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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92)화 (592/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92화

동생들과 내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어린이…….”

“시상식……?”

어린이들이 물개 박수를 치는 곳에서 우리가 땡큐! 아메리칸 칠드런! 하면서 소감을 전하는 모습들이 그려졌다.

지호가 흐핫 웃었다.

“그럼 어린이들이 박수 치고 그러겠네요?”

“응.”

“……진짜로요?”

석환 형이 미튜브를 켜서 톡톡톡 치더니 ‘키즈 초이스 어워드’라고 적힌 영상을 보여 주었다.

행복하게 웃는 어린이 관객들에게 어워드 MC가 기관총으로 녹색 슬라임을 난사하고 있었다.

-팡팡팡팡팡팡팡!

어린이들이 비명을 지르고 이윽고 MC의 머리 위로도 초록색 슬라임이 촤아악 쏟아지면서 녹색 인간이 됐다.

우리의 동공이 흔들렸다.

“뭔데 이거…….”

“미국판 뉴블랙 TV라도 되는 건가. 여기.”

MC는 우리도 얼굴을 알고 있는 유명 영화 배우였는데 초록색 범벅이 된 모습이 신기했다.

리혁이가 질색했다.

“이거 진짜 끈끈거릴 것 같은데요. 닦으려고 해도 몇 시간은 걸릴 것 같은데…….”

“이렇게 막 액체괴물 뿌려도 돼요?”

“진짜 맞기 싫겠다.”

우리의 말에 석환 형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것도 아무나 맞을 수 없는 거야. 유명하거나 인지도 있어야지 뿌려 주고 그러는 거라더라.”

“맞고 싶다…….”

“좋은 액체괴물이었구나…….”

초롱초롱한 눈으로 화면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석환 형이 말을 이었다.

“아무튼 이런 시상식이야. 미국 어린이들 인기투표인데… 쉽게 말해서 미국 초통령 뽑는 선거라고 보면 돼.”

“초통령 하면 우리긴 하지.”

“맞아요.”

초등학생 선정 최고 인기 아이돌 1위가 우리 아니던가.

비주 동생 민준이 피셜로는 자기가 멤버 동생이란 사실이 알려지면 학교생활이 힘들어질 수준이라던데.

역시 어딜 가나 우리는 초등학생들에게…….

“잠깐만.”

리혁이가 우리에게 말했다.

“근데 이거 미국이잖아요?”

“엇.”

“그러네.”

다시금 석환 형에게 눈을 돌렸다.

“미국 초등학생들이 우리를 왜…?”

“낸들 알겠니.”

“아니. 진짜 왜……?”

미국의 어디 케이블 음악 시상식에서 우리를 불렀다고 하면 그나마 말이 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웬 뜬금포 어린이 시상식에다…….

수상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까지.

“진짜 뭐지?”

회사에서 보내 준 링크를 타고 어워드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미국 최대의 키즈 채널에서 주최하는 ‘2017 키즈 초이스 어워드’라는 표어와 함께 후보군이 나왔다.

최고의 글로벌 뮤직스타 부문.

“맨디 스파이스, 오션 파이브. 헤일리 블루…….”

유명한 10대 스타와 10대 밴드, 헤일리까지.

평소 빌보드 차트의 노래들을 훑어볼 때, 플레이리스트에 꼭 들어가 있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거기에 [The New Black]이란 단어가 적혀 있다.

“…….”

“…….”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가 동생들과 눈을 마주쳤다.

“에이~ 아니겠지.”

“아닐 거예요.”

어린이들이 꺄르륵! 뉴블랙이다! 하면서 우리를 추격하는 장면이 잘 안 떠오른다고 해야 되나.

미국 에이전시 측에서는 수상 확률이 높다고 한다던데.

외국 시상식에서 타국 가수에게 쉽사리 상을 줄까 싶었다. 어떻게든 안 주려고 할 게 뻔하기도 하고.

“되면 생각하자. 되면.”

“그때 가서 생각해요. 우리.”

그런 대화를 나누고는 각자 비행기 창 너머를 바라보거나 모니터로 영화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뭐.

되면 그거야 좋은 일이지.

*   *   *

그날 밤. 뉴욕.

타임스퀘어에 본사가 있는 어린이 방송국에서는 의문의 감탄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마케팅부 직원 마틴이 동료에게 다가갔다.

“왜 그래?”

