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20)화 (620/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20화

교양심리 교수를 시작으로 사이버 대학의 교수들은 흐뭇한 미소로 허가를 눌렀다.

‘빌보드?’

‘빌보드면 인정.’

얼마나 거창한 사유가 있기에 긴급하게 메일까지 보내나 했는데, 이 정도 사유면 바로 납득이 갔다.

다만 몇 가지 궁금한 것은 있었다.

‘다음 달 22일이던데 왜 벌써부터 메일을 보냈지?’

한참이나 남은 시상식인데 왜 한 달 반 전부터 메일을 긴급하게 보낸 것인지 궁금했다.

묘하게 ‘저희 빌보드 갑니다!’ 하며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느낌.

건조한 문체로 보내긴 했지만 안에서 20대 청년들이 잔뜩 자랑하고 싶어 하는 기분이 느껴져서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메일을 둘러본 교수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왕지호 학생이 보낸 이메일의 내용이 조금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제목은 왕지호로 되어 있는데…….

왜 내용에는 서리혁입니다, 라고 되어 있을까.

“흐으음.”

어떤 상황인지 절로 눈에 그려졌다.

교, 교수님한테 메일… 하면서 두려움에 질린 막내가 누군가의 것을 열심히 보고 따라 하는 장면.

연세가 있는 교수들의 입가에 푸근한 미소가 맺혔다.

‘그랬군요. 지호 군.’

으이구 하는 눈으로 국민 아이돌의 막내가 보낸 이메일을 바라보는 교수들이었다.

*   *   *

뉴블랙 멤버들이 빌보드 어워드 무대에 선다고 신이 나 있을 때, 국내 언론도 발 빠르게 소식을 전했다.

-뉴블랙, 세계적인 팝스타 헤일리 블루와 함께 빌보드 무대 오른다.. ‘Blue Moon 콜라보’

-빌보드 Hot 100 ‘93위’ 랭크된 뉴블랙, 이번엔 무대도 선다.. “Blue Moon”

-SNS서 논란 ‘헤일리 블루’, 뉴블랙과 무대 환영 트윗 “어썸한 무대를 보여 주겠다”

최근 뉴블랙이 어워드 기준 변경으로 여러 부문에서 누락된 것에 대해 ‘백인 늙은이들이 또 지랄이다’며 논란을 불러일으킨 헤일리 블루의 발언도 조명되는 중이었다.

그러는 한편,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세계로 뻗어 나가는 우리 블랙이들~~ 축하합니다

-에고 잘됐다ㅎㅎㅎㅎㅎㅎㅎ 아침부터 기쁜 소식~!

-건강히 다녀와

-언제나최고의가수뉴블랙 빛나는보석 같은가수뉴블랙 사랑합니다

-뉴블랙이랑 친한 사람들 좋겠다ㅠㅠ 이제 수상소감에 영어로 이름 나올 거 아냐

-개부럽ㅠㅠ

-흑석초 2학년 4반 최지현이에요. 수상 소감에 제 이름 불러 주세요.

-43살 오윤민입니다. 저도 이름 불러 주세요. 제 이름불러 주실 때까지 숨 참을 거예요

-???: (웅성웅성) 저 할아버지 50년동안 숨참았대요,, 세상에,,

뜬금포 흑석초 드립이 퍼지면서 재미가 들린 한국인들이 이름 불러달라는 드립을 치기 시작했다.

흥과 해학의 민족답게 재미있는 것만 생기면 가만있지 못하는 한국인들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뭐 재미난 거 하려나?’

얼마 전에 키즈 초이스에서 슬라임을 피했으니 이번에는 뭔가 또 재미있는 게 나오지 않을까.

네티즌들이 눈을 빛내며 기대를 할 때였다.

-[할 말 하는 기자들] 빌보드 어워드 무대 서는 ‘글로벌 가수’ 뉴블랙 “왜 Coin 무대는 없을까..?” 실상과 허상 ①

기사 제목을 본 순간, 네티즌들의 눈이 싸늘하게 식었다.

이번에 무대 서는 것도 헤일리 블루와의 콜라보가 운이 좋아 성공해서 서는 것이라면서 뉴블랙은 현재 성과를 거둔 것이 없다… 하며 어쩌고저쩌고하는 기사 내용이 주르륵 이어지고 있었다.

-이제 막 진출하는 것 같은데ㅋㅋㅋㅋ 그럼 뭐 처음부터 대상 타고 그럼?

