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50화
까치발을 들어서 고개를 쑤욱 내밀고, 안쪽에서 나오는 공기를 킁킁, 하면서 카지노를 간접 체험했다.
「저….」
우리 경호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게까지 궁금하면 그냥 안쪽에 후딱 들어갔다가 나오면 되지 않습니까.」
「안 돼요.」
뭐. 솔직히 한 번 궁금해서 슥 보고 나온다고 해서 논란이 생기거나 그럴 일은 아니었다.
다만 우리를 지켜보는 눈이 전 세계에 사방팔방 있다는 게 문제였다.
‘뉴블랙이 카지노 들어갔대요!’ 하면서 어그로 끌리는 기사가 나오는 것도 별로 원치 않고.
막내가 야심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미지 관리에 좋지 않아요.」
「저희가 의도치 않게 한국에서 바른 생활로 영업이 되어 버려서… 이런 처지가 됐어요.」
그냥 살았는데 인성 영업이 엄청 되어 있었다.
‘바보 같은 일들을 하지만 애들은 착한’ 국민 아이돌 포지션이라서 이런 이미지 관리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이미지 관리 때문에 입구가 한산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구경 중이다.
“형.”
중현이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우리 위험한 일 하나 해 볼까요?”
“위험한 일?”
“우리 저기 카지노 입구 선까지 가는 거예요.”
“……!”
굿 아이디어였다.
곧바로 우리 팀에서 만 21세를 넘긴 둘째, 셋째와 함께 걸어가 카지노의 입구 선 위에 섰다.
가슴이 막 콩닥거리고 떨린다.
마치 군대에서 부식이 2개 나온 줄 알고 좋아해서 먹었는데, 알고 보니 은성이 것까지 나한테 왔다는 것을 알고 필사적으로 그 사실을 숨겼던 그때와 비슷하다고 할까.
“으히히히힛!”
“흐하핫!”
카지노로 들어가는 입구 선 위에 서서 노려보는 리혁이와 막내를 놀려댔다.
도박의 도시, 라스베이거스.
그런 명성과 별개로 연령 제한이 몹시 엄격해서 어린이들이나 미성년자가 카지노 입구나 게임기 주변 근처에만 와도 직원들이 ‘No’ 하면서 손바닥을 내밀며 막아 낸다나.
“흐하하하하!”
“…….”
부들부들하면서 부러워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막내들에게 셋이서 손을 흔들며 농락했다.
막내가 파들파들 떨었다.
“두고 봐요. 나도 언젠간 갈 거야.”
“그려그려.”
“아니, 나는 왜 만 21세가 안 돼서…!”
“오구오구.”
그렇게 카지노 입구 구경을 마치고, 이제 MGM 그랜드 호텔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떠나려고 하는데.
“어?”
한국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부부가 우릴 보고 환호했다.
“뉴블랙이다!”
“안녕하세요.”
“어제 상 탔다면서요. 진짜진짜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놀러 오셨어요?”
“네.”
그런 말을 하면서 반갑게 사진을 함께 찍은 30대 부부가 팔짱을 끼고 카지노 입구 안으로 들어갔다.
서로 인사하고 헤어지는 것도 잠시.
“음?”
총총총총총!
방금 전까지 카지노 입구로 들어갔던 부부가 다급한 얼굴로 다가오더니 리혁이에게 물었다.
“신고… 안 하실 거죠?”
“…….”
완벽한 캐릭터 해석에 우리가 박장대소를 했다.
* * *
“아니, 솔직히 내가 그렇게 깐깐하고 융통성 없어 보이는 사람은 아니지 않아요?”
“그렇지~”
“솔직하게 그냥 나는 지킬 것만 지키면 터치 안 하는 스타일이란 말이에요. 숙소에서도 우리가 세운 규칙 어길 때, 빼고 내가 잔소리한 적 있어요?”
“없지~”
그 규칙이 130개 정도 있어서 그렇지.
한국 사람들한테 ‘신고는 안 하실 거죠…?’ 하는 말을 들었던 것이 분했던지 리혁이가 관광하는 내내 쫑알거렸다.
