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41)화 (641/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41화

식당 테이블에 자리를 잡으면서 경호원 둘이 다른 테이블에 앉았다.

“이야.”

한별이의 눈이 부드럽게 휘어졌다.

“우리 형, 미국에서 경호원도 붙고. 출세했네. 증말~”

“인사할래? 클린트랑 데이빗이야.”

한별이랑 두 경호원이 턱을 살짝 든 채 ‘How are you doing?’ 하는 모습에 내가 감탄했다.

“한국에 뼈를 묻고 산다더니. 너 미국인 다 됐다, 야.”

“이름도 바꿔 보려고. 내가 예명 한별이 한 게 한국에 뼈를 묻겠다고 해서 한별이 한 거잖아.”

“미별이?”

“응. 장미별 어때?”

둘이서 한참 동안 실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나쁘지 않은데? 인스타 아이디도 rose___star 이런 거 하면 되고.”

“오. 그거 괜찮다. 나 지금은 k_bone이거든.”

“너 그거 아직 아무도 모르지?”

“응. 다른 데서 밝힌 적 없으니까.”

한별이란 예명이 정해지게 된 이유는 TJ 시절 친한 연습생들만 아는 사실이다.

얘 중국 이름이 따로 있는데 발음이 어렵기도 하고, 한자 그대로 읽으면 본인이 어감이 별로라고 안 좋아해서.

그래서 연습생 시절부터 ‘난 한별이야!’라고 하고 다녔다. 워낙 한국어를 잘해서 숙소에서 얘가 색깔이 다른 여권을 보여 주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르곤 했다.

TV 프로 중에서 우리말 겨루기에도 출전해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둔 외국인이었다.

“시카고에 온다고 해서 깜짝 놀랐는데, 투어 때문에 온 거야?”

“응. 어제는 댈러스 갔다가 오늘은 시카고.”

“이번에 형네 투어 엄청 크게 하더라. 거의 우리 제일 잘 나갈 때 투어 바로 다음일 것 같던데.”

“그런가?”

“맞을 거야. 우리 전성기 때 100만 명 동원했으니까. 형네가 아마 80몇만이라고 하던데…….”

학교 다닐 때도 성적표에 관심이 많던 녀석답게 내가 모르던 사실을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해 주었다.

신이 나서 이야기를 하던 한별이가 점원으로부터 메뉴판을 건네받으면서 갑자기 말수가 줄어들었다.

괜히 그룹 활동 이야기를 하다가 심경이 복잡해진 모양이다.

내가 화제를 돌렸다.

“여긴 뭐가 맛있어?”

“토마호크 스테이크. 그런데 형은 좀 많이 익혀 달라고 해야 될 걸. 한국에서 먹던 미디움이랑 여기 미디움이랑 또 달라.”

“그럼 나도 너랑 같은 걸로. 참, 거기 샐러드 메뉴에 오이는 없지?”

“응. 왜?”

“오이 못 먹어서.”

“예전에 잘 먹었잖아?”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말하자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녀석이 아, 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다른 테이블에 둘러앉은 경호원들도 식사 메뉴를 주문하는 모습을 지켜본 후.

이런저런 근황 토크를 했다.

“나 그래서 예능 찍는 데 한태현 나와서 기절할 뻔했잖아.”

“걔가?”

“어, 수갑 차고 딱 등장하더니 ‘저를 구하러 와 주셨나요?’ 이러는 거 있지. 진짜 순간적으로 정색할 뻔.”

“흐하하하하!”

역시 자리에 없는 사람을 흉볼 때가 제일 재미있다.

한별이가 고개를 빼꼼 내밀더니 ‘김치에 땅콩버터를 발라 보세요’ 하는 말을 했다.

“뭐 해?”

“한국어 알아듣는 사람 있는지 확인하려고.”

“적절한 문장을 골랐구나. 우리 미별 씨에게 만점 드리겠습니다.”

한국어를 알아듣는 사람이 있었다면 누구든 움찔했을 것이다.

어차피 작게 이야기를 해서 들리지도 않을 테지만 괜히 주변에 지켜보는 사람이 없는지 의식하는 건 직업병이었다.

한별이가 샐러드를 콕콕 찍으며 한 손으로 입을 가렸다.

