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56화
<지금 우리는>이 1화의 성원에 힘입어 LA에서도 한국과 같은 시각에 업로드가 이루어질 때.
같은 시각, 한국에서는 시청자들이 잔뜩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오늘은 또 뭐가 나올까.’
로판 특집의 2회차이자 마지막 회차.
토요일 밤에 집집마다 옹기종기 모여 TV를 틀어 놓는 가운데, 스마트폰을 확인한 수플레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음?”
인터넷에 뉴스가 하나 있었다.
-HBS, <지금 우리는> 뉴블랙 특집, 1회차 더 연장한다.. “비하인드 컷까지 담을 예정”
오늘 끝날 것이라고 예정된 예능이 1회차 더 연장이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지금 뉴스 떴는데 오늘 안 끝난대.”
“그래?”
“뉴블랙 나온다고 HBS에서 뽕 뽑기로 했나 봐. 오늘 하고 나서 다음 주에 비하인드 끼워서 한 회차 더 한다네.”
“방송국 놈들이 뭘 좀 아네.”
2.5회 분으로 방영을 하고 거기에 비하인드 컷 등을 담아서 3부로 만들겠다는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납득했다.
“내가 방송국이어도 그렇게 해. 솔직히 뉴블랙 가지고 2주 딱 하고 끝나면 아쉬울 거 아냐.”
“그럼 오늘 안 끝나?”
“다음 주에 마저 보면 되지. 뭐~”
그런 식으로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TV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이었다.
광고 타임 동안 간식거리를 깨작거리거나 ‘우주는 몸 괜찮대?’ 하면서 안부를 궁금해하는 사람들.
“어휴~ 광고도 우라지게 많이 붙었네.”
시청률이 확 올랐다는 소식 때문인지 저번 뉴블랙 특집 1회차보다 1.5배는 더 많은 광고였다.
이불 빨래를 마친 리혁이가 라벤더 향을 맡으면서 행복해하는 광고가 끝난 후.
“리혁이 라벤더 향 안 좋아하는데.”
“쟤도 돈은 벌어야지.”
[저번 주!]
[충격적인 북부 대공의 정체…!]
지난주 요약이 빠르게 흘러가면서 본편에 돌입했다.
뉴블랙이 북부 대공이 지배하는 ‘드래곤 성’에 들어와 모험을 하고, 마침내 정체를 공개한 드라큘라에게 쫓기는 시작점.
[흐아아아악!]
혼비백산해서 도망치던 뉴블랙 멤버들이 식인종과 조우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어유!”
“저거는 내가 봤을 때 중현이가 무조건 잡을 수 있어. 중현이가 나서면 저 노인네는 반으로 접히는 거야.”
“아빠, 할아버지 표정이 안 좋아…….”
모두가 중현이 식인종 노인을 처치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식인종 정도는 중현이가 잡는다 이 말이야
-가라 김중현
-이건 중현이가 잡지ㅋㅋㅋㅋㅋㅋ
-죽은 사람만 아니라면 다 잡을 수 있음
-촬영 스탭들이 미리 주의사항 알려 줬을지 궁금하다.. ‘저 선생님, 저 친구는 놀라면 벽을 부숩니다’
-작중 식인종 할아부지가 더 위험해 보이는 상황ㅋㅋㅋㅋㅋ
-미국인이어서 다행이야. 한국인 할아버지였으면 저 상황에서 엄청 무서우셨을듯
TV 속에서도 같은 생각인지 멤버들이 중현을 향해 ‘얼른 공격해!’ 하면서 채근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현은 응답이 없었다.
마치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본 사람처럼 동공이 흔들리고 있었다.
“왜 저러지?”
“배가 고파서 힘이 없나?”
“애가 갑자기 맥아리가 없네….”
곧바로 그 이유가 밝혀졌다.
[중현]
제가 진짜 어지간한 것에는 겁이 없는 편인데. 어렸을 때 들었던 망태 할아버지 이야기를 좀 무서워하는 편이어서요.
망태 할아버지를 무서워하는데, 눈앞에 있는 식인종 할아버지가 그와 딱 생김새가 일치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의외의 약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싸 김중현 약점 알았다..!
