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38)화 (638/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38화

TV 부문 신인상이 끝나고 나서 곧바로 영화 부문 신인상으로 시상이 넘어갈 때.

“으으음.”

뭐가 이렇게 개운치가 않지.

마치 외부 행사를 뛰고 있을 때 문득 ‘가스를 잠그고 왔나?’ 하는 생각이 들 때의 그 찝찝함이었다.

“왜 이러지. 꼭 가스 안 잠근 것처럼….”

“그래서 인덕션으로 바꿨잖아요.”

“으으음.”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쳤는데 그게 과연 뭘까.

영화 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배우가 소감을 하고 있는 동안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이어졌다.

그리고.

“아.”

마침내 떠오르고야 말았다.

주름진 눈으로 바닥을 쾅쾅 내려치고 있을 어느 유바바의 모습이.

“망했다.”

“네?”

“완전 망했다.”

그 순간 내 쪽으로 향하는 카메라의 모습에 양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

*   *   *

같은 시각.

TV 화면에서 영화 신인상을 수상한 배우가 감동적인 수상 소감을 하면서 배우들의 눈가가 촉촉해져 있을 때였다.

‘오.’

카메라가 좌석에 앉아 있는 우주의 모습을 잡았다.

신인 배우가 고생을 토로하면서 감동적인 멘트를 하는 모습에 양손을 들어 올려 입을 가리고 있다.

많이 공감되는 것인지 눈가도 촉촉하다.

‘어머! 이건 다른 사람들도 봐야 해!’

수플레들이 움직이면서 곧바로 아이돌 커뮤니티에도 관련 글이 올라왔다.

[실시간 배우 이도환 소감 중 우주 반응]

(눈가가 촉촉한 우주의 반응 영상이 담긴 트윗)

눈물 참는 듯

-우주야ㅠㅠㅠㅠㅠㅠㅠㅠㅜ

-우주도 신인 시절 고생했던거 생각나서 감격하고 그랬나보다

-눈물 날만하지

-ㅇㅈ 뉴블랙도 거의 흙오이 캐먹다가 올라왔지

-찐으로 눈물 나는 표정이네..ㅠㅜ

-왜 내가 다 눈물이 나냐

-악어의 눈물이나 하품을 생각했던 나 자신을 반성해

-진짜 눈물이네..

수플레들이 모여서 우리 우주 지구 정복해! 하면서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동안, 일부 예리한 팬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아닌 것 같은데…….’

단체로 꺼흐흑 울고 있는 상황에서 할 말은 아니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아닌 듯한 느낌이었다.

*   *   *

1부가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

“아직 늦지 않았어.”

“뭐가요.”

“수상소감에 할머니 언급하는 거 말이야.”

하루 만에 폭삭 늙어 버린 기분이다.

중얼중얼하고 있는 내 모습에 리혁이가 생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수상확률 안 높은 거 알죠?”

“…….”

“남자 예능상이랑 교양작품상 중에서 하나 타야 되는데, 그 후보군이 만만치가 않아요.”

나도 알고 있다.

남자 예능상만 해도 작년 한 해 동안 예능계를 빵빵 터뜨렸던 예능인들이 주르륵 포진되어 있었으니까.

교양 작품상도 우리랑 같은 후보군에 ‘살인사건의 전모를 밝히다’ 하는 탐사 다큐가 경쟁자로 있었다.

“아냐.”

현실이 힘들면 현실을 외면하면 되는 법.

현실을 외면하기로 했다.

“둘 다 탈 거야. 둘 다 타서 예능상에선 덕! 하고 외치고, 교양상에서는 순! 하고 외치는 거지.”

“운명을 외면하지 마요. 아저씨. 당신은 이제 지옥행 열차를 탔어.”

“그리고 그 열차는 할머님이 몰고 계시죠. 후후후.”

중현이까지 말을 보탰다.

실시간으로 어두워지는 내 모습에 졸개들이 손뼉을 치면서 자기들끼리 행복하게 웃었다.

곧 있으면 할머니가 산성 가득한 침을 퉤! 뱉어서 맏형이 녹아내리게 생겼는데 춤을 추면서 파티까지 할 기세였다.

“아이고~”

막내가 깨소금이라는 표정으로 속삭였다.

“요즘에는 귀신도 살아서 말을 하네요.”

“야.”

“에베베벱~~”

졸업식 때 나한테 들었던 멘트를 고스란히 써먹으면서 주최 측에서 준 스낵을 까먹는 모습이 얄밉다.