“저기 대포 카메라 두어 대 보이는데. 사생?”

“아니.”

핸드폰을 들어 반사된 화면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현지 파파라치 같아. 댈러스에서부터 계속 쫓아다니더라고.”

“오오. 좋네.”

내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 에이전시 측에 듣기로 파파라치라는 것은 양면의 칼 같은 거라고 했다. 너무 많으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지만, 아예 없으면 그거대로 또 셀럽으로서 민망하다고.

그래서 뜨고자 하는 연예인들이 파파라치를 고용해서 사진을 찍은 사실들이 밝혀져 망신살이 뻗친 일들이 종종 있다는 모양이다.

그때 본 메뉴인 토마호크 스테이크가 나왔다.

「메뉴 나왔습니다.」

친절하게 웃던 종업원이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저기… 그런데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혹시 유명하신 분인가요?」

「아뇨. 전혀요.」

「키즈 초이스 영상에서 본 것 같거든요.」

「……그래요?」

모른 척하면서 넘겼지만, 종업원이 다 안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돌아갔다.

슬라임 닌자 소리는 안 들어서 다행이다.

맞은편에서 낄낄거리며 비웃는 TJ 시절 졸개의 눈빛에 고개를 젓고는 스테이크를 열심히 썰었다.

동시에 이야기가 서서히 무르익었다.

“할머님은 잘 계셔?”

“응. 아주아주 건강하시다.”

“다행이네. 몸이 제일 중요하지. 우리 외할머니도 요새 건강관리 한다고 조깅하고 그래.”

얘가 지금 머물고 있는 시카고의 할머님 댁에 대한 이야기였다.

외가 사람들에 대해서 말을 하던 한별이가 나를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좋아 보인다. 진짜 너무 잘 됐어.”

“운이 좋았지. 요즘에는 운이 좀 많이 따르는 거 같아.”

“힘들지는 않고?”

“몸은 힘들지. 마음은 즐겁고.”

고된 해외 투어를 경험한 선배 가수인 만큼 현재 내 상황에 대해서 정말 잘 알고 있는 친구였다.

“그 마음 알지. 몸이 힘들어도 꿈이 같으면 항상 재미있거든. 나중에 그 꿈이 저마다 달라져서 문제지.”

“…….”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개인 활동은 한 6에서 7년차쯤 하는 게 좋아. 너무 일찍부터 하면 안 좋더라. 한 번 흩어지기 시작하면 진짜 답이 없어. 이게 상황이 사람을 그렇게 만들어.”

TJ 시절에 중국에서 계속 혼자 다녔던 기억이 나는지 표정이 씁쓸해 보인다.

다른 녀석들에게 듣기로 본인은 한국 활동을 희망한다고 했는데, 박태준 회장이 그렇게 안 놔둔 것 같다. 얘가 중국에서 활동을 하는 게 회사 차원에서 더 큰 이익이라고 판단한 거겠지.

TJ 엔터 연습생일 때 지켜본 바.

저 회사는 회사의 이익 추구 방향과 내 목표가 일치하면 정말 행복 라이프인데, 반대의 경우가 진짜 힘들다.

“그래도 조금 아깝거나 그런 건 없고?’

“엄청 아깝지.”

중화권 최고의 인기 스타 중 하나가 아니던가.

매년 중국 연예인 수입 랭킹 10위를 산정하면 그 안에서도 상위권으로 들어가 있는 게 한별이었다.

상대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돈은 차치하더라도 이 업계가 그렇잖아. 한 1년만 활동 쉬어도 바로 잊히는 게 이 업계인데…….”

작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쉴 수밖에 없었어. 너무 힘들었으니까.”

“…….”

“혼자서 베이징 갔다가 상하이 갔다가… 당나라 사극 촬영 들어갔다가, 내가 원한 건 그런 게 아니었거든. 그러고 싶었으면 한국으로 안 갔겠지. 애초에 외로운 게 싫어서 그룹 데뷔를 한 건데.”

그런 피로가 누적돼서 몇 년 가까이 쌓이다 보니 도저히 활동을 더 이상 못 이어 나가겠다고 판단했다는 듯했다.

