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11화
볼 때마다 신기하다.
“우와아아아아…….”
눈을 살짝 떼었다가 가까이 가져다 댈 때마다 트로피 속에서 기하학적인 문양이 바뀐다.
이런 걸 만화경(萬華鏡)이라고 부른다나.
“한자로 풀어내면 만 개의 화려한 거울이네. 나중에 우리 노래 제목으로 하면 딱 좋겠다.”
“그럼 사람들이 타이틀곡 제목이 왜 만화경이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요?”
“잘 얼버무리면 돼.”
그렇게 대답하고는 동생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차피 조금 이따가 할 인터뷰에서도 몇 가지 얼버무려야 되잖아.”
“그렇죠.”
“자. 그런 의미로 미리 연습 좀 해 보자. 나의 little brother들아. 왜 그룹명이 The New Black이 되었습니까?”
동생들이 암송했다.
“새로운 유행을 선도한다는 의미에서 The New Black이 되었습니다.”
“옳지.”
비주가 손을 들었다.
“형.”
“그래. 우리 소중한 둘째.”
“조금 양심의 가책이 느껴져요. 뉴블랙이란 이름에 얽힌 사연을 비밀로 한다는 게…….”
“어쩔 수 없어.”
내가 촉촉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맨투맨. 그것도 K 마트에서 싸게 산 맨투맨에 붙은 ‘치킨 이즈 더 뉴블랙’에서 따 왔다고 절대 말 못해…….”
“…….”
“…….”
동생들과 내가 서로를 껴안고 꺼이꺼이 울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홍길동의 심정을 알 것 같은 느낌이다. 뉴블랙의 이름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밝힐 수 없는 우리의 신세가 참으로 서글프다고 할까.
그 와중에 리혁이가 혀를 끌끌 찼다.
“그러게 애초에 이름을 잘 정했어야죠. 처음부터 뉴블랙이란 이름을 멋지게 정했으면 이럴 일이 없잖아.”
“맞아.”
“형 잘못도 1그램 정도 있어요.”
금세 태세전환을 해서 가세하는 중현이와 지호의 모습에 내가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나 회사 들어오기 전에 너희 팀명이 레몬 보이즈였던 건 기억하지?”
“…….”
“그리고 너희가 그때 냈던 팀명이 뭐였더라? 데블스, 옐로 그린, 파이브 스타…….”
“아아아아! 잘못했어요!”
“너네 기억력 좋은 사람한텐 까부는 거 아니다.”
특히나 파이브 스타를 고집했던 중모 씨가 잘못했다면서 내게 젤리 봉지를 가져다 바쳤다.
하지만 내 입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뉴블랙이라고 제안했던 건 내가 아니고 지호인 거 알지? 지호가 내 맨투맨을 가리키면서…….”
“알았어요! 알았어!”
“저 사람 입에다 과자 좀 누가 물려!”
“읍! 으읍! 읍!”
나를 닮았는지 바른말 듣는 걸 제일 싫어하는 동생들이었다.
그렇게 본전도 못 찾은 멤버들을 데리고 차에서 내리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환영합니다!」
오늘 화보 촬영과 인터뷰를 약속한 어린이 잡지 직원들이었다.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가 에디터, 포토그래퍼 등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고는 곧바로 의상 피팅에 들어갔다.
“와. 난 어쩜 이런 색도 잘 어울리지.”
빨간색 맨투맨에 청바지를 입은 채, 거울 속 자기 자신을 귀여워하고 있는 우리 막내였다.
나도 티셔츠 위로 청재킷을 걸치며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전체적인 컨셉이 복고풍의 하이틴 청춘스타 같은 느낌이다.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등이 알록달록하게 얽힌 스타일리시한 의상.
“어린이 잡지라 그런지 색이 진하네.”
“정확히 말하자면 로우틴 잡지긴 해요.”
“로우틴?”
“10대 후반을 하이틴(high-teen)이라고 하고, 10대 초중반을 로우틴(low-teen)이라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어린이라는 거네?”
“그…렇죠?”
“……?”
“……?”
뭔가 대화 흐름이 이상했던 것 같은데.
