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62)화 (662/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62화

“대체 왜 우리 보고 바보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니까요. 우리가 얼마나 똑똑한데…!”

막내의 말에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맞아.”

“진짜 억울하다.”

“여러분이 거기 갇혔으면 저희처럼 기발하게 탈출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부들부들하는 우리 모습에 직원들이 깔깔 웃으며 놀려댔다.

너무 얄밉다.

맨날 나 보고 사람을 굴리네, 가혹하게 혹사시키네 하지만 저게 굴림 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인가. 누가 봐도 조카 놀릴 거리가 생겨서 신이 난 삼촌들 같은 모양새였다.

보통 이럴 때 대표님에게 눈짓 한 번 하면, 대표님이 ‘어허, 참’ 하고 기강을 잡아 주시곤 했는데…….

안타깝게도 오늘은 대표님이 안 계셨다.

“대표님이 계셨으면 참 좋았을 텐데.”

그런 말을 중얼거리며 태양을 바라보는 중현이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어제 방송을 그만큼 많이 봤다는 거잖아요. 평소에 프로듀싱팀이나 A&R팀 직원 분들이 우리 얼굴 보기 싫다고 예능 안 보는 거 생각하면….”

“그건 그렇지.”

하도 얼굴을 많이 봐서 질린다며 우리가 나오는 예능은 거들떠도 안 보는 A&R과 프로듀싱팀이었다.

그러하기에 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언급을 한다는 것 자체가 보기 드문 일이었다.

-HBS ‘지금우리’ 자체 최고 시청률 찍었다.. 여호석 PD “고마워요, 캡틴 플라워”

포털 연예면 메인에 뜬 시청률 기사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전 국민이 다 봤구나.”

“그냥 편히 마음먹어요. 형.”

식당이나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어제 봤어요~’ 하면서 놀려댈 모습이 절로 그려진다.

그래.

마음 편하게 먹어야지. 꼭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어제 비하인드 때문에 조금 바보스러운 이미지가 생기긴 했지만, 이게 또 나름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어 보인다고 할까.

“오.”

포털 검색창의 링크를 타고 게시글을 하나 눌러보았다.

[뉴블랙 대본이라고 하던 애들 다 나와]

보자마자 속이 시원해지는 게시글이었다.

진짜 대본 없이 찍었는데, 조작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저렇게 딱딱 아귀가 맞아 떨어지는 게 나만 수상하냐? 나만 수상한 거냐구!

-백퍼 주작임~ 아님 말고.

이런 말을 했던 사람들에게 일침을 날리는 글인가 싶었다.

[뉴블랙 대본이라고 하던 애들 다 나와]

봤지?

진짜 대본이 있었으면 애들이 저렇게 셀프로 조졌겠냐고

우리 애들은 바보라구ㅠㅠㅠ

잠시 타격을 입은 느낌이다.

떨리는 손으로 화면을 댓글창으로 내렸다.

-진ㅉ ㅏ주작무새들 반성해야됨

-뭐만하면 대본이라고 해서 제작진에서 칼을 빼든 것 같음ㅋㅋㅋㅋㅋ

-이거 ㄹㅇ

-아 예능신이 떡밥을 잉어먹이처럼 뿌려 주는데 뭐 하러 주작을 하냐구

-ㅇㅈ 왜 대길이도 걍 섭외했냐고 그러지

-대길이는 진짜 섭외했을수도 있음.. 김중현이라면 가능하다

-우리 애들은 바보야

-222222 그렇게 깊게 생각 안 한다고

다들 열심히 편을 들어 주고 있는데 왠지 모르게 울적해지는 그런 기분이었다.

마치 ‘이 형이 늙었지만 감성은 젊다구!’ 하면서 나를 편들어 주는 동생들을 보는 듯한 느낌.

스크롤을 내리는 중에 다른 글도 하나 보인다.

예능 덕후들이 모인 커뮤니티 분위기였다.

