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59)화 (659/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59화

만화에서 가끔 그런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주인공이 온 힘을 다해서 필살기 로켓을 발사했는데, 그걸 맞은 적이 연기에 휩싸이는 거다.

‘해치웠나!’

…라고 하는 순간.

뿌연 연기 속에서 적이 등장하고, 주인공네 팀원이 얄밉게 ‘전혀 타격이 없었어!’ 하고 외치는 그런 장면.

그 장면 속의 적이 된 기분이다.

-어떤가요? 이게 바로 우리가 혼신의 힘을 기울여 만든 곡입니다.

-미팅 전에 합의했다시피 오늘 미팅에서 들려준 곡은 절대 외부로 유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거 알죠?

혹시라도 이거 비슷하게 유출이라도 되면 너님들 고소할 수도 있음, 하는 식으로 나오는 2인조에게 우리가 떨떠름한 미소를 지었다.

‘가져요.’

‘너네 다 가져…….’

나름 자기들 딴에는 필살기라고 보여 준 것 같은데,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수록곡으로 실어 볼 만하다고 생각은 할 수 있어도 타이틀곡 감은 아니었다.

「인상 깊군요.」

의례적인 칭찬에 스티브와 개럿이 답했다.

-당연히 인상적일 수밖에 없죠. 이 곡은 다른 유명 가수에게 주려고 준비하고 있는 곡이니까요.

-우리의 실력을 보여 주는 곡일 뿐. 안타깝게도 여러분에게는 줄 수 없다는 점을 유념하시길.

처음에는 자기 어필인가 싶었는데 이 사람들… 뭔가 자화자찬이 좀 심하다.

리혁이가 물었다.

「우리는 이번에 미국 시장을 목표로 곡을 내려고 해요. 두 사람은 우리의 타이틀곡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글쎄요.

-보이그룹이니까 상큼하고 발랄한 쪽으로 가야죠. 기존 보이그룹의 성공 공식을 따라가는 편이 안전할 겁니다.

고민을 한 흔적도 안 느껴진다.

그래도 미팅을 하기 전에 ‘뉴블랙이 나아갈 길은…’ 하면서 자기들의 생각을 말해 주거나 그럴 줄 알았는데.

차차 고민해 봐야겠다는 투로 답하는 이들에게 미소를 지었다.

스티브 개럿.

미국 레코드사에서 보내 준 추천 명단에 있는 이 작곡가 듀오는 핫한 작곡가들 중 하나다.

그리고 우리와 색깔이 맞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던 작곡가.

솔직히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방금 들려준 곡도 내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을 뿐이지, 우리와 곡 작업을 했을 때 시너지를 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태도다.

「우리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나요?」

-아뇨. 이번에 처음 알았죠.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콜라보레이션 부문 상을 수상했다고 들었어요. 헤일리 블루와 함께 곡 작업을 했다면서요?

지호가 넌지시 말했다.

「헤일리 블루와 우주 형이 공동작업을 했죠.」

-그런 이야기를 들었죠.

-능력이 대단한가 보네요.

말은 그렇지만 딱히 블루문의 공동작곡이라고 감명 받거나 그런 투가 아니었다.

오히려 헤일리 이야기를 할 때 눈이 반짝이는데, 우리보다는 헤일리에 더 관심이 있어 보이는 느낌이다.

-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군요.

스티브가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블루문의 성공은 헤일리 블루의 역할이 굉장히 컸다고 보고 있어요. 그녀는 업계 탑의 싱어송라이터이면서, 네임밸류도 굉장히 높죠.

개럿이 덧붙였다.

-블루문의 성공 때문에 무언가 오해할 수 있다는 점은 알아요. 하지만 다음 곡을 낸다고 해서 블루문처럼 성공할 거라는 기대는 내려놓는 게 좋을 겁니다.

-다들 처음에 하는 생각이죠. 첫 곡을 성공시키고 나서 다음 곡도 이만큼 성공하겠지… 하는 생각 말이에요. 그러나 그런 가수 중에서 70퍼센트는 사라지는 게 이 바닥입니다.

