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13화
바로 도깨비의 뮤직비디오가 1억 뷰를 찍었다는 소식이었다.
“응?”
동생들과 내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벌써?”
“형들, 우리 도깨비 부른 거 진짜 얼마 안 되지 않았어요? 1월에 공개했던 것 같은데.”
“정확히는 1월 16일이지.”
그로부터 딱 두 달 정도 흐르긴 했다.
60일.
도깨비 MV가 벌써 1억 뷰를 찍었다는 소식에 기분이 얼떨떨하다. 좋다기보다는 의심부터 먼저 들었다.
“한 번 봐봐.”
각자 핸드폰을 들고 뉴블랙 TV에 올라온 도깨비 뮤직비디오를 찾았다.
[조회수 100,017,251회]
[2017.01.16]
정확하게 1억 17,251회.
그 옆으로 두 달 전 날짜가 쓰여 있는 것을 보면서 눈을 깜빡였다. 진짜로 1억 뷰였다.
막내가 내 핸드폰을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어어? 이거 이상한데요? 우주 형이랑 저랑 숫자가 달라요!”
리혁이가 손끝으로 새로고침 버튼을 눌러줬다.
“어? 같아졌다.”
“너는….”
“왜여?”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리혁이가 한숨을 푹푹 쉬면서 먼 곳을 바라보는 동안, 우리가 지호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었다.
잘 컸으니까 됐지.
정말로 1억 뷰를 찍은 조회수를 확인하고는 포털에 뜬 뉴스를 확인했다.
-‘역대급 조회수’.. 뉴블랙 “도깨비” 1억 뷰 찍었다
1억 뷰가 될 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회사로부터 추이가 몹시 좋다는 소식을 들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빨리 1억 뷰가 될 줄은 몰랐다.
아무리 빨라도 5월 정도로 예상했는데.
“키즈 초이스 임팩트가 좀 있기는 했나 봐요. 관광공사랑 같이 찍은 안무 영상 프로모션도 포함해서.”
리혁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 여러 가지 변수가 있었던 것 같다.
“뭐.”
경우가 어쨌건 좋은 일이므로 동생들과 함께 축하하기로 했다.
“축하부터 하자. 이런 날은 마셔 줘야지.”
“꺼낼게요.”
중현이가 냉장고에서 꺼낸 포도주스를 한 잔씩 따라서 축배를 들었다.
달콤한 맛이 온몸에 퍼진다.
컨셉 포토와 뮤비 촬영을 앞두고 있는 터라 다이어트 중이지만, 솔직히 1억 뷰를 찍었다는데 아무것도 안 마시는 건 예의가 아니잖아.
“맞아요.”
비주가 뿌듯한 얼굴로 웃었다.
“다이어트 중이지만 이런 좋은 날에는 한 잔 마셔 줘야 돼요. 소소한 행복도 중요한 거니까.”
“김비주 말에 동의.”
“솔직히… 좀 마셔 줘야죠. 술도 아니잖아요?”
리혁이의 말에 모두 잠시 안색이 어두워졌다.
-사랑해요!
-사랑해!
-난 우리 엉아들이 세상에서 젤 좋아여! 으헤헤!
-어머! 엉아들이래~ 어쩜 좋아~!
눈앞을 스쳐 가는 수치스러운 기억들에 잠시 시선을 돌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건배사나 하자.”
내가 반쯤 마신 종이컵을 다시 들었다.
“아무튼 고마워요. 수플레. 덕분에 우리가 한 잔 합니다.”
“고마워요~!”
다이어트 중에 일용할 음료를 주신 우리 수플레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내며 포도주스를 쭈욱 들이켰다.
“크아…….”
“크으.”
설탕이 금지된 상황에서의 액상과당은 마치 꿀처럼 달콤했다.
혀끝에 아련한 맛이 나는 느낌.
“형.”
중현이가 나지막하게 날 불렀다.
“이거 주스 말이에요. 다시 원래대로 냉장고에 넣어야겠죠……?”
“그렇지…….”
“다시 넣어야 하는 게 맞는 거겠죠?”
동생들의 애절한 눈빛이 읽혔다.
딱 한 모금만 더.
정말로 따악… 한 모금만.
그런 시선들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자기들이 말하긴 좀 그렇고 맏형이 총대를 서 줬으면 하는 애절한 눈빛으로.