리혁이와 같이 고개를 갸웃하다가 옷을 마저 갈아입고는 촬영장으로 나섰다.
화보 촬영은 어디든 만국공통이다.
「좋습니다! 한 장 더! 활짝 웃고.」
「어린이들에게 내가 바로 새로운 꿈과 희망이다! 그런 느낌을 담은 포즈 부탁드릴게요.」
「어린이 잡지입니다. 그렇게들 웃으시면 안 돼요!」
컨셉 포토나 화보 찍을 때처럼 나른하게 웃자 제지가 들어왔다.
어린이들의 모범이 되는 미소를 보여 달라나.
중간 쉬는 타임에 동생들과 회의를 했다.
“요구사항이 좀 어려운데. 어린이들의 모범이 되는 미소…….”
“일단 되는 대로 웃어 봐요.”
화보 표정이 아니라 평소대로 꺄르르 웃어 보았다.
그러자 포토그래퍼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래요! 바로 그겁니다! 정말 어린이 같군요!」
「…….」
그냥 티 없이 맑고 순수한 웃음을 지녔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어서 몇 번 정도 의상을 갈아입고, 한두 시간가량 진행된 사진 촬영을 끝내고 나서는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우리 인터뷰가 실리는 코너가 유명 걸그룹이나 보이그룹 등을 다루는 코너라나.
그 때문인지 에디터의 질문이 상세하고 깊이가 있었다.
「만약 뉴블랙을 처음 접한 독자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어떤 곡을 추천해 주고 싶나요?」
동생들과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당연히 불꽃놀이(Firework)예요.」
「불꽃놀이요?」
「네.」
막내가 차분하게 영어로 답했다.
「저희의 데뷔곡이자 어찌 보면 뉴블랙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노래거든요. 청량하고 맑은 느낌의 곡이라 처음 접한 독자분들에게 어울릴 것 같네요. 마침 주제도 첫 만남을 다루고 있거든요.」
녹음기 위치를 조정하는 에디터를 보며 비주가 이어서 말했다.
「저희의 앨범은 그 자체로 연속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요. 앨범 내적으로도 기승전결이 있고. 외적으로도 앨범과 앨범 사이로 연결되는 스토리가 있거든요.」
「흥미롭군요. 어떤 스토리인가요?」
「일단 저희가 Five Colors라고 부르는 5부작 앨범은 만남과 이별을 다루고 있어요.」
불꽃놀이에서 첫 만남을 가진 후에 서서히 서로가 친해지는 모습을 그리고, 마지막에는 재회를 기약하며 이별하는.
그런 서사를 담아 설명하니 에디터가 눈을 반짝이며 흥미로워했다.
「그럼 그다음은요?」
「Black & White라고 3부작 앨범을 기획했어요. 만남과 이별이 이전 주제였다면 이번에는 갈등과 화해예요.」
중현이가 말했다.
「Empire에서는 그런 갈등을 다뤘고, 도깨비에서는 그런 갈등의 원인을 저희 나름대로 해석했죠.」
「도깨비란 곡에 대해선 미리 조사를 했어요. 여러분의 팬들 사이에서 어마어마하게 반응이 좋더군요.」
소수자에 대한 은유를 담았다면서 참신하다고 칭찬하는데, 뭔가 그 정도로 거창한 의도로 작업한 건 아니라서 민망하다.
「그럼 이번에 준비하는 타이틀곡은 화해를 다룬 건가요?」
「그렇죠. 평화나 화합. 그런 것들이요.」
내가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거창하게 들리지만 사실 저희의 노래는 늘 간단해요. 저희끼리 고민하는 것들을 노래로 풀어내는 거거든요. 어디에나 있는 가족들처럼 투닥거릴 때도 있고, 때로는 서로가 너무 좋을 때도 있고. 그런 일상에서 있는 일들을 노래로 담아요.」
만남과 이별.
갈등과 화해.
