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89화
설 명절 분위기로 가득한 전국 곳곳.
동태전과 동그랑땡을 부친 기름 냄새가 집안에 감돌고, 집안 어른들이 소파에서 뒹굴거리고.
아이들은 와라라락 뛰어다니면서 자기들끼리 신이 나서 괴성을 지르는 저녁.
저마다 명절 풍경은 조금씩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었다. 바로 TV에 흘러나오는 주세한이었다.
“쟤네는 또 나오네.”
“안 나오는 데가 없잖어~”
이쑤시개로 쑤시면서 그런 대화를 나누었지만, 그런 말을 하는 어른들의 눈빛에는 반가움이 감돌았다.
TV에서 가비 가비 돗가비~ 하는 익숙한 노래를 부른 것도 잠시.
주세한 출연진의 금화를 뺏기 위해 눈에 불을 켜는 뉴블랙 멤버들이 기상천외한 것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뭐야?”
‘몸으로 말해요’ 게임에서 어려운 키워드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뉴블랙의 리더였다.
“저거 뭐야. 어떻게 하는 거야?”
“적혈구? 저걸 뭐 어떻게…….”
자기 팔에 주사기 모양으로 손짓하던 리더가 몸으로 둥그런 원반을 흉내 내듯 날아다니자 리혁이 흥분했다.
[저… 적혈구!]
OK를 한 우주가 이번에는 사악한 표정을 지으며 삼지창을 든 척하더니, 맞은편으로 가서 경찰처럼 호루라기를 불었다.
“호루라기가 보이네…….”
“저거 그러니까 세균이랑 싸우는 그거 말하는 거 아녀? 병원 포스터 보면 세균들이 창 들고 다니잖어.”
“맞네.”
곧바로 ‘백혈구!’ 하고 외친 리혁이 흥분해서 일어나더니 머리를 굴리고 외쳤다.
[백혈구와 싸우는 적혈구!]
[정답입니다.]
TV를 보고 있던 시청자들은 온라인,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감탄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미치것다
-우리집 큰아빠 개웃김ㅋㅋㅋ 뭐꼬.. 어케 했나.. 이러고 있음
-친척들이 티비 아래에 포스트잇으로 가리고 맞추고 있는데 ㄹㅇ 정확하게 맞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건 시연자가 우주니까 가능한 거야
-뭐야 나 이거 맞추는데 재능있는줄ㅠㅠㅠ
TV에서도 [시청자 분들도 같이 맞혀 보세요] 하며 나오는데, 대다수 가정에서도 똑같이 성공하고 있었다.
꾸물꾸물 헤엄치면서 등 뒤로 물 뿜는 시늉을 하는 우주.
“고래!”
이번에는 이를 쿠와앙 하며 죠스 BGM의 박자에 맞춰 헤엄친다. 그러더니 합치라는 듯 플러스를 한다.
“상어? …고래상어!”
“대박!”
“저래야 일본에서 상금 500만 원 타는구나…….”
예능 자막에서 말하기로는 뉴블랙이 일본에서 이걸로 상금을 500만 원이나 탔다나.
복잡한 키워드인데도 주세한 멤버들보다 더 빠른 속도로 퀴즈를 해치우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 정도는 해 줘야 국민 아이돌인가
-허들이 ㅈㄴ 높잖아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뉴블랙 애들 이겨서 다행ㅋㅋㅋ 졌으면 우주선 지도 아래 밤새 몸으로 말해요 연습하는겨
-이분 캐해 장인이시네
-아ㅋㅋㅋㅋㅋㅋ 아씨 재밌어
-개잘한다ㅋㅋㅋ 우주는 태어났을 때부터 몸으로 의사표현했을 거 같음
-꼬물꼬물(분유 달라)
-지식백과 서리혁과 미니 게임 광인 선우주의 합작
이윽고 떡볶이를 옴뇸뇸 먹는 뉴블랙 멤버들의 모습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애들이 맑다니까.”
“근데 저긴 흐리네……. 어유. 여희연이 뿔난 것 좀 봐.”
이윽고 주세한 팀의 만만치 않은 반격이 시작되면서 게임이 막상막하로 진행됐다.
근력 부족으로 큐브 스테이크 굽기에서 2등을 한 비주.
제기차기에서 고인물 우재용 선생과 1개 차이로 패배해 바닥에 널브러진 지호.
[으아아아악! 졌어여! 아! 졌다!]
두툼한 한복 바지에 패딩을 입은 막내가 주저앉아 대성통곡하는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지호가 울먹이는 눈으로 제기를 흔들었다.
[으이이이이-!]