-진짜 이런 기사 너무 별로다;

-그냥 잘됐으면 잘됐네 하고 축하해 주면 덧나나ㅋㅋㅋㅋ 기사 보니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네

-기사 소경석이 썼네. 이자식 평론가랑 같이 뉴블랙 안티로 유명한 사람임

-TJ네 트릭스터가 빌보드 K팝 리뷰란에 올라갔을 때는 국위선양이니 뭐니 했던 우리 경석쓰.. ^^

-경석이 뉴블랙한테 돈 떼였니? 그런 거면 인정이야

-기자님.. 저번에 도깨비 나오기 전에는 뉴블랙이 빌보드 핫백 들어가야 성과 있는 거라면서요ㅠㅠ

-박태준이 얼마 주드나

곧이어 이런 반응을 유심히 지켜보던 기자들이 환호를 받기 위해 반박 기사를 쓰면서 디스하던 기사들이 묻혔다.

수플레들이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우린 뭐 할 게 없네…….’

가만히 있었는데 안티들이 알아서 처치됐다.

게임에서 호감도를 높이 쌓아 놓으면 도움이 되듯이, 현실에서 호감도를 쌓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체감되는 느낌.

행복한 얼굴로 Coin의 노래를 들으며 돌아다니는 수플레들이었다.

온라인도 온라인이지만 오프라인에서도 뉴블랙의 이름이 자주 들려오는 요즈음이었다.

“뉴블랙 애들이 이번에 빌보드 간다면서?”

“또 미국 가?”

“걔네는 왜 좋아한대? 우리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보니까 미국 애기들한테 뽀로로 같은 거라더라. 울고 있는 애기들한테 뉴블랙 애들 영상 틀어 놓으면 가만히 손가락 빨면서 본대.”

미튜브에 그런 영상들이 올라오긴 했다.

외국 아기들이 울고 있다가 뉴블랙 TV를 보면서 울음을 뚝 그치는 장면.

[맙소사. 울음을 그쳤어.]

[저 사람들이 마음에 드나 봐.]

인형 옷을 입은 멤버들이 추격전을 벌이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아기들이 손뼉을 마주치며 꺄르륵 웃는 장면.

한국에서도 꼬꼬마들에게 권장하는 컨텐츠가 뉴블랙 TV였다.

재미있는데도 하나도 유해하지 않은 컨텐츠 덕분이었다.

안 좋은 영향이라고 한다면…….

-수연아. 왜 삼촌 무서워해?

-수양대군 얘기 들었는데 무서웠엉.

-들켰군. 과자를 내놔라. 어흥!

-엄마아아아아아아!

아이들에게 어린 시절부터 역사 지식이 지나치게 늘어 버린다는 부작용 정도.

나름 귀여운 부작용이었다.

어쨌거나 무엇을 틀어놔도 무방한 뉴블랙 TV였다. 국립국어원의 열렬한 신봉자로 불리는 리혁 덕분에 컨텐츠에 비속어도 없고.

[리혁이 형은 간자장 먹어요. 간자장.]

[아님 잠봉 먹을래?]

[닭볶음탕~? 도리도리 잼잼은 리혁이의 말에 따르면 볶음볶음 잼잼이네요.]

[리혁이가 요새 스트레스가 좀 쌓여 있거든요. 사이시옷 규칙이 올해 개정이 돼서.]

그런 이유로 어린아이들에게 좋은 컨텐츠로도 꼽히고 있으니 미국 어린이들 사이에서 흥한다는 것도 납득이 갔다.

한국만 해도 어린이들 사이에서 난리였으니까.

“이거?”

“응. 엄마. 이거 사고 싶어.”

“싶어?”

“yo.”

“옳지.”

리혁이 입었던 공주님 드레스를 보고 자기도 사겠다는 딸내미들을 보며 지그시 웃는 부모들이었다.

‘할인하니까.’

‘수플레인가 뭐시기 위크여서 다행이다.’

모처럼 쇼핑을 나온 부모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할인되죠?”

“네! 지금 뉴블랙이랑 함께 진행하는 콜라보 기간이거든요. 드레스에 마법봉도 추가로 나오세요.”

“마법봉이요?

“네, 중현 씨가 썼다는 그 돈까스 망치 비슷한 건데요. 이게 선착순 한정판이라 몇 개 안 남았어요.”

“오오오.”

무슨 뉴블랙 프라이데이라고 하던데.

뉴블랙과 제휴를 한 업체나 쇼핑몰을 찾아갈 때마다 직원들이 빠르게 계산기를 두드리며 할인가격을 알려왔다.

