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40)화 (640/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40화

58장. 30초

“음?”

아라에게 장문으로 감사의 톡이 왔다.

우주야, 너는 참 좋은 사람이다… 하는 뉘앙스로 되어 있는 감사 인사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뭉클하다.

“……사실을 알게 된다면 난 죽겠지.”

“뭐가 죽어요?”

막내의 물음에 고개를 젓고는 화제를 돌렸다.

“지호야. 스칼렛 멤버들 다… 겁은 별로 없지?”

“겁이요?”

지호가 으음 하더니 말했다.

“그 누나들 전부 다 완전 쫄보인데. 겁 엄청 많아요.”

아. 이거 일 났네.

“그런데 겁이 많은 것에 비해서 힘은 또 짱 쎄서… 약간 저 사람들한테 겁을 주기 위해서는 내 목숨을 걸어야 하는? 한 대 치려면 열 대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런 느낌이에요.”

“…….”

“근데 왜요?”

“만약에 스칼렛한테 누가 엄청 무서운 것을 보여 줬어.”

“으음. 그러면 그 사람은 아마 그날부로 소멸할 거예요.”

정말 그렇게 될까.

의문이 드는 질문이지만 그 실험의 대상이 되고 싶진 않았다.

그런 면에서 한국을 뜨는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곧 공항 도착합니다.”

꾸벅꾸벅 졸고 있던 다른 동생들이 하나씩 깨어났다.

시상식 바로 다음 날 아침.

오늘은 우리가 [Hello, WOrLD]의 월드 투어를 위해서 유럽으로 출국하는 날이었다.

“으음…….”

잔뜩 산발이 된 머리 위로 비니를 쏘옥 쓴 비주가 머리를 정돈하며 말했다.

“진짜 아직도 피로가 회복이 안 되는 거 같아요.”

“비행기에서 좀 자자.”

“그래야겠어요. 흐아아아암….”

비주가 하품을 하면서 우리 모두가 동시에 하품을 했다. 서로 어깨를 조물조물하면서 공항 3층 승강장에 도착할 때까지 몸을 풀었다.

출국길은 평소와 같았다.

대혼란.

“비주야! 비주야! 어… 죄송합니다! 비주가 아니셨군요! 잘생기셨어요!”

파괴.

“내 핸드폰 액정!”

“원래 부서져 있었어. 지호야.”

고통.

“아으으. 아까 중현이 형 팔꿈치에 갈비뼈 부딪혔나 봐요.”

“저런.”

평소와 같은 출국길을 마치고 나서야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 항공기 KA087 편에 탑승할 수 있었다.

첫 해외 투어 스케줄이라 잔뜩 긴장한 매니저들을 우리 서민기 팀장님과 원석이 형이 데리고 다른 칸으로 이동하는 동안, 동생들이 내 앞에서 부리는 재롱을 즐겼다.

“오르르륵… 까꿍!”

딸랑이를 흔드는 모습이 묘하게 불쾌했지만 정신을 사납게 만들어 주는 동생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승무원 분들이 동생들의 모습을 보고 숨넘어가는 웃음소리를 냈다.

“자제하자. 다른 승객들도 있는데…….”

“우리 말고 아무도 없는데요?”

“그냥 내가 부끄러워서 그래. 내가 부끄러워서….”

얼른 전세기라도 빌리든지 해야겠다.

외국 승객이 봤다면 실시간으로 국격이 하락할 광경을 만들어 내던 동생들이 제자리에 앉은 후.

비행기 이륙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태블릿으로 지난 소식들을 살폈다.

-뉴블랙, 한국예술대상 3관왕.. ‘예능, 연기, 교양’ 꽉 잡았다

-화려했던 별들의 잔치.. ‘뉴블랙’ 한국예술대상 3관왕

-‘3관왕 싹쓸이’ 뉴블랙, “예능인들이 더 빛을 보았으면..”

저 중에서 마지막 말은 한 적이 없는데.

남자예능상 소감을 하면서 ‘예능인들을 위한 이런 시상식이 더 많으면 좋겠다’ 정도로 이야기를 했는데…….

거기에 대해 반응이 좀 왔다.

