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49)화 (649/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49화

그렇게 뉴블랙의 희생양이 하나 더 늘어나 ‘나는 로니 루카스다!’ 하면서 당당하게 외치고 다닐 때.

빌보드 어워드가 끝난 직후, 온라인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어워드를 시청하지 않은 미국인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또 뭐가 일어난 거지?’

세계 최대의 검색 사이트에서 최소 700만 회 이상 검색된 ‘The New Black.’

그들에 대한 이야기가 소셜 미디어를 타고 회자되면서 뒤늦게 합류한 사람들도 이슈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우선 빌보드의 미튜브 공식 계정에 올라온 무대 영상.

[Haley Blue & The New Black - Blue Moon]

벌써부터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자랑하고 있었다.

-뉴블랙은 이것보다 상을 더 많이 받아야 했어

-bbmas를 라이브로 보고 있다가 바로 검색하게 됐음. 금발의 이름을 알려 주면 몹시 감사

-무대에서의 열정에 진짜 감탄했어

-01:40 솔직히 다들 이 부분 보러 왔다는 거 다 안다

-솔직히 키즈 초이스에서 환호하고 난리났을 때만 해도 이게 뭔가 싶었거든. 그런데 어제 무대를 보고 완벽하게 납득했다. 오히려 아직 저 정도밖에 팬이 없는 게 이상했어

-그런데 왜 자기네 팬들을 수플레라고 하는 거야? 팬들을 음식으로 부르는 이유를 모르겠네

-그에 대해선 long story가 있어. 영어로 설명하는 영상 링크를 줄게.

최근의 싱어송라이터들이 지배하고 있던 무대와는 궤를 달리하는 색다른 퍼포먼스였다.

찬란한 조명 아래 칼군무를 펼치는 5인조 보이밴드.

미국인들이 신기해하며 댓글을 다는 모습에 수플레들이 신이 나서 영업을 이어 갔다.

‘아 미튜브 한 입만 잡솨봐! 한 입 먹으면 너는 이제 단골이 되는 겨!’

‘이게 뉴블랙이 말하는 Water 들어올 때 No 젓기구나. 열심히 No를 저어서 최애를 영업한다!’

‘반응 후끈하다. 후끈해!’

그럴 수밖에 없었다.

키즈 초이스에서 슬라임 닌자로 화제가 되긴 했지만 뉴블랙에 대해 은근히 반감을 가진 사람들도 꽤 많았기 때문이었다.

‘뭣 때문에 저렇게 인기야? 어이없네.’

무대 영상이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오’ 납득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굳이 동영상을 검색하지 않은 사람도 많았다.

그런 이들의 앞에서 실력으로 증명하니, 반감이 호감으로 변한 느낌이라고 할까.

특히나 무대는 물론이고 뉴블랙의 귀여운 모습들도 영업에 큰 도움이 되었다.

[에일로를 바라보는 뉴블랙의 리액션]

가슴 로켓 퍼포먼스에 입을 떡하니 벌리는 뉴블랙의 영상도 SNS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실시간으로 같이 무대 보고 있던 우리 부모님 반응이 똑같았음 LOL

-저 친구들이 미국에 대해 이상한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저건 우리에게도 아직 좀 이르다고

-에일로는 호주 사람이야 아무튼 미국 사람 아님

-세상 무시무시한 건 다 영국이나 호주가 발명하지. 미국은 아무 상관 없다고

-에일로의 무대를 바라보는 내 표정과 완벽하게 똑같군

-가슴에서 미사일이 발사됐을 때,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어워드를 보던 우리 집엔 적막이 흘렀어

그와 함께 겸손한 수상소감도 미국인들에게 호감을 주었다.

저 정도 팬덤이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우쭐해도 될 텐데, 세상 겸손한 표정으로 남들을 더 높여 주는 한국의 보이밴드였다.

무대 잘하고.

잘생겼는데 귀엽고.

세상 참 바르게 살 것 같고.

대다수 일반인들에게는 그동안 소문이나 이야기로만 들었던 뉴블랙의 무대를 처음 접하는 순간이었다.

“오, 얘네가 지금 세계적으로 잘나가는 보이밴드라는 거지?”

“응, 엄마.”

