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99)화 (599/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99화

한국의 수플레들이 영상을 발견했을 때보다 한참 전.

처음 영상을 발견한 것은 몇몇 호주인들이었다.

‘이건 뭐지?’

시드니의 공원에서 누군가 길거리 공연을 하고 있었다.

우쿨렐레를 든 미남 듀오가 기타를 든 노인과 합주를 하며 노래를 부르는 영상.

[안녕하세요. 우리는 한국에서 온 가수들입니다.]

생글거리며 웃는 미남의 미소를 홀린 듯이 보는 것도 잠시.

이윽고 이어진 연주에 감탄이 흘러나왔다.

‘프로들인가?’

우쿨렐레가 저런 소리를 낼 수 있는 악기인지는 처음 알았다. 은근히 리듬감 있게 들어오는 캐스터네츠도 그렇고.

모자를 눌러쓴 노인이 연주하는 기타는 말할 것도 없었다.

서로 잘 모르는 사이 같은데, 몇 주간 만난 사람처럼 합주하는 모습이 신기하다.

‘재즈 같네.’

살짝 엇박자가 나면서도 악기들끼리 서로 밀고 당기는 긴장감이 묘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노래가 시작되었을 때.

“워…….”

근사한 목소리에 절로 침을 꿀꺽 삼켰다.

호주 최고의 인기 가수 에일로의 My Sunshine을 완벽하게 자신만의 색으로 재해석한 커버 무대였다.

바닷바람에 가수의 앞머리가 살짝 흩날리는 분위기마저 완벽하다.

‘너무 잘 부르는데?’

그 목소리를 들었는지 영상 속에서도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는 게 보였다.

곧이어 부드러운 미성으로 시작한 보컬이 다채로운 음역대를 넘나들기 시작했다.

조랑말의 죽음을 이야기할 때는 낮게 속삭이기도 하고.

고음이 올라갈 때도 흔들림이 없었다.

후렴구가 흘러나올 때는 우쿨렐레와 기타가 원곡 특유의 전자음을 유쾌하게 표현했다.

‘대박인데?’

빠져들듯이 무대를 감상한 호주인들이 미소를 짓고 있을 때였다.

휘이이잉.

영상 속에서 강풍이 불면서 기타를 연주하고 있던 노인의 모자가 벗겨져 날아갔다.

바로 그때 캐스터네츠의 미남이 촙- 하고 모자를 붙잡으면서 박수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현장과 다르게 온라인으로 보고 있는 호주인들은 눈을 큼지막하게 떴다.

‘뭐야. 다들 저 사람이 누군지 모르나?’

지금은 어마어마한 부자나 구단주로 더 이름이 알려져 있지만, 전설적인 록 밴드 Devil Grills의 기타리스트 글렌 데이비스였다.

롤링 스톤에서 선정한 100대 기타리스트에 든 인물.

공연만 하면 난리법석을 피우다시피 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카리스마 넘치는 뮤지션이었다.

‘아니.’

영상을 보던 누군가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왜 아무도 모르는 거야?’

납득이 안 가는 건 아니었다.

덥수룩한 수염을 기르고 낡은 옷차림을 하고 있었으니까. 동네 술집 단골손님 같은 차림새긴 했다.

‘……그래도 어떻게 한 사람도 못 알아보냐.’

외국에서 온 가수들이야 모를 수 있지만, 현장에 있는 호주인들조차 모르는 분위기가 갑갑했다.

심지어는.

[다음 곡은 호주의 전설적인 밴드 데블 그릴스의 Hell, Billy입니다.]

[콜록!]

[어르신. 괜찮으세요? 사레가 들리신 것 같은데.]

[난 괜찮네!]

원곡자인 기타리스트가 연주를 하고 있는데도 다들 와아아 하며 감탄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정말 아무도 그가 누군지 모르고 있었다.

오히려 외국 가수가 중간중간 의구심을 가진 듯한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보곤 했다.

‘세상에.’

그렇게 답답한 마음으로 영상을 시청하던 누군가가 트위터를 켰다.

@Timi_Wimy

글렌 데이비스가 버스킹을 하고 있는 영상을 보고 있는데 완전 답답하네.

세상에.

어떻게 아무도 ‘그’를 못 알아볼 수가 있지? 한 명도?

그것이 시작이었다.

영상을 확인한 이들이 리트윗을 하고, 그것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조회수가 쭉쭉 올라가기 시작했다.

‘글렌 데이비스가 버스킹을 해?’

현재는 호주 인기 풋볼 구단의 구단주로도 유명한 락 밴드 전설의 길거리 공연.

