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21화
같은 시각.
둥실둥실 떠돌아다니며 웹서핑을 하고 있던 수플레들의 시선이 한 곳에 집중됐다.
[뉴블랙 정규 2집 초동 7일차 마감 - 국내 최고 기록]
국내 최고 기록!
수플레들의 눈이 큼지막하게 변했다.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게시글을 딱 누르는 그 순간.
[7일차 (마감) : 999,9**장]
저도 모르게 비명이 튀어나올 번했다.
모두가 염원하던 100만 장은 아니었지만 그야말로 역대 최고의 기록이라 할 수 있는 수치였다.
2010년대 이후로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화두였던 ‘초동 100만 장 시대가 과연 올 것이냐’에 대해 뉴블랙이 가능하다고 답을 하고 있는 역사적인 순간.
지난 78만 장보다 20만 장이나 더 오른 수치였다.
‘와. 진짜 이번에 원기옥을 모았구만.’
100만 장 한 번 만들어 보겠다며 전 세계의 수플레들이 십시일반으로 힘을 보탠 결과물에 장엄한 느낌을 받았다.
“대박이다! 99만… 응?”
축배를 들려고 하던 팬들도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99만 뒤에 이어진 숫자.
99만 9천 9백…….
“…….”
“…….”
수플레들이 저마다 핸드폰을 들어 초동 지표를 기록하는 차트 사이트에 접속했다.
유료 회원제로 운영되는 차트 사이트.
7일차 동안 초동 그래프에 들어가는 지표는 바로 이 사이트에서 집계한 수치로 올라오는 것이었다. 다만 저작권이 있기 때문에 수치를 모두 쓰지는 못하고 끝자리 두 자리를 생략해서 공개할 뿐.
‘설마 아니겠지.’
끝에 두 자리를 확인하기 위해 차트 사이트에 접속한 수플레들은 얼마 안 가 비명을 터뜨렸다.
‘으아아아아아아아!
끝자리가 바로 99였기 때문이었다.
999,999장.
아이돌 팬들이 모여 있는 SNS와 커뮤니티에 글들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아 시발 정병이 이런 거였구나
-아니 미친ㅋㅋㅋㅋㅋ
-99만 9999장???ㅠㅠㅠㅠ 아니 이 정도면 그냥 반올림해 달라고
-누가 제발 사사오입 좀
-담당자 눈치 없어..?? 이런 건 그냥 1하나 추가해서 100만장 딱 만들어 줘야 할 거 아니냐구요
-이건 백만장인가 아닌 것인가 시발 존나 난제로다 이 ㅆㅂ
-백만장이 아니고 백망장인 듯
-아오 정병이 이런 거구나.. 덕질하고 처음 느껴 보네
-1장.. 1장.. 아니.. 아 와 우ㅡㅇ 암ㅈㄷㅇㅎㅈ듀ㅗjiarBHioriJ
-러ㅑㅐㅂㄷ호ㅔ
-댓글치다가 빡쳐서 주먹으로 키보드 내려치는 중
-도아라파해3ㅐ3ㅐ패ㅠㅐ다
다른 것도 아니고 정말 딱 1장 차이였다.
수플레들이 꺼이꺼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주변에 수학과 교수님 아는 사람 있어..? 우리 저 정도면 반올림해서 백만장이라 자축해도 되지 않을까?
-오차 범위 이런 거 없나.. 오차 범위 +-1 만 돼도 우리 백만장이자나
-예언 하나 함 내일 이제 차트에서 실수로 오차가 있었다면서 +1돼서 우리 백만장 될 거
-원기옥 모았는데 최종보스 hp 1남기고 못죽인 느낌
-지금 기자들도 고민스러울걸ㅋㅋㅋㅋㅋㅋ ‘아니,, 이거 백만장 시대라고 써야돼 말아야 돼?’
-세상에는 사회적 합의라는 게 있습니다. 우리가 펜을 프린들이 아니고 펜이라구 부르듯.. 우리 모두 99만장을 100만장이라고 부르면 100만장이 되는 것 않을까요?
-그럼 구구콘은 백만콘임?
100만 장에서 정말 딱 한 끗 차이.
수플레들이 90도로 목을 꺾은 채 에헤헤헤 돌아다니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아이돌 팬들은 고개를 돌리며 저마다 웃음을 참고 있었다.