주세한의 맏형 포지션이자 이번 한예상에서 MC를 맡았던 오형석이 인스타 글을 올렸다.

@O___hyung

뉴블랙 남자 예능상!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소감 들으면서 눈물이 찔끔 났네요..

예능인들을 위한 시상식이 있었으면 한다는 뉴블랙의 말에 백배 공감했던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정말 사랑스러운 친구들이에요

우리와 함께 찍은 인증샷을 한 번 보고는 장문의 소감을 읽었다.

오형석뿐만 아니라 어제 시상식에 참석했던 많은 예능인들이 이에 대해 코멘트를 해 주고 있었다.

내가 말한 바와 크게 핀트가 다른 부분은 아니었다.

어제 시상식을 보면서 느낀 게 하나 있었는데 예능 쪽이 전체적으로 소외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형. 근데 VCR에서 예능은 안 나오네요?

-어? 그러네.

오프닝 VCR에서 올 한 해를 빛낸 예술적인 순간들! 하면서 영화와 드라마만 나오기도 하고.

정말 세분화된 다른 부문에 비해서 남녀상, 작품상 하나로 퉁 치는 느낌이라 조금 아쉽긴 했다.

하지만 업계 원로도 아닌 내 연차나 위치상 그런 걸 언급하면서 ‘시상식! 정신 차려!’ 할 수는 없는 상황이기에, 그저 이렇게 예능을 다루는 시상식이 더 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말한 것뿐이었는데…….

“갑자기 왜 예능 열사가 되어 있는 거지.”

말 잘했다! 우리 예능 대표! 하면서 예능인들이 박수를 쳐 주고 있는 광경에 어색한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리혁이가 비죽 웃으며 선글라스를 썼다.

“받아들여요. 그냥.”

그래.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다행스럽게도 평소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네티즌들도 동의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 같은 TV부문인데 드라마는 9개 예능은 3개.. ㅎㅎ 좀 글킨해

-신인이나 최우수는 좀 나눠서 주지ㅋㅋㅋㅋ 신인들이랑 업계 대선배랑 같이 있으니까 신인들 머쓱해하는 거 보이더만ㅋㅋㅋ

-vcr에서 예능은 다빠져 있던데ㅠㅠㅜ

-시상식이 길어지기도 하고 솔직히 모든 부문을 다 품을 수 없는 것도 이해는 하는데,, 좀 글킨해

-예능에 늘 박하긴 함

이런저런 논의가 오가는 것을 보면서 태블릿을 껐다.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은 물결이 좋은 쪽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

띵!

[승객 여러분.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비행기는 이제 이륙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좌석벨트를 매셨는지 다시 한번…]

이륙 전 멘트에 안전벨트를 확인하고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서서히 움직이는 비행기 동체.

열려 있는 창 너머, 맑은 인천의 하늘 아래로 공항이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드문드문한 구름을 보며 다시 눈을 감았다.

이제 한국에서의 일은 내버려 둔 채, 이국의 땅으로 팬들을 만나러 갈 시간이었다.

딸랑딸랑.

“우리 우주. 오르르륵… 까꿍!”

“…….”

진짜 꿀밤 한 대 먹일까.

*   *   *

베를린까지 직항 노선이 없는 까닭에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경유해서 마침내 베를린에 도착했다.

도착하니 밝은 낮이었다.

“멀다. 멀어.”

비행시간만 14시간.

두 번이나 이착륙을 경험하면서 살짝 진이 빠지는 느낌이다.

이런 이유로 원래 회사에서도 직항노선이 있는 파리에서 먼저 공연을 하려고 했는데, 공연장 대관 일정 때문에 독일 먼저 오게 됐다.

그리고.

이렇게 인생 처음으로 방문한 베를린의 공항은…….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어마어마하게 많은 수의 우리 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여기서 태극기가 휘날리고 저기서 독일 국기가 흔들리고, ‘베를린에 온 것 환영’ 하는 플래카드가 흔들렸다.

공항 보안인력들이 긴장한 얼굴로 무전기를 들고 있었지만 그 사람들이 예상하는 일은 없었다.

“역시 우리 팬들이다.”

질서정연하게 우젠민을 연호하는 수플레들의 모습에 가슴이 후끈하다.

“잼민!”

“잼!”

