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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34)화 (634/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34화

태현이가 등장하면서 동생들의 눈이 번쩍 뜨였다.

“한태현 선배님!”

“한태현 선배님이다~!”

태현이의 솔로곡 Survivor를 부르며 반겨 주는 동생들에게 태현이가 헛기침을 하며 물었다.

“예? 한…태현 씨가 누구죠?”

“누구긴요! 선배님이죠.”

막내의 말에 태현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글쎄요. 한태현 씨가 누군지 잘 모르겠네요. 저는 기억을 잃어서… 으으으음.”

“아아. 그런 설정으로 가시는 거구나.”

“설정이라니요~?”

NPC의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 한태현이 아닌 H로 등장하겠다는 모양이었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정말 반갑습니다. H씨. 제가 알고 지내는 분과 얼굴이 너무나 닮아서 순간 반가웠어요.”

“으흠. 누군진 모르겠지만 굉장히 수려한 미모를 가진 사람이겠군요.”

“아뇨. 그분은 잘생기지 않았는데요.”

“끄으응.”

“음? 저의 지인 이야기에 심기가 불편하신 것 같은데. 괜찮으신가요. H씨?”

능글맞게 응수하는 나에게 살짝 눈을 흘기는 태현이었다.

그러고는 카메라가 살짝 안 보이는 각도에서 손을 내밀어서 태현이와 악수를 나눴다.

‘고맙다.’

‘상부상조지. 뭘.’

솔직히 말해서 촬영 막바지에 이르면서 쫄아 있는 상황이었다.

이게 보통 실감 나는 게 아니어야 말이지.

동생들과 수다를 떨거나 무전기로 패널들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진짜 실존하는 흡혈귀에게 쫓긴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태현이가 우군으로 등장한 상황이라 마음이 좀 놓인다.

태현이의 뒤편에서 투명도 80퍼센트로 여호석 피디가 ‘너무 놀라지 마세요. 이건 방송입니다’ 하고 속삭여 주는 듯했다.

그래서 고맙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으으으음.”

나와 눈빛 교환을 마친 동생들이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 태현이를 위아래로 살폈다.

무언가 쎄한 것을 감지한 태현이가 물었다.

“…뭐죠?”

“아무리 봐도 의심된단 말이에요.”

리혁이가 의심 가득한 시선을 던졌다.

“솔직히 여기에 H라고 쓰여 있기는 하지만 저희가 신원을 확인할 방법이 없단 말이죠.”

“맞아.”

“으음. H가 과연 맞는지… 어쩌면 드라큘라의 스파이일 수도 있잖아요?”

켈켈켈 웃는 우리의 그림자가 태현이 위로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TNT의 멤버이자 국내 남성 솔로 중에서 가장 잘나가는 가수.

그 TNT에서도 가장 막강한 팬덤을 가진 가수인 만큼 태현이는 여전히 최상층에 있는 가수다.

얘 혼자 초동이 스보랑 버금갈 정도.

어느 예능에 나가든 ‘어이구 오셨습니까’ 하는 녀석이기에 오히려 동생들과 함께 습격에 나섰다.

‘내가 분량 만들어 줄게!’

‘이 형이 진짜.’

나잇값 못하는 형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시선에 마음이 아팠지만, 이게 다 나의 절친이자 아끼는 동생을 위한 거였다.

어느 예능인들이 감히 태현이를 함부로 대하고, 얘의 샤프하고 댄디한 이미지를 망가뜨릴 수 있을까.

오직 우리 뉴블랙만이 그걸 할 수 있었다.

“흐하하하하하!”

근데 왜 이렇게 기분이 좋지.

위기에 몰린 태현이에게 내가 말했다.

“H씨가 진짜 H라는 증거를 보여 주시면 됩니다.”

“후우.”

상황을 파악한 태현이가 쭈글쭈글한 척을 하며 말했다.

“제가 뭘 하면 될까요?”

“필적 감정부터 들어가야죠. 여기에다가 ‘뉴블랙 우주는 세계 최고의 미남이다’라고 써 주세요.”

“아, 그거면 돼요?”

어라?

왜 이렇게 쉽지.

태현이가 곧바로 펜을 들어서 종이에 내가 불러 준 문구를 썼다.

“이렇게 쉽게?”

“원래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아앗. 당신은 진짜 H군요…!”