-블루문 같은 곡은 또 나오기 힘들죠.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은 말이었다.

‘응응, 그래그래. 너네가 블루문을 썼어? 어유 대단하네. 그래, 성공했다는 건 잘 알겠어. 근데 헤일리 블루빨로 성공한 거 아니냐?’

‘우리한테 블루문 같은 곡을 바라는 건 무리수 아니니?’

심기가 불편할 때 자동으로 나오도록 연습한 미소가 방긋방긋 얼굴에 떠오르기 시작할 때.

부드럽게 우리의 가치를 후려치던 스티브가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물론, 지금까지는 현실적인 이야기고요.

-미국 시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전문가의 도움과 적절한 곡이 있다면 여러분에게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전문가의 말을 꼭 따라 줘야 하고요.

쉽게 말해 ‘부족한 너희를 전문가인 우리가 이끌어 주겠다’ 하면서 어필을 하는 작곡가들이었다.

잠시 흐르는 정적.

화면 건너편에서 작곡가들이 우리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동생들과 나의 시선이 우리 영애님에게로 향했다.

‘가라. 영애몬.’

비주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작곡가들에게 말했다.

영애식 화법이었다.

「정말 좋은 조언을 들려주셔서 개안하는 기분이네요. 들려주신 이야기를 잘 생각해 볼게요. 안타깝게도 시간 관계상 미팅은 여기까지 해야 할 것 같은데… 추후에 연락을 드려도 될까요?」

해석) Nu-nae-rang An-hae

미소를 지으며 통화를 종료하는 비주.

잠시 침묵이 감도는 작업실에서 프로듀서들이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 새끼들이 무시할 사람이 따로 있지. 헤일리 블루도 어화둥둥하는 우리 작곡요괴를…….”

“아직 미국에까지 정보가 퍼지고 그런 건 아닌가 보네.”

“저것들은 능력이 있어도 텄다. 텄어, 어딜 감히…….”

활활 타오르는 프로듀서들의 분위기에 역정을 내려던 동생들이 잠잠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우리가 미국에서 신인이라서 그런가 봐요.”

“완전 햇병아리 취급인데요.”

방금 전 작곡가들의 말을 들어 보니 대충 어떤 취급인지 알겠다.

너희가 잘나 봐야 헤일리 블루 빨로 이번에 상도 타고 무대도 한 거지, 다음 곡으로 또 성공한다는 보장이 있느냐.

외국 보이밴드가 영어 곡을 낸다고 미국 시장에서 성공할 것 같냐.

꼭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한국 매니아 층에게 인기가 많은 외국 가수가 우리나라에 와서 한국어 곡을 낸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니까.

오히려 그런 가수가 있다면 나도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볼 것이다.

“음…….”

네임펜을 들고 눈을 활활 불태우고 있는 리혁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얘는 왜 이렇게 화가 났지.

내가 웃으며 말했다.

“일단 이 사람들은 명단에서 지워.”

“네모 칸을 아예 다 칠해 버릴게요.”

네임펜을 휘두르려는 리혁이를 중현이가 제지했다. 그러고는 두꺼운 유성 매직을 건네주었다.

Steve Garret이라는 이름이 명단에서 까맣게 지워지는 한편.

부들부들하는 작곡가들에게 내가 웃으며 말했다.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잖아요.”

“넌 화도 안 나니?”

나상윤 팀장님의 물음에 내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제가 저런 사람들을 많이 봐서 아는데 대체로 오래는 못 가더라고요. 시간이 지나고 보면 망해 있어요.”

“…….”

“화를 낼 게 뭐가 있겠어요.”

미소를 지으며 답하자, 느슨하게 앉아 있던 우리 프로듀서들이 척추기립근을 되찾고 꼿꼿이 앉았다.

심호흡을 길게 한 번 하고는 명단을 훑으며 말했다.

“일단은 첫 번째 타자가 너무 별로였긴 한데… 명단 쭉 한 번 돌려 볼까요? 해 볼 수 있는 건 최대한 다 해 봐야죠.”