“참 바르게 생겼네.”

나이대가 어느 정도 있는 시청자들에게도 반응이 좋았다.

한국에서도 어르신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뉴블랙인 만큼, 세계 어느 나라든 나이 있는 연령대가 보는 눈은 비슷했다.

‘노래는 못 들어 봐서 모르겠는데… 느낌이 좋네.’

중독자 특유의 퀭한 눈망울도 아니고 눈이 초롱초롱하고.

10대 가수들 특유의 성공하고 나서 온몸을 문신으로 뒤덮는 모습도 없이 멀끔하게 잘생겼다.

보고 있으면 왠지 귀엽게 느껴지는 10대들에 보수적인 어른들의 눈도 흐뭇해졌다.

물론, 어른들에게만 좋게 보이는 건 아니었다.

그 아래 연령대의 반응은 지금 더할 나위 없이 끓어오르고 있었으니까.

‘뭐지?’

소셜 미디어에 접속한 미국의 일반인들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실시간 트렌드는 물론이고 피드에 온통 ‘The New Black’이라는 이들의 물결로 뒤덮여 있었다.

@Einstein_onestone

BBMAs에서 핫하다고 하는 뉴블랙의 무대를 봤는데 진짜 끝내준다.

@Sarah_Paul

(중앙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우주의 사진)

솔직히 갑자기 댄스 브레이크 구간으로 변하는 그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 모자 쓴 금발 멤버,

난 얘가 제일 좋았어.

SNS에서 영업을 하려는 수플레들과 일반인들이 뒤섞여서 활활 타오르는 가운데.

빌보드 뮤직 어워드의 주최 측은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미친.”

“이게 말이 되나?”

“아니…….”

그들이 이렇게 놀라는 것은 시청률 때문이었다.

시청률 자체는 작년도와 비교해서 큰 차이가 없었다. 100만 명 안쪽으로 조금 상승한 정도였다.

그런데 18-49 rating이 남다르다.

“이런 수치를 최근에 본 적이 없는데…….”

작년도에 비해서 18-49 시청률의 숫자가 거의 두 배 가까이 상승해 있었다.

18-49.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시청률로 따지는 지표였다. 말 그대로 18세에서 49세까지의 시청자가 얼마나 보았는지 체크하는 지표.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들 연령대가 가장 강력한 구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 광고 타임에 광고를 보고 나서 뭔가 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들.

그러하기에 광고 단가를 결정하는데 강력한 영향력을 미쳤다.

“이 정도면 내년에는 광고료를 두 배 가까이 받을 수 있겠는데…?”

“계산 한 번 돌려 봐. 이게 돈이 얼마나 될지.”

“……어마어마한데요.”

주최 측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얘네 내년에도 출연하려나?’

이 인기를 이어 가서 내년에도 출연한다는 가정 하에 광고비를 계산하면 압도적인 이윤이 남는다.

그런 계산을 하던 주최 측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 대접 좀 해 줘서 다행이다.’

사실 블루문의 콜라보 가수로 참석하긴 했지만, 본래 뉴블랙은 맨 앞자리에 앉는다거나 융숭한 대접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키즈 초이스에서 새어 나온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바꿨다.

돈이 된다는 이야기에 좋은 대접을 해 주었는데… 끝나고 시청률을 보니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도 어워드와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진 게 없는 라인업.

여기에 뉴블랙이 딱 하나 추가되었을 뿐인데 돈줄이 되는 18-49가 두 배 가까이 폭증했다.

그걸 시작으로 미국 연예계를 지배하는 거대 자본과 주류 미디어들 사이에서 소통이 오가기 시작했다.

복잡한 외교적 수사가 오가긴 했지만 쉽게 말해 이런 분위기였다.

-님들! 님들!

-녜.

-뉴블랙 이번에 보심? 얘네 무대하는 것도 그렇고, 화제성 보니까 장사 오지게 잘 될 것 같은데요. 띄워 줄까요?

-노노. 저는 반대임. 다른 나라 노래 띄워 주기 우리 손으로 왜 함.

-이번에 블루문 보니까 우리랑 잘 지내보려고 하는 것 같던데?

-한 번 지켜봅시다. 그런데 일단 돈이 되는 것 같으니까 최대한 뽑아먹을 거는 뽑아먹고요.