“이런 미친…….”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동료가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마틴이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프?’

고만고만한 막대기의 그래프들이 있는데 유독 삐죽 솟아오른 것이 하나 있었다.

“이게 뭔데?”

“오늘부터 키즈 초이스 어워드 투표 시작하는 거 알지?”

“응. 네가 담당 맡았잖아.”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게 안 믿겨서 말이지. 이게 말이 되나? 싶은데 떡하니 이렇게…….”

“뭐가 문제인데? 부정투표라도 있어?”

커피를 홀짝이던 마틴의 물음에 동료가 답했다.

“아니.”

“아니면 해킹 시도라도 있었어?”

“아니.”

“그럼 뭐가 문제야?”

그 말에 동료가 노트북 화면을 돌려서 보여 주었다. 조명을 반사해서 흐릿했던 노트북 화면이 선명하게 보인다.

글로벌 뮤직스타 부문.

그중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오션 파이브? 이 친구들 인기가 대단한데.”

“너 지금 그래프 잘못 읽고 있어.”

“아. 그런가? 그러네. 오션 파이브가 왼쪽이고 바로 오른쪽으로 헤일… 뉴블랙?”

“응.”

“뉴블랙?”

“응.”

눈을 깜빡이던 마틴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같은 그래프를 쭈르르륵 올려다보았다.

고만고만한 언덕에서 우뚝 솟아 있는 그래프.

그런데 투표 숫자가 뭔가 이상하다.

“이상한데… 잠깐만, 작년도 첫날 투표 수 볼 수 있어?”

“안 그래도 띄워 놨다.”

10대 유명 가수 맨디 스파이스의 작년도 첫날 투표수와 올해 첫날 투표수가 거의 비슷하다.

그런데 작년도 그래프는 엄청 높고 올해는 엄청 낮다.

동료가 말했다.

“지금 상대적으로 보이는 게 그런 거고. 절대수치로 바꾸면 이래.”

그래프의 조건을 변경하자 작년도와 올해를 비교한 그래프 수치가 나타났다.

고만고만하게 겨루고 있는 막대기 속에서 여전히 삐죽 높이 솟아 있는 뉴블랙의 막대기.

마틴이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2위랑 비교하면 얼마야?”

“10배 차이.”

“…….”

“이번에 투표도 어린이들만 하도록 바꿨잖아. 그런데도 이 모양이야.”

“…….”

사무실에 정적이 감돌았다.

노트북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두 직원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니…….”

“왜……?”

후보에 오른 당사자들과 똑같은 반응이었다.

사전 투표 추이가 좋아서 후보군에 올려 주긴 했는데, 본 투표에 들어간 후에 미친 듯한 화력이 들어왔다.

그것도 어린이들의 화력…….

“이게 말이…….”

되냐고 말을 할 때.

사무실에 틀어져 있던 TV에서 익숙한 이름이 흘러나왔다.

-이들 뉴블랙은…….

로컬 뉴스에서 나오는 ‘오늘의 핫 이슈’였다.

울타리를 설치한 경찰관들이 허리춤에 손을 올린 채 돌아다니는 가운데, 광선검을 든 광팬들이 제다이처럼 날뛰고 있다.

차량에서 내리는 알록달록한 재킷 차림의 보이밴드에게 환호성이 쏟아지면서 카메라맨이 카메라를 떨 정도였다.

“……말이 되네.”

“납득.”

두 직원이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일 났네.”

“큰일이지. 이거 뭐 저쪽 관련해선 준비한 게 없는데 어떡하냐.”

“지금부터 준비해야지…….”

마틴이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초당 수백 표씩 올라가고 있는 뉴블랙의 투표수에 절로 어깨가 굳고 긴장된다.

이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숫자.

‘잘못 건드리면 죽는다. 이거.’

그간 토크쇼 제작진들이 그러했듯이 어워드 주최 측도 정신이 번쩍 든 얼굴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   *   *

뉴욕에서의 짧은 스케줄을 끝낸 후.

“사랑하는 프로듀싱 팀 여러분.”

“거짓말!”

“시작부터 거짓말!”

“……사랑하지 않는 프로듀싱팀 여러분.”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죽은 프로듀서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드디어 즐거운 앨범 제작 시간이 도래했습니다!”

“따단!”

“…….”

그야말로 무반응.

원석이 형이 들고 있는 핸디캠을 바라보고는 프로듀싱팀에게 미소를 지었다.