원통한 얼굴로 제기를 흔드는 모습에 현장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가 박장대소를 하는 동안.
지호가 아으으으 하며 제기를 흔들고.
비주가 다가와서 입에 달콤한 호떡을 물려 주고, 중현이 막내를 둘러업고 가면서 소란이 끝났다.
그리고…….
[게르마늄.]
[동녘.]
끝말잇기에서 야비한 단어로 주세한 출연진을 물리치는 메인 보컬의 모습도 잠시 화제가 됐다.
-개치사해진짜ㅋㅋㅋㅋㅋㅋㅋ
-친구끼리 했으면 백퍼 의 상함ㅋㅋㅋ
-저 정도면 멱살 잡혔지
-아ㅋㅋㅋ내가 다 열 받는다
-근데 꽃게 하면 게르마늄 국룰 아니냐구
-(게르마늄에 륨본드로 받아치는 우주.gif) 뉴블랙 TV에서는 일상적으로 나오는 단어긴함
그래도 승리하면 장땡이란 말을 증명하듯 리혁이 야비하게 뺏어 온 금화로 간식을 즐겁게 사 먹는 도깨비들이었다.
그때마다 주세한 출연진의 안색이 거무죽죽하게 죽고.
카메라는 구재영 PD가 흐뭇하게 웃는 얼굴을 비췄다.
-ㅋㅋㅋㅋㅋㅋ말린다 말려
-지금 페이스 봐서는 금화 탕진하고 또 미국 갈 거 같은데
-재영이는 다 생각이 있다ㅋㅋㅋ
-저거 봐 사 먹는다니까
처음에는 금화를 아끼자고 약속했던 주세한 출연진도 이성을 잃고 떡볶이를 먹기 시작했다.
보고 있는 사람들도 겨울철 간식거리가 땡기는 장면들이 지나간 후.
복잡하게 얽힌 금속 고리를 푸는 미니 게임이 나왔다. 뉴블랙 팀에서 나선 주자는 바로 중현.
30초도 안 돼서 바로 풀어냈다.
“저저… 허이고. 미쳤네. 저걸 뜯어냈어.”
“기어이 뜯어냈네. 중현이.”
“힘이 장사라니까. 저런 애들이 씨름판에 나와야 되는데.”
집안 어른들이 어이구 하고 감탄할 때.
[풀었는데요.]
“…….”
시청자들을 향해 말하듯 카메라를 바라본 중현이 눈을 말똥말똥 뜨고 고리를 들었다.
말끔하게 풀린 고리.
[풀었어요. 진짜로…….]
[검증! 이거 검증 들어가야지!]
“그치. 검증해야지.”
곧바로 판독 영상이 흘러나왔는데, 고리를 집중해서 바라본 중현이 또로록, 또로록 하면서 고리가 풀렸다.
마치 펩시콜라 뚜껑을 돌돌돌 돌려서 따는 곰을 보는 느낌이다.
‘세상에, 중현이가 머리를 쓰네…….’
왠지 모르게 믿기지 않는 이야기였다.
-뻥치지마ㅋㅋㅋㅋㅋㅋㅋ 중현이가 어떻게 저걸 안뜯어내고.. 푸냐고..
-내 세계관 돌려내
-아 이상해
-저런 건 뜯어 주고 오?이게 되네 따라 해 줘야 하는 거 아니냐구요
-아무도 안 믿는 거 왜일케 웃겨ㅋㅋㅋㅋㅋㅋ
-중현이는 고리를 찢어 (X) 고리를 풀어 (O)
-보통 고리 뜯는 게 비정상인데 뉴블이 내 뇌를 오염시켰어
-근데 중현이 공간감각 좋아.. 리얼리티에서 보면 운전도 엄청 잘함..ㅋㅋ
뉴블랙의 래퍼가 보여 준 반전에 다들 얼떨떨한 기분을 느낄 때.
마침내 리더의 차례가 왔다.
TV 속에서 저거 못 이긴다며 난리를 피우는 주세한 출연진의 모습에 모두가 공감했다.
실시간으로 시청 중인 여러 커뮤니티에서도 같은 반응이 나왔다.
-저도 우주랑 승부하라고 하면 절대 안합니다ㅋㅋㅋㅋㅋ
-이길 방법이 없음
-중현이가 공격해도 다 회피할 것 같은 애인데
-야구 시타에서 홈런 친 애랑은 안 겨루는 게 최선이긴 하죠ㅋㅋㅋㅋ
-아 못이기지ㅋㅋㅋ
-근데 왜 님들이 부심을 느껴요;;
-그야 우린 짭플레니까,,
-우리나라 국민들 대부분 짭플레는 아니고 ㅈ플레 정도는 될 듯요
하지만 게임기로 하는 종목이 소개되면서 짭플레와 수플레들이 ‘어?’ 하기 시작했다.
