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12화
다른 호주 지역과 마찬가지로 애들레이드의 음식점 거리 역시 대호황을 누리는 중이었다.
본래 시드니와 브리즈번 위주로 여행을 하던 한국인들이 대거 남쪽으로 발길을 돌린 덕분이었다.
마치 성지순례를 하듯이 곳곳이 붐비고 있었다.
“야. 경치 좋네. 여기서 우주랑 중현이 꽃 구경했다며. 진짜 꽃이 엄청나게 많이 피어 있네.”
“우리 여기서 인증샷 찍어요!”
“와. 진짜 뉴블랙 출몰하게 생겼다, 여기. 당장이라도 저기서 우주가 머리에 꽃 꽂고 등장할 거 같아.”
대다수가 비슷한 감상이었다.
“오길 잘했다. 생각보다 볼 게 많네.”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 등만 막연하게 알고 있던 한국인들에게는 이번에 알게 된 꿀 여행지였다.
‘근데 영상이 더 예쁘긴 했네.’
미튜브의 영상 속에서 어찌나 때깔이 좋던지, 호주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한 남호주.
세계테마기행에 나올 법한 묘사 때문에 홀린 듯이 이끌려온 여행객들이었다.
그러는 한편.
캥거루 아일랜드로 가는 배편을 알아보거나 주변 사진을 찍던 한국인들이 슬슬 배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아. 출출하다. 우리 밥 먹으러 갈까?”
“고고.”
“근데 밥 먹으러 갈 거면 거기 가 줘야 되지 않나?”
한국인들의 행선지는 대체로 비슷했다.
설탕을 발견한 개미 군단이 떼를 지어 이동하듯이 애들레이드의 음식점 거리에 기다란 줄이 섰다.
그 줄이 선 곳은 바로 ‘Singh’s Thai Food’라는 간판이 달린 골목 음식점이었다.
「어서 옵쇼오오오오오!」
통통한 인도인 사장이 버선발로 나와 손님들을 맞이할 때마다 한국인들이 우와아 했다.
“미튜브에서 보시던 거랑 똑같네.”
“음식 냄새 대박……. 중현이가 괜히 눈물 흘린 게 아니었구나.”
“장사 엄청 잘 되나 봐. 다 한국인이야.”
한국인들이 엄청 바글거려서 그런지 식당 안에서 들리는 대부분의 대화 소리가 전부 한국어였다.
“저 죄송한데 거기 저희 티슈 좀.”
“아, 예. 가져가세요.”
분명히 남호주인데, 한국말로 옆 테이블끼리 티슈를 주고받거나 하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본능적으로 ‘사장님~’ 하고 한국어로 주문이 나올 뻔하기도 했다.
옆 테이블에서도 한국어, 옆옆 테이블에서도 한국어로 들려오는 대화를 들으며 여행객들이 감탄했다.
‘내가 제일 빠른 줄 알았는데…….’
뉴블랙이 다녀온 곳을 누구보다 빠르게 선점하자는 생각이었는데, 역시 한국인들은 스피드의 민족이었다.
“그나저나… 여기 사장님 행복해하시는 거 봐.”
“인생 한 방이구나. 진짜.”
행복해서 거의 비명을 지를 정도인 싱 부부와 딸의 모습에 절로 기분 좋은 미소가 나온다.
어렵게 살다가 해피엔딩을 맞이한 동화 속 사람들을 보는 기분이었다.
착한 사람이 복을 받는 광경.
「아빠! 7번 테이블에서 팟타이 3개 주문 들어왔어!」
「알았어!」
음식점 사장인 싱은 너무나도 행복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진짜 위대한 친구들이었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폐업을 생각하고 있었다.
워낙에 경쟁이 치열한 음식점 거리인데 매출은 그냥저냥이고, 외진 자리라서 손님도 별로 없고. 그래서 다른 업종으로 전환할까 고심에 빠져 있었는데.
그때 동아줄이 내려왔다.
-자, 잠시만요!
카메라를 데리고 돌아다니는 외국인들을 보자마자 다급하게 달려갔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주변 음식점들로부터 냉대를 받은 인물들에게 달려가 제안을 했던 그 순간.
그게 바로 터닝 포인트였다.
‘세상에나…….’
