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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52)화 (652/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52화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데이빗 슈마허는 넷플러스 어플에 뜬 알림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From Now On? 이게 뭐였더라.’

새로운 에피소드 알림을 누르자 썸네일이 떴다.

‘음? 아…! 저번에 미튜브에서 봤던 그 예고편이구나.’

저번에 찜해 둔 한국 TV 쇼에서 새로운 에피소드가 업로드 되었다는 모양이었다.

화려한 성을 배경으로 5인조의 미청년들이 탈출하는 그런 내용이었는데, 뭔가 재미있어 보였다.

‘지금 당장 봐야지.’

치즈볼을 한 아름 안아 든 채 소파에 앉은 데이빗 슈마허가 넷플러스를 켰다.

빠르게 ‘N’ 로고를 스킵하고, 재생 버튼을 누르자 그가 기다렸던 에피소드가 재생이 됐다.

그런데…….

“어라?”

TV 속에 등장한 5인조의 모습을 본 순간, 데이빗은 불현듯 데자뷰를 느꼈다.

‘쟤네… 걔네 아닌가? 이번에 빌보드?’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뉴블랙이라는 K팝 밴드가 화려한 데뷔 무대를 치렀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직접 무대를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SNS를 가든 어디를 가든, 이들이 헤일리 블루와 함께 상을 받거나 무대를 하는 사진 등이 담긴 소식이 떠 있어서 얼굴을 알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다.

‘와. 이게 같은 사람들이었구나. 이제 알아볼 수 있겠어!’

그때 예고편을 볼 때는 전혀 뉴블랙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는데, 이번에 보니 그 뉴블랙이 맞다.

한국어로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5인조.

“음, 영어 자막 켜고.”

음성해설이 담긴 영어 자막을 켜고 보기로 했다.

다행히 넷플러스에 올라오는 프랑스나 스페인 컨텐츠 등으로 외국어에 대해서는 진입장벽이 낮아진 터였다.

치즈볼을 우물우물 녹이는 30대 남자가 지루한 표정을 지었다.

“으음…….”

아무래도 처음 들어 보는 언어 때문인지 자꾸 몰입이 안 되는 느낌이다.

한국인으로 비유하면 러시아어가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그런 기분을 느끼는 미국인이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그의 눈이 초롱초롱해지기 시작했다.

“오…….”

본격적으로 드래곤 캐슬에 갇힌 5인조가 영어를 쓰는 배우들과 소통을 하면서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나라는 달라도 재미는 만국 공통이었다.

감옥에 갇힌 잘생긴 미남과 헥헥대며 수련하는 미소년, 그리고 갑자기 공주님 역할을 맡아서 열연 중인 핑크 머리 소년. 그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탈출을 시작하면서 시선이 절로 집중된다.

치즈볼을 먹던 것도 멈추고 구경할 정도였다.

“흐하하하!”

처음에 20분 정도 보고 재미가 없으면 다른 걸 보려고 했던 데이빗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깃들었다.

본격적인 탈출 구간이 흘러나오면서 그가 핸드폰을 켰다.

“뉴블랙.”

검색하자 위키피디아에 설명이 뜬다.

‘한국의 5인조 K팝 보이밴드인데 싱어송라이터, 댄서, 배우, 코미디언을 겸하고… 코미디언? 아하!’

그제야 납득이 갔다.

전문적인 코미디언으로 보이는 이들이 상황실에서 이런저런 지령을 내려 주고 있기는 한데.

상황극이라든가, 정말 웃긴 장면을 쉴 새 없이 뽑아내고 있는 5인조였다. 누가 봐도 가수라고 하기 힘든 실력. 어지간한 SNL 꽁트보다 더 병맛스러운 상황들이 나오면서 웃음이 터졌다.

그런데 그게 자연스럽다.

짜고 치는 대본이 아니라 그냥 숨을 쉬고 있는데 웃기는 장면이 강아지 사료처럼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이거 대박인데?’

적당한 타이밍에 ‘드라큘라 등장!’ 하면서 끊기는 포인트에 감탄이 나왔다.

거의 1시간 넘게 즐겁게 웃었을까.

재미있는 것을 보았을 때 특유의 행복한 기분으로 데이빗이 미튜브에 뉴블랙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오, 다른 것도 많네.”