대충 듣다가 졸개들이랑 라스베이거스 시내를 뛰어댕겼다.
“와아아아아아!”
“투덜대지 말고 얼른 와서 같이 놀아요. 형!”
입술을 비죽이던 리혁이도 이내 합류해서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확실히 도박만으로는 먹고 살기가 힘든지, 라스베이거스 시내에는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화려한 볼거리들이 많았다.
“우와.”
정확히 어디라고 이름을 듣지는 못했는데, 아치형으로 된 지붕이 늘어선 거리가 굉장히 신기했다.
아치형 전광판에서 막 그래픽이 물결치고 그러는데 한참 동안 고개를 젖히고 봤다.
마술사들이 도둑질을 하고 다니는 영화나 미남들이 카지노 금고를 터는 영화에서 봤던, 똑같은 배경이 정말 눈앞에서 펼쳐지니 신기하다고 할까.
지호가 말했다.
“미드에서 본 적 있는데 라스베가스는 결혼이 엄청 쉬운 동네래요.”
“그래?”
“미드에서 한 편씩 꼭 나와요. 남주랑 여주가 결혼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시청 직원이 ‘엇! 당신에겐 이미 배우자가 있군요!’ 하면서 막 어린 시절에 한 결혼 무르고 막 그러거든요.”
“결혼이 진짜 쉬운가 보구나.”
수사물에서 봤던 배경이 눈앞에 나와서 너무 재미있다며 좋아하는 우리 막내였다.
“형! 형!”
“갈게!”
길거리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사 먹고.
동생들이랑 분수대 앞에서 사진도 한 장 찍고.
사막 위에 오아시스처럼 세워진 이 도시에서 따사로운 5월의 분위기를 즐겼다.
“평화롭다.”
“진짜 평화롭네요.”
다른 동생들이 상점에 들어가서 기념품을 구경하는 동안, 중현이랑 나는 분수대 앞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이게 진짜 얼마 만에 맘 놓고 쉬는 날이지.”
“체감으로는 한 몇 달 된 것 같아요. 우리 진짜 계속 달렸으니까.”
탈출 예능, 한국예술대상, 유럽과 북미 투어… 진짜 5월 한 달 동안 쉼 없이 달린 느낌이다.
물론 중간중간 휴식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거다.
하지만 이렇게 메인 행사인 빌보드 어워드까지 끝나고 나서, 마침내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휴식은 오랜만이었다.
중현이가 목에 건 필름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간만에 노니까 되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냥 사람들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고, 다 같이 걷는 것도 재미있고. 그냥 말없이 이렇게 앉아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고 그래요.”
“그러게. 날씨도 좋다…….”
사막이라 그런지 건조하게 더운 날씨였다.
한국인 기준으로는 초여름 같은 날씨인데, 이 사막 특유의 건조한 기후 때문인지 하늘이 진짜 파랗다.
엄청엄청 파랗다.
내가 저기다가 돌멩이를 던지면 하늘에서 퐁! 하면서 물결이 퍼질 것 같은 느낌.
“형.”
중현이가 아이스크림 껍데기를 와그작 씹으며 물었다.
“몸은 좀 괜찮아요?”
“응?”
“컨디션은 어떤지 궁금해서요. 이번 한 달 빡세게 돌면서 몸 좀 상했을 것 같은데.”
“음.”
눈을 감고 내 몸에게 물어봤다.
-몸아. 몸아. 어떠니.
-이 쓰레기 같은 주인…! 나를 이렇게 혹사시키다니… 내가 망가지면 네가 멀쩡할 것 같아?!
-아직 살 만한가 보구나. 하핫.
피로가 좀 많이 쌓여 있긴 한데 견딜 만한 것 같다.
“지금은 괜찮은 것 같아.”
“아닐 텐데. 제가 좀 피곤하다고 느낄 정도면… 형은 지금 이미 고장 나 있어야 정상이거든요.”
“나는 괜찮으니까 다른 애들을 걱정해. 중현아.”