‘우주 게임 개못하는데?’
그들의 눈이 동그래질 때.
우주의 겜알못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도 화면 속 우주의 표정에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표정이 좀 야시꾸리하네…….”
“저거 뭐 숨기고 있다.”
하도 많이 보는 국민 아이돌이기에 평소와 다른 표정이 사람들에게 포착되고 있었다.
포커페이스처럼 여유롭게 웃는 표정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때.
주세한 출연진도 그걸 포착했다.
“뭐지.”
“저런 게임기는 엄청 못하나 본대.”
여기저기서 나오는 반응에 수플레들이 올 것이 왔다는 마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애가 일만 하고 살아서 게임을 몰라요…….’
팬들과 온라인 게임을 할 때 패배하긴 했지만, 아마도 그런 게임류를 해 볼 시간이 없기 때문일 터였다.
그 정도로 생각하고 주세한 시청을 이어 갈 때.
[어이쿠…!]
[이야. 저기서 떨어지네?]
[아이고.]
TV 속에서 나오는 탄식이 절로 이해가 갔다.
게임기를 든 우주 곁에서 사람들이 가슴팍을 팡팡 칠 때마다, 게임 캐릭터가 뾰옹 하고 절벽으로 스카이다이빙을 했다.
보다 못한 송진우가 물었다.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아니에요!]
게임의 신에게 저주라도 받은 게 아닐까 싶은 실력이었다.
-와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에 게임 저렇게 못하는 사람 처음 본다
-수플레입니다. 팬으로서 이건 실드.. 실드로 저희 애를 치겠습니다
-울 할아버지가 갑갑해 함
-???: 허 참,, 거기선 A를 눌러야지,,
-게임 스트리머 같은 거 했으면 매운맛 방송으로 이름 좀 화려하게 날렸을듯
-그래.. 사람이 하나쯤은 못하는 게 있어야지
-그래도 한가지 좋은 점이라면 약점이 온라인밖에 없는 거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거 마따
-주세한 제작진도 그랬을듯. 야 이거 오프라인으로는 도저히 못이기니까 가상세계로 가자
-현실 세계에선 이길수 없는 거냐고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국적으로 약점이 공개되고 있는 뉴블랙의 리더였다.
설 명절 TV를 시청하고 있는 시청자들의 머릿속으로 ‘우주선 약점.. 게임..’ 하는 정보가 입력되는 가운데.
“옘병. 내가 해도 저거보단 잘하겠다.”
“나비한테 게임기 쥐어 줘도 저거보단 잘할 거예요.”
“냐아아아.”
“그치. 나비야? 어이구. 너는 왜 또 그렇게 쭈글이처럼 있냐. 니가 우비소년이여?”
“몰라. 날 내버려 둬….”
군산의 어느 집에선 후드티를 푹 눌러쓴 청년의 머리 위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 * *
뉴블랙이 가비 가비 돗가비 하며 떠난 후.
[어라?]
[금화 다 어디 갔지?]
정말 도깨비에 홀린 것처럼 금화를 날려 먹은 주세한 출연진에게 구재영 피디가 마수를 뻗쳐왔다.
‘일확천금의 기회!’하는 극악오지 탐방 미션 돌림판을 돌리고.
[다음 주!] 하는 주세한 예고편이 나오더니, 곧바로 2부 코너로 ‘사람이 간다’가 흘러나왔다.
“어?”
“여기도 나오네?”
주세한을 시청하고 나서 다른 채널로 TV를 돌리려고 했던 시청자들이 멈췄다.
‘뉴블랙이 또 나와?’
사람들이 리모컨을 내려놓았다.
‘사람이 간다’의 시청률이 주세한의 시청률을 고스란히 인계받으며 방송국 주조정실 직원들의 미소를 자아내는 동안.
‘드디어!’
아이돌 팬들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방송을 시청했다.
‘드디어 한다……!’
뉴블랙이 스트릿 보이즈의 매니저가 된다는 내용의 특집 예능에 아이돌 팬들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런 식의 떡밥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한조야ㅠㅠㅠㅠㅠㅠㅠ
-우리 애들 예능 나온다ㅠㅠㅜㅜㅜ
-하 이게 얼마 만에 예능이냐
-간만에 잘했다 현식아
-현식이 까방권 10초 획득 10.. 9..
-7개월 만의 예능ㅋㅋㅋㅋㅋㅋㅋ 머리카락 달린 거 빼고 규호보다 나은 게 뭐냐 진짜
주세한에 한조와 LB, 기원이 나왔던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7개월 만의 예능이었다.