요즘 들어 재미있는 것을 찾고 있던 그에게 뉴블랙 TV의 컨텐츠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부싯돌로 불 피우고 움막 짓기…? 이건 리얼리티 컨텐츠인가.’

여행. 서바이벌. 코미디. 각종 장르로 가득한 채널을 보면서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신세계였다.

그리고 그런 영상들을 보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안 보고 있었던 빌보드 뮤직 어워드의 무대를 클릭하고….

“오호.”

무엇이든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쉬운 법.

낯선 가수들에게 거부감이나 경계심을 가지고 있던 그의 장벽이 <지금부터 우리는>을 통해 상당히 낮아졌다.

그러는 한편.

넷플러스에서는 알고리즘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어? 뉴블랙이 나오는 쇼다!”

흥분한 북미 수플레들이 피라냐 떼처럼 떡밥을 물어뜯기 위해 넷플러스의 해당 컨텐츠에 접속하고.

비슷한 지역이나 연령대의 사람들에게도 알림이 뜨고.

그것이 선순환을 일으키면서 실시간 급상승 컨텐츠에 뉴블랙의 해당 에피소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물론…….

“아이이이이! 이거 누가 좀 멈추라고 해 봐요! 아니, 왜 미국 컨텐츠에 한국 예능이 뜨는 거야!”

“우주 형, 지구 멈췄을 때처럼 뭐 어떻게 좀 해 봐요!”

“코드… 코드라도 뽑으면 되지 않을까?”

“그게 되겠냐고요!”

“외면은 할 수 있으니까….”

미국에서 멋진 이미지를 추구한 어느 5인조에게는 참으로 슬픈 이야기였다.

*   *   *

미국인들의 취향은 알 수 없다.

“리혁아.”

“네.”

“미국 사람들한테는 한국 예능 감성이 안 먹히는 거 아니었니. 왜… 이걸 보고 있는 걸까.”

우리가 나온 HBS 예능 <지금부터 우리는>의 미국판은 넷플러스의 순위권에 들어 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빌보드 뮤직 어워드보다 위대한 넷플러스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었다.

“Oh, I know you!”

LA 시내에서 유모차를 끌고 있는 주부가 반갑게 인사를 해서 멋진 척하려고 했는데 쇼가 재미있었다며 엄지를 들고 갔다.

현지 콘서트 스탭들도 아는 척을 하며 물었다.

「그거 탈출은 무사히 했나요? 어제 보니까 뒷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그 여자 셋은 드라큘라의 신부들인 거죠?」

「그거 대본 없이 찍는 거예요?」

「어제 드레스 입고 진짜 잘 달리던데요. B.」

이 사람들은 취미 생활이 넷플러스밖에 없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본 사람들이 많은 듯했다.

좋은 점이라고 한다면….

“너희 뮤직 비디오랑 빌보드 무대 조회수가 또 한 번 폭증했어.”

석환 형이 급증한 그래프 구간을 보여 주었다.

“‘지금 우리는’을 보고 나서 너희 무대 영상으로 유입이 된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 어쩌면 빌보드 뮤직 어워드 무대보다… 더 임팩트가 커 보이기도 하고. 둘이 시너지를 잘 일으킨 것 같아.”

“그럼 우리 멋진 이미지는?”

“그…….”

석환 형이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생각보다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미국도 보면 탑스타들이 SNL 꽁트에서 망가지고 그러잖아. 그런 식으로 받아들인 것 같아. 드레스 입고 달리는 비주도 그렇고….”

“인터넷에 이미 밈이 잔뜩 많던데.”

“그… 유쾌한 이미지로 소비가 되는 거지.”

고작 하룻밤 새에 밈(meme)이 등장했다.

미국에서 웃긴 짤 아래로 하얀 글씨를 써넣는 그런 문화를 부르는 건데, 우리 사진이 종종 보였다.

대표적으로 중현이와 비주가 무전기를 통해 대화하는 장면에서, 비주가 ‘내가 레이디야’ 하자 중현이가 정색하는 짤이었다.

[친구 : 피자를 시켰어.]

[나 : 무슨 피자?]

[친구 : 하와이안이야.]

[나 :   ]

…라는 설명이었는데 뭔가 절묘했다.

