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17화
수플레들이 처음으로 느낀 것은 묘한 공간감이었다.
‘우와…….’
도입부에 달그락거리며 동전이 굴러가는 소리를 시작으로 오락실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각종 게임기가 요란하게 돌아가는 소리와 웃음소리들.
‘진짜 오락실에 온 것 같네.’
레몬 엔터 직원들이 매일 같이 게임을 하면서 만들어 낸 소리였다.
출근하기 싫은 직장인들에게 주어진 꿀 같은 오락실.
그 아래 깔린 직장인들의 행복 수치 Max에 수플레들의 기분도 덩달아 묘하게 좋아지고 있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마네킹처럼 굳어 있던 뉴블랙 멤버들이 동전이 굴러들어 오는 소리에 팔다리를 움직였다.
밝고 명랑한 음악.
새하얀 얼굴 위로 저마다 한쪽 뺨에 상징색 물감을 인디언 페인팅처럼 옅게 칠하고 있었다.
명랑한 미소.
오프닝에서 양손을 들고 뒤로 웨이브를 타듯이 물러나는 안무에도 장난기가 묻어 나왔다.
‘귀엽다……!’
이제 4년 차 아이돌이 됐건만 어지간한 신인 아이돌보다 풋풋하고 귀엽게 느껴지는 최애들이었다.
멤버들이 뒤로 물러나면서 막내가 앞에 홀로 남았다.
눈을 반짝이던 서브보컬이 손목시계를 톡톡 치는 듯한 손동작을 하며 웃었다.
오늘도 늦게 일어났네
지각하면 어때
엉망진창인 하루
지루한 일상에
하루쯤 색다르게
서브보컬이 거울을 보며 머리를 넘기는 시늉을 하고, 멤버들이 거울처럼 동작을 따라 했다.
통통 튀듯이 걸어 나온 래퍼가 막내와 안무 합을 맞췄다.
때론 이 넓은 세상에
작은 먼지가 된 기분이 들 때가 있어
괜찮아 (keep going)
가만히 밖에 나와
살랑이는 바람에
귀를 기울여 봐
주머니 속 동전들
엎어라 엎어라 뒤집어라 coin
마지막 가사의 운율이 리듬감 있게 읊어졌다.
빙그르르르.
탁.
춤을 추면서 동전을 튕기는 손동작을 한 래퍼가 물러나면서 메인 댄서가 나섰다.
맑고 시원시원한 분위기가 고조됐다.
손을 쭉쭉 뻗으며 발재간을 선보이는 비주의 발랄한 춤선에 수플레들의 환호성이 커졌다.
모여라 모여라
다 같이
들어 봐 들어 봐
널 부르는 소리
생글생글 웃는 메인 댄서와 가사가 찰떡같이 어우러진다는 생각이 들 때.
고조되는 음악 속에서 리더가 톡 튀어나왔다.
비주의 파트를 이어받듯이.
느껴 봐 느껴 봐
우리가 함께하는
빛나는 이 순간의 fever를
크게 힘들이지도 않고 고음을 쭉쭉 시원하게 뽑아 내는 보컬에 함성 소리가 더욱더 커져 갔다.
‘우주는 매번 어떻게…….’
이쯤 되면 완성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더욱더 발전한 실력으로 돌아오는 리드 보컬이었다.
‘진짜…….’
사람한테서 빛이 난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영화에서 무명 가수 주인공이 성공해서 큰 무대에 서는 마지막 장면이 떠오르는 무대였다.
환하게 웃으며 형들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웨이브를 타는 막내.
목을 가다듬으며 중앙으로 나올 준비를 하는 메인 보컬.
드럼 소리에 맞춰 손가락을 까딱이는 리더.
그를 중심에 두고 안무 합을 맞추며 서로를 향해 눈을 마주치고 웃는 래퍼와 메인 댄서.
다섯의 조합이 완벽하게 하나 되어 나올 수 있는 그런 무대였다.
