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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93)화 (593/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93화

비슷한 시각.

TV를 시청하고 있던 아이돌 팬들은 식겁하고 있었다.

‘뭘 또 가져와?’

지난번에는 예능 스케줄을 가져오더니 이번에는 단막극 스케줄을 가져왔단다.

‘일주일 만에 스케줄을 두 개나…….’

감탄하려던 아이돌 팬들이 멈칫했다.

시간 계산이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방송 회차로는 2주 차였지만 방송 내적으로 따지면 이틀에 걸쳐 이뤄진 일이었다.

그러니까 따지자면 일요일에 예능 스케줄을 가져오고 월요일에는 단막극을 가져온 거였다.

“쟤 지금 스케줄 가져온 거야?”

“어떻게 했지?”

일반인 시청자들도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웃음을 터뜨릴 때.

온라인 반응도 비슷하게 흘러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장니뮤ㅠㅠㅠㅠㅠ

-어케 한 거지??? 아니 어케했냐

-이게 되네

-진짜 실장님이냐곸ㅋㅋㅋㅋ내가 미쳐 진짜

-???: 실장이니까 실장 직급의 일을 할 거예요

-오명한이면 유명한 사람 아님?

-ㅇㅇ 미니시리즈 하던 사람이긴 한데 극본 좋으면 이것저것 하고 그래. 대본이 꽤 좋았나봄

-그냥 스케줄도 아니고 실한 걸 물고 왔네

-아글쎄 제비가 1톤짜리 박씨를 물고 왔다니까

PBS 드라마국에서 꽤 입지가 있다는 감독이 맡은 단막극.

신인 연기자라면 누구나 눈독을 들일 만한 기회였다.

‘저 정도면 4대 기획사 실장급이 자기 아이돌 써 달라고 달라붙어야 겨우 성사됐을 수준 같은데…….’

어떻게 한 것인지 궁금해하는 아이돌 팬들과 시청자들에게 친절한 설명이 흘러나왔다.

[1시간 전]이라는 자막.

제작진과 함께 PBS 예능국을 방문한 주선우 실장의 모습이 흘러나왔다.

코트를 흩날리며 우아하게 등장하는 주선우 실장.

[안녕하세요~!]

휘릭~ 한 바퀴 회전하더니.

[우주 왔어용~!]

둠칫둠칫 춤을 추며 예능국 사람들에게 애교를 부리는 주선우 실장이었다.

“저거도 영업직이구만.”

“왜 내가 공감이 가냐.”

“실장급이라는 게 그냥 영업직이구만…….”

전국의 회사원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화면 속 아이돌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는 가운데.

박장대소하는 PBS 예능국 직원들의 모습에 모두가 납득했다.

‘인정.’

그냥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폭포수처럼 흘러나오는 얼굴이었다.

눈코입이 오밀조밀하게 어우러진 미모. 눈이 반달처럼 휘어지면서 콧대가 슥 올라가고 입매가 움직이는데…….

맞은편에 앉아 하루 종일 들여다봐도 안 질릴 법한 미소였다.

그런 사람이 와서 활짝 웃고 있으니 누구든 저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우주 씨. 오랜만~]

미스터 프로듀서의 제작진이 기쁜 얼굴로 반겼다.

잘 지내셨냐부터 시작해서 물 흐르듯이 대화를 이끌어 가던 주선우 실장이 예능국에 CD를 돌렸다.

[스트릿 보이즈 앨범 홍보하러 왔습니다. 저희 아이들 노래 엄청 좋으니까요. 시간 되실 때 한 번…….]

[흐하하하하!]

[왜 그렇게 웃으세요? 저 진심으로 하는 거예요.]

작가 중 한 명이 말했다.

[맞아. 우주 씨, 이미 스케줄도 한 건 따냈다며.]

[벌써 소문이 퍼졌어요?]

[이 동네에 비밀이 어디 있겠어. 근데 어디 스케줄이야?]

Inc 스케줄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으로 신무록 피디와 예능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더니.

[감사합니다. 피디님.]

자기네 스케줄도 하나 따 갔다.

미스터 프로듀서에서 특별 무대를 한 번 하는 식으로.

“이야…….”