“이러다가 형 쓰러질까 봐 그래요. 우리야 무대 끝나면 자는데 형은 안 자잖아요. 어제도 밤새 작업했다면서요.”
“누가 그래?”
“지호가 형 노트북 메신저 켜져 있었다고 일렀어요.”
오프라인 상태로 해 놓을걸.
그냥 몇 가지 작곡 관련해서 마무리할 게 있었다고 말을 했지만, 나를 바라보는 눈망울에 걱정이 그득그득하다.
내 어깨를 조물조물해 주는 손길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괜찮… 어, 시원하다.”
“제가 요새 힘 조절하는 법을 익혔어요.”
“그래, 어어어… 거기.”
아이고, 시원타.
그래도 중현이의 어깨 안마 덕분인지 피로가 한결 더 풀린 것 같다.
어깨를 만지작거리면서 아이스크림을 우물거리는 나에게 셋째가 말했다.
“다른 애들도 내색은 안 하고 있지만 형 걱정 엄청 하고 있어요. 요새 작업량 엄청 많아졌다고.”
“으으음.”
“그러다가 형 중간에 휙 하고 쓰러지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
내 업무량이 과다하다고 걱정하는 모양이었다.
현재 우리 회사에서 나는 굉장히 큰 권한을 가지고 있다. 우리 앨범이나 프로젝트 관련해서.
TF팀이 워낙 일을 잘하지만 그래도 우리 관련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는지 그 과정을 일일이 파악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할까.
그리고 작곡 관련해서도 할 일이 많고.
물론, 정규 2집을 낸 이후로 올해는 더 이상 앨범 활동이 없긴 하다.
물리적인 시간상 힘들기도 하고. 투어를 돌면서 앨범까지 준비한다면… 진짜 누구 한 명 쓰러질지도 모른다.
“십중팔구 리혁이가 먼저 쓰러질 거야.”
“으음…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네요.”
“일을 쉬기는 해야 되는데…….”
그런데 올해 추가 앨범 발매 계획이 없다고 해도 작곡을 쉬는 건 안 된다.
연습이든 일이든 하루 쉬면 감이 떨어져서.
게다가 내년에 만들 앨범들을 생각하면 차근차근 지금부터 일을 해 둬야 그때 가서 바쁘지 않다.
하지만 동생들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일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일단 몸이 우선이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어. 너무 무리하지 않고 컨디션 조절 잘 해 볼게.”
“진짜로요?”
“응. 너네한테 좀 넘기면 될 것 같아.”
“…….”
어차피 조만간 회의를 해서 업무를 분담할 예정이기도 했다.
석환 형, 조 이사님과 영어 곡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동생들과도 같이 전략을 고심해야 할 시간이었다.
그렇게 셋째의 사려 깊은 말에 미소를 지어 주며 물었다.
“중현아.”
“네.”
“이제 다른 애들 보고 가게에서 나와도 된다고 해. 네가 총대 매고 얘기한 거 끝났다고.”
“……초, 총대라니요?”
모르는 척하는 중현이에게 내가 물었다.
“가위바위보 해서 진 거 아니야? 분명히 요즘 들어 선우주의 작업량이 걱정되는데 누가 가서 말할까 하면서 ‘조장 하실 분?’이라고 했을 거야. 너희들.”
“…….”
“지옥의 눈치게임이 시작되고 다들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겠지. 그리고 가위바위보를 하게 되는데… 중현이 네가 딴생각하는 동안 다른 애들이 눈을 굴려서 보를 내기로 합의했을 거야.”
내가 웃으며 말했다.
“왜냐하면 넌 주먹부터 내니까.”
“어? 저 그래서 맨날 진 거였어요? 소름…….”
중현이가 허어어 하면서 숨을 삼키더니 변명하듯 말했다.
“그래도 진심을 섞어서 한 말이었어요.”
“알아.”
중현이의 등을 툭 쳤다.
그러고는 가게 쪽 창가 선반에서 미어캣처럼 구경하는 3인조에게 손짓을 하며 웃었다.
“나와. 이 바보들아.”
여전히 피로가 가득하긴 하지만 그래도 고맙다.
