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28화
57장. 역시 형이야, 구하러 와 줬어
잠시 촬영을 끊고 가는 타이밍에 이견우 선배에게 다가갔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감사는 뭘. 나도 영화 홍보하고 좋은 걸.”
방송용 웃음을 지으며 유쾌하게 받아주는 한류스타의 모습을 바라본 내가 카메라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끊고 가는 타임이어서요. 카메라 안 돌아가고 있어요.”
“아. 그래?”
눈앞의 미남이 축 늘어졌다.
매니저가 또 건네주는 청심원을 받아 들던 선배 배우가 예능 너무 힘들다며 중얼거렸다.
우리가 이런저런 조언을 해 주었다.
“대충 적당히 멘트해 주시면 저희가 2절, 3절까지 끌고 갈 테니까요. 편하게 멘트해 주시면 돼요.”
“잘하시고 있어요. 선배님, 화이팅!”
“영화 홍보는 어떤 쪽으로 포인트 잡아드릴까요?”
홍보에 대한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조율하고 나서 다시금 미소 연습을 하는 배우에게 슬쩍 물었다.
“그런데 선배님.”
“응?”
“그… 변신하는 건 어떻게 하시는 건가요? 선배님이 너무 멋지셔서 저도 좀 배우고 싶어서요.”
“아. 연예인 모드로 말하고 웃고 그런 거?”
밤색 눈동자가 즐겁게 반짝인다.
“연기거든.”
“연기요?”
“응. 연기라는 건 결국에 나한테 있는 걸로 승부하는 거거든. 냉장고에 계란이 없는데 계란후라이를 만들 수는 없잖아.”
“그렇죠.”
“결국에 내 안에 있는 어떤 면모는 극대화시키고, 어떤 면모는 축소하는 식으로 캐릭터를 구축하는 건데. 이런 경우에는 자신감 넘치는 부분을 강조하고 소심한 부분은 누르는 거지.”
“오.”
“쉽게 말해서 자기만의 롤모델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돼.”
현직 배우인 막내를 비롯해서 우리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그러고는 곧장 따라 했다.
“롤모델이라…….”
반짝반짝.
내가 이견우 선배를 완벽히 따라 한 미소를 선보이자 상대가 멈칫했다.
“어어… 그렇지. 그건데…….”
다른 동생들을 바라본 이견우가 눈을 깜빡였다.
“우주가 왜 네 명…?”
“네?”
고개를 획 돌렸다.
느끼하면서도 눈을 빛내는.
마치 누군가를 따라 하겠다는 듯 어색하게 웃고 있는 동생들의 모습에 나와 스탭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이견우 선배가 청심원을 쭉 들이켰다.
* * *
“네! 오늘은 바로 이견우 선배님과 함께 하는 방탈출 특집입니다. 저희가 지금 HBS 예능 녹화를 앞두고 있잖아요.”
먼저 상황 설명.
“저희가 아무래도 방탈출이라는 컨셉에 문외한이기도 하고, 또 아무 준비 없이 예능에 나가는 것도 무섭잖아요?”
“맞습니다.”
“그래서 어젯밤에 이견우 선배님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먼저 출연한 사람으로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 주셨는데. 직접 해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 주셔서…….”
출연이 성사된 배경을 설명하고 나서 이견우 선배에게 눈짓하며 멘트를 넘겼다.
“네. 다시 한번 인사드려요. 안녕하세요. 배우 이견우입니다. 어젯밤 뉴블랙에게 같이 방탈출을 하자고 꼬드긴 장본인이고요.”
살짝 말을 멈춘 절세미남이 보는 사람이 기분이 좋아지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 영화 홍보하러 나왔습니다.”
“흐하하하하!”
“저희 영화 <정직한 사람>에서 제가 맡은 배역의 카피 문구가 바로 ‘정직이 생명 아닙니까?’ 거든요.”
“무슨 내용인가요?”
막내의 물음에 배우가 술술 답했다.
“제 배역인 ‘윤수’는 위증죄를 저지른 제약회사 연구원인데요. 어느 날, 거대한 지하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그곳에는 그와 마찬가지로 저마다 다른 거짓말을 한 사람들이 모여 있죠.”
지상으로 탈출하기 위해서 죄수들끼리 진실과 거짓에 대한 게임을 계속해야 하는 스토리라는 이야기였다.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방탈출이랑도 컨셉이 맞네요.”
“네. 영화를 감독하신 장문 감독님께서 실제로 방탈출 카페를 돌아다니면서 이런저런 연구를 많이 하셨다고 해요.”
