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00)화 (600/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00화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고요?”

“네.”

하늘에서 떨어지느냐. 바닷속에 들어가서 상어 밥이 되느냐의 차이인 건가.

내가 손을 들었다.

“피디님.”

“네!”

“다시 한번 묻고 싶은데요. 스카이다이빙이랑 샤크 케이지 중에 양자택일을 해야 된다는 거죠?”

“네. 시간 관계상 둘 중 하나밖에 할 수 없거든요.”

내일은 남호주 여행.

시드니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 할 만큼 멀어서, 일정을 타이트하게 잡을 수밖에 없었다.

둘 중 하나만 하게 된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물론 제3의 선택지도 있습니다.”

“있나요?”

“페널티로 점심을 굶으셔야 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주 씨의 점심밥까지 중현 씨가 먹을 거예요.”

“…….”

실시간으로 추욱 늘어지는 내 모습에 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살짝 미안한 얼굴로 뒤통수를 긁적이던 중현이가 나를 불렀다.

“형. 둘 다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요. 애초에 다른 애들도 싫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아니야. 그 정도까지는 아냐.”

“그래서 제비 뽑을 때 형을 고르긴 했거든요.”

“음……?”

무언가 이상한 말에 내가 제작진을 바라보았다.

“이거 제비뽑기 랜덤 아니었나요?”

“네. 랜덤.”

“근데 중현이는 어떻게 저를… 아.”

“우주 씨. 중현 씨가 초능력을 발휘하는 건 저희도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네요.”

무의미한 질문이었다.

그런 식으로 자꾸만 본론을 회피하면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막내가 쏙 끼어들었다.

“그래서 뭘 고를 거예요~? 샤크 케이지?”

“뚜둥~ 뚜둥~ 뚠둔둔둔~”

비주가 아기 상어 춤을 췄다.

“스카이다이빙?”

“자유 낙하~ 낙하하하!”

동생들이 나를 둘러싸고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네~’ 하며 강강술래를 돌기 시작했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후우…….”

피디님이 비방용이라는 것을 의미하듯이 잠시 손짓으로 끊고 들어왔다.

“우주야.”

“네.”

“부담 가지지 말고 선택해. 중현이 여행 코스 이것 말고도 더 있긴 하니까. 우린 너희 의향이 제일 중요해.”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비행기를 무서워하는 내 공포증을 의식한 것 같은데. 딱히 그런 쪽으로 신경을 쓰진 않았다.

내가 비행기를 무서워하는 건 불시착 등에 대한 걱정 때문이지, 고도가 높다거나 하는 이유가 아니라서.

“부담 가지지 마요. 형.”

“괜찮아.”

“정 안 되겠으면 저 혼자 여행할게요. 저 혼자서도 잘 놀거든요.”

막내의 눈이 순간 커지면서 나를 바라볼 때.

잠시 머릿속으로 이것저것 생각해 보고는 중현이를 돌아보았다.

“중현아.”

“네.”

“둘 중에 뭐가 더 하고 싶어?”

“둘 중에서요?”

살짝 시무룩했던 중현이의 얼굴에 들꽃이 피었다.

“음. 저는 둘 다 너무 좋아요. 형이랑 함께 하면 다 좋으니까.”

“그러면…….”

이윽고 내가 내놓은 대답에 다들 깜짝 놀랐다.

*   *   *

다음 날.

짝꿍 여행의 시작을 맞이하여 우리는 뿔뿔이 흩어졌다. 오후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면서.

“이따 봐요!”

“이따 봅시다!”

중현이와 나는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제작진과 함께 시드니 공항에서 비행기를 탔다.

호주 남쪽의 도시 포트 링컨으로 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여행 첫날만 해도 차를 타고 가면 될 줄 알았다.

시드니에서 차를 타고 조금 가면 나올 것 같은 거리에 있었으니까.

-5시간 정도 걸릴걸요.

리혁이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있다.

-차로 5시간이면…….

-아뇨. 비행기로 5시간이죠.

-응?

-시드니에서 저기까지가 꽤 멀어요. 서울에서 제주도 거리의 몇 배 정도 된다고 보면 돼요.

-지도로는 요 정도인데?

-이 대륙이 우리나라 77배 정도 되거든요. 축척을 다르게 봐야죠.