‘아씨, 막 웃으면 안 되는데.’
그런데 웃긴 건 어쩔 수 없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안해.. 외부자 입장에서는 좀 웃김ㅋㅋㅋㅋㅋㅋㅋ
-(물은 99도에서 끓지 않습니다 - 캠페인 포스터.jpg)
-과학적인 상식으로 말하자면 광속의 99.9999%가 광속이 아니듯.. 99만 9999장은 100만장이 아닌 것입니다
-이제 초동 백만 시대인가 아닌가
-백망장 시대
-대충 11시 59분 59초라는 이야기
여기저기서 온갖 드립이 탄생하고 있었다.
당연히 역대급 기록을 세웠기 때문에 편하게 이야기가 나오는 분위기였다.
내부자 입장에선 행복하면서 골 때리고, 외부자 입장에선 그렇게 웃길 수가 없는 상황.
‘누군가 1장만 더 샀더라면…….’
이 간절한 한 장 차이를 느끼는 이들을 보면서 틴스피릿 팬들도 미소를 지었다.
-틴스 초동 1일 차 떠오른다ㅋㅋㅋㅋㅋㅋㅋ
-다시 재현되는 1장 차이
-돌판에서 돌고 도는 1장차
-1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웃겨
-덕질하면서 멘붕온게 이걸로 처음이라니ㅋㅋㅋㅋㅋ 개부럽긴하다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서 각종 짤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100% 확률로 규호 공주짤]
(우주가 청량한 미소를 짓고 있는 Coin의 컨셉 포토)
1프로 확률로 우주짤 당첨
이제 수플레들에게 100은 99와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정해
-그래서 규호 공주짤 어디 있는데
-공주쨜 내놔 ㅡㅡ
-뭐야 규호 공듀 내놔요
[???: 여러분, 100빼기 1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아인슈타인 박사가 분필을 휘두르며 강의하는 짤.jpg)
바로 100입니다
-납득
-이게 수학이지
-아인슈타인님 말이 맞지
-(‘나는 우주의 원리가 아름답고 단순할 것이라 믿는다’는 아인슈타인 명언.jpg)
-역시 유명한 우주 악개
-100-1=0 이런 거 기대한 나는 노땅인가
그렇게 99와 100에 대한 드립 파티가 펼쳐지면서 이 미묘한 슬픔을 달래는 수플레들이었다.
‘그래. 복에 겨운 거야.’
지금 뉴블랙 다음으로 가장 초동 판매량이 높은 틴스피릿만 해도 초동 판매량이 57만 정도 아니던가.
전체적으로 상향 평준화가 이뤄지는 상황 속에서도 남들이 봉우리에 오를 때, 홀로 올림포스 위에서 모든 걸 내려다보고 있는 뉴블랙이었다.
남들이 백두산, 에베레스트산 얘기할 때, 대기권이냐 성층권이냐를 이야기하고 있는 거니까.
1장 차이가 정말 아쉽긴 했지만 이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려고 할 때였다.
“음……?”
[1장 차이가 불러 온 나비효과]라고 되어 있는 게시글이 눈에 띄었다.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댓글이 폭주할 지경인 글을 보며 수플레들이 글을 클릭했다.
그러고는 눈을 깜빡였다.
[1장 차이가 불러 온 나비효과]
(16년도 초동 1일 차 1위를 두고 틴스피릿이 1장 차이로 2위가 된 짤.jpg)
16년도에 있었던 유명한 사건에 대한 설명이 주르륵 적혀 있었다.
이웃집이 된 틴스피릿과 뉴블랙이 친분을 다지며 서로 초동 기간에 앨범을 사 주자고 약속했는데.
하필이면 뉴블랙이 5명이고 틴스피릿이 6명이어서, 초동 1일 차 역대 1위가 되지 못한 틴스피릿이었다. 물론 그 이후로 57만장을 기록해 당시 역대 1위 초동 기록을 보여 주긴 했는데…….
‘이게 무슨 상관이지?’
그걸 바라보던 수플레들의 눈에 무언가 확 들어왔다.
[저희가 이번에는 뉴블랙 형들의 앨범을 다섯 장 사기로 했어요. 여섯 장 말고 다섯 장…….]
Y앱에서 휘연이 턱을 괸 채 상큼한 미소를 짓고 있는 영상이었다.