바로 그때.
메인 보컬이 걸어 나오며 스크린에 청량한 푸른빛 물감을 살짝 묻은 얼굴이 비쳤다.
살짝 수줍은 듯이 맑게 웃는 미소에 비명이 터졌다.
Take my, my coin
이제 내 손을 잡아
Oh we, we are ready
시작할 시간이야
곧이어 ‘coin coin, keep going’ 하는 코러스가 메아리치면서 후렴구의 안무가 흘러나왔다.
주홍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리혁이 상큼하게 웃으며 후렴의 안무를 췄다.
다른 멤버들도 환히 웃으며 동참했다.
상체를 부드럽게 움직이며 손으로 둥글게 원을 그리는 안무였다.
“와아아아아아아-!”
마무리로 허공에 별을 그리던 리혁이 눈을 찡긋하면서 수플레들이 헤실헤실 웃었다.
‘이게 덕질이지…….’
어깨를 부드럽게 흔들며 팬들에게 미소 짓는 가수들의 얼굴이 멀찍이서도 훤히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1절 후렴구가 끝나고 바로 2절로 넘어가는 노래.
오락실에서 꺄르륵 웃으며 돌아다니는 소년들처럼 무대를 누비는 아이돌들.
수플레들의 입가에도 미소가 머금어졌다.
‘이번 곡 진짜 좋다.’
네 번의 겨울을 지나 화려하게 핀 꽃처럼 무대에서 싱그러움을 뽐내고 있는 가수들이었다.
얼핏 보면 쉬운 보컬에 쉬운 안무 같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어려운 곡이었다.
빠른 박자로 흘러가는 곡에서는 안무 동작을 살짝 뭉개도 잘 모르고 지나가지만, 호흡이 느린 상황에서는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다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니까.
표정 하나, 눈빛 하나가 눈에 다 보인다.
가수의 본래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런데…….
무대 위에서 멤버들이 보여 주는 보컬과 안무는 하나하나가 완벽하게 시선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
괜스레 뿌듯했다.
저 사소한 동작 하나하나가 시선을 끌어모으는 수준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을 준비했는지 알 수 있었으니까.
단순히 몇 달을 준비해서 되는 결과물이 아니라 연습생 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피나는 연습을 거듭해야 나올 수 있는 결과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물론 가끔 팬들이 깜빡하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맞다. 우리 애들… 진짜 노력파였지.’
매번 리얼리티 영상이나 뉴블랙 TV의 컨텐츠에서 꺄르륵 웃어 대느라 깜빡하고 있는 사실이기도 했다.
카메라 앞에서 항상 근심 없이 즐겁게 웃는 모습만 보아서 잠시 잊고 있었을 뿐.
팬들을 향해 보란 듯이 그간의 결과를 선보이는 가수들에게 수플레들은 함성으로 화답했다.
동시에 3절 후렴구가 흘러나왔다.
Take my, my coin
이제 내 손을 잡아
Oh we, we are ready
시작할 시간이야
손을 살랑살랑 흔들던 우주가 손가락으로 원을 그리며 미소를 짓고, 멤버들이 둥글게 원 모양으로 대형을 움직였다.
앞면과 뒷면이 바뀌는 동전처럼 부드럽게 동선을 움직이는 가수들.
각자만의 매력을 뽐내듯이 상체를 부드럽게 좌우로 흔들며 손을 교차하는 안무 너머로 환한 미소가 보였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노래가 끝나면서 허공에 뻗었던 양손을 부드럽게 내리며 웃는 멤버들.
허공에서 떨어져 내려오는 금박 아래로 꽃을 피워 낸 듯한 웃음들이 눈에 박히듯 들어왔다.
팬들에게 있어서 가장 근사한 미소였다.
* * *
뉴블랙의 정규 2집 쇼케이스가 끝났을 무렵.
살짝 혼란스러웠던 차트는 밤 11시에 이르러서는 거의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음원 사이트에 들어온 대중들이 혀를 내둘렀다.
