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37화
한국예술대상.
1965년부터 시작된 이 시상식은 한국 3대 영화 시상식 중에 하나다.
다른 두 시상식과의 차이점이라면 TV 부문이 있다는 것.
영화 부문만 심사하는 두 시상식과 다르게 한국예술대상은 TV 부문도 예능과 드라마 부문에 점수를 매겨 시상한다.
그 때문에 드라마 배우들이나 예능인들에게는 지상파 연기대상이나 연예대상만큼 중요한 시상식이기도 하다.
지상파 연말 시상식은 같은 방송국 작품끼리 경쟁하지만, 여기는 지상파 3사와 OTT 등이 모두 경쟁해서 딱 하나 받는 거니까.
전교 1등이랑 전국 1등의 차이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크으!”
코엑스 주차장에 도착한 막내가 싱글벙글 미소를 지었다.
“제가 드디어 여기에 왔네요. 어렸을 때부터 꿈만 꾸던 이곳에 내가 배…….”
“예능인으로 왔어. 우리.”
“아. 예능인으로 왔네.”
막내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런 경우에는 꿈이 이뤄진 걸로 봐야 될려나?”
“대충 이뤄진 셈으로 해.”
“와아아아!”
지호가 깨발랄하게 웃으며 주차장을 도도도 달려 나가는 모습에 우리와 스탭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주차장에 서 있던 경호원이 무전기를 들었다.
“뉴블랙 님 오셨습니다. …이리로 따라와 주시죠.”
엄격하고 근엄한 얼굴로 안내하던 경호원이 비하인드 캠을 보고 물었다.
“뉴블랙 TV인가요?”
“네.”
“팬입니다….”
본업을 하는 중이라서 대놓고 웃지는 못하지만 살짝 씰룩이는 것으로 답하는 경호원 분이었다.
“감사합니다. 화이팅!”
주먹을 같이 쥐어 주고는 거대한 홀로 나아갔다.
본격적인 식이 열리는 코엑스 D홀로 들어가기 전에 참석자들이나 스탭들이 머물고 있는 곳이었다.
“으으음.”
리혁이가 보타이를 매만지며 말했다.
“긴장되네요. 진짜.”
“그러게. 영화 시상식은 처음이라 나도 좀…….”
매년 누가 수상했더라 하면서 뉴스가 나오는 시상식이다 보니 절로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이런 3대 영화 시상식에서 상 하나 타면 배우들이 ‘제가 이런 상을…!’ 하면서 펑펑 울고 그러던데.
나도 TV 드라마 신인 연기상 부문에 이름이 올라서 그런지 조금 긴장된다.
비주가 마이크를 내미는 시늉을 하며 물었다.
“신인 연기상, 타고 싶나요?”
“타고 싶은 마음이야 당연히 있죠. 그런데 워낙에 쟁쟁한 경쟁자 분들이 많아서…….”
“작년도 최고의 신인 연기자 온라인 투표에서 1등 하셨는데요.”
“그거 다 수플레들이 만들어 준 겁니다.”
솔직히 말해서 엄청 타고 싶긴 하다.
내가 출연했던 <우리 가족은 외계인> 같은 시트콤은 지상파 시상식에서 연기 대상이 아니라 연예 대상으로 분류됐으니까.
열심히 노력한 만큼 상을 타고 싶긴 하지만… 기대치를 내려놓아야 인생이 행복하다는 것이 우리 김덕순 여사에게 배운 진리였다.
“솔직히 수상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걱정이 많이 됐어요.”
“오~ 왜 그런가요?”
“저희 막내가 또 떡볶……. 으악!”
막내에게 붙잡혀 짤짤 흔들렸다.
짤짤짤.
옛날에는 별로 타격이 없었는데 이제 나랑 체격이 거의 똑같다 보니 힘이 엄청 좋아졌다.
“어우, 왕지호. 왜 이렇게 힘 쎄.”
“흥.”
거만하게 웃으며 나를 흔드는 막내의 모습에 내가 중현이를 불렀다.
“중현아.”
“네. 형.”
