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55)화 (655/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55화

LA에서 리더가 동생들을 종처럼 부려 먹고 있을 때.

한국에서는 우주가 응급실로 향했다는 소식이 퍼지고 있는 중이었다.

[속보] 뉴블랙 우주, 급성 위염으로 입원

레몬 엔터에서 공식적으로 돌린 보도자료는 순식간에 퍼지기 시작했다.

본래였다면 알리지 않고 조용히 넘겼을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인천 공항에서 대규모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기도 했고.

빌보드 뮤직 어워드가 끝나고 나서 모두가 뉴블랙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었다.

“뉴블랙 걔네는 언제 돌아온대?”

“콘서트 끝나고 돌아오고 뭐, 그런다고 하지 않았어? 공항에서 기자회견 한다고 한 것도 본 것 같은데.”

“저 회사는 애들을 계속 해외에 두네.”

그런 식으로 의문을 품은 대중들 앞에 입원 소식이 뙇! 하고 떠올랐다.

국민 아이돌 그룹의 리더가 입원했다는 소식에 대중들이 술렁였다.

“야야야.”

지하철에서 포털 연예면을 보고 있던 누군가가 친구를 툭 쳤다.

“왜?”

“선우주 미국에서 입원했대.”

“어…? 왜?”

“이거 봐봐.”

지하철 내에서 그 소식을 들은 다른 한국인들이 동시에 핸드폰을 켜서 포털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실시간 검색어에 도배되는 ‘우주’, ‘급성 위염’ 등의 키워드.

대학생들이 모인 단톡방에서도 ‘이거 봄? 선우주 입원했대’ 하는 소식이 주르르륵 퍼져 나가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항상 튼튼하고 밝게 웃던 누군가의 모습만 생각했던 대중들의 눈이 기사를 빠르게 훑었다.

[…소속사인 레몬 엔터는 ‘급성 위염으로 입원했으나, 현지 의료진의 도움으로 안정을 취하고 빠르게 회복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행스럽게도 크게 탈이 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이윽고 우주가 ‘저 잘 지내고 있어요’ 하는 셀카를 SNS에 올리면서 사람들이 안심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은 아니었다.

“회사에서 애들을 얼마나 굴리면 애가 저렇게 탈이 나?”

“대머리 사장이 욕심이 많아.”

“보나마나 미국에서 돈 좀 벌겠다고 고생시키고 했을 게 훤하네. 연예인 굴리는 회사들이 다 그렇지.”

“저거 괜찮다고 사진 올린 것도 회사에서 시킨 거일걸?”

일상생활에서 나오는 대화의 핀트는 대부분 비슷했다.

‘얼마나 애를 혹사시켰길래 저 튼튼한 애가 고장이 나냐!’

레몬 엔터와 박규호 대표로선 억울할 일이었지만, 대중들이 보기에는 상황이 너무나 명확했다.

얼마나 애를 굴려서(?) 그렇게 됐단 말인가.

‘우리 우주가 뭘 했겠냐. 회사가 잘못이지.’

댓글창이 활활 타올랐다.

-정신 차려 레몬.. 이런 식이면 다음에는 즙이 될 거야

-데뷔하고 나서 한번도 잔병치레 없었던 애가 아파서 쓰러질 정도면 얼마나 혹사시킨 거임??

-우주야ㅠㅠㅠㅠ 힘내

-팬입니다. 빠르게 쾌차하시길 바라요

-에구ㅠㅠㅠㅠ 편히 쉬고 와. 그리고 레몬은 잠시 나와서 나랑 얘기좀 합시다

-레몬 엔터는 정신 차려야 해요. 회사 상장 안시킬 겁니까? 지금 회사 상장했으면 시총 수백억이 증발했을 겁니다.

-아티스트 챙겨야 되는 회사가 가수 혹사시키고 있고 ㅉㅉㅉ

레몬 엔터의 직원들로서는 억울한 일이었다.

“아니…….”

우주가 굴림 당하고 있다고 믿는 대중의 모습.

그런데 우주는 회사에서 군림하고 있는 존재였다.

레몬 엔터 직원들 입장에서는 왕자님이 신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과로를 하다가 쓰러진 것인데, 바깥 사람들이 활활 타올라서 동학농민운동을 준비하는 셈이었다.

