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45)화 (645/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45화

레드 카펫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없었다.

다가와서 마이크를 내미는 사람이 있으면 인터뷰에 응하고, 사진 찍자는 사람이 있으면 같이 찍어 주고.

“와아아아아아아—!”

그 사이사이 수플레들의 함성이 MGM 호텔 근방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었다.

마이크를 든 인터뷰어들이 다가올 때마다 멀찍이서 비명을 지르는데, 마치 ‘방송국들아! 지켜보고 있으니까 잘해라’ 하는 소리처럼 들렸다.

물론 그에 대한 반발심리 때문인지 우리를 안 좋게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는 듯했다.

‘뭔데 인기가 많냐?’

입으로는 웃고 있는데 눈으로는 네가 뭔데, 하는 듯한 시선으로 언짢게 바라보는 시선도 드문드문 보인다.

지금 눈앞에 있는 인터뷰어도 그중 하나인 듯했다.

「저는 Somos의 리에나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리에나 씨.」

「우선 인기가 어마어마하네요!」

온라인 매체의 리포터가 금발을 넘기며 웃었다.

「팬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것 같은데, 저는 뉴블랙이라는 이름을 잘 들어 보지 못한 것 같거든요. 어떻게 어디서 인기를 얻으신 건가요? 이 인기가 어디서 오게 된 걸까요?」

너무 막연한 질문이라 역질문으로 넘겼다.

「저희도 너무 궁금해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그럼 본인들도 왜 인기가 있는지 잘 모른다는 건가요?」

웃으며 대꾸했다.

「저희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은 알죠. 하지만 그분들이 저희를 어떤 이유로 좋아해 주시는지는 저마다 이유가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그걸 딱 잘라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하기가 힘드네요.」

현지 미디어를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하는지 미국 측 에이전시로부터 미리 설명을 듣긴 했다.

딱히 우리가 겸손하게 나간다고 해서 ‘와우! 겸손하구나!’ 라고 대접해 주지 않는다고. 그냥 할 말 있으면 무례하지 않는 선에서 당당하게 말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렇군요.」

리에나가 웃으며 물었다.

「그래도 본인들의 매력 포인트를 꼽는다면요? 설마 한 가지도 없진 않겠죠?」

「음.」

내가 답변을 고민하고 있을 때, 막내가 방긋 웃으며 답했다.

「아무래도 무대가 아닐까요?」

「무대요?」

「네. 저희 무대 잘하거든요.」

「그렇군요. 그런데 제가 여러분의 무대를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다른 포인트는 없나요?」

뭐지.

기싸움이라도 하자는 건가.

아니, 그것보다는 살살 긁어서 반응을 유도하겠다는 느낌에 가까워 보였다. 사람 열 받게 해서 발끈하는 반응 건지면 그걸로 조회수 장사하는 온라인 매체 같은 느낌이다.

원하는 걸 건질 때까지 끈덕지게 들러붙을 느낌이라 근처에서 뒷짐을 지고 있는 민기 형에게 눈짓했다.

곧바로 우리 통역사가 말했다.

「질문은 여기까지 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인터뷰 일정도 많아서요.」

「아직 질문이 좀 남았는데…….」

「아쉽네요.」

우리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질문이 남았다는 듯 따라붙으려는 리포터가 비죽 웃더니 카메라를 향해 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와우! 정말 빠르게 도망치네요!’ 같은 웃음기 섞인 멘트였다.

“후우.”

막내가 나한테 붙어서 속삭였다.

“저 방금 좀 욱할 뻔했어요. 형.”

“욱하면 안 돼. 우리는 욱하는 게 지는 거야.”

우리는 보이는 게 전부인 직업이다.

그러하기에 보여지지 않는 모습은 보여지지 않는다.

쉽게 말해서 우리끼리 숙소에 있을 때 말싸움을 하거나 투닥거려도 나중에 ‘원래 안 그러는 애인데, 쟤가 그때 좀 화가 나서 그랬나 보다’ 이해하고 끝이 나는 문제인데, 카메라 앞에서는 그런 게 통하지 않는다.

순간적인 감정 변화로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면 원래 그런 인간이 되는 거다.

“오늘은 표정 관리 빡세게 합시다.”

“네에.”