“제거해라.”
“네.”
힘이 세지면 뭐 하나.
나에겐 김중현이 있다.
“으아아아! 맨날 우주 형 편만 들어!”
이윽고 입을 삐죽이며 보타이를 정돈하는 막내에게 다가가 어깨동무를 했다.
“지호야.”
“네?”
“내가 상 타고 그런다고 해서 막 울면서 떡볶이 먹고 그럴 거 아니지?”
“……하. 진짜 떡볶이 한 번 먹은 것 가지고 3년을 놀려.”
“그만큼 귀여워서 기억에 남았다는 거지~”
농담이긴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걱정이 되어서 물어보는 거였다.
나도 못 탄 신인 연기상을 선우주가! 먼저! 타 버렸어! 하면서, 떡볶이를 콕콕콕 찍어 대며 부들부들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막내가 고개를 저었다.
“형. 저 스물이에요. 스물.”
“그렇지.”
“제가 이런 거 가지고 질투할 나이라고 생각해요?”
“너 맨날 아카데미상이나 유명한 상을 누가 최연소로 타면 어린 나이에 탔네, 하면서 질투하잖아.”
“……그, 그건 경우가 다르고.”
지호가 말했다.
“솔직히 형은 후보 오를 만했어요. 김우주 연기 엄청 잘하기도 했고.”
“흠흠.”
“그리고 저는 분야 때문에 어차피 못 올라가요. 뭐, 만약에 올라갔다면 간단히 형을 이겨 버렸겠지만…….”
지호가 출연한 웹 드라마 <신이>는 ‘웹’이라는 플랫폼 특성 때문에 한국예술대상의 심사 분야에 들지 못했다.
넷플러스 같은 OTT까지 심사범위가 확장된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웹 부문을 포함시키는 것을 두고 시기상조다, 해야 한다로 나뉘면서 심사위원들끼리 고민하고 있다고 들었다.
막내가 혀를 끌끌 찼다.
“아유. 진짜 누굴 애로 알고.”
“과자 줄까?”
“네.”
시상식 주최 측에서 건네준 미니 간식을 손에 쥐어 주고는 우리 순서를 차분히 기다렸다.
레드 카펫 순서를 호명할 때까지 기다리는데, 지나가는 사람마다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어?”
죄다 아는 사람들이었다.
“와! 유명인이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슬립>에서 주연을 맡았던 이강진 선배가 와서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이거 뭐야? 뉴블랙 TV?”
“네.”
“오우.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
꺄르륵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이따 보자. 블랙이들아!”
“네!”
그걸 시작으로 아는 사람들을 거의 한 무더기로 마주쳤다.
뉴블랙 TV에 영화 홍보하러 나왔던 배우들, 강범석 음악 감독님, 다른 촬영에서 본 적 있는 유명 카메라 감독님.
그리고.
“김우주 씨!”
“송노을 씨…!”
TBC에서 같이 합을 맞췄던 우가외 감독님, 작가님, 출연진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우재용 쌤과도 포옹을 하고.
“주선이. 연기 연습 하고 있니?”
“네. 선생님.”
“천천히 해. 미국 좀 돌고 나서… 그때도 늦지 않은 거야.”
이윽고 다른 팀 배우들과도 마주쳤다.
“신인 연기상 수상한다면서… 참, 우리 우주 씨도 그렇고. 지호 씨도 그렇고. 배우계의 미래가 밝다!”
“우리 신인 배우들이 여기 있었네!”
“지호 씨는 드라마 생각 없어? 신이, 그거 재밌게 봤는데.”
그렇게 배우들이 한 무더기로 지나가고 나니 이번에는 다른 면면들이 우리를 찾아왔다.
“요! 쭈선!”
“중현아! 잘 지냈냐!”
“이야! 이게 누구신가?”
미프와 주세한의 출연진들을 비롯해 은성이 같은 예능인들이 하나둘 인사를 하며 지나갔다.
같이 뉴블랙 TV 카메라 앞에서 잔망도 떨고.