거창한 의도를 담은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느꼈던 점들을 노래로 풀어낸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듯이, 가수도 자기가 말하는 가사 내용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경제학을 모르는데 경제학을 가르치면 안 되는 거잖아요.」
리혁이의 비유에 에디터가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이야기를 들으니 다음 곡 Coin이 너무나도 기대가 되네요. 나올 때까지 기다릴게요.」
「감사합니다.」
「여러분을 만난 지 1시간 남짓 됐지만 정말 독특한 그룹이라는 느낌이 드네요.」
에디터가 펜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제가 예상한 것과 느낌이 달랐거든요. 전원이 작사, 작곡이 가능한 싱어송라이터 그룹이라…….」
「주로 이 사람이 작곡해요. 저희는 보탬이 되고.」
「그걸 감안해도 흔치 않다는 건 확실해요. 정말로.」
옅은 호감이 담긴 눈빛이었다.
어떤 식으로 내용을 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호의적이란 건 확실해 보였다.
그런 식으로 음악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던 에디터가 다음 코너로 넘어갔다.
「이 코너 속에는 Fun Facts라는 작은 코너가 있어요.」
「‘재미있는 사실’이요?」
「네. 독자들에게 알려 주면 재미있을 만한 이야기들을 말해 주시면 돼요. 예를 들어 조금 놀라운 사건이라든지.」
「호오.」
동생들과 나의 시선이 교차했다.
그러곤 활짝 웃으며 에디터를 바라보았다.
「저희가 몇 개씩 알려 드리면 되나요?」
「멤버별로 제한 개수가 있나요?」
「……네?」
어리둥절한 얼굴로 바라보는 에디터에게 우리가 웃으며 말했다.
「말씀하신 Fun Fact 말이에요. 저희가 좀 그런 사건들이 많거든요.」
* * *
그날 밤.
로우틴 잡지 의 에디터, 멜린다 맥머레이가 노트북을 들여다보았다.
‘대체 뭘 넣고 뭘 빼야 하지.’
화면에 가득한 Fun Fact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Fun Fact]
1. 우주는 Korean SAT 시험을 보러 가다가 노인을 구하는 영웅이 되어서 SAT 시험을 못 봤고, 그 때문에 가수가 됐다.
2. 우주는 대만에서 대만 사람으로 오해 받은 적이 있다. 멤버들 말에 따르면 최소 13개 국어를 유창하게 한다. (발음만).
3. 중현이 일본에서 눈이 올 거라 예측한 후에 바로 눈이 왔다. 실제로도 날씨를 90% 이상의 확률로 맞춘다.
4. 리혁은 방송에서 단추를 터뜨린 적이 있다.
5. 그들은 본인들이 Jeju 섬에서 유령(aka. Gui-shin)을 봤다고 주장한다.
6. 중현은 방송에서 흑염소와 추격전을 펼쳤다.
7. 팬 서비스로 출시한 빵과 불백이 현재 한국 내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그걸 시작으로 73개의 리스트가 있었다.
그마저도 멤버들이 더 이야기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을 그녀가 제지를 해서 거기서 멈춘 거였다.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것들 천지.
‘그래도 몇 개는 허풍일 줄 알았는데…….’
하나씩 검색을 할 때마다 자료 영상이 첨부되어 있었다.
1번만 해도 한국의 케이블 뉴스에서 의인이 인터뷰를 하고 있는 영상이 나와 있었다.
믿기 힘들었던 흑염소 배틀이나 젖소 공산당 선언도 버젓이 있고.
불백이라는 한국 바베큐는 휴게소를 그야말로 잿더미를 만들어 버릴 정도의 인기를 자랑했다.
“……이걸 어쩐다.”
인터뷰를 정리하고 Fun Fact의 개수를 조절하고 있던 멜린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약간의 고민.
길지 않은 고민이 끝나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편집장의 자리로 다가갔다.
“시간 되세요?”
“들어와.”
그녀가 편집장에게 인쇄된 종이를 내밀었다.
“이것 때문에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요.”
“뭔데?”
“잡지 다음 호에 나갈 뉴블랙 인터뷰 건이요.”
“아. 그 슬라임 닌자들?”
“네, Fun Fact를 실어야 하는 코너에서 이것들을 전달 받았는데요. 다 거짓처럼 보이겠지만…….”
편집장이 안경을 벗고 눈에다 종이를 가져다 댔다.
그러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이게 다 진짜라고?”
“네.”