“……그래도 그냥 한 잔 더 마시는 건 좀 그렇잖아.”
동생들이 추욱 늘어졌다.
“그렇긴 해요.”
“맞아요. 정신 차려야지.”
“근데 저 포도주스가 저를 부르고 있단 말이에요. 한 잔 정도는 더 해도 될 것 같은데.”
그런 동생들에게 내가 말했다.
“그러면 한 잔 더 할 만한 호재가 있는지 한 번 찾아보자.”
“……!”
곧바로 손가락을 토도독 두드린 동생들이 외치기 시작했다.
“키즈 초이스 이후로 ‘The New Black’이 미국 검색 사이트에서 검색 트렌드 1위를 차지했대요!”
“그럼 마셔 줘야지!”
“우리 알고 보니까 며칠 전에 데뷔 1000일이었잖아요. 생각해 보니까 그거 안 축하하고 있었네.”
“한 잔 더!”
“다음 달에 우리 콘서트가 열려요!”
“콘서트는 인정이지.”
동생들과 함께 신이 나서 각종 호재에 한 모금씩 한 후.
혀끝에 남은 단맛을 즐기는 동안 빈 병에 붙은 칼로리 표의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
“…….”
다이어트의 최고 주적은 액상 과당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날 저녁을 굶어야 했다.
* * *
뉴블랙이 빵빵한 포도처럼 변해 버린 자신들의 얼굴을 보고 꺼이꺼이 슬퍼하고 있을 때.
수플레들은 박수를 치고 즐거워하는 중이었다.
우선은 도깨비의 1억 뷰 소식.
-크으
-요즘 들어 뉴블랙뽕에 삽니다
-ㅊㅋㅊㅋ
-기네스북은 뉴블랙북으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
-헐
-와 어린이들 그 시상식 땜에 유입 더 늘었나??? 8000만대에서 갑자기 1억 뷰까지 안드로메다로 가네
-프리징 걸렷다 풀렸나? 1억에서도 또 확 뛰었네
-쩐다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 이게 내 가수입니다 @[email protected]
-국민들: ㅎㅎ
공개 60일 만에 1억 뷰를 기록했다는 말도 안 되는 소식에 수플레들이 얼씨구절씨구 춤을 췄다.
안 그래도 추이가 대박인 ‘도깨비’ MV였는데.
확실히 그 어린이 어워드가 영향을 미치긴 한 모양이었다.
게다가.
‘도깨비가 확 오를 만하긴 하지.’
음악적인 특성을 보았을 때도 외국인들도 꽤 좋아할 만한 곡이었다.
국악과 팝 음악이라는 마이너 조합을 듣기 좋게 만들기 위해 극한의 이지 리스닝을 추구했으니까.
[솔직히 내부 시사 단계에서는 저랑 프듀팀 피디님들 사이에서 그런 의견도 나오긴 했어요. 노래가 조금 심심한 거 아닐까. 너무 쉽게 가는 건 아닐까.]
원곡자인 우주가 Y앱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을 만큼 쉬운 곡이었다.
전문가들 입장에선 조금 심심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대중들 입장에선 딱 듣기 좋은 곡이었다.
원시적인 리듬.
그것이 외국 팬들의 입맛에도 딱 맞는 모양이었다.
사실 한국에서 노령층과 어린 세대들이 동시에 좋아했을 정도로 대중성을 잡은 곡이니 해외는 말할 것도 없었다.
‘행복 Max~ 행복 Max~’
둠칫둠칫 어깨춤을 추던 수플레들이 흥겨운 얼굴로 미튜브에 접속했다.
어떤 영상을 보기 위함이었다.
오늘 도깨비의 뮤직비디오가 1억 뷰가 되었다는 소식에 몹시 기쁘기도 했지만 사실 팬들이 행복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뉴블랙의 여행일기 시즌 II : 알콜 이즈 더 뉴블랙]
일명 팬들이 ‘술블랙’이라고 부르는 장면이 담긴 리얼리티 영상이었다.
‘귀여워.’
영상 속에서 뉴블랙 멤버들이 알딸딸한 얼굴로 변해 있었다.
비주가 편지를 낭송하고 ‘경우의 수’를 부를 때부터 직감하고 있던 것이긴 했다. 멤버들이 계속해서 맥주를 홀짝였으니까.
