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65)화 (665/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65화

1시간 전.

“자자! 이제 회의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가 봅시다.”

“좋죠!”

며칠간 음악에 대한 일체의 생각과 행동을 금지당한 것 때문일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회의를 끝낸 작곡가들이 본격적으로 장비들을 세팅하고 작업을 시작하려고 할 때였다.

“음?”

어딘가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린다.

작곡가들이 고개를 돌리자, 파티션으로 울타리가 쳐진 작업실 중 하나에 몇몇 작곡가들이 모여 있었다.

“저기는 무슨 일이래요?”

“글쎄, 뭐 재미있는 거라도 하나? 다들 눈이 초롱초롱한데.”

그때 노트북을 세팅하던 다른 작곡가가 말했다.

“저 자리면 우주 씨 작업실일 걸요? 우주 씨 작곡하는 거 구경하는 중인가 봐요.”

“오!”

그들의 눈에도 호기심이 깃들었다.

‘그러고 보니 우주선이 어떻게 작곡하는지 한 번도 못 봤네.’

이 자리에 있는 작곡가들의 대다수는 뉴블랙과 합을 맞춰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우주선이 직접 작곡하는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이미 완성된 노래를 같이 수정하거나, 혹은 그들이 작업한 곡을 들고 가서 컨펌을 받거나.

“점점 사람들이 몰리는데요. 저희도 가서 구경해 볼까요?”

“가죠. 언제 보겠어요.”

2017년 현재 국내 최고의 작곡가는 어떤 식으로 곡을 만들까.

작곡가들이 성큼성큼 걸어가 비어 있는 파티션 울타리에 한 자리를 차지했다.

‘음?’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묘하다.

졸개들은 허허 웃으며 앉아 있고, 우주만 무언가 홀린 사람처럼 마우스를 딸깍이고 있었다.

‘노하우를 좀 베껴갈 수 있으면 베껴 가야지.’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작업하는 거지?’

이윽고, 눈을 빛내는 작곡가들 앞에 펼쳐진 과정은 다음과 같았다.

팔짱을 낀 채 가만히 모니터를 응시하는 우주.

3분 정도 그러더니 혼자 중얼거린다.

“드럼은 좀 바꾸고.”

마우스를 몇 번 정도 클릭하더니 완벽한 드럼 루프가 완성됐다.

한 치의 망설임이나 고민조차 없다.

그저 머릿속에 떠오른 것을 고스란히 컴퓨터로 옮기는 모양인데, 거기에 어떠한 트집을 잡을 만한 흠도 없어 보였다. 마치 완성된 그림을 프린터로 쭉쭉 인쇄하는 듯한 느낌.

“대충 이렇게…….”

딸깍.

후렴구에 쓰일 멜로디가 완성됐다.

“사비는 이런 느낌으로 가고…….”

딸깍. 딸깍.

이번에는 후렴구 앞에 나올 벌스를 주르륵 완성하고는 재생해 본다.

머릿속에 진짜 완성본이라도 들어 있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훌륭한 퀄리티였다.

지켜보고 있던 작곡가들이 중얼거렸다.

“유 작곡가님은 저거 되세요?”

“안 되지. 저게 되면 내가 가요계를 휩쓸고 있었겠지…….”

“저건 머릿속에 완성본이 있는 수준인데요. 어떻게 저렇게 확신이 가득한 표정으로 찍는 거지?”

“확신이라기보다는 완전 몰입한 것 같은데요. 주변에서 말하는 소리가 안 들리나 봐요.”

조용히 앉아 있던 중현이 지렁이 젤리 중에서 하나밖에 없는 기다란 대왕지렁이를 우주의 눈앞에 흔들어 봤지만 반응이 없다.

어딘가를 바라보는 시선.

그러나 그 시선은 모니터가 아니라 어딘가 아주 먼 곳을 바라보는 듯했다.

‘저 머리 안에 대체 무슨 생각이 담겨 있는 걸까.’

하루만이라도 좋으니 저 천재가 보는 음악 세계를 똑같이 체험해 보고 싶었다.

손가락을 허공에 슥슥 긋던 뉴블랙의 리더가 중얼거린다.

“그리고 브릿지에서 코러스를 두 번 정도 업그레이드 하도록 넣어서… 클라이막스를…….”

빠르게 움직이는 손가락.

지켜보고 있는 모든 작곡가들이 숨을 죽였다.

‘와…….’

잘만 하면 걸작이 탄생할 듯한 분위기였다.

