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39)화 (639/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39화

같은 시각.

TV로 한국예술대상을 시청하고 있던 시청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뉴블랙이면 받을 만하지.’

연말에 하는 지상파 시상식이 아닌, 영화 시상식인 만큼 시청자들은 대체로 영화나 드라마·예능 등에 관심도가 높은 고관여층이었다.

그런 이들이 보기에 너무나 당연한 수상이었다.

뉴블랙이 작년 예능에서 거둔 성과가 어마어마했으니까.

작년 미스터 프로듀서와 주세한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거두었던 장기 특집이 바로 뉴블랙과 콜라보를 하면서 나온 거였다.

특히나 뉴불백이 판매된 헬평휴게소 에피소드는 작년도 예능 최고의 1분으로 꼽히기도 했고.

-이건 뉴블랙이 받아야죠ㅋㅋㅋㅋ

-넘나 인정

-그래도 한예상이라서 예능상으로 이렇게 주긴 하나 보네요. 지상파에서는 상 안 주고 지나간 것 같은데..

-게스트라 어쩔 수가 없었슴

-어차피 지상파는 자기 식구들 챙기는 거라 좀 애매하죠ㅋㅋㅋ

-블랙이들 축하한다~~~

-뉴불백 간장맛은 언제 나오냐

이런 지상파 예능에서의 성과뿐만 아니라 <지금 내 고향>과 미튜브에서의 활약까지.

어느 예능 시상식을 가도 큰 상을 받을 만한 뉴블랙이었다.

‘잘됐다.’

예능 애청자들에게서 흐뭇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무언가 예능 관련해서 꼭 상을 하나 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아이돌인데 이번에 드디어 상을 탔다.

곧이어 ‘남자 예능상’에 뉴블랙의 수상소식이 뜨면서 포털 댓글이 붐비기 시작했다.

-축하축하ㅠㅠㅠㅠㅠ

-우리나라 예능계의 미래가 참 밝습니다 ㅎㅎㅎ

-연예대상에 가는 그날까지,, 홧팅,,!!

-가수가 예능상을 탔지만 아무런 뒷말이 나오지 않는 수상한 그룹

-저 정도로 열일했는데 한번쯤은 타야지ㅋㅋㅋㅋㅋㅋㅋㅋ

-대길이가 박수치고 있을듯

-대길이 : 내가 키웠다 김중현

-중현: 저를 키운건 8할이 대길이었습니다

-전국민이 연천군에 있는 어느 흑염소의 이름을 안다는점에서 뉴블랙은 과히 국민그룹이라 할 수 있음ㅋㅋㅋ

┕과히가 아니고 가히입니다. 리혁이가 보기 불편하다고 하네요

┕지호 “보기 불편하면 자세를 바로 고치세여”

┕이야 뉴블랙TV 한편 다 봤다ㅋㅋㅋㅋㅋㅋ

댓글창에서 멤버가 빙의한 듯한 드립을 일반인들이 쏟아 내고 있는 기묘한 상황이었다.

은신해서 ‘ㅊㅋㅊㅋ’를 열심히 입력하고 있던 수플레들이 미소를 지었다.

“흐으으으음…….”

살충제를 든 채 바퀴벌레가 나올 만한 곳을 유심히 바라보는 사람처럼 수플레들이 댓글창을 새로고침했지만 별다른 것은 없었다.

최신순으로 보았을 때 인신공격이나 비아냥거리는 댓글들은 그저 무시하고.

베댓도 클린하다.

아무 논란 없이 네티즌들의 놀이터가 된 댓글창을 바라본 수플레들이 다른 커뮤니티를 둘러볼 때였다.

머글 마을에 잠입한 스파이들처럼 시찰을 하고 있는데…….

[뉴블랙 남자 예능상 수상 논란]

침이 꿀꺽 삼켜졌다.

‘뭐, 뭐지.’

클릭을 딱 한 순간, 움짤이 떠올랐다.

5개로 나뉜 스크린.

다섯 명이서 뭉쳐 있는 뉴블랙의 화면이 쭈욱 커지면서, 한컴 오피스에서 표 칸이 줄어들듯이 나머지 넷의 화면이 일제히 작아지는 장면이었다.

‘응?’

