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14)화 (614/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14화

뉴 블랙 프라이데이.

이름하야 창고 대방출의 시간이었다.

-내가 요즘에 인터넷을 조금 보는데 말이야. 허허허허. 굿즈를 개미 눈곱만큼 판다고 그러더구나. 허허허.

대표님께서 하신 말에서 영감을 얻었다.

일전에 팔았는데 수량이 동나서 구매하지 못한 과거 굿즈들을 다시 판매해 보면 어떠냐는 생각이었다.

불꽃놀이 때 팔았던 굿즈들을 비롯해서 인기가 너무 좋아서 빠르게 단종된 굿즈들을 재판매하자는 아이디어인데, 실제로 구매할지 의문이 들 뿐, 좋은 아이디어 같아서 우리도 찬성했다.

그리고.

“이게 이번 뉴 블랙 프라이데이의 협력사들이야.”

“허어…….”

“여기저기서 한 발씩 다 걸치겠다더라고.”

뉴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이하여 전국의 수플레빵과 뉴불백의 가격을 인하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그뿐만 아니라 수플레 위크를 축하한다며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했다.

인터넷 쇼핑몰 34번가를 비롯해 여러 패션 브랜드와 장난감 회사 등등.

그 때문에 우리 생각보다 더 큰 규모의 행사가 됐다.

“우와아…….”

막내가 몽롱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 예전에 수플레 엑스포 한 번 차리자고 했잖아요. 코엑스 같은 데 대관해서 막 수플레 축제 열고.”

“그랬지.”

“어쩌면 그날이 생각보다 가까운 걸지도 모르겠어요.”

“허어어…….”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데뷔 때부터 꿈꿔왔던 것들이 정말 꿈처럼 하나씩 이뤄지고 있었으니까.

“역시 꿈☆은 이루어진다.”

“잉? 그게 뭐예요?”

“아냐. 아무것도…….”

가끔 팀에서 2002 월드컵을 본 기억이 없는 호린이가 있다는 사실을 까먹을 때가 있다.

“자, 그럼 다시 한번 달려갑시다!”

“고고고!”

이제 남은 것은 컴백 쇼케이스와 수플레 위크 준비였다.

*   *   *

완연한 봄날이 된 4월 초.

여의도에서 벚꽃 축제가 열리면서 곳곳에서 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가운데, 지하철역 곳곳에 축하 문구가 걸리고 있었다.

-따스한 봄날에 찾아온 너, 이제 우리 같이 늙자.

-[왕]지호, 태어나줘서 고마워 [지]켜 줄게 [호]호호호

-왕지호님 앞으로 2017.04.09 00:00 +1살 배달되었습니다.

출퇴근길에 지하철역을 지나다니는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호오 하며 눈에 이채를 띠었다.

‘지호 생일인가 보네.’

‘지호가 몇 살이더라. 고등학교 얼마 전에 졸업했으니까 이제 스물인가? 어휴. 어쩌다가…….’

‘좋겠다. 형들이 뉴블랙이야.’

실시간 검색어에 ‘왕지호 생일’ 등이 올라오며 국민 아이돌 막내에 대한 생일 뉴스들이 올라오는 한편.

뉴블랙 TV에도 막내의 생일 축하 영상이 올라오고 있었다.

고깔모자를 쓴 막내가 둠칫둠칫 어깨를 들썩이고, 멤버들이 옆에서 생일 나팔을 뿌뿌 불어 주는 영상.

연습실에서 잔뜩 땀에 절은 채 생일 파티를 하고 있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진짜 컴백이구나.’

수플레들의 마음이 덕순덕순했다.

1월 중순에 스페셜 앨범을 발매하고, 불과 3개월 만에 정규 앨범 2집을 들고 돌아온 최애들이었다.

컴백 D-1.

‘후하, 후하…….’

티저 사기라는 말이 있을 만큼 노래는 까 봐야 안다는 것이 아이돌판의 상식이긴 했지만 기대감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뉴블랙 - ‘Coin’ Official Teaser 1]

키치한 색 조합이 돋보이는 복도를 배경으로 뉴블랙의 서브보컬이 걸어가는 영상이었다.

연보라 색조가 들어간 눈매가 날카롭게 빛나고.

손가락으로 동전을 튕기면서 여유롭게 걷던 지호가 거울 앞에 서더니, 거울 반대편에서 웅크리고 있는 자신에게 동전을 튕겼다.

스르르르.