아래 첨부된 틴스피릿 멤버들의 앨범 5개 인증샷.
6 빼기 5는 1.
1장 차이.
딱, 딱 아귀가 맞아들어 가면서 수플레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틴스피릿 덕분에 99만 9,994장이 될 것이 9,999장이 되었다는 사실을 머릿속으로 인지하고 있지만.
마음속에서 비가 내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주변에선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구 웃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장 차이
-뉴블랙이 6인조 아이돌인 평행세계에서는 100만장을 찍었겠지..
-아 이거 내가 다 아쉽고 슬픈데 웃겨ㅋㅋㅋㅋㅋㅋㅋ
-이웃집이 아니었다면 9999장이 될 수 없었겠지만 이웃집 덕분에 백만은 될수 없었지
-초동도 뉴블랙스럽다 진짜ㅋㅋㅋㅋㅋ
-지호의 69점을 보고 웃을 때가 아니었다 ㄹㅇ
-아 눈물나ㅋㅋㅋㅋㅋㅋㅋ
여기저기서 웃음이 폭발하는 가운데, 반짝반짝 웃고 있는 틴스피릿 멤버들의 사진을 보며 꺼이꺼이 우는 수플레들이었다.
작년에 초동 1일 차 사건 때만 해도 보면서 옆에서 막 웃었는데.
알고 보니 미래의 자신들이 겪게 될 일이었다.
* * *
다음 날부터 시작해서 며칠 동안 우리의 초동 판매량 소식이 온라인상에 도배됐다.
-뉴블랙, ‘초동 99.9999만장’.. 100만장 시대 열었..다?
-반올림하면 백만 장, 뉴블랙 초동 100만 돌파..했나
-[기록 행진] 뉴블랙 초동 99만장, 역대 최고 기록
제목을 쓰면서 웃어 댔을 기자들의 모습이 절로 눈앞에 그려졌다.
주변에서도 정말 장난 가득한 축하 문자를 받았다.
한조도 [제한속도 : 100km]이라는 도로 표지판 사진을 보내면서 나한테 이게 숫자 몇으로 읽히냐고 물어보고.
태현이를 비롯해서 다른 전직 졸개 놈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보면서 차단 쪽으로 손가락이 근질거리는 느낌. 술블랙으로 한창 부끄러웠을 때 다음으로 주변 사람들을 차단하고 싶은 순간이었다.
“에이.”
막내가 친구들에게 온 톡을 보면서 흥 하고는 말했다.
“그래도 뭐 어쩌겠어요. 잘 됐으니까 이렇게 우리한테 장난을 치는 거겠지.”
“그건 그렇지.”
사실상 100만 장인 기록이었으니까.
이번 우리 초동을 80~90만 장 정도로 예측하고 있던 가요계 관계자들이 화들짝 놀라고 있는 분위기였다.
솔직히… 나만 해도 초동 100만 장을 넘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건가 하는 의문이 있었으니까.
“이게 되네.”
“저 대사 또 할 줄 알았어.”
어쨌거나 처음에는 좀 당황하긴 했는데 반올림해서 100만 장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형.”
중현이가 내게 99.999%가 적힌 사진을 보여 주며 물었다.
“이게 몇이죠?”
“100퍼센트.”
“정상입니다. 양쪽 다 2.0이시네요.”
99를 볼 때마다 마음속으로 99의 콩나물 꼭지를 잘라 내고 앞에 1을 붙여서 100으로 바라보았다.
띵!
차량 내비게이션 알림이 울렸다.
[전방 100미터 앞에서 우회전…….]
“으아아아아!”
“내비게이션 눈치 없어?”
단체로 부들부들대는 모습에 운전대를 잡고 있는 민수 씨의 입가가 꿈틀거렸다.
원석이 형이 웃음을 참는 요령에 대해서 이것저것 알려 주는 동안, 단톡방에 들어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휘연 [(사진)]
나 [?]
휘연 [보상해 줄 게 뭐 없어서..]
휘연 [제 사진 비싸대요]
초상권을 가져가라는 이웃집 리더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초동 판매량 수치가 99만 9,999장이 된 이후로 우리에게 미안, 하며 소심하게 사과하는 이웃집 소년들이었다.
별로 신경 쓸 필요 없다고 했는데도 이런다.