“오오오오.”
편집 후 30초에서 1분가량 나올 분량을 뽑은 후에 바로 방탈출 게임으로 들어갔다.
이견우 선배의 매니저 분이 코팅된 종이를 내밀었다.
“여기 4개의 체험 코스가 있는데요. 이 중에서 하나를 골라 주시면 됩니다.”
“이 별은 뭔가요?”
“난이도예요. 맨 왼쪽이 제일 쉽고, 맨 오른쪽이 제일 어렵죠.”
“으으음.”
얼굴을 맞댄 동생들과 서로의 불결한 숨결을 느끼며 고민했다.
맨 왼쪽에는 ‘귀곡산장 1970’이라고 적혀 있다.
“귀신을 해야 되나.”
“귀신…….”
“이거 동양 귀신이에요, 서양 귀신이에요? 서양 귀신이면 그래도 좀 버틸 만한데.”
“차이가 있어?”
“컨저링이랑 셔터 정도의 차이예요. 아님 기담 엄마 귀신?”
나는 잘 모르는 고유명사 파티가 막내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멤버 중에서 나름대로 공포 영화를 잘 본다는 것 때문인지 막내의 어깨가 으쓱으쓱하다.
“제주도 담력체험에서 제일 먼저 도망쳤으면서.”
“형들 다 버리고 갔으면서.”
“다시 생각해도 몹시 서운.”
막내가 입을 삐죽이며 투덜대는 동안 난이도에 붙은 별 1개가 눈에 들어온다.
무서운 것만 좀 참으면 난이도가 제일 쉽다는 건데…….
“이걸로 할까?”
“으음.”
“우리 귀신 컨셉이 가능성 높잖아.”
피디님이 연출했다는 전작 프로그램인 괴담 프로도 그렇고.
사전 미팅에서 피디님에게서 뭔가 귀신이나 유령 컨셉으로 나올 것 같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형.”
그때 비주가 침을 꼴깍이며 말했다.
“근데 제가 생각해 봤는데요.”
“응.”
“여기서 무섭고 그런 걸 미리 본다고 해서, 촬영장에 가서 안 놀라고 그러는 건 아니잖아요.”
“어… 그러네.”
공포영화 한 편 본다고 다음 공포영화가 안 무서운 건 아니었다.
비주의 일리 있는 말이 들리자마자 ‘귀곡산장 1970’에게서 고개를 획 돌려 버렸다.
중현이가 손바닥으로 ‘귀곡’이란 글씨까지 덮었다.
“으으음…….”
우리의 시선이 움직였다.
“선배님이 하신 건 어떤 거셨어요?”
“나 두 번째 거. 살인 온천.”
“살인적인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그러는 곳인가요?”
“아니, 범죄 현장에서 추리하는 거야.”
선배님이 미리 하기도 했고, 일본 온천이 배경이라서 적합하지 않으므로 패스.
일본 온천 배경으로 했다가는 다음 날 일본 시사 프로에서 ‘뉴블랙, 일본 온천 풍의 컨텐츠’ 전격 올림! 이러고 나올 걸.
-한국의 방탈출 카페는 20대 남녀들이 즐겨 가는 곳인데요. 일본 온천이 있다는 건 역시나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 사이에서 쿨 재팬의 이미지가 퍼져 나가고 있다는 말이겠죠?
설마 그럴까 싶은데 우리가 뉴블랙 TV에 뭔가 올릴 때마다 다음 날 시사 프로에 꼭 나오곤 했다.
그렇게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최고난이도 ‘지하실의 비밀’을 골랐다.
“안 무서운 거겠지.”
“지하실에 비밀이 있어 봐야 무슨 비밀이 있겠어요. 매니저님, 이거 안 무서운 거죠?”
“예. 그럼요.”
그런 말을 하던 매니저 분이 이견우 선배님이 마실 허브티를 준비하는 게 보였다.
동생들과 눈빛을 주고받았다.
‘망했네. 야. 이거 누가 골랐냐.’
‘형이 골랐잖아요.’
‘맞아. 졸개들은 자아가 없다구.’
뇌를 위탁한 동생들이 힐난의 시선을 보내는 동안 동생들과 함께 안대를 썼다.
“원래 안대를 써?”
“넹.”
나름대로 방탈출 경험자인 막내가 말했다.
“근데 여기가 좀 특이하긴 해요. 제가 간 방탈출 카페는 컨셉이 딱 하나고 그랬거든요.”
“오.”
