그런데 투어 때문에 시드니에 내리자마자 공연장으로 향해서 별로 못 둘러봤어요.”

“시간이 없어서 오페라 하우스도 못 가 봤거든요.”

“그렇구나.”

피디님과 작가님들이 곧이어 호주에서 뭐 하고 싶다거나 보고 싶은 게 있으면 알려 달라고 말했다.

그런 식으로 <뉴블랙의 여행일기 시즌 II>의 사전 미팅을 마쳤다.

“식사하셨어요?”

“아니.”

“오랜만에 뵀으니까 저희가 맛난 거 대접할게요~”

앞으로 고막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을 겪게 될 오디오 감독님들, 중현이와 함께 달리게 될 카메라 감독님 등등.

잘 부탁한다는 의미로 점심 식사를 대접했다.

“그럼 촬영 때 뵙겠습니다!”

“설 잘 보내고! 새해 복 많이 받아!”

옷에 살짝 배어 있는 소고기 주물럭 냄새를 맡으며 우리도 기분 좋게 회사로 이동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해야 될 일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여행 리얼리티 미팅은 끝냈지만, 미스터 프로듀서에 깜짝 출연할 무대 준비도 해야 되고.

정규 앨범 준비도 해야 된다.

4월 중순이나 말에 컴백을 하려면 3개월 전인 지금부터 앨범 준비를 해야 되기 때문이었다.

“바쁘다. 바빠~”

누가 헤르미온느 시계를 훔쳐서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였다.

동생들과 잡담을 떨면서 프로듀싱팀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데…….

“?”

와글와글한 오디오에서 뭔가 하나가 빈다.

평소처럼 우리 메인 댄서가 있는지 확인했는데, 중현이와 사과 vs 초코 시럽 뿌린 바나나를 두고 존맛 과일을 논하고 있었다.

막내야 지금 내 옆에서 이번에 배송 받은 무선 이어폰의 위대함을 이야기하고 있고.

그러니 비는 사람은 하나.

“근데 리혁이 어디 갔어?”

“리혁이 형이요?”

걸음을 멈춘 우리가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멀찍이 뒤처져 있는 리혁이를 발견했다.

복도 한가운데서 핸드폰을 들고 있는 리혁이.

사라진 반 고흐의 그림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라도 떴는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다.

“리혁아!”

“…….”

“왜 그래?”

우리가 가까이 다가서자 그제야 리혁이가 고개를 들고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거 봤어요?”

“뭔데.”

“…혹시나 해서 미국 반응 눈팅하는 중이었거든요. 저번에 우리 블루문이 잘 되기도 했으니까.”

“근데?”

“이번에 우리 빌보드 차트에 또 올랐어요.”

빌보드 200 이야기하는 건가?

매번 들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하려고 들 때, 리혁이가 그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음원 차트요.”

“핫 100?”

“아뇨. 그거는 아닌데…….”

“아닐 거 같긴 했어.”

전통 분위기 나는 팝이 어떻게 다른 나라 메인 차트에 들어가겠나.

그때 리혁이가 핸드폰을 돌려 보여 주며 외쳤다.

“우리 버블링 언더에서 11위래요!”

빌보드 홈페이지에서 ‘뉴블랙의 도깨비가 빌보드 버블링 언더에 올랐대요!’ 하는 뉴스가 있었다.

눈을 반짝이며 이거 어마어마하지? 하는 얼굴로 동의를 구하는 리혁이와 기사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

“…….”

뚱한 우리 반응에 리혁이가 물었다.

“왜 그래요?”

“버블링 언더가 뭔데.”

“…….”

“아니. 뭘 알아야 반응을 하지….”

쑥스럽게 머리를 긁적이는 우리에게 리혁이가 아 하고 말해 주었다.

“버블링 언더는 메인 차트에 들지 못한 101위부터 125위까지 곡들을 모아 놓은 거예요.”

“아차상 같은 거구만.”

“야구에서는 졌지만 잘 싸웠다고 표현하는데.”

그런 말을 하면서 리혁이가 말한 11위를 계산했다.