[뉴블랙 남자 예능상 수상 논란]

(5명의 스크린이 커지면서 나머지 넷이 줄어드는 상황.gif)

비겁하게 쪽수로 이겼다는 말이 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뉴블랙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ㅠ 예능인 넷을 다섯이서 상대했네

-1:1:1:1:5

-마 상은 쪽수로 타는 거 모르나ㅋㅋㅋㅋㅋ

-예능인분들도 아쉬우면 그룹으로 나오십쇼

-혼자서 다섯은 못이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웃기네 진짜 시상식 화면이 저랬음??

-보통 연예인들 17대1로 싸웠단 소식이 들리면 1이겠지 하는데 뉴블랙은 왠지 저 17일것 같음

-(초등학생을 상대할 때도 진심을 다한다는 만화짤.jpg) 이거 딱 뉴블랙

-ㅉㅉ 상 저렇게 야비하게 타는 거 아닌데

-저기 후보들 안됐네ㅋㅋㅋㅋ 후보 소식에 설레다가 매니저가 ‘저.. 형님 뉴블랙이 경쟁자라는데요’ 이런 순간 억장 와르르한 거 아냐

머글 유머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하던 수플레들이 댓글 플로우를 확인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이건 퍼가야지. 영업해야지~’

수줍게 ‘게시글 등록’ 버튼을 누른 수플레들.

곧바로 아이돌 커뮤니티에도 같은 글들이 수십 개가 동시에 올라왔다.

“!”

마치 앙증맞은 주먹으로 콩 쳤는데, 수천 개의 주먹이 콩콩콩콩! 하면서 벽을 무너뜨리는 느낌.

“…….”

최초 게시글 한 개만 남긴 채 수십 개가 다시 사라졌다.

자연스러운 영업인 척, 모르는 척하는 동안 수플레들은 저마다 손뼉을 치며 기뻐하고 있었다.

-남자 예능상ㅠㅠㅠㅠㅠㅠ

-하 드디어 받는구나,,

-대상도 대상인데 예능상 타는 것도 꼭 보고 싶었단 말이야ㅠㅠ

-예능상 ㅊㅋㅊㅋ ㅠㅠㅠㅠㅠ

-애들도 진짜 기쁠거 같음

본업은 예능이 아니라 가수긴 하다.

하지만 초등학교 운동회만 해도 우승했을 때 쪼그마한 캔디나 떡이라도 상으로 주지 않던가.

그동안 열심히 예능을 뛰었지만 특별하게 상이 주어지지 않아 아쉬웠던 수플레들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수상이었다.

‘올해는 꼭 7위를 넘어서자. 얘들아!’

‘이제 목표는 6위다.’

‘1위가 되는 그날까지… 뽀에버……!’

어딘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는 팬덤이었다.

*   *   *

남녀 예능상에 이어서 예능 작품상 부문에서는 ‘미스터 프로듀서’가 수상했다.

메인 연출인 신무록 피디가 올라와서 특유의 시무룩한 얼굴로 수상 소감을 전한 후.

-다음은 TV 교양 부문 시상이 있겠습니다.

바로 교양 부문으로 시상이 넘어갔다.

확실히 영화나 드라마가 정말 여러 부문으로 나뉘어서 시상을 하는 것에 비해 단출한 시상이었다.

시상자로 남녀 배우가 나온 후 바로 교양작품상 후보가 공개됐다.

“오. 바로 우리 나온다.”

첫 번째 순서로 우리가 나왔다.

중현이와 내가 척화비 비석을 들어서 끙끙 세우고, 우리가 궁중 제례악을 소개하는 그런 내용들이 흘러나왔다.

“크롸라라라라라!”

수플레들이 환호로 반겨 주면서 내레이션이 깔렸다.

-뉴블랙과 함께 하는 한국사 탐방.

모두가 미튜브에서 ‘역사 탐험대’라고 부르는 컨텐츠지만 실제 이름은 뉴블랙과 함께 하는 한국사 탐방이다.

본래 HBS에서 ‘쏙쏙! 역사 탐험대’라는 이름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이름을 바꿔야 했다.

사이가 틀어지고 난 뒤에 HBS 측에서 ‘역사’ 혹은 ‘탐험대’ 같은 키워드가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소송 걸겠다고 하도 난리법석을 부려서.

물론 지금은 관계를 완전히 회복하긴 했다.

-HBS야~ HBS야~

-웅. 레몬.

-너 저번에 근데 소송…….

-소… 소가 울면 뭘까요? 바로 소송입니다~ 꺄하하하!

-재밌네.

…하면서 좋게좋게 넘어갔다.