“무인도에 떨어져도 쟤랑 같이 있으면 굶어 죽을 일은 없겠다.”

“뭘 해도 됐을 애라니까.”

그러고는 스트릿 보이즈의 스케줄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오명한 PD를 소개받는 내용이 흘러나왔다.

수플레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장하다. 주선우.’

지난주부터 안티들의 레퍼토리가 하나 있었다.

아무리 체험 예능이라고 해도 스케줄을 따오는 것이 말이 되느냐, 이건 조작이다 하면서 난리를 엄청 쳤는데.

보란 듯이 두 번째 영업으로 그걸 증명하는 주선우 실장이었다.

-주작무새들 입장해 주세요

-이새기들 맨날 뭐 증거 있는 것처럼 그럴싸하게 말하는데 입장하라고 하면 맨날 텅텅콘임

-사간 제작진도 열 받았나봄ㅋㅋㅋㅋ 비하인드 영상까지 푼다는 거 보면

-조작을 뭣하러 하겠어,, 평소처럼만 있어도 조작논란이 뜨는 애들인데

-리얼리티에서 갈매기를 잡았다(O) 자동차와 같이 달렸다(O) 라이브 도중 복식호흡으로 단추를 터뜨렸다 (O)

-우리 주선우 너무 일 잘한다ㅠㅠㅠㅜ

-작곡천재가 영업천재였던 건에 대하여

수플레들이 흐뭇한 미소로 아이돌 팬들의 반응을 살폈다.

대다수가 비슷한 반응이었다.

-검은소와 누렁소 중에 누가 일을 잘하냐? 검은소임. 왜냐면 뉴‘블랙’이기 때문

-와 1일 1스케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산타클로스님 다음 크리스마스선물은 저의 최애에게 주선우 실장을 내려 주세요ㅠㅠ

-안 되면 7등분이라도 해서..

-진짜 열 매니저 안 부럽다

-이거 원래 취지가 매니저의 고됨을 체험하는 건데 뭔가 취지가 이상하게 바뀌어가는 거 같음ㅋㅋㅋㅋㅋㅋㅋ

-매니저분들 힘내세요! -> 매니저분들 힘내셔야지..?

-(‘저는 토니 스타크가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과학자 짤) 매니저들: 저는 주선우가 아닙니다ㅠㅠㅠㅠ

-답답하면 니들이 뛰어 보든가? 그래서 뉴블랙은 뛰었습니다

-오 세레니티 나온다 존예

저마다 자기 기획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주선우 실장이 왔으면 좋겠다는 드립을 치고 있었다.

마치 야구 시구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쯤 돼서 제일 궁금한 것]

(박태준 회장이 양손에 돈 다발을 들고 있는 사진)

이 노인네는 대체 왜 주선우를 방출했는가

실력이 모자랐는가? (X)

작곡을 못하는가? (X)

매니저를 못하는가? (X)

연기를 못하는가? (X)

그야말로 미스터리임

-ㄹㅇ 노이해

-선우주 김우주 우주선 주선우 다 방출했네

-최고의 가수겸 배우겸 작곡가겸 매니저를 방출함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돌 말고 싱어송라이터로만 키웠어도 지금쯤 뉴욕에 TJ 타워 세웠음

-아이고 영감님 속 많이 쓰리겄다ㅋㅋㅋ

-3년전만 해도 케이팝 최고 전문가 느낌이었는데 어째 나날이 재평가되는 건지

-회장님 주식 좀 그만해ㅠㅠㅠ

TJ 엔터테인먼트의 박태준 회장을 놀리는 글들과 함께 레몬 엔터에 대한 글도 올라오기 시작했다.

[재평가 시급한 인물]

(새하얀 치아와 머리를 동시에 빛내는 박규호 대표)

정산 완벽한가? O

돈 넣고 아무것도 안 하는가? O

사람을 잘 보는가? O

스스로 빛을 내는가? O

그저 빛

-빛: 저를 규호라고 불러 주세요

-빛규호ㅠㅠㅠㅠㅠ

-근데 재평가라고 하기엔 규호 최근에 평 좋았긴함..ㅋㅋ

-규호가 보면 볼수록 장국? 암튼 그거긴 함

-진국이겠지..