투명한 거울을 통과한 동전이 반대편에 있는 지호의 손에 안착한다.

꾸러기 느낌을 자아내는 패션.

물끄러미 동전을 바라보고 있던 거울 속 지호가 고개를 들면서, 어둠에 잠겼던 배경이 밝아지기 시작한다.

달그락거리며 환한 빛을 내는 게임기들로 가득한 오락실이 드러나며 영상이 끝났다.

‘허어.’

스타일리시한 티저 아래에 깔려 있는 Coin의 멜로디가 심상치 않았다.

-주선이가 또 해내고 말았습니다

-ㅇㅏ 존나 좋아ㅠㅠㅠㅠㅠㅠ 왕지호 이제 어른해

-하씨 애들 미모 자랑하고 싶다.. 다들 알겠지만 저기 갈색머리가 바로 지호야 옆에 금발이 우주임

-멤버별로 티저 나와?? 지호만 분량 많네

-진심 너무 좋아ㅠㅠㅜ

-그래 이번에 호주에서 금화 가져온것부터 해서 뭔가 원기옥 느낌이긴 했어. 초대박 터질 때가 됐지

-비주 저 잠깐인데도 시선 겁나 끈다ㅋㅋㅋㅋ 와

-헤메코 좀 대충한 느낌..ㅠ

-지호 볼살 어디 갔어ㅠㅠㅠㅠㅠ 어른이다 어른이야 울 애기가 어른이 됐어요 세상에

-술블랙 보다가 이거 보니 새삼 당황스럽네

도깨비 이후로 다시 본업으로 복귀한 최애들의 모습에 수플레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정체성을 깨달았다.

‘맞아! 난 아이돌 팬이었어!’

우리 애들이 웃기는 걸 엄청나게 잘해서 그렇지, 이렇게 본업을 하면 또 멋지게 해내는 가수들이었다.

‘말만 안 하면 된다고!’

노래 부르거나 춤추거나, 소리 없이 미소를 짓고 있는 사진을 보면 천상계의 미청년들이 모인 아이돌이었다.

-지구! 멈춰!

머릿속에서 아른거리는 우주선과 졸개들을 지워 낸 수플레들이 컨셉 포토를 바라보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오락실에 놀러온 듯한 분위기의 소년들이 있었다.

한쪽 눈을 감은 채 풍선껌을 불고 있는 우주라든가.

스케이트보드를 잡은 채, 옆을 슬쩍 바라보며 웃는 중현이라든가.

전체적으로 맑고 쾌청한 분위기가 돋보였다.

‘밝은 곡인가? 밝은 곡?’

Nine이나 Empire처럼 무겁거나 강렬한 곡을 좋아하는 팬들도 있었지만, 불꽃놀이나 바람꽃 같은 분위기에 대한 수요도 만만치 않았다.

물론, 실제 노래 분위기는 청량보다 뉴트로한 것에 더 가까워 보이긴 했지만.

불꽃놀이처럼 밝고 신나는 곡이 될 거란 사실은 분명해 보였다.

‘오프라인 반응도 괜찮은 것 같네.’

뉴블랙의 컴백에 대한 이야기를 주변에서 접할 수가 있었다.

“얘네 이번에 나오는 거 보니까 옛날 아이돌들한테서 조금 따온 것 같지 않아? 되게 패션도 그래 보이던데.”

“그 느낌 나긴 하더라.”

“오락실 맞지? 배경 자체가 옛날 느낌 나게 의도한 거 같더만.”

몰래 엿듣던 수플레들도 그런 의견에 동의했다.

‘노렸구나!’

원조 국민 아이돌들이 있었던 시기의 향수를 잠시 떠올리게 하는 느낌이었다.

17년도의 최신 버전으로 패션을 바꾸고, 음악도 레트로가 아닌 뉴트로풍이라는 차이 정도일까.

뉴트로(Newtro).

레트로가 과거를 그리워하며 그 시절로 돌아가려는 복고풍이라면 뉴트로는 과거의 것을 새롭게 신상품처럼 즐기는 분위기였다. 트렌디하게 과거 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곡.

그런 것을 통해 레몬 엔터가 목표하는 바가 느껴졌다.

-저희 좀 쐐기 박겠습니다! 핫하하하!

‘우리 애들이 원탑’, ‘국민 아이돌’ 같은 팻말을 든 박규호 대표가 정과 망치를 들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그려졌다.

도깨비로 대중들을 완벽하게 사로잡았으니.

