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27)화 (627/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27화

처음에는 무리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진짜 잘못하면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도 있어서.

혹시나 [선우주 최고 흑역사] 하면서 예능 나갈 때마다 내가 날아다니는 자료 영상이 나오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했는데.

“와아아아아아아아-!”

팬들의 함성이 피부를 삭 스치면서 온몸에 소름이 일었다.

제대로 되었다는 뜻이었다.

보이지 않는 하늘의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듯이 움직이는 발짓에 팬들의 눈이 크게 뜨였다.

시원한 바람이 코끝과 뺨을 스쳐 가면서 상쾌한 느낌이 들었다. 왜 고대부터 인간이 하늘을 날고 싶어 했는지 절로 납득이 간다고 할까.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해방감에 순간적으로 즐거운 미소가 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악!”

팬들과 미소를 주고받으며 짧은 활강을 마치고는 잠시 허공에 멈춰 서 Raven의 가사를 마저 불렀다.

음정이나 호흡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 순간이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흐름대로 흘러가서 그 흐름에 몸을 맡기면 되는 순간. 지금이 바로 그런 때였다.

Don’t you dare-

Don’t you dare-

후렴구의 가사를 마무리하고 느릿하게 지상으로 내려왔다.

댄서들이 빠르게 와이어를 해제하는 동안 무대에 마련된 옥좌에 앉아 Raven의 가사를 마저 이어 갔다.

멍한 얼굴로 바라보는 팬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당연하게도.

“와아아아아아아아-!”

개인 무대의 반응은 몹시도 좋았다.

*   *   *

같은 시각.

백스테이지에서 지켜보고 있는 졸개들의 얼굴에 심술이 덕지덕지 붙기 시작했다.

옥좌에 앉아서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귀족처럼 노래를 부르는 리더.

“아, 좀 뭔가 그러네요.”

서리혁의 입술이 살짝 나왔다.

“내가 분위기 다 띄워 놨더니 홀라당 채가는 그런 느낌인데.”

“말은 똑바로 해아져, 형. 사실 분위기는 제가 처음에 띄워 놔서 이렇게 가능한 거예요.”

“맞아. 나도 춤췄어.”

“아니지. 나랑 우주 형이 관짝 퍼포먼스 하면서 분위기 띄운 거야.”

“문짝이요. 형. 문짝.”

분위기를 자기가 띄워 놓은 거라며 저마다 자기 칭찬을 하던 졸개들의 시선이 이내 다른 쪽으로 옮겨 갔다.

스탭들이 회수하고 있는 와이어.

그제야 긴장하고 있던 마음이 놓였다.

-나 개인 무대 때 이거 한 번 써 볼까? 콘서트 감독님이 이번에 미국 쪽에서 구매한다는 장치가 하나 있더라고.

-와이어 플라잉?

-사람한테 하네스를 장착하면 이렇게 둥실둥실 날아다니는 그런 장치야.

제대로 쓰면 멋진 장치긴 했다.

다만 미튜브에서 검색했을 때 몇 가지 안 좋은 영상이 보여서 멤버들도 걱정했던 터였다.

우선적으로 운동 신경이 좋아야 했다.

-형! 이분 봐 봐여. 와이어 장착한 다음에 몸을 못 가눠서 장작 구이처럼 빙글빙글 돌고 있어요.

콘서트에서 빙글빙글 장작 구이가 된 일본 가수의 수치스러운 영상도 나오고.

-이분 이게 컨셉인가 봐요. 이번엔 가랑이가 낑기셨대요.

하네스 장착을 잘못해서 끼요오옷- 끼요옷- 하면서 날아다니는 퍼포먼스를 하는 같은 가수의 영상.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어떤 가수가 와이어를 한쪽만 장착하는 바람에 무대 밖으로 굴러떨어진 영상이었다.

사람을 순식간에 허공으로 들어 올릴 만큼 강력한 와이어이기에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얻었다나.

-내 계산으로는 시속 50km로 바닥에 부딪히는 걸 거예요.

-저기… 얘들아. 와이어 무대 멋진 영상이 300개고, 사고 영상이 3개인데 왜 그것만 말하는 거니.

-으아아아아! 하지 마여어어!

-하지 마요오!