-중현이 약점 알면 님들이 뭐, 어쩔 건데요
-어쩔 순 없지.. 그냥 알아 두는 거지..ㅠ
-우리가 뭐, 알아 둔다고 뭘 할 수 있겠어.. 그냥 알아 두는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중현이 그럼 산타클로스도 무서워하니? 망태 들고 다니고 서양 할아버지인데
시청자들이 웃음을 흘렸다.
‘애가 은근히 맹하면서 귀엽다니까.’
중현이 우주의 뒤에 숨어서 눈치를 보는 동안, 다행스럽게도 식인종은 드라큘라의 세 신부에게 처치됐다.
그러면서 탈출의 전반부가 본격적으로 끝났음을 알렸다.
이제부터는 드라큘라와 멤버들 사이에서 피 튀기는 추격전이 나올 예정인 듯했다.
일정 시간이 지날 때마다 보이지 않는 벽이 점점 넓어지면서, 흡혈귀들의 활동반경이 넓어진다는 룰 설명이 나온 후.
[저기에 벽이 있나 봐요!]
동생들의 말에 우주가 달려가서 흡혈귀들의 앞에서 벽이 있는 마임을 하면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왜 벽이 보이지?’
어른 시청자들이 안경을 벗고 눈을 비비고는 다시 바라보았다.
정말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처럼 허공을 더듬는 우주의 모습에 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저건 또 어떻게 할 줄 아는 거야…?”
“쟤는 이상한 것만 알려 주는 학원에 다니는 것 같다니까. 맨날 이상한 거 배워 오고 그래.”
“아냐, 엄마. 그런 학원이 있으면 우주가 원장일 거야.”
“맞네~”
평소처럼 ‘이상한 거 잘하는 잘생긴 애’의 이미지가 더욱 강화되어 가고 있는 한편.
온라인에서는 관련된 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일전에 뉴블랙 팬사인회에서 있던 영상이었다.
[다시 보는 우주 팬싸 마임]
(팬이 ‘홍합!’ 하고 컥! 컥! 웃음을 터뜨리는 영상.gif)
팬 : 우주야. 너와 나 사이에서 벽이 느껴지는 것 같아.
우주 : 정말이요?
팬 : 응. 무슨 벽이냐면….
우주 : 누가 알려 줬죠? 여기에 벽이 있다는 걸.
-완벽 드립이 이런식으로 실패하는 건 첨 보네 ㅋㅋㅋㅋ
-와 ㅅㅂ 전직 마임맨인 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거 시점 언제야??
-낙화 팬싸일때일 걸
-작년이네.. 진짜 열심히 살아서 여기까지 올라왔구나
-저때 최애를 드립으로 놀리려고 했던 저 팬은 홍합인간이란 네임드로 박제되었다고 한다
-뉴블랙 때려도 팬들이 ㅇㅈ하는 넴드 1. 오징어 공주 2. 홍합인간 3. 김덕순
-할머님 침투력ㅋㅋㅋㅋㅋㅋㅋ
작년도 팬사인회의 마임이 다시 한번 화제가 되는 가운데.
TV 속에서는 흡혈귀 공작과 비주가 ‘사랑하오’, ‘사랑하면 돈으로 주세요!’ 하며 티격태격대고 있었다.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이었지만 사람들의 감상은 대체로 비슷했다.
“근데 저 배우는 진짜 잘생겼네. 진짜로 어디 외국에 있는 귀족 데려다 놓은 줄 알았어.”
“뉴블랙 애들이랑 있어도 안 밀리네.”
배우 로니 루카스에 대한 관심이었다.
처음에 북부 대공일 때만 해도 ‘오’ 했는데, 드라큘라로 매혹적인 분장을 하고 나오니 눈에 띄는 얼굴이었다.
-드라큘라 대존잘
-존잘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사랑합니다
-하.. 개잘생겼어
비주와 투샷이 잡힌, 미모로 빛을 발하는 드라큘라 공작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드라큘라 공작과 우주의 얼굴이 한 화면에 잡히기 시작했다.
‘음?’
시청자들이 멈칫했다.
‘……우주가 더 잘생겼는데?’
북부대공 잘생겼구만, 하고 흐뭇하게 바라보는데 우주의 얼굴이 같은 화면에 샤아악 들어오면서 뭔가 평범해진다.
그제야 한국인들이 충격적인 표정을 지었다.