호주가 어마어마하게 큰 나라라는 것을 피부로 깨닫는 순간이었다.

국토 면적 세계 6위라나.

그런 이유로 샤크 케이지 체험을 하기 위해 비행기까지 타고 남호주로 이동을 했다.

“저는 형이 이거 고를 줄 꿈에도 몰랐어요.”

“신기해?”

“다른 걸 고르면 골랐지, 샤크 케이지는 절대 안 고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솔직히 상어는 다들 무서워하잖아요.”

“무섭긴 하지.”

죠스에서 쿠와앙 했던 백상아리를 생각하면 샤크 케이지 체험은 별로 안 하고 싶긴 했다.

그런데.

“여기서 안 하면 언제 또 해 보겠나 싶더라고.”

“음. 그건 맞아요.”

“샤크 케이지는 다른 나라 가서 체험하기 힘들잖아. 기왕이면 호주에서만 할 수 있는 거 해야지.”

“저도 동의해요.”

남아공을 비롯해서 전 세계에 샤크 스팟이 몇 개 있다던데. 호주가 그나마 접근성이 가장 좋은 편이었다.

내가 샤크 케이지를 고른 게 기분이 좋았던지 중현이는 연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형이랑 와서 너무 좋아요.”

“그래?”

“네. 김비주랑 리혁이는 차라리 밥을 굶는다고 했을 것 같아서…….”

“그치. 리혁이는 저녁까지 굶어도 되니까 절대 안 하겠다고 뺐을걸. 게다가 지호도 은근히 겁 많고.”

“납량특집할 때도 울었잖아요. 지호.”

중현이와 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제주도에서 공포 특집을 할 때, 형들 어디 있는 거냐며 눈물 콧물 범벅이 됐던 코찔찔이가 떠오른다.

그동안 남호주의 찬란한 햇빛이 우리를 맞이했다.

‘Port Lincoln’이라는 표지판이 우리를 반기는 가운데, 차창을 내리고 광합성을 하는 중현이에게 물었다.

“근데 중현아.”

“네?”

“너는 왜 이런 거 좋아해?”

예전부터 궁금했다.

하루 종일 가만히 앉아서 난초를 보고만 있어도 행복한 하루였다고 하는 애가 이런 익스트림 스포츠를 좋아하니까.

“음.”

중현이가 스냅백을 고쳐 쓰며 말했다.

“예전에 저희 할아버지가 해 준 말이 있거든요.”

“친할아버지?”

“네. 할아버지가 그랬는데 사람은 살아온 세월로 나이를 먹는 게 아니래요. 기억으로 나이를 먹는 거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중현이가 햇볕을 쬐며 웃었다.

“보통 어른이 될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고 그러잖아요. 어릴 때는 하루가 1년 같은데 나이 들면 1년이 훅훅 지나고.”

“그렇지.”

“그게 다 머리가 생략을 해서 그런 거래요. 어렸을 때는 사소한 것도 처음 보니까 신기해하는데, 나이가 들면 그런 사소한 것들을 생략해 버린대요. 이미 익숙한 거니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어제도 연습하고 오늘도 연습하고. 그런 비슷한 하루들을 보내고 나면 기억이 두루뭉술해지곤 하니까.

중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최대한 매일매일을 다르게 보내야 한대요. 예를 들면 어제랑 다른 길로 학교에 가 본다거나.”

“기억을 다양하게 만드는 거구나.”

“네. 근데 평소에 그러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럴 시간 여유도 없고.”

“그치.”

정신없이 일을 하다 보면 그런 것까지 고려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긴 하다.

중현이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시간 날 때 이런 걸 해 보려는 거예요. 결국에는 시간이 아니고 기억이 남는 거니까.”

“이야…….”

내가 하이파이브를 위해 손을 내밀었다.

“방금 말 멋있었다.”

“제가 생각해도 좀 그러네요.”

중현이가 악수를 하고는 말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그러셨는데. 그런 기억을 남길 때,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으면 좋대요.”

“역시 내가 생각해도 난 좋…….”

“제 생각에도 저는 좋은…….”

“…….”

“…….”

서로 좋은 사람이라고 어필하려던 중현이와 내가 눈빛을 맞부딪치고는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네가?’