-아직 짱짱하잖아요. 형. 형은 저희 햇살이에요. 햇살이 사라지면 지구도 의미가 없단 말이에요.

-그냥 하지 말라면 하지 마아!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겠다는 맏형에게 징징대며 만류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멤버들이 헛기침을 하고 시선을 돌렸다.

사실 안전하게 하면 문제가 없을 장치였지만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우주 형이 다치면 센터는 누가 서요.”

“맞아.”

“안무도 다시 짜야 되고.”

물론 말은 그리하면서도 조마조마하게 지켜보았지만, 다행히 리더는 엄청나게 잘 해냈다.

전직 서커스단원이라도 되는 것마냥 허공을 걷고.

어지간한 운동 신경으로 턱도 없는 일인데, 역시 그들의 맏형다운 운동 신경이었다.

‘어쩜 저렇게 다 잘하지?’

괜히 자기가 다 뿌듯하고 그런 느낌이었다.

주변에서 촬영하는 다큐 카메라를 향해 왕지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 찍고 계신가요? 우주 형이 날아다니는 무대는 바로 이번 서울콘에서만 독점으로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그러는 동안 멤버들은 기지개를 켜거나 목을 꺾으면서 마저 몸을 풀기 시작했다.

흑조를 상징하는 듯한 의상을 걸친 리더와 마찬가지로 그들도 비슷한 의상을 입고 있었다.

이제 슬슬 올라갈 타이밍.

옥좌에 앉아서 Raven의 마지막 소절을 부른 금발의 미남이 손을 뻗는 장면을 끝으로 무대가 암전됐다.

“올라가겠습니다!”

인터컴을 낀 스탭의 말에 맞춰 멤버들이 무대 위의 어두운 곳으로 올라갔다.

비주를 의자에 무사히 앉힌 다른 멤버들이 자신의 의자에 앉으면서 자세를 잡았다.

나란히 늘어선 다섯 개의 의자.

다리를 꼬고 앉은 멤버들이 서로를 둘러보며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

‘왔어?’

반갑게 웃는 듯한 실루엣의 맏형에게 그들도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심장이 콩닥거린다.

저마다 개인 무대를 꾸며서 해 보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역시나 가장 재미있는 건 다 같이 모였을 때였다.

[Crown is mine. This should be mine. That throne…….]

교활한 속삭임들이 쉴 새 없이 겹쳐지면서 어둠 속에서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때.

무대에 붉은 조명이 내리쬐면서 수플레들의 함성이 점점 커져 갔다.

슬그머니 나오려는 미소를 삼킨 다섯 멤버가 날카로운 눈빛을 한 채 입술을 뗐다.

대앵- 하고 울리는 종소리.

종을 울려라

멀리 퍼지도록

콘서트 후반부를 알리는.

정규 1집 타이틀곡 Empire의 무대가 시작되면서 3만 명의 함성 소리가 고척돔을 뒤흔들었다.

*   *   *

정신없이 놀면서 노래를 부르고, 이동하고, 춤추고, 멘트를 하다 보니 시간이 훌훌 흘러갔다.

야속할 만큼 빠르게.

눈 깜빡하니 마지막 곡이고, 눈 깜빡하니 앵콜이었다.

-네. 여러분…….

비주가 마이크를 잡자마자 팬들 사이에서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우리 둘째가 슬픈 미소를 지으며 울상을 하자 팬들도 으아아아아 하면서 울었다.

-진짜 마지막의 마지막이에요. 이제.

팬들 사이에서 함성이 들려왔다.

-가지 마아아아아아!

-그래요? 가지 말까요?

지호가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하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추임새를 넣었다.

팬들도 아쉽고 우리도 아쉬운 그런 순간.

오늘 고척돔 콘서트 마지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순간이었다.

-안타깝게도 오늘의 마지막 무대를 해야 될 시간이 되었네요. 울지 마세요. 여러분이 울면 저희도 운단 말이에요.

-울면 콘서트 길어져서 좋아? 누구신가요. 다음 어워드에 세워 드릴게요.

-아니, 세상에 어떤 가수가 팬들 시상식 올린다고 겁을 줘요.

리혁이의 타박에 우리가 키득거리고 수플레들도 웃었다.

내가 말했다.

-자. 그럼 마지막 곡에 대한 이야기도 마저 이어 나가야겠죠?