이런 생각지도 못한 한국 예능의 반향에 비주가 물었다.

“그런데 이게 왜… 미국에서 지금 반응이 나오는 거예요? 한국 사람들만 보는 줄 알았는데.”

“맞아요. 그리고 왜 미국판이 있어요…?”

맞장구치는 막내의 물음에 우리 매니저가 설명해 주었다.

“HBS에서 미국 진출하겠다고 예능자막 없는 북미판으로 업로드하고 그랬거든. 원래 반응 없는 예능 중 하나였는데… 이번에 너희가 나오면서 너희 팬들이 엄청 트래픽을 올려 준 것 같더라고.”

이게 다 수플레들이 많아서 생긴 문제라는 이야기에…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미국인 배우들이 등장한 것도 플러스 요인이 됐고.”

“…….”

한국인 연기자들을 쓰면 우리가 몰입하기 힘들기 때문에 영어를 쓰는 NPC들을 배치한 것인데.

그게 미국인들 입장에서는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하기사 나 같아도 낯선 나라의 TV쇼가 한국 넷플러스에 올라왔는데, 그 회차에서 모두가 한국어를 쓴다고 하면 보기 편할 것 같다.

“그리고 너희 개그는 아무래도 이해하기가 쉬우니까.”

“1차원적이라는 뜻을 고상하게 돌려 말할 필요는 없어. 형.”

“흠흠.”

애써 포장해 주는 TF팀장님을 향해 푸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언어유희를 사용하는 것 없이 여기저기 꽈당하고, 부딪치고, 흐헝헝 하는 우리 모습이 이해하기 쉬웠다나.

슬픈 얼굴로 미튜브나 SNS의 댓글 등을 보았다.

-요즘에 핫하다는 ‘뉴블랙’이 출연한 from now on이란 쇼를 봤어. 오 마이 갓. 눈물 날 정도로 웃었어

-누가 얘네 SNL에 초청 좀 시켜 줘

-감옥에 갇힌 귀여운 애 너무 웃겼어. 친구랑 보는데 얘가 90년대 팝 메들리 부르는 거 보고 개터짐

-확실히 진짜 재미있는 애들 같았음

-빌보드 뮤직 어워드 무대에서 보던 거랑 완전 다르더라. 친근하고 좋았어

-보통은 코미디언들이 셀럽의 캐릭터를 무너뜨리고 웃음을 주는데.. 여긴 스스로 붕괴하는군. 마치 스스로 붕괴해서 빛을 내는 초신성 같아

-윗댓 친구 누군진 모르겠지만 수플레인 내가 장담하건대, 리혁이가 널 좋아할 거야

정답이었다.

“프흐흣…….”

과학 농담에 반응해서 홍조를 띄우는 누군가를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들이 가득하다.

막 전미를 뒤흔들었다! 효과는 굉장했다! 그런 느낌까지는 아니고, 시청률 1위인 토크쇼에 나와서 화제성이 굉장한 장면을 뽑아낸…? 그런 정도의 반응이었다.

어느 쪽이든 우리에겐 좋은 상황이었다.

“신비스러운 아시아의 슈퍼스타가 되고 싶었는데…….”

“그건 너무 양심 없는 거 아니니.”

눈치 없는 말을 한 TF팀장님을 째려보았다. 석환 형이 시선을 피하며 룰루랄라 콧노래를 불렀다.

토크쇼 프로모션을 해서 굉장히 큰 임팩트를 줘야 달성할 수 있는 홍보 효과.

돈 한 푼 쓰지 않고 이렇게 미국에서 홍보를 했다는 사실이 어지간히 기쁜 모양이었다.

뭐. 우리도 당사자만 아니었어도 꽹과리랑 징 치고 ‘대박이구나!’ 하면서 좋아했을 것이다.

“근데 이번에 진짜 편집 엄청 잘했네요.”

중현이가 말했다.

“사실 저는 촬영하면서 웃긴 게 뒷부분에 모여 있어서 고민 많이 했거든요. 이거 웃길 수나 있나 싶었는데….”

“편집을 진짜 잘하긴 했어.”

“인정.”

여호석 피디와 제작진이 혼신의 힘을 갈아 넣은 덕분인지 사소한 장면들도 BGM과 합쳐져 엄청 웃기게 나왔다.