방송 촬영을 왔을 때도 엄청나게 유명한 인물인가보다 하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예상을 초월할 정도로 큰 파급력을 지닌 셀럽들이었다.
어느 정도냐면…….
지금 가게에 한국인 손님들이 미어터지는 중이었다.
“사장님~”
“Ne~!”
그의 입에서 No보다 Ne가 먼저 더 나가고 있었다.
Ne라고 할 때마다 한국인들이 박수를 치며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왜 한국인들은 다 웃을 때마다 박수를 치는지 모르겠지만….
‘감사합니다. 뉴블랙…….’
뉴블랙이 사인한 기타 아래서 인증샷을 찍는 관광객들을 보며 싱이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는 이걸 보며 얼마 지나면 끊길 관심이라고 말하겠지만, 많이 망해 본 식당 주인으로 알 수 있었다.
이 호황이 최소 몇 년은 갈 것 같다고.
지금도 틈만 나면 한국 여행사들에서 단체 예약을 문의할 정도였으니까.
‘한국어를 배워야겠어.’
태국 음식점 사장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 * *
하지만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태국 음식점 앞으로 수백 명의 사람들이 줄을 섰지만, 주변 가게는 전혀 그 반사 이득을 보지 못하고 있는 중이었다.
“…….”
“…….”
그저 손가락만 빨면서 구경할 뿐.
‘망할…….’
식당 주인들이 탄식했다.
보통 저 정도로 한 가게가 붐비게 되면 다른 가게로 손님이 오기 마련이었다. 기다리다 지쳐서 그냥 다른 데서 먹자고 하는 게 보통인데.
전혀 그런 일이 벌이지지 않고 있었다.
식당 주인들이 나가서 조심스럽게 ‘우리 가게로 와~’ 하며 호객행위를 하는데도 싸늘한 눈빛이 돌아왔다.
수백 명의 한국인들이 서늘한 눈빛으로 바라보니 온몸이 쭈뼛거렸다.
‘젠장. 그러게 프레디는 왜 등신 같은 짓을 해서…….’
이게 다 햄버거 레스토랑인 Freddie’s 때문이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달 중순에 애들레이드를 방문했던 어떤 한국의 연예인들이 올린 영상 때문이었다.
뉴블랙이 Freddie’s에서 겪은 일이 영상으로 올라가면서 큰 문제가 터졌다.
‘조회수가 미쳤군. 댓글은 또 몇 개야?’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식당 주인들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한국어나 각종 외국어는 읽어 볼 수 없었지만 그중에서 어마어마한 수를 차지하고 있는 영어 댓글들이 보였다.
최소 추천수 수천 개는 찍혀 있는 베스트 댓글들.
-01:57 내가 다 진짜 부끄럽다. 영상 속에서 직원은 누가 봐도 인종 차별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어.
-내가 충격 받은 것은 저기서 같이 동조하고 있는 손님들이야. 저 상황에서 어떻게 같이 웃을 수가 있지?
-참 문명화된 사람들이네. 안 그래?
-그나저나 뉴블랙의 대처에 감탄이 나온 사람 없어? 그들은 화를 낼 수 있는 상황에서도 품위 있게 상황에 대처했어.
-부끄러운 줄 알아라.
-호주가 호주했네
-완벽한 멍청이들. 뉴블랙이 온다고 하면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관광청이 마중을 나올 텐데 LOL
후폭풍이 만만치가 않아 보였다.
지금도 계속해서 신규 댓글이 올라가고 있는데, 전부 다 프레디와 주변 가게들을 욕하고 있는 댓글들이다.
어찌나 분위기가 살벌한지.
“사장님. 그거 들었어요? 프레디네 말이에요. 거기 알바들 얼마 전에 싹 다 관뒀대요.”
“전부 다?”
“영상 뜨고 나서 전부 다 잠적했다는데요. 출근도 안 한대요.”
“나 참.”
영상 속에서 대놓고 비웃던 패기는 어디로 갔는지 전부 다 도망쳐 버린 아르바이트생들이었다.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
그들만 해도 영상 속에 얼굴이 제대로 나온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지금 간담이 서늘하고 손이 덜덜 떨리고 있지 않은가.
주변 가게 식당 주인들이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조졌네.’