누구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바이럴처럼 영상이 사방으로 퍼지는 한편, 영상을 시청한 이들은 하나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콜록!]

호주의 전설적인 뮤지션이 본인 곡을 어쿠스틱 기타로 연주하면서 묘한 표정을 짓는 장면 때문이었다.

글렌 데이비스가 얼떨떨해하는 표정이 압권이었다.

처음에는 낮선 땅의 젊은이가 자기 곡을 부드럽게 바꿔 부르는 모습에 오, 하며 입술을 움직이더니.

‘마음에 들었나 보네.’

이윽고 주름진 눈으로 활짝 웃으며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후배 뮤지션의 커버가 마음에 뜬 모양이었다.

마지막에는 애드립까지 넣어서 즐겁게 연주를 한다.

당사자가 너무나도 행복해하는 표정에 영상으로 보고 있는 사람들도 기분이 몽글몽글해지는 장면이었다.

-03:37 그가 웃을 때 나도 행복한 기분을 느꼈다

-저기 있는 사람들은 저게 얼마나 행운인지 모르겠지. 글렌 데이비스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면 억만금을 낼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 텐데

-나중에 내가 나이 들면 저런 할아버지가 되고 싶어 (웃는 이모티콘)

-흥미로운 사실: 글렌 데이비스는 과거 자신의 곡을 괴상하게 연주한 사람을 기타로 때려 체포된 적이 있다.

-내가 저 관객들이었어야 했어

-저 10대 소년들이 자기들이 같이 연주한 사람이 글렌 데이비스인 걸 알까? 반응이 너무 궁금해

댓글창이 복작복작해지며 조회수가 빠르게 상승하고.

상승한 조회수가 반영되어 호주인들에게 맞춤추천 영상으로 뜨면서 조회수가 더욱 올라갈 때.

처음에는 글렌 데이비스만 주목하던 시청자들이 하나둘 시선을 돌렸다.

‘이 친구들은 호주에서 살기라도 했나?’

호주인들이 좋아할 만한 곡들만 뽑힌 메들리였다.

너희들이 이거에 환장하는 거 잘 알아, 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선곡을 하는데 그때마다 신통방통했다.

특히나 그것이 즉흥적인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음… 잔잔한 곡을 연주했으니 이번에는 조금 신나게 분위기를 띄워 볼까요? 마리아 케인즈의 Take That 어떠세요. 선생님?]

[잠시 맞춰 보자고.]

[중현아. 가 보자.]

우쿨렐레와 기타가 합을 맞추고 바로 연주에 들어갔다.

마치 머릿속에 모든 노래에 대한 데이터가 다 있어서 필요할 때마다 뽑아내는 듯한 모양새였다.

핸드폰을 중간중간 보기는 하지만 심지어 가사까지 다 알고 있다.

‘프로 가수인가?’

그제야 이상한 점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뮤지션이 기타 연주를 하는데도 밀리지 않는 연주도 그렇고, 노래를 부르는 실력도 범상치가 않다.

사람의 마음을 어떤 식으로 흔들지 잘 알고 있는 보컬이었다.

-저 친구가 누군진 모르겠지만 진짜 재능이 넘치는 것 같아

-머릿속에 화성이 다 들어 있기라도 한 건가

-기분이 이상해. 뭔가 호주인들에게 뽕을 심어 주는 메들리야

-목소리 진짜 유니크하다

-plot twist: 알고 보니 저 친구들이 어마어마하게 유명한 가수들이었던 것

-후반에 들어온 다른 친구의 목소리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저 작은 몸으로 저 소리를 어떻게 내지

-어????? 뉴블랙이다!!!

이윽고 영상을 발견한 호주의 수플레들이 해당 가수가 누군지 댓글창에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설명을 읽던 호주인들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아. 헤일리 블루랑 같이 노래 부른 애들이 얘네야?’

그게 끝이 아니었다.

영화 <노스탤지어>의 Thousand Dreams도 같은 가수들이라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연관 영상으로 뜬 컨텐츠들을 클릭하니 진짜였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 뜨는 뉴블랙 TV라는 미튜브 계정.

‘얼라리?’

구독자만 수천만 명이었다.

뮤직 비디오도 1억 뷰를 넘긴 것이 종종 보이고.

무슨 불고기 파티를 연다고 수천 명이 휴게소에서 그들에게 환호를 하고 있었다.

‘…….’

거의 한국을 지배하는 듯한 인기를 바라보던 호주인들의 눈앞에 방금 전 영상이 떠올랐다.

[자네들이 가지게나.]

영상 속에서 가난한 뮤지션들에게 모자에 모인 돈을 내미는 글렌 데이비스의 모습이 스쳤다.