“되게 큰 데인가 봐요.”
이런 곳을 단숨에 인수해 버린 한류스타의 재력에 감탄이 나오는 것도 잠시.
이견우 선배님과 함께 안대를 착용한 우리가 매니저 분의 지시를 따라 방으로 입장했다.
덜컹.
순식간에 지하실 공기가 느껴진다.
“오. 진짜 지하실 같다.”
“지하실 공기네.”
“그야 진짜 지하니까요.”
리혁이의 말을 들으며 안대를 벗었다.
“오오오오오!”
실감나게 진짜 지하실처럼 꾸며놓은 공간에 감탄이 나왔다. 6인 정도가 딱 갇힐 만한 그런 곳이었다.
그런데 왜…….
카메라 감독님을 제외한 출연자가 5인인 걸까.
“비주가 안 보이네. 비주는 다른 데 갇혔나?”
“우리가 구해 주는 건가 봐요. 거기 <지금부터 우리는>에서도 막 보면 시작하기 전에 서로 다른 방에 떨구고 그러잖아요.”
“아아아!”
역시.
“이래서 난이도 최상을 준 거구나.”
우리가 출제자의 의도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였다.
덜컹.
“음…?”
우리가 들어왔던 문이 열렸다.
머쓱한 표정의 매니저 분과 함께 안대를 쓴 비주가 뺨을 긁적이며 웃었다.
“저… 잠시 저 혼자 다른 곳에 가 있었어요.”
“…….”
“…….”
비주가 들어오고 나서 문이 덜컹- 닫혔다.
카메라 감독님이 입을 씰룩거리고, 바깥에서 우리 스탭들이 박수를 치며 웃음을 터뜨리는 소리들이 들렸다.
그동안 우리는 서로를 둘러보았다.
청심원 드링킹으로 나른한 미소를 짓고 있는 한류 배우와 모래알 같은 단합력을 자랑하는 오합지졸들.
“시작부터 쉽지 않다.”
“쉽지 않네요.”
서로를 바라보며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 * *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탈출에 성공했다.
“크으.”
“이게 자유의 공기인가?”
“꺄하아.”
다시 방탈출 카페의 로비로 나오고 나서 공기를 들이쉬며 미소를 지었다.
“꼬생하셨습니다아…….”
이견우 선배의 매니저 분이 살짝 쉰 목소리로 열쇠들을 받았다.
비주가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힌트 전화 때문에 목이 쉬셨나 봐요.”
“그러게.”
방탈출 카페에는 힌트 전화라는 게 있다.
방 안에 설치된 전화기를 이용해서 ‘힌트 좀 주세요오오오!’ 하는 건데, 저분이 그것 때문에 고생을 좀 많이 하셨다.
리혁이가 투덜거렸다.
“이게 다 왕지호 때문이에요. 자기가 방탈출 카페 경험 있다고 제일 잘한다고 허풍 떨더니…….”
“아닌데! 이건 팀원들이 구려서 그런 거예요. 단체 겜도 팀원들이 못하면 겜 망해요. 그리고 리혁이 형이 막 이건 힌트라면서, 벽지 보면서 푸렉탈 어쩌고 패턴 찾겠다고 이상한 소리 하구.”
“아니야. 이건 누구의 탓도 아니야. 우리 모두의 탓이야.”
“김비주가 제일 못함.”
하찮게 옥신각신하면서 으이이잉 하는 졸개들의 모습에 우리 스탭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 속에서 웃고 있는 원석이 형에게 우리가 물었다.
“형! 솔직하게 말해 주세요. 누가 제일 못했나요.”
“내가 봤을 때는 다 못했어.”
촉촉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었다.
-으아아아아! 무서워! 나 못 가!
-저기 캄캄하단 말이에요!
-이러지 말고 연차순으로 가기로 해요. 우주 형이… 아, 이견우 선배님 계셨구나. 선배님? 못 가신다고요?
-야맹증이 있어서.
-주세한 때는 야맹증 없으셨잖아요.
-에헤헤…. 나른하다.
-선배님?
정말이지 개판 5분 전으로 진행된 방탈출이었다.
-지하실을 잠식한 푸른 곰팡이를 피해 탈출하라? 이거 곰팡이에요? 으으으으!
-진정해! 리혁아! 가짜 곰팡이야!
-푸른 곰팡이면 페니실린 아니에요? 좋은 거 아닌가. 으음… 어어. 왜 만지니까 경보음이 울리지?
-만지니까 울리는 거죠! 으아아아!
정말이지 바보들 같았다.