차분하게 그간의 심정을 이야기하는 녀석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회사에서는 국내 그룹 활동 시켜 준다고 기다려 달라, 기다려 달라 하는데… 스케줄표 보면 말이 안 되거든. 다른 애들 솔로 나가는 스케줄 사이에 그룹 활동이 들어갈 틈이 없어.”

“그 회사가 좀 그렇지.”

“재계약할 때도 마음 약해질 뻔했잖아. 너 원하는 대로 다 해 주겠다고 해서.”

그런데 이미 상황이 거기까지 다다른 뒤에는 회사에 있는 정 없는 정 다 떨어져서 재계약을 포기했다는 모양이다.

그 뒤에 한국 연예기획사에 해당되는 중국의 각종 공작소나 국내 기획사들이 물밑으로 접근했지만 저마다 원하는 바는 같았다고.

“국내 활동 이야기만 꺼내면 다들 표정이 애매해지더라. 네가 중국에서 최고지, 한국에서 돈이 뭐 벌리냐….”

그런 말을 하던 한별이가 고개를 젓고는 씩 웃었다.

“내가 무슨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해외 투어 빡세게 돌아서 피곤한 형 앞에서…….”

“무슨 상관이야. 우리끼리.”

“후우, 아무튼 그래.”

한별이가 스테이크를 잘근잘근 씹어 먹으며 말했다.

“그래서 1년이나 2년 정도는 푹 쉬려고. 쉬면서 이런저런 계획도 한 번 생각해 보고. 영감탱이한테 복수할 수 있으면 하고.”

주먹을 꼭 쥐는 모습.

나는 굴하지 않고 행복해질 것이다…! 하면서 포부를 드러내는 동생의 모습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언제 봐도 긍정적이긴 하다.

“그래서 지금부터 계획 짜려고?”

“응.”

상대의 야심찬 계획을 들으면서 머릿속으로 잠시 고민했다.

오늘 이 자리에 오기 전에, 그러니까 이로부터 한참 전에 조 이사님과 이야기를 나눈 것이 있긴 했다.

회사의 확장과 관련해서 한 이야기.

“한별아.”

“응?”

“혹시 국내 활동을 하고 싶다면 말이야. 나한테 좋은 생각이 하나 있는데.”

“뭔데?”

지갑을 꺼내서 그 안에 가득한 명함 중에서 하나를 뽑아 들었다.

그러고는 상대에게 내밀었다.

상대의 눈이 반짝인다.

“오. 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

“아티스트 의견을 엄청 존중하는 회사가 하나 있거든. 네가 국내 활동에 관심이 있다면 도움이 될 거야.”

‘레몬 엔터’라고 적힌 우리 회사 이름에 한별이가 빵 터졌다.

“형네 회사로 오라고?”

“싫음 말든가.”

“아냐. 진짜 신기해서 그래. 상상만 했던 상황이거든. 형이 딱 와서 자기네 회사로 오라고 하는 거야.”

“오호.”

“그런 다음에 내가 거절해서 형이 부디 와 달라고…….”

“…….”

명함을 다시 가져가려고 하자 아아아! 하면서 녀석이 손을 뻗었다.

“안 돼! 다른 애들한테 자랑해야 된단 말이야!”

그러고는 명함을 손에 쥐었다.

무언가 내가 해석할 수 없는 감정이 상대의 눈에 깃드는 느낌이었다. 살짝 뭉클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오묘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고마워. 형.”

“한 번 생각해 봐.”

“형, 그런데…….”

명함을 보던 한별이의 눈에 동공지진이 일어났다.

“박…규호? 왜 형네 대표님 명함을 건네주는 거야?”

“대표님이 나가서 외부인에게 연락처 건네줄 상황이 오면 이거 주라고 하셔서.”

“……대단하다. 레몬 엔터. 아니, 뉴블랙이 대단한 건가?”

얘 입장에선 낯선 상황인 듯했다.

그런 식으로 명함과 나를 번갈아 보면서 한참이나 웃던 한별이가 웃으며 물었다.

“형.”

“왜?”

“일단 조건이나 좀 들어 보고 싶은데… 뭐, 내가 레몬 엔터에 들어가면 우주선의 곡을 받고 그럴 수 있는 건가?”

“…….”

“아니면 주선우 실장이 날 보좌한다든가.”

다리를 꼰 상태로 거만하게 아시아 최고의 스타라고 자부하는 누군가의 모습에 내가 생긋 웃었다.