“웃어야죠.”

“와아아아아아…….”

열렬한 반응에 답례 인사를 하고는 눈을 초롱초롱 뜨고 있는 직원들에게 임무를 하달했다.

“자. 저희의 다음 타이틀곡은 코인이에요. 코인.”

“비트코인 생각나네. 얼마 전에 나 본 미드에서…… 경청하겠습니다. 총괄 프로듀서님.”

딴 주제로 이야기를 하던 프로듀서 분이 우리의 눈빛에 바로 자세를 고쳤다.

이어서 간단하게 컨셉 소개를 했다.

“어렸을 때 오락실에서 동전 하나만 있으면 행복하고 그랬잖아요. 친구들끼리 사이좋게 오락하고.”

“동네 슈퍼 가면 낡은 게임기 있고 그랬지.”

“고등학생 때 DDR 하고 펌프하고 그랬는데, 내가 터키 행진곡도 했다니까.”

추억에 젖은 아저씨들의 모습에 공감하며 말했다.

“아무튼 살짝 레트로한 분위기를 가미한 곡이 될 예정이에요. 전자오락 특유의 사운드를 조금 살리면서… 전체적으로는 세련된 느낌이었으면 좋겠어요. 영상으로 치면 옛날 오락실에서 노는 모습을 현대적인 영상미로 담은 그런 느낌?”

프로듀서 분들에게 곡을 들려주면서 대략적인 분위기를 일러 주자 다들 어떤 식으로 작업할지 방향을 잡았다.

이어서는 A&R팀에게 곡의 공모 요건에 대해 말해 주었다.

“자세한 컨셉은 새어 나가지 않도록 부탁드릴게요. 기분 탓이긴 한데… 저희가 곡 공모하고 그러면 다른 기획사에서 비슷한 컨셉으로 곡이 나오고 그러더라고요.”

“유의해서 전달할게.”

TF팀과는 이미 컨셉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마쳤으니 프로듀서로서 할 수 있는 밑작업은 다 한 셈이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타이틀곡 작곡 및 전체적인 관리 감독.

앨범의 뼈대를 만들면서 디자이너를 비롯해 비주얼 작업에 참여할 사람들도 모아야 했다.

“바쁘구만. 바빠.”

이번 달 중순에 막내 졸업식과 여행일기의 5일 촬영이 있기에 그 전까지 최대한 체력을 당겨 써야 한다.

같이 작업실에서 일하던 나상윤 피디님이 말했다.

“사람들이 너희 일하는 거 봐야 되는데.”

“왜요?”

“다들 우리가 갈리는 줄만 아는데 실제로는 너희가 제일 힘들게 일하잖아.”

“그래요……?”

갸웃하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근데 힘든 건 티 안 내는 게 제일 좋더라고요. 너네만 힘드냐고 그러는 사람들도 있고.”

“하긴. 별 사람이 다 있지.”

“통상적으로 힘든 건 저희끼리만 아는 게 좋은 거 같아요. 팬분들한테도 별로 안 좋아서.”

재미있고 좋은 것만 봐야 더 재미있고 그러지.

내가 저 사람을 좋아하던 시기에 저 사람은 그때 힘들었다, 그런 걸 알면 괜히 마음만 불편하고 그럴 뿐이다.

그리고 마음이 불편해지면 사람들은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기 마련이다.

“일단 저희가 빡세게 해야 다른 분들에게도 파이팅할 명분이 생기는 거니까. 그죠?”

“그래…….”

“자! 퇴근은 내일 아침입니다! 흐하하하하! 내일 아침 메뉴로 좋아하시는 해장국 시켜 드릴게요.”

“예이…….”

“동생들!”

“와아아아아아…….”

멤버들과 프로듀싱 팀의 성원에 힘입어 신규 타이틀곡 Coin은 빠른 속도로 제 모습을 갖췄다.

그렇게 2월 초가 빠르게 흘러갔다.

TF팀은 신규 매니저들 교육과 앨범 제작에 분주하고, A&R팀은 곡을 공모하고, 프로듀싱팀은 갈리고.

저마다 맡은 일을 정신없이 처리하는 가운데 또다시 일요일이 찾아왔다.

-‘사람이 간다’ 매니저 특집.. “과연 오늘은 무슨 일이?”

바로 2부로 나뉜 <사람이 간다>의 매니저 특집 후편이 방송되는 날이었다.