대가가 벽화에 붓을 놀리는 동안 조용히 해 주듯 작곡가들이 정숙한 채 나머지 과정을 지켜보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다 완성하는 거예요? 혼자서? 저건 적어도 네 명이서 분업해야 되는 과정인데…….”

“쉿.”

“아…….”

창작자로서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곡이 만들어져 가는 과정을 조용히 지켜 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모든 과정이 끝나고 우주가 리혁의 생수병을 들어 올려 홀짝일 때.

“음?”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는지 두리번거리던 우주가 파티션에 모인 작곡가들을 보고 당황했다.

그러고는 동생들을 바라보며 의견이 있냐고 물어본다.

피식 웃는 막내의 대답.

“의견은 모르겠고, 형이 천재라는 건 알겠어요.”

“무슨 소리야?”

“형, 지금 1시간 만에 타이틀곡 다 만들어 버린 거 알아요?”

“완성됐다고?”

어리둥절한 얼굴로 바라보던 우주가 작업 파일을 재생한다.

방금까지 완성한 곡의 풀 버전이 흘러나오면서 작곡가들이 캬 하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진짜 농담 아니고 저대로 딱 내보내도 될 것 같은데.’

‘저기서 믹싱 마스터링만 하면 끝나겠네.’

작곡가들 입장에서는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 작곡의 패러다임은 대체로 무수한 사람들의 협업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트랙 가이드와 탑 라이너 등으로 역할을 분류해서 작곡을 하는 것이 최근의 트렌드였다.

그런데 여기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해 버린 사람이 있다.

그리고 결과물도 완벽하다.

“음?”

하지만 당사자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완성본이라고? 이게…?”

이런 걸 무슨 완성본이라고 할 수 있냐는 이야기에 작곡가들의 마음이 순간 울컥했다.

농락당하는 기분이다.

예의상 겸손도 아니고 그냥 본인이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니 더욱 그랬다.

‘나였으면 저런 곡 쓰고 동네방네 자랑하고 떠들고 다니는데.’

‘짜증 나.’

‘학교 다닐 때도 저런 애들이 제일 미웠어….’

파티션 울타리 뒤편에서 험상궂게 꿈틀거리는 작곡가들이 느껴졌는지 우주가 아차 하고 해명했다.

“아니, 완성본이라고 하기에는 퀄리티가 좀 아닌 것 같아서. 이제 여기서 더하고 빼고 수정을 엄청 해야죠.”

“…….”

“진짜 완성본 아닌데…….”

중얼거리며 눈치를 살피는 우주의 모습에 작곡가들이 레몬 엔터의 직원들에게 물었다.

“원래 저러시나요?”

“예, 뭐 일상이죠…….”

프로듀서들이 흐뭇한 미소로 답했다.

“같이 작업하자고 부르더니 혼자서 다 해 놓고 의견이 어떠냐고 묻고 그래요. 나중에 어, 계셨어요? 하고는 미안하다고 밥 사 주고.”

“나 이번에 좀 타이틀곡 만든 것 같은데~ 하고 블라인드 테스트 들어가면 쟤 것만 다 뽑혀요.”

“제가 원래 자신감 하나로 평생 살아오던 사람이거든요. 여기 들어오고 자존감이 좀 떨어졌어요.”

시무룩하게 말하는 직원에게 작곡가들이 물었다.

“그럼 왜 계속 다니시는 건가요?”

“돈을 많이 줍니다.”

“아… 인정…….”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한편, 천재적인 재능을 목도한 작곡가들이 햐… 하면서 헛웃음을 지으며 자리로 돌아가려고 할 때였다.

누군가 중요한 의문을 던졌다.

“저기, 그런데 말이에요…….”

작곡가들의 시선이 모이자, 어느 작곡가가 말했다.

“지금 게임 끝난 거 아닌가요…?”

“어…?”

“여기서 아무리 저희끼리 더 노력한다고 해도 저걸 이길 수 있는 곡이 나올 것 같지가 않거든요. 솔직히 만든다고 해도 저걸 의식한 노래밖에 안 만들어질 것 같고.”

“…….”

맞는 말이었다.

퓨처 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강렬한 K팝 댄스곡의 결정체라고 할 만한 곡을 지금 눈앞에서 들었다.

한두 번 들었을 뿐인데도, 후렴 멜로디가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마치 여름철에 매미가 가득한 공원을 지나가고 나서도 한참 동안 맴맴맴맴맴맴맴- 하는 메아리에 시달리듯이.

