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15)화 (615/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15화

고척돔.

쇼케이스가 시작하려면 아직 5시간이나 남은 상태였지만, 이미 고척돔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와. 대박.”

어느 수플레가 친구에게 말했다.

“야, 이거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사람한테 떠밀려 갈 것 같지 않냐? 사람 진짜 개많아. 쇼케 인원보다 더…….”

“저기.”

“응?”

“친구분 저기 떠밀려 가셨…어요.”

“……어라?”

주절주절 이야기하고 있던 대상이 친구가 아니었다.

머쓱하게 아, 예 하는 미소를 주고받은 수플레가 멀찍이 친구를 향해 외쳤다.

“야!”

“으어어어!”

수플레들의 인파에 떠밀려 가는 친구들이 서로를 향해 애절한 눈빛으로 손을 흔들었다.

‘사람 대박 많아!’

쇼케이스 인원이 2만 명인데, 그걸 상회하는 숫자의 인원들이 고척돔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흡사 축제가 열린 느낌이다.

날씨도 완연히 봄이라 꽃들이 가득하고, 따스한 봄바람에 쇼케이스 현수막이 펄럭였다.

[뉴블랙 정규 2집 쇼케이스 : Hello, WOrLD]

주변에서 바글거리는 사람이나 나눔의 현장을 볼 때마다 가슴이 따스해진다.

‘이게 얼마 만의 오프라인이냐.’

시상식 등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 오프라인으로 수플레들만 모인 대규모 행사는 간만이었다.

작년 체조 경기장에서의 콘서트가 떠오르는 기분.

같은 가수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이렇게 대규모로 모인다는 건 뭔가… 알 수 없는 감흥을 느끼게 했다.

“와.”

거기에 더해서 다른 의미의 유대감도 있었다.

“여기 있는 사람 다 게임 클리어한 사람들인 거지?”

“그치.”

“미쳤다…. 진짜 한국인들은 게임에 진심이… 어어? 근데 누구세요?”

“어?”

“제 친구… 어라?”

“어? 제 친구는 그럼…….”

다시 한번 각자의 친구를 향해 누구야! 라고 외치며 애절한 눈빛을 보내고 있을 때.

현장에 모인 수플레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훗 웃었다.

마치 천하제일 무술대회의 본선에 모인 사람들과 같은 눈빛이었다.

‘여기까지 올라왔다니, 저 녀석 만만치 않아 보이는걸.’

‘강해 보여.’

그런 눈으로 서로를 재단하던 수플레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다시 한번 또 놀랐다.

‘외국인들도 있긴 하네?’

원칙상으로는 전 세계 모든 수플레가 팬클럽 인증만 하면 게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하지만 게임 난이도가 난이도라서 그런 걸까.

랭킹 1위부터 100위까지 한국인들이 대다수를 차지한 상황에서 외국인들은 게임 클리어조차 어려워하고 있었다. 몇몇 양덕들이 집념으로 게임을 클리어하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F 워드가 최소 수백 번은 나왔을 정도.

“외국 사람들이 있긴 있네.”

“진짜 리스펙.”

난이도 Korean에서 살아남아 클리어 하고, 마침내 쇼케이스 초청까지 된 외국 팬들의 순정에 감탄이 나왔다.

비행기 티켓 값도 엄청 들었을 텐데.

곳곳에서 영어를 쓰면서 외롭게 서 있는 외국 팬들에게 한국 팬들이 다가가 말을 걸어 주었다.

「안녕! 어디서 왔어요?」

「파푸아뉴기니에서 왔어요.」

처음에는 어색하게 대화를 시작했지만 덕후는 덕후들과 금세 친해지는 법이었다.

파푸아뉴기니의 수플레가 홍조가 오른 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한국에는 처음 와서 너무 설레요. 사람들도 너무 친절한 것 같고, 뉴블랙 TV에서 보던 그대로예요. 이렇게 수플레들을 많이 봐서 막 설레고… 정말 가슴이 터질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떻게 온 거예요? 추첨이 메일로 가고 그래요?」

「네! 아… 그리고 저는…….」

외플레가 주섬주섬하더니 인쇄된 종이를 꺼냈다. 거기에 Award Nomination이라고 되어 있었다.

외플레가 행복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저는 오늘 상 받으러 왔어요.」

「상이요?」

「네. 여기에 제 닉네임이 있어요.」

수플레들이 웅성거리며 영어를 읽었다.