-국민 여러분! 아니에요. 우리 레몬이 그런 게 아니에요.

-반성 못해?

-죄, 죄송합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살벌한 댓글들을 바라보는 레몬 엔터 홍보팀 직원들이 잠시 위기감을 느꼈다.

홍보팀 남 과장이 말했다.

“논란 터지고 그럴 때보다 더 쫄리는 것 같아요. 댓글 볼 때마다 심장이 벌렁벌렁….”

“저 진짜 무서워요.”

“진짜 옛날에 마약 논란 터졌을 때보다 더 쫄리네. 걔는 그래도 우리가 손절하고 나서 잠잠해졌지만…….”

누군가 말했다.

“국민 아이돌이라는 게 이런 건가 봐요. 다른 아이돌이면 이 정도까지 반응이 안 나왔을 걸요.”

“그건 그래.”

TNT, 틴스피릿 등등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도 응급실에 실려 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보도가 되지 않을 뿐. 음방이 끝나고 응급실 입원해서 링거 맞는 일들을 포함하면 건수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아티스트들이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쓰러지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톱스타들이 널널한 스케줄 속에서 부와 명예를 동시에 누리며 유유자적한 삶을 즐긴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백조가 쉴 새 없이 물밑으로 뽈뽈뽈 다리를 휘젓는 것처럼.

이는 회사의 의지도 있지만 아티스트가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잠시라도 멈추면 일이 얼마나 쉽게 끊기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무리한 스케줄을 막는다기보다 건강을 챙기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소속사의 목표이고…….

나름대로 지금까지 잘 해 왔다고 레몬 엔터는 자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레몬아! 레몬아! 죽고 싶니!

-레몬아! 정신 차려!

-회사가 빌런이었네. 빌런이야.

쟁기와 낫을 들고 인터넷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소용이 없는 일인 듯했다.

“……나중에 국사 책에 우리 애들 이름이 실리면, 한국인들은 뉴블랙에게 진심이었다… 그런 문장이 실릴 거예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빌보드 어워드에서 상을 탔을 때만 해도 ‘워워, 애들 부담 주지 말어~’ 하면서 담담하게 축하했던 사람들이 우주가 응급실로 향했다는 소식에 불타오르는 모습.

진짜 아끼는 조카, 친척동생을 챙기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대개의 한국 사람들이 그러하듯 상황은 말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음?”

전화벨들이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레몬 엔터 홍보…….”

-여보시오!

“예.”

-아. 일단 나는 상주에 사는 김종덕이라는 사람이올시다. 내가 오늘 아주 걱정스러운 소식을 접했어요. 애가 입원을 했다고.

“아, 예예.”

-우리 집안이 대대로 한의사 집안인데, 내가 아주 중요한 소식을 전해야겠어서 전화를 했어요. 자. 위염에 좋은 음식이랑 약재를 불러 줄 테니까 보약 한 첩을 얼른…….

미친 듯이 폭증하는 전화였다.

-내가 보았을 때는 사장님이 욕심이 너무 과해. 듣고 있어요?

-거 한약 좀 만들어서 보내 주고 싶은데 애들 체질이 어떻게 됩니까? 중현이는 무조건 태양인일 거고, 리혁이는 소음인일 것 같은데… 이 사상의학에 기반한 체질을 알아야….

-대학병원 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우주 씨, 위염 관련해서 케어 사항을 말씀드리자면….

-돌아오면 땃땃한 고기 좀 먹입시다. 예?

나중에 가서는 울리는 전화를 감당하지 못하는 레몬 엔터 홍보팀 직원들이었다.

욕이 날아올 거라고 예상했던 것과 다르긴 한데…….

“왜 이렇게 시부모님 상대하는 것 같죠.”

“난 장모님 만날 때랑 똑같은 기분이야.”

“전국민이 시부모…….”

정신이 아찔아찔한 레몬 엔터의 홍보팀 직원들이었다.

안타깝게도 그들의 수난은 퇴근 후에도 끊이지 않았다.

집에 돌아가서 이제 좀 쉬려고 하고 있는데.

“우리 딸 왔어?”

“어.”

김치찌개를 먹고 있던 홍보팀 직원의 맞은편에 엄마가 드르륵 의자를 끌고 앉았다.

딸내미를 걱정하는 듯한 짠한 표정.

“우주는 괜찮대?”