-바로 비주 형의 자작곡입니다. 여러분.

수플레들이 함성으로 답하는 가운데, 비주가 수줍게 웃으며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경우의 수’라는 곡인데요. 제가 리얼리티에서 선보였던 바로 그 곡이에요.

-함께해요~ 무덤까지~

중현이의 굵직한 저음이 추임새를 넣으면서 수플레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동갑내기의 옆구리를 콕콕 찌르며 응징한 비주가 다시금 마이크를 들고 화사하게 웃었다.

-이번 정규 앨범에 실리면서 가사도 많이 바뀌었고, 저희의 마음을 담아 여러 부분을 수정했어요. 물론 그 과정이 전적으로 제 자의로 이뤄진 건 아니었지만….

비주의 사슴 같은 눈망울이 내게 향하면서 팬들이 악독한 우주선이라며 함성을 질렀다.

-억울하네요. 저한테 죄가 있다면 앨범을 잘 만든 죄 정도일 텐데.

-우우우!

동생들의 야유에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비죽대는 동안, 비주가 마이크를 들고 멘트를 이어 갔다.

-저희가 이렇게 높이 날 수 있는 이유는 우리 멤버들, 스탭들, 팬분들 모두가 정말 잘 모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적절한 때에, 적절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이런 기적이 벌어진 게 아닐까.

비주가 미소를 지었다.

-저희에게 기적처럼 찾아온 모든 분들에게.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 모여 주신 모든 분들에게 바치는 노래입니다.

-감사하고 정말 사랑해요.

-그럼 가 볼까요? 경우의 수!

전주가 흘러나오면서 막내가 새초롬한 얼굴로 인이어를 슬쩍 뺐다. 팬들의 목소리를 더 잘 듣겠다는 듯이.

‘어이구.’

‘저저…….’

멋 부리는 막내를 따라서 우리도 인이어를 빼며 목을 가다듬었다.

잠시 어두워졌던 무대가 밝아 오르면서 피아노로 시작되는 전주가 고척돔에 맴돌기 시작했다.

우리와 팬들의 귓가에 착 내려앉는 멜로디.

-자. 다 같이~ 불러~ 주세요!

막내의 상쾌한 외침과 함께 우리가 다 같이 마이크를 내미는 동안 비주가 마이크를 들었다.

검은 티셔츠 위로 얄쌍한 목에 힘이 가볍게 들어간다.

아름다운 고음이었다.

너른 은하수 아래

별이 하나 있다면

그건 우리의 별이겠지

눈을 찡긋하고 웃는 비주의 표정에 환호가 흘러나왔다.

곧이어 막내가 마이크를 잡고 파트를 이어받았다.

참 기적 같은 일인 거야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으니까

메아리처럼 3만 명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소리를 잠시 눈을 감고 음미하다 떴을 때.

애쉬그레이색 머리 아래로 붉은 반다나를 한 중현이가 마이크를 들었다.

하나의 목소리

그 목소리가 모이고 모여

음악이 되고

사랑이 되어

너와 나를 이끌었지

중현이가 잠시 노래처럼 부르던 랩을 멈추고는 보는 사람이 행복해지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 너와 나의 시간이야

수플레들의 함성이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고 중현이가 미소를 지으며 마이크를 객석으로 넘기는 한편.

그걸 보며 웃던 나도 마이크를 들었다.

이 모든 경우의 수

얼마나 될까

어두운 밤

이토록 밝게 빛나게 될 때까지

후렴구까지 고조되는 부분을 부르며 ‘다 같이!’하고 마이크를 내밀었다.

곧이어 눈을 감은 리혁이가 부르는 후렴구의 파트가 수플레들의 목소리와 함께 공명하듯 울렸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의 노래는

언제나 아름다울 거야

고조되어 팡 터지는 멜로디 속에서 코러스 파트가 이어졌다.

우리가 다 같이 마이크를 들었다.

Forever Ever Ever

Ever-after

멤버들과 환한 미소를 주고받으며 마이크를 저 하늘 높이 뻗었다.

우리의 노래에 화답하듯이 빛나는 별들이 저마다의 반짝임으로 이 멋진 순간을 완성시켜 주었다.

Forever Ever Ever

Ever-after

영원히.