“어머.”

“이거 진짜 수상 후보 그거네.”

거기 쓰여 있는 문장은 다음과 같았다.

[Korean 랭커들 사이에 내가 있다… 존재감 대박]

☆ International Souffle Gamer 상

- Non-Korean 랭킹 1위 수플레를 차지하신 (ID: 23rd Wife of 선우주) 님!

100위권 안에 들어 있는 랭커의 닉네임에 수플레들이 감탄했다.

“대단한 분이셨네.”

“와. 랭킹 100위 안에 외국 분도 있긴 했구나.”

“스물세 번째 부인이셨네.”

이내 와아아아! 하면서 박수를 쳐주는 본토의 수플레들 모습에 파푸아뉴기니의 수플레가 왈칵 눈물을 쏟았다.

‘이게 바로 뉴블랙 멤버들이 매번 말하던 Jeong of Korea…….”

매번 자막에서 ‘Jeong’이라고 보았던 고유명사가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는 동안.

다 같이 모여서 우아아 하면서 오프라인 파티를 즐기던 수플레들의 이야기 주제는 비슷한 쪽으로 흘러갔다.

“근데 오늘 그 사람들 전부 다 올까요? 이번에 수플레 어워드에서 수상 후보 오른 사람들이요.”

“그래도 오지 않을까요?”

“나 같으면 진짜 고민될 것 같은데…….”

바로 오늘 제1회 수플레 어워드의 후보에 오른 사람들이었다.

보통이라면 특별석에서 무대도 감상할 수 있고, 최애를 직접 만날 수도 있다는 것에 기대감을 느끼기 마련인데.

뭔가 부끄부끄한 시상식이었다.

2만 명이 현장에서 직접 수상을 지켜보는 것도 모자라 Y앱과 미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생중계 된다니.

“게다가 우리 애들 국민… 그 아이돌이잖아요.”

“그죠.”

짤이 인터넷에 퍼질 게 분명했다.

다음 날 학교 교실이나 대학 동아리 방에 찾아갔을 때, 주변 사람들이 부르는 모습이 그려진다.

-야! 반딧불이!

-반딧불이님 오셨다~!

-어머? 얼굴에서 광채가… 반딧불이님…?

수플레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으으…….”

난 못해, 하면서 몸을 웅크리는 수플레들이었다.

그리고 오늘 수상을 하러 올 수플레들이 부끄러워할 만한 이유가 또 있었으니.

“저거… 그거 맞는 거 같죠?”

“네.”

“세상에 레드카펫이 깔리네.”

턱시도를 입은 경호원들이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레드카펫을 돌돌돌 깔고 있었다.

“대박…….”

“레알 고난의 길이네요.”

“이건 꽃길인가, 가시밭길인가.”

깊게 탄식하던 수플레들이 이내 꺄르륵 웃음을 터뜨렸다.

‘나만 아니면 돼~!’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을 닮아 가듯.

최애들과 비슷하게 닮아 가고 있는 팬들이었다.

물론… 안 좋은 쪽으로…….

*   *   *

오후 5시 59분.

전 세계의 수플레들이 한국 시간에 맞춰 마우스를 클릭하거나 스마트폰을 터치하기 시작했다.

-미튜브야! 미튜브야!

-망고야! 게 준비되었느냐!

마치 공성전을 하듯이 망고와 미튜브의 깃발이 걸린 성 앞에 껄껄 웃는 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긴장감이 감도는 성 안 사람들.

현실에서는 미튜브 코리아의 직원들과 망고 전산팀 직원들이 침을 꿀꺽 삼키며 트래픽을 체크하는 중이었다.

-벼, 병력의 숫자가 만만치 않습니다…….

-최대한 버텨 봐. 기왕 죽을 거면 명예롭게 맨 나중에 죽자.

망고와 미튜브 측 관리자들이 미리 눈물을 머금었다.

‘3개월 만에 왜 더 늘어난 건데…….’

도깨비로 컴백한 지 불과 3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저놈의 팬덤은 도무지 적당히란 걸 몰랐다.

남들이 산술적으로 숫자가 늘어날 때 혼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10초 전입니다!”

“10… 9…….”

5초, 4초… 1초.

그리하여 전 세계의 모든 시계가 한국표준시(KST) pm 06:00이 되는 순간!

굳건하던 망고와 미튜브의 서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흔들흔들.