*   *   *

거의 3일 정도 날밤을 새워 가며 일을 한 후.

동생들과 휴게실에 널브러져서 과자를 우물거렸다.

대충 소파에 눕듯이 앉은 다음에 배 위에 과자 봉지를 올리고, 배고플 때마다 봉지를 들어 올려서 과자를 먹는 식이었다.

“과자 좀 그만 흘려요…….”

“봉지를 들 기력이 없다.”

“몇 살이야. 다들 진짜.”

리혁이가 빗자루를 들고 우리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고, 우리가 에이잉 하며 몸을 비비적거리는 동안.

채널을 돌리면서 TV 속에서 태현이의 유니세프 광고를 볼 때였다.

“음……?”

중현이가 귀를 쫑긋하더니 말했다.

“누구 오는데요.”

“누구?”

“모르겠는데 발걸음이 좀 낯설어요. 처음 듣는 소리들이랑 으음… 민기 형이 섞여 있는 것 같은데.”

대충 짐작이 가는 터라 빠르게 몸을 일으키고는 과자를 톡톡톡톡 털어 냈다. 입가를 문지른 다음에 2인 1조로 얼굴을 체크했다.

비주와 내가 서로를 마주 보았다.

“없음.”

“형 오른쪽 입가 아래요.”

“오키.”

방송국에서 후배 아이돌들이 인사하러 들어오기 전에 그러하듯이 변신을 마치고 기다렸다.

달칵.

문이 열리고 네 남자가 들어왔다.

“어. 여기 있었네.”

맨 앞에서 걸어온 민기 형의 뒤로 뉴블랙 로고가 새겨진 후드티를 입은 세 남자가 쭈뼛쭈뼛 들어왔다.

뭔가 익숙한 풍경.

행정병으로 복무할 적에 첫 전입 받은 신병들이 저런 표정으로 들어오곤 했다. 막대기처럼 곧추선 자세로 뻣뻣하게 걸어들어오면서 눈동자는 데굴데굴 굴려 가며 눈치를 보는.

옆구리에 근무 수첩까지 챙겨든 모습까지 정말 신병 같았다.

“여기는…….”

짐짓 경력 있는 매니저처럼 웃던 민기 형이 말했다.

“이제 곧 투입될 신규 매니저들이야. 인사들 나눠.”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십니까……!”

바짝 긴장한 얼굴을 한 세 매니저가 우리를 바라보고 눈을 부릅떴다.

민기 형이 웃으며 말했다.

“다들 연예인을 처음 봐서 그래.”

그러곤 매니저들에게 말했다.

“너무 낯가리지 않아도 돼. 우리 애들 TV에서 보는 거랑 똑같으니까.”

“잘 부탁드려요~!”

“우리 멤버들 이름이야 전 국민이 알고 있을 테니 생략하고. 각자 자기소개 좀 해 줘.”

세 매니저가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눈치를 살피더니 가장 목청 좋은 분부터 나섰다.

“경민수라고 합니다. 경호학과 나왔습니다.”

“와아아아아!”

우리가 물개 박수를 치면서 그제야 다른 분들도 자기소개를 했다. 안경을 쓴 차분한 인상의 20대.

“오종완이라고 합니다.”

“김지운입니다.”

차례대로 민수 씨, 종완 씨, 지운 씨.

상호 존대로 호칭은 일단 누구 씨로 하기로 했다.

그런 소개를 끝낸 가운데 우리가 민기 형에게 물었다.

“자리 비켜 드려요? 혹시 연수하셔야 되는 거면…….”

“아니. 같이 있어도 상관없을 거야. 오늘은 시청각 교육하려고 데려온 거라서.”

“시청각 교육이요?”

“응. 사간 매니저 특집.”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돌이 매니저로 출연한 예능을 신규 매니저 교육용으로 쓴다는 발상에 웃음이 나왔다.

“이걸요?”

“응.”

민기 형이 진짜라는 듯 말했다.

“너희가 엄청 잘하기도 했고 그래서, 이 친구들도 직접 보면 이해가 더 쉬울 것 같더라고.”

“1화 보고 정말 감탄했습니다.”

굵직한 목소리의 민수 씨가 끼어들었다.

“뉴블랙… 님들이 너무 잘하셔서, 저희가 보고 배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개그는 따라 할 수 없겠지만 일은 열심히 배워 보려고 합니다.”