곧이어 베스트로 올라간 누군가의 댓글.

-저 친구들이 누군지 알고 나니 이번엔 글렌 데이비스의 반응이 궁금해졌다.

-지금쯤 기타 헤드에 스파이크를 박는 중일 수도 있어

-노인의 기타는 강하다구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보내고 있는 댓글들이었다.

*   *   *

한편.

한국에서는 수플레들이 영상을 발견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너네 거기서 뭐 해?’

여행 리얼리티를 찍으라고 보내놨더니 음악 프로를 찍고 있다.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겠는데 일단 기분이 좋았다.

영상 속에서 insane, amazing 같은 단어를 쓰며 침이 튀겨라 뉴블랙의 보컬을 칭찬하는 호주인들도 보기 좋고.

‘가는 곳마다 사건을 일으키는구나. 역시 나의 최애다.’

얼마 안 가 호주 메인 뉴스에도 얼굴을 비췄다는 소식에 기분이 흥겨웠다.

[오늘의 재미있는 이슈 코너입니다! South Korea에서 온 유명 보이밴드 뉴블랙이 시드니에서 길거리 공연을 했다는데요. 거기 있었던 깜짝 손님의 정체가 밝혀져 큰 화제가 됐습니다.]

호주의 국민 락 밴드 멤버 때문에 큰 화제가 됐다나.

한국에서는 ‘데블 그릴스? 어디서 들어 봤는데?’ 정도의 인지도였지만 호주에서는 굉장한 유명 인사인 듯했다.

아무렴 어떤가.

이번에 여행 찍으러 간 호주에서 반응이 왔다는 게 중요했다.

-뉴블랙은 힐링 뜻을 잘못 알고 있는 게 분명함

-ㄹㅇ 워킹 홀리데이

-댓글창에서 호주인들 국뽕 찬거 왜일케 웃기지ㅋㅋㅋㅋ

-낯선 나라의 가수가 호주 국민 노래 메들리를 다 아는 거예요

-저걸 머릿속에서 즉석으로 다 계획 짜고 노래 부르는 우주도 대단하다 진짜ㅋㅋㅋ

-버스킹을 해도 해외 토픽에 가는구나ㅋㅋㅋ

-높은 확률로 이제 렉카들 끼어듬

아니나 다를까.

한국의 미튜버들이 달려들었다.

-호주인들 반하게 한 미친 라이브 가수들의 정체?!

-뉴블랙 호주 반응 난리났습니다 설명해 드립니다

-글렌 데이비스 누구? 세계 3대 락 밴드 기타리스트 #락의 역사

평소처럼 난리법석을 피우는 이들을 보며 어휴 하던 수플레들이 뉴스로 시선을 돌렸다.

한국 뉴스에도 해외 토픽으로 등장하는 최애들이었다.

여행하러 가서 여행은 안 하고,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 다시금 웃음을 터뜨리고 있을 때였다.

-원곡자 분 공식 반응 떴다ㅋㅋㅋㅋ

기타 치는 할아버지가 SNS에서 라이브 방송을 했다는 모양이었다.

[그 친구들 여행비가 별로 없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나는 가난한 뮤지션인 줄 알고 있었지.]

수플레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나름대로 즐거운 경험이었어. 간만에 마음이 맞는 연주기도 했고. 한국에서 최고로 유명한 가수들이라고 하던데. 그런 가수들과 함께 공연을 하게 되었다니 의미도 있고.]

노인이 씩 웃자 주름진 눈이 부드럽게 휘어졌다.

[언젠가 한 번 연락하라고. 우리 가난한 뮤지션들을 위해 내가 식사 한 끼 대접해 줄 테니.]

수플레들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건 아니에요.’

‘도망쳐요. 할아버지!’

호주에서 저 영상을 보고 싱글벙글할 우주의 모습이 절로 그려졌다.

그러는 동안 글렌 데이비스의 공식 반응을 시작으로 SNS 등에 다른 가수들의 반응도 올라왔다.

My Sunshine의 원곡자도 트윗을 올렸다.

@Aiello

끝내주는 커버. 마음에 들어.

Blue Moon도 잘 들었다면서 언젠가 함께 노래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뉘앙스의 글이었다.

다른 가수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다들 은은하게 블루문을 언급하고 있는데, 뭔가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도 속내가 보여서 웃음이 흘렀다.

-자! 블루문 같은 곡을 내어 놓아라!

…하는 분위기였다.

수플레들도 체감하지 못했던, 빌보드 1위곡을 작곡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점차 와닿는 듯했다.

얼떨떨하면서도 흐뭇한 얼굴로 그런 반응들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소식이 퍼지고.