“싸게 샀네. 또 뭐 할인하는 거 없나?”

“잠시만…….”

“아. 그리고 들어갈 때 마트 좀 들려서 가자. 오늘 뉴불백 할인한다면서? 전단지에 써 있더라.”

“응. 그리고… 어디 보자. 근처 편집샵에서 할인한다는데 자기도 옷 하나 살래?”

마트에서는 수플레빵과 뉴불백이 할인을 하고, 쇼핑몰에서는 각종 브랜드가 ‘수플레 위크 함께 합니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전국 곳곳이 비슷했다.

뉴블랙과 연이 있는 업체라면 어떻게든 제휴를 하려고 기업들이 애를 쓰고 있었다.

‘놓칠 수 없지.’

소비재를 파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절호의 기회였다.

적당한 할인으로 평소보다 매출을 올릴 수 있고, 이벤트 홍보를 하기에도 절호의 기회였으니까.

다만 평소에는 할인을 할 명목이 없기에 그저 잠잠하게 있을 뿐이었다.

‘오늘 날씨가 좋으니 할인~!’ 같이 할 수는 없으니까.

할인 기회를 노리고 있던 상황에서 주어진 좋은 기회였다.

“이야…….”

각 지점에서 올라오는 매출표를 보던 기업 직원들이 혀를 내둘렀다.

“잘 팔리네…….”

“이거 다음 해에는 우리가 미리 연락을 해야겠는데, 수플레 위크인가 이거 하기 전에 계약하자고.”

“이러다 수플레 패션위크도 하겠는데.”

“그건 우주가 옷을 못 입어서 어렵지.”

그리고.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매출이 쭉쭉 오르고 있었다.

[It’s the New Black Friday!]

놀라운 할인들을 지금 즉시 체험해 보세요!

뉴블랙 프라이데이라면서 온라인 쇼핑몰 곳곳에서 몇몇 품목들에 대해 할인을 시작한 덕분이었다.

-17시부터 34번가 늅프라이데이 할인한대! 품목들 미리 장바구니 담아 놓는 거 추천

-미리 장바구니 담아놔야겠네;; 경쟁 왜일케 치열

-아니 이거 찐블프도 아닌데 한국인들 뭐이렇게 빨랔ㅋㅋㅋㅋ 나 진짜 광탈함

-화제성 보소ㅋㅋㅋㅋㅋㅋㅋㅋㅋ

-뉴블랙 프라이데이가 경제를 살립니다

-뉴블랙: 저희를 이제부터 뉴딜이라고 불러 주세요

-뉴딜ㅅㅂㅋㅋㅋㅋㅋㅋ

-나 돈 오지게 씀ㅋㅋㅋㅋㅋㅋㅋ

-가격 올려놓고 할인률 큰 척하는 게 아니어서 젤 좋긴 하더라ㅋㅋ 제휴 업체들 제대로 고른듯

-안그래도 파데 새로 사려고 했는데ㅎㅎㅎ 리혁파데 장만함

온라인상에서도 어디서 늅 프라이데이 무슨 항목을 할인한다더라, 하면서 정보글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런 열기가 과열되면서 모두가 본연의 행사가 무엇인지를 잊고 있었다.

[아 이거 찐 블프 아니었구나]

해외 사이트에 뉴블랙 프라이데이 직구 검색하다가 뭔가 이상함을 깨달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왜 해외 사이트 할인없지?? 이러고 있었음ㅋㅋㅋㅋㅋ

-국내 행사였던 거임

-스팀 들어갔다가 당황.. 왜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을 안하지..? 이러고ㅋㅋ

-TJ놈들은 왜 블프 패키지 안파나 했는데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그들만 그런 게 아니었다.

[??? : 뉴블랙 형들 감사해요]

(Y앱에서 이번에 늅프라이데이에서 구매했다면서 물건을 들어 보이는 틴스피릿 멤버들.jpg)

틴이들 늅프 할인으로 물건 샀다고 함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귀여워

-연예인도 블프는 못참지

-늅프야

-뉴블랙 프라이데이에 틴스피릿이 물건을 사는 진귀한 광경ㅋㅋㅋㅋ

-앨범도 서로 사는 사이자너

-진짜 많이 컸다.. 문상으로 메이플 캐쉬 긁던 애기들이 이제 신용카드도 쓰고ㅠㅠㅠ

그걸 시작으로 수많은 연예인들의 SNS에 뉴블랙 프라이데이 인증샷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배우 이견우가 뉴불백을 대량으로 샀다며 좋아하는 사진을 올리고.