“처음에는 전화도 안 받았잖아요.”
“웃겼는데.”
우리가 장난처럼 야~! 하려고 했는데, 전화를 걸어도 안 받고.
집에 찾아가서 초인종을 눌러도 갑자기 소리를 죽이고 사람 없는 척을 하는 이웃집 소년들이었다.
통화가 이뤄질 때까지 한 이틀 걸렸다.
[저희가 아직 애새끼들이라서 좀 회피형이에요. 조때따 싶으면 약간 회피하고 숨는 게 있어서.]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그 정도 조땐 건 아니고 해서.]
[쪼끔 미안?]
[캬. 천하의 뉴블랙이 틴스피릿한테 털려 버렸쥬~? …네? 지금 내려온다고요? 집 앞이라고요?]
[야! 이연후! 절대 열어 주지… 왜 열었어? 동전을 흔들어? 야 네가 무슨 자판기세요?]
약간의 소란 끝에 재미있는 해프닝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그 이후로 막 미안하다면서 자기들 딴에 호의를 베풀겠다고 이것저것 던지는데 하나같이 보탬이 안 되는 것들투성이였다.
그래도 그 마음이 고맙긴 했다.
사실 안 사도 되는 건데 5장이나 사 줘서 9999장이 된 거니까.
“고맙지…….”
“참 고마워…….”
먼 곳을 바라보며 어색하게 미소를 짓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100만 장에 대한 한 끗 차이 아쉬움만 남았을 뿐, 요즘 벌어지는 일들은 미소를 짓기에 충분했다.
73. The New Black - Coin
첫 주차에 빌보드 Hot 100에 93위로 진입했던 Coin은 이번 주 들어서 73위로 20계단이나 상승했다.
라디오 점수인가가 부족하다고 하던데.
그걸 감안해도 쭉쭉 오르고 있는 추세였다. 이러다가 정말 60위권까지 올라가겠다 하는 생각이 들 만큼.
그리고.
국내 차트는 말할 것도 없이 1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고.
그 덕에 이번 주부터 시작한 음악 방송에서 출연할 때마다 1위 트로피를 수거하고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뉴블랙의 코인!
-이번 주 핫송은 바로… 뉴블랙 코인!
-축하드립니다. 선배님!
달봉이를 흔드는 수플레들과 음방 앵콜을 부르면서 일주일을 행복하게 보낸 것 같다.
그렇게 목요일부터 시작해서 K넷, PBS, TBC 등 3사의 트로피를 챙긴 것을 생각하고 있을 때.
눈앞에 이번 Coin의 마지막 종착지가 눈에 들어왔다.
“다 왔네.”
가수로서는 15년도의 Nine 이후로 처음 찾아오는 곳.
바로 HBS 음악 방송을 녹화하는 등촌동 공개홀이었다.
* * *
지하 주차장에 내리자마자 중현이가 코를 킁킁거리며 말했다.
“저번이랑 또 냄새가 다른 것 같아요.”
“그치. 저번에는 스트릿 보이즈 매니저로 잠깐 찾아온 거지만 이번에는 가수로 온 거니까.”
“그거 말고 청소 약품을 좀 쓴 것 같아서 한 말인데…….”
“…….”
키득거리는 동생들을 무시하고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처음 오는 장소라서 긴장을 했는지 민수 씨, 종완 씨, 지운 씨가 원석이 형의 뒤를 따라 졸졸 걷고 있다.
종완 씨가 새삼스럽다는 얼굴로 지하 주차장과 공개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보며 말했다.
“여기가 바로 매니저 OT 영상에서 봤던 그곳이네요. 주선우 실장이 스보 멤버들을 데리고 올라갔던…….”
성지 순례를 한다는 듯 말하는 매니저들의 모습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저번 사간 특집이 엄청 인상 깊긴 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매니저들, 스타일리스트들을 포함해 우리 측 스탭들을 이끌고 우르르르 1층으로 올라갈 때였다.
“음?”
1층을 둘러보던 리혁이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어? 뭐야.”
“왜?”
“바닥에서 광이 나는데요? 왜 이렇게 깔끔하지? 이거 완전 내 취향…….”
만족스러워하는 리혁이를 보고는 다시금 공개홀 풍경을 바라보았다.
완전 깔끔하다.