어쨌거나 그런 곡절을 무사히 넘긴 우리의 한국사 탐방은 여전히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역사 쌤들이 수업 시간마다 튼다고 들었다.

마치 과학 시간에 학생들의 눈을 초롱초롱하게 만드는 <코어>나 <투모로우> 같은 영화의 국사 버전이라고 할까.

곧이어 시사고발 프로, 자연에 살으리랏다, 특집 다큐 등등의 교양 관련 프로그램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네. TV 부문 교양 작품상!

-축하드립니다. 역사 탐ㅎ… 뉴블랙과 함께 하는 한국사 탐방!

시상자로 나온 남자 배우가 얼른 말을 바꾸어 제목을 불렀다.

“와아아아아아아!”

수플레들과 관객들이 박수로 화답해 주는 가운데, 멀찍이 관계자석에 앉아 있던 성 피디님이 종종걸음으로 올라갔다.

같이 기획을 하고 있는 우리도 뒤따라갔다.

“피디님. 우리 상 탔어요.”

“흐어…….”

살짝 넋이 나간 것 같으면서도 이게 실화인지 의심하는 우리 성 피디님이었다.

본래 아동 프로그램이었던 ‘쏙쏙! 역사 탐험대’ 1시즌부터 시작해서 우리와 뉴블랙 TV를 함께 하고 있는 피디님.

이 큰 시상식에서 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안 믿긴 모양이었다.

-예… 저…… 그… 제가 이런 큰 자리에 익숙하지가 못합니다. 조, 조금 떨더라도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레몬 엔터 사람들, 그 산하의 스튜디오 LM의 식구들 등등을 언급하면서 달달 떨던 성 피디님이 소감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이 영광을 우리 뉴블랙 친구들에게 돌리겠습니다. 어우. 떨려 죽겠네요. 마, 마무리 좀 부탁할게.

-네.

-어흐으… 눈물 나.

우리가 감독님을 토닥토닥 해 주면서 스탠딩 마이크를 잡는 모습에 작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지호가 뒤에서 ‘감독님 뚝!’, ‘떽!’ 하고 있는 동안.

시청자, 구독자 분들에게 감사한다는 마무리로 소감을 깔끔하게 끝마쳤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감독님.”

“끄흐흐흡.”

“이제 더 고생하셔야 돼요.”

“뚝.”

감독님의 눈물이 귀신같이 멎었다.

맨 정신으로 돌아와 트로피를 들고 내려오는 감독님의 어깨에 우리가 손을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함께 가요.”

“영원히…….”

손에 들어온 좋은 인재는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히끅!”

딸꾹질을 하는 감독님의 모습에 우리가 꺄르르 웃었다.

*   *   *

TV 부문 대상과 영화 부문 대상의 시상이 끝난 후에 마침내 한국예술대상이 막을 내렸다.

“3관왕 축하한다! 블랙이들!”

“감사해요.”

“뉴블랙! 축하해요!”

선후배들과 악수를 나누며 인사하는 동안 안내 방송이 울렸다.

-지금부터 기념사진 촬영이 있을 예정이오니, 수상자 분들은 무대 위로 올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은 남녀들이 저마다 자리를 찾아가는 동안 우리도 가장자리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가운데에서는 TV 부문 대상을 탄 오정희 작가님과 영화 부문 대상을 탄 경현택 감독님이 있고.

그 뒤 연단에는 TV 부문 작품상을 탄 <우리 가족은 외계인>의 황정연 작가님, 황정구 감독님이 있었다. 그때 가운데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두리번거리더니 우리에게 손짓했다.

“어머, 왜 저렇게 사이드에 가 있어?”

원로배우 양옥분 쌤이 손짓했다.

“얘들아, 이리로 와!”

“안 돼요!”

“뭐가 안 돼?”

“저희는 가운데 갈 수 없어요…!”

우리는 구석을 고집했다.

30년차 감독님들이 있고, 20년차 배우들이 있는데, 저기 가서 서 있기에는 연차상으로 좀 그랬다.

저 사람들이 괜찮다고 해도 기본적인 낄끼빠빠의 문제였다.

“원래 이런 자리가 제일 좋은 법이에요.”

막내가 웃으며 말했다.

“고등학교에서도 인기 많은 애들이 앉는 자리가 창가 뒷좌석이잖아요. 형도 알죠?”

“글쎄다. 1년만 다녀 봐서…….”