조금 어처구니없었던 인터뷰 이후로 다른 매체들과도 몇 가지 인터뷰를 진행했다.

팬들의 열기 덕분인지 대체로 ‘너희 인기 대박! 누구니?’, ‘키즈 초이스 이후로 팬이 또 늘었구나!’ 하면서 호의적인 분위기로 진행됐다. 걱정했던 사태는 더 이상 없었다.

그렇게 인터뷰 일정을 마치고 경호원의 안내를 따라 식장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오늘 머리 멋지네요. 맨디. 무려 3개의 부문에 노미네이트가 되었다죠? 수상 가능성도 높다고 알려졌는데… 미리부터 축하드린다고 해야겠네요. 한 손엔 트로피, 한 손엔 남자.」

아까 우리를 인터뷰한 리포터가 인기가수 맨디 스파이스를 인터뷰하고 있었다.

표정이 굳을 대로 굳은 가수에게 리포터가 활짝 웃으며 묻는다.

「오늘밤에는 어떤 남자가 당신의 집에 가는 영광을 누리게 될까요?」

격한 소란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거지?”

“방금… 들었어요?”

우리가 입을 떡하니 벌리고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는 동안 미국 현지에서 붙은 코디네이터가 웃으며 말했다.

「할리우드에 오신 걸 환영해요.」

*   *   *

우리를 안내해 주는 경호원을 따라서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로 입장했다.

“와아아아아아아!”

여기도 은신 수플레들이 많은 모양이다.

멀찍이 객석에서 핸드폰 카메라와 ‘뉴블랙♡’ 같은 플래카드를 든 수플레들이 환호하며 우리를 반겨 주었다.

꼭 오늘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듯한 환호성이라 민망하다.

그 덕분인지 아무나 앉지 못하는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뭐가 이리 오래 걸렸어?」

우리 옆자리에 앉은 헤일리가 뚱한 표정으로 묻는다.

자리에 앉으며 답했다.

「리포터들이랑 인터뷰 하느라고 시간이 좀 걸렸어요. Somos라는 매체 알아요? 거기랑 시간 오래 걸렸는데.」

「리에나?」

「네.」

헤일리가 ‘That bitch’ 하면서 중얼거리는데 우리만 당한 게 아닌 모양이다.

솔직히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린다.

리혁이가 속삭이듯이 말했다.

“나 아까 들었던 질문이 잊히지가 않아요. 여기 매체들 악랄하다고 말로만 들었지.”

“으으으.”

몸을 부르르 떠는 동안 ‘Billboard’ 라는 로고가 붙은 티를 입은 스탭들이 간식거리가 담긴 상자를 건네줬다.

할머니가 백화점에서 받아오는 그런 VIP 간식들 같다.

이건 한국 돌아가면 할머니한테 보내 줘야지.

“오.”

비주도 마찬가지인지 안을 들여다본 후에 다시 상자를 닫으며 말했다.

“신기하다. 어워드에서 간식도 주나 봐요.”

“그러니까… 오, 이거 맛있게 생기긴 했네.”

중현이는 이미 과자를 입에 털어 넣고 있다.

말을 들어 보니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실타래나 골무 담아 두는 그 과자통의 과자랑 맛이 비슷하다나.

막내랑 리혁이도 벌써부터 과자를 깨작대는데, 헤일리가 우리에게 말했다.

「그거 아껴 먹는 게 좋을 텐데.」

「왜요?」

「좀 있으면 안다.」

마치 뉴비를 바라보는 고인물 같은 표정이다.

그러고 보니 헤일리 옆에 앉아 있는 크리스 카일과 써머도 스낵 박스에 손을 안 대고 있다.

이따 되면 이유를 알게 되겠지.

그동안 모르는 연예인들이 와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청했다. 계속해서 우리에게 환호하는 팬들 때문인 것 같다.

「고마워요. 한 장 더 같이 가능할까요?」

「그럼요.」

친절하게 웃으며 유명 시트콤 배우와도 브이를 하고 찍고, 유명하다는 모델 사업가와도 사진을 찍었다.

근처에 앉은 무수히 많은,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까지.

그렇게 사진을 찍은 후에는 우리끼리 옹기종기 모여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으으…….”

괜히 떨리고 심장이 콩닥거리고 그런다.