“와…….”
기존 차트 1위였던 곡이 14위에 머물러 있는데도 그 모습이 전혀 이상하지 않게 느껴졌다.
규모가 큰 아이돌 팬덤이 스밍만 해도 순위가 흔들흔들하는데, 지금은 대중들까지 합세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 뉴블랙 노래 나왔네. 언제 나왔지?”
하루 종일 바빴던 사람들까지 합류하면서 Coin의 리스너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중이었다.
팬들과 마찬가지로 대중들의 반응도 대동소이했다.
‘무난하네. 좋다.’
노래 자체가 듣기 좋았다.
무난하다.
그런데 처음에는 무난하다고 들었는데, 듣고 나면 다시 재생을 누르게 되는 류의 노래였다.
그리고 다시.
또다시.
또, 또다시 듣게 되면서 정신을 차려 보면 30분이 지나가 있는.
‘대체 뭐지.’
음원 사이트 망고의 Coin 리뷰창이 북적거렸다.
-도와주세요ㅠㅠ 사악한 작곡요괴 우주선이 제 고막에 요술을 부렸습니다ㅠㅠㅠ 지금 이 노래를 1시간째 반복재생하고 있어요
-이제 다음 앨범 나올때까지 숨 참음 후우웁
-올해 고3이 된 짭플레입니다. 요즘 들어 좀 힘에 부친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 있는데, 뉴블랙 노래 듣고 힘내고 있어요ㅠ 노래 듣고 있는 동안에는 잠시 쉬어가고 힐링하는 기분이에요
┕학생.. 재수생 선배가 조언해 주는데 수능 6개월 전부터는 뉴블랙 노래 듣지 마요..ㅠ
┕왜요?
┕제가 왜 재수를 하게 됐을까요..?
┕???: 과연 저희 때문일까여~?
┕지호는 들어가
-지나가던 콘크리트입니다.. 늘 좋은 노래 잘 듣고 있습니다 만수무강하세요.
-하.. 팝송 재질 너무 조아
-이 노래의 장르는 뉴트로가 아니란 걸 아시나요 여러분? 이 노래의 장르는 바로 뉴블랙입니다
-딱히 옛날 곡 느낌이 나진 않았는데 자세히 들어 보면 뭔지 알 것 같당
특히나 90년대와 00년대에 음악 프로에 나오는 아이돌 노래를 들었던 세대는 묘한 향수를 느꼈다.
멜로디에 깔려 있는 추억과 향수.
거기에 오락실 소리까지 합쳐져 있어서 그런지, 듣고 있다 보면 괜히 옛 생각도 나는 느낌.
다양한 세대의 귓가로 흘러들어 가고 있는 Coin이었다.
음원 차트를 확인하던 수플레들도 일시적으로 당황할 정도였다.
‘어르신들……?’
세대별 차트에서 어르신들 차트에 트로트 가수들과 함께 순위권에 머물러 있는 Coin.
노래가 순해서 정말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수플레들이었다.
물론 안티들이 까는 이유도 대부분 그쪽이긴 했다.
-노래가 뭔가 한방이 없다ㅠ
-네 망고 1위ㅋㅋㅋㅋ
-국민 아이돌 네임밸류에 너무 집착한 느낌.. 뉴블랙도 뭔가 본연의 색을 잃어가는 느낌이 드네
-이런 말하는 사람특) 뉴블랙 색이 뭐냐고 하면 대답 못함
-팬들 애잔하다ㅠ 반박도 제대로 못하면서 부들부들대네
-이런 댓글특) 모니터 뒤에서 누구보다 더욱더 격렬하고 힘차게 파르르르 떨고 있음
-에효.. 말 해 봐야 뭐 해ㅋㅋㅋ 그래 행복 덕질해라 ㅋ.ㅋ
-대충 특) 막댓 사수하면 쿨해 보일 거라고 생각함
뉴블랙 색이 사라졌다고 비판하는 것이 솔직히 가장 황당하긴 했다.