101위부터 해서 11위면…….

“그러니까 빌보드 핫 100에서 111위라는 거네?”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하하 웃던 내가 웃음을 뚝 멈췄다.

무의식적으로 나를 따라 하찮게 웃던 졸개들도 마찬가지였다.

“어?”

“어?”

“……!”

“……!”

미국의 메인 스트림 음악차트에서 111위.

한국에서도 신인이 음원차트 100위권 안팎에만 진입해도 성공적으로 데뷔했다고 치는데.

우리 도깨비가 이번에 미국 음원 메인차트에서 111위를 했단다.

눈앞에서 도깨비 천사들이 가비 가비 돗가비~ 하면서 강강술래를 추는 듯한 기분이다.

“어어……?”

우리도 금세 리혁이와 똑같은 표정으로 미국 차트에 올라간 Dokkaebi를 보면서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왜?”

“…….”

“아니 이게 왜 올라간 거지?”

“…….”

한국 사람들 재미있으라고 만들었는데 이게 왜 미국 차트에 올라간 걸까.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우리가 눈을 깜빡였다.

*   *   *

가수들이 당황해하고 있을 때.

팬들은 가수와 달리…….

-엥

-이거 뭐야??????

-왜?

-어째서?

-이거 뭐냐

더 당황해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니. 진짜 뭔데.’

이번에 스페셜 앨범으로 한국풍을 들고 온다고 했을 때 굉장히 뿌듯했다.

-캬. 한국인이라면 뉴블랙 아니겠습니까?

-역시 우리 국민 아이돌이다~

그런 식으로 굉장히 뿌듯했다.

의도도 좋았지만 결과물도 좋았으니까.

팝과 국악이 절묘하게 얽혀 들어서 마치 스팸과 김치가 절묘하게 섞인 부대찌개 같은 한국음악.

외국 인기에 상관없이 소신 있게 국악풍을 들고 왔다며 감탄했는데.

-알고 보니 큰그림이었나

-사악한 우주선의 큰그림에 우리가 속은걸수도

-저게 그니까 125위까지라는 거지??? 그럼 11위면 111위네

-심지어 순위도 돗가비스러움

-음 뭔가 약간 아쉽긴 한데 좋다ㅋㅋㅋㅋㅋㅋ

-암튼 대단하다는 거지?

-북미에서 반응 온다더니 진짜 반응 오고 있긴 하구나

심지어 캐나다에서는 Hot 100에 올랐다는 소식도 있었다.

심지어 뉴블랙과 별로 연이 없다고 생각한 유럽에도 뉴블랙이 메인 차트 쪽에 고개를 쏙 들이밀었다.

‘……1회성으로 끝나는 거겠지?’

아마 해외 수플레들의 화력으로 잠시 오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뭐.

여기서 설마 더 오르거나 할까 싶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이내 미국 차트에서 1회성 반응이 있었구나 정도로 결론이 났다. 보통 초반 화력이 제일 강하니 이번에 오르고 내려갈 터였다.

‘근데… 해외 애들은 뭐에서 반응이 온 거지?’

아무리 화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이 정도로 해외 메인차트에서 찔끔 하고 반응이 오려면 뭔가 있어야 한다.

수플레들이 눈에 불을 켜고 조사를 시작하면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오?’

요즘 영국에서 뜨고 있다는 락밴드의 리드싱어 릭 모튼이 트윗 하나를 올린 게 있었다.

@Rick_Morton

(도깨비의 뮤비 중 동대문 시장 장면)

뉴블랙의 도깨비. 세상에 이런 트렌디한 건 처음이다. 저 옷 어디서 사는지 아는 사람이 있다면 알려 줘

독특한 패션 감각으로 수많은 팔로워를 자랑하는 셀럽이 도깨비 속 패션을 쏙 마음에 들어한 듯했다.

하지만 중요한 내용은 그 뒤에 이어졌다.

@Rick_Morton

하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건 가사다. 시대별로 달라지는 정상의 기준을 잘 담아냈다고 생각함.

사회적 소수에 대한 담론을 우아하게 녹여냄.