‘이거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이제 곧 해외 투어를 시작한다던데.
TV로도 얼굴 보기 힘든데 매번 해외 뺑뺑이를 돌리려는 소속사에게 불만을 품고 있을 때였다.
‘어이구. 끌려가네…….’
시작부터 도 피디에게 사기당해 끌려온 뉴블랙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곧이어 DNS 미디어와 MOP 엔터로 이동해서 연수를 받는 장면들이 흘러나오는 동안.
아이돌 커뮤니티에서는 또다시 싸움이 났다.
-근데 남돌 여돌 형평성 맞췄다고 하는데 세레니티는 탑 찍었고 스보는 탑 아니지 않음??
-ㄹㅇ
-나한텐 1.5군 느낌인디ㅋㅋㅋㅋ
-텐티 빼고 사실상 3등 정도 아닌가.. 원차랑 그렇게 격차도 큰거 같지 않음
-차라리 원더차일드 내보내는 게 더 나았을듯
오디션으로 데뷔한 원더 차일드를 언급하면서 싸움을 거는 안티들을 보면서 콘크리트들이 해머를 쥐었다.
‘각설이도 아니고. 안티 새끼들은 쿨타임만 되면 리젠되네.’
평소처럼 안티들을 때려잡는 콘크리트들이었다.
열심히 망치를 팡팡팡 휘두르며 적을 공격하고 있을 때, 지켜보던 수플레들이 도와줄까? 하면서 참전했다.
그리고 그 순간.
‘어라?’
쿠와아앙! 하면서 거대한 폭탄이 터지더니, 안티들이 저 하늘의 별이 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클린해진 게시판 풍경.
마치 구름 너머로 거대한 빵이 눈을 빛내며 휘적휘적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친하게 지내야 한다.’
그렇게 콘크리트들이 아련한 미소를 짓고 있을 때.
TV 속에선 주선우 실장이 등장했다.
아예 옷까지 갈아입고 등장한 장면에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주선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주가 또
-아씨 주선우에서 피식함ㅋㅋㅋㅋㅋ 자존심 상해
-우젠민 우주선 김우주.. 주선우
-이제 우선주만 남았나
-주식 상한가 전문가 우선주 컨셉 어때?? 3연속 상한가 상상상
-???: 상한가.. 되네요?
-수플레: 응.. 우리가 만들어 줬으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웃겨
-이제 주식 스밍의 시대가 오는 건가
-너네 최애가 찍은 주식 하한가더라? 절대 용납 못함
-근데 우주가 찍는 순간 전국민이 작전세력이 되는 것이여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드립이 오가는 한편, 마침내 TV 속에서는 민초단의 상봉이 이뤄졌다.
조금은… 극적인 방식으로.
[으아아아악!]
[흐악!]
암살자처럼 벽을 파팟 타던 우주가 한조를 깨우는 모습에 아이돌 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시작부터 범상치 않다ㅋㅋㅋㅋㅋㅋㅋㅋ
-한조 방 뭐야ㅋㅋㅋㅋ 왜일케 핑꾸핑꾸해
-(리얼리티에서 요술공주가 어린 시절 꿈이었다는 한조 인터뷰.jpg)
-어린 시절 천사소녀네티와 웨딩피치를 보고 아이돌의 꿈을 키웠다는 이현조씨
-아 얘네 친목 너무 귀엽다
-근데 게스트 ㄹㅇ 잘 고른 거 같음ㅋㅋㅋ 여긴 뭐 웃긴 장면 없이도 그냥 웃기네
샵과 방송국을 오가는 사소한 장면 하나하나 재미를 주고 있는 스보와 뉴블랙이었다.
-LB랑 리혁이 동갑내기였음???ㅋㅋㅋㅋㅋㅋ
-나도 처음 암
-나 막 리혁이 다른애한텐 존대하면서 왜 쟤한테는 형인데 말 놓지..? 이랬는데 동갑이었네
-나무 운다ㅋㅋㅋㅋㅋㅋ
-세레니티랑 사간팀이 어색어색 귀요미 매니저면 이쪽은 서로 지겨운 10년차 동료 매니저 같음ㅋㅋㅋㅋㅋ
-방송용 애교 절대 안 받아줌
-헐ㅋㅋㅋ 전설의 공방 체크 나온다ㅋㅋㅋㅋ
중현이 정체를 숨기고 공방 체크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 동안, 아이돌 팬들이 집중하는 눈으로 방송을 시청했다.
‘재미있다.’
특별하게 추격전을 한다거나 하는 독특한 기획은 아니었다.