*   *   *

스티브 개럿과의 미팅이 끝난 후.

며칠 동안 명단에 있는 유명 작곡가들과도 미팅을 진행했다.

대체로 비슷한 분위기였다.

스티브 개럿처럼 거만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들은 별로 없고, 대체로 친절한 편이었지만 뉘앙스는 비슷했다.

-님들 팬덤 많은 건 알겠는데… 솔직히 미국 시장에서 잘 된다는 보장은 없지 않나요. K팝만 하던 님들이 본토 팝을 하면 오히려 색깔이 안 맞아서 마이너스일 수도 있음.

-콜라보할 가수 구해서 콜라보 곡 하나 더 내는 게 현실적일걸?

-돈만 주면 일단 무조건 하겠음. 근데, 블루문처럼 성공할 거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 알아줘.

-헤일리 블루 없는 님들은 좀…….

-솔직히 님들이 영어 곡으로 잘 될지는 잘 모르겠어서… 님들한테 곡 줬다가 망하면 내 커리어에 손해인데.

전반적으로 회의적인 분위기였다.

돈을 주면 최선을 다해서 일해 보겠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는 이야기들이었다.

“아, 은근히 힘 빠지네요.”

리혁이가 말했다.

“이런 건 으쌰으쌰 최선을 다해 보자고 해도 모자랄 판에 자꾸 힘 빠지는 얘기만 미리 하고 있으니까.”

“그만큼 자기들도 부담이 된다는 거지.”

“저 같아도 그럴 것 같아여. 팬덤도 엄청 많아 보이는 가수한테 곡을 줘야 하는 거기도 하구. 곡이 잘 안 되거나 그러면 자기들 커리어에 손해다 이 말이잖아요.”

전체적으로 잘나가는 작곡가들이라는 게 문제였다.

월드 레코드에서 건네준 추천 명단에 있는 이들 대부분은 지난 5년 동안 한 번의 실패 없이 승승장구한 작곡가들이었다.

굳이 우리랑 안 해도 맨디 스파이스나 로건 스미스 같은 가수들한테 촵 붙어서 커리어 관리를 하는 게 훨씬 편하다는 뜻이었다.

중현이가 말했다.

“그래도 돈 주면 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건 그렇지.”

수긍하는 나에게 리혁이가 말했다.

“그래도 단가가 너무 높아요. 다른 미국 가수들한테 곡 주는 것보다 시세의 두 배를 더 받겠다는 거잖아요.”

원래 목표했던 송 캠프는커녕, 예산이 굉장히 빠듯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비주가 으으음 소리를 냈다.

“되게 애매하네요. 그 정도 비용이면 여기 명단에 있는 작곡가 하나만 골라서 작업을 같이 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여기 있는 작곡가들이 우리 기준에 부합하는 편도 아니고.”

“적극적인 것도 중요해요. 나 너희랑 반드시 작업해 보고 싶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야 돼요.”

지호의 말에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미팅을 한 사람들 중에서 우리와 꼭 작업해 보고 싶다고 어필을 한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나 너희 팬이야! 꼭 작업하자!

-우리 오늘부터 1일이다? 응?

-아시아 최고의 스타, 뉴블랙을 만나뵙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2014년 6월 19일 데뷔한 최고의 스타 뉴블랙은…….

그런데 우리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 실력이 부족해서 오히려 우리한테 얹혀 가려는 케이스 같은 느낌.

“흐으으음…….”

동생들이랑 작업실 소파에 앉은 채 꿈틀꿈틀거렸다.

“으으으으음.”

돈이야 부족할 일이 없다.

그런데 이 돈을 어떻게 가장 효율적으로 잘 쓰느냐가 중요한 관건이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 돈을 잘 썼다고 소문이 나나~”

“늙은이 같은 말투 좀 쓰지 마요.”

“에헤라디여~ 에헤이요~ 에헤이여라 방아흥아로다~”

메인 보컬의 말을 무시하며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을 때.

막내가 핸드폰을 들었다.

“아, 배고프다. 일단 우리 뭐 먹고 나서 생각할까요?”