지하철 맞은편에 외국인만 있어도 눈에 뜨이는 세상에서 살다 와서 그런지, 주변 어워드 자리에 바글바글한 미국 사람들이 아직도 어색하다.

특히나 우리 파워 내향인 서모 씨는 미국 사람들이 말을 걸까 봐 조마조마해하는 눈치였다.

“리혁아.”

“네?”

“너무 걱정하지 마.”

“뭐가요. 또.”

“그렇게 못된 표정으로 앉아 있는데 누가 너한테 말을 걸겠니.”

말을 안 걸 거라는 말에 좋아하던 리혁이가 ‘어?’ 하면서 고개를 갸웃한다.

메인 보컬이 이내 부들부들하는 동안, 고개를 돌려 뒷자리에 앉아 있는 민기 형에게 말했다.

“형도 긴장되죠?”

“응. 오늘 어워드에 참석한 건 너희인데 왜 내가 떨리냐.”

매니저 1명 동석 가능하다는 말에 원석이 형과 영혼의 가위바위보 한 판을 펼쳤던 민기 형이지만, 막상 이 자리에 같이 앉아 있으려니 오죽 떨리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내가 웃으며 주먹을 쥐어 보였다.

“화이팅.”

“화이팅.”

그런데 멀찍이 객석에 있던 수플레들이 ‘화이팅!’ 하면서 같이 외치기 시작했다.

MGM 아레나를 가득 채우는 한국식 화이팅의 물결.

매니저 형과 동생들, 다 같이 눈을 마주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 팬들이 외치는 화이팅이 뭐냐고 묻는 주변 사람들에게 굿럭 같은 거라고 말해 주었다.

“오. 시작한다.”

조명들이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장내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괜히 콩닥거리는 심장.

화면으로 이곳 MGM 호텔의 야경이 비춰지는 VCR이 흘러나오면서 장내의 환호성이 커져 갔다.

마침내 2017 빌보드 뮤직 어워드가 막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   *   *

같은 시각.

다른 채널을 돌아다니고 있던 사람들이 마침내 PBS2 채널로 복귀했다.

“어휴.”

식당에 있던 사람들이 투덜거렸다.

“광고도 드럽게 기네.”

“내가 진짜 이거 하나 보자고…….”

“광고가 뭐 이렇게 많대?”

40개나 붙은 광고에 분노하고 있는 한국 사람들이었다.

그런 이들의 앞에 [독점 생중계]라는 자막과 함께 빌보드 어워드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실시간 통역사가 자막을 달고 있는 어워드.

“저기 그 유명 카지노 아녀.”

“맞네.”

초록색 호텔의 야경이 웅장하게 흘러나오더니 성우의 유쾌한 내레이션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It’s the 2017 Billboard Music Awards-!]

이어서 가수 라인업이 주르륵 흘러나온다.

[로건 스미스!]

[헤일리 블루!]

[콜드 브라운!]

[DJ 매직!]

[맨디 스파이스!]

유명 가수들의 소개가 이어질 때마다 작은 환호들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그리고… 뉴블랙!]

뉴블랙의 Coin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이 컬러풀하게 흘러나오면서 어마어마한 환호성이 들린다.

‘적응 안 되네.’

보통 저기 라인업에 끼어 있다는 사실로 ‘캬! 이제 미국도 가는구만!’ 하며 한국인들끼리 기뻐하고 그래야 되는데.

너무 좋아하니까 도리어 머쓱하다.

“우리 조카가 미국에서 지금 대학교 다니는데, 한국이라고 하면 뉴블랙 아냐고 미국 애들이 그런다더라.”

“어머머.”

“나도 저번에 호주 여행 갔을 때, 시드니 가게에서 뉴블랙 아냐고 하는 애들 만난 거 아냐.”

“동남아 쪽은 말도 마. 내가 가이드한테 듣기도 했고… 태국 가니까 뉴블랙 애들이 전광판에서 춤추고 있더만. 근데 그게 뉴블랙이 아니고 닮은 꼴로 만든 광고래.”

저마다 곳곳에서 겪었던 뉴블랙의 인기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왜 스스로가 괜히 뿌듯하고 자부심을 느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그런 느낌이었다.

그동안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는 첫 무대가 시작됐다.