이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본격적으로 띄워 줄지 말지를 저울질하는 미국의 거대 자본과 주류 미디어들이었다.

‘고민 좀 해 봐야지.’

자유와 기회의 땅으로 알려져 있는 미국이지만, 그것은 자신들이 주류로 다 해먹을 때의 이야기고.

자신들의 주류를 침범한다고 느낄 때는 누구보다 단합이 잘 되어서 함께 조지는 나라였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기도 했다.

예컨대 스페인의 가수가 한국에서 활동하면 예능 나와서 김치도 한 입 먹어 주고, 한국 핸드폰도 쓰고 그래야 되는데.

스페인어 곡을 부르면서 스페인 요리 잡솨! 하는데 수십만 명이 호응하고 거리로 나오면… 주류 문화계 입장에선 오묘할 수밖에.

솔직히 올해 1월달에 푸에르토리코 가수가 스페인어곡으로 빌보드 Hot 100 1위를 먹었을 때도 기분이 꽁기꽁기했던 미국의 주류 문화계였다.

그나마 미국 가수가 피처링을 해 줘서 괜찮게 봐 준 거지.

‘멤버 전원이 영어가 가능하다고 했던가?’

인터뷰를 하는 모습 등을 보면 이곳 연예계와 잘 지내고 싶다는 마인드가 느껴졌다.

그들이 계약한 레코드 회사가 미국의 초거대 레이블이기도 하고.

그렇게 거대 자본과 그들이 지배하는 주류 미디어는 한 발짝 물러선 채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래도 일단은 좀 띄워 줘 봐야지. 나중은 그다음에 생각하고.’

일단은 눈앞에 있는 달달한 돈을 챙기기로 결정한 이들이었다.

*   *   *

어워드 다음 날 아침이 되었을 때.

“얘들아! 이거 봐봐!”

호텔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우리에게 민기 형과 원석이 형이 들이닥쳐 태블릿 PC를 내밀었다.

눈을 끔뻑끔뻑 뜨고 있던 우리가 눈을 크게 떴다.

“허어!”

연예계 소식을 다루는 미국의 모든 사이트들이 우리 소식을 헤드라인으로 다루고 있었다.

“허어어…! 번역! 번역기야!”

“왜요…. 나 목 잠겼어.”

“번역 좀 해 줘!”

“그럼 왕지호 보고 꿀물 좀 타 오라고 해요.”

지호가 다급하게 물에다가 꿀을 뿌려서 가져다주었다.

영자 신문과 CNN 팟캐스트로 다져진 우리 메인 보컬의 독해력이 빛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어제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뉴블랙은 완벽하게 쇼를 훔쳤다.”

“훔쳐?”

“쇼의 가장 강렬한 임팩트를 가져갔다, 뭐 그런 거예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빌보드 홈페이지의 메인 기사였다.

[Behind 2017 Billboard Music Awards]

The New Black stole the show, definitely.

리혁이의 목소리가 기사들을 읽었다.

“특히나 올해의 Top 아티스트에 등극한 헤일리 블루는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서 7개의 상을 가져가는 영광을 누렸다. 맨디 스파이스는 특유의 놀라운 퍼포먼스로…….”

“스킵하고 우리! 우리 얘기요. 형!”

“…3시간 동안 이어진 어워드에서 딱 30초. 그들이 댄스 브레이크를 선보였던 30초는 이번 어워드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뭐… 대충 이런 이야기예요.”

그것을 비롯해 ‘K팝 인베이젼 시작되나?’ 하는 기사들이 많았다.

똑똑!

방에 들리는 노크에 매니저 형들이 나가니 룸서비스가 들어왔다.

우리가 시킨 아침 식사였다.

룸서비스를 맡은 호텔 직원이 우리를 보고 ‘오?’ 하더니 눈을 크게 떴다.

「어제 어워드의 스타 분들이시군요.」

넉살맞게 웃던 직원이 무대 잘 봤다고 하는 말에 살짝 얼떨떨한 기분을 느꼈다.

「어제 호텔 직원들끼리 바에 모여서 봤는데… 춤을 너무 잘 추시더라고요.」

「감사합니다.」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오렌지 주스를 포함해 미국 호텔의 아침 식사가 호화롭게 차려져 있었다.