저거 슬슬 그만 마셔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쯤.
[어? 지구가 빙빙 돌아요!]
뽀얀 얼굴에 홍조가 가득 돈 두루미들이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어폰을 꽂고 듣는 수플레들의 귓가로 연신 제작진들의 웃음소리가 흘러 들어왔다.
제작진이 멤버들을 엄청 귀여워하는 게 느껴졌다.
화면 아래쪽에 관찰 프로처럼 멤버들의 반응이 띄워져 있다.
[으악. 나 못 보겠어요.]
[어으으으!]
[으 나 왜 저래. 진짜 진상인데?]
[그걸 이제 알았어여~? 아아악!]
우당탕탕 막내들의 소란이 벌어지고 형들이 누가 이길지 베팅을 하는 동안.
아래쪽 영상 화면이 사라지면서 어두운 해변을 돌아다니고 있는 멤버들의 영상만 남았다.
수플레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바보들. 진짜 완전 바보들…….’
정말 바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행동들이 이어졌다.
[헐! 지구가 왜 이렇게 빨리 돌지? 리혁이 혀엉! 이거 지구가 도는 속도가 너무 빨라요!]
[어쩔 수 없어! 시속 1,300km란 말이야.]
[1,300km요? 근데 왜 더 빠른 거 같지.]
[공전 속도까지 고려해야 돼. 어어어어! 버텨!]
영상 속 제작진과 현실 속 수플레들의 웃음소리가 겹쳤다. 모래사장에서 버둥거리다가 엎어져서 어푸푸 거리는 멤버들.
[버텨!]
[으아아아아!]
[내가 도와줄게.]
엎어진 채 멤버들을 꼬옥 붙잡은 중현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 손으로는 흐아아압! 하면서 모래바닥을 꼬옥 움켜쥐고, 나머지 손으로는 멤버들을 붙잡고 버둥댄다.
영상 아래쪽으로 중현이 관자놀이를 주무르는 장면이 나왔다.
[형. 저 진짜 못 보겠어요.]
[괜찮아. 중현아. 조금 있으면 나도 나와.]
우주의 다독이는 말과 함께 영상 속에서 이번에는 우주를 부르는 멤버들의 모습이 나왔다.
[우주 형!]
[형!]
[도와줘요! 지구가 너무 빠르게 돌고 있어요!]
그 말에 어리둥절한 얼굴로 ‘할머니’를 중얼거리며 달을 바라보던 우주가 정신을 차렸다.
[정신 차려, 선우주!]
자기 뺨을 찰싹찰싹 때리던 우주가 동생들에게 달려가다가 엎어졌…….
촙.
엎어지는 줄 알았는데 빙글빙글 2회전을 하고는 모래 바닥에 착지했다.
달밤에 체조선수처럼 덤블링을 하는 리더의 모습에 멤버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역시 형이야! 구하러 와 줬어!]
[아냐. 저 사람도 잡혔을 거야.]
횡설수설하던 멤버들이 모래사장에서 버둥거리며 구조 요청을 했다.
[형! 지구를 멈춰 주세요!]
[지구가 너무 빨라요!]
그 말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 듯 우주의 표정이 진중해졌다. 흐물흐물하게 풀렸던 눈에 빡! 힘을 주더니.
우주가 손을 뻗었다.
[지구! 멈춰!]
제작진이 숨넘어갈 것 같은 웃음을 터뜨렸다.
모래사장에서 버둥거리는 4인조와 손바닥을 뻗으며 멈춰! 하는 선우주의 모습.
정말 귀여운 멍충이들이란 말이 절로 나오는 장면을 보며 수플레들이 박장대소를 할 때였다.
[어?]
[머, 멈췄다……!]
[역시 우주 형이야. 지구를 멈췄어!]
수플레들이 손뼉을 치며 웃는 동안, 아래쪽 화면으로 뉴블랙 멤버들이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
그 이후로 영상 속 술블랙이 서로를 부둥켜안기 시작했다.
[사랑해.]
[사랑해요~ 사랑해요~ 내가 그대에게 부족한 걸 알지만~]
[세월을 걷다 보면~]
서로 어깨동무를 한 채 발라드곡을 부르며 호주 바다를 향해서 손을 흔들기도 하고.