“…….”

“TV로 뉴스 봤는데 얼마나 놀랬지 뭐야. 오늘 계모임에서 그 얘기만 했어. 우주는 진짜 괜찮아?”

딸이 아니라 우주를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집에서 부모님이나 가족들이 ‘우주는?’ 하면서 친근하게 안부를 묻는 동안, 친구를 만나러 저녁에 모임 자리에 나온 직원들도 마찬가지의 상황을 겪고 있었다.

“너 우주네 회사잖아. 우주 진짜 괜찮대?”

“…….”

홍보팀뿐만 아니라 레몬 엔터의 다른 모든 직원들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고난을 겪고 있는 인물이 있었으니.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우주가 스트레스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하루 종일 기분이 우중충했던 레몬 엔터의 박규호 대표였다.

며칠 동안 입맛도 없고.

훌쩍훌쩍 눈물을 적시다가, 이제 좀 쾌유하고 있다는 소식에 마음을 놓고 단골 식당을 찾았다.

하지만.

“사장님.”

박규호 대표의 앞에 해장국 그릇을 놓은 단골집 사장이 쯧쯧하며 물었다.

“우주가 미국에서 아프다고 그러는데, 괜찮은 거 맞지요?”

“예…….”

“아이, 내가 걱정이 돼서 그래.”

‘애가 지금 아픈데 너는 해장국을 먹고 있구나’ 하는 듯한 단골집 사장의 표정에 박규호 대표는 억울해졌다.

‘아닌데. 그런 게 아닌데…….’

뉴블랙의 이미지가 지나치게 좋아서 생긴 문제들이었다.

그리고.

레몬 엔터의 직원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시달리고 있는 동안, 온 국민이 성화를 부리는 모습에 눈을 깜빡이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뭐지. 머글들이 다 때려잡아주네.’

‘강하다. 대한민국 사람들…….’

‘머글에 비하면 우리는 진짜 약체였구나.’

몽둥이를 들고 ‘이 회사 놈들!’ 하고 달려 나왔던 수플레들이었다.

전쟁이다! 하면서 돌격하려고 했는데, 황량하게 변한 허허벌판이 노란 레몬즙으로 도배가 된 느낌.

임무를 마쳤다는 듯 거대한 구름 너머로 사라지는 존재들을 바라보며 수플레들이 두 손을 모았다.

몽롱한 눈동자.

‘역시 머글은 위대해…….’

오늘도 어딘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는 팬덤이었다.

*   *   *

한국 TV에서 ‘뉴블랙 우주 급성 위염으로 입원’하는 소식이 도배가 되고.

TV나 인터넷 칼럼에서 ‘뉴블랙 우주가 입원했다는 급성 위염? 무슨 병?’ 같은 소식이나 의학 컨텐츠에서도 위염을 다루기 시작할 때.

태평양 건너편에서도 소란은 마찬가지였다.

“…….”

뉴블랙이 머물고 있는 LA 대학병원 직원들은 당황하고 있는 중이었다.

행정실에 쌓인 편지들.

어느 직원이 물었다.

“그러니까 이게 미국 전역에서 날아온 편지들이라고요.”

“네.”

“한 사람한테…?”

“네, 수신자는 모두 뉴블랙 우주인데… 간혹 Zen-min이나, Joo-Sun이라는 이름으로 쓰인 경우도 있어요.”

여기에 있는 편지들을 하나로 모은다면 농담이 아니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았다.

행정실 직원이 말했다.

“이메일까지 포함하면… 더 많고요. 너무 많아서 이걸 담으려면 테라바이트는 있어야 할 거예요.”

“…….”

병원 직원들이 혀를 내둘렀다.

‘이런 건 처음 보는데.’

할리우드가 위치한 LA 특성상 그들은 유명 스포츠 스타나 가수, 배우들을 많이 보았다.

그런데 어느 스타가 이렇게 병원에 왔다고 팬들이 폭주하던가.

“그렇게 대단한 가수였어?”

“신기하네….”

병원에서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의 특성상 최근에 떠오른 뉴블랙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번 계기로 엄청 잘 알게 됐다.

“이번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얘네가 하이라이트였대.”

“블루문이 저 가수였구나.”

“바깥에 팬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쾌유의 부채춤추고 있던데… 뭔가 좀 신기한 것 같아.”