“이번에 남자 예능상 후보 올랐다며? 네티즌들이 우, 비, 중, 리, 호 이렇게 후보 나눠서 심사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 많더만. 단체로 나오면 무조건 뉴블랙 아니냐고.”
“우리 예능계의 미래가 밝다. 밝아!”
“예능 하나 새로 런칭할 예정인데 관심 있으면 나중에 게스트로 한 번 나와 봐~”
예능계 선배들과 악수를 나누면서 정체성의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비주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우리… 배우… 예능인…….”
“어어어…?”
“배우… 예능…….”
바로 어젯밤에 예능을 찐하게 찍고 오기도 했고… 그러니까 조금 더 예능인 쪽에 가깝지 않을까.
레드 카펫으로 이동하라는 말에 우리가 멍 때리고 있을 때였다.
민기 형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얘들아.”
“네?”
“너희 가수야.”
“아!”
“바보들…….”
정체성의 위기.
해결 완료.
* * *
파파파파팟!
“포즈 좋다! 우주 씨! 오늘 패션 좋네요! 누가 골라 준 옷인가요! …표독스러운 우주선 표정 너무 좋다!”
“오늘 어때요? 수상할 거 같아요?”
“아이고! 잘생겼다!”
레드카펫을 통과하면서 거의 빛에 얻어맞다시피 했다.
이 정도 플래시면 어제 만난 드라큘라 공작을 거뜬히 퇴치하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
그나저나 루카스랑 다른 연기자들은 헤일리랑 잘 만났을지 궁금하네.
“비주야.”
“네.”
“이쪽이야.”
엉뚱한 곳으로 튀려는 비주를 붙잡고 시상식장으로 입장했다.
널찍한 코엑스 홀에 의자들이 주르륵 늘어서 있고, 무대에는 거대한 한국예술대상 트로피 석상이 헬로~ 하고 있었다.
“와아아아아아아—!”
레드 카펫과 마찬가지로 시상식장 안에 잠입한 수플레들이 함성을 지르면서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뒤쪽에 앉은 관객들이 일어나서 핸드폰을 들고 찍거나 구경하고.
우리가 가려는 자리까지 앉아 있던 다른 영화배우나 예능인들이 반갑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오!”
꾸벅 인사하면서 빠르게 자리까지 가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번에는 아까 만나지 못했던 배우들이나 예능인들이 우리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아이고! 우리 아들들!”
“김익환 감독님 잠깐 만나볼래? 감독님! 여기 뉴블랙! 있어요! 뉴블래애액! 만나고 싶어 하셨잖아~ 아 또 부끄럼 타시네.”
“우리 영화 곧 개봉 얼마 앞두고 있는데… 불러 줄 수 있으면 꼭 불러 줘요. 개인기 많이 준비할게.”
이미 아는 사람들이 절반.
만난 적은 없지만 서로 TV로 봐서 아는 사이 절반인데… 아는 사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아는 사람을 소개해 주면서 잠시 사교의 장처럼 변했다.
본격적인 시상식이 시작되기 전부터 진이 빠지는 느낌.
“어우…….”
하필이면 자리도 배우 측과 예능인 측 사이에 중간지대처럼 놓여 있어서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았다.
한 분이 오면 또 한 분이 오셔서 어질어질하다고 할까.
Coin 정말 잘 듣고 있다, 빌보드 어워드 가는 거 축하한다 등등. 물론 우리도 답례 인사를 했다.
“11시 방향. PBS 예능팀이야.”
“3시 방향에 이번에 새로 영화 준비 들어가는 팀이에요.”
지호와 내가 미리 내용을 속삭여 주고 나면 동생들과 같이 환히 웃으며 잘 보고 있어요~ 하며 인사를 했다.
거의 시상식이 시작되기 전까지 인사가 이어졌다.
“흐어어…….”
비주가 촉촉한 눈으로 웃었다.
“형, 저 지금 MBTI 검사하면 E가 아니라 I 나올 것 같아요.”
“나도 그래.”
어찌나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은지, 멀찍이서 우리에게 수줍게 손만 흔드는 이견우 선배가 고마웠다.