‘해외 팬들 입맛에 맞췄으면 그거대로 또 욕했을 거면서.’
오히려 해외 팬들의 입맛에 상관없이 본인들의 노선을 제대로 정해서 가는 것이 좋았다.
여러 가지 과도기를 거쳐서 본인들의 정체성을 더욱 탄탄하게 구축해 가는 느낌이라고 할까.
도깨비가 완성본의 베타 테스트였다면.
지금 나온 Coin은 뉴블랙이 지향하는 노선을 집약적으로 응축해서 보여 준 완성본 같았다.
물론, 수긍이 가는 분석들도 있긴 했다.
-컨셉 자체가 독특하긴 한데, 노래 분위기는 그렇게 특별한 건 아닌 느낌? 대형 기획사 아이돌들이 초반에 하는 컨셉 같음
-ㅇㅇ
-나도 4년차에 이런 컨셉으로 나올지는 예상 못함ㅋㅋㅋ 잘 어울리고 좋은데 어..? 4년차에 이걸 해? 이런 느낌이야
-그야 당연한 게 뉴블랙이 초창기에 이런 컨셉했으면 묻혔을 거거든..
-아앗..
-앗
-우린 지금이어야 할 수 있게 된거ㅠㅠ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였다.
초창기에 대형 기획사 아이돌들이 들고나오는 컨셉을 따라 했었다간 지금의 뉴블랙이 없었을 터였다.
자본과 기획력 모두 밀리는 중소기획사에서 밝고 명랑한 음악을 내봐야 비교 우위가 없으니까.
이런 분위기의 음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이젠 뉴블랙이 완전히 대체 불가능한 자리를 잡았다는 증거였다.
그랬기에 팬들도 몹시 만족하는 중이었다.
-하.. 이번 무대 너무 블링블링해서 조아ㅠㅠㅠㅠㅠ
-아이돌수치 맥스 찍었다
-무대 할때는 영혼이 휙휙 바뀌는 거 같음ㅋㅋㅋㅋ 애들한테 아이돌이 빙의하는 느낌임
-이번곡 목소리 넘 예뻐
-들어가는 글마다 (데이터주의) 붙어잇어ㅋㅋㅋ
-오늘 무대 진짜 뮤비 그자체였다
-이날만을 위해 버텨 왔다
올라오는 사진마다 새하얀 얼굴이 환히 빛나고 있었다.
사진 너머로 과즙이 팡팡 튀는 느낌.
아이돌계에 퓰리처상이 있다면 ‘올해의 아이돌상’ 후보로 올라올 듯한 사진이었다.
‘근데… 다른 나라 애들도 좋아하려나?’
히죽히죽 웃으며 좋아하고 있던 수플레들의 관심이 바다 너머로 움직였다.
맨날 센 컨셉만 좋아하는 사람들이란 이미지가 박혀서 그런지, 이번에는 반응이 덜할까 싶었는데.
‘……센 컨셉이 아니라 무대 잘하는 걸 좋아하는 거였구만.’
그런 걱정까지 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미튜브 댓글창에서 각국 사람들이 ‘Coin’을 연호하면서 꺄르르륵 하고 있었다.
조회수 올라가는 속도가 그냥 미친 수준이었다. 동시에 영어 댓글이 폭주하면서 한국인들이 떠밀려 가고 있었다.
‘키즈 초이스 이후로 어른들도 유입됐다더니…….’
이 좋은 걸 너희만 보고 있었냐며 방방 뛰는 모습에 수플레들이 철이 든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게 뭘 대수라고.
이 정도면 일상 아닌가.
‘크으… 동네 사람들! 제가 바로 이 가수의 팬입니다……!’
‘나 15년도 초부터 덕질함!’
‘제가 덕질하는 가수가 바로 이 사람들입니다!’