‘형이요?’

그러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주변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카메라 감독님과 작가님이 귀엽다는 표정으로 웃고 있는 동안.

“다 왔다.”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커다란 2층짜리 배들이 모여 있는 부두.

샤크 케이지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 수십 곳이 모여 있는 거리가 나타났다. 그중에서 우리가 방문한 곳은 ‘Love Shark’라는 업체였다.

딸랑!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백상아리 턱뼈 모형을 비롯해 상어가 그려진 티셔츠, 열쇠고리들이 가득한 상점이 나왔다.

「어서 옵쇼!」

우리를 반긴 사람은 거대한 덩치를 지닌 갈색 머리카락의 사내였다.

히어로 영화에서 망치를 잘 던질 법한 느낌의 외모를 지닌 사내가 껄껄 웃으며 인사했다.

「우주, 중현 맞죠? 저는 데이브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일단 설명부터 들어 보실까요? 두 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우리를 브리핑룸으로 데려간 데이브 씨가 샤크 케이지에 대해 소개를 했다.

다이빙을 비롯해서 주의사항 이것저것.

절대 상어님들을 놀래키면 안 돼! 하는 류의 지침들이었다.

「돌발행동은 절대 삼가 주시고요.」

「네.」

「대체로 안전한 체험이 될 겁니다. 사고 같은 게 없었거든요.」

「오.」

「아직까지는 말이죠. 하하하!」

할머니가 있을 북쪽 방향을 바라보는 가운데, 데이브 씨가 미리 염두에 두라는 듯 말했다.

「백상아리를 보기에 딱 좋은 타이밍에 왔어요. 바다도 땃땃하고. 이맘 때 상어들이 붐비거든요.」

「그렇군요…….」

「그래도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못 보실 수도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네?」

「허탕을 칠 수도 있거든요.」

꼭 상어가 나타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이곳에 오신 이유는 아마 저희가 정부로부터 인증 받은 에코 프렌들리 업체라는 이유도 있을 겁니다. 맞죠?」

「네. 맞아요.」

샤크 케이지 업체도 여러 종류가 있다고 하는데.

이곳처럼 삶은 고기를 미끼 정도로만 사용하고 상어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 환경 친화업체들과 ‘에라 모르겠다! 양동이로 피 부어 버려! 핫하!’ 하는 그런 업체들이 나뉜다고 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희가 그런 피를 양동이째 퍼붓는 업체들에 비해 성공률은 좀 낮습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네. 아무튼 염두에 두시길 바라겠습니다.」

상어가 안 나타날지도 모른다며 몇 번이고 당부하는 데이브 씨에게 우리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타날 거예요.」

「네?」

「제 친구가 오늘 예감이 어떤지 이야기를 했거든요.」

「……?」

우리의 말에 데이브가 고개를 갸웃거릴 때.

마침 벽에 걸린 사진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이 하나 보였다.

파란 머리카락의 미녀가 울고 있는 남편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브이 하고 있는 사진.

「근데 저거 헤일리 맞나요?」

「네!」

데이브 씨가 자랑하듯이 말했다.

「저번에 남편 분과 함께 오셔서 체험을 하셨죠. 다이빙 실력이 눈부실 만큼 인상적이었어요.」

「그렇군요.」

중현이가 거기 있는 헤일리가 우리 친구라고 말을 해 주자, 데이브가 풉 하고 웃었다.

「재미있는 농담이네요. 자, 갑시다!」

아니. 진짠데.

*   *   *

설명을 들은 후에 곧바로 배에 올라탔다.

커다란 2층짜리 선박이었는데 죠스가 습격해도 끄떡없을 만한 크기였다.

배를 콱 깨물어도 더러운 인간놈들! 하면서 백상아리의 옥수수가 털릴 정도로 튼튼해 보인다고 할까.

부아아아아앙-!

하얀 포말을 남기며 이동하는 배 위에서 구명조끼를 착용한 채 하늘을 바라보았다.

“거 이승 하직하기에 딱 좋은 날씨구만.”

영화 속 대사를 따라 하며 츄파춥스를 우물거리는 내게 중현이가 손을 얹었다.

“걱정 마요.”

“그래…….”

그러고는 쪼그려 앉았다.