“맞다. 우주가 잘생겼었지…….”
“허이고.”
“왜 방금 전까지는 몰랐을까.”
비교군이 나타나니까 ‘와, 대박…’ 하며 감탄한 한국인들이었지만, 그 전까지는 의식을 못하고 있었다.
고생을 했는데도 새하얀 백옥 같은 피부.
매끄러운 피부 위로 정갈하게 배열된 이목구비를 보자면 백자 도자기에 수놓은 화려한 무늬 같다.
-우주가 이렇게 잘생긴 애였구나
-이런 고려청자 같은 외모로 와장창하기도 쉽지 않은데
-행적 때문에 어쩔 수가 음슴
-(전자레인지에 3분 카레 2개 넣었다고 ‘3x2’ 해서 6분 돌리는 누군가의 짤.gif)
-외국인들이 자꾸 뉴블랙 외모만 얘기해서 왜 저러지? 하는데 간만에 다시 납득
-우주 저래서 돼도 않는 개그 잘치는 거 아닐까.. 얼굴 보고 다들 웃어 주니까
-외모만 따졌을 때 한국인 이상형 랭킹 1위 ㄷㄷㄷ
-거기에 성격을 포함하면..?
-(누군가 그래픽으로 만든, 급격히 하락하는 순위 짤.gif)
-우주한테 왜그래ㅠㅠㅠ ㅋㅋㅋㅋ
한국인들이 의문의 부심(?)을 느끼며 방송을 감상하고 있는 동안, 뉴블랙 멤버들이 탈출방을 누비기 시작했다.
[아, 암호를 풀었는데 문이 안 열려여. 중현이 형! 이거 문 좀 어떻게 좀 열어 주세요!]
[잠시만.]
쫓아오는 흡혈귀들 때문에 놀란 멤버들이 채근하고 중현이 힘을 꾸우우욱 준다.
그리고.
문이 부서지면서 그들이 안도하고 뛰어가는 모습이 흘러나왔다. 그 상태로 통과한 후에 리혁이 멈춘다.
[잠깐만.]
[응?]
[이거 미닫이인데요.]
[…….]
미닫이문을 여닫이문으로 개조해 버린 중현의 힘에 시청자들이 미소를 지었다.
‘건강하니 됐지…….’
‘여닫이로 열면 여닫이인 거지, 뭐….’
‘문을 찢는구나.’
그 밖에도 절로 ‘저 바보들’ 하는 말이 절로 나오는 장면들이 이어졌다.
대놓고 [소고기 간식+험한 루트]와 [편한 루트]를 고르는 와중에도 전자를 골라서 가는 아이들이었다.
[무슨 함정을 준비하셨을지 모르지만, 이 간식거리로 힘을 충전한 저희의 상대는 되지 못할 걸요?]
[맞아!]
[엇? 바닥이… 흐아아아압!]
바닥이 무너지는데 우주와 중현이 벽에 착 붙었다.
[후후후후. 바닥이 무너진다?]
[벽에 매달리면 되는 거 아닙니까?]
[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
네티즌들이 미소를 지었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바보들같음
-ㄹㅇㅋㅋㅋㅋㅋㅋㅋ
-저 와중에 탈출이 빠른게 포인트 ㅋㅋㅋ
-아 재밌다
-바보짓도 기가 막히게 팀워크가 잘 맞으면 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팀
-어렸을 때 맨날 어른들이 21세기 창의력 인재라고 하던 게 알고보면 뉴블랙이 아니었을까
각종 창의적인 해결책으로 제작진이 만들어 낸 문제를 빠르게 통과하는 뉴블랙이었다.
그러는 한편.
흥미진진하게 드라큘라와 세 신부에게 쫓기는 이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오…….”
이 로판 세계관에 뉴블랙보다 먼저 도착했다고 알려진 H의 정체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흘린 빵 부스러기를 주워 가는 것처럼 뉴블랙 멤버들이 추격하면서 거리가 좁혀진다.
‘누구지?’
연예인 게스트일까.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앞에서 뉴블랙 멤버들이 지하 수로로 내려가는 해치를 열었다.
[텅. 텅. 텅.]
쇠로 된 사다리가 묘한 울림을 자아내는 가운데, 뉴블랙 멤버들이 등잔을 들면서 누군가의 모습이 공개된다.