물론 망할 만큼 장사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현지인들만으로도 충분히 장사는 잘 되고 있었으니까. 영상 속에서 여러 이슈가 있었지만 현지인들의 매출은 큰 지장이 없었다. 다들 그냥 그게 어때서? 하는 부분이니까.
하지만 중요한 것은 관광객, 특히나 아시아권 관광객이 주는 매출이었다.
“손님이 안 오네. 진짜로 안 와…….”
아시아권에서 어마어마한 인기를 자랑하는 스타라고 들었다.
그 때문인지 중국, 일본인 관광객은 물론이고. 평소라면 몇몇 팀이라도 찾아오던 아시아권 손님들이 아예 뚝 끊겼다.
죄다 저 태국 음식점 줄에 가서 서 있었다.
“후우…….”
식당 주인들의 한숨이 점점 깊어가는 가운데.
이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인 Freddie’s의 오너는 누구보다 눈물겨운 상황을 겪고 있는 중이었다.
그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잠시만요!”
“프레디. 내가 지금까지 불평을 한 적이 없다는 건 알 거예요. 하지만 주문한 지 음식이 1시간이 됐는데도 음식이 안 나온다는 건….”
“자, 잠시만……!”
주문을 받은 그가 주방에 들어가서 조리를 하고, 홀로 일을 하면서 손님들의 불만이 폭주하는 중이었다.
쭉쭉 떨어지는 매상.
손님은 변함이 없었지만 가게 종업원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새로운 주방장이나 점원들을 구할 수가 없었다. 그 망할 영상이 뜬 이후에 모두 관두고 도망쳤고, 신규 종업원들을 구하려고 해도 지원자가 없었다.
“…….”
그 와중에도 싸늘한 시선으로 가게 안쪽을 흘깃 바라보고 걸어가는 한국인 관광객들.
볼 때마다 위축된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타의 힘을 실감하고 있는 레스토랑 사장이었다.
‘안 되겠다. 당분간 휴업을 해야겠어.’
얼마 안 가 Freddie’s의 문 앞에 ‘잠시 쉽니다’ 라는 팻말이 걸리게 된 이유였다.
* * *
“이거 봤어요?”
“뭔데?”
“우리 다녀왔던 태국 음식점 있잖아요. 거기 지금 완전 대박 나서 손님이 붐비고 있대요.”
“오오오!”
리혁이가 보여 준 태블릿 PC 속에서 싱 사장님이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하는 동요를 부르며 율동을 추고 있었다.
“와.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는 게 아니라 모터보트를 타고 가시네여…….”
“거의 쾌속정 수준인데.”
헤매고 있던 우리에게 친절을 베풀어 준 푸근한 얼굴이 기억나면서 마음이 넉넉해지는 기분이었다.
우리 리얼리티가 진짜 잘 되고 있긴 하구나.
입소문을 타고 유입이 계속됐는지 최신화가 뜰 때마다 미튜브 인기 동영상 1위에 랭크되고 있었다.
“얼마 전에 기사 봤는데, 우리 리얼리티를 시청률 랭킹에 넣으면 예능 순위권 안에 들어갈 거래요.”
비주의 말에 우리가 흡족한 미소를 흘렸다.
“크으.”
“이것이 작년도 예능인 7위의 위엄.”
“올해는 7위보다 더 올라가야죠.”
우리가 그런 말을 하고 있을 때였다.
뒤편에서 다 죽어 가는 목소리가 우리를 불렀다.
“얘들아. 너희 가수야…….”
“아.”
우리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일어나셨네요. 이사님.”
“콜록! 콜로옥!”
“어이구! 중현아! 얼른 휴지 갖다 드려!”
휴지를 한 주먹 정도 뽑은 중현이가 이사님의 입가에 휴지를 가져다 댔다.
거의 피를 토할 기세로 한참을 콜록거리던 조규환 이사님이 작업실 소파에 널브러졌다.
“어으으으…….”
“괜찮으세요. 이사님?”
“요즘 들어서 내가 용케도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네.”
중현이가 이사님께 안마를 해 드리면서 조 이사님의 HP가 서서히 회복되는 것이 눈에 보였다.
현재는 앨범 작업의 막바지 단계.