“다시 내놔. 명함.”

“절대 안 돼. 이거 한태한테 보여 주면서 농락해야 된단 말이야. 나 선우주한테 명함 받은 사람이다. 이 제안을 깔까 말까 고민 중이다.”

“얼른 안 내놔?”

“으아아악! 여기 사람 잡는다! 경호원!”

최고의 아시아 스타 장한별.

영입 완료…는 아니고 격하게 진행 중.

*   *   *

한별이는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다면서 명함을 가지고 떠났다.

하지만 1년 정도는 푹 쉬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나도 동의하기도 했고.

‘TNT 활동 멈춘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형네 회사 가고 그러면 상황이 복잡하게 꼬여. TJ에서 의리 없는 이미지로 언플하면 골 아프고.’

맞는 말이었다.

언젠가 시간 되면 또 한 번 이야기 나누기로 하고는 헤어졌다.

그렇게 오랜 친구와의 만남을 마무리한 후.

“성년의 날 축하합니다~ 성년의 날 축하합니다~!”

“사엥하는 왕지호! 성년의 날 축하합니다~!”

“사랑한다는 거 얼버무리지 마여!”

막내의 외침을 무시하면서 케이크에 붙인 불을 후- 불고 와아아아아! 했다.

“파티!”

“파티 투나잇!”

“우리 막내가 뜨디어! 썽년이다! 썽년!”

5월 15일.

스승의 날이자 성년의 날.

드디어 완벽하게 어른이 된 막내를 축하하면서 열심히 케이크를 먹었다. 기념으로 시카고 피자도 저녁 식사로 먹고.

“어우 짜.”

“어으으…….”

“미국인들은 WHO가 뭐라고 안 한대? 이렇게 소금 먹으면 산 채로 김치가 될 것 같은데.”

겁나 짰다.

미국에 와서 먹은 음식들이 대체로 그랬지만 우리가 먹은 집이 유독 겁나 짰다.

처음에는 외국인이라고 주방장이 흥헿헿 하면서 소금을 팍팍 뿌리나 했는데, 그냥 전체적으로 짜다.

“엘렐렐레레…….”

피자를 먹고는 혀를 엘렐렐레 하며 소금기를 날렸다.

물이랑 콜라만 엄청 마셔댄 것 같다.

“우리 막내, 성인이 된 것 축하한다.”

“에헤헤헤!”

“이젠 어른스럽게 웃어야지.”

“허허허허.”

고깔모자를 쓰고 근엄하게 웃던 막내가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

“저 진짜 다른 소원은 없고요. 형들이랑 이렇게 평생 같이 돌아다니면서 막내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와아아아아!”

“예전에는 막내 너무 싫어! 이랬는데 어른이 되어 보니까 알 것 같아요. 이 막내란 자리는 귀여움만 받고 책임이 없는 자리야! 우리 아빠가 말한 회장님 자리가 바로 막내 자리였어요!”

“……그렇구나.”

음.

회장님과 막내의 공통점: 귀여움만 받고 책임은 없다, 이거인가.

아버님이 또 좋은 것을 알려 주셨군요…….

지호네 아버님의 주옥 같은 명언을 되새기면서 미소를 지었다.

뉴블랙의 미래가 몹시도 밝다. 밝아.

마치 버섯구름과 함께 환한 빛이 우리를 감싸는 그런 느낌이었다.

“음?”

스승의 날을 맞이해서 여기저기 톡을 돌렸는데 거기에 대한 답장과 함께 다른 사람들이 보낸 톡이 도착해 있었다.

한 모 씨로부터 온 메시지였다.

밉상 [나도 줘]

밉상 [대표님 명함]

나 [퉤]

밉상 [너무하네]

TJ 엔터와 혈연관계로 얽힌 이와 배우 기획사로 넘어간 우리 석지훈 씨도 메시지를 보냈다.

지훈이 [명함 받았다고 장한별이 자랑하더라]

지훈이 [형네 회사 그렇게 쉬운 회사였어?]

나 [응]

지훈이 [까비]

지훈이 [어려운줄 알고 안 감]

와서 식구라면서 젠채 했을 모습을 떠올리니 다행인 것 같다.