헤실헤실 웃으며 인터넷에서 동네방네 돌아다니는 수플레들이었다.
그러는 한편.
현재 Coin만큼 핫하게 돌아다니는 짤들이 있었다.
-오늘 뉴블랙 쇼케에서 진행된 제1회 수플레 어워드 레드카펫 짤들
-수플레 어워드 1회 결과 공개
-오늘 그 가수에 그 팬을 제대로 보여 준 수플레 어워드
바로 팬 이벤트로 진행된 수플레 어워드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레드카펫에서 옷을 들어서 얼굴을 가리거나 마스크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입장하는 팬들의 모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검찰 출두하냐구
-밑에 김숯불(23세), 덕후인 죄 이런 자막 하나 깔리면 찰떡일듯ㅋㅋㅋㅋ
-덕후는 죄가 있다
-원래 덕죄 없 아니냐고ㅋㅋㅋ
-아 내가 저기 잇엇으면 진짜 부끄러워서 얼굴 터졌을듯
-저거 오프라인 있던 사람인데 ㄹㅇ 웃겼음ㅋㅋㅋㅋ 입장 다들 줄 서 있는데 그 앞으로 vip 입장함
그에 이어서 가면무도회를 하듯이 마스크를 쓴 뒤로 태도가 180도로 돌변한 이들의 모습도 흘러나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프라이버시 완벽 보장
-나 사실 행사 연다고 할때 쫌 걱정했거든,, 이거 얼굴 까는 건데 괜챃나 싶었는데 다 생각이 있던거임
-저거 아이디도 겜 아이디라서 신원 더 철저 보장ㅋㅋ
-대충 아이디어의 괴상함 정도를 미루어 봤을 때 우주 or 중현이가 낸 아이디어가 확실함
-근데 의외로 가장 미친 아이디어는 리혁이나 비주가 자주 냄
-ㅇㅇ 가끔 브레이크가 없어짐
-(뉴블랙이 뉴실버로 개명할 때까지 반세기 활동 계획을 진지하게 발표하는 비주.gif)
-저거 중현이가 아이디어 낸거야ㅎㅎ
-재미있겠다ㅠㅠㅠㅠ
-반딧불이상은 대체 응원봉을 몇 개 샀길래 탈 수 있는걸까
멤버들의 사인이 붙은 왕봉이 다섯 묶음이 츄파춥스처럼 묶여서 반딧불이상의 주인공에게 증정되는 사진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와 함께 또 다른 이야기들도 흘러나왔다.
[오늘 반딧불이상 수상자라고 궁예 나오는 인물]
(전국 소극장 투어 울릉도 편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오징어 공주의 사진.jpg)
이분 아니냐는 이야기 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팬을 왜 궁예하고 있어
-아 우리 공주님 넴드다 넴드
-아무도 네임드가 되는 걸 원치 않는 팬덤. 그것이 바로 우리 수플레
-용케 탈덕 안하셨네 (흐뭇)
-섬 이야기만 안 했으면 완벽하게 비밀이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왜 닉넴 개똥벌레로 바꿨대?
-반딧불이야ㅠㅠㅠㅠ
-난 그것보다 왜 울릉도에서 뉴블랙 응원봉을 대량으로 구매하게 된 건지 그게 더 궁금해ㅋㅋㅋㅋㅋㅋ
-오징어 잡이용 아냐? 오징어들 빛에 이끌린다며
-그래서 내가 뉴블랙을 좋아하나ㅎㅎㅎ 우리 애들 빛나자너
-규호 : 안녕하세요..!
-아 ㅅㅂ
자연스럽게 오징어잡이 이야기가 나오는 달봉이의 발광력이었다.
팬들이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다른 쪽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나타났다.