제작진을 향해서도 포옹 세례를 퍼붓고.
새로 들어온 매니저들의 손을 붙잡고 우리 잘해 보자며 눈물을 훔치는 감성 청년들의 모습이 나왔다.
카메라를 바라보며 수플레들~ 하며 주사를 부리는 이들의 모습에 팬들도 촉촉한 눈가를 닦았다.
-얘들아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이런 아이돌 또 없다. 뉴블랙 좋아한 건 내가 20대에서 제일 잘한 일 중에 하나로 기록할 수 있을듯
-술 마시면 본모습이 나온다는 말 있던데ㅋㅋㅋㅋㅋㅋㅋ 본모습 왜일케 웃기냐구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이 말이야
-금주선언 하지 마ㅠㅠㅠㅠ 또 술 마셔 줘..
-이런 주사는 환영
-그 와중에 선우주는 대체 왜 취했는데ㅋㅋㅋㅋㅋㅋㅋ 자연스럽게 취해서 섞여 있네
-약간 마시긴 했음 04:17에 보면 비주가 ‘우주 형…’ 하고 하는 말에 혀끝으로 할짝? 그러는 게 맥주 빈캔임
-저건 마신게 아니라 핥은 거자나ㅋㅋㅋㅋㅋ
-이런 사랑둥이들 또 없다ㅠㅠㅠ
-사랑해요 횟수 세어봄. 492회 중에서 1위(서리혁, 247회), 2위(김비주, 102회).. [더보기]
-서리혁의 이니셜 ㅅㄹㅎ는 사랑해라는 것이 정설
흔하디흔한 여행 리얼리티지만 그 속에서 멤버들의 따스한 마음이 느껴진다는 게 너무 좋았다.
비주가 ‘경우의 수’라는 곡을 공개했을 때 한 말처럼.
-어쩜 이렇게 우리 다섯이 모였을까요?
정말 그 말이 딱이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완벽한 5인조의 조합에 수플레들은 새삼 행복한 기분을 느꼈다.
그러곤 영업글을 찌기 시작했다.
[대충 금주 선언했다는 뉴블랙]
[30초 이내로 못 웃기면 사이트 탈퇴함 (feat. 뉴블랙)]
[‘사랑해’란 말을 의인화하면 서리혁이 나오지 않을까]
워낙에 병맛스럽고 웃긴 장면이라 그런지, 여기저기서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었다.
일반 커뮤니티에도 관련 장면이 퍼져 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고 귀여워
-스무살짜리 남자애들 보고 귀여운게 정상인지ㅋㅋㅋㅋ
-지구 멈춰!
-뉴블랙 TV는 진짜 상 하나 받아야 할 것 같은데ㅋㅋㅋ 진짜 개그가 예술의 영역이네요
-이러니까 예능인 후보에 오르지ㅋㅋㅋㅋ
전반적으로 호의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고, 기사들이 커뮤 반응을 복사 붙여넣기한 리뷰글을 올릴 때.
3월 말.
서서히 아이돌 커뮤니티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글들을 보며 눈매를 좁히는 수플레들이었다.
‘쿨타임이 됐네.’
3월은 아이돌 팬들에게 있어서 기획사들을 비교하는 시즌이었다.
기획사들이 전년도에 어떤 성적을 거두었는지 기록하는 시기이기 때문이었다.
TJ 엔터를 시작으로 각 대형 기획사들이 작년도에 매출을 얼마나 기록했는지 하나둘 뜨고 있을 때.
‘안티들 등장하면 바로 밟…….’
그런 생각을 하던 수플레들이 눈을 깜빡였다.
‘얼레?’
성적으로는 깔 수 없으니 기획사 매출을 가지고 어쩌구저쩌구 헛소리 하는 이들이 나타날 거라고 예상했는데.
눈앞에 뜬 소식이 뭔가 예상과 전혀 달랐다.
[레몬 엔터 전체 기획사 매출 2위.. 1300억]
2016년도 매출 1위를 차지한 MOP 엔터의 바로 아래로 레몬 엔터가 위치해 있다는 소식이었다.
심지어 TJ 엔터와 비등비등한 수준.
1300억 중에서 800억을 뉴블랙이 벌어다 주었다는, 아이돌 그룹 중에선 매출 1위라는 소식에 눈을 깜빡거렸다.