비주가 웃으며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너무 걱정하지 마요. 형. 할머님도 머릿속으로는 이해해 주고 계실 거예요.”

“고마워.”

“하지만 마음속으로도 이해해 주고 계실까요…?”

“…….”

정말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보타이를 살짝 풀면서 자리에서 일어날 때였다.

내 자리로 오던 사람과 부딪힐 뻔했다.

“아, 죄송…….”

“죄, 죄송합니다!”

허둥지둥 죄송하다고 인사를 하려고 하는데, 상대도 맞은편에서 허리를 직각으로 숙인 채 손사래를 치고 있었다.

누구지.

상대가 다시 허리를 펴면서 잘생긴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이도환입니다.”

“아. 네.”

아까 영화 부문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던 배우 분이었다.

나한테 무슨 용건이 있는 것 같은데, 꼭 유명인을 만난 것처럼 긴장을 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상대의 눈초리가 힐끔 하고 옆으로 움직였다.

“음?”

멀찍이서 영화 <삼월은 푸른 봄>의 출연진들이 주먹을 쥐며 화이팅을 해 주고 있었다.

마치 병아리를 친절한 고양이에게 보낸 사람들 같다.

“출연진 분들이 힘을 내라고 하시네요.”

“아. 제가 부끄럼을 좀 많이 타서… 선배님한테 인사드리고 싶다고 하니까 다들 얼른 다녀오라고 했거든요.”

“아아.”

멀찍이 그쪽 출연진과 꾸벅 인사를 주고받고는 맞은편에 있는 배우를 향해 웃었다.

“신인상 수상 축하드려요.”

“아… 네! 선배님도 신인상 정말 축하드립니다. 저 우가외 TV에서 할 때 매주 시청했습니다.”

김우주 요원이란 캐릭터가 너무 좋았다고 말해 주던 배우가 우물쭈물하면서 말했다.

“아까 제가 신인상 소감할 때… 조금 감동적으로 봐 주셨다고 들어서요. 그것 때문에 감사 인사 전하려고 왔습니다.”

“…제가요?”

“제가 수상소감 할 때요. 멀티스크린에 선배님 얼굴이…….”

“그, 그렇죠. 울었죠.”

너무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나왔다는 말을 하자 상대가 너무 영광이라면서 몇 번이고 이야기를 했다.

신인 배우가 코를 훌쩍이며 돌아가는 동안 묘한 죄책감이 생겼다.

“이로써 50주년 디너쇼에서 할 이야기가 하나 더 늘었구나.”

“어떻게 매년 해야 될 이야기가 점점 많아지네요.”

뒷목을 주무르면서 동생들과 미소를 주고받았다.

음.

50년 뒤의 내가 알아서 잘 진실을 밝혀 주겠지. 그때의 늙은이 선우주를 믿어 보기로 했다.

신인 배우 이도환 씨를 포함해 찾아온 몇몇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후에 다시금 자리에 앉았다.

1부 광고 타임이 끝나고 나서 이제 시상식 2부가 시작될 차례였다.

-네. 올해 한국예술대상을 축하해 주기 위해 아주 특별한 손님들을 모셨습니다.

-요즘 아이돌계에서 이분들을 빼놓을 수가 없죠?

MC들이 주거니 받거니 멘트를 하는 동안 관계자석 뒤편 객석에서 어마어마한 환호성이 들려왔다.

0.3 수플레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 수플레들의 괴성이 주는 두려움과 격조에 비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괴조가 내뿜는 울음소리 같다.

“끼야아아아악!”

배우들과 예능인들이 어머, 하는 동안 무대에 올라와 있던 세 MC가 초대 가수를 소개했다.

-그야말로 Wonder.

환호성이 더욱 커져 간다.

-기적처럼 등장한 신인 아이돌입니다. 한국예술대상의 2부 축하 무대!

-원더 차일드와 함께 하시겠습니다!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었다.

우리가 손뼉을 치면서 환호하는 동안 무대에 짙은 스모그가 깔리기 시작했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내레이션이 깔린다.

[Who is it?]

원더 차일드의 팬들이 그러하듯이 우리도 손을 들고 ‘Wonder Child!’ 하고 환호했다.

곧이어 짙은 스모그 사이로 등장한 신인 아이돌 원더 차일드가 군무를 펼쳤다.

흰색 정장을 입은 메인 보컬 기후가 나긋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면서 환호성이 터졌다.

‘더 늘었네.’