-근데 나 궁금한 게 저거 상 꼭 받아야만 해?? 쇼케 가고 싶었던 찐 내향인들 불쌍해서ㅠㅠ
-ㄴㄴ 나중에 따로 수령해도 된다고 했대
-해외나 갑자기 바쁜 사람들 빼고는 대체로 참석한 거 같음
-다행이네 @[email protected]
그런 댓글을 보던 수플레나 다른 아이돌 팬들이 아쉬움을 느꼈다.
‘못 와서 진짜 아쉽겠다.’
* * *
밤 12시.
“자자자! 쇼케이스 성공을~”
“축하합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여기저기서 케이크용 폭죽이 팡팡! 터졌다. 내 머리카락 위로도 폭죽 종이들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동생들과 눈을 마주치며 꺄르륵 웃었다.
“고생했다.”
“고생 많았어요. 형.”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동생들과 시끌벅적 웃었다.
평소였으면 층간소음을 생각하느라 나름 조용히 이야기를 나눴을 텐데, 오늘은 아랫집 사람들이 우리 파티에 게스트로 와 있었다.
“컴백 축하드립니다. 행님덜.”
“아이고~ 감사합니다.”
틴스피릿 멤버들이 건네주는 난초를 받아 들며 미소를 지었다.
진심 어린 미소로 3초간 축하 인사를 한 아랫집 사람들이 곧바로 순살치킨을 콕콕 찍어 먹기 시작했다.
“치킨 먹으러 왔지. 너네.”
“네.”
“상식적으로 저희가 뭐 하러 12시에 축하한다고 올라와요. 그 정도 사이는 아니잖아요, 우리.”
“어른스럽게 좀 생각하세요.”
입가에 치킨 기름이 번들거리는 녀석들이 종이컵을 손바닥으로 쥐고 콜라를 들이켰다.
꼭 피자스쿨에 생파하러 온 초등학생들 같다.
“하… 존나 맛있엉…….”
“저희 다이어트 중인 거 아시죠? 매니저 형한테는 비밀 엄수예요. 알았죠?”
“꼭 부탁드려요. 저번에 눈치 없는 왕 뭐시기처럼 엘리베이터에서 ‘저번에 치킨 잘 먹었당~’ 이럼 진짜 피눈물 나는 거야.”
“비밀이에요.”
“그래그래.”
아랫집 미소년들이 치킨을 먹으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동안.
우리도 느슨하게 긴장을 풀고 치킨을 먹었다.
“이게 얼마 만의 치킨이냐.”
“넘 맛있어여….”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이 이런 거구나.”
순살치킨을 콕콕 찍어 먹으며 행복하게 웃었다.
오늘 쇼케이스도 무사히 마무리했고, 앨범 성적도 믿기 힘들 만큼 좋았다.
딱 하나 아쉬운 게 있긴 한데…….
“음?”
틴스피릿의 리더 휘연이 거실 탁자 옆에 놓인 봉투를 가리켰다.
“이건 뭐예요? 저희 주려고 준비한 선물?”
“응.”
“와 굿즈 까리하네.”
기름진 손가락으로 우리 굿즈를 만지는 이의 모습에 리혁이의 입술이 달싹거릴 때.
이웃들의 시선이 봉투 옆에 있는 또 다른 봉투로 향했다.
“이건 뭐예요?”
“아.”
동생들도 관심을 가졌다.
내가 석환 형에게 따로 건네받은 봉투라서 아직 정체를 모르는 분위기였다.
“오늘 쇼케이스에서 우리 수플레 어워드 했거든. 거기에 참석 못 한 유일한 팬이 있어서… 따로 챙겨 드리려고.”
“오오오.”
“뭐야. 오늘 못 온 사람 있었어요?”
지호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봉투를 슬쩍 들었다. 그러고는 거기에 쓰여 있는 닉네임을 읽어 주었다.
“응. 수상 명단에 안 들어가긴 했어. 본인이 수상하겠다고 응답을 안 해 줘서… 어디 보자, Rain… 레인알콜 님이야.”
“푸흡-!”
“아익!”
갑자기 비주가 콜라 분수를 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