다음 날이 되어서는 전 세계의 수플레들이 와글거리며 꺄악! 하면서 불협화음을 내고 있을 무렵.

“음……?”

눈앞에 새로운 영상이 떠올랐다.

목소리 완전 끝내주는 길거리 공연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영상.

‘내가 못 본 게 있었나?’

혹여 버스킹 영상 중에서 놓친 게 있었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새롭게 뜬 영상.

이번엔 또 다른 배경이었다.

‘날짜가… 오늘?’

썸네일 속에서 본격적으로 5인조 아카펠라를 하는 최애의 모습에 수플레들이 눈을 깜빡였다.

‘대체 호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   *   *

“으하하하하!”

“꺄르륵! 꺅!”

“으히히히! 흐하하하!”

행복한 얼굴로 점심밥을 와구와구 먹는 뉴블랙 멤버들.

그런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제작진의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죽어 있었다.

“피디님.”

서브 작가가 피디를 바라보았다.

“이거… 맞나요?”

“그러게.”

“우리가 예상한 장면은 이런 게 아니잖아요.”

“그, 그치…….”

청춘들의 땀과 눈물이 가득한 좌충우돌 배낭여행기를 담고 싶었는데.

여행 2일차 분위기는 예상한 것과 완전 달랐다.

-그럼 어제 쓰고 남은 돈을 예산에 더하고. 나머지는 한 번 또 버스킹을 해 보겠습니다.

시드니에서 떨어진 지방 도시 레스토랑에서 잠시 공연을 하고 공짜 밥을 먹더니.

어제 번 돈으로는 택시를 탔다.

-그거 아시나요? 3보 이상은 택시라는 것.

-인정~

청춘들의 평범한 여행을 다루고 싶었는데.

어째 화면에 담기고 있는 건 재벌 청춘들의 호화로운 바캉스였다.

그 와중에 블루 마운틴 공원 관람을 마친 멤버들이 어느 도시로 이동하더니 지역 음악 페스티벌에도 참가했다.

「우승자는 보글보글 스폰지밥 노래를 부른 뉴블랙! 상금은 1,000 달러입니다!」

스폰지밥 노래를 아름다운 아카펠라로 개사해 100만 원 상당의 상금까지 쟁취한 뉴블랙이었다.

제작진이 혀를 내둘렀다.

“진짜 치사하다…….”

“프로가 일반인들 상대로 자비가 없네.”

거기에 펠리컨 먹이주기 대회에 출전해서 우승한 중현이까지.

“세상에.”

“펠리컨이 사람 말을 듣는구나.”

“총 상금이 얼마야? 여행 리얼리티 찍으러 와서 세금 계산하게 생겼네.”

주체적으로 여행비를 충당해서 호화 여행을 하는 뉴블랙의 모습에 제작진이 눈을 깜빡였다.

오디오 감독이 말했다.

“저번에 사간에서 매니저 할 때도 엄청 잘했다고 하지 않았어? 얘네는 진짜 뭘 해도…….”

“사막에 떨구면 석유 왕국 건설할 것 같아요.”

“애들 진짜 대단해.”

하나하나 흩어져 있으면 독특하다 정도의 느낌인데, 뭉쳐 있으면 괴상한 쪽으로 시너지를 발휘하는 뉴블랙이었다.

“잠시만요. 여기 근처에 동식물 맞추는 퀴즈 대회 있거든요? 거기에 나랑 중현이 형이 나가면 될 것 같아요.”

리혁이 매의 눈으로 정보를 츄웁 빨아들이고.

“어디로 가야 되지.”

“비주 형을 돌려 봐요.”

“그러자.”

“가라. 비침반!”

제작진이 방향을 안 알려 줄 때도 비주를 빙글빙글 돌리는 멤버들이었다.

비주가 비틀거리며 서쪽을 향해 가자 멤버들이 동쪽을 향해 걸어가서 정확하게 방향을 찾았다.

“힘쓰는 거 하나 봐여. 중현이 형!”

“갈게.”

쿠르르르 쾅쾅!

“이상한 거 한다! 가라 선우주!”

“할머니! 내게 힘을 보내 줘!”

투탕! 탕탕탕!

졸개들의 응원에 힘입은 마왕이 출동해서 무언가 거대한 돈이나 물건들을 가져오고 있었다.

“와아아아아아! 잘했어요! 잘했어!”

“나 잘했어?”

형들을 부추기는 막내는 뒤에서 웃고 있고.

제작진의 흐뭇하게 웃었다.

‘나도 모르겠다.’

여행 2일 차.