“여기서 뭘 덜어 낸다는 게 진짜 아까운데. 세상에, 흑염소랑 추격전은 대체 어떻게 한 거래?”
“잘하더라고요.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이걸 보면서 떠오른 아이디어가 하나 있는데 들어 보실래요?”
이윽고 에디터의 입에서 나온 제안에 편집장도 흔쾌히 승낙했다.
지면이 평소보다 몇 개 더 추가되긴 하겠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급하게 인터뷰를 성사시키긴 했지만, 뉴블랙의 유일한 잡지 인터뷰라는 가치 때문인지 발 빠른 광고주들이 몇 붙었기 때문이었다.
“그대로 진행하자고.”
편집장과 에디터가 미소를 교환했다.
보통은 1페이지로 끝나는 Fun Fact 코너가 4페이지로 확장되는 순간이었다.
* * *
뉴블랙이 일정을 마치고 LA 공항에서 출국하던 때.
키즈 초이스 어워드의 영향은 여전히 남아서 지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에토 상. 그 소식 들으셨나요? 뉴블랙이 미국의 어린이 시상식에서 수상을 했다고 합니다.]
[에. 이건 말이죠. 한국 정부가 그동안 K팝 산업을 육성한 정책들이 결과물로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걸로 보입니다. 최근에는 ‘도깨비’를 밀어주고자 관광공사까지 직접 나섰죠.]
[치밀하네요. 이전부터 뉴블랙은 미튜브 월드 계정으로 세계 진출을 체계적으로 노린 바 있죠.]
[그래도 댓글 중에 슬라임 닌자(Ninja)라는 말이 있는 걸 보면 말이죠. 여전히 사무라이라든가 하는 일본의 소프트 파워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다는….]
일본의 생활정보와 시사 프로그램에서 판넬을 떼었다 붙였다 하며 뉴블랙과 한국 정부의 커넥션을 이야기하고.
세계 각국의 어린이들이 미국만 계 탔다며 슬퍼하고 있을 때.
호주에서도 그 영향을 느끼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
“어라?”
백상아리를 체험시켜 주는 샤크 케이지 업체 ‘Love Shark’의 주인인 데이브가 손님들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손님들이 벽에 걸린 두 미청년의 사진을 가리키며 한 말들 때문이었다.
“유명하다고요?”
“미튜브에서 엄청 나오던데요. 뉴블랙이라는 그룹이라고…….”
“그래요?”
매출에 도움이 되는 잘생긴 사람들이라서 액자에 걸어 놓은 사진이었다.
우주와 중현이 스쿠버 복장을 하고 하트를 그리는 사진.
작은 액자에 걸어 놓은 사진인데도 내국인 손님들이 몇몇 알아봤다.
‘유명해?’
데이브의 투박한 손이 컴퓨터를 켰다.
검색창에 뉴블랙이라고 검색하자 어마어마한 숫자의 영상이 떴다.
그리고.
“어……?”
최신 사진 속에서 헤일리 블루와 어깨동무를 한 채 활짝 웃고 있는 미청년들이 보인다.
데이브의 시선이 액자 속에 있는 두 청년과 헤일리 블루 사이를 오갔다.
그제야 떠오르는 그들의 말.
-헤일리랑 우리가 친구거든요.
내적 친밀감을 진하게 느꼈나 보다 하고 해석했던 말이 지금은 완전히 다른 의미로 와닿고 있었다.
액자의 크기를 좀 키워 놔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
더 놀라운 변화는 그때부터 일어났다.
‘어?’
딸랑!
딸랑!
딸라랄라랑!
딸랑!
“어어어어?”
손님들이 미친 듯이 폭증하기 시작했다.
처음은 내국인 손님들이었다.
“여기인가.”
“흐으으읍. 숨결이 여전히 남아 있는 느낌이야.”
“이런 신성한 곳에서 그런 변태 같은 소리 하지 마.”
와글와글거리며 사람들이 쏟아졌다. 저마다 각양각색이었지만 행동은 비슷했다.
스읍하 스읍하 하면서 공기를 들이마시고는.
뉴블랙 멤버들의 사진이 있는 액자 앞에서 똑같이 하트 포즈를 취하기 시작했다.