‘잘한다. 잘해.’

‘멘토는 행복해요.’

작년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 데뷔한 아이돌들이 무대를 화려하게 밝히면서 팬들의 함성이 터졌다.

우리도 흐뭇하게 웃으며 환호했다.

어떤 식으로 리액션을 해야 될지 몰라서 긴가민가하던 주변 배우들이 우리 응원 율동을 따라 하면서 장내에 웃음이 흘렀다.

“아. 좋다.”

쭈뼛쭈뼛하던 그 연습생들이 프로 아이돌이 되어서 무대를 누비는 모습을 보자 기분이 좋아졌다.

특히 TJ에서 연습생으로 만난 바 있던 모영훈이 랩을 하는 파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표정이 좋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요즘 아이돌 중 잘나간다고 하는 이들을 한 손으로 꼽으면 저기 원더 차일드가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아마 마법의 소라고동에게 물어보면 그런 답이 나올 거다.

-마법의 소라고동님. 지금 핫한 아이돌 그룹을 다섯 뽑아주세요!

-뉴블랙, 틴스피릿, 스트릿 보이즈, 원더 차일드… 나머지 하나는 그때그때 다르다 고동동.

나머지 하나로 주로 트릭스터를 꼽는 추세긴 한데 아무튼 네 손가락 안에는 꼭 들 만큼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원더 차일드였다.

요즘 아이돌 돌아가는 판에 대한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듣긴 했다.

우리가 제일 잘 되고 있고, 그 아래 삼국지가 펼쳐지고 있다고.

세 팬덤이 서로에게 열심히 뻐큐를 날리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충 이런 느낌으로.

-12년도에 데뷔해서 아이돌 3세대를 열어 버린 근본 틴스피릿 아니냐. 어디 족보도 없는 것들이 설쳐?

-뭔 소리? 우린 뉴블랙이랑 같이 데뷔한 기적의 황금 세대임. 해외 인기 포함하면 스보가 인간계 최강이다.

-여러분! 퇴물들 말고 상큼발랄 원차 한 번 맛보세요~! 맛보면 못 나옴.

……뭐 그런 혼란 가득한 분위기라나.

생각만 해도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우리가 TNT, 틴스피릿과 경쟁할 때 대체 이걸 어떻게 뚫고 온 것인지 스스로도 신기할 정도라고 할까.

사실 뚫고 왔다고 보기보다는 노래를 계속 잘 내고, 예능도 열심히 뛰다 보니 어느 순간 올라와 있었다는 것에 더 가깝긴 하지만 말이다.

그 덕분에 이런 물아래서 벌어지는 경쟁을 구름 위의 올림푸스 산에서 구경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와아아아아아!”

어쩌면 그래서 이렇게 편한 마음으로 후배 그룹의 무대를 구경할 수 있는 걸지도.

뭐. 경우가 어쨌건….

“잘한다. 진짜.”

“너무 잘해요. 진짜.”

좋은 무대는 언제나 좋다.

박수를 치면서 무대를 끝낸 원더 차일드에게 환호를 보내자, 우리 쪽을 바라보는 전직 멘티들의 눈매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꾸벅 인사하는 리더에게 나도 마주 인사를 하고는 박수를 쳤다.

‘오랜만입니다. 선배님.’

‘오랜만이에요.’

반갑게 웃으며 작게 손을 흔들었다.

*   *   *

어워드의 2부가 시작된 후.

TV 부문 시상이 속속 이어지면서 예능인들의 가슴이 점점 콩닥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곧 예능 시상 차례다.’

한국예술대상이 어디인가.

예능인들이 수상 후보에 오르면 나 거기서 후보에 올랐다면서 동네방네 자랑하는 곳이 아니던가.

그만큼 탈 만한 사람들이 후보에 오르고, 또 탈 만한 사람들이 수상을 하는 상이었다.

유일한 아쉬움이라면 신인, 최우수 등으로 나뉘어 있는 연기 분야와 다르게 상이 딱 한 개씩만 있다는 것.

시상식의 시작부터가 영화 시상식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중간 무대로 단역 연기자들이 노래를 부르면서 배우들이 눈시울을 붉히는 장면이 지나간 후.

-네! 안녕하세요! 모범주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예능인 한원희입니다!

작년도 남녀 예능상 수상자들이 웃으며 등장했다.

주거니 받거니 참석자들을 웃기는 꽁트가 흘러나오다가 예능인 한원희가 능청맞게 이야기를 꺼냈다.