참 고마운 바보들이었다.
다시 우르르 달려와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하는 바보들의 모습에 웃고 있을 때.
“야, 김비주. 너 나랑 아이스크림 내기 한 번 더 하자.”
“가위바위보?”
“어.”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가위를 준비하는 중현이의 모습에 내가 뒤에서 ‘가위’ 하고 입 모양으로 말했다.
비주가 뺨을 씰룩였다.
얼마 안 가 중현이의 시무룩한 울음소리가 라스베이거스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 *
라스베이거스에서 며칠 정도 휴식을 취한 후.
우리는 회사에서 빌린 침대 버스를 타고 LA로 이동했다.
“컨트리 로드~ 테잌 미 홈~!”
존 덴버의 노래를 열창하면서 팔을 흔드는 것도 잠시.
창밖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사막이나 황량한 황무지를 바라보다가 눈을 끔뻑하고 나니 LA에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얼레……?”
LA 시내를 지나가고 있는데 창밖으로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비주였다.
“비, 비주야!”
쟤가 언제 또 차에서 내려서 저기까지 가 있는 거야? 하면서 창문에 손을 올릴 때였다.
“저 여기 있는데요….”
“어?”
잠이 덜 깼던 모양이다.
눈을 슥슥 비비고 창밖을 바라보자, 내가 비주라고 오해했던 거대한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영어로 ‘Happy Birthday, Our Beloved B!’라고 되어 있었다.
“비주야.”
“네.”
“저기 봐. 너 생일 광고 걸렸나 봐.”
“허어어어어…!”
LA 번화가 광고판들에 비주의 얼굴이 빅브라더처럼 사방에 펼쳐져 있었다.
매니저 형들 통해서 이야기를 들어 보니 우리 전 세계 팬들이 LA 전역에 건 광고라고 했다.
비주와 우리가 멍한 얼굴로 LA 시내를 바라보았다.
지호가 말했다.
“뭔가 우주교의 대사제 김비주가 지배하는 도시… 그런 느낌이에요.”
“아아… 우주교를 믿으세요… 여러분…!”
장난감 확성기로 비주 성대모사를 하는 중현이의 모습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조금 스케일이 커서 당황스럽긴 했지만, 비주 입장에서는 꽤 감동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런 수플레들의 노력 덕분에 우리는 눈물을 머금었다.
“아, 깜짝 파티 준비했는데…….”
“까먹은 척하고 놀래켜 주려고 했는데.”
“선물 숨겨 두고 있었는데.”
이따가 호텔 들어가서 비주가 ‘오늘은 입맛이 별로 없어요…’ 하면서 방에 들어가서 이불 덮어쓰고 쪼르륵 눈물을 흘릴 때.
딱 등장해서 감동과 환장의 생일파티를 하려고 계획했는데… 수플레들 덕분에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비주가 으이구 하면서 웃었다.
“어차피 숨기는 척하고 있는 거 다 알고 있었어. 모르는 척해 주면 좋아할 것 같아서 조용히 있었던 거지.”
“그런데 왜 눈물을 흘리고 있나요. 형.”
“아니야. 나… 나는 안 울어. 나는 서리혁이다…….”
꺼이꺼이 선물을 품에 안고 우는 비주. 그리고 느닷없이 봉변을 당한 리혁이가 창가에 머리를 대고 슬퍼했다.
그렇게 깜짝 파티 대신에 버스에서 간이 파티를 열고는 비주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한국식 고깃집이었다.
미국인 손님들도 굉장히 많았는데… 그중에서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뉴블랙, 맞죠?」
「아까 전광판에 누구 생일이라 그러던데요.」
「신기하다.」
다가와서 말을 거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오, 연예인이다’ 하면서 신기해하는 분위기였다.
확실히 빌보드 어워드의 무대가 임팩트가 있었던 것 같긴 하다.
라스베이거스에 있을 때는 ‘아, 그래도 어워드가 열렸던 동네니까’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최근에 이렇게 미국인들이 ‘I know you!’ 하면서 환히 웃는 모습은 처음 본다.