키즈 초이스 어워드를 다녀오고 나서 마무리 작업을 한 덕에 사실상 앨범 작업은 종료 상태였다. 이제는 곡의 세부적인 부분을 조율하는 믹싱과 마스터링 단계인데, 그 때문에 이사님이 동분서주하는 중이었다.
“내가 전에도 말했듯이 너희는 그저 날기만 하면 돼. 날개는 우리가 달… 콜로오오옥! 콜록!”
“이사님!”
“아이고. 기침 감기가 걸렸나. 내가 옮기면 안 되… 콜로옥…!”
“이사님. 집에 가시는 게 어때요?”
“집에… 콜록!”
“네. 제가 메일 보내드릴 테니까 집에서 일하시면 될 것 같아요. 재택근무를 하시는 건.”
“…….”
마법처럼 이사님의 기침이 멈췄다.
허준 선생님이 보신다면 내게 명의라며 박수를 보내지 않을까. 말 한마디로 고뿔을 치유했다고.
병든 고길동처럼 콜록거리던 이사님의 얼굴이 평소의 멀끔한 미남으로 돌아왔다.
“작업 마저 이어 가자.”
“네.”
컴백 프로젝트는 순항하고 있었다.
게임 제작사와 협업해서 준비했던 멤버별 게임도 하나둘 등장하고 있었다. 갤러그 같은 풍의 게임도 있고. 뿅뿅 뛰면서 버섯을 하나씩 밟아가는 분위기의 게임도 하나씩 공개되는 중이었다.
“이번에 돈이 엄청 들어갈 것 같은데요…. 이거 수플레들한테 뱃지 세트 만들어서 증정하려면.”
“대표님이 다 해 주실 거야.”
“규멘.”
물론 대표님의 얼굴은 규멘나사이가 되어 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번에 키즈 초이스 반응을 들으셨는지, 평소보다 더 환하게 빛나고 계시는 중이었다.
그 덕분에 예산이 또 늘어나기도 했고.
리뉴얼된 굿즈도 등장했다.
“다음 달, 너희 고척돔 콘서트에서 쓸 새 응원봉도 지금 만들었어. 팬클럽 3기 가입 진행하면서 판매할 건데…….”
일명 3세대 달봉이.
매년 혁신을 부르짖는 미국의 스마트폰처럼 우리도 매년 새로운 기능을 넣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추가된 기능은 우리 모두 놀라기에 충분했다.
“이게 중앙 제어라고 하는 건데, 이번에 우리 응원봉에도 넣어 봤거든.”
“중앙제어요?”
“응.”
석환 형과 TF팀 직원들이 모두 응원봉을 들고 불을 껐다.
“블루투스를 연동한 다음에 무대 연출진이 중앙에서 제어를 할 수 있거든. 대충 이런 식으로.”
“……?”
“한 번 봐봐.”
그리고 그 순간.
어둠 속에서 같은 빛을 내고 있던 응원봉이 물결치기 시작했다.
응원봉들이 저요, 저요 일어나면서 파도타기를 하듯이 붉은빛이 파도처럼 좌우로 이동을 하고 있었다.
“우와아아…….”
석환 형이 조종할 때마다 빛의 색이 바뀌었다.
다시 불이 켜지고, 우리 팀장님이 씩 웃으며 입을 떡하니 벌리고 있는 우리에게 말했다.
“이걸 공연장에서 본다고 생각해 봐. 진짜 멋지지?”
“대박인데?”
“이거 그러니까 다음 달 콘서트에서 바로 사용한다는 거죠? 와. 이걸로 무대 막 번쩍번쩍…….”
공연장에 선 우리 앞으로 달봉이들이 다양한 패턴으로 별 모양을 만든다거나 하는 것들이 상상됐다.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는 느낌.
막내가 침을 삼키며 물었다.
“그럼 우리가 수플레들을 조종할 수 있다는 거네요?”
“이건 그런 물건이 아니야. 지호야.”
“아, 조종이래. 말술시, 아니 말실수예요. 그… 왕봉이 같은 걸로 달봉이를 조종을 할 수 있는 거예요? 제가 막 왕봉이를 휘두르면 달봉이들이 색이 변하고.”
횡설수설하며 흥분하는 막내의 모습에 직원들이 턱을 쓰다듬었다.
“왕봉이를 휘두르면 달봉이들이 반응한다… 그런 기능은 없지만 꽤 괜찮은 것 같은데요?”