[오히려 예능적으로 생각하면 뉴블랙이 뽑은 분량이 더 좋았던 듯 (분석/장문)]

로판이라는 낯선 장르 이용해서 복잡하게 스토리 전개 위주로 풀어 갔으면 일반 시청자들한테 잘 안 먹혔을 거임

남주 여주 서브남주 이런 것도 나이 든 사람들한테 낯서니까 ㅇㅇ

저게 뭔소리여 백퍼 이랬을걸

걍 뉴블랙처럼 몸으로 구르고 부수고 그런 게 일반인들한테 더 웃김

-ㅇㅇ 이거 맞는말 같음

-뉴블랙TV 해외 성공원인이 애초에 그거라고 하지 않았나? 개그 자체가 쉬워서 납득이 간다고

-몸개그는 인정이지

-분석추. 나도 이거 예능적으로 봤을 때는 뉴블랙이 뽑은 분량이 훨씬 나은 거 같더라

-비하인드에서 여주 배우 칼퇴근한 거 개웃겼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난 그래서 뉴블랙이 고도의 전략을 펼친게아닌가 하는생각이 들었음

-근데 장문이라면서

-[글쓴이] 아 현대인들에게 3줄 이상이면 장문 아니냐구~~

동생들에게 관련 글을 보여 주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예리하시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우리가 그런 분량을 만들어 낸 거죠.”

“크, 드디어 좀 아시는 분들이 나왔네요.”

장문의 분석을 보며 공감하는 우리 모습에 근처에 있던 프로듀싱팀 막내 형섭이가 말했다.

“와, 양심…….”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도망치는 형섭이의 모습에 중현이에게 지시를 내렸다.

“잡아 와라.”

“네, 형.”

파파팟!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달려가는 셋째를 보고는 그쯤에서 웹서핑을 중단하기로 했다.

슬슬 다른 작곡가들도 도착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접이식 가마를 접어서 버스에 넣고는 새로이 도착하는 작곡가들을 맞이했다.

“유 작곡가님! 잘 지내셨어요?”

“오랜만이에요.”

“와 주셔서 정말로 감사해요. 한우 세트는 잘 받으셨어요?”

“네, 가족들이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그것 때문에…….”

눈가가 살짝 촉촉하면서도, 커리어를 쌓는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표정들이 들떠 보인다.

웅성거리면서 자기들끼리 통성명을 하는데.

“어? 송 피디님이 여기 오셨어요?”

“어어어?”

‘너도 여기 있었구나?’ 하면서 자기들끼리 신기해하는 분위기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자리에 모인 작곡가들 모두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순간 여기 있는 사람들이 증발한다면 한국 가요계가 잠시 휘청거릴 정도.

리혁이가 명단을 체크하며 말했다.

“초대한 사람 중에서 90퍼센트가 왔네요. 진짜 경이로운 참석률이에요.”

뮤직카페의 진행자이자 피아니스트인 하승주, 조규환 이사님같이 본인 스케줄 때문에 바빠서 못 온 사람들을 제외하면 10명 중 9명꼴로 OK를 외치고 달려와 있었다.

심지어는.

“스케줄 다 빼고 왔습니다. 뉴블랙이 부른다고 하면 와야죠. 하하하!”

일단 같이 작업하고 싶다며 참석한 사람도 있었다.

그런 열렬한 의지를 보이는 외부 작곡가들의 모습에 우리가 프로듀싱팀을 바라보았다.

‘보이시죠?’

‘안 보임.’

워크숍에 참석하게 된 우리 작곡가들이 애써 모른 척하고 있을 때.

‘선우주의 휴식일기’ 촬영을 위해 카메라맨을 비롯해 제작진이 돌아다니고 있는 동안, 나에게 확성기가 주어졌다.

-아아. 다들 안녕하신가요?

“네!”

-2017년 제1회 뉴블랙 송 캠프에 오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자, 다들 소리 질러 볼까요?

“와아아아아아!”

-좋습니다.

환호하는 작곡가들에게 일정을 설명했다.

-이번 송 캠프는 총 5박 6일로 진행될 예정이고요. 우리 작곡가 여러분을 위해 아주 멋진 일정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와아아아아!”

-자, 그러면 지금부터 떠나볼까요?

쾌청한 아침.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작곡가들이 버스에 탑승하기 시작했다.

*   *   *

「선우주의 휴식‘일’기」 中

마이크를 든 지호가 자리에 앉아 흥겹게 트로트를 부르고, 기사님도 같이 흥겨워하는 버스.

우주가 옆에 앉은 나상윤 팀장에게 셀프캠을 들이민다.

나상윤 : 뭐야. 이건?