그런데 기왕이면 다른 별명으로 불러 주면 안 될까요.

독일뿐만 아니라 다른 인접 국가들에서도 왔는지 네덜란드나 벨기에 국기를 작게 흔드는 분들도 있고.

이탈리아 사람들도 꽤 보였다.

그렇게 정신없이 휩쓸려가면서 우리를 따라 웅성웅성 이동하는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어으으으…….”

귀가 웅웅- 거리는 비행기 소음이 괴로웠던지 리혁이가 파김치가 된 얼굴로 흐물흐물 늘어졌다.

“아. 나 멀미했어… 기내식이 코로 넘어오는 줄 알았어요.”

“저도 좀 멀미했나 봐요.”

이렇게 긴 비행시간은 오랜만이라 속이 메슥거린다.

회사에서 빌린 버스 안에서 베를린 시내를 구경하는 동안 중현이가 민기 형에게 물었다.

“저희 이제 어디 가요?”

“오늘은 하루 정도 편하게 쉬는 스케줄이야. 베를린 시내 관광도 좀 하고, 음식점 구경도 하면서 놀면 돼.”

“우와아아아아!”

“점심 먹기에 조금 늦긴 했지만 그래도 땡기는 음식 있니?”

“네!”

먹을 음식들이 정말 많았다.

소시지, 그리고 슈바인… 뭐였더라. 그 독일식 족발이 있는데 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

여하튼 먹을 게 많아서 행복하다.

“독일 맥주도 한 입 해야죠!”

“잠시만….”

리혁이가 독일 음주 가능 연령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걸 왜 검색해?”

“우리나라는 속인법이랑 속지법 둘 다 따른단 말이에요. 현지 음주 연령도 한 번 알아 봐야 돼요.”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우리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지 현지 운전기사가 껄껄 웃으며 영어로 말했다.

「독일인 같은 분이군요.」

「네?」

「우리나라는 집집마다 법 관련 서적이 하나씩 있거든요.」

그러고 보니 예전에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독일 서점 베스트셀러가 법전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그런 생각을 해서 그런 걸까.

길을 걷고 있는 독일 사람들이 배가 나온 리혁이, 안경 쓴 리혁이, 여자 리혁이로 보이기 시작했다.

리혁이가 미소를 지었다.

“고향에 온 느낌이네요. 후후후. 나랑 잘 맞을 것 같은 나라야.”

그런 식으로 만담을 주고받는 동안, 매니저 지운 씨와 종완 씨가 핸디캠을 들어 비하인드 촬영을 시작했다.

“Hi! 독일 수플레! 뉴블랙이 베를린에 왔습니다~~!”

“야호!”

“와아아아아!”

동생들이 능숙하게 비하인드 촬영을 하는 모습을 보면 이제 다들 완전 예능인이 다 됐다 싶다.

이번 유럽 지역을 돌면서 라디오 출연이나 인터뷰 일정도 많은데, 마음 놓고 믿고 맡길 수 있을 것 같다.

비주가 리혁이에게 손을 마이크처럼 내밀었다.

“리혁 씨! 독일에 처음 오게 됐는데 소감이 어떠세요?”

“아. 정말 좋네요.”

리혁이가 미소를 지었다.

“동서 화합의 대명사 베를린이라니!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붕괴하면서 냉전이 종식된 그 사건의 중심지에 오게 됐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좋네요. 당시 미국과 소련이…….”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아직은 믿고 맡기면 안 되겠다.

예전에 지호가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것에 병인양요! 드립을 쳤던 것도 그렇고.

얘네한테 맡겨 뒀다가는 오페르트의 남연군묘 도굴사건을 언급하면서 한독관계가 파탄 날지도 몰랐다.

통역사로부터 우리 이야기를 전달 받았는지 운전기사가 껄껄 웃으며 엄지를 들었다.

「아무리 봐도 우리나라 사람 같다니까요.」

네.

데려가 주세요.

억만 마르크라도 드리겠습니다.

“유로예요. 마르크에서 바뀐 지가 언제인데.”

“아. 맞다.”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에서 봤던 마르크가 임팩트가 강했던 모양이다.

아무튼.

“하여튼… 유로인 건 상식 아니에요?”