나 릭 모튼이 이것을 높게 평가.

수플레들이 눈을 깜빡였다.

‘음?’

그 이후로 북미나 유럽권 수플레들이 어떤 포인트에서 도깨비란 곡이 쏙 마음에 들었는지가 쭉 보였다.

본래 장난꾸러기였던 도깨비들.

현대로 넘어오면서 그들의 이미지에 뿔과 어금니, 흉측한 방망이 등이 붙었다.

그런 도깨비들이 그런 거 뭐 어떠냐, 신경 쓰지 말자, 우린 완벽하다 하는 메시지를 담은 곡이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현재 정상으로 올라온 뉴블랙이 여전히 우린 너희가 생각하는 그대로의 사람이다, 평소처럼 재미있게 놀자. 그런 의미를 담은 곡이 아닐까요?]

[저는 다툼이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다툼의 원인은 서로 다름인데 거기서 옳고 그름은 없다는 거죠.]

국내 미튜버들에게서 다양한 해석이 나왔던 도깨비의 뮤비.

그런데 서구권 쪽 팬들에게는 사회적 소수에 대한 차별을 은유로 담았다고 여겨진 모양이었다.

과거에는 인간들과 그냥 어울려서 놀았던 정상인 도깨비가 시대가 흐르면서 비정상 딱지가 붙었다는 식으로.

‘확실히 받아들이는 포인트가 다르구나.’

미국 수플레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간혹 반응이 보였다.

처음에는 독특한 색감의 영상이 있어서 좋았는데 가사를 보니까 내 얘기 같고 공감 가더라 하는.

그런 반응들을 살피며 수플레들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래. 너희가 좋으면 됐지.’

뭔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유로 도깨비 최고! 하는 이들을 보며 그저 웃을 뿐이었다.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던가.

뉴블랙 TV를 1초라도 보는 순간 저 생각들이 바뀌긴 하겠지만…….

‘그래. 너희 말이 맞다. 우리 뉴블랙은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아내는 참가수…니까.’

와글와글하면서 돗가비는 그런 거 모른다! 하는 모습들이 떠올랐지만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러고 있을 때.

매니저 예능에 대한 떡밥이나 설 특집 뉴블랙 출연 방송에 대한 소식과 함께 새로운 떡밥이 떴다.

‘미스터 프로듀서 출연……?’

주세한에서는 TBC 방송국 앞에서 무슨 내기하고 그랬다던데.

또 다른 국민 예능인 미프에서는 무엇을 할지 벌써부터 기대되는 수플레들이었다.

“음?”

그런 기사에서 문장 하나가 눈에 띄었다.

[현재 미스터 프로듀서 출연진은 아르바이트 특집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해 있다.]

‘오호.’

이번에 그럼 또 미국에 가는 건가?

*   *   *

미국 로스앤젤레스.

입구에서 지구본이 땡글땡글 돌아가고 있는 유명 테마파크의 한 어트랙션에서 비명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쿠와아아아앙!”

“쿠왕!”

흉측한 얼굴을 한 좀비들이 거울을 보며 쿠와아앙 연습하고 있었다.

6인조가 열심히 거울을 향해 쿠웨에엑! 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미국인 감독관이 확성기를 들었다.

「부족해요! 좀 더 영혼을 담아서!」

미스터 프로듀서의 멤버들이 기괴하게 걸음을 옮기며 쿠웨에엑! 하며 달려가는 연습을 했다.

한참 동안 맹연습이 끝나고.

잠시 휴식 시간이 주어진 미프 멤버들이 쪼그려 앉았다.

“아이구, 죽겠다.”

“어우. 이것도 보통 사람이 할 일이 아니네.”

“다들 웃지 마요. 무서워.”

미스터 프로듀서의 이색 아르바이트 특집.

그중에서 테마파크의 좀비 영화 어트랙션에서 엑스트라 체험을 하는 것이 이번 특집의 내용이었다.

피가 말라붙은 분장을 한 모델 홍석과 배우 추기석이 머리를 맞대고 흐아앙 하고 있을 때.

“여러분.”