“나 왜 왔지.”

“이미 늦었어요. 형.”

“아니. 나 진짜 왜 왔지.”

처음에 호기롭게 간다! 샤크 케이지! 할 때만 해도 용기가 넘쳤는데.

막상 배를 타고 나오니 심장이 쿵쾅거리고, 어릴 적 보았던 죠스가 머릿속에 맴돈다.

내 안의 서리혁이 깨어나는 느낌.

쪼그려 앉아서 징징대고 있는 내 모습에 다른 관광객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Hey, honey.”

나이 지긋한 할머님이 웃으며 말했다.

「많이 무섭니?」

「네.」

「너무 걱정하지 마렴. 백상아리가 설마 케이지 안으로 들어오기라도 하겠니?」

「사이즈가 작으면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핫하!」

배를 몰고 있던 데이브의 호탕한 웃음에 내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할머님이 위로하듯이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마렴. 나도 살면서 죽을 위기가 꽤 많았는데, 이렇게 안 죽고 잘 살아 있단다.」

「감사합니다. 할머님. 큰 위로가 되네요.」

그러더니 젊었을 적 자기 남편을 닮았다면서 잘생겼다고 칭찬을 해 주셨다.

할머님이 아련한 얼굴로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지금은 하늘에 가 있지.」

「저런….」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중이거든. 상어는 무서워서 못 보겠대.」

「살아 계셨군요…….」

만담 같은 대화를 주고받아서 그런지 긴장이 좀 풀리는 것 같다.

후하후하 하면서 몸을 풀고는 이윽고 도착한 스팟 앞에서 장비 착용을 마쳤다.

「그럼 행운을 빌겠습니다!」

중현이가 먼저 케이지 안으로 들어가서 엄지를 들고, 나도 망설이다가 물속으로 몸을 던졌다.

으. 차가.

한창 더운 계절이라 그런지 수온이 엄청 낮은 편이 아닌데도 한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물속으로 들어왔을 때.

-오그르르륽륵(우와아아)…….

입 쪽에서 거품이 보글보글 나오면서 바다 아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온통 파랗다.

아래쪽도 파란색인데 무서운 파란색이 아니라 밝은 파란색이었다. 세상을 적시는 파란 빛깔의 물결.

햇살이 산란되는 모습이 수면 위로 보이고, 주변에 물고기들이 가득했다.

-…….

오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독특한 경험이라 그런지 머릿속에 곡에 대한 영감이 막 떠오르는 느낌도 들고.

물고기들이 언더더씨~ 하면서 노래를 부를 것 같은 광경을 보며 타이틀곡 Coin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였다.

10분가량 지났을까.

툭툭.

스쿠버 장비를 착용한 중현이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저쪽을 보라는 듯.

그리고.

-……!

멀찍이 유선형으로 이루어진 생명체가 흐릿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꼬리를 스윽 흔들 때마다 앞으로 미끄러지듯이 다가오고 있는 아주 거대한 상어.

근엄하게 다가오는 백상아리의 모습에 관광객들 모두가 눈을 크게 뜨고 케이지 울타리로 모였다.

-어르르륽(우와).

이윽고 백상아리가 가까워졌다.

5미터는 될까.

세상에 이렇게 큰 동물은 처음 봤다. 케이지 주변에서 다른 물고기들과 섞여서 움직이는데 진짜 압도적인 크기였다.

그리고.

생각보다 귀여웠다.

뭔가 내가 생각한 상어는 쿠와앙! 하고 입을 벌리는 느낌인데 눈앞의 백상아리는 거대한 뚠뚠이 같았다.

내심 근엄한 척하는 뚠뚠이 같다고 할까.

-…….

그리고 한 마리가 더 나타났다.

백상아리 두 마리가 샤크 케이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음? 음식 냄새가 났던 것 같은디’ 하는 동안.

케이지 앞으로 거대한 상어들이 지나갔다.

사람들한텐 별 관심도 없다는 듯.

얼마 안 가 허탕을 쳤다는 듯 다른 쪽으로 스윽 가더니 다시금 멀어지기 시작했다.

아련히 사라지는 뒷모습까지 아름답다.

-…….

사진을 찍어야지 하는 생각도 안 들 만큼.

내 인생에서 손꼽힐 정도로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톡톡.