“그러자.”

막내에게 쏘옥 붙어서 고개를 내밀었다. 핸드폰 위로 배달 어플의 음식점들이 주르륵 지나간다.

“족발 먹을까요. 족발?”

“찬성.”

“으음… 뭐 먹지. 앞다리 시키고… 이거 마늘족발이라고 새로 나온 메뉴인데, 이거 시켜볼까요?”

막내의 말에 비주가 고개를 저었다.

“그냥 먹던 거 먹자. 저번에 새로운 거 먹었다가 별로였잖아.”

“글킨 하네요. 우주 형 위장도 생각할 겸… 원래 먹던 걸로 시킬게요.”

곧바로 결제를 마친 막내의 핸드폰에 ‘주문이 접수되었어요’ 하는 알림이 뜨고 있을 때.

그걸 보면서 내 머릿속에 무언가 스친 것이 있었다.

“음…?”

꼭 굳이 새로운 방식으로 일할 필요가 있을까.

영어 곡이라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도 그냥 우리 노래인데 단지 가사가 영어인 것뿐 아니던가. 한국 가수가 일본어 곡을 낸다고 해서 반드시 일본 작곡가와 협업하고 그러진 않듯이.

미국 시장이라는 낯선 환경이 있지만… 국내와 해외 차트를 매일같이 확인하고 트렌드를 확인하는 것은 이미 내가 해 온 일 아니던가.

최근에 투어와 어워드 때문에 바빠서 한 달가량 신곡들을 잘 못 듣긴 했지만 필요한 데이터는 충분히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내가 주도적으로 작업을 한다고 했을 때, 오히려 외국 작곡가들보다 이미 손발을 맞춘 사람들이 더 편할 것이다.

그럼 송 캠프는…….

“오.”

곧바로 좋은 생각이 들었다.

송 캠프는 예정대로 진행하되 거기에 들어가는 사람만 바꾸면 된다.

잘 모르는 외국 작곡가들 말고, 국내 최고의 프로듀서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사람들로.

“얘들아.”

고개를 돌리는 동생들에게 내가 환히 웃으며 말했다.

“내가 좋은 생각이 났어.”

*   *   *

넷플러스 런칭 다큐멘터리「The New Black : Making Waves」 中

인터뷰 룸에 앉아 있는 뉴블랙.

멤버들이 묘하게 쪽팔려하는 얼굴로 먼 곳을 바라보는 가운데, 리더가 신이 나서 설명을 하고 있다.

우주 : 지호가 족발을 시키면서 ‘형, 우리 신메뉴 먹어 볼까요?’ 그러는 거예요. 그 순간 머릿속에 생각이 샥 스치더라고요. 새로운 도전을 한다고 방식까지 새로울 필요가 있을까?

장면이 전환된다.

‘송캠프 계획표’라고 적힌 문서를 쓰면서 노트북 자판을 탈탈탈 두드리며 깔깔 웃는 우주.

그 뒤편 소파에 앉아 전광판 앱으로 [미친 사람 같아요]라고 띄우는 리혁.

리더의 곁에 비선실세처럼 붙어서 계획표에다 무언가를 하나씩 추가하는 비주와 아무 생각이 없는 둘.

우주 : 완성했다……!

행복해하던 우주가 컴퓨터에 주소록을 띄웠다.

우주 : 저희와 인연이 있는 작곡가 분들의 리스트입니다. 명절 선물 보내드릴 때 쓰는 리스트인데 어디 보자. 어느 분에게 보내 드려야…….

[초대장]이라고 적힌 문서를 바라보던 우주가 졸개들을 부른다.

주의 깊게 리스트를 살피는 졸개들.

이윽고 명단에서 작곡가들이 하나둘 선정되면서 다큐멘터리에 나긋한 내레이션이 깔린다.

내레이션 : 한국의 공연 업계 관계자들에게는 뉴블랙에게 포획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내레이션 속 목소리가 유쾌하게 웃는다.

내레이션 : 어디 한번 그 결과물을 볼까요?