‘어?’
그 때문일까.
뉴블랙의 안티들이 창궐할 줄 알았는데, 그러기는커녕 뜻밖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지금 돌덕들 사이에서 핫한 주제 - 레몬 대형이다 vs 아니다]
급작스레 규모가 커진 레몬 엔터를 대형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두고 싸우고 있었다.
-대형ㅋㅋㅋㅋ 뉴블랙 하나 떴다고 대형임??? 매출만 높은거지 규모 보면 여전히 ㅈ소인데
-뉴블랙이랑 스칼렛 말고 뭐 있나..?
-솔직히 대형은 에바ㅋㅋ 4대 기획사들 다 10년넘게 노하우 다지고 업계 인정 받아서 그런 건데
-뉴블랙 다음으로 보이그룹 준비중이라며ㅋㅋ 걔네도 띄워야 ㄹㅇ 대형이지
무슨 레몬 엔터가 대형이냐는 의견부터.
-대형이 언제부터 역사와 전통으로 따졌냐ㅋㅋㅋㅋ 규모로 따지는 거지
-이쯤 되면 대형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은데?? 올해 추세로 보면 레몬이 1위 먹을 거 같은데
-올해 해투 규모 공개된 것만 봐도 겁나 크던데
-역사와 전통ㅋㅋㅋㅋ 대형부심 웃겨
-다 부질없다ㅋㅋㅋ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막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는데, 수플레들은 어안이 벙벙한 기분이었다.
‘우리… 대형이야……?’
도깨비 1억 뷰를 보고 당황했던 것처럼.
그간 압도적으로 몸을 불렸던 팬덤 또한 자신들과 가수들의 크기를 객관적으로 자각하기 시작했다.
‘우리 애들이 좀 많이 컸나……?’
그렇게 팬들이 얼떨떨한 기분으로 매출을 확인하고 있는 동안.
다른 회사와 실적을 비교한 보고서를 읽고 있던 어느 기획사의 반짝이는 대표도 눈을 깜빡거리고 있었다.
“조 이사.”
“네, 대표님.”
“우리 이제 대형 기획사인가?”
“그렇다고 볼 수 있죠.”
“……!”
대표실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박규호 대표와 본부장, 조규환 이사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끄덕.
끄덕.
진중한 임원들의 눈빛에 본부장이 핸드폰을 들었다.
“예, 거기 아직 출발 안 했죠? 네, 양장피랑 전가복을 추가하려고요. 거기에 탕수육도 아직 안 튀겼으면 찹쌀 탕수육으로…….”
뉴블랙이 성공한 후에도 조촐하게 짜장면 냄새를 풍겼던 대표실.
그곳에 마침내 부유한 냄새가 감돌기 시작했다.
* * *
3월 말.
계절이 완벽하게 봄으로 접어들면서 많은 것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트를 입고 다녔던 우리가 가디건 등을 걸치고…….
“으아아아! 꽃무늬 가디건! 그딴 건 또 어디서 산 거예요? 호주에서 무슨 흉물을 들여왔어.”
“호주 할머님이 만드신 거라는데.”
“진정한 흉물은 내 마음이었네요.”
“할머님이 공장 사장이래.”
“야!”
아무튼 옷차림도 바뀌고.
따스한 날씨 속에서 컨셉 포토와 뮤직비디오 촬영도 무사히 마쳤다. 정말로 컴백이 훌쩍 다가왔다는 게 느껴졌다.
이제 조금 있으면 지호 생일이 있고, 그 바로 다음 날에 Coin으로 컴백을 할 예정이었다.
물론 이번에도 그냥 컴백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도깨비 프로모션으로 관광공사 영상과 보물찾기 등이 효과를 거둔 이후로 이번에도 독특한 것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12일이 수플레들 1000일인 거죠?”
“응. 맞아.”
14년도에 탄생 100일에 첫 팬 미팅을 하고 수플레 위크를 했듯이.
이번에도 수플레 탄생 1000일인 수요일을 시작으로 17년도의 수플레 위크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매년 팬송을 공개하거나 빵을 만들거나 뉴불백 레시피를 공개했던 것처럼, 올해도 특별한 것을 해 볼 예정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우리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행사가 있었으니.
“후후후후후.”
“후후후후후!”
바로 뉴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행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