백일장을 하는데 1등 작품부터 보여 주고 시작해서 계속해서 그걸 의식하게 되는 느낌.

“……이거 어떡하죠.”

곧이어 모이게 된 작곡가들이 회의를 주재하고는 결론을 냈다.

‘타이틀은 물 건너갔다.’

저걸 이길 만한 곡을 만들기 힘드니… 다음 선택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다음 정규 앨범에 넣을 만한 수록곡이나 만들어야지.’

내년도에 나올 뉴블랙의 정규 앨범 등에 수록할 만한 곡을 작업하는 것으로 목표가 수정됐다.

능숙하게 회의를 주재하던 나상윤 팀장이 외부 작곡가들을 토닥였다.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저희는 늘 겪는 일이에요.”

“하…….”

타이틀곡 만들어서 1등하는 상상을 했던 작곡가들이 허망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슬프다거나 그러진 않았다.

방금 전에 들었던 우주의 곡을 듣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저게 무조건 1등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하도 퀄리티가 좋다 보니 1등에 대한 욕심은 나지도 않았다.

‘1등은 물 건너갔으니 2등이라도 해야지.’

굳게 고개를 끄덕인 작곡가들이 자신들의 작업실로 돌아갔다.

하지만, 아직 그들이 모르고 있는 것이 한 가지 더 있었다.

가만히 외부 작곡가들을 지켜보던 나상윤 팀장에게 솔트맨 PD가 넌지시 물었다.

“아직 다들 모르는 거 같지?”

“응. 모르는 거 같네.”

저 사람들이 모르는 비밀.

그것은 바로 지금 저들이 작업하기 위해 선택한 트랙에 있었다.

*   *   *

「선우주의 휴식 ‘일’기」 中

회의를 하고 흩어지는 작곡가들을 배경으로 퀘스트창이 뜬다.

띠링!

[수록곡이 되기 위하여]

사악한 작곡요괴 우주선의 음모에 빠진 작곡가들은 이제 수록곡을 만들기 위한 도전에 나서야 한다.

근사한 수록곡을 만들어라!

난이도 : A

흩어진 작곡가들이 허허 웃는다.

작곡가 1 : 그냥 편하게 마음먹죠. 1등 목표로 했다가는 솔직히 못 버틸 것 같으니까요.

작곡가 2 : 일반인의 힘을 보여 주자고요.

그런 말을 하는 작곡가들의 얼굴 아래로 이름과 함께 어떤 히트곡을 냈는지 짤막한 화살표 설명이 붙는다.

걸그룹이나 발라드 가수들의 히트곡을 만들어 낸 국내 탑급 작곡가들이었다.

그러면서 저마다 첫날 들었던 것 중에서 기억에 남은 반주를 골라서 본격적으로 작업하기 시작한다.

곧이어 나오는 인터뷰 컷.

유명 작곡가 유웅이 자리에 앉아 있다.

유웅 : 그때 그런 마음이었거든요. 우주 씨가 너무 압도적인 능력을 보여 주긴 했지만 질 수 없다. 우리들도 얼마나 근사한 곡을 만들 수 있는지… 한번 능력을 제대로 보여 주겠다.

그러고 나서는 민망한 웃음을 터뜨린다.

유웅 : 그리고 나중에 가서 알게 된 건데, 첫날 들려줬던 그 반주 중에 저희가 골랐던 거 말이에요. 이거 위에다 곡 만들면 진짜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게 있는데…….

제작진 : 네.

유웅 : 그거… 우주 씨가 만든 거더라고요.

제작진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인터뷰 컷에서 작업에 열중한 강당 풍경이 멀찍이 드러난다.

파티션으로 나눠진 구획마다 반주를 재생하고 있는데, 그 위로 설명이 하나씩 뜨기 시작한다.

-1팀 반주 : 7번 (by 우주선)

-2팀 반주 : 4번 (by 우주선)

그런 식으로 모든 팀이 선택한 반주에 우주의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

우주선에게 지지 않겠다! 하면서 눈빛을 불태우는 작곡가들의 장면과 함께 강당 전경이 멀어지며 자막이 깔린다.

[송 캠프에서 탄생한 모든 곡에 ‘우주선’이라는 이름이 공동 작곡으로 들어가게 된 이유.jpg]

아련한 분위기의 BGM과 함께 투명도 80으로 껄껄 웃는 우주와 졸개들의 얼굴이 화면에 삽입됐다.

*   *   *

“자, 그러면 지금부터 수정 작업에 돌입해 봅시다.”

“예이…….”