우주 : 선우주의 휴식일기 셀프캠이에요.

나상윤 : 아, 이번에 송 캠프랑 같이 촬영한다는 거?

우주 : 네, 그거요.

나상윤 : 반갑습니다. 수플레 여러분, 저는 지난 2015년부터 선우주에게 고통을 받고 있는…….

(삐—)

화면이 끊기고 다음 화면에서 활짝 미소 짓고 있는 나상윤 팀장.

나상윤 : …우주와 함께 하게 되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우주 : 네, 그렇다고 합니다. 말씀하신 김에 작곡가로서 저의 매력 포인트를 설명해 주실까요?

나상윤 : 음… 침대 틈 사이에 낀 리모컨 같은 매력이라고 할까요?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우주 : 오오.

우주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다.

우주 : 그런데 침대 틈 사이에 리모컨이 끼면 짜증 나잖아요?

나상윤 : (씨익)

(삐—)

검은 화면과 함께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핸드폰을 조심스럽게 살피고 있는 프로듀싱팀의 편곡 담당 형섭. 우주가 그에게 질문한다.

우주 : 즐거우신가요? 형섭 씨?

형섭 : 그럼요.

지호 : 헐! 형섭이 형 잡플래닛 보고 있어요!

우주 :

형섭 : 아니아니아니…! 아… 아니에요!

작곡가들 사이에서 요란한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렇게 즐겁게 버스가 내달리고, 흥겹게 놀다 지친 뉴블랙 멤버들과 작곡가들도 곯아떨어졌을 때.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한 듯 속도를 늦춘다.

작곡가1 : 어휴, 어제 비가 많이 왔나 보네. 바닥에 이파리 떨어진 것 좀 봐.

작곡가2 : 어제 폭우였대.

고급 리조트로 보이는 곳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다.

‘정승 리조트’라고 되어 있는 현판이 다가오면서 작곡가들이 눈을 깜빡인다.

[과연 무슨 일이…?]

라는 자막과 함께 눈을 비비고 일어난 뉴블랙 멤버들이 당황한다.

우주 : 뭐시여. 저게.

리혁 : 아니 하필이면 떨어져도…….

어제 폭우의 영향 때문인지 ‘정승’에서 ‘ㅇ’ 하나가 떨어질 듯 말 듯 간당간당하게 달라붙어 있었다.

잘못 보면 ‘저승 리조트’처럼 보이는 상황.

시작부터 예능신이 강림했다며 다들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과 함께 그들이 탑승한 버스 2대가 풀샷으로 잡힌다.

음산하게 깔리는 BGM.

그리고 방금 전까지 활짝 웃던 작곡가들의 미래를 보여 주듯 기괴한 장면들이 잡힌다.

[제발 일 좀 시켜 주세요!]

[일하고 싶어요… 일 좀 하게 해 주세요!]

[깔깔깔! 절대 안 돼요!]

그러면서 깔리는 자막.

[선우주의 휴식‘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   *   *

정승 리조트.

경상남도 남해군에 위치한 고급 리조트에 도착한 작곡가들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야아아-!”

“이거 진짜 근사한데? 완전 산토리니 그거네.”

“우와아아아…….”

체크인을 하고 들어온 숙소는 정말이지 근사했다.

테라스 너머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고, 알록달록한 지붕이 얹어진 다른 숙소들이 그림처럼 자리 잡고 있다. 멀찍이 한국 특유의 논밭이 보이지 않았다면 외국이라 착각할 만한 곳이었다.

“대박이네. 가격이 장난 아닐 것 같은데…….”

“흐어? 가격 봤어요?”

인터넷에서 가격을 검색한 외부 작곡가들이 기겁했다.

‘미쳤다.’

그냥 스키장 리조트 같은 곳을 상상했는데, 생각보다 거대한 스케일에 가슴이 웅장해진다.

“여보, 이거 봤어? 여기 숙소 장난 아니야.”

“자기야. 나 숙소 왔어.”

젊은 작곡가들은 SNS에 올릴 사진을 찍고, 기혼자들은 영상 통화를 하면서 숙소를 누비고 다녔다.

그야말로 미쳤다는 말이 나오는 복지 환경.

레몬 엔터의 작곡가들도 싱글벙글 미소를 지었다.

“막상 와 보니 좋구만.”