그러기를 5분.

저번 도깨비 사태 이후로 만반의 대비를 해서 그런 것일까.

“서, 성공입니다! 버텨 냈어요!”

“으아아아아!”

“성공했다! 버텼어!”

이번엔 성공적으로 버텼다며 서버 관련 직원들이 축배를 들고 있는 동안.

‘버티긴 뭘 버텨, 이 새끼들… 뮤비가 360p로 나오잖아.’

수플레들이 심호흡을 하며 분노의 덕질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분노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망고에서 노래를 듣거나 미튜브에서 뮤직비디오를 볼 때마다 마음속 모든 분노가 사르르 풀려 나가기 시작했다.

“미친… 존나 좋아……!”

“와.”

“우와아아. 대박…….”

오프라인에서 노래를 감상하던 수플레들의 입에서 최상의 감탄사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노래가 좋다.

오프닝에서 시작되는 오락실 소리를 듣자마자 짜릿한 소름이 올라오면서, 메인 멜로디가 나올 때는 뜨거운 숨이 흘러나왔다.

‘주선아, 주선아. 넌 진짜…….’

[Hello, WOrLD]라는 글자가 프로그래밍 언어의 폰트처럼 새겨진 새하얀 앨범 커버.

그 속에서 [Title] Coin이라고 되어 있는 노래가 범상치 않다.

캔디 팝 같은 느낌.

슈팅스타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처럼 귀에서 노래가 톡톡! 터진다.

‘세련되고 상큼해.’

전체적으로 음을 우아하고 세련되게 깎아 내서 마치 최첨단을 달리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런데 그 속에서 톡톡 튄다.

온라인에서도 팬들이 벌써부터 몸을 들썩이고 있었다.

-대박ㅠㅠㅠㅠㅠㅠㅠㅠ

-mbti 검사 다시 하자ㅠㅠㅠ 너네 IDOL 나올거 같아

-세련되면서도 상큼할 수가 있구나

-진짜 이번곡 아이돌스럽다

-볼꽃놀이보다 더 업그레이드한 느낌이라 좋다ㅠㅠ 최애 불꽃놀이인 나는 눈물이 나는 거시에요

-주변 머글 친구들 반응 ㄹㅇ 최고임

-띵곡 뽑앗다 뽑앗서

-앞으로 수능금지곡이란 말 대신 뉴블랙 노래라는 말을 써야 된다고 생각함

안티들의 말도 사라져 있었다.

그나마 ‘너무 무난하다’하는 비난을 하는 이들이 있긴 했지만 팬들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발매 직후부터 5분 차트의 꼭대기를 아예 부숴 버리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뮤비는.

‘극락이 먼 곳에 있는 게 아니었구나.’

심미적인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있었다.

전체적인 컨셉과 스토리는 Nine과 유사해 보였다.

차이점이라면 Nine이 좀 어두운 분위기였다면, 이쪽은 밝은 분위기의 근미래 느낌이었다.

2025년 밝은 미래의 서울 같은 배경에서 낡은 오락실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스토리가 펼쳐지는. 잘 만든 3D 게임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를 보는 것처럼 눈과 귀가 즐거웠다.

“와…….”

염색한 멤버들이 뉴트로 스타일의 수트를 입고 까리하게 춤을 추는 장면이 팝아트처럼 펼쳐진다.

‘된다. 이건 백 프로 된다.’

그걸 시작으로 이어지는 명곡 파티에 수플레들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영화가 개봉했는데, 그 영화가 예상했던 것 이상의 감동을 줄 때의 그런 느낌.

‘경우의 수’를 포함해 수록곡들을 듣는 팬들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와…….”

“이게 진짜 덕질이구나.”

“미쳤나 봐. 스샷 500개 찍었어.”

고척돔 근처에 자리를 잡고 하천을 구경하거나 자리에 모여 있는 팬들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이윽고 7시에 1위를 시작으로 줄세우기한 뉴블랙의 정규 앨범을 보며 환호하고.

미친 듯이 올라가는 뮤비 조회수를 보며 대박을 연호할 때.

“쇼케이스 입장 시작하겠습니다!”

그들이 오랫동안 기다렸던 정규 앨범 쇼케이스도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모두가 숨을 거칠게 쉬며 입장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시선을 끌어모은 사람들이 있었으니….