감언이설에 감격한 내가 손을 붙잡으려고 하자 동생들이 뒤로 몰아냈다.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는 태현이에게 동생들이 이런저런 것을 시키고, 태현이가 촉촉한 눈으로 그것을 해냈다.

그 과정을 거치고 합류한 태현이가 내게 속삭였다.

“다들 예능 진짜 잘하는데. 대박이다. 형.”

“형? 누가 형이죠?”

“어어… 기억이 돌아오려고 했다가 사라져 버렸다. 어어, 나는 누구. 여긴 어디?”

“후우. H씨, 깜짝 놀랐잖아요. 주의해 주세요.”

쳇 하고 투덜거리던 태현이가 우리를 복잡한 통로로 안내했다.

구불구불한 길을 계속 걷다 보니, 멀리서부터 폭포 소리가 서서히 들려왔다.

폭포 소리의 데시벨을 체크한 내가 마이크를 살짝 손으로 쥐고 물었다.

“그런데 여기 어쩌다 나온 거야?”

“뭐. 겸사겸사.”

태현이가 꾀죄죄한 금발을 헝클어뜨리며 속삭였다.

“컴백 앞두고 있는데 H 본부에서 연락을 딱 주셨지. 뉴블랙 예능 촬영하는데 잠깐 게스트로 나와볼 생각 없냐고.”

“컴백?”

태현이가 입 모양으로 ‘나 솔로’ 하고 말했다.

비밀리에 모인 외교 사절들처럼 태현이와 내가 눈짓과 몸짓을 동원하며 반가운 대화를 이어 갔다.

어느덧 커진 폭포 소리.

마침내 우리의 눈앞에 폭포가 나타났다.

“우와아아아아!”

맨 뒷편에서 폭포가 흘러내리고 그 물이 급물살을 타고 쭈우욱 내려가는 물길.

누가 봐도 후룸라이드 탑승공간처럼 만들어진 곳에 정말로 나룻배 모양의 놀이기구가 있었다.

안전 바까지 있는 6인용 탑승공간.

“와.”

막내의 눈이 반짝였다.

“이제 우리가 이거 타고 내려가는 건가 봐요! 대박! 이거 타고 이제 촤아악! 하고 내려가는 건가!”

“야호오오오-.”

메아리가 울리는 널찍한 공간에서 야-호를 외치는 국룰을 시전 중인 중현이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린다.

그런데.

이 배를 타고 가려면 계기판에 키를 꽂아야 하는데 그런 키가 없었다.

동생들과 내가 단체로 고개를 획 돌렸다.

“H씨?”

“안타깝게도 열쇠는 저의 수중에 없습니다. 여러분.”

“그럼 H씨의 역할은 대체 뭔가요? 붙잡혀서 저희가 구해 드려야 하는 역할인 건가요?”

“말이 심하시네요. 우주 씨.”

태현이가 말했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니 반박은 하지 않겠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저는 붙잡혀서 구출당하는 역할입니다.”

“우우우우!”

“하지만 저에게는 전략이 있습니다.”

“와아아아아!”

우리에게 탈출 장소를 알려 준 태현이가 배수로를 빠져나와 이어진 어떤 방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의상실 같은 공간.

그곳에는…….

“오!”

비주가 입고 있는 것과 똑같은 레이디의 옷이 있었다.

태현이가 힌트만 건넸다.

“이 옷을 이용하면… 어쩌면 드라큘라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일리 있어요.”

리혁이가 말했다.

“이걸 이용해서 계획을 짠다면 드라큘라와 세 신부를 따로 떨어뜨릴 수 있을지도 몰라요. 선배님, 아니 H씨가 좋은 소품을 알려 주신 것 같아요. 이걸로 양동작전을 펼치는 거죠.”

“그러네. 무전기도 두 개야.”

중현이가 무전기를 가리키며 동의했다.

“무전기가 두 대라는 건 우리가 흩어질 가능성도 고려해서 마련해 둔 거라 생각해. 지금까지는 우리가 떨어질 일도 없었고, 그 전에도 딱히 무전기를 사용할 일이 없었잖아. 지금 쓰라는 거지.”

“저도 동의해여.”

막내가 말을 이어받았다.