아들과 딸에게 공주 왕자 옷을 사주고, 3보 이상 떨어져서 먼 곳을 바라보는 사진을 올린 개그맨도 있고.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던 것이 유행처럼 번져 가면서 경제면에도 뉴블랙의 이름이 실렸다.

-오늘 하루 매출만 수백억.. ‘뉴블랙 프라이데이’ 대성황

하멜 표류기처럼 외국인들이 한국을 관찰한 책을 쓴다면 ‘이 나라 사람들은 뉴블랙에 진심이다’라고 쓸 만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경제지에 이름을 올리면서 TV 뉴스에도 뉴블랙 프라이데이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이제는 팬덤에게 쇼핑 할인까지’ 하면서 21세기 미래시대 먹거리 등장~ 하는 뉴스들이었다.

그렇게 수플레 위크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름을 알리는 한편.

“흐하하하하하!”

레몬 엔터의 두 아이돌.

스칼렛과 뉴블랙을 덕질하는 팬들은 바깥의 소란에 상관없이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대박이다……!’

뉴블랙 프라이데이 패키지라며 나온 상품도 상품이었지만.

지금은 구할 수 없는 단종된 굿즈들이 다시금 상품 리스트에 올라와 있었다.

‘엠파이어 체스 세트 꼭 사야 돼.’

우아하게 조각된 체스말과 함께, 멤버들이 체스말로 들어가 있는 Empire의 굿즈 세트를 비롯해서.

우주가 애용하는 꽃팔찌 등등 다양한 굿즈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커튼과 수플레들이 흐뭇한 얼굴로 함께 방방 뛰며 굿즈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레몬 엔터의 대표실에서 흐뭇하게 웃고 있는 사람과 함께 미소를 짓는 이들이 또 있었으니.

‘그래요. 수플레. 바로 그겁니다…….’

‘훌륭해.’

‘제휴하실?’

전국의 카드 회사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구애의 춤을 추었다.

*   *   *

뉴블랙 프라이데이를 기점으로 더 이름을 크게 알린 수플레 위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헉. 허억…….”

숨이 넘어가라 연습을 하느라 바깥에 못 나가보긴 했는데, 행사가 우리 생각보다 크게 진행된 모양이다.

-난리도 아니더만.

우리 할머니한테 그런 연락을 받았다.

-마트 가니까 죄다 너희 얼굴만 붙어 있더라. 고양이 사료 파는 데도 다섯 놈팽이가 웃고 있고, 불백 파는 데 가니까 불백 좀 사셔요 하면서 너네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하다 못해 카페서도 너네 노래가 나오드라.

손주와 준 손주들의 얼굴을 질릴 정도로 봤다는 이야기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잘… 되고 있…다니 다행이구나.”

“흐아아아아아…….”

동생들과 연습실 바닥에 널브러져서 비비적거렸다. 땀이 식으면서 추위까지 살짝 느껴지는 기분.

옹기종기.

동생들과 함께 남극의 펭귄들처럼 몸을 붙였다.

“에취……!”

지호가 재채기를 하면서 재채기 가루가 허공에서 분무기처럼 떨어졌다.

“에이이이이!”

“어쩔 수 없었어여……”

다들 몸을 굴려서 피했다.

“땀이 식어서 그런가. 추워지네.”

“왜 추워지는지 원리 알려 줄까요?”

“아니.”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동안 비주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너무 오래 쉬어서 그런 것 같아요. 10분 이상 쉬어서 땀이 다 식었어요. 이제 다시 체온을 올려야 해요.”

“5분만 더 쉬자. 비주야.”

“그럼 딱 5분 만이에요.”

고개를 끄덕이고는 동생들과 다시 모였다.

연습실 천장.

밖에서는 뭐가 이것저것 진행이 된다고 하는데 막상 이렇게 연습실에만 있으면 실감이 잘 안 난다.

뭔가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 같고.

중현이가 허공에 고구마 말랭이를 쓱 던지고는 받아먹었다.

“헤일리랑 빌보드에서 무대를 한다는 것도 아직 실감이 안 나는 거 같아요.”

“그러게.”

당장 코앞에 온 고척돔 콘서트도 잘 실감이 안 난다.

아마 다음 주부터 음악 방송에 나가고 그러면 좀 실감이 나겠지.

그때까지는 이렇게 쭉 연습이었다.