꾀죄죄한 귀족 남자의 옷차림.
손목에 수갑을 찬 채 등을 돌리고 있던 누군가가 고개를 삭 돌리면서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어?’ 하는 소리가 나왔다.
“저저… 쟤 TNT에 걔 아니니? 인기 많은 애?”
“쟤 어디서 봤는데.”
“한태현이라고 TNT에서 춤추는 애야.”
드라큘라가 비주가 나타나기 이전에 사랑했다고 알려진 H의 정체.
TV 화면에서 경악한 멤버들의 얼굴과 함께 온라인도 후끈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미친 게스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한태현
-이게 섭외가 되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스트 ㅁㅊ
-태현아ㅏㅏㅏㅏㅏ
-선우주랑 베프라고 나온건가??
네티즌들 대부분이 얼굴을 알고 있는 유명 인사의 등장에 잠시 소란이 일었다.
TV 속에서 멤버들이 한태현을 놀려 대고 있는 동안, <지금 우리는>의 시청률이 소폭 상승했다.
-님들 님들 지금 HBS 틀어 보세요 태현이 나와요
-ㄴㅂㄹ 예능에 태현이 나옴!!!
-지금 hbs 예능 보고 있다가 최애 나와서 식겁
SNS 등의 타임라인이나 메시지 창이 바글바글해지면서 TNT의 팬들이나 한태현의 팬들이 TV를 틀었다.
‘뭐야. 진짜네?’
TNT 활동 중단 이후로 보기 힘들었던 예능이었다.
간만에 예능에 카메오로 등장한 최애를 보며 한태현의 팬들이 감격한 미소를 지었다.
‘……뉴블랙이 불러 준 건가? 일단 고맙습니다.’
더군다나 분장도 찰떡이다.
중세의 귀족이 입을 법한 옷을 꾀죄죄하게 입고 있는데 오히려 그게 포인트였다.
마치 몰락 귀족 가문의 후계자 같은 비주얼에 팬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예능팀의 코디를 칭찬했다.
‘배우신 분. 참으로 배우신 분…….’
그런 식으로 한태현의 팬들이 행복해하고 있을 때, 아이돌 커뮤니티에서는 웃음 가득한 반응이 나오고 있었다.
[알고 보니 소나무였던 북부 대공의 취향]
(연말 무대에서 나긋하고 화려한 춤선을 선보이는 한태현의 무대.gif)
(빌보드 어워드에서 부드러운 춤을 추는 비주의 무대.gif)
소나무였던 거임
-춤잘알 ㅇㅈ
-드라큘라님 갑자기 친근.. 저랑 취향이 같으시네요^^
-야 어디서 송진향 난다
-춤선 부드러운 메댄 좋아하시는구나
-외국에서 오신분인데 취향은 거의 철갑두른 남산 저 소나무
-송진가루가 흩날리네
-메댄만 파는 나로서는 몹시 친근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이렇게 보니까 개웃기네
-춤선 화려함+고급진 느낌 좋아하네
제작진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아이돌 팬들의 해석이 퍼지면서 일반인들도 웃음을 흘렸다.
‘얘도 비주처럼 메인 댄서였구나.’
한태현이 메인 댄서라는 점도 덩달아 알려지는 중이었다.
임팩트 있게 등장한 한태현은 뉴블랙과 자연스러운 티키타카를 이어 가며 그들의 탈출을 도왔다.
배를 타고 탈출해야 하는데, 배를 작동시킬 열쇠가 드라큘라의 목에 걸려 있는 상황.
그걸 획득하기 위해 최종장으로 접어들 때였다.
[이 옷을 입고 공작을 유인하는 겁니다.]
의류 창고에서 벽에 걸린 아름다운 드레스가 나오면서 시청자들의 시선이 누군가에게로 모였다.
두근두근.
‘설마…?’ 하는 생각을 하는 동안, 결국 드레스에 당첨되어 옷을 입은 우주의 모습이 흘러나왔다.
“어머.”
그런 감탄사가 집집마다 흘러나오는 한편.
드레스가 아니라 스코틀랜드의 전사가 치마를 걸친 것처럼, 탄탄한 체격을 자랑하는 미남의 모습이 등장했다.