매니저 형들과 함께 둘러앉아 주스와 빵, 소시지 등을 먹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민기 형이 말했다.

“어제 너희 무대 장난 아니었다니까. 팀장님이 끝나고 나서 여기 에이전트들이랑 명함 교환 엄청 했어.”

“아침에 커피 마시러 내려갔다 왔는데, 로비에서 너희 이야기하는 사람들 있더라.”

“한국에서도 기사 엄청 났던데. 봤어?”

“아뇨.”

주섬주섬 핸드폰을 켜서 한국 포털에 들어가 보니 우리 얼굴이 도배되어 있다.

-‘뉴블랙 출연’ 2017 빌보드 뮤직 어워드, 최고 시청률 34.1% 기록

-“탑 콜라보레이션 수상”.. 우주 발언 현지에서 화제 ‘김덕순이 누구야?’

-뉴블랙, 빌보드 뮤직 어워드 ‘탑 콜라보레이션상’ 수상

댓글창에서 자랑스럽다, 고생했다 하는 반응들을 보며 괜히 뭉클하다.

임팩트 있는 큰 무대를 오랜만에 했다 보니 인터넷 서치를 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오늘만큼은 악플이 별로 타격이 없….

“…….”

취소.

창을 다급하게 끄고 영어 쪽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여기는 악플 봐도 별다른 타격이 없어서.

한글로 맞는 게 제일 아프다.

“이거 봤어요? 우리 어제 무대 조금 논란 있었대요.”

“그래?”

“일부가 제기한 불만이라는데… 뭐 이런 얘기가 있대요.”

리혁이가 바라보는 화면 속 댓글들을 보며 눈을 깜빡였다.

“문화를 훔쳐 가…?”

어제 우리가 미국 가수들을 오마주했던 춤들이 흑인 가수들의 춤이라서 문제가 된 모양이다.

왜 한국인들이 흑인 문화의 춤을 따라서 추고, 그걸로 박수를 받냐며 불만을 품었다나.

비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추면 안 되는 거였어?”

“몰라요. 뭐. 그렇다고 하는데 별 이슈는 안 됐대요. 에일로가 이집트 컨셉을 해 버리는 바람에.”

우리 문화를 훔쳐 갔다! 하면서 화를 내는데, 그런 이들에게 수플레들이 에일로의 짤을 보여 줬다는 모양이다.

-있짜나, 있짜나. 그럼 에일로는 이집트 문화를 훔친 고야?

-그… 그건…!

-헛소리 할 거면 베개에다 속삭여라. 네놈들. 우리 애들 앞에 Jae 뿌리지 말고.

뭐, 요런 분위기였다는 듯했다.

리혁이가 말했다.

“솔직히 이런 문화 도용만 따지면 이 나라가 제일 심해요. 저번에 어떤 가수는 기모노랑 한복 섞어서 입고, 중국 전통춤 추고 그랬거든요. 어제 이집트 컨셉만 해도 다른 북아프리카 문화와 섞여 있기도 했고.”

그런 이유로 논란에 불을 붙이려고 했던 이들이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처치가 됐다는 모양이었다.

그 외에도 인종 차별적인 코멘트들도 있는 것 같은데, 애초에 그런 쪽은 눈도 돌리지 않았다.

아무튼 이렇게 미국인들이 왈가왈부한다는 것 자체가 좋은 일이었다.

“울 아빠가 그랬어요.”

오늘은 지호 아버님의 어떤 명언을 듣게 될까.

“찬반이 있어야 가장 장사하기가 좋다고. 치킨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치킨 팔고, 치킨 싫어하는 사람들한테는 ‘치킨이 싫어요’가 새겨진 티셔츠 팔면 된다고 그랬어요.”

맥락이 조금 다른 것 같지만 공감 가는 말이었다.

그러는 한편.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도 꽤 시끌벅적했다고 한다.

우리를 싫어하기로 유명한 이자식, 진짜 이름이 이자식인 대중문화 평론가가 있는데 이번에 SNS로 엄청 욕을 했다나.