[이 세대 최고의 목소리로 평가 받고 있는 맨디 스파이스! 그녀의 무대가 마침내 시작됩니다!]

세계 최강 가수를 소개하는 듯한 웅장한 내레이션이 끝나고, 호박 마차 위에 앉아 있는 가수의 모습이 비춰진다.

드레스를 입은 채 손으로 다리를 쓸어내리며 노래를 부르는 가수.

-네. 10대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죠. 뉴블랙 이전에 맨디 스파이스가 있다, 그런 평을 받는 가수입니다.

-10대인가요?

-아뇨. 20대입니다. 스크립트에 쓰여 있습니다, 해설위원님….

-강렬한 보컬 퍼포먼스로 유명한 가수죠. 키즈 TV 프로그램에서부터 10대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가사로 인기를 끌었는데요.

무대만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거슬리는 내레이션이라 SNS 등에는 ‘멘트 좀 제발 그만ㅠ’ 하는 글들이 올라오는 한편.

미국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그렇구만 하고 듣고 있었다.

호박 마차 위에서 내려와 댄서들이 태워 주는 가마에 올라탄 가수가 파워풀한 보컬을 지르면서 작은 환호성이 나온다.

그리고.

-말씀드린 순간 우리 뉴블랙이 나오네요!

뉴블랙이 어깨춤을 들썩이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장면이 잡히면서 현장의 환호성이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그 때문일까.

-맨디 스파이스가 미소를 짓네요.

자신에 대한 환호로 오해한 가수가 활짝 웃으며 더욱 고음을 높여가는 모습에 한국인들은 왠지 모를 민망함을 느꼈다.

그러면서 은근히 미소가 나왔다.

“아유. 참….”

“뉴블랙이 뭐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저렇게 인기가 많은 걸 어떡하겠어~?”

“그렇지~”

괜히 코도 한 번 슥 문질러 주고, 어깨도 으쓱이면서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는 한국인들이었다.

*   *   *

난생처음 직관하는 빌보드 뮤직 어워드를 보면서 떠올린 감상은 바로…….

“디너쇼 같다.”

“되게 디너쇼 같네요.”

세련되게 미국 스타일로 만든 디너쇼 같은 느낌이다.

정장 입고 박수 치고 ‘크흐흡! 제게 이런 큰 상을…!’ 하는 분위기보다는 어워드 자체가 하나의 쇼 같았다.

그래서 쇼를 주최하는 호스트(host)가 있었다.

-오늘의 호스트! DJ 매직과 크리스티나 플럼을 반겨 주시기 바랍니다!

주최자로 선발된 래퍼와 유명 모델이 등장해서 유쾌한 농담을 선보였다.

정치에 관한 농담도 섞여 있어서 그런지 작은 웃음이 흘러나오는데, 솔직히 알아듣기 힘들었다.

-오늘 진짜 끝내주는 가수들이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헤일리 블루! 로건 스미스!

“와아아아아아!”

-빅 모건!

-그리고… 뉴블랙!

하나씩 소개하면서 우리 이름이 호명되었을 때, 큰 함성이 나오면서 호스트가 눈썹을 치켜떴다.

그들이 익살맞은 표정으로 엄지를 든다.

-키즈 초이스에서 그렇게 슬라임을 피한 사람들이라면, 이 정도로 환호를 받을 만하죠.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 온 걸 환영합니다.

우리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이 흘러나오면서 다시금 환호성이 터졌다.

그런 호스트의 오프닝 멘트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시상자들이 나오면서 어워드가 시작됐다.

그리고.

“이래서 헤일리가 간식을 아껴 두라고 한 거구나.”

“아껴둘걸.”

우리 팀 바보들이 배를 문지르며 아쉬워했다.

처음에 어워드에서 왜 간식을 주나 했는데, 이게 우리나라와는 어워드 시스템이 달랐다.

한국은 1부 끝나고 쉬었다 2부인데.

여기는 무슨 중간 광고가 무대 하나마다 달려 있다. 무대 하나 끝나서 이제 다음 순서인가 하면 갑자기 광고 타임이라 쉬어 갔다.

[여러분의 꿈이 이루어지는 카지노! 이곳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카지노를 비롯한 스폰서들도 틈만 나오면 다시 언급되고.