지하 주차장에서 청소를 했다는 것도 그렇고, 바닥이 깔끔한 것도 그렇고… 어딘가 낯이 익은 풍경이었다.
“원석이 형.”
“응?”
“이거 저만 그렇게 느끼는 걸 수도 있긴 한데요.”
“응응.”
“그거 같지 않아요?”
내 머릿속에 떠오른 감상을 이야기했다.
“부대에 사단장이나 높으신 분들 온다고 할 때.”
“……!”
매니저들을 비롯해 군필자들이 ‘아!’ 하는 느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공유하는 기억.
-사단장님 오신댄다! 이거 창틀에 먼지 반만 닦은 건 뭐야? 우주야, 은성이 이놈의 자식 어디 갔냐.
-골고루 닦아라. 나랏님이 근처 부대 스쳐 가신댄다. 그래. 오는 게 아니고 스쳐 간다고.
설마 우리가 사단장인 건 아니겠지……?
HBS가 갑자기 화해해 주세요! 제발! 화해! 하면서 갑자기 화해를 해 버린 다음에 보여 주는 제스처 같다.
잘해 보자고.
“안 되겠다. 잠시 모여요.”
리혁이 앞에 다 같이 모였다.
곧이어 우리 메인 보컬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날아들었다.
“다 같이 암송해요. 자의식 과잉 멈춰.”
“자의식 과잉 멈춰.”
지나치게 성공을 거둔 이후로 이런 식의 자만심이 들 때마다 함께 암송하는 문구였다.
그냥 청소한 건데 우리가 자의식 과잉으로 착각하는 걸 수도 있으니까.
자의식 과잉을 예방하자는 캠페인 문구를 외우면서 우리 대기실로 들어갈 때였다.
“…….”
문이 딱 열리자마자 아로마 향초 연기와 함께 벽에 꽃잎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풍선도 몇 개 둥둥 띄워져 있고.
심지어 현수막까지 걸려 있다.
[뉴블랙의 음악 방송 컴백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HBS가 뉴블랙의 꽃길 응원해]
동생들과 벙찐 얼굴로 현수막을 바라보고 있다가 이내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매니저를 불렀다.
“형.”
“응…….”
“이거 감사는 한데… 앞으로 이런 건 좀 안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전달해 줄 수 있어요? 좋은 쪽으로.”
“이따가 메인 PD 만나면 전달하고 올게.”
기존에 HBS 음방을 맡고 있던 PD가 밀려나고 새로운 분이 오셨다고 하는데, 좀 과하게 느껴지는 열정이었다.
입에 발린 말을 좋아하는 성격이지만 이건 좀 다르다.
갑질까지는 아니더라도 ‘뉴블랙 온다고 청소 업체 불렀다’, ‘피디가 대기실에 꽃 세팅하라고 했다’ 하는 이야기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 괜히 욕을 먹을 수 있으니까.
친근한 이미지로 어필을 하고 있는 우리인 터라 깬다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고.
“바로 다녀올게.”
원석이 형이 메인 피디와 바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다른 매니저들을 달고 이동하는 한편.
홀로 남은 종완 씨가 스케줄 표를 바라보며 말했다.
“드라이 리허설 이후로 사전 녹화가 잡혀 있고요. 그다음에 근처 중식 레스토랑에서 <지금부터 우리는> 사전 미팅이 있습니다.”
“네!”
“<지금부터 우리는> 제작진 측에서 대본도 보내 줬고요.”
스타일리스트들이 준비해 준 의상으로 갈아입으며 마이크가 제대로 붙어 있는지 체크하는 한편.
방송국 측의 콜을 기다리는 동안 동생들과 자리에 앉아서 대본을 살폈다.
<지금부터 우리는>
관찰 예능이 트렌드로 떠오른 상황에서 HBS가 야심차게 내놓은 예능이다. 현재 주세한과 미스터 프로듀서와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시청률 1위를 다투고 있는 신흥 강자.
바로 우리가 이번에 출연할 예능이었다.
그리고 관찰 예능 중에서도 이 방송의 소재는 바로…….
[신개념 관찰 예능 ‘지금부터 우리는!’]
[스페셜 게스트로 와 주신 뉴블랙 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지금부터 미션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이제 이곳에서 무사히 나가셔야 합니다.]
방탈출 컨셉의 예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