‘몰상식한 한국 사람들~ 이게 집단 광기가 아니면 뭐냐. 아직까지도 이런 국가 중심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모습에 통탄을 금할 수가 없다. 이런 민도가 낮은 모습이 어쩌구저쩌구…….’

그래서 네티즌들이랑 설전이 붙었는데.

끝까지 안 지려고 나중에 가서는 ‘네. 대단한 가수 뉴블랙 참 자랑스럽게 보세요. 솔직히 미국 사회에서 아무리 떠도 아시안일 뿐인 걸요’ 하면서 조롱했던 걸로 지금 난리가 터졌다고 했다.

재미있다.

세상은 참 다이내믹해.

예전에는 이런 사람들이 ‘뉴블랙! 바보! 똥개!’ 이러면 울컥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난리 안 치면 불안하다.

악플도 아프지만, 그보다 아픈 게 무플이라는 것을 깨달아 가는 요즘이었다.

그런 식으로 눈팅을 하다 보니 재미있는 기사들도 눈에 뜨인다.

“오.”

중현이가 말했다.

“어제 무대를 철학적으로 분석한 글이 있대요.”

“그래?”

어떤 미국 네티즌의 해석을 번역했다는 건데 내용이 재미있었다.

식인종과 흡혈귀가 현대 자본가와 월스트리트를 상징한다나.

평소 ‘ㅈ 같은 월스트리트 놈들…’ 했던 헤일리의 발언 때문에 그런 해석이 나온 것 같다.

“그런데 아직 아무도 못 알아봤나 보네.”

“분장이 쎄서 그랬나 봐요.”

이쯤 되면 누가 ‘어! 어!’ 하고 예고편 북부 대공이 저기 무대 배우들 아니냐는 말이 나올 법도 했는데.

엑스트라처럼 어렴풋이 나오고 분장이 쎄서 그런지… 아직 아무도 못 알아본 것 같다.

알아보면 재미있고 그럴 텐데.

“으으으…….”

이번 주말에 방영이 될 <지금부터 우리는>의 뉴블랙 특집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살이 떨린다.

“몰라.”

“망하는 건 미래의 우리니까요.”

내 대사를 따라 해서 합창하는 동생들에게 하이파이브를 하며 꺄르륵 웃었다.

그렇게 아침 식사를 마무리한 후.

매니저들이 우리에게 들어오는 스케줄이나 일정 등을 관리하고 있을 때, 우리는 경호원들과 함께 라스베이거스 구경을 하기로 했다.

며칠 정도 쉬면서 여독을 푸는 시간.

“라스베이거스!”

“뉴블랙이 정복한다!”

“와아아아아!”

그중에서 첫 목적지는 바로 MGM 호텔의 카지노였다.

*   *   *

MGM 그랜드 호텔 카지노.

그 입구를 지키고 있는 보디가드 톰 워큰은 조금 당혹스러운 기분을 느꼈다.

“…….”

“…….”

빤히…….

굉장히 빤히 카지노 입구를 들여다보는 5인조 스타.

분명 어제 빌보드 뮤직 어워드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스타들의 모습에 신기한 것도 잠시.

그보다 체구가 두 배는 될 법한 경호원들을 거느린 스타들이 카지노 입구를 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의 출입 제한 연령은 21세.

저 중에서 나이가 안 되는 몇몇 스타들에게 ‘들어오실 수 없습니다’ 하며 막는 것이 그의 역할이었다.

그런데… 들어오지 않고 자꾸 입구만 빤히 들여다보는 게 꼭 미어캣들 같았다.

“저기.”

결국 어색함을 견디지 못한 톰 워큰이 보이밴드에게 말을 걸었다.

“안 들어오시나요…?”

“아.”

얼굴이 하얀 멤버가 훗 하며 웃었다.

“한국인에게는 속인주의 법이 적용되는데, 한국 법에서는 해외 합법 카지노 출입도 불법에 해당할 수 있거든요.”

“…….”

“후후후. 그래서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후후후 하며 웃으며 카지노 앞에서 계속 내부를 구경하는 뉴블랙.

보디가드가 미소를 지었다.

‘저럴 거면 그냥… 차라리 들어오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법을 준수하겠다고 입구만 뚫어져라 바라보는 모습에 그저 웃음이 흘러나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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