매니저들 통해서 들은 말로는 2부작이라고 들었는데.

상대적으로 임팩트가 약한 초반부인데도 호평이 많았다.

특히 한국에서는 온라인이 엄청 후끈후끈 달아오르는 모양새였다.

-HBS ‘지금 우리는’, 자체 최고 시청률 돌파.. “뉴블랙 효과”

-[어제TV] “네? 비주가 드레스를 입고 달린다고요?”.. ‘지금우리’ 시청률 대박

-PBS, TBC 이어서 HBS까지 뉴블랙 ‘최고 시청률’ 그랜드 슬램

아무래도 게스트가 주역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바쁘게 뛰어다녔던 우리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어 있었다.

포털 댓글에도 웃겼다는 칭찬이 많아 괜히 기분이 좋고.

이런 글도 있다.

[딸랑구가 어디서 사진 봤는지 비주 드레스 사달라고 징징징입니다;;]

비주 드레스 어디서 구하는지 아시는 횐님들 계신가요ㅜㅜ

-저도 유치원 다니는 딸이 사달라고 보채네요;; 저번에 리혁이 드레스도 겨우 구했는데

-다음 유치원 파티 때는 비주 드레스로 꽉 차겠네요..

-방송국에 문의해 봤는데 주문제작 의상이라고 하더라고요

-부채만이라도 구해야될 것 같아요

-우리집인 줄 알았네요. 비주가 입어서 예쁜 거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꾹 올라왔지만 참았습니다.. 부르르..

졸지에 비주 드레스를 구해야 하는 전국 부모님들의 눈물 어린 후기에 민망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드레스핏 오지는 남돌]

(손부채를 흔드는 비주의 사진.jpg)

반박시 옷장이 선우주 옷으로 가득참

-반박.. 안합니다

-ㅇㅈ

-제목에 남돌이라고 해서 뭔 개소리야 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뭐야

-우리 비주 이래 봬도 선이 호리호리해 보이지만 어깨도 있고.. 남자답다구..! 하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인정하기로 함.

-끄덕.. 다른 건 몰라도 우주 패션은 선 넘지

-그 사진 떠오른다. 1km 밖에서도 선우주인거 알아볼 수 있는 형광 잠바 입은 선우주

-누가 우주 옷장 좀 소각로로 바꿔 줬으면 좋겠다

-???: 형..! 얼른 옷장에 옷 넣어요 (화르르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각로… 이분 천재신가?”

“수플레 어워즈 또 하면 저분한테 상 줘야겠어요.”

비주 유머글을 보고 웃으려고 했는데, 괜히 내 눈앞이 촉촉해지는 것은 기분 탓이겠지?

그 외에도 어제 예능에 관한 유머글이 곳곳에 가득했다.

스페셜 게스트가 누군지 궁금해하는 글들도 많이 보이고.

그런 가운데.

“이거 드디어 알아보신 분들이 나왔나 봐요.”

“드디어……!”

빌보드 뮤직 어워드 무대에 섰던 루카스 론슨을 비롯해 배우들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알고 보니 빌보드 무대에도 등장했던 북부 대공]

(헤일리 블루의 곁에서 흡혈귀 연기를 하는 배우.jpg)

구면이었음;

-대박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복선 씨게 깔려 있었네

-아니지; 시간상으로 예능촬영이 먼저 아님??? 그거 찍은 다음에 저기 초빙된 것 같은데

-근데 잘생겼다.. 북부대공 너무 북부대공처럼 생겼어

-ㅇㅇ 우리집도 가족끼리 보면서 저 얼굴이면 크게 될 거라고 막 그랬음ㅋㅋㅋ

-어케 성사된거지

나중에 Y앱 통해서 비하인드를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홍서영 과장님이 보내 준 글들이나 주변에서 보내 준 링크를 보면서 반응 확인을 마쳤다.

솔직히 이것 외에도 엄청 반응이 많기는 한데… 일부러 선택적으로 보고 있다.

영미권에서도 마초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 드레스 비주에 대해 악플을 달고 있기도 하고. 한국에서도 일부는 꾸준하게 ‘대본이다’ 하는 설을 밀면서 난리를 부리고 있다는 모양이었다.

이런저런 것들이 많지만 확실한 것은…….