한빈이만 유일하게 그런 톡이 없었는데, 역시 이 TNT 동생 패거리 중에서는 그나마….

딩동!

“에라이.”

한빈이에게 온 톡을 무시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대표님이나 이사님에게 온 톡이 있나 확인을 했는데, 우리가 보낸 선물에 대해 고맙다는 인사 정도만 있었다.

민머리 위에 뿔처럼 고깔모자를 쓴 대표님이 케이크를 자르면서 꺼흐흑 하는 영상을 지켜보았다.

한별이랑 연락이 언제 될지는 모르겠지만 알게 된다면 굉장히 좋아하실 것 같다.

국내에서는 그리 입지가 크지 않은 편이긴 했지만, 일단 음악적으로 재능이 뛰어난 친구 중 하나였으니까.

“이제 잘 갈아 버리면… 흐흐흐…….”

“누구 얘기예요? 나상윤 피디님?”

리혁이의 물음에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중현이가 건네주는 케이크를 한 조각 먹고 있을 때, 비주가 핸드폰을 바라보며 물었다.

“형.”

“응?”

“그런데 틴스피릿이요. 자꾸 자기네한테 케이크 안 보냈냐고 물어봐요.”

“왜?”

스승의 날을 기념해서 도움을 준 많은 사람들에게 케이크를 보내는 김에 친구나 지인들에게도 케이크를 보냈다.

틴스피릿에게도 당연히 보내긴 했다.

그런데… 케이크를 받기도 전에 어떻게 케이크가 온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궁금하다.

우리가 미리 말도 안 해 줬는데.

“뭐지…?”

*   *   *

스승의 날.

제자가 선생님에게 땡큐 베리머치를 연호하는 날.

각종 포털이 선생님 캐리커쳐나 카네이션을 메인 아이콘으로 띄우는 가운데 온라인은 다른 소식으로 들썩였다.

-뉴블랙, ‘스승의 날’ 기념해 300명에게 케이크 돌렸다.. “이것이 국민 아이돌”

-하승주, 뉴블랙에게 온 케이크 자랑.. “내가 바로 초창기 노비다”

-스트릿 보이즈, SNS에 감사 인사 ‘9등분 케이크.. 먹는 게 아니라 종이를 핥는 느낌이었습니다’

연예인들이 앞다투어 ‘뉴블랙 케이크’를 받았다는 인증을 하면서 네티즌들이 관심을 보였다.

‘어느 업체지?! 내가 선점한다!’

곧바로 어느 업체에서 시킨 것인지 알아낸 네티즌들 때문에 해당 베이커리의 전화기에서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거의 크리스마스까지 예약이 꽉 찰 기세.

뉴블랙이 고른 케이크답게 맛있고 토실토실하다는 평에 한국인들이 먹부림을 부리는 가운데.

-아 이거 눈치게임 같다ㅋㅋㅋㅋㅋㅋㅋ

-뉴블랙의 지인들은 지금 300명 안에 들었냐 안들었냐로 초조해하고 있을 거시야

-당신은 뉴블랙과 친구인가요? Yes. 케이크를 받으셨나요? Umm 이러면 친구 아닌 거

-지인과 친구가 갈리는 타이밍이군

-뉴블랙 친구 중에 케이크 안 받은 친구 없지..?

네티즌들이 키득거리면서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웃지 못한 채 이를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다.

“아, 쓰벌…….”

거실에서 빙 둘러앉은 6인조의 얼굴에 초조함이 깃들었다.

“왜 안 오냐. 우리는.”

“택배가 늦어지는 거 아니야?”

“아씨, 우리한테는 안 보낸 거 아니야?”

“아닌데. 그럴 리가 없어. 우리 이웃집인데… 행님들이 우리를 버릴 리가 없다.”

당연히 보냈을 테지만 지은 죄(?)가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초동 99만 9,999장.

부정적인 분위기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연후가 나섰다.

“안 되겠다. 손 뻗어라. 새끼들아. 기도메타로 간다. 자. 기도하자.”

“고멘.”

“고멘 누구냐? 뒤질래?”

손을 맞잡은 채 눈을 감은 미소년들.

‘울려라! 초인종!’

그와 함께 성스러운 시발이 장엄하게 울려 퍼지는….

윗집 사람들이 본다면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만한 광경이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