더 오래 영원히.

이 아름다운 순간이 영원히 이어지기를.

*   *   *

금토일 동안 이어졌던 3일간의 콘서트는 아름답게 마무리를 지었다.

2일 차에는 각자의 부모님들과 가족이 찾아와서 다 함께 무대에서 절을 올리면서 웃기도 하고.

3일 차에는 콘서트 필름 촬영을 했다.

“후아아…….”

콘서트를 무사히 끝내고 마무리하는 자리.

3일 차 콘서트를 끝낸 우리는 숙소에서 온갖 야식들을 둘러보면서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잠시! 잠시만요!”

비주가 냉장고에서 초코케이크를 들고 왔다.

초를 슥슥 꼽고, 중현이가 성냥을 슥 그으면서 성냥을 망가뜨려 버렸다.

“라이터 꺼내야겠네.”

“라이터 없는데요.”

“없어?”

“저번에 촬영하고 남은 부싯돌밖에 없어요.”

결국 탁탁! 부싯돌을 튕겨서 케이크 불을 붙였다.

기념으로 남기겠다며 폰카로 촬영을 하고 있던 비주가 빵 터지더니 바닥에 주저앉아 끅끅거렸다.

“이게 웃긴가?”

“객관적으로 봤을 때 바보 같긴 하죠.”

케이크에 3번째 콘서트를 의미하듯 3개의 초를 붙이고는 후우우우 불었다.

“뉴블랙의 3번째 콘서트 종료를 진심으로~ 축하~ 합니다!”

“와아아아아아아!”

저마다 고깔콘 모자를 쓴 채 케이크 초를 후 불었다.

케이크 커팅을 하고 싶다고 난리 치는 막내에게 커팅을 맡긴 후, 다 같이 야식 메뉴를 오픈했다.

내가 끓인 우주식 매콤라면이 모락모락 김을 뿜고.

치킨과 피자, 족발 보쌈, 불판에 올려진 소고기와 돼지고기들이 정신없이 펼쳐졌다.

“형! 형! 건배사!”

저마다 음료를 든 동생들과 종이컵을 부딪치며 말했다.

“고생했다! 먹고 배 터지자!”

“먹고 배 터지자!”

즐거운 웃음소리가 감돌았다.

공식 SNS 계정에 올릴 사진이나 영상들도 찍어 두면서 동생들과 기쁨을 교환했다.

중현이가 웃으며 말했다.

“진짜 그때 생각하니까 좀 움찔하네요. 형. 우리 문짝 안 열릴 뻔했잖아요.”

“그치.”

첫날 수플레들에게 호평받은 문짝 퍼포먼스.

랩 유닛 퍼포가 너무 좋았다는 호평이 퍼져 버리면서 2일 차와 3일 차에도 같은 퍼포먼스가 나왔다.

물론 수플레들은 진실을 모를 거다. 다큐멘터리가 나올 때까지…….

“근데 우리 다큐멘터리 언제 나오는 거예요?”

“글쎄다.”

막내의 말에 내가 일정을 체크하며 말했다.

“아마 편집까지 생각하면 내년 1월일 것 같은데.”

“잉? 왜 일케 길어요?”

“우리 투어가 길잖아.”

유럽, 북미, 남미, 호주, 동남아시아, 일본 등으로 쭈욱 이어지는 투어가 끝나고 나면, 서울 앵콜 콘서트까지 있다.

그게 10월일 텐데.

그때까지 촬영을 마무리 짓고 후편집이 3개월 정도로 들어가면 내년 1월 정도에 나오지 않을까 싶다.

“아. 맞네. 영화 원래 오래 걸리지.”

“그만큼 퀄리티가 좋게 나오겠지.”

내년 1월쯤에 런칭할 넷플러스 다큐 영화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동안 리혁이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까 우리 앵콜 콘서트 장소 말이에요. 어느 정도 윤곽이 정해지는 것 같던데.”

“그래?”

“우리 아마 주경기장 아니면 상암에서 할 거래요. 듣기로는 상암 같던데… 2일 정도?”

“상암이면…….”

그걸 우리가 다 채울 수 있나 싶긴 한데, 팬이 아닌 대중들까지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상암도 꽉 채우면 6만인가 그런 걸로 알고 있는데.