이제 완벽하게 다른 경쟁자가 도전조차 할 수 없도록 쐐기를 박겠다는 분위기였다.

‘……대체 또 어떤 곡이 나왔기에.’

끝을 모르는 자신감으로 똘똘 무장한 회사를 보며 수플레들조차 의아함을 품을 정도였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침착하자. 침착해.’

머릿속에서 자꾸만 최상의 행복한 미래를 그리는 행복회로를 차단하며 마음을 다잡는 수플레들이었다.

평소 그들의 가수가 그러하듯이.

저번에 거두었던 성적만 거두어도 감지덕지라며 마인드 트릭을…….

-이번 앨범이 뉴블랙 지금 신규 유입됐다는 팬들이 얼마나 큰지 확인하는 지표가 될듯

-미국에서 반응 올 정도면 대박 터지겠지ㅋㅋㅋㅋㅋ

-성적에 관심없다지만 가수랑 팬들 모두 누구보다 성적충인..ㅋㅋㅋㅋ

-내 기준 기괴한 팬덤갑

-얘네 팬들 틧터에서 보면 개웃겨ㅋㅋㅋ 성적 신경 안쓴다면서 제일 집착함

-아 이번엔 백만장 찍으셔야지~~

-텐티랑 틴스팬들한테 억울하게 당하는 숯불들ㅠㅠㅠ 이러면서 하는 짓 보면 얘들보다 더함

-그래서 도쿄돔은 언제 가는 건데

성적에 연연하지 말자며 초연하게 마음을 다스리고 있던 수플레들이 후우 하며 심호흡을 했다.

안티들은 늘 똑같다.

잘 되면 잘 된다고 욕하고, 망하면 망한다고 욕하고.

그런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스릴 때였다.

[이번에 좀 어처구니없는 것 같은 뉴블랙 월드투어 규모]

(투어 일정 스크린샷.jpg)

북미 투어만 해도 멕시코랑 미국 합치면 10만 명 정도 됨

-좀 무리수 같은데

-엥 고척돔 3일 하면 6만~7만 아냐?? 유럽이랑 미국 규모 뭔데

-파리 아코르호텔 아레나면 작년에 K팝콘서트 열렸던 거기 아님?? 거기를 혼자서 이틀이나 채운다고?

-뭔 자신감이래. 유럽 애들 k팝 진짜 1도 모르는데

-작년도에 일본 돔도 못갔는데 뭔..ㅋㅋ

-전체적으로 회사 가수 팬 모두 다 ‘세계적인 인기를 가진 뉴블랙ㅠㅠ’에 도취된 거 같음

팬들이 눈을 깜빡였다.

‘걱정을 해 주는 거야, 욕을 하는 거야?’

상식적으로 공연장 규모가 커서 자리가 남게 된다면 제일 속상할 사람들이 가수와 팬들 아니던가.

슬퍼도 당사자들이 제일 슬플 텐데.

콘서트 규모가 과하네, 모자라네 하면서 비교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속이 꽉 막히는 듯했다.

‘그러려니 해야지.’

이번에 어린이 시상식에 다녀온 이후에는 눈에 초점이 사라져서 방방 뛰고 있는 안티들이었다.

정말 원탑이란 자리에 올라서 그런 걸까.

댓글에서 시기와 질투가 느껴지는 이들이 바글거리며 망해라! 망해라! 하며 저주를 퍼붓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머글들 있는 데는 나타나지도 않네. 3급수에만 사는 미꾸라지 같은 애들인가.’

머글들 있는 데는 무서운 것인지, 아이돌 팬들이 가득한 곳에서만 어그로를 끌어대고 있다는 점이었다.

뭐.

경우가 어쨌건 보면서 열불이 치솟는다는 건 변함이 없었다.

“…….”

“…….”

곳곳에서 보던 수플레들의 눈에서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오냐. 백만 장 만들고 만다.’

‘해외 팬들 다 모여 봐. 내가 할 말이 있다.’

‘이 새끼들은 전생에 우주한테 돈이라도 떼어 먹힌 건가. 그런 거면 인정이긴 한데…….’

컴백을 앞두고 들어오는 공격에 팬덤은 역대급으로 결집하고 있었다.

원화, 달러, 엔, 위안 유로 등등.

각국에서 촤르르르 모이는 돈다발.

‘백만 장 간드아아아!’

Coin 컴백과 수플레 위크를 앞두고 정말로 원기옥을 모으고 있는 수플레들이었다.

*   *   *

마침내 컴백 날.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공연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가슴이 콩닥거리고 그랬다.