최종병기 레이디.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시청자들이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검과 방패를 든 레이디 우주가 ‘캡틴 플라워’ 드립과 함께 등장하면서 극의 몰입감이 극에 달했을 때.
“어?”
<지금 우리는>의 2회차가 딱 끊겼다.
“…….”
“…….”
[다음 주!] 하는 예고가 등장하면서 전국에 있는 시청자들이 동시에 머리를 붙잡았다.
“야!”
“아니! 저걸…….”
“뭐야. 다음 편은?”
다음 주에 ‘3부 겸 스페셜 에피소드’를 시청해 달라는 친절한 자막에 시청자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 * *
분노한 시청자들이 HBS의 시청자 게시판에서 짱돌을 던지고, HBS가 어그로를 잘 끌었다며 행복해할 때.
-‘캡틴 플라워라 불러 주세요’.. “지금부터 우리는” 마지막 30초가 다 했다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선 뉴블랙, ‘드라큘라’ 잡을까
-뉴블랙 우주, 반전 몸매 공개.. “세계 최고로 튼튼한 레이디”
온라인도 마지막 장면의 충격 때문인지 온통 뉴블랙 우주의 기사로 뒤덮여 있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꺄르륵 웃는 이가 하나 있었다.
“후후후후…….”
아주 행복하게 웃는 초등학생.
“우후후후후…….”
바로 김비주의 동생, 김민준이었다.
남들이 다들 예능 꿀잼이라고 지켜보고 엄마아빠도 웃고 있는 동안에도 혼자 심각하게 예능을 바라보던 민준이었다.
하지만 예능이 끝난 지금, 모두가 ‘더 보여 줘!’ 하면서 분개하고 있을 때.
그는 웃고 있었다.
‘우주 형이 임팩트를 다 가져갔어…!’
비주 형이 드레스를 입고 호호호호 하고 있을 때만 해도 기분이 울적하기 그지없던 터였다.
‘학교 가기 싫다. 진짜….’
분명히 학교 가면 ‘김비주 존나 예뻐!’ 하면서 여자애들이 떠들고 그럴 게 분명하지 않았던가.
안 그래도 지난주 내내 그 소리 들어서 좀… 그랬던 동생이었다.
형이 돈 벌기가 쉽지 않구나, 하면서도 ‘그래도 난 부끄러운데!’ 하면서 입을 삐죽였던 시간.
하지만 이제는 지난 일이었다.
‘다음 주에 학교 가면 우주 형 이야기만 할 거야. 우리 형은 완전히 묻혔으니까…….’
꺄르르륵.
초등학생이 행복한 웃음을 흘렸다.
얼른 학교 가서 우주 형 이야기를 하며 놀리고 싶었다.
* * *
“똑똑하네…….”
HBS의 <지금 우리는>의 2회차 방송을 감상하면서 든 생각이 그거였다.
똑똑하다.
다른 특집처럼 깔끔하게 2회차로 끝냈을 수도 있는 분량을 살짝 늘리면서도 정말이지 절묘한 지점에 끊어서 임팩트가 강해졌다.
극에 관해 전문가인 막내가 말했다.
“저런 걸 절벽에 매달린다는 뜻에서 클리프행어라고 해요. 다음 화를 절대 안 볼 수 없게 만드는 거죠.”
“그렇구만.”
“어차피 다음 화에서 절벽에서 구출될 걸 알지만, 지금 당장은 너무 궁금하잖아요.”
레이디 우주가 등장해서 드라큘라를 쓸어버린다, 끝…! 으로 마무리 하는 것보다 레이디 우주 등장! 하면서 멈추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말이었다.
나도 동감했다.
정말이지 효과적인 마무리 아니던가.
누구라도 뒷내용이 궁금해질 것이고, 내가 캡틴 플라워로 등장한 장면을 잊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예능으로서 재미와 임팩트를 동시에 챙긴 아주 좋은 상황.
문제는…….
「오, 캡틴 플라워로군요.」
「어제 넷플러스에서 추천으로 뜨길래 잘 봤어요. 잔다르크처럼 나왔던데요.」
「흐하하하하! 레이디다.」
퇴원을 하러 가는 동안 복도에서 마주치는 직원들의 아는 체에 선글라스를 쓰고는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나 결심했다.”
“뭘요?”
“……당장 이 나라를 떠야겠어.”
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