-시상식이 참 여러모로 기회의 장인 것 같습니다. 정말 섭외 드리고 싶은 것도 많고.

-여기까지 와서 섭외를 하시면 어떡해요.

-안녕하세요. 이견우 씨, 곽시현 씨~

대표 한류스타 남자배우가 손을 흔들며 웃고, 곽시현이 윙크하는 모습에 환호성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우리 뉴블랙…….

“크라라라라라라!”

-실례가 안 된다면 저희 프로에도 언젠가는… 저희가 진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집을 알거든요.

스크린에 비친 5인조 미남이 OK하면서 찡긋 하는 모습에 장내에 은신해 있던 수플레들이 함성을 터뜨렸다.

관계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흘러나온 후.

-그렇다면 TV 부문 남자 예능상 후보부터 만나 보시겠습니다!

멀티스크린에 [TV 부문 : 남자 예능상]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후보들의 영상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선데이 나잇 라이브. 박호연.

첫째로는 선데이 나잇 라이브의 유명 작가 박호연.

예능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호연이가 올해랑 작년 열심히 했지.’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면서 온라인상에서 여러 밈을 만들어 낸 인물이었다.

개그 센스가 좋기로 유명한 인물.

두 번째로는 잘생긴 배우가 갯벌에 빠진 채 버둥대는 장면이었다. 동료들이 일으켜 주려고 하면서 일으켜 주자, 이번에는 앞으로 넘어지면서 통곡하는 인물.

-미스터 프로듀서. 추기석.

예능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몸 개그는 기석 씨가 최고지.’

박호연과 추기석이 지나가고 나서 이번에는 유창현이 나왔다.

깐족거리는 개그로 감초 같은 역할을 하면서도 곧바로 당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캐릭터로 유명했다.

-지금부터 우리는, 세상에 이런 예능이. 유창현.

예능인들이 턱을 쓰다듬었다.

‘창현이는 조금 약하긴 한데… 열심히 하긴 했지.’

잘하긴 했지만 앞선 둘과 달리 이쪽은 현재 상승세를 타고 있는 <지금부터 우리는>을 의식해서 심사위원들이 선정한 듯했다.

곧이어 네 번째로 감자튀김 탈을 쓰고 광화문에서 감자튀김을 튀기는 예능인이 나왔다.

-내일 지구가 멸망했으면. 김상철.

최근 떠오르고 있는 예능인 중 하나로 본래 인터넷 방송을 하던 인물이었다.

넷 중에서 가장 강력한 후보.

물론 지금까지 나온 후보들 모두 수상하게 된다면 예능인들이 ‘그래, 받을 만했다’ 하면서 박수를 쳐 줄 만한 라인업이었다.

하지만 수상자 후보들이 나오는 VCR에도 다른 후보들은 편히 웃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막강한 경쟁자… 아니 내정자가 있지.’

사실상 올해 상은 이들이 타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들이 있었다.

개그 센스 좋고.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몸 개그 잘하고.

그야말로 예능의 완전체 같은 이들이 곧바로 다음 화면에 흘러나왔다.

-미스터 프로듀서. 주사위로 세계 한 바퀴. 뉴블랙.

어마어마한 함성이 터져 나오는 동안 화면에서는 뉴블랙의 활약이 흘러나왔다.

이른바 에이텐(ATEN)을 작곡하며 굴리는 우주선의 악독한 모습이라거나 뉴불백을 팔면서 통곡하는 멤버들의 모습.

사실 뉴블랙 TV로 인해 후보군에 오른 것에 더 가깝긴 했지만, 심사 기준에 미튜브 같은 뉴미디어는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장기 특집 게스트로 출연한 TV 프로그램이 후보로 흘러나왔다.

‘이건 뉴블랙이다.’

2016년 국민들이 선정한 올해의 예능인 7위.

국민 아이돌.

화려한 수식어들이 따라다니지만 예능인들이 평가하는 뉴블랙은 아주 간단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었다.

‘개웃겨.’

그냥 웃고 있어도 웃기고.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다가 뒤로 넘어가는 것도 웃기고, 그야말로 웃음에 있어서 최고의 재능을 가진 이들.

나이는 어리지만 업계인으로서 무한히 존경을 보낼 만했다.

무엇보다…….

‘다 성공시켰네.’

미스터 프로듀서의 아이돌 데뷔 특집, 주세한의 뉴불백 특집을 비롯해 프로그램마다 출연했다 하면 잭팟을 터뜨렸다.