“잘됐다.”

굉장히 긍정적인 반응이 대다수라는 점이었다.

한국예술대상에서 남자예능상을 수상한 이후로 ‘뉴블랙은 프로그램빨이었지. 절대 잘한 게 아니다’ 하는 설을 불지피운 사람들이 있었다는데. ‘지금우리’의 이번 특집으로 말이 쏙 들어갔다나.

미국에서도… 현지인들의 경계심을 내리고 친근하게 접근한 것 같기도 하고.

“Wooow!”

호텔방을 나와 로비에 나오는데 누군가 우리를 알아봤다. 비주를 알아보며 신기해한다.

「드레스 보이군요! 당신!」

당황하는 비주를 보며 다 같이 웃음을 터뜨릴 때였다.

“형.”

“응?”

“너무 웃지 마요….”

비주가 아련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형 이야기가 될 거니까요….”

“…….”

그날이 오기 전에 미국을 뜰 예정이라 정말 다행이다.

*   *   *

LA 스테이플스 센터.

2일 차 콘서트를 앞두고 대기실에서 몸을 풀고 있는 동안, 근처에 있는 다큐멘터리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이제 북미 투어의 마지막 날이에요.”

이제 오늘 콘서트를 깔끔하게 마치고 나면 미국 일정은 끝이었다.

물론 끝나고 나서 앞으로의 미국 시장 전략에 대한 회의를 하기로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스케줄이고.

북미에서의 메인 스케줄은 이게 끝이었다.

“얼른 서울로 돌아가서 한식 먹고 싶어요.”

“특별하게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세요?”

“짜장면이요.”

“짜장면이요?”

“다른 음식은 다 그래도 현지에서 먹어 볼 수 있는데… 희한하게 짜장면은 찾아보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기지개를 쭉쭉 켰다.

“이제 칠레랑 브라질 투어 가기까지 시간이 좀 남았는데… 오늘 공연하고 나면 시간이 좀 비거든요.”

“쉬시겠네요.”

“아뇨. 일해야죠.”

Coin 이후의 음악 활동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하고, 신경 쓸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영어곡도 낼지 말지 고민해 봐야 하고.

아마 내년 초에 발매할 것으로 예정된 정규 앨범도 미리부터 조금씩 고민을 해 둬야 하고.

투어 가는 나라들의 인사말, 인터뷰 준비도 해야 되고.

조만간 내년 평창 올림픽 폐막식 무대 관련해서 정식으로 조직위와 계약을 맺기로 되어 있기도 하고.

“리혁이가 힘들어 보이네요. 가서 힘 좀 북돋아 줘야겠어요.”

동생들 컨디션도 관리하고.

“리혁아.”

“왜요. 또.”

“오다 주웠다. 하트.”

“…….”

거북해하는 동생의 반응에 마음 상해 있을 때, 잠시 어지러움을 느꼈다.

“으음…….”

이상하게 오늘따라 컨디션이 조금 안 좋다.

살짝 식은땀도 나고.

명치에 뭔가 살짝 걸린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체기가 좀 있는 듯하면서도 속이 좀 쓰리다.

점심에 먹은 잠발라야 라이스가 별로였나.

“형.”

거울을 보며 머리를 정돈하고 있던 비주가 내게 다가왔다.

“왜 그래요. 어디 안 좋아요?”

“속이 좀 안 좋은 거 같아.”

“그래요? 여기 의료진이라도 불러볼까요?”

“괜찮아.”

걱정하는 비주에게 손사래를 쳤다.

순간적으로 살짝 속이 안 좋은 느낌이 들긴 했는데, 아마 과도하게 긴장해서 그런 게 아닐까.

다행스럽게도 5분 정도 지나자 괜찮아졌다.

“봤지?”

“음… 그래도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오늘 무대 하다가 안 될 것 같으면 꼭 말해 줘요. 형.”

“알았어. 근데 너무 걱정하지 마.”

엄지와 검지 사이를 주무르며 체기를 누르고는 몸을 쭉쭉 풀었다.

비주의 말을 들었는지 괜찮냐고 펭귄들처럼 다가와서 찰싹 붙는 동생들에게 손사래를 쳤다.

근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매니저들에게도 웃으며 말했다.

“별일 아니에요.”

진짜 별일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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