하지만 평소 궁금했던 매니저들이나 기획사들의 일 처리 등, 체험 예능답게 그런 면들이 흥미롭게 조명됐다.
특히나 매니저에 대해 다루고 있는 예능은 거의 없었으니까.
“어우, 음악 테레비도 쉬운 게 아니구만. 저게 하루 종일 하는 거였어?”
“신기하네.”
일반인들에게도 좋은 평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는 한편.
아무래도 초반부 빌드업이 길었던 만큼 본격 음악 방송 이후 장면은 2화로 넘기려는 듯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아이돌 팬들이 감질맛을 느끼며 TV를 바라볼 때였다.
스보-뉴블랙 팀에서 엔딩 장면이 나왔다.
[여러분.]
주선우 실장이 코트를 흩날리며 핫하하 웃었다.
[스케줄을 가져왔습니다.]
HBS의 인기 예능 를 물어 왔다는 소식이 흘러나오면서 시청자들이 눈을 크게 뜰 때.
[다음 주!] 하며 매니저 특집 2부 예고편이 흘러나왔다.
-어어ㅓ어ㅓ?
-잠시만요 더 보여 줘
-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뭔데 방금
-매니저 예능에서 스케줄 물어와??
-잠깐맘ㄴ 나 콘크 지금 가슴뛴다 개뛰어 시발 뭔데
-콘크들 미친다 준기야
-스보 예능 스케줄 지금 가져온 거임??????
난생처음 보는 상황에 아이돌 팬들이 눈을 크게 뜰 때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HBS의 인기 예능 측에서 공식 보도자료를 냈다.
-‘Inc.’측 “사람이 간다 촬영으로 섭외된 것 맞아..”.. 스트릿 보이즈 곧 녹화 들어간다
아이돌 팬들이 단체로 헐을 쏟아 내는 동안, 콘크리트들은 멍하니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미친.’
소름이 쫙 올라온다.
예능이다.
7개월 만에 하나 찍었던 예능이 하루 만에 하나 더 생겼다. 그것도 단체로 출연하는 예능이었다.
‘……뭐가 또 있는 거 같던데.’
예고에서도 또 뭔가 주선우 실장이 가져오는 듯한 장면이 있었는데.
콘크리트들의 가슴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열심히 수플레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감사ㅠㅠㅠㅠ 압도적 감사ㅠㅠㅠㅠㅜ
-감사합니다 선생님들
-도로가 되라고 하면 여러분의 도로가 될게요
-누굴 묻어 줄까ㅠㅠㅠㅜ 다 묻어 줄게
-나 콘크리트.. 너희를 위해서라면 콘치즈도 될수 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미쳐
예능에 너무나도 목말랐던 스트릿 보이즈의 팬들이 와서 절을 하는 풍경에 수플레들이 수줍게 웃었다.
‘고맙기는…….’
수줍게 하며 타자를 친 수플레들이 미소를 지었다.
한 명당 글 하나씩 썼을 뿐인데.
곧바로 ‘우리 사이에 뭘..’ 하는 수줍은 글들이 5페이지 넘게 도배되기 시작하면서 콘크리트들이 떠밀려 사라졌다.
‘어어어! 친구들아! 어디 가!’
‘으아아악!’
오늘도 훈훈한 아이돌 월드였다.
* * *
그날 밤.
온라인에서는 여전히 <사람이 간다> 얘기로 시끌벅적하고 있을 무렵.
서리혁은 악몽에서 깨어났다.
-리혁이 형! 이거 봐여! 제가 돌을 하나 찾았는데여! 여기서 빛이 나고 있어여!
-리혁아~ 이거 봐랑! 돌에서 빛이 난다!
-흐하하하하!
꿈속에서 빛나는 돌을 들고 좋아하는 리더와 막내 듀오.
-그거 방사능이야! 이 미친 인간들아! 피폭된다고!
자연계에서 빛이 나는 물질은 안 좋은 거라고!
달려가서 돌을 든 둘을 밀쳐 내면서 깨어난 리혁은 바닥에 굴러떨어져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휴우…….”
오늘도 내가 꿈속에서 멤버들을 구했군.
차분하게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넘기고 자리에서 일어난 리혁이 물을 마시기 위해 방을 벗어났다.
새벽 1시.
어두컴컴한 복도에 겁을 먹은 그가 핸드폰 불빛을 비춰 가면서 걷고 있을 때였다.
-냐아아아아아~
-♩♪♬♪
-냐아아아아~
고양이 울음소리와 미세한 피아노 건반 소리가 뒤섞여서 흘러나오는 방.
“어?”
빛이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방문을 향해 걸어간 서리혁은 안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