단순히 능력이 아니고 성과의 측면에서도 그야말로 압도적인 차이.

안 그래도 이번에 출연한 HBS의 관찰 예능 <지금부터 우리는>이 대박을 터뜨릴 거란 소식이 파다했다.

“와아아아아아아!”

후보 VCR이 끝나고 다섯 개로 분할된 화면에 각 후보의 얼굴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좁은 세로 화면에 옹기종기 모여서 브이 하고 있는 미남들의 모습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누가 뉴블랙 분들 화면 좀 늘려 주세요!

시상자 모범주의 제안에 뉴블랙의 화면이 왼쪽으로 점점 길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다른 수상자들의 화면이 좁아졌는데, 예능인들이 자신의 좁은 화면으로 들어가는 시늉을 하면서 큰 웃음이 흘러나왔다.

-아. 다시 줄여 달라고 하네요!

뉴블랙이 놀라서 손사래를 치면서 X를 그리자 화면이 점차 원래대로 돌아갔다.

‘누가 보면 짜고 친 줄 알겠네.’

놀라운 순발력에 그들을 귀엽게 보는 예능인들이 웃음을 흘렸다.

시상자 한원희가 카드를 뜯었다.

-역시 이분들이 가져가네요. 축하드립니다! 뉴블랙 님!

장내가 터져 나갈 것 같은 함성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다섯 미남이 보타이를 정돈하며 인사했다.

선배 예능인들에게 깍듯이 악수를 하며 무대로 올라가는 5인조.

성우의 내레이션이 흘러나왔다.

-TBC <주사위로 세계 한 바퀴>, PBS <미스터 프로듀서>에 출연한 뉴블랙 님은 올 한 해 따스하고 재미있는 유머로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매력을 보여 주며, 예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얻고 있습니다.

자리에 올라온 뉴블랙이 시상자들과 악수를 나누며 스탠딩 마이크 앞에 섰다.

황송하다는 듯 자리 앞에 선 이들이 서로에게 ‘네가 해’, ‘졸개는 의지가 없다구!’ 하며 미루는 가운데.

포마드로 금발을 정돈한 우주가 떨린다는 듯 말했다.

-어우. 정말 감사합니다. 우선 이 상의 영광을 군산에서 이 소감을 보고 계실 김덕순 여사께 돌리겠습니다.

배우들이 웅성거렸다.

“김덕순? 어디서 이름 들어 봤는데…….”

“뉴불백 창시자야.”

“아……!”

우주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저희가 탈 거라고 예상을 못해서 수상 소감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어요. 이렇게 대선배님들 앞에서 예능상까지 탈 줄 알았다면 좀 더 머리를 겸손하게 하고 왔어야 되는데… 말포이처럼 하고 왔네요.

객석에서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저희에게 이런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유명하신 예능계 선배들을 두고 저희가 받아도 되나… 싶은 느낌이고요.

예능인 중 하나가 ‘돼!’ 하면서 외치면서 작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수상 소감으로 뜻깊은 말들을 하던 우주가 중간에 몇 마디를 내뱉었다.

-가요, 연기, 예능… 다양한 분야를 체험하고 있지만 정말 어느 분야든 쉬운 길이 없다고 요즘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이렇게 예능을 위한 시상식이 있어서 정말 감사한 것 같아요.

한국예술대상을 띄워 주면서도 ‘예능인들을 위한 시상식이 더 있었으면…’ 하는 뉘앙스를 살짝 풍긴 우주였다.

예능인들이 환호로 답했다.

‘역시 우리 후배 최고다.’

‘검은 소가 잘하냐. 누렁 소가 잘하냐. 답은 뉴 블랙카우다.’

‘진짜 얘기 잘했다. 우주야.’

남자 예능상의 수상소감을 마치고 내려오는 뉴블랙에게 다시 한번 박수와 환호가 쏟아지는 가운데.

장내에 있던 배우들과 예능인들이 허허 웃으며 저마다 이야기를 했다.

“참 환하다 환해. 저 그룹에는 우주랑 지호가 둘 다 있고… 우리나라 배우계의 미래가 밝다.”

“진짜 쟤네 아니면 누가 타냐. 예능계의 미래가 밝다.”

“저런 후배가…….”

“저런 후배들이 있…….”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던 배우들과 예능인들이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눈을 깜빡였다.

고개를 갸웃하는 선배 연예인들.

‘어라?’

‘음?’

무언가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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