“지금 우리가 성수를 만들었지만, 쉽게 쓰지 못하는 이유가 드라큘라와 세 신부가 함께 덤비기 때문이었잖아요. 우리가 전력을 둘로 나눠서 공략한다면 효과가 있을 거예요.”

“미끼 중 하나로서 동의해요.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켜보면서 팔짱을 끼던 태현이도 동생들에게 은근슬쩍 어깨동무를 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멋진 계획이네요.”

“그죠?”

“예. 이렇게 아름다운 계획은 처음 보는 것 같네요. 하하하.”

“하하하하하!”

하나된 마음으로 호탕하게 웃는 구 졸개와 신 졸개.

저 속에서 능글맞게 웃고 있는 태현이를 보니 내 가슴이 따뜻해지는 걸 넘어 활활 불타오른다.

평소라면 ‘몰라, 나는 어린이야! 어른이 생각해!’ 하며 회피형 전략을 구사하는 우리 졸개들이 이토록 잔머리를 500%로 굴리는 이유는 단 하나다.

“형.”

나 보고 몸을 쓰라는 이야기였다.

비주가 살랑거리는 목소리로 불렀다.

“형~”

“싫어.”

“형~ 제가 이거 입어 봐서 아는데요. 지금처럼 밤이 추운 날씨에는 레이디 옷이 엄청 따뜻해요.”

“절대 안 입어.”

“에이~ 혀엉~”

형에게 모욕감을 주기 위해 신이 난 동생들이 내게 드레스를 입은 채 들고 왔다.

내가 뒤로 물러나며 경고했다.

“안 입어.”

“에이~”

“그리고 이거 원래 H씨가 입었던 옷 아닌가요? 왜 H씨는 본인이 안 입고 저에게 넘겨주시는 거죠?”

“네. 저도 제 옷을 입고 싶습니다.”

태현이가 갑자기 비틀거리는 척을 했다.

“크윽. 부상이 심해서…….”

“안 돼! H씨! 죽으면 안 돼요!”

“어쩔 수 없다! 우주 형이 입어야겠네! 사이즈도 비슷해!”

잘들 논다.

정말 잘들 놀아…….

내가 경고하듯이 말했다.

“난 절대 안 입어.”

“절대?”

“그래. 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안 입어!”

“호오… 중현이 형!”

채앵!

중현이가 모형 칼을 뽑아 들어 내게 겨눴다.

“미안해요. 하지만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요. 형.”

“이런 상황에서 그런 진지한 대사하지 말라고!”

“크흐흐흐흐! 궁지에 몰렸다! 다들 붙잡아여!”

“으아아아악!”

*   *   *

「HBS 예능 <지금부터 우리는> - 뉴블랙 편」

약간의 소란이 벌어진다.

결국 한숨을 푹푹 쉬며 옷을 갈아입은 우주가 레이디 모자까지 슥 쓴 채 완벽한 귀족 영애의 모습으로 탄생했다.

비주 : 잠시만요. 여기 화장 도구도 있어요.

지호 : 모두 비켜봐요! 우리 삐 실장님이 터치해야 된대요!

한숨을 쉰 우주가 될 대로 되라는 듯이 눈을 감는다.

톡톡톡.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듯이, 메이크업 아티스트처럼 세심한 붓터치를 선보이는 비주였다.

그리고.

마침내 화면 속에서 단장을 마친 우주의 모습이 흘러나왔다.

모두 : 오.

딱히 특수효과를 넣지도 않았는데 뽀얀 피부와 함께 아름다운 미모가 돋보이고 있었다.

박장대소를 하던 패널들이 화면으로 머리를 쭈우욱 ET처럼 내밀고.

한태현은 물론 졸개들도 할 말을 잃었다. 열심히 붓터치를 한 어느 형 바라기도 숨을 삼키고.

비주 : 아… 아름다워요.

지호 : 이거 자랑하고 싶다.

정말이지 아름다운 외모였다.

하지만.

우주 : 아. 진짜.

듣기 좋은 남자 목소리와 함께 벌떡 일어선 우주의 모습에 패널들이 다시금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건장한 체격.

드레스 소매 아래로 보기 좋은 늘씬한 근육이 두드러진다.

지호 : 가끔 우주 형이 체격이 좋다는 사실을 까먹는 거 같아요.

리혁 : 어깨 넓네. 넓어.

지호 : 이럴 줄 알았으면 리혁이 형 시킬걸.