내 어깨를 두드리는 누군가의 손짓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 장비를 착용한 중현이가 눈으로 웃고 있었다.

‘어때요?’

엄지를 들고 답했다.

‘최고야.’

*   *   *

샤크 케이지 체험은 1시간 만에 끝났다.

여기 오기까지 5시간이나 걸렸던 걸 생각하면 허탈할 법도 한데,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대박…….”

“대박이었어요…….”

“와.”

“허어.”

중현이와 내가 멍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진짜 대박이었어.”

“오길 잘했죠?”

“인정.”

“애들 오면 이따가 자랑해요.”

진짜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애들레이드.

포트 링컨에서 관람을 마친 우리는 남호주의 거점 도시인 애들레이드에 도착했다.

“꽃이다아아아아!”

“오옷! 들꼬오옷!”

“호주 들꼬옷!”

내가 원했던 일정인 애들레이드의 꽃동산을 방문한 후.

이제 식사를 하고, 그러고 나서 다 같이 캥거루 섬으로 이동할 시간이 됐다.

“형드으으을!”

기다리고 있는 우리에게 막내가 도도도 달려왔다.

“저 너무 외로웠어요!”

“그랬어?”

“아. 진짜 저 혼자서 막 뭘 해야 되는데 너무 심심한 거예요. 막 형들도 없고 저 혼자서…….”

“어이구.”

혼자서 호주 사람들한테 길 물어보고 그랬다면서 하소연을 하는 막내의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그리고.

“우리도 왔어요!”

“도착~!”

리혁이와 비주 일행도 흡족한 얼굴로 도착했다.

우리 메인 보컬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얼굴이 반쪽이 됐는데? 샤크 케이지가 무서웠나 봐요.”

“아니. 전혀.”

이건 감동에 넋이 나간 표정이라고 말해 줬지만 믿지 않았다.

“진짜 대박이었다니까.”

“예~”

“너희도 한 번 가 봐야 해. 이 샤크 케이지.”

“예예.”

“아니, 진짜라니깐!”

우리가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설명을 해 줬지만 다들 믿지 않았다.

자기들을 낚으려고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밥이나 먹으러 가요.”

“진짜라니까…….”

“그래요. 그래.”

리혁이가 다 안다는 얼굴로 비죽 웃으며 우리 어깨를 두드렸다.

그때 지도를 살피던 비주가 물었다.

“어디로 갈까요?”

“비주야. 잠시만.”

세로로 들고 있는 비주에게 가로로 방향을 고쳐 준 후에 우리는 유명하다는 음식점을 골랐다.

음식점이 여러 군데 있는 곳인데.

상대적으로 한산한 곳에 비해 꽤 손님이 있어 보이는 식당이 하나 있었다.

“Freddie’s라는 곳인데 햄버그스테이크 맛집이래요!”

“햄버그스테이크!”

물에 들어가서 체온을 많이 뺏겼는지 음식이 막 땡긴다.

그렇게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큰 카메라는 안 돼요!」

무언가 좀 불친절한 느낌이었다.

그냥 카메라가 안 된다고 해도 될 것 같은데 굉장히 강한 어조로 큰 카메라들을 쓰지 말라고 인상을 쓰는 직원들.

“좀 불친절하네.”

“그러게요.”

나름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남호주 중심 도시라고 알고 있었는데.

테이블에 미니 캠을 세팅하고 제작진들과 함께 앉아 있을 때부터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메뉴판을 왜 안 주지?”

“달라고 할까요?”

15분이 넘도록 메뉴판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쎄한 느낌.

게다가 주변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다른 손님들과 달리 우리 쪽 테이블이 따로 격리되듯이 있다.

처음에는 인원이 많아서 그런가 생각했는데… 이 묘하게 불쾌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

리혁이가 눈매를 좁혔다.

“나만 그 생각해요?”

“아니.”

확인차 손을 들고 직원을 불렀다.

「저기, 메뉴판을 못 받았는데요.」

「때 되면 드릴 겁니다.」

쌩 하고 사라진 직원의 모습에 제작진과 우리가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흘리는 동안.

동생들의 고개가 동시에 내 쪽으로 돌아왔다.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는 듯한 동생들의 시선에 내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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