“어으으으 떨려…. 왜 이렇게 떨리냐.”

“저도요.”

“뭐라도 해서 이 마음을 달래야겠어. 하이파이브라도 할까?”

오들오들 떠는 비주와 손바닥을 맞부딪치며 으아아아 했다.

어찌나 떨리는지.

-저 선배님…….

얼마 전에 연습생들과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가끔씩 연습생들에게 고기를 구워서 가져다줄 때면 고민 상담을 하곤 하는데, 대체로 연습생들의 고민은 비슷비슷하다.

월말평가 때만 되면 너무 떨려서 청심환 먹고 그러는데 안 떠는 방법이 없냐고.

-시간이 답이야.

-오직 시간만이 해결해 줄 수 있지. 너희가 경험이 더 쌓이고 그러면 조금 덜 떨리게 될 거야.

-그럼 우리처럼 될 수 있지. 후후후후!

…라고 멋진 척하고 조언을 해 줬는데.

막상 공연장으로 향하는 차량 안에 있는 것은 후드티를 눌러쓴 채, 빵빵하게 부은 얼굴로 징징대는 5인조였다.

“으어어어…….”

“왜 이렇게 컴백 날만 되면 떨리죠?”

“그게 미스터리야.”

확실히 경험이 쌓이면서 어지간한 것에는 면역이 된다.

시상대 위에 올라가서 수상소감을 전한다든가, 남들 앞에서 개인기를 뻔뻔스럽게 펼친다거나.

그런데 공연은 아무리 경험치가 쌓여도 긴장되는 게 변하지를 않았다.

“본업이라 그런 거 같은데요.”

우비소년처럼 후드 끈을 꾸욱 당긴 리혁이가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 공연장도 좀 하필이면 콘서트장이랑 같아서 그런 거 같고.”

“그러게.”

오늘 컴백 쇼케이스가 열리는 곳은 바로 고척돔이었다.

대략 2만 명 정도가 참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스페셜 앨범인 도깨비와 다르게 정규 앨범의 공연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번에 추첨할 사람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거의 전체 수플레들을 대상으로 추첨하는데 수천 명 정도로는 누구 코에 붙이냐 정도의 상황.

“와. 진짜 격세지덕네여.”

“격세지감이고 감지덕지하다는 뜻이구나.”

“네.”

“그래. 오늘 하루만큼은 사자성어 쓰지 말도록 하자.”

막내의 등을 토닥이면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도 보통 이런 성격들은 고집을 부리면서 내 맘대로 할 거야~ 하기 마련인데 우리 애는 말을 참 잘 듣는다.

“저는 저 자신을 엄청 잘 알고 있거든요. 제 대가리로는 여기까지 못 왔을 거라는 걸 알아요.”

“대가리 말고 머리라는 말 쓰자.”

“아, 요새 틴스 애들이랑 톡해서 그런가 봐요.”

그러고 보니 걔들은 잘 지내고 있으려나.

저번에 자기네가 백만 장을 만들어 주겠다며 앨범을 구매하겠다고 약속한 틴스피릿 멤버들이었다.

물론, 6장 말고 5장으로.

-저희에게 존나 아픈 기억이었죠.

-최애만 아니었으면 팬들한테 처맞았을 거예요.

-후. 최애여서 다행이다…….

요즘 들어 바빠서 서로 얼굴을 보지 못했는데, 컴백하고 시간이 되면 조만간 집에 초대나 한 번 해야겠다.

톡으로 컴백 축하한다고 보내 주는 태현이도 그렇고.

앨범 작업을 하느라 챙기지 못했던 주변 사람들을 챙겨야겠다고 다짐을 할 때였다.

“오늘 이따가 그것도 나온다던데요.”

중현이가 모닝 젤리를 우물거리며 말했다.

“그 뭐지. 빌보드 어워드에서 노미네이션 발표한다고 하던데. 거기 우리 이름 들어갈 것 같대요.”

“오오오.”

“블루문이 좀 뜨긴 했지.”

빌보드 어워드에서 올해의 후보들을 발표한다나.

아마 Blue Moon이 콜라보레이션 부문에 후보로 들어갈 것이라는 게 유력하다고 들었다.

공연까지 하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어쩌면 가능할 수도?

키즈 초이스 어워드 이후로 미국 내에서 주가가 상승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어린이들 사이에서 반응이 핫하면서 어른들도 강제로 우리 이름을 듣게 되고 있다고.