심지어 콜라보 무대 중에 하나는 ‘기업에서 스폰서해 주는 무대라능!’ 하면서 음료수 회사 로고가 그려진 무대 위에서 콜라보가 이뤄졌다.

이게 상업주의의 끝판왕이구나 하는 느낌.

“와…….”

그런 식으로 시상자들이 나오고 상을 주고, 무대 한 번씩 하고 광고하는 식으로 어워드가 진행된다.

보니까 프레젠터(presenter)라고 하는 사람들도 따로 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유명 배우들이나 셀럽들이 나와서 ‘다음 무대는 바로 이 쩌는 가수들입니다!’ 하면서 무대를 소개해 주는 역할이었다.

-다음 무대는 바로 재능 넘치는, 우리 시대 퍼포먼스 아이콘의 무대입니다.

소개가 있을 때마다 이 시대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거나 그랬다. 유명한 사람들은 레전드다! 전설이다! 그러고.

지금 무대에 올라와 있는 헤일리의 남편, 크리스 카일이 보타이를 정돈하며 미소를 지었다.

-신사숙녀 여러분. 에일로의 무대입니다.

호주의 유명 싱어송라이터 에일로였다.

쇼킹한 퍼포먼스로 유명하기도 하고, 미국에서 인기가 많아 호주의 국민 가수 같은 인기라나.

특유의 고음으로도 유명했다.

나와 중현이가 호주에서 버스킹을 하면서 불렀던 노래가 바로 이 사람의 곡이었다.

이집트 분위기의 무대 세트가 나오면서, 피라미드 꼭대기 위에 황금빛으로 몸을 칠한 댄서들이 야릇하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오오…….”

황금빛 조명이 내리쬐면서 그 속에서 파라오처럼 분장한 에일로가 스르륵 일어났다.

황금 갑옷을 입고 노래를 부르는 가수.

파워풀한 퍼포먼스에 우리가 손뼉을 치면서 감탄하고 있을 때였다.

댄스 브레이크 파트에서 댄서들이 얄리얄리 얄라셩 하듯이 웨이브를 타는 동안 백발의 머리카락을 흩날리던 에일로가 무대 중앙의 리프트를 타고 올라왔다.

그리고….

불꽃이 치솟았다.

“…….”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가수가 착용하고 있는 갑옷의 가슴과 배꼽에서 로켓이 발사됐다.

피융- 하고 미니 로켓이 튀어 오르더니 펑! 하고 색색의 폭죽이 터진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막내가 두 눈을 비볐다.

순간적으로 멍한 표정을 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화면에 잡히면서 객석에서 작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게 미국인가?

이게… 자유의 나라인가?

진짜 내가 뭘 보고 있는 건지, 기절할 것 같은 퍼포먼스에 정신이 어질어질했다.

‘이게 미국…?’

세계테마기행에서 청교도들이 세운 나라라고 그랬는데 순 뻥인 게 분명했다.

당신은 내게 거짓말을 했어요. 교육방송.

“……진짜 뭐지.”

“내가 헛것을 봤나.”

“미국 사람들한테는 이게 평균인 건가 봐요.”

그런 표정으로 주변을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에 미국 사람들이 다급하게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이… 이건 우리도 일반적인 게 아니에요.」

「…….」

「진짜로.」

「…….」

「아니, 진짜라니까.」

불신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우리에게 미국인들이 정말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그동안 벨리댄스가 섞인 국적 불문의 춤을 선보이던 가수가 내려가면서 환호성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우리도 스탭들의 부름을 받았다.

「이제 무대 준비하러 갈 시간입니다.」

어느덧 어워드 중반.

저기서 광고 타임이 지나고 몇몇 부문의 시상을 마친 후에 우리와 헤일리의 합동 무대가 이어질 예정이었다.

멍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헤일리에게 물었다.

「헤일리.」

「응?」

「우리 어떡하죠?」

비주가 벌건 얼굴로 멀찍이 무대에서 내려가는 가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로켓의 임팩트를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요?」

「후우….」

헤일리의 눈에 미소가 깃들었다.

「……조땠군.」

헤일리와 우리가 하하하 웃었다.

“…….”

“…….”

아니 근데….

저걸 진짜 어떻게 이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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