“근데 진짜 시간이 부족하긴 한 거 같아여.”

막내가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숙식도 회사에서 해결하면 좋을 텐데. 아니다. 아예 연습실에 그렇게 장치를 다 하는 거예요.”

“연습실에?”

“네. 연습실에 일단 온돌바닥을 까는 거죠. 바로 뜨끈뜨끈하게 몸을 지지도록.”

“호오오.”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에 우리가 하나둘 의견을 제시했다.

“회사에 식당도 하나 차리면 되겠다. 점심시간에 KM 엔터처럼 주방장님이 고기도 구워 주고.”

“오. 그거 좋다.”

“그리고 샤워실 겸 목욕탕도 만드는 거예요. 부엌도 하나 만들어서 간단하게 요리도 가능하고.”

“침실도 하나 만들고…….”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리혁이가 말을 멈췄다.

“잠깐만요.”

“응?”

“그거… 그냥 집이잖아요.”

“어?”

그러네.

그냥 차라리 회사 꼭대기에 펜트하우스를 만들어서 거기서 거주하자는 이야기를 하며 웃었다.

최근에 회사에서 신사옥 이전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던데. 몇몇 아이디어는 대표님에게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는 동안 비주가 핸드폰을 들었다.

“이제 슬슬 올라올 시간 된 것 같아요.”

“그래?”

다 같이 몸을 일으켰다.

이렇게 길게 휴식하는 이유는 곧 올라올 소식 때문이었다.

“초동~”

“초동동~”

최초 일주일간의 앨범 판매량을 말하는 초동 판매량 수치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저번 도깨비 스페셜 앨범이 78만 장이었던가 그랬는데.

이번 정규 앨범은 시작부터 100만 장을 돌파할 수도 있을 거란 예측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다.

“진짜 우리 백만 장 넘길까요…?”

리혁이의 물음에 내가 어깨를 으쓱였다.

“모르지. 넘으면 진짜 대박이긴 하지만…….”

“대박이 아니고 초대박이죠.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잖아요?”

밀리언셀러라고 불린 앨범들이야 TNT, 틴스피릿을 포함해 아이돌 그룹들이 가지고 있는 기록이지만, 초동부터 100만 장을 판매한 그룹은 아직 존재하지 않고 있었다.

된다면 아마 신기록이 될 수도.

솔직히 과연 될까 싶긴 한데… 어제 토요일까지 판매된 앨범만 해도 이미 도깨비의 기록을 넘어서고 있었다.

“으아아아아… 떨려.”

오들오들 떨면서 동생들과 몸을 착 붙였다.

이렇게 긴장되고 떨리는 건 간만이다.

“오! 들어왔다!”

바로 그때.

홍서영 과장님으로부터 톡이 하나 들어왔다.

차트 사이트에서 찍은 스크린샷이었는데 거기 뭐라고 문구가 적혀 있었다.

“9……!”

“9다!”

아.

역시 100만 장까지는 좀 어렵구나 하는 마음으로 뒤에 있는 숫자들을 차분하게 읽어 갔다.

“9?”

“9인데요.”

“음?”

우리가 눈을 깜빡이며 숫자를 읽으면서 앞자리 두 개가 딱 보였다.

“99만?”

“99만이에요?”

눈에 딱 들어오는 숫자들.

[축하해요! 1위입니다!]

[999,999장]

신기록이었다.

그걸 보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와아아아아아!”

“대박!”

“형들! 우리 99만이래요!”

다 같이 얼싸안고 요란하게 소리를 지르면서 야야~ 야야야야~ 하면서 방방 뛸 때였다.

기쁨 때문에 마비되었던 이성이 복귀하면서 멈칫했다.

“어……?”

“어라……?”

잠깐만.

“……뒷자리가 얼마였지?”

“구십구만 구천구백구십구요.”

“어?”

“어……?”

보통은 우와아아아! 하면서 다시 얼싸안아야 하는데, 타이밍을 놓친 우리가 숫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니, 이게…….”

순간적으로 어떤 반응이 나와야 하는지 두뇌가 판단을 못해서 어버버 하고 있을 때였다.

“잠깐만…….”

100만 장에서 딱 1장 모자른다.

1장 차이.

어딘가 익숙한 문구가 떠오르는 순간 귓가에 가상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번에 6장이 아니라 5장을 사겠다고 공언한 6인조 아이돌의 목소리가.

-명심하십쇼. 군자의 복수는 존나게 늦습니다.

그 순간.

“이……!”

“어……!”

모두가 동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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