“우주 아니면 송 캠프를 이런 데서 할 수나 있었겠어? 펜션 하나 잡아서 고기 구워 먹었겠지.”

“대박이다. 진짜 대박이야…….”

대리석으로 장식된 숙소를 둘러보는 작곡가들의 마음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일치했다.

‘최선을 다해야지.’

‘받은 만큼 최선을 다한다.’

그런 굳은 결심을 하는 가운데.

작곡가들의 핸드폰에 ‘리조트 강당으로 집결하시기 바랍니다’ 하는 단톡방 알림이 떴다.

“오오오…….”

결혼식을 열어도 될 정도로 널찍한 강당에 도착한 작곡가들이 저마다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여기서 작업을 하는 건가 보네. 파티션 나눠 가지고.”

“그러게요.”

강당 곳곳에 미니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작곡가들이 가져온 장비를 한창 세팅하는 분위기였다.

다들 의욕 넘치는 눈빛으로 스트레칭을 하거나 몸을 푸는 한편.

외부 초빙된 작곡가들은 여유롭게 앉아 있는 레몬 엔터의 작곡가들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되게 여유 있어 보이네. 레몬 엔터가 그만큼 일하기 좋은가?’

소속사 직원들을 대하는 뉴블랙의 태도도 그렇고, 직원들에게 주어지는 복지 환경도 그렇고.

프리랜서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업무 환경을 찾던 몇몇 작곡가들이 관심을 보였다.

구직 사이트에 검색해 본 레몬 엔터.

‘대체로 평이 나쁘지 않네.’

퇴사율도 굉장히 낮아 보이고.

퇴사자가 남긴 듯한 안 좋은 평도 꼭 안 좋다고 보기는 힘들어 보였다.

-특정 아티스트의 입김이 회사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과도함

아마 우주를 저격하는 모양인데 작곡가들은 당연하게 납득했다.

‘레몬 엔터가 올해 매출 1000억 넘길 것 같다던데.’

회사 매출을 좌지우지하는 아티스트, 그것도 그 매출을 뽑아내는 장본인이 힘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니겠는가.

‘나중에 담배 타임 때 이것저것 좀 물어봐야지.’

담배 피울 때 은근슬쩍 끼어서 레몬 엔터 작곡가들에게 회사 환경이 어떤지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작곡가들이었다.

“근데 뉴블랙은 언제 오지?”

“그러게요.”

오리엔테이션을 시작할 시간이 되었는데 여전히 등장하지 않는 뉴블랙이었다.

작곡가들이 막 두리번거리기 시작할 때.

타앗!

강당의 조명이 꺼지면서 스크린이 내려왔다.

곧이어 재생되는 영상 하나.

[안녕하세요. 선우주입니다.]

미리 찍은 영상인지, 레몬 엔터 작업실에 앉아 있는 우주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뉴블랙의 송 캠프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리고 이번 송 캠프에 대해 자세한 안내 말씀을 드릴게요.]

PPT 진행을 하듯이 화면에 슬라이드가 떠오른다.

먼저 빌보드 뮤직 어워드의 무대 영상.

‘Wow!’ 하는 미국인들의 리액션과 함께 무대에서 신나게 춤을 추고 있는 뉴블랙 영상이 흘러나온다.

다시 봐도 기분이 좋다는 듯 레몬 엔터 작곡가들이 미소를 짓고 있을 때.

[아시다시피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는 저희 뉴블랙의 첫 영어 곡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부담을 과하게 가지실 필요는 없고요. 그저 좋은 곡을 만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시면 되겠습니다.]

우주가 미소를 지으며 설명을 이어 간다.

[송 캠프는 기존의 다른 기획사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갈 예정이에요. 무작위로 소그룹으로 섞어서 곡도 한 번 써 보고, 안면이 있는 분들끼리 모여서 곡도 한 곡 써 보고.]

작곡가들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턱을 매만지고 있을 때.

[하지만 꼭 기존의 방식으로만 진행하는 건 아니에요.]

“음?”

[이번에는 아주 독특한 접근법을 사용해 보려고 합니다.]

레몬 엔터의 작곡가들이 슬금슬금 불안함을 느꼈다.

‘또 뭐.’

‘또 뭘 하려고 밑밥을…….’

그런 그들에게 우주가 설명했다.