인지도가 확실히 상승했다는 게 체감이 된다고 할까.
그 때문인지 추가적으로 스케줄도 들어왔다.
“할리우드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 들어왔는데, 이건 우리가 조사를 하면서 선별적으로 고르고 있어.”
호텔방에서 석환 형이 스케줄들을 말해 주었다.
“그밖에는 라디오랑 토크쇼 스케줄이 들어왔고.”
“토크쇼?”
“빌보드 어워드 이후로 관심도가 높아지니까, 부랴부랴 섭외해서 이야기를 나눠 보려는 것 같아.”
“음…….”
일단 인터뷰 외적인 스케줄은 거절하기로 했다.
미리 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 라디오 DJ나 토크쇼 MC가 돌발적으로 던지는 질문에 대처를 잘하기 어려우니까.
그냥 나가서 멘트만 하면 되는 게 아닌가 싶지만 이것도 미리 준비할 것이 많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악마의 편집을 당할 뻔해도 ‘흥! 너네는 이제 레모니랑 일 안 할 꼬야?’ 하면서 무마할 수 있지만, 이곳은 아직 누가 우리의 우군인지 아닌지 확인도 안 된 상황이었다.
여러 가지 문제가 겹쳐져 일단 불확실한 스케줄들은 걸렀다.
“그리고 이건 TF팀에서 이미 거절하기로 결정을 한 사안이긴 한데… 액수가 워낙에 커서 너희에게 의향을 물어보려고.”
“뭔데요?”
리혁이의 물음에 석환 형이 답했다.
“이번에 한국 기업에서 들어온 광고들이야. 주로 미국에 진출한 기업들인데, 너희를 광고 모델로 쓰고 싶대.”
미국 시장에서 인기가 있어 보이니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싶다는 의사였다.
리혁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도 전부 거절하는 게 맞겠네요.”
“왜요, 리혁이 형?”
“미국에서는 상업 광고 찍으면 B급 스타라고 그래.”
할리우드에만 있는 요상한 분위기라는데 ‘광고 찍으면 급 떨어져 보임’ 이라는 이유 때문이라나.
만약에 찍는다고 해도 슈퍼볼 광고처럼 엄청 큰 광고만 찍는다고 했다.
석환 형이 웃으며 부연 설명을 해 줬다.
“그래서 미국 스타들은 해외 나와서 광고 찍어.”
“아.”
그게 그거 아닌가 싶긴 한데, 이곳 연예계도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닌 것 같다.
지호가 물었다.
“그럼 여기 진출한 기업들은 그걸 알면서 광고 모델이 되어 달라고 한 거네요?”
“그렇지.”
“순 나쁜 사람들…….”
못됐다면서 투덜대는 막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그러고는 미국에서의 마지막 활동을 준비하기로 했다.
바로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2일간 3만 명을 동원하는 미국에서의 마지막 콘서트였다.
“빌보드 어워드로 멋진 모습을 보여 줬으니… 이제 콘서트로 그 멋진 모습에 도장을 땅땅 찍는 거예요.”
“멋진 뉴블랙…!”
“멋하면 뉴블랙이지.”
하지만 그때의 우리는 몰랐다.
우리를 향해 어두운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 * *
뉴블랙이 LA의 1일 차 콘서트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을 때.
같은 시각, 한국에서는 누군가 음침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흐흐흐흐흐…….”
‘편집실’이라는 팻말이 붙은 좁은 방에서 충혈된 눈으로 나오는 좀비들.
HBS 사원증을 목에 걸고 있는 좀비들이 하나둘 모여서 한 곳으로 향했다.
널찍한 회의실.
졸졸졸 회의실 안으로 들어오는 조연출들의 모습에 메인 피디 여호석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준비는 다 됐지?”
“네. 피디님.”
조연출들이 USB를 내밀며 켈켈켈 웃었다.
“저희의 역작…! 프로젝트 레이디 블랙이 마침내 완성이 되었습니다……!”
“수고했다. 이제 HBS의 천하가 열릴 것이야!”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지금부터 우리는> 로판 특집.
On Air 준비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