*   *   *

그로부터 얼마 후.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고 유명한 작곡가들은 문자를 받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Web 발신]

반갑습니다. 고객님.

고객님의 소중한 상품이 배송 예정입니다.

시킨 적도 없는 택배가 도착한다는 소식이었다.

품목을 보아하니 ‘고기’ 라고 적혀 있는데, 이게 대체 무엇일까?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저녁에 도착한 택배.

“여보, 이거 뭐야?”

“뉴블랙이 뭘 보냈다고 그러던데.”

“그래? 어머머… 저번에 케이크도 보내더니.”

작곡가들이 부인이나 남편, 혹은 가족들 앞에서 어깨를 으쓱였다.

“이제 좀 알겠어? 나 뉴블랙한테 선물 받는 사람이야~”

“됐고 이거나 얼른 열어 봐.”

“응…….”

부우욱- 하면서 스티로폼 상자의 테이프를 뜯자 안에서 아이스팩과 함께 최고급 한우 세트가 나왔다.

아이가 있는 집에선 환호성이 흘러나왔다.

“아빠! 아빠! 소고기야!”

“대박!”

“허어어어… 이게 얼마짜리야? 백만 원은 될 것 같은데.”

어마어마한 퀄리티의 한우 세트를 받은 작곡가들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기뻐하는 가족들을 바라보았다.

‘고맙긴 한데, 이게 뭐지?’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때.

가족들이 그 안에 담긴 엽서를 꺼냈다.

“여기 편지 있다.”

“줘 봐.”

엽서를 열자 마치 크리스마스카드를 개봉한 것처럼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거 그거네. 가비가비 돗가비~”

“가비가비~ 돗가비~”

도깨비의 음원이 띠로로롱 재생되는 가운데, 그 안에 담긴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리혁의 손글씨 폰트로 인쇄된 편지였다.

“이거 뭐였더라. 가는 붕어체?”

“우파루파체인가 그거 아냐?”

곧바로 밑에 글귀가 쓰여 있었다.

*폰트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 미리 알려 드립니다. 이 편지는 ‘가는 피라루쿠체’로 작성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아, 하고 있을 때.

정갈한 필체의 편지가 이어졌다.

안녕하세요. 유웅 작곡가님.

간밤에 평안한 밤 보내셨는지요. 벌써 6월이 되었습니다. 한 해의 절반이 어느덧 지나갔네요.

저번에 함께 작업했을 때의 기억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감사 인사를 하던 뉴블랙이 그들의 의향을 물었다.

푸짐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는 꿈과 환상의 송 캠프.

올여름, 뉴블랙의 송 캠프에 참여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 건 어떠신가요?

작곡가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이건 악마의 유혹이다…….’

분명히 가면 커리어에 도움이 될 것도 안다.

하지만 가게 된다면 그 악독한 요괴들에게 시달릴 것도 알고 있다. 가서 생기를 쭈와아압 빨리겠지.

고통과 커리어 사이에서 저울질하던 작곡가들은 얼마 안 가 이것이 정말 악마적인 유혹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보. 더 많은 선물이래.”

“아빠, 고기 더 있나 봐.”

“얘 이거 선물이 뭐 더 있대.”

아름다운 선물세트의 비주얼에 가족들의 눈빛이 흉흉해져 있었다.

안 가겠다고 하면 가족들이 꽁꽁 묶어서 뉴블랙에게 착불로 보낼 듯한 기세였다.

유명 작곡가들이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가야지. 그래… 가야지.’

그리하여 전국의 유명 작곡가들이 소리 없이 울면서 자진 납치되어 가는 가운데.

그런 선택권조차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똑같이 선물 세트를 받긴 했지만… 아무런 선택권조차 없는 사람들.

[Web 발신]

[워크숍 참석 안내]

사랑하는 레몬 엔터 A&R과 프로듀싱팀 식구 여러분. 선우주입니다.

“이번에는 좀 탈출하는 줄 알았는데…….”

“사랑하는 식구들이래. 시작부터 거짓말이여.”

“아이이… 또 어딜 데려가려고…….”

레몬 엔터의 직원들이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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