“또또. 나만 쓰레기야. 맨날.”

지호가 투덜대는 동안 동생들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사진사의 말에 맞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찰칵! 찰카카카칵!

수상자들의 기념 촬영을 마치고 나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꾸벅 인사를 하면서 퇴근 준비를 했다.

“형. 저희 먼저 대기실 갈게요.”

“응.”

“인사 천천히 나누고 와요.”

비주가 동생들을 이끌고 가는…….

어?

“비주야?”

“네?”

“왜 네가 앞장을 서니?”

“아…….”

상의 기쁨에 취해 있던 동생들이 정신을 차리고 비주를 둘러싼 채 이동하는 동안 나는 백스테이지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상 탔다~!”

“상 탔드아아!”

드레스를 입은 서노을 선배, 아라 누나 등 배우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감독님과 작가님들까지 방방 뛰며 강강술래를 췄다.

고급스러운 조형 트로피에 ‘TV 부문 작품상’이라고 적혀 있다.

황정연 작가님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진짜 30프로 찍고도 시트콤이라고 여기저기서 깎아 내리는 소리 많이 들었는데, 십 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간다.”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우리만 고생이겠어? 진짜 다들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송훈 선생님, 양옥분 선생님, 우리 노을 씨…….”

서로에게 치하를 하던 배우들과 제작진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어찌 보면 우리 드라마의 시작과 끝이었던 김우주도 고생했다!”

“와아아아!”

“우주! 우주!”

환호 속에서 살짝 민망한 기분을 느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다.

촬영기간이 긴 편은 아니었지만 함께 촬영을 하면서 생긴 전우애 같은 것이 느껴졌다.

“주선이가 고생 많았다.”

송훈 선생님이 나를 끌어안고 토닥토닥해 주는 느낌에 가슴이 포근해진다.

할아버지 같다.

“얘 또 눈 촉촉해진 거 봐. 하여간 울보야.”

양옥분 선생님이 으이구 하면서 손자처럼 톡톡톡 해 주고, 다른 배우들과도 가볍게 포옹을 했다.

다 같이 기념사진을 하고 나서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뒤풀이!”

“오늘 시상식 기념 뒤풀이 가야지! 다들 시간 비워놨죠?”

“전통주 기가 막힌 데 알고 있는데… 콜?”

안타깝게도 나는 모레 출국이라 빠질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술을 안 마셔서 회식 자리에 끼기도 애매하고.

한창 드라마 촬영 중인 서노을 선배 등을 포함해 몇몇이 빠지는 틈을 타서 나도 같이 빠졌다.

“누나도 빠져요?”

“응.”

청록색 드레스가 거추장스럽다는 듯 용트림을 하던 아라가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우리도 이제 곧 서바이벌 프로 촬영 들어가거든.”

“서바이벌이요?”

“걸그룹끼리 경쟁하는 프로그램 있거든. 그거 아직 촬영은 안 들어갔는데… 준비하느라 요즘 바빠.”

“오호.”

TBC에서 하는 걸그룹 경쟁 프로그램에 출연을 한다는 모양이다.

연차 있는 걸그룹끼리 무대를 하면서 겨룬다는데, 포맷 내용만 들어도 인터넷 상황이 절로 그려진다.

“어우…….”

소속사 선배 가수에게 물었다.

“엄청 시끌시끌하겠네요.”

“뭐. 우리 입장에서도 딱히 나쁠 건 없어서… 잘해서 화제성 타고 또 치고 올라가면 좋지.”

여전히 1군 걸그룹으로 꼽히기는 하지만 요즘 들어 후배 그룹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정체되어 있는 상황이라나.

호기심에 물었다.

“누구누구 나와요?”

“라로즈랑 NYX 나오고, 가을소녀랑 걸스온탑은 이야기 중이라고 들은 것 같아.”

라인업이 세다.

“시청률은 확실히 터지겠네요.”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TBC에서 진짜 각 잡고 준비했나 보네요. 근데 1등 보상이 뭔데 라인업이 그렇게…….”

“우승상금만 10억인가 그래.”

“남자는 나갈 수 없나요?”

아라가 고개를 젓다가 음 하고 말했다.

“리혁이 정도는 잘 꾸미면 가능할 수도.”

“혹시 끝내주는 메인 보컬로 제6의 멤버를 뽑을 생각이 있다면 꼭 말해 주세요. 누나. 리혁이 보낼게요.”