[제가 미국에서 위염으로 입원해 있었을 때,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어요. 인간의 창의력은 하면 안 될 때 발휘된다.]

“……?”

[일주일 정도 절대 안정을 취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 멤버들로부터 절대 일과 관련된 생각조차 하지 말란 말을 들었어요. 멜로디도 흥얼거리지 말고, 머릿속으로도 곡 생각하지 말고.]

“…….”

[그런데… 그 말을 들으니까 더욱더 창작욕구가 치솟더라고요. 하지 말라니까 더 작업을 하고 싶고.]

다들 비슷한 경험이 있는 만큼 모두가 공감 가는 표정을 지었다.

[원래 다 그렇잖아요? 시험 기간이 되면 벽지 무늬도 재미있어 보이고, 사소한 집안일조차 재미있어 보이고.]

“그렇지.”

“나 옛날에 재미있게 봤던 소설 작가가 고3이더라고. 그 사람 수능 끝나니까 글이 재미가 없어졌어.”

“일 쉬면 일하고 싶지.”

그런 그들에게 우주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런 의미로 이번 송 캠프의 5박 6일 일정에서 처음 3일 동안은 ‘작곡’이 일체 금지됩니다.]

“에?”

“음?”

[첫 3일 동안, 식사 자리나 대화에서도 작곡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 벌점이 부여되고요. 작곡과 관련된 일체의 작업에 있어서도 벌점이 부여될 예정입니다.]

이건 무슨 신박한 헛소리인가.

송 캠프에 와서 일을 하지 말라니.

작곡가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3일 동안은 일을 하지 말라고?”

“이상한데.”

“아니, 3일 동안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거야?”

작곡가들 사이에서 의문이 생겼다.

‘그게 그런 식으로 될 수가 있나?’

나름대로 기발한 아이디어기는 한데, 며칠 정도 작곡 못하게 한다고 더 잘 되고 그럴 수가 있으려나.

최고의 작곡가들을 불러 놓고 휴양 타임이라니.

그들로서는 나쁠 거야 없지만…….

‘이래서 일정이 5박 6일이나 됐구나. 어쩐지 엄청 길다 했어.’

일반적으로 송 캠프는 2박 3일에서 길어야 3박 4일 일정이었다. 사람의 집중력이라는 게 한계가 있으니까.

왜 이렇게 일정이 긴가 했더니 초반 휴식 때문인 모양이었다.

작곡가들이 미소를 지었다.

‘마음 편하게 쉬라고 저렇게 말을 해 주는 거구나.’

‘며칠 편하게 쉰 다음에 굴리려고 그러는 거구만.’

‘휴식이 필요했는데… 진짜 고맙다…….’

설마 작곡 며칠 쉰다고 엄청 작업이 하고 싶어지고 그럴까.

[아마도 저의 이런 아이디어에 의구심을 가지신 분들도 있겠지만, 그런 분들에게 작은 내기 하나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하면 안 될 때 더 하고 싶은 그런 느낌을 체험시켜 드리려고요.]

“……?”

[지금부터 10분 동안 웃음을 참으실 수 있다면 저희가 작은 선물 세트를 하나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

“꿀이구만. 꿀맛이야.”

작곡가들이 이내 정색한 표정으로 앉아 있을 때였다.

빵빵한 앰프를 통해 노래가 흘러나왔다.

빠바바밤

빠바바바- 빠밤

사극 태조 왕건의 웅장한 BGM이 흘러나오면서 살짝 뺨이 꿈틀하던 작곡가들의 귓가에 외침이 들렸다.

-주상 전하 납시오!

웅장한 브금과 함께 활짝 열리는 문.

새하얀 빛이 어두운 방 안으로 새어 들어오는 가운데, 사극에 나올 법한 호위 병사들이 가마를 들고 있었다.

부채를 흔드는 졸개들.

가마에 탄 우주가 근엄한 표정으로 등장하면서 곳곳에서 침과 기침 소리가 흘러나왔다.

“콜록!”

“켁!”

근엄하게 주변을 둘러보는 우주가 누군가의 표정을 그림같이 따라 한다.

“……누구인가? 지금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어?”

“꺽!”

“콜록! 콜록!”

웃음 내기 결과.

레몬 엔터 직원을 제외한 외부 작곡가 전원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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