-네! 그럼 지금부터 VIP 분들 힘차게! 입장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박수로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나운서까지 동원해서 진짜 시상식 레드카펫처럼 꾸며진 곳에서 팡파레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웅성웅성.

레드카펫에서 플래시가 번쩍이고 그 안으로 입장하는 수플레들의 모습이 찍히고 있었다.

경호원들이 우아하게 길 안내까지 해 준다.

“저분들이 바로…….”

“와, 배경은 레드카펫인데 분위기는 검찰 포토라인이네요.”

“대박…….”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오늘 수플레 어워드의 수상 후보들은 저마다 마스크를 쓰거나 후드를 푹 눌러쓰고 가오나시처럼 입장하고 있는 중이었다.

수플레들이 열심히 박수를 치자 입장하는 VIP들이 외쳤다.

“으아아아! 박수 치지 마요!”

“와아아아아아!”

“아이 진짜!”

“와아아아아아! 너. 무. 부. 럽. 다!”

*   *   *

오후 8시.

저번 도깨비 앨범이 그러했듯이 1위부터 시작해서 쫘악 줄세우기를 하고 있는 음원 차트에 심장이 콩닥거렸다.

“이제 올라가실 준비할게요!”

“네!”

현장 스탭의 말에 그런 말을 하면서도 인터넷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망고를 포함해서 음원 차트 어디를 들어가도 ‘Coin’이 1위를 하고 있고.

-“줄 서세요” 뉴블랙 ‘Coin’.. 컴백과 동시에 전 음원차트 줄세우기

-뉴블랙 Coin 음원차트 1위, ‘역시 호주 금화는 행운의 금화였나’

-뉴블랙 등장에 모든 음원차트가 13계단씩 밀렸다.. 네티즌 ‘레몬 제발 상장 좀 해’

모든 연예부 언론에서 우리의 이번 앨범이 잭팟이 터졌다는 걸 뉴스로 내보내고 있었다.

음원 사이트 리뷰창이나 미튜브 댓글창은 말할 것도 없다.

Coin에 대해서 쏟아지는 호평에 다리에 힘이 풀리는 느낌이다.

“어어어어! 우주 형!”

“지금 가면 안 돼! 가도 쇼케이스 끝나고 가요!”

“나는 이제 여한이 없다…….”

“안 돼!”

“허허허허허허허.”

나를 지탱해 주는 동생들 속에서 행복하게 웃었다.

고척돔에서 쇼케이스도 열고, 앨범은 말할 것도 없이 저 하늘 위의 별이 될 만큼 높이 올라가고 있고.

더 이상 나를 놀라게 할 소식은 없었다.

“이제 정말 준비하셔야 돼요!”

“네!”

동생들과 함께 인이어를 체크하고, 마이크가 제대로 달려 있는지 확인을 하는 동안 리혁이를 따로 불렀다.

“리혁아.”

“왜요?”

“고생했다.”

“…….”

“이거 Coin, 우리가 할머니 댁에서 밤에 같이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만든 멜로디에서 시작한 거잖아. 네가 그때 아이디어도 제시해 줬고.”

“큰 도움이 됐죠.”

“아니, 그 정도는 아니었고…….”

바른말을 하는 내 모습에 리혁이가 눈을 샐쭉하게 떴다.

“객관적으로 따지자면 벼룩 사이즈 정도?”

“…….”

“아아아아! 가지 마!”

바로 삐쳐서 이탈하려는 메인 보컬을 붙잡고 농담이라고 말했다.

“아무튼 고마워.”

“뭐, 나도 고마워요. 좋은 노래 만들어 줘서…….”

“다 너희 덕분이지.”

앨범의 성공 때문인지 다들 얼굴이 상기되어 있다.

“사랑한다. 동생들아. 이거 술 안 마시고 얘기하는 거니까 진심이야.”

“저두요.”

“하아… 이 분위기 너무 좋아. 우리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아요.”

“그러자.”

얼싸안고 방방 뛰다가 주변에서 돌아가는 비하인드 캠을 보고 근엄한 표정을 되찾았다.

“자, 그럼 수플레들을 만나러 가자꾸나.”

“가시죠.”

공연장에 올라가기 전에 파이팅! 을 외치는 동안에도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고척돔이라서 그런 걸까.

이번 달 말에 열리는 콘서트가 아니고 그냥 간단한 쇼케이스인데도 심장이 멈출 줄을 몰랐다. 저 밖에서 VCR에 팬들이 환호할 때마다 우리도 같이 소리를 지르고 싶고 그랬다.