-돌판에서 덕질하다 보니까 젤 좋은 게 돈만 쓰는 대표더라. 괜히 실무자들 일하는 데다 이것저것 던지고 그래서 이상해지는 거 많이 봄

-그것도 다 교훈을 얻고나서 빠진거야ㅠ 우리 팬덤 이름 커튼이란 말이야

-아앗

-스칼렛 팬들은 할 말이 많지 응응

-근디 뉴블랙 쪽도 규호가 알아서 빠졌다기보단 우주선의 파워가 강력해서 그런 것

-???: 대표님 오라고 하세요

뜬금없이 기획사들 대표에 대한 이야기가 불이 붙는 가운데.

그중에서 가장 흥분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스트릿 보이즈의 팬들이었다.

‘미쳤다…….’

주세한 출연을 제외하고 7개월 동안 지상파 예능 1개였는데.

주선우 실장이 거쳐 간 이틀 만에 HBS 인기 예능이 하나 생겼고, 멤버 중 하나는 유명 감독의 단막극 출연이 잡혔다.

처음에는 재미있게 이야기만 오간 건가 싶었는데.

-PBS 오명한 PD, “한조 캐스팅 완료.. 곧 촬영 들어갈 것”

-PBS 단막극 ‘디어 마이 펫’ 주인공으로 스트릿 보이즈 한조 캐스팅.. ‘3월 초 공개’

-수의사와 펫의 우정을 다룬 이야기 ‘디어 마이펫’.. 관전 포인트는?

아예 캐스팅까지 확정되어서 촬영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떴다.

마찬가지로 HBS의 Inc도 조만간 강원도에 있는 리조트에서 특집 촬영이 들어간다고 하고.

그것도 그냥 출연하는 예능이 아니었다.

‘완전체 예능이라니.’

9인조 아이돌의 비애였다.

워낙 인원이 많아서 예능 측에서 완전체로는 잘 안 불러 주는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가더라도 몇 명씩 나눠 나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멤버 모두가 참여하는 추격전 예능이었다.

벌써부터 콘크리트들의 마음이 콩닥거리면서 긴 숨이 흘러나왔다.

‘진짜 이런 스케줄을 어떻게…….’

이전까지 뉴블랙의 이미지는 옆집에 사는 이웃집 가족의 전국 수석 아들 같은 느낌이었다.

애들끼리 친하니까 좋다~ 하는 정도.

소처럼 일만 하는 다른 아이돌과의 친목이라 좋은 게 좋은 거다 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매니저 예능으로 무언가 느낌이 달라진 듯했다.

[우리가 이번에 제대로 케어해 준다.]

[너희 깜짝 놀랄걸?]

호언장담했던 대로 근사하게 매니저 스케줄을 마친 뉴블랙.

<사람이 간다>의 예능이 후반부에 이르면서 주선우 실장의 인터뷰 컷이 흘러나왔다.

[솔직히 저도 좀 낯가림이 없진 않거든요. 하지만 일이잖아요. 이번에 제대로 매니저를 해 보자는 마음으로 무작정 많은 분들을 찾아뵈려고 노력했어요. 가서 인사도 드리고… 방송에는 안 나갔겠지만 사실 거절도 꽤 당했고요.]

중간중간 현장에서 머쓱하게 웃으며 뒤통수를 긁적이는 우주의 표정이 회상 장면처럼 흘러나온다.

[그런데 아마… 매니저 분들의 일상이 이렇지 않을까 생각해요. 기회가 한 번 찾아올 때까지는 매일 거절의 연속이잖아요. 그런데 그 기회 하나가 너무 커서… 거절당하는 게 무서워도 감수하게 되는 거 같아요.]

어느 기획사의 휴게실에서 신규 매니저들이 마음가짐… 하면서 메모를 하고 있을 때.

스트릿 보이즈의 팬들에겐 뉴블랙 리더의 말이 와 닿았다.

중소 기획사의 아이돌을 덕질하면서 기회라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친구들에게 좋은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도록 이번 체험 기간 동안 노력했다는 듯했다.

주선우 실장이 미소를 지었다.

[스케줄 가져왔을 때 이 친구들 표정을 보니까, 정말 이래서 매니저 생활을 하는 보람이…….]