“흐하하하!”

“저 진심이에요.”

그런 이야기를 시답잖게 나누며 복도를 걸었다.

HBS에서 <온 더 스테이지>로 대박이 난 것이 부러웠는지, TBC에서 거금을 들여서 준비한 모양이다.

“근데 10억이 어디서 났을까요…?”

“그거 뭐였지? 너희 이번에 뉴불백 터지면서 주세한이랑 그런 것도 올해 수익 엄청 올렸나 보더라고.”

“아.”

재원은 우리가 마련해 준 거였구나.

훈훈한 미소를 주고받는 가운데 아라가 내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나 간다이~”

“들어가세요. 누나.”

“참.”

“네?”

“요새 우리 예능이라든가, 아무튼 이것저것 다들 좋은 기회 찾아보고 있거든. 혹시나 그럴 일이 있다면….”

조심스럽게 운을 떼는 선배 가수에게 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꼭 추천해 드릴게요.”

“고마워.”

“살펴 가요. 누나.”

손을 흔들고 나서 각자의 갈 길을 가면서 미소를 지었다.

같은 회사 선후배라 그런가.

조금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을 느끼면서 걸을 때였다. 조 이사님이 일전에 말했던 작곡 관련 일을 생각하고 있는데 멀찍이 아는 얼굴이 눈에 띄었다.

“안녕하세요. 피디님.”

“어! 우주 씨!”

반갑게 인사하는 PD님의 모습에 내가 미소를 지었다.

<지금부터 우리는>의 담당 연출인 여호석 피디님이었다. 오늘 상 축하한다, 프로그램 편집 잘 되고 있냐 하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번에 우리 레이디들이 엄청 아름답게 나오도록 저희가 편집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안 기울이셔도 괜찮아요…….”

“무슨 소리! 그건 온 국민이 다 봐야 됩니다. 하하하하!”

수치스러운 기억이 눈앞을 스쳐 가는 가운데, 여호석 피디님이 마침 잘 됐다는 듯 말했다.

“우주 씨는 동료분들이 많죠?”

“네, 어쩌다 보니 지인들이 다 그렇게 잘 돼서…….”

“잘됐다. 저희 다음번 특집에 혹시 추천해 줄 만한 인재가 있나요?”

“무슨 특집인데요?”

여호석 피디님이 생긋 웃었다.

“오금이 저릴 만큼 아주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것을 준비해 보고 있어요.”

“호오.”

“좋은 인재가 있을까요?”

무서운 것에 재미있는 장면을 끌어 낼 만한 인재들이라…….

“태현이랑 은성이는 어떤가요? 아니면 스트릿 보이즈의 한조 씨라든가…….”

“개인적으로 미워하시는 순서인가요.”

“아뇨. 그럴 리가요.”

“저도 뉴블랙 TV 구독자라서 잘 알고 있습니다. 우주 씨. 은성이와의 애증의 관계는 잘 알고 있죠.”

속지 않으신다.

순간 초동 1장을 덜 산 이웃집 미소년들이 떠올랐지만 얘네는 볼 것 없이 탈락이다.

진실된 리액션을 이끌어 내는 프로그램인데 여기서 깜짝 놀란다?

-에이 싯팔!

-저 귀신 새끼 조ㅈ… 어머. 이 귀엽고 예쁘장한 미소년인 내가 무슨 말을?

-저기 방에 들어가자고? 미친놈이세오오오호호호! 그래! 우리 들어가 볼까?

……이건 터진다.

다른 의미로 방송이 터져.

그런 생각을 하다가 마침맞게 적당한 인재들이 떠올랐다. 무서운 것에 굴하지 않고 폭풍 같은 의기와 협기를 보여 줄 인재들이.

“이분들은 어때요?”

*   *   *

지이잉.

차 안에서 구두 때문에 아팠던 발을 조물거리던 아라가 핸드폰을 바라보고 눈을 크게 떴다.

[안녕하십니까. 아라 씨. HBS <지금부터 우리는>의 메인 피디 여호석이라고 합니다. 이 번호는 우주 씨의 소개로…….]

HBS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관찰 예능 <지금부터 우리는>

그 피디가 나중에 시간 되면 미팅을 하자는 말에 스칼렛의 리더가 왈칵 눈물을 쏟았다.

‘우주야!’

물론 이 특집의 진실을 알게 된다면… 멱살을 잡게 되겠지만…….

일단은 모두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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