중현 : 그냥 제 검 가져갈래요. 형? 잘하면 신성력이 아니라 물리력으로 때려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늘상 호리호리하다는 느낌을 주는 뉴블랙의 리더지만, 막상 이런 드레스를 입으니 확연히 체격이 두드러졌다.

우주 : 흐으으음. 그렇단 말이지.

그때부터 갑자기 흐름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우주 : 후우, Sir 중현.

중현 : 예. 레이디.

우주 : 그대의 검을 나한테 주세요.

중현 : 예.

그리하여…….

지호 : 시청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100미터 달리기 12초 대!

리혁 : 푸시업 일일 백 개!

중현 : 턱걸이도 잘함!

비주 : 온갖 서커스와 무술이 가능한 저희의 최강 무기를 소개합니다! 준비됐나요? 캡틴 플라워!

우주 : 캡틴 플라워? 그만두고 싶어지는 작명이군요. 캡틴이라 부른 김에 방패도 하나 줘 보세요.

그렇게 우주가 검과 방패를 들었다.

우주 : 차가 식기 전에 적장의 목을 베고 돌아오겠다!

졸개들 : 와아아아아!

태현 : 요즘 예능 트렌드는 못 따라가겠네….

동생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서 검을 든 레이디 우주가 양동작전을 위해 출동하기 시작했다.

이름하야 ‘레이디가 무기를 숨김’ 작전.

그것을 기점으로 미스터리 호러 모험 <드래곤 성의 비밀>이 대막장 활극으로 변해 가기 시작했다.

*   *   *

“흐으으음.”

드라큘라 백작 역할을 맡은 배우 루카스 론슨은 망토 속에서 꺼낸 물병으로 목을 축였다.

“어흐흐흐흐…….”

어느덧 자정을 향해 달려가는 시각이라 그런지 슬슬 날씨가 좀 추워지는 느낌이다.

치이이익.

덥수룩한 머리숱 속에 숨겨진 리시버가 울렸다.

-아아. 루카스.

그와 함께 입국한, 외국 연기자들을 총괄하는 디렉터였다.

“네. 감독님.”

-뉴블랙 친구들이 이동 중이라더군. 잡으러 가.

“바로 갑니다.”

그가 몸을 웅크리며 구시렁거렸다.

루카스는 LA에 있는 본사 스튜디오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는 배우 지망생이었다.

할리우드에 진출해서 유명 배우가 된다는 꿈을 안고 LA로 이사를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비싼 집세는 물론이고, 여기저기서 등 처먹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게다가…….

‘나 정도는 잘생긴 축도 아니지.’

나름대로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다고 평생을 자부하며 살았지만,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할리우드에 오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지간한 지망생들은 한 번쯤 해 본다는 NCIS의 시체 역할조차 못 따냈다.

시체가 되기에는 너무 잘생겼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엑스트라로 들어가기엔 얼굴이 또 눈에 띈다고 했고.

그런데 비중 있는 배역을 하려면 커리어가 있어야 하는데… 커리어를 가지려면 배역을 따내야 한다.

‘에휴. 내 신세가 그렇지.’

그래서 택한 것이 놀이공원 아르바이트였다.

다행히 준수한 얼굴 덕분에 퍼레이드의 왕자 역할 등을 할 수 있었고, 에이스로 분류되어서 이번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게 됐다.

‘내년에 한국 지점이 열리거든. 거길 홍보하기 위해서 한국 TV쇼에 장소를 대여해 준다더군. 루카스. 자네가 거기에 출연해 줘야겠어.’

‘무슨 역할인가요?’

‘밤에는 뱀파이어, 낮에는 공작인 역할이야.’

‘주인공은요?’

‘그, 뭐더라. 슬라임 닌자? 알지?’

‘아. 뉴… 뭐 하는 사람들이요. 키즈 초이스 영상 봤어요.’

‘그래. 그 한국의 보이밴드에게 퇴치당하는 역할이야.’

그런 이유로 LA에서 한 달 가까이 드라큘라 백작과 공작 연기를 연습하고 나서 이번에 한국으로 들어왔다.

나쁜 경험은 아니었다.

‘좋은 배움의 장이 되었어.’

세트장 덕분에 배우로서 몰입하기도 좋고.