“아…….”

굉장히 진지하신 분이었다.

농담인 듯 아닌 듯해서 어느 타이밍에 웃어야지 하다가 타이밍이 지나가 버리는 그런 말투였다.

중현이가 푸근하게 웃으며 물었다.

“과자 드실래요?”

“예. 감사합니다.”

매니저들이 어색하게 과자 봉지를 뒤적뒤적하는 가운데 주세한이 끝나고 사간이 시작됐다.

저번 주에 이어서 바로 스트릿 보이즈의 장면부터 나왔다.

내가 예능을 따왔다는 장면이 나오면서 [1시간 전] 하는 자막이 흘러나왔다.

-그때 뵙고 정말 오랜만에 또 뵙는 거 같아요.

-그러네.

내가 작가님과 살가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짧게 나오면서 스케줄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다.

민기 형이 말했다.

“방송국 직원들한테는 저렇게 인사하는 거야. 저기 주선우 실장이 하는 대로 정중하게. 너무 굽실거리는 느낌은 오히려 안 좋고.”

신규 매니저들이 펜을 들었다.

“정중하고 예의 있게….”

“저렇게 스케줄 끌어오는 건 거의 없는 일이긴 하니까. 저건 실장급 매니저의 영역이야.”

“실장급 매니저의 영역….”

저기, 저는 아이돌인디요.

“저건 나도 못해.”

“팀장님도 못함….”

“그거까지 메모하진 말고.”

그나저나 왜 이렇게 웃음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민기 형이 한마디 할 때마다 ‘메모…’ 하면서 진지하게 작성하는 모습들이 뭔가 웃겼다.

곧이어 음악 방송의 사녹 장면이 흘러나왔다.

종완 씨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카메라가 되게 많네요…….”

“보다 보면 눈에 서서히 익으실 거예요.”

우리가 살짝 설명해 주었다.

“센터에 고정된 게 메인 카메라고, 양옆이 클로즈업 두 대. 저 셋을 스탠다드 카메라라고 하는데, 저기 서 있는 감독님들이 제일 고참이세요. 피디님 다음으로 현장에서 파워가 제일 강하신 분들이고….”

양끝에 지미집 두 대. 위에서 찍는 부감을 말해 주고.

감독님들이 몸에 달고 뒷걸음질 치는 스테디캠을 비롯해 레일 위를 달리는 이동차 카메라를 설명해 줬다.

“저건 고속 카메라라서 격한 안무 슬로우로 잡을 때 좋아요. 노출 있는 의상 찍을 때 저걸로 주변 슥 찍으면서 못 본 척해 주기도 하고.”

막내가 해 주는 설명에 필기를 하는 매니저 분들의 손이 불이 났다.

나중에 음방 뛰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고 말을 해 줬지만 일단 모든 걸 기록하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그러는 동안 TV 속에서는 세레니티와 스보의 장면이 번갈아가면서 나왔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에이플비 케빈이라고 합니다. 부족하지만 여러모로 잘 부탁드립니다.]

걸그룹과 있다는 상황 때문인지 정신이 번쩍 든 은성이가 정상인처럼 매니저 활동을 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하고.

우리가 스트릿 보이즈의 팬사인회에서 어색하게 있는 장면들이 흘러나왔다.

다시 생각해도 어색해서 웃음을 터뜨리고 시청하고 있을 때.

“딱 보고 배워. 정말 매니저의 정석대로 일을 하고 있으니까.”

“예. 팀장님.”

“저대로만 따라 하면 돼. 솔직히 저 정도만 해도 매니저 중에서는 S급이라고 할 수 있는 거니까.”

민기 형의 그런 말에 우리가 속으로 꺄르륵 웃을 때였다.

[한조 씨.]

[네?]

[혹시 단막극 관심 있으세요?]

[네……?]

단막극 대본과 함께 드라마국 감독님을 데려온 내 모습에 매니저 분들이 눈을 깜빡거렸다.

지운 씨가 소심하게 입을 열었다.

“혹시 저것도…….”

“아니.”

민기 형이 아련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렇게 하는 건 실장의 영역이야. 아직 팀장인 나에게는 먼….”

“근데 우주 씨는 아이돌이시잖아요…?”

“…….”

“죄송합니다.”

“아니야…….”

서글픈 눈으로 먼 곳을 바라보는 민기 형의 모습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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