“우리가 그러니까 뽀로로 같은 거네요. 어린이들이 뽀로로! 하니까 어른들이 막 어쩔 수 없이 알게 되잖아요.”

“허어어…….”

“그래도 우리가 어찌 뽀 선배님의 아성에…….”

“그건 좀 그렇긴 하네요.”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웃는 동안 고척돔이 서서히 가까워졌다.

다들 하나씩 후드를 벗었다.

이번 앨범의 컬러는 흰색 위의 파스텔 톤.

지호는 단정하게 갈색으로 물들였고, 비주는 연한 분홍색으로 물을 들였다. 리혁이는 주황색이고.

애쉬 그레이로 염색한 중현이와 금빛으로 물들인 나까지.

“알록달록하다. 우리 오형제.”

염색을 하느라 큰 고통이 따르긴 했지만 나름대로 만족스럽긴 했다.

지금은 조금 푸석푸석하고 추레하긴 했지만, 여기에 전문가들의 손길이 더해지면 금세 뽀송뽀송해질 테니까.

리혁이가 내 머리카락을 보며 말했다.

“아저씨 그거 같아요. 그거.”

“뭐?”

“옥수수 수염.”

“…….”

리혁이의 말에 동생들이 박수를 치면서 좋아했다. 차량을 운전하고 있던 매니저 민수 씨는 내 머리를 보고 사레가 들렸다.

“민수 씨…?”

“죄송합니다. 그, 너무 표현이 적절해서…….”

“아뇨. 그게 아니고.”

내가 웃으며 말했다.

“편하게 웃으셔도 돼요.”

“아… 그렇습니까?”

“네. 조심스러워하시는 것 같아서 너무 그럴 필요는…….”

“와하하하하하하!”

곧바로 터지는 호탕한 웃음.

조금은 조심스러워해 달라고 할까.

내 눈매가 가느스름해지자 원석이 형이 말했다.

“조심해. 민수야. 저기 또 옹졸한 우주선 표정 나왔다.”

“엇.”

“조심해야 돼. 우주는 지구가 끝날 때까지 기억을 하거든.”

“그렇군요….”

“그래. 그게 바로 우주야.”

뿌듯하게 설명을 대신 해 주는 매니저 형을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윽고 공연장에 도착해서 Coin의 무대를 포함해 오늘 공연에 있을 행사들을 리허설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중에서 우리가 가장 고대하는 코너가 있었다.

“얼른 시상해 주고 싶다.”

“크으.”

“트로피 주고 그러면 수플레가 엄청 좋아하겠죠?”

오늘 2만 명이 참석하는 쇼케이스에는 아주 특별한 코너도 준비되어 있었다.

-자. 그러면 시상식이 있겠습니다.

바로 우리가 수플레들에게 직접 트로피를 수여하는 시상식이었다.

*   *   *

같은 시각.

고척돔에서 열릴 Coin의 쇼케이스에 참석하기 위해 수플레들이 단장을 하는 가운데.

“…….”

“…….”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며 막막한 기분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었다.

[축하합니다! 뉴블랙의 정규 2집 ‘Hello, WOrLD’의 쇼케이스 응모에 당첨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쇼케이스에 당첨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뛸 듯이 기뻤다.

하지만 그 이후에 또 한 번 도착한 문자를 보는 순간,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을 수밖에 없었다.

[축하합니다! 뉴블랙 주최 제1회 수플레 어워드에 후보로 지명이 되셨어요! 정말로 축하드립니다! ^^]

2만 명 앞에서 최애에게 트로피를 받는다.

상상만 해도 뭐… 나쁘지는 않은 광경이었지만 문제는 거기에 첨부되어 온 이미지 파일이었다.

수상 후보를 정리한 것들.

[이크! Stage 1을 우주보다 더 늦게 클리어를 했어요!]

☆ 노력상!

- 우주보다 더 낮은 점수를 기록한, 유일무이한 기록을 지닌 (ID: 선우주 겜알못) 님!

[시작하기 전부터 끝나버렸다ㅠㅠ]

☆ 스피드상!

- 10초 만에 게임 오버가 되신 (ID: 내 목숨은 질기지) 님!

[저희를 빛나게 해 줘서 감사해… 어어어? 눈부셔!]

☆ 반딧불이상!

- 뉴블랙 스토어 응원봉 최다 구매 고객인 (ID: 등대지기) 님!

“…….”

“…….”

자동으로 쇼케이스에 당첨된 수상자들의 안색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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