바깥세상에서 새롭게 핫하게 떠오른 가수가 얘네구나, 하면서 그 영향력을 실감하는 일반인들이었다.

그렇게 일반 직원들이 뉴블랙의 유명세를 실감하는 한편.

정작 담당 주치의를 맡고 있는 내과의사 롭 켄드릭은 다른 직원들과 다른 감상을 가지고 있었다.

“으으으음…….”

뭔가 이상하다.

보통 저 정도로 급성 위염이 되어 실려 온 환자라면 회복이 느리기 마련인데.

‘아니, 뭔 회복 속도가 이렇게 빨라.’

의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지만 몸의 모든 수치가 급속도로 좋아지고 있었다.

당사자가 웃으며 그런 말을 했다.

-잠을 푹 자서 그런가 봐요.

만성 수면부족과 스트레스로 안 좋았던 수치가 잠을 자면서 원 상태로 빠르게 회복되는 게 아니냐는 듯했다.

일리 있는 말이긴 했다.

하지만 그 전에 마음에 걸리는 게 한 가지 있긴 했다.

“으으으음…….”

달칵, 문을 열고 들어간 의사의 앞에 진귀한 광경이 펼쳐졌다.

우주의 배 위로 손을 올린 근엄한 미남이 중얼중얼하고 있었다.

“Jelly- Jelly.”

그리고 근엄한 미남의 어깨에 손을 올린 나머지 4인조가 원을 그리고 서 있었다.

“Jelly- Jelly.”

“Oh- My Jelly-.”

신성한 찬트처럼 짝짝 소리까지 오가면서 덩실덩실 원을 그리는데, 자기들끼리 말하길 Kang-kang Sue-Wallet이라고 했다.

“어, 선생님 오셨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인기척을 눈치챈 뉴블랙 멤버들이 인사하면서 롭 켄드릭이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처음에는 별 신경 안 썼는데, 유명한 셀럽이라는 것을 알게 된 다음부터는 왠지 모르게 조심스러워진다.

차트를 확인한 롭 켄드릭이 웃으며 물었다.

“저 캉캉수월렛은 계속하고 있는 건가요?”

“저희끼리 심심풀이로 하는 거예요. 병실에 있으니까 별로 할 것도 없고.”

더욱더 안색이 환해져 있는 우주.

롭 켄드릭은 신비함을 느꼈다.

‘이게 바로 동양의 Chi 인가. Yin과 Yang의 조화라든가…….’

기 치료는 실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잠시 들 정도였다.

젤리젤리를 연호하는 근엄한 미남을 슬쩍 바라보던 내과의사가 차트를 다시 확인했다.

이윽고 상태가 더 호전되었다는 사실을 알리자 그들이 좋아했다.

확연히 좋아진 수치.

‘에이, 아니겠지.’

고개를 슥슥 저으면서 롭 켄드릭이 방을 나섰다.

계속해서 그의 등 뒤에서 펼쳐지는 jelly jelly. 자기들끼리 기묘한 의식을 취하는 모습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 없지.’

현대 의학의 관점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무언가 의심이 드는 그런 상황이었다.

그렇게 그가 방을 나설 때.

“음?”

병실 문 앞에서 가운에 넥타이를 매고 있는 2인조를 발견한 롭 켄드릭이 잔뜩 긴장했다.

‘엇.’

병원장과 병원의 실세로 불리는 외과과장이었다.

그 둘이 넥타이 매무새를 정돈하면서 물었다.

“환자 상태는?”

“몹시 호전되어서 이제 퇴원시켜도 될 정도입니다.”

“그래, 그렇군.”

병원장과 차기 병원장으로 꼽히는 실세들의 등장에 롭 켄드릭이 살짝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그런데 두 분께서 여기는 어쩐 일로…….”

“아.”

두 사내가 주섬주섬 사인지를 내밀었다.

“딸아이가 팬일세.”

“나도.”

“아…….”

병원의 기부금 모금 파티 때가 아니라면 볼 수 없는 두 실세의 영업용 미소에 롭 켄드릭은 잠시 혼란을 느꼈다.

‘대체 무슨 가수들인 거지.’

뉴블랙의 영향력에 대해 잠시 두려움을 느끼는 어느 의사였다.

*   *   *

몸 상태가 아주 빠른 속도로 호전되고 있다.