[형. 우리 가수예요.]

[아. 가수지. 그래. 어… 매니저 체험을…….]

매니저 역할에 과몰입해서 후우- 하고 숨을 내쉬는 주선우 실장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콘크리트들이 미소를 지었다.

-기회 얘기할때 눈물 핑 돌았다ㅠㅠㅠㅠㅠ

-뉴블랙은 늘 진심이었구나

-오늘 방송 보면서 느낀 건데 우리 애들은 멤버운도 좋지만 연예계에서 동료운도 진짜 좋은 거 같음

-찐친이라는 게 여러 의미로 찐친인거 같다

-우정 영원해라

-나 친목 그런 거 항상 별생각 없는데 진짜 좋은친구들임.. 저런 친구들 하나 있음 부러울게 없음

-애들 마음씨 진짜 곱다ㅠㅠㅠㅜ

-다른 회사 아이돌도 저렇게 힘을 쓰는데ㅠ.. 현식이는 해외투어에만 정신이 팔려 가지고

-아이 싯팔 회사생각하니까 다시 또 빡치네

울면서 수플레들에게 ‘도로가 될게요.’, ‘석유가 될게요.’ 했던 콘크리트들이 DNS 미디어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점프한 콘크리트들이 공룡을 뜯으며 포효하는 가운데.

옹기종기 모여 있던 거대한 수플레들도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항상 저희에게 기회를 가져다주는 매니저 형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저희는 사실 멤버들 덕분에 행복할 일이 많아요. 우리 멤버들에게 정말 아낀다는 말을 해 주고 싶네요.]

매니저와 가수가 서로에게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듯한 방송이었다.

데뷔 초창기부터 함께 해 왔던 두 매니저.

팬들 사이에서 좋은 매너로 이름이 알려진 매니저들인 만큼, 두 매니저에게 주어지는 가족여행권에 미소를 지었다.

-리사조아 매니저님 행복하세요

-리사조아♡

-울 원석 매니저님이랑 리조 매니저님ㅠㅠㅠㅠ 행복하세요

-근데 숯불들아 저분은 왜 리사조아야??

-유구한 역사가 있지

곧이어 연예계 관련 커뮤니티에 [서민기 매니저의 별명이 리사조아가 된 이유]하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물론…….

“으아아아아!”

“우유빛깔 리사조아!”

“저리 가!”

“사랑해요 리사조아!”

“야! 너네 신입들 있는 데서 이럴 거야. 진짜?”

어느 5인조에게 추격당하는 당사자의 입장에선 전혀 좋은 일이 아니었다.

*   *   *

<사람이 간다>의 매니저 특집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주세한보다는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애초에 주세한보다 한참 떨어졌던 평소 시청률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성장이었다.

최근 두 달간 방영분 중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이라는데.

그에 걸맞게 반응도 좋았다.

-‘이것이 진짜 매니저’.. ‘사간’ 출연 뉴블랙에 “호평 일색”

정말 일만 하고 와서 잔잔한 내용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좋게 본 것 같다.

석환 형이 우리에게 여러 반응을 요약해서 말해 주었다.

“오히려 일만 해서 반응이 좋은 것 같더라고.”

“……?”

“너희도 알겠지만 최근에 그런 시선들이 있긴 했어. 너희가 예능 나오는 것마다 다 잘 되고 앨범도 잘 되니까. 좀… 너희가 노력하는 걸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나왔거든.”

“날로 먹는다는 거네요.”

리혁이의 요약에 석환 형이 긍정했다.

“이번 방송으로 그런 반응들이 꽤 들어갔어. 원래 연예인들 잘 되기 시작하면 그런 거 나오잖아. 저게 뭐 별거냐, 쟤네는 쉽게 산다, 하는 식으로.”

“그렇지.”

“뭐. 일부 반응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그런 반응들이 있긴 했다는 거야.”

뉴블랙 TV를 비롯해 여러 방송에 출연하면서 노출도가 높아지고, 그로 인해 몇몇 대중들의 피로도가 상승하면서 생긴 일이었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안 좋아하는 사람도 생기는 법이니까.

쟤네는 뭔데 저렇게 방송에 쉽게 나오고 그러나, 하면서 불만을 품었던 사람들의 말수가 적어졌다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뉴스 댓글 반응들도 좋았다.