아득한 인원수를 생각하면서 잠시 긴장했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아. 망하는 건 미래의 우리다.”

“맞는 말이에요.”

하하하핫 웃으며 건배를 했다.

콘서트가 끝나긴 했는데 워낙에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그런지 대화 주제도 대부분 일 이야기였다.

당장 다음 주에 있을 한국예술대상에도 ‘우리 가족은 외계인’과 ‘뉴블랙 TV’가 후보로 올라서 나가야 하고.

그다음 다음 날에는 베를린으로 출국해야 된다.

5월 중순에는 빌보드 어워드 무대 준비를 하기 위해서 헤일리와 현지에서 같이 만나야 하고.

그리고…….

“별일 없겠죠…?”

모레 코앞으로 찾아온 일정이 하나 있었다.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 쳐진 그것.

-<지금부터 우리는> 촬영!

바로 방 탈출 컨셉의 관찰 예능이었다.

매주 출연하는 게스트들이 독특한 컨셉의 방에 갇혀서 실마리를 얻고 탈출하는 그런 내용의 방송.

현재 주세한과 미프를 견제하고 있는 HBS 최고 인기 예능답게 제작비도 빵빵한 편이었다.

출연팀마다 최소 2주 분량을 뽑는 식으로 길게 촬영한다는데.

“우리는 한 달 가야지.”

“솔직히 올해의 예능인 6위까지는 올라가야죠. 저번에 7위 한 것도 충분치 않아요.”

“올해의 예능인 5위 각을 보자.”

그런 식으로 의욕을 뿜뿜하고 있던 우리는 이내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지금부터 우리는>을 시청하며 야식을 먹었다.

안대를 쓰고 어두운 방에 갇히는 유명인들.

그들이 식탁에 놓인 초대장을 읽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지금부터 우리는 <구미호굴>에서 무사히 나가야 한다.’ 구미호굴? 우리 구미호굴이라는데요?

온갖 귀신들이 득실거리는 구미호굴에서 고생하는 이들을 보면서 우리의 입맛이 떨어졌다.

벌써부터 앞길이 막막하다.

“무서운 거 싫은데… 잘할 수 있을까?”

“우리 제주도에서도 어설프게 분장한 귀신들 보고도 비명 지르고 도망치고 그랬잖아요.”

“저런 거 좀 연습하고 그래야 되는데…….”

먼저 출연한 선배 연예인들에게 정보라도 얻으면 좋을 텐데.

안 그래도 전에 보내 둔 메시지들을 하나씩 확인할 때였다.

“오.”

“왜요?”

“이견우 선배님한테 답장 왔다.”

“오!”

이미 우리보다 먼저 출연한 적 있는 국내 최고의 스타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내가 눈을 크게 떴다.

“어? 선배님이 도와주신대.”

“오오오!”

*   *   *

쇠사슬이 가득한 어두운 방.

그곳에 앉아 있는 남자가 눈을 반개했다.

‘오는군.’

배우 이견우의 귓가로 걸음걸이들이 들려왔다.

최소 5인 이상.

3인 이상의 발소리가 들리면 긴장하는 한류 스타의 곁에서 매니저가 청심환을 건네주었다.

“드세요. 형.”

“고마워.”

청심환을 먹은 한류스타가 훗 하며 미소를 짓고는 다가올 뉴블랙 TV의 제작진을 기다렸다.

이윽고 후드에 마스크를 쓴 5인조가 지하로 내려왔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카메라를 이끌고 온 뉴블랙 멤버들의 발랄한 인사에 이견우가 흐뭇한 미소로 답했다.

“여기가 선배님이 구입하신 곳인가요?”

“응.”

방 탈출 컨셉 예능을 나가기 위해서, 방 탈출 카페를 구매한 한류스타였다.

다른 사람이 보는 건 좀 부끄러우니까.

발랄하게 웃는 뉴블랙을 보며 한류 스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영화 홍보도 해야 되니까.’

보기 좋은 미소를 짓는 이견우의 모습에 뉴블랙 멤버들이 꺄르륵 웃었다.

“그럼 시작할까요?”

“응.”

<이견우 님과 함께 하는 방 탈출 연습!>이라는 컨셉으로 진행하는 뉴블랙 TV 컨텐츠의 녹화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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