멀찍이서 안뇽… 하는 내성적인 스타.
“찾아가자.”
“선배니이이임!”
청심환은 미리 드시고 오셨냐 하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열심히 한류 스타를 괴… 즐겁게 해 주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우리 레몬 엔터의 간판 배우이자 대주주, 곽시현 선배님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견우가 친구가 생겼네. 너희가 좀 잘해 줘.”
“네!”
“얘가 이래 보여도 진국이야. 쉬는 날에 꽃꽂이 해.”
“오. 선배님, 꽃꽂이 뭘로 하시나요? 저 선인장으로 하는데.”
관자놀이를 주무르는 선배 배우의 모습에 주변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거의 수상자 전체와 인사를 나누고 나서 본래 자리로 돌아왔다.
“뉴블랙……!”
멀찍이서 손을 흔드는 짭플레 추기석 씨에게 하트를 뿅 하고 보내고는 자세를 정돈했다.
표정 관리 빡세게 들어가야지.
끝나고 나서 Reaction 하는 직캠이 올라올 것이기에 적당히 미소를 지으며 다리를 꼬고 앉았다.
“지호야.”
“넹?”
“물병 좀 띠지 앞으로.”
“아. 네.”
협찬으로 보이는 생수병의 로고가 카메라 각도에 잘 보이도록 지호가 조정했다.
그러는 동안 어두워졌던 장내가 밝아 올랐다.
시상식 곳곳에 설치된 멀티스크린에 영화 속 한 장면이 흘러나온다.
[이보게. 친구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겠는가?]
올 여름에 나왔던 사극 영화 <만적>의 한 장면을 시작으로 올해를 빛낸 영화 속 장면들이 쭉 나왔다.
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 가족들이 전쟁통에 헤어지면서 서로를 포옹하는 장면 등등.
배우들의 절절한 연기가 담긴 장면들이 스쳐 지나가는 멋진 VCR이었다.
비주가 속삭였다.
“우리 회사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거래요. 저거.”
“진짜?”
그동안 성우의 내레이션이 깔렸다.
“오. 이분은…….”
우리 뉴블랙 TV에 성우 특집으로 나왔던 성우 분이었다.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의 살아 있는 목소리! 한국예술대상! 여러분께 오늘의 MC를 소개합니다!
이윽고 나온 남녀 MC 셋도 다 마주친 적 있는 사람들이고.
무언가 연예계의 포레스트 검프가 된 기분이다.
-네. 정말 대한민국의 모든 별들이 여기 모여 있네요. 정말 장내가 반짝반짝하는 것 같습니다.
주세한의 맏형 오형석이 매끄럽게 사회를 보면서 본 시상식이 시작됐다.
첫 부문은 TV 부문 신인 연기상.
신인 여자 연기상의 후보가 나열되는 동안 주변에 있는 우가외 배우들의 시선이 내게로 모였다.
곧 있을 남자 신인상을 앞두고 보내는 눈빛이었다.
‘우주야.’
‘꼭 받아라. 꼭.’
서노을 선배가 차분하게 가라앉은 시선으로 내게 고개를 끄덕이고, 황정구 감독님과 황정연 작가님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진지한 표정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연기나 드라마로서 평가 받을 수 있는 곳은 이 시상식이 유일하니까.
작년도에 어마어마한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우가외는 TBC 연예대상에서 많은 상을 받았다. 하지만 연기대상에서는 아니었다.
물론 연예대상도 좋긴 하지만 관계자들 입장에선 아쉬울 만했다. 그건 마치 가수인 우리가 연기가 들어가는 뮤비를 찍었다고 연기대상에서 노래상을 수상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래서 작년 연말에 헤어지면서 ‘한국예술대상에서 만납시다’ 하고 헤어진 거였다.
-축하드립니다. 오세희 님.
-<시댁을 터뜨렸습니다>에서 놀라운 연기를 보여 주었던 신인 여배우 오세희 님은…….
신인 배우 오세희가 잔뜩 떨리는 목소리로 수상소감을 마치고 내려간 후.