무엇보다 방탈출이라는 이런 추리 형식의 게임을 해 본 게 처음이라서 포맷도 익숙하지 않은 게 컸다.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면….
-흐하하하하!
-으하하하!
CCTV를 통해서 우리를 지켜보던 스탭들이 정신없이 웃음을 터뜨렸다는 것 정도.
나름대로 예능적인 재미를 잡았다는 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구독자 여러분, 재미있으셨죠?”
“저희 뉴블랙 TV는 여러분의 웃음을 위해 손으로 뛰고 발로 물건을 집어냅니다.”
“이제 엔딩 멘트를 쳐야 되는데… 어? 이견우 선배님?”
“예에…….”
살짝 볼이 앙상해진 미남의 모습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저희와 함께 한 방탈출 어떠셨나요?”
“솔직한 소감을 말해도 되나요?”
“그럼요.”
“다시는 같이 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가 손뼉을 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 * *
다음 날.
결전의 날을 맞이한 우리는 제작진이 알려 준 집결 장소로 이동했다.
“운동화?”
“확인.”
“신축성 있는 바지?”
“확인.”
“컨디션?”
“이상 무.”
최대한 활동하기 좋은 옷차림으로 입었다.
살짝 충혈된 눈에다 안약을 넣는 리혁이의 모습에 내가 물었다.
“괜찮아?”
“괜찮아요.”
“잠은? 좀 자긴 했어?”
“한 두어 시간 잤어요. 새벽부터 일어나서 퍼즐 종류들 이것저것 보느라고…….”
방탈출 컨셉에 나올 만한 퍼즐들을 일일이 공부한 모양이었다. 무엇이든 항상 성실한 우리 넷째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리혁아.”
“왜요. 나 지금 피곤해.”
“퍼즐 종류를 공부한 건 참 기특한데… 지금 머리는 잘 돌아가니?”
“걱정 마요.”
“8 곱하기 18은?”
“백… 백사십사요.”
인도 사람들이 외운다는 19단을 암기한 터라 평소 같으면 술술 나왔을 텐데 연산속도가 좀 느리다.
“좀 자 둬.”
“그래야겠다. 도착하면 깨워 줘요.”
“나도 잘 건데.”
“에이… 몰라. 알아서 해요.”
리혁이가 비주의 어깨에 살짝 기대며 눈을 감았다. 그걸 본 막내도 홀라당 리혁이의 어깨에 기대고.
살짝 투닥대는 소리들이 들려오는 동안 나는 핸드폰을 확인했다.
메시지가 무려 437개나 쌓여 있다.
“…….”
눈을 깜빡이는 나의 모습에 조수석에 앉아 있던 민기 형이 물었다.
“왜 그래?”
“이번에 프로그램 출연하는 것 때문에 미리 출연한 선배 분들한테 팁 구했거든요. 그런데 한 사람당 거의 30개씩 메시지를 보내 줬어요.”
“다들 너랑 친하게 지내고 싶나 보네.”
“이 정도까지 필요한 건 아니었는데…….”
특히 저번에 호주 리얼리티에서 안면을 튼 재트 밀러 씨는 ‘충성충성’ 하는 톡과 함께 50개 가까운 메시지를 보내 주었다.
그 덕분에 미리 이런저런 꿀팁을 익힐 수 있었다.
촬영장 분위기도 미리 알 수 있고.
“촬영 끝나고 나서 답장해야겠어요.”
모바일 데이터를 오프라인한 상태로 확인한 톡창을 닫고는 기지개를 쭉 켰다.
그래도 어제 미리 방탈출 카페를 돌면서 미리 예습을 해 둬서 그런지 마음이 든든하다.
-흐아앙! 혀어엉!
-하아악!
어제 한 건 처음 해 봐서 그런 거니까.
그럴 수 있다.
고개를 슥슥 젓고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느덧 5월 2일.
목적지로 향하는 동안에 중간중간 도로에 핀 들꽃이 환한 햇빛에 발간 얼굴들을 드러내고 있었다.
할머니한테 꽃다발이나 좀 보내 줄까.
이슬이 맺힌 꽃들이 스쳐 가는 것을 보며 나도 잠시 눈을 감았다.
“……도착했어.”
“츄룹.”
동생들과 정신을 차리고는 단장을 마치고 차에서 내렸다.
오후 4시.
몇 시간 뒤면 해가 지고 깜깜해질 듯한 느낌이었다.
장비를 세팅하면서 미리 준비하고 있던 제작진, 출연진과 인사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와아아아아!”