독일 분들! 우리 리혁이 좀 데려가 주세요…!

*   *   *

이번 월드 투어의 첫 목적지로 선정된 유럽에서는 평안한 나날을 보냈다.

독일 벤츠 아레나에서 1만 5천 명.

파리 아코르호텔 아레나에서 1만 4천 명씩 2일을 해서 2만 8천 명.

도합 4만 명과 함께 하는 공연이었는데, K팝이 가장 덜 알려져 있다는 유럽에서도 체조 경기장 규모의 공연장이 꽉 차는 모습에 가슴이 몽글몽글했다.

“우리 저번에 왔을 때는 합동 콘이었잖아요.”

“감회가 새롭다… 진짜로.”

작년도 K팝 콘서트 때만 해도 합동 콘서트에 끼어서 공연을 했는데.

똑같은 공연장을 2일이나 단독으로 채웠다.

유럽에서 수플레들이 어떻게 증식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사람들이 불어나고 있었다.

그 열기가 캠프파이어처럼 활활 타오른다고 할까.

덕분에 편안한 인터뷰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

-PS7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토크쇼처럼 관객이 있는 독일 라디오 방송에도 잠시 출연해서 Coin을 부르고 왔다.

며칠간 유럽에서 일정을 소화하면서 몇 가지를 알게 되었는데.

우선 독일 사람들은 굉장히 영어를 잘한다는 것과.

-정말 열기가 뜨겁더군요. 방송국 바깥에서 진을 치고 있는 수백 명을 보고 눈을 의심했습니다!

-저번 키즈 초이스에서의 영상도 화제가 됐죠?

유럽 사람들도 잘 될 것 같으면 다 띄워 주고 어화둥둥해 준다는 사실.

솔직히 인터뷰 일정을 소화하면서 은연중에 묘하게 깔보는 듯한 시선이 종종 느껴지곤 했는데.

그런 태도는 오래가지 못했다.

대부분 근방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는 수플레들을 보고는 삐딱한 시선을 푸근한 미소로 바꾸곤 했다.

인간에 대한 존중은 두려움에서 나온다는 대사가 절로 떠오르는 광경이었다.

물론 이런 좋은 대접은 우리 노래가 미국에서 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덕분이기도 했다.

-뉴블랙 분들의 Coin이 지금도 빌보드 Hot 100 차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죠? 비영어 곡으로 흔치 않는 일이라 들었습니다.

93위에서 73위. 그리고 이번 주에는 68위로 올라갔다.

그런 이유로 곧 뜰 것 같은 신인 보이밴드 정도의 취급을 받았다.

그렇게 유럽에서의 스케줄을 마친 후.

잠시 국내에서 휴식을 취한 우리는 그다음 주 주말에 멕시코로 이동했다.

“Te amo, New Black!”

“Welcome to Mexico! We waited for you!”

“킴비주! 난 너의 부인이 될 여자다! 각오해라!”

베를린과 파리에서 적당히 ‘오?’ 하는 정도의 인파가 모였다면… 멕시코는 아예 공항이 마비가 됐다.

멕시코 방송국에서도 취재를 나와 있고.

유럽에 비하면 한 10배 정도 열기가 차이가 난다고 할까.

“비주야아아아!”

“혀어엉!”

서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꼭 붙어서 이동을 해야 했다.

현지 운전기사 분도 우리 팬이라면서 종이에 사인을 받아가셨다. 보통 자기 이름을 써 달라고 꼭 말하는데, 그런 말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베이에 올려서 되팔 생각인 듯했다.

거짓말하는 사람들 특유의 긴장한 근육의 움직임이 느껴진다고 할까.

농담하듯 물었다.

「파실 건 아니죠?」

「그, 그럼요!」

침을 꼴깍 삼키는 모습을 보며 가짜 사인을 할까 고민하다가 진짜 사인을 했다.

우리 덕분에 돈이라도 벌면 호의적인 생각을 하겠지. 사소한 이유로 적을 늘릴 필요는 없다.

「여기 있어요.」

이러하듯 해외 투어의 장점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멕시코시티 아레나에서 1만 5천여 명과 공연을 했다.

민기 형이 말하기로는….