“나쁘지 않네. 다음번 업데이트에 고려해 볼게.”
“감사합니다!”
동생들과 꺄르르 웃으며 행복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프로듀서인 나에게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 알려 주던 석환 형이 다른 화제를 꺼내 들었다.
“지금 HBS 쪽이랑 화해하는 중이야.”
“HBS랑?”
“응. 그쪽에서 적극적으로 화해 의사를 타진했거든. 이건 대표님이랑 이사님 선에서 진행 중인 거긴 한데… 아마 확실할 거다.”
“그럼 이번에는 HBS 음방에 나가겠네.”
사실 음악 방송이라는 것 자체가 오프라인에 오는 팬들과 함께 하는 무대라, 더 많을수록 좋긴 했다.
무대 영상을 자체적으로 찍는다고 해도 방송국 장비만큼의 퀄리티가 나오긴 힘드니까.
그랬기에 궁금한 건 다른 부분이었다.
“어쩌다가 화해 무드가 된 거야?”
“주선우 실장 덕분이야.”
“주선우 실장이… 아. 나구나.”
아무래도 우주선에 비해 희미한 캐릭터라서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리혁이가 물었다.
“주선우 실장이 왜요?”
“이번에 HBS 공개홀에서 우주가 스트릿 보이즈를 HBS랑 연결 시켜 줬잖아. ‘Inc’ 측 작가한테 영업해서 스보 연결해 준 거.”
“그랬죠.”
“그게 화해의 계기가 됐어.”
“네……?”
스트릿 보이즈에게 연결시켜 준 HBS 인기 예능 에 대해선 얼마 전에 소식을 들었다.
시청률이 굉장히 잘 나왔다고.
<디어 마이 펫>이란 PBS 단막극에 출연했던 한조가 신인치고 안정적인 연기력이라는 호평을 들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접한 소식이었다.
한조가 매일 톡으로 ‘주선우 실장님 복귀 기원 #31일 차’ 같은 톡을 보내는 걸 보면 순조롭게 잘 풀린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어떻게 화해로 이어진 걸까.
“그게… 우리도 좀 당혹스럽기는 한데. HBS 쪽에서 갑자기 화해 요청해 줘서 고맙다고 했거든.”
“응?”
“HBS가 우리 보고 화해 요청해 줘서 고맙대.”
“그게 무슨 소리지.”
“HBS 인기 예능에 스보를 연결시켜 준 게 화해 요청이라고 저쪽에서 그렇게 해석을 하던데.”
“…….”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이런 거였다.
-레몬아. 레몬아. 너희가 화해 요청을 보내 주다니! 기다리고 있었어!
-네?
-주선우 실장이 연결시켜 준 게 우리랑 화해하자는 거 아냐? 사실 우리도 화해하고 싶었어.
-네?
-자! 이제 우리 화해하고 미래로 함께 나아가자……!
-네?
라는 상황인 듯했다.
“오.”
중현이가 깔끔하게 상황을 요약했다.
“화해당해 버렸네요.”
“화해를 당했구나…….”
모른 척하고 우리 화해하자! 칭구칭긔! 하는 방송국의 모습에 그저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뭐. 나쁜 일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우리의 판정승으로 끝났다는 이야기였으니까.
“그래서 이번에 HBS 쪽에서 하는 예능에도 나갈 수 있을 거 같아. 최근에 하고 있는 관찰 예능이 하나 있거든.”
“오오오. 좋지.”
“거기 출연을 현재 협상하고 있어.”
최근에 한창 뜨고 있다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서 섭외 요청이 들어왔다는 모양이다.
앨범, 콘서트 준비 등과 더불어 하나둘 큼지막한 것들이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한아윤 안무가님한테 부탁한 안무 영상도 도착하고.
이제 남은 것은 정규 앨범 안무와 콘서트 연습, 그리고 Coin의 뮤직비디오 촬영 등이었다.
“우리 술 취했던 영상은요……?”
“그, 그건 무시하자.”
슬슬 그 영상이 올라올 때가 돼서 불안하긴 했지만 수치스러웠던 기억은 모른 척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본격적인 연습 파티에 들어가려고 할 때.
“음……?”
Coin의 안무 연습을 하고 있던 우리에게 예상치 못한 희소식이 날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