처음에 입원했을 때만 해도 피 검사에서 나온 수치들이 안 좋았는데 지금은 모두 정상을 웃돌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그러는데 이런 회복 속도는 처음 본다나.

“젤리 젤리.”

“흐하하하!”

아무래도 잘 웃어서 그런 것 같다.

내가 심심해지려고 할 때마다 동생들이 자주 웃겨 주고 그래서, 병원에 있는데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상태가 호전된 뒤에는 할머니와 영상통화도 했다.

“Yo, 덕순!”

-옘병하고 있네. 이 옘병할 거.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해야지. 너는 이눔아, 그걸 미련하게…….

“아아아… 할머니가 잔소리하니까 갑자기 아파 온다.”

-저저.

걱정을 엄청 했는지 뺨이 살짝 홀쭉해진 할머니에게 동생들과 재롱을 부리며 마음을 달래 주었다.

그걸 시작으로 밀린 연락들에도 잠시 답장을 했다.

프사로 내 사진을 지정해 놓고 ‘주선우 실장님의 쾌유를 빕니다’ 한 스보 멤버들에게도 답장을 하고.

‘위염 새끼 눈치 챙겨’ 하는 톡으로 응원해 준 이웃집에게도 답장을 해 주고.

“어? 나윤이한테도 톡 왔네.”

스칼렛 데이지로부터도 톡이 왔다.

김나윤 [오라버니 힘내유]

김나윤 [우리 지금 오빠 덕분에 지금우리는 촬영 왔어 ㅎㅎㅎ]

김나윤 [(사진)]

김나윤 [진짜 고마워!!]

HBS의 탈출 관찰 예능 세트장 앞에서 환히 웃고 있는 스칼렛 4인조의 모습이 나와 있었다.

한국예술대상에서 만난 피디님의 말이 기억난다.

겁나 무서운 것을 할 거라고.

지호가 사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것이 그들의 마지막 사진이었다고 한다…….”

“우주 형, 큰일 났네.”

“한국 가면 이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노력해야 될 거예요.”

놀리는 동생들의 말을 무시하고는 잔뜩 쌓여 있는 톡들을 바라보았다.

KM 엔터의 플랑크톤 사장님으로부터 온 쾌유 메시지도 있고, 예능인들의 안부 메시지도 많다.

만약에 한국에 있는 병원이었다면 다들 병문안이라도 올 기세였다.

“이거 봤어요? 한국에서 누가 기사 올렸다가 얼른 내렸대요.”

“뭔데?”

리혁이가 내미는 태블릿의 기사 캡처를 보며 웃었다.

‘일방적 기자회견 취소’ 하면서 뉴블랙이 인천공항 기자회견을 취소해 버리는 바람에 기자들의 시간이 붕 뜨게 됐다 하면서 투덜대는 기사였다.

사람들의 철퇴를 받고 1시간 만에 내려갔다고 한다.

그리고 그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안 좋은 말을 하던 안티들이나 평론가들이 쏘옥 들어갔다나.

-너네 때문에 우주가 병 났다!

-으아아악! 우리한테 왜 그래요!

-니들 때문임!

……그런 분위기였다고 한다.

사람들이 우리를 이 정도로 좋아하는지 처음 알았다.

국뽕이나 그런 것도 그냥 드립인 줄 알았는데, 회사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 보니 한약이나 고기 보내겠다는 사람들도 엄청 많았다고 들었다.

그렇게 바다 건너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들으면서 웃을 때.

“이제 올라왔으려나?”

동생들과 함께 병실 TV를 틀고 자리를 잡았다.

‘N’ 하는 글자가 두둥! 소리를 내며 커져 가는 가운데, 넷플러스 계정으로 ‘지금 보고 있는 중’의 컨텐츠 하나를 눌렀다.

[From Now On] 뉴블랙 편 - 2화

뉴블랙은 마침내 그들을 위협하고 있는 진정한 공포와 마주한다. 점점 어둠을 드리우는 공포의 성.

이제는 과감한 선택이 필요할 때다.

넷플러스 특유의 멘트를 읽고는 2회차를 눌렀다.

“예이!”

오늘은 <지금 우리는>의 뉴블랙 특집 2화가 방영되는 날.

바로 전설의 H씨가 등장하는 회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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