주인공을 연기하는 5인조에 대해서도 큰 감명을 받았다.

‘거저 얻는 게 없구나.’

가볍게 와아아! 하고 놀라고 촬영하면 될 텐데. 정말 온 힘을 다해서 이 촬영에 임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게다가 쉴 새 없이 새로운 상황을 부여해 주면서 그에게도 연기의 폭을 넓혀 주고 있다.

한국 최고의 셀럽이라던데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LA로 돌아가면 다시 맨땅에 헤딩하듯이 오디션을 봐야겠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 뉴블랙이 움직이고 있다는 첩보를 이용해 움직였다.

“그럼 이따 봐요. 헬렌.”

“루카스도 수고해요.”

따로따로 흩어져 있다는 뉴블랙.

그들을 잡기 위해 세 신부들과 흩어진 루카스가 드라큘라의 표정을 연습하며 걸음을 옮겼다.

‘주인공들이라도 쉽게 보내 줄 순 없지.’

이 쇼에서 흡혈귀들은 실제로 레드 존 안에 들어온 멤버들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몇 명은 탈락시켜 주고 싶은 느낌.

“성수만 조심하면 돼. 성수.”

성수가 담긴 무기를 쏠 텐데, 그걸 요리조리 피하면 된다.

물론 언젠가는 죽도록 되어 있긴 했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강력한 드라큘라의 위엄을…….

“음?”

그런 생각을 하며 걸어가고 있는데 드레스를 입은 이가 연무장 쪽에 쪼그려 앉아 있는 게 보였다.

“후후후후.”

그가 드라큘라답게 웃으며 미끄러지듯 걸어갔다.

“킴 영애로군. 결국 나의 사랑을 받아 주기로 한 것이오? 후후후후!”

“오셨군요.”

응?

근데 왜 목소리가 다르지?

드레스를 입고 있던 이가 몸을 스르륵 일으키면서 드라큘라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누구지?’

정체불명의 이가 영화 속 크리처처럼 기괴한 동작으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마치 일부러 겁을 주듯이.

달빛 아래 환한 미모가 드러났다.

“안녕하세요. 왐피르 공작님.”

“너는 죄수……!”

“한때 불미스러운 일로 빵에 들어가 있던 적이 있었지요. 하지만 저 우주는 갱생해서 마침내 품격 있는 레이디로 재탄생했습니다.”

드라큘라가 할 말을 잃었다.

저건 레이디가 아니라 전투병기였다.

방패를 든 우주가 허리춤에서 성수병을 꺼내더니 장난감 칼날에다가 성수를 바르기 시작했다.

“공작님.”

“으, 응?”

“너무 심려치 마세요. 제가 고통 없이 보내드리겠습니다.”

촤아아악!

성수를 바른 장난감 칼을 허공으로 쳐들자, 모형 칼날이 달빛에 번쩍거리기 시작했다.

드라큘라가 뒷걸음질을 쳤다.

“자, 잠깐!”

“고통 없이 보내드리겠습니다!”

“끼, 끼에에에엑!”

드라큘라가 도망치면서 검을 든 레이디가 무시무시한 뜀박질로 추격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힘없는 캐릭터들만 잡아먹은 흡혈귀야! 이게 바로 주인공의 힘이다!”

“으아아아아아!”

“지금이다! 모두 잡아!”

“Ne-!”

그러자 매복해 있던 한태현과 왕지호가 파파파팟 달려나오며 양옆으로 조여 오기 시작했다.

“끼, 끼에에에엑!”

“죽어라!”

달리다 엎어진 드라큘라에게 자비란 없었다.

‘분량 만들어 드릴게요!’

‘으아악! 꺼져요!’

장난감 칼로 콕콕 찌르고 장난감 말뚝으로 온몸을 간질거리는 이들의 손짓에 드라큘라가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쳤다.

겁에 질린 이들을 추격하다가 마지막에 반격당하면서 크에엑! 하면서 죽으려고 했는데.

‘망할! 뭐 이딴 전개가 다 있어!’

위대한 악역으로 쓰러지고 싶었던 배우 지망생이 눈물을 흘리며 간지럼에 웃음을 터뜨렸다.

“사, 살려 주세요! 으하하하! 흡혈귀 살려어어어!”

훗날 그가 유명 배우가 된다면 두고두고 흑역사로 남게 될 영상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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