시무룩한 얼굴의 신무록 피디가 그들을 불렀다.

출연진이 뚱한 얼굴로 물었다.

“왜요. 뭐. 또 왜.”

“많이 힘드시죠?”

“…뭐. 조금…….”

혹시 간식이라도 주려는 건가 싶어서 예능인들이 눈을 새초롬하게 뜰 때.

신무록 피디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여러분을 위해 공연을 하나 준비했습니다.”

“공연? 또 뭔데?”

“여러분에게 힘내라는 의미로 이곳 테마파크에 아주 귀한 손님들이 찾아오셨습니다.”

“오오오오……!”

미프 출연진이 오오! 하며 기대감으로 빛났다. 누가 올지 알고 있었지만 짐짓 모른 척하면서.

‘뉴블랙 오는구나!’

기사가 떠서 알고 있었다.

한국에 있는 지인들이 너희 뉴블랙 나온다더라, 내 거 사인 받아와라~ 하고 톡을 미친 듯이 보냈으니까.

“후우후우.”

자칭 짭플레 추기석이 도깨비의 무대를 실물로 본다며 심호흡을 했다.

“자. 일단 이동하실까요?”

“이동?”

“이곳은 공간이 협소해서 다른 곳에 무대를 준비했습니다.”

“아.”

땀방울을 털어 내던 축구 선수 출신의 MC 김의지가 다른 멤버들을 일으켜 세워 주었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무대 장비를 보관하는 널찍한 창고였다.

그런데…….

“음?”

바닥에 테이프로 널찍한 원이 그려져 있다.

“이건 뭐예요?”

“아. 안전한 관람을 위해 여기 안에서 관람을 하셔야 합니다.”

“오. 그렇… 잠깐만.”

미스터 프로듀서 멤버들의 모두가 어리둥절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안전한 관람?’

무언가 의미심장한 대사에 원 안에 들어온 미프 멤버들이 고개를 갸우뚱할 때였다.

쿠웅.

제작진이 나가면서 철문을 닫았다.

“……뭐야.”

“아. 뭐야. 또 뭔데!”

“이거 공연 맞아? 담력 체험 아니야?”

그 말에 오디오를 통해 신무록 PD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공연 맞습니다. 원 안에서 관람해 주세요.

안심하는 것도 잠시.

투웅!

조명이 꺼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미프 멤버들이 서로에게 안겨들며 호들갑을 떨었다.

“엄마아아……!”

“아이, 좀비 나오면 신무록 너 진짜 내 손에 죽어!”

“하… 그냥 기절하고 싶다.”

어둠 속에서 그런 이야기를 속삭이고 있을 때였다.

“저, 저기 봐요!”

추기석이 한 곳을 가리켰다.

“뭐, 뭐… 뭐야?”

“어?”

“도깨비불?”

빨노초파보, 각각 다양한 색으로 일렁이는 불꽃이 다가오고 있었다.

서로를 안고 있던 미프 멤버들이 신기한 걸 본 어린이들처럼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화르르르륵!

이내 한층 더 환히 불타오르던 불꽃이 원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동안 모범주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근데 이거요.”

“응.”

“불꽃 소리 아래로 뭔가 들리지 않아요? 그 바퀴 소리 같은 거?”

“무슨…….”

무슨 소리냐고 말하려고 할 때였다.

팟!

방금까지 도깨비불이 있던 곳에 네모난 TV화면으로 한 명씩 등장하면서 그들이 펄쩍 뛰었다.

“흐아아악!”

다섯 개의 TV 속에서 꺄르륵 웃음이 흘러나왔다.

-안녕하세요오오오……!

-뉴블랙 월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환영합니다~

화음이 하나씩 쌓여 가면서 움직이는 TV가 그들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면서 벙 찐 예능인들이 멍하니 웃었다.

‘누가 공연을 이런 식으로 하냐고…….’

덩실덩실 움직이는 TV들이 기교를 부리며 무대 대형으로 모이는 모습에 곧바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누구도 상상 못한.

아이돌 사상 최초 원격으로 움직이는 TV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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