곧이어 남자 부문이 되었다.
아.
왜 이렇게 나도 떨리지.
살짝 떨리는 손으로 생수병을 홀짝이는 동안 수상 후보 리스트에서 첫 순서로 내가 나와 버렸다.
-우주. 우리 가족은 외계인.
정장을 입은 김우주가 외계인들의 소란에 뒷목을 잡고 있는 장면과 나중에 가족 상봉을 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빠르게 지나갔다.
“크르르르르르르르!”
장내에 잠입한 수플레들의 괴성에 배우들과 예능인들이 입을 가리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걸 시작으로 HBS, PBS, TBC 등에서 올해 활약한 신인 남자 연기자들의 모습이 흘러갔다.
총 5명.
VCR이 끝나고 다섯 명의 후보가 화면에 담겨 나왔다.
“음?”
내 곁에 착 붙어서 양손을 뺨에 올린 채 심호흡을 하고 있는 졸개들의 모습이 나왔다.
졸개들이 다급하게 내 단독샷 화면에서 빠져나오는 동안, 장내에 웃음이 잠시 흘렀다.
시상자들이 콧잔등을 슥 훔치면서 웃음을 참았다.
-네… 으흠, 제53회 한국예술대상 TV 부문 남자 신인상 수상자는 바로…….
-축하드립니다. 우주 님.
주변 사람들이 박수를 쳐 주고 동생들이 행복하게 웃는 동안 내가 일어나서 꾸벅 인사했다.
성우의 내레이션이 깔렸다.
-작년도 마지막회 시청률 30%를 돌파하여 시트콤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평가 받는 <우리 가족은 외계인>.
그러고 보니 받을 만하긴 했구나.
-우주 님은 김우주 요원 역을 통해 무색무취의 인물이 외계인 가족과 이웃의 정을 느끼며 변화해 나가는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습니다.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시상자로 나온 작년도 신인상 수상자들로부터 트로피와 작은 꽃다발을 받아 들고는 스탠딩 마이크 앞에 섰다.
“크와아아아아악!”
수플레들의 응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안녕하세요. 뉴블랙 우주입니다.
살짝 오들오들하긴 했지만 하도 시상식에서 소감을 말하다 보니, 목소리는 떨리지 않고 나왔다.
-신인상 후보에 올랐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이 떨었습니다. 혹시나 되면 뭐라고 말을 해야 하나, 한참 고민이 됐거든요. 조금 도움이 될까 싶어서 미튜브에서 신인 연기상 소감을 검색했습니다.
그런데 딱히 도움이 될 만한 것은 없었다.
다들 너무 떨고 있기도 했고.
중요한 건.
-진심으로 소감을 전하는 게 가장 중요해 보였어요. 그래서 제가 이 상을 수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우가외 출연진과 제작진을 호명하며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자, 출연 배우들과 감독님, 작가님이 하트를 답으로 보내왔다.
훈훈하고 따스한 공기가 시상식장에 감돈다.
-우리 수플레, 사랑하는 동생들, 우가외를 사랑해 주신 모든 시청자 여러분께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신인상을 수상했던 때가 떠오른다.
말하고 싶은 게 한 트럭인데, 아쉽게도 신인상은 그 정도로 길게 이어 가도 되는 수상부문이 아니었다.
적절한 길이의 소감을 전하고는 꽃다발을 들고 내려왔다.
“축하해! 우주야!”
“축하해요!”
앞으로 지나가는 내 팔을 톡톡 치며 웃는 서노을 선배, 황정구 감독님에게 꾸벅 하고는 웃었다.
작년도에 내가 했던 노력을 인정받았다는 것도 기분이 좋고. 시청률을 30%를 찍었는데도 시트콤이라 연기 대상에 가지 못했던 외계인 식구들의 설움을 풀어 준 것 같아 흐뭇했다.
딱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으음.”
뭐지.
왜 이렇게 뭔가 허전하지.
꼭 무언가 빠뜨린 것처럼 허전하면서도 스산한 느낌이 들었다.
* * *
“옘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