나머지 5일 동안 여행할 돈을 하루 만에 다 벌어 버린 뉴블랙의 모습에 제작진은 봉투를 꺼내 들었다.

“이건 무슨 봉투예요?”

“추가 예산이야.”

“갑자기요?”

“응…….”

제작진이 애처로운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랑 게임 좀 하자….”

“두더지 잡기 한 번만. 그냥 돈 줄게.”

“이거 이미 만든 거라서 써야 된단 말이야…….”

“흐하하하!”

제작진의 슬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뉴블랙 멤버들은 평소처럼 꺄르륵 웃어댈 뿐이었다.

*   *   *

여행 2일차는 몹시도 즐거웠다.

오전에는 블루 마운틴 국립공원에 가서 나무도 구경하고, 신기하게 생긴 도마뱀 같은 동식물도 구경하고.

오후에는 근방 소도시들을 돌아다녔다.

여름이라 그런지 이런저런 축제들이 많았는데 그 덕분에 많은 상금을 벌 수 있었다.

그야말로 기회의 땅이었다.

“흐하하하하!”

제작진들의 의도에 맞는 청춘 여행은 아닌 듯했지만, 어쨌거나 재미는 뽑은 것 아니던가.

연후 [뭔소리예요]

연후 [숙소에서 뭔 뱀이 나와ㅋㅋㅋㅋㅋ]

중현 [사진]

[연후 님이 대화방을 나갔습니다.]

[휘연 님이 대화방을 나갔습니다.]

우리가 여행지에서 겪은 일들을 말할 때마다 아무도 안 믿는 걸 보니 확실히 분량을 잘 뽑은 것 같다.

그리고.

“만나기로 약속 잡았어.”

글렌 데이비스 씨와 식사 약속도 잡을 수 있었다.

전설적인 뮤지션과 함께 식사를 하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행복했다.

호주 언론에서 인터뷰도 하자고 그러던데.

뭔가 일도 하면서 여행도 하는 느낌이라 좋다.

“오늘 하루는 즐겁게 보내셨나요?”

그렇게 2일 차 여행의 밤이 되었을 때.

숙소에 모인 우리에게 제작진이 말했다.

“내일은 여러분이 짝을 지어서 자유 여행을 하는 날입니다. 짝꿍을 고르기 위해 제비를 뽑아주세요!”

“네!”

비주가 제발 혼자 아니게 해 주세요, 라고 기도하면서 제일 먼저 뽑고. 차례대로 하나씩 뽑았다.

그렇게 끝이 파란색으로 물든 제비를 들고 있을 때.

“형.”

“오!”

“저예요.”

“중현아아아!”

중현이와 내가 한 팀이 됐고.

“리혁아. 나야.”

“비, 비주 형이다! 최상의 결과야!”

계획러들끼리 만난 조합에 리혁이가 행복해하고 있었다.

우리 막내만 솔로 제비를 들고 눈을 촉촉하게 적실 뿐.

“으이이이… 저 혼자예여.”

“아이고. 안 됐다~”

“저 진짜 혼자 다녀야 돼요? 그럼 너무 슬픈데…….”

제작진이 중간에 합류하게 될 거라고 말을 해 주자, 막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피디님이 말했다.

“자. 그럼 여러분이 첫날 짰던 스케줄로 여행을 하게 될 텐데요. 일단 중현-우주 팀!”

“네!”

“두 분의 계획을 번갈아서 진행할 텐데요. 먼저 중현 씨가 짠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피디님이 종이를 보고 멈칫했다.

“피디님?”

“아… 예. 이게…….”

“왜 그러세요?”

사람 불안하게.

머뭇거리며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는 피디님의 모습에 내가 중현이를 바라보았다.

“중현아? 너 뭐 썼어? 또 운전하고 싶다고 썼어?”

“아뇨.”

중현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냥 멤버들이랑 하면 재미있겠다 싶은 거 골랐는데.”

“그래?”

피디님이 다시 입을 열었다.

“중현 씨가 소원으로 적은 두 일정 중에 하나를 고르시면 되는데요. 우주 씨가 비행기를 타는 스케줄도 괜찮다고 하셨죠?”

“네. 문제없어요.”

“첫 번째는 울런공에서 하는 스카이 다이빙입니다.”

“예?”

“스카이 다이빙이요.”

“……예?”

내가 멍한 표정을 짓고 지호가 재빠르게 자기 제비를 품속으로 숨길 때.

피디님이 말했다.

“그리고 두 번째 선택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뭐, 뭔데요?”

“백상아리와 함께 하는 샤크 케이지입니다.”

“……예?”

멍하니 서 있는 나에게 동생들이 죠스 BGM을 감미로운 아카펠라로 불러 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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