서늘한 공연장 안에서 뜨거운 숨이 토해져 나온다.

마이크 위치를 조금씩 조정하며 동생들과 눈빛을 교환하고 있는 동안에도 숨이 잘게 떨려 나오고.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아련한 함성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우리가 탄 리프트가 위로 올라갈 때.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완벽한 어둠 속에서 달봉이들의 전원도 꺼진 채, 우리가 팬들에게 실루엣만 드러내고 있을 때였다.

타악.

무대 조명이 켜진 바로 그 순간.

하마터면 첫 번째 곡의 박자를 놓치고 들어갈 뻔했다.

“……!”

나도 모르게 입모양으로 ‘와’하고 나올 뻔했다.

조명이 켜지는 바로 그 순간에 공연장에 있는 모든 응원봉의 색깔이 알록달록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음악의 박자에 맞춰 발광하는 달봉이와 왕봉이들.

-우와아아아아.

첫 번째 곡의 무대가 끝난 후에도 우리가 입을 멍하니 벌린 채, 팬들이 흔드는 응원봉을 바라볼 정도였다.

-이게 중앙제어구나.

막내가 감탄했다.

-왜 역사책 보면 막 중앙집권화 하려고 왕들이 난리를 치는지 알 것 같아요. 그럴 만하구나.

-근거 없는 발언은 삼가 주세요. 지호 씨.

리혁이의 멘트에 초반부터 수플레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우리가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오랜만이에요. 우리 이렇게 대규모로 모인 게 얼마 만이죠?

-정확히 얼마 만이냐면….

-리혁 씨는 감동을 깨지 말아 주세요.

내 멘트에 리혁이가 입모양으로 뭐라고 꿍얼댔다.

이제는 서로 익숙한 친구들과 대화하듯 수플레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쇼케이스의 오프닝 멘트를 했다.

-저희의 두 번째 정규 앨범 의 쇼케이스에 와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오늘 미튜브와 Y앱 모두 생중계가 된다고 들었는데요. 우리 온라인으로 보고 있는 수플레들도 반갑습니다!

오늘은 Y앱과 미튜브 동시 중계였다.

보통 Y앱이 독점 생중계를 원하는데, 이번에는 자기들이 자신이 없다며 미리 미튜브와 동시 중계를 추천했다.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접속자 수는 알 수 없지만 아마 상당히 많을 것 같다.

그렇게 멘트를 한 후.

-그리고 오늘은 아주 중요한 손님들이 있죠?

-맞습니다.

비주가 환히 웃으며 멘트를 했다.

-오늘은 수요일부터 시작하는 수플레 위크의 전야제도 겸하고 있는데요. 바로 오늘 수플레 어워드가 열리게 됩니다.

-와아아아아아!

-감독님! 조명 한 번 저쪽으로 비춰 주시겠어요?

수플레 어워드에 참석할 사람들을 대상으로 VIP석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조명이 비춰진 순간, 다른 수플레들이 큰 웃음을 터뜨렸다.

-네. 저희 뉴블랙은 팬 여러분의 철저한 프라이버시 보장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아주 특별한 변장을 시켜드렸습니다.

-모두가 즐거운 쇼케이스! 그것이 바로 저희 뉴블랙의 쇼케이스가 아닐까요?

-우리 감자 군이 낸 아이디어입니다.

중현이가 으쓱으쓱 곰돌이 어깨춤을 추는 동안, 조명이 비춰진 VIP 석에서는 귀부인들이 우아하게 부채를 흔들고 있었다.

가면무도회 컨셉.

가면과 함께 코스튬을 착용한 수플레들이 들어올 때와 다르게 자신감 넘치게 앉아 있었다.

-어우! 저분 눈에 띄네요!

-누구?

-반딧불이 님이요!

지호의 말에 조명이 가운데 앉아 있는 반딧불이 님을 비췄다.

미리 의도한 퍼포먼스였다.

반딧불이 님이 부채를 탁 멈추고 손을 들어 보이자 가면에 불이 들어오면서, 모든 응원봉이 반딧불이 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네. 오늘 하루 저희가 특별하게 선사한 권능입니다.

-The 반딧불이. 모든 응원봉을 지배하는 자.

공연장 전체에서 크게 터져 나오는 웃음.

시작부터 유쾌한 분위기에 우리도 즐겁게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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