“뉴블랙이다. 지금 뉴블랙 왔어요!”
“왔어?”
“어머 이게 누구야? 비주 씨! 오랜만이야!”
<지금부터 우리는>의 고정 패널들과 인사를 나눴다.
대부분 방송국을 지나가다 한두 번 본 분들이었다. 예전에 우리와 함께 대만에 빵 만들러 갔던 예능인 유창현 씨도 있고.
“에이-요! 썬우주!”
꼴 보기 싫은 얼굴도 하나 있었다.
발랄한 얼굴로 뛰어온 은성이를 손으로 막았다.
“뱅장님~!”
손으로 막아 버리자 옆으로 얼굴을 쏙 내민다.
“반가우시죠?”
“아니.”
“솔직히 말해 보세요. 아. 나 오늘 방탈출 처음 해서 엄청 떨려 죽겠는데 패널 중에 은성이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은성이 최고. 이런 마음이 조금은 들지 않았을까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
“늘상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누구보다 저에 대한 따스한 마음을 품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관자놀이를 주무르고는 패널들에게 인사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이런 아이를 연예계에 풀어 버려서…….”
“우주 씨 잘못이 아니야. 은성이 쟤는 아이돌이 아니었더라도 뭘 해서 방송계에 나오긴 했을 테니깐.”
“그래도 우리는 적응했어.”
‘해피 바이러스! 은케빈!’ 하면서 깔깔 웃는 은성이와 우리 동생들이 손뼉을 마주치며 웃었다.
나를 보면서 슬쩍슬쩍 웃는 게 내 험담을 하는 게 분명했다.
아닐 수도 있고.
“지금 저희 형 욕하고 있어요!”
“고마워. 지호야.”
시작부터 단합력이 좋은 동생들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패널들과 악수하며 부탁했다.
“저희 오늘 잘 부탁드릴게요.”
“우리가 잘 부탁해야지.”
“맞아.”
“뉴블랙 덕으로 우리도 한 번 시청률 1위 가 봐야지!”
확 치고 올라오는 신흥 예능이라 그런지 출연 패널들의 분위기가 으쌰으쌰하는 분위기였다.
여자 패널이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어려우면 바로 연락해요. 우리가 힌트 뿌려줄게.”
“감사합니다.”
이분들의 역할은 우리에게 무전 등으로 힌트를 보내 주거나 우리를 관찰하며 리액션을 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패널보다 게스트가 더 중요한 편인데.
이들이 중간중간 적절하게 코칭 등을 해 주면서 방송을 더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식이었다.
그들이 현장 상황실로 떠나는 동안 우리도 제작진 차량에 탑승했다.
“잠은 잘 주무셨나요?”
“네.”
“매니저 분에게 듣기로는 어제 미리 예행연습을 하셨다고.”
“네…….”
피디님이 미소를 지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정말이지 여러분이 딱 활약하기 좋은 그런 무대를 만들어 놨으니까요.”
“무서운 것만 아니면 돼요.”
“하하하.”
왜 아니라고 말을 안 해 주시지.
동생들과 오들오들 떨면서 서로의 손을 붙잡고 후하후하 하는 동안 제작진이 안대를 써 달라고 요청했다.
“이이잉…….”
“으으으….”
제발 안 무서운 거.
제발 안 무서운 걸로 해 주세요.
* * *
「HBS 예능 <지금부터 우리는> - 뉴블랙 편」
긴장한 멤버들이 안대를 쓰고 서로의 손을 붙잡는 가운데, 마침내 촬영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경기도 화성시.
현재 건설 중인 미국의 유명 놀이동산 부지 한가운데 높은 첨탑과 멋들어진 깃발이 걸려 있는 건물이 보인다.
생쥐 마스코트가 손을 흔들어 줄 법한 아름다운 성.
그 아래로 고풍스러운 자막이 깔렸다.
[드래곤 성의 비밀]
차량이 그곳으로 향하면서 멤버들의 대화 소리가 깔렸다.
중현 : 공기가 좋아요. 포근포근하고 놀이동산 같은 느낌.
지호 : 대박! 오늘 안 무서운 건가 봐요?
우주 : 좋다. 너무 좋아.
리혁 : 뭐. 무서운 게 나오면 뭐 어때요.
비주 : 맞아. 우린 겁이 없어.
그리고 그에 대해 제작진이 화답하듯이.
겉보기로는 몹시 행복하고 즐거워 보이는 느낌의 성 아래로 음산한 BGM이 깔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