“…….”
데이브가 물었다.
“저기…….”
“허어!”
“…….”
“미튜브에 나온 그 사람이다! 데이브!”
어찌 된 영문인지 자초지종을 묻자 곧바로 답을 알 수 있었다..
그때 카메라를 대동하고 나타난 청년들이 진짜 유명 가수인데, 그들의 미튜브에 여행 브이로그가 올라오고 있다는 모양이었다.
호주의 팬들이 씩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체험해 보려고 왔죠.”
“그렇군요.”
“일단 선점해야 되거든요. 다른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에.”
“다른 사람들이요?”
“네. 우리 본진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은 뉴블랙이 뭘 하면 따라 해야 직성이 풀린대요.”
그리고 그 말은 사실이었다.
며칠 후부터는 한국의 신혼부부라거나 한국 여행객이란 사람들이 미친 듯이 전화 문의를 해 오기 시작했다.
상투적인 멘트인 ‘어떤 경로로 연락하셨어요?’라고 하면 답이 똑같았다.
-뉴블랙의 여행일기를 봤어요! 주인 분도 참 친절하신 것 같고, 가격도 적절해 보이더라고요.
데이브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착하게 살아서 다행이다.’
조금이라도 바가지를 씌웠다거나 뉴블랙에게 불친절했다가는 굉장히 좋지 않은 일을 겪었을 것이 분명했다.
아니.
그런 안 좋은 일이 없었더라도, 일단 지금처럼 손님이 쏟아져 들어온다는 일은 없었을 것이 분명했다.
“……진짜 대단한 친구들이었네.”
인터넷에서 헤일리 블루와 찍은 투샷을 보자마자 중간 사이즈로 바꾼 액자.
이제는 그것도 작아 보였다.
“여보세요. 거기 가공업체죠?”
-예.
“스페셜 주문을 하려고 하는데요.”
가게 주인은 세상 행복한 얼굴로 역대급 사이즈의 액자를 주문했다.
* * *
샤크 케이지 업체 사장이 의문의 행운을 누리고 있던 때.
호주 곳곳이 뉴블랙 특수를 누리는 중이었다.
“세상에…….”
“손님이 복사가 되네…….”
“이게 꿈이야 생시야.”
작은 기념품 샵부터 역사 체험관까지.
리얼리티의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현지의 팬들이 우르르 움직이고, 한국인 관광객들의 코스가 바뀌었다.
-네. 다음은 시드니항 근처 공원인데요. 뉴블랙이 얼마 전에 저기서 버스킹을 했답니다. 세계적인 기타리스트와 함께 공연을 했다네요. 저도 호주에서 유학생으로 지냈었는데, 데블 그릴스는 전설적인…….
“어머 저기서 공연했대.”
“걔네는 어쩜 그렇게 잘 돌아다닌대.”
“우리도 사진 찍고 가자.”
패키지 투어 관광을 비롯해서 배낭여행객이나, 호주에 살고 있는 교민들이나 유학생 등등.
한국인들의 발자취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호주 관광청에서도 한국 관광객을 보며 어서 오라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을 정도였다.
‘뉴블랙 TV는 전설이다…….’
관광청 직원들이 감격스러운 기분을 느끼며 바탕 화면을 뉴블랙으로 지정하는 한편.
뉴블랙이 다녀간 장소에 성지순례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시드니부터 브리즈번까지.
“맞습니다! 이곳이 그 뉴블랙 님들이 방문하신 가게입니다! 여기에 사진도 붙어 있죠?”
“수플레신가요? 10% 할인해 드리겠습니다.”
“어서옵쇼! 뉴블랙이 방문한 마법 지팡이 상점입니다!”
상업 종사자들이 뉴블랙의 사진이나 여행일기 스크린샷을 붙이며 ‘원조집’, ‘대박집’ 같은 장사를 하기 시작하고.
사랑해요, 감사합니다 같은 한국말을 암송할 때.
여행지 곳곳이 붐비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웃지 못하는 곳이 하나 있었으니.
“…….”
“…….”
바로 남호주의 중심 도시 애들레이드에 있는 음식점 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