-저 잠깐 매니저 한다고 밤샘회의하는 거 보고 감탄스럽네요. 진짜 열심히 사네요

-국민 아이돌도 거저 먹는 게 아닌듯

-생각해 보면 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온 애들이니..

-늘 열심이어서 호감ㅎㅎㅎ 파이팅!

-우주가 리더 자리에 오른게 진짜 고스톱으로 딴게 아니구만.. 아니다 고스톱으로도 딸 수 있었겠는데

“잠깐 진지한 걸로 이렇게 평이 좋다니….”

비주가 흐뭇하게 웃었다.

“이래서 평소에 웃겨야 하나 봐요.”

“그러니까 말이야.”

“원래 만화에서도 개그 캐릭터가 진지하게 검 휘두르고 그러면 인기 폭발하고 그러잖아여.”

“흐하하하핫!”

꺄르륵 웃으며 사람들의 반응을 즐겼다.

우리 위주로 반응을 살피긴 했지만 함께 열일했던 세레니티와 사간 출연진에 대한 호평도 만만치 않게 가득하다.

사간에서 보았던 특집 중에 가장 좋았다나.

그 때문에 TBC 측에서 매니저 관련 예능을 런칭할 거라는 소식도 들려왔다. 아마 올해 추석 때 파일럿 예능 식으로 간을 보고, 그다음에 정규 편성하려는 계획인 듯했다.

“자, 특집 성공을 축하하면서 박수 세 번 시작.”

“짝짝짝!”

행복하게 웃으며 다시금 일로 복귀했다.

앨범 제작을 진두지휘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중간에 당황스러운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88위요?”

“응.”

“……?”

지난주에 빌보드 Hot 100에서 99위였던 도깨비가 88위에 올랐다는 소식이었다.

아마 <앨런 데일 쇼>에서 녹화했던 도깨비 무대가 나가면서 유입이 좀 늘어난 것 같다.

이게 최고치일 것이고, 아마 다음 주에는 순위가 내려갈 것 같다고 하는데…….

“설마 다음 주에 99위는 아니겠지.”

“에이~ 아니겠죠~”

111위-99위-88위로 이어지는 묘한 순위를 볼 때마다 도깨비가 농간을 부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성적도 진짜 도깨비스러웠다.

어쨌거나 미국 메인 차트에서 들려온 희소식에 얼떨떨함과 행복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한편.

“……왔다.”

“결국 왔구나. 이날이.”

마침내 그날이 왔다.

바로 우리 막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날이었다.

“형들~ 진짜 오늘은 중요한 날이니까 이상한 거 하지 마요. 알았죠?”

“안 해.”

“진짜 강조하는 거예요. 저 애들이 놀리고 그러는 거 싫단 말이에요.”

“안 한다니까.”

전날부터 근심 가득한 얼굴로 강조하는 막내에게 우리가 말했다.

“그리고 뭘 걱정해? 졸업식에서 무슨 별일이 있겠어?”

*   *   *

다음 날 새벽.

아이돌 팬들과 각계각층에서 보낸 화환들이 예술고등학교의 앞마당을 채우고 있을 때.

운동장에 대형 트럭이 하나 들어왔다.

“어?”

“음?”

화환을 내려놓던 배달 기사들이 고개를 돌렸다.

무언가 거대한 것을 싣고 온 트럭의 모습에 학교 수위가 놀라서 뛰어나오고, 배달 기사들의 눈도 커졌다.

“저게 뭐야……?”

삐이- 삐이- 하는 소리를 내며 후진하던 트럭이 멈추더니… 그 안에 담긴 거대한 것을 내려놓았다.

무려 여섯 명의 직원이 달려들어 설치하는 물건.

화환이라기보다는 크리스마스트리에 가까운 3미터짜리 나무가 새벽하늘 아래 노래방 조명을 내뿜었다.

“…….”

그와 함께 반짝이는 알파벳 조명.

[졸업을 존나 축하한다. Mr. WANG.]

[From. 헤일리 블루]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눈을 깜빡깜빡했다.

“…….”

“…….”

시작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고 있는 예술고등학교의 졸업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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