“작년도에 수요 예측을 했는데 그게 좀 틀렸어.”

“아. 어쩐지.”

1만 5천여 명의 공연으로 커버가 될 인파가 아니었다.

“키즈 초이스 이후로 또 폭발적으로 늘면서… 이렇게 된 것 같은데. 아마 4만 명 정도는 동원 가능했을 거야.”

“흐어…….”

물론 이건 회사 잘못이 아니었다.

보통 투어 계획은 최소 6개월 전이나 1년 전부터 인원을 예측하고, 공연장을 대관하고 하는 건데.

이런 식으로 변수가 발생해서 급격하게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으니까.

회사는 물론이고 우리들 나름대로 하고 있던 예측도 전부 다 틀리는 중이었다. 콘서트 인원은 물론이고 미튜브 조회수까지.

-뉴블랙 ‘Coin’, 33일 만에 1억 뷰 돌파.. “그저 기록 브레이커”

코인이 무려 33일 만에 1억 뷰를 돌파해 버렸다.

“이거 실화인가?”

“대박…….”

“감독님! 이거 화면 꼭 찍어 주세요.”

우리와 동행한 다큐멘터리 카메라 감독님이 화면에 1억 뷰가 된 Coin의 영상을 담았다.

1억 뷰가 된 뒤에도 하루에 거의 200만 뷰 이상 추가로 늘고 있는 우리의 Coin 뮤비였다.

정말… 무언가 내 손을 떠나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동생들이랑 같이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 우리가 밟고 있는 땅이 같이 뛰어 주는 느낌이라고 할까.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만 같다.

“와. 진짜 세상이 막 도는 그런…….”

다큐멘터리 카메라를 의식해서 내가 진지하게 말할 때였다.

“천방지축 어리둥절 빙글빙글 돌아가는~”

“…….”

짱구 노래를 부르며 깐족거리는 막내의 모습에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짱구 어머니처럼 주먹을 꼭 쥐었다.

“아야아아아!”

지금에 와서야 드는 생각이지만.

다큐멘터리의 서브 장르에 ‘Comedy’가 붙지 않을까 싶다.

*   *   *

한국예술대상부터 시작해서 그야말로 2주가 순식간에 흘러가는 것 같다.

멕시코시티에서의 화려한 일정을 마친 후.

우리는 미국 텍사스의 대도시 댈러스로 이동해서 아메리칸 항공에서 운영하는 공연장에서 1만 5천여 명과 함께 공연했다.

어느덧 빌보드 어워드도 일주일 정도 앞으로 다가온 상황.

「끊어요. 헤일리.」

-Okay. 곧 보자고.

북미 쪽으로 넘어와서 그런지 시간대 차이가 크지 않아서, 헤일리와 영상 통화로 무대에 관한 회의를 하곤 했다.

“끄으으응.”

기지개를 켜면서 차창 바깥을 바라보았다.

댈러스에서 공연을 마치고 넘어온 도시.

시카고.

케빈이 도둑들을 때려잡은 그 동네이자, 배트맨이랑 조커가 알콩달콩 러브스토리를 찍던 영화 속 고담이 바로 여기다.

총을 휘어서 쏘면 총알도 휘어진다는, 리혁이가 제일 싫어하는 영화 속 배경도 여기고.

시카고 피자도 있고.

아무튼 미국 제3의 도시라고 불리는 곳인 만큼 규모도 크고 볼 것도 많다.

“이쪽이 맞나?”

미국 에이전시 측에서 붙여 준 거구의 경호원들과 함께 나는 지금 단독으로 움직이는 중이었다.

공연을 하루 앞두고 주어진 자유시간.

우리 막내 성년의 날 기념 선물도 사고 쇼핑도 하면서, 동시에 오늘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쯤인 것 같네요.」

멀찍이 노천 테이블에 앉아 있는 인물이 하나 보인다.

선글라스를 쓴 채 우아하게 커피를 홀짝이고 있는 인물.

곧바로 내가 차에서 내려서 가게로 다가서자,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선글라스를 벗고 환히 웃었다.

“형!”

유창한 한국어.

반갑게 다가오는 이를 향해 나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지금은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TNT의 외국인 멤버.

장한별과 활짝 웃으며 인사를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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