수정 작업이라는 말을 하자마자 서필근 대리님과 형섭이의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죽어 갔다.

물론 우리 동생들은 예외였다.

“초반부에 조금 독특한 사운드가 들어가도 될 것 같아요. 블루문에서 가야금 소리가 은은하게 들어간 것처럼요.”

독특한 사운드가 있으면 좋겠다는 리혁이의 말에 몇 가지 악기를 떠올렸다.

“현악기는 퓨처 베이스에 좀 안 어울리는 느낌이고. 플루트 같은 목관악기 소리를 넣어 볼까?”

“괜찮을 것 같은데요. 근데 어떻게 넣을 거예요?”

“그건 프로듀싱팀 분들이 잘 넣어 주실 거야.”

이런 독특한 악기 소리를 곡에 어울리게 넣는 작업은 굉장히 까다롭다.

소리의 높낮이와 크기를 조절해서 잘 넣어야 하는 작업인데, 우리에겐 최고의 전문가들이 있었다.

서필근 대리님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걸 시작으로 지금 완성한 곡의 세부사항을 조율하는 작업을 거쳤다. 처음에는 만져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싶었는데.

“으으음…….”

“더 안 건드리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비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노래들과 다르게 한 번에 쭉 몰입해서 만들어서 그런지, 어떤 부분은 그냥 안 건드리는 게 더 나아 보였다.

살짝 수정하려고 한 순간, 나머지 파트가 ‘그럼 저는여?!’ 하면서 지호처럼 쫑알쫑알 따라붙으며 나도 고치라고 하는 느낌.

그랬기에 평소보다는 적은 수정 과정을 거쳤다.

“어때. 형섭아. 조금 달라진 느낌이 들지 않니?”

“으으음… 잘 모르겠는데.”

“아니, 들어 봐봐. 여기 멜로디를 조금 반전시켰잖아. 음도 한 두어 개 바뀌었고.”

“으음…….”

“형섭아, 너 작곡이 하고 싶어?”

“맨날 나한테만 그래.”

그렇게…….

“죽어라! 우주선!”

“중현아.”

“으아아악!”

두 직원과 동생들의 열렬한 응원.

“이런 식으로 수정하는 것에 대해 더 의견 있으신 분?”

“…….”

“정말? 아무도 없어요?”

그리고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서 곡의 구조를 완벽하게 확정했다.

이제 여기서 몇 가지 수정 과정을 더 거치고, 믹싱과 마스터링을 거치면 완성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렇게 빨리 만들어도 되나 싶었는데, 업계에 들어온 지 4년차가 되어서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창작에 있어서 더 많은 시간이 더 좋은 퀄리티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

“곡 괜찮은 것 같지?”

“몇 번째 묻는 거예요, 대체. 완벽하다니까.”

“그냥 묻는 거야.”

그래도 자꾸만 불안해서 묻는 나에게 리혁이가 단언했다.

“진짜 완벽하게 잘 뽑았으니 걱정하지 마요. 내 생각에는 이거 절대 망할 일 없으니까.”

“리혁아…….”

“왜요.”

“망한다는 부정 타는 단어는 쓰지 마….”

“아이, 진짜. 좋게 칭찬해 줘도…! 그만큼 좋다는 뜻이잖아요! 캬아아악!”

“참아여, 형. 참아. 우주 형이 좀 철이 없어요.”

부들부들하는 리혁이를 막내가 오르륵 까꿍해 주는 동안, 어느 정도 얼개가 잡힌 작업 파일을 저장하며 물었다.

“그런데 이거 제목은 뭐라고 할까?”

“지하철 소재로 했으니까 그거 해요. 영어로…….”

중현이가 말했다.

“영어로 뭐였더라. 서울 메트로니까… 메트로.”

“메트로. 괜찮네.”

그리하여 곡에 ‘Metro’라는 제목이 붙게 됐다.

‘Metro’라는 접두어 자체가 대도시(metropolis)에 붙어서 군중 속의 고독 같은 느낌도 낼 수 있고.

지하철이란 뜻도 되니까 적합한 것 같다.

뭐. 자세한 의미는 Hello, WOrLD 때처럼 유능한 TF팀이 만들어 줄 것이다.

“음, 그럼 이쯤에서 일단 휴식시간을 가질까요?”

형섭이와 서 대리님이 반색한 얼굴로 곧바로 널브러졌다.

그러는 한편, 할 일이 없어진 나는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곳곳에서 음악 소리가 들려오는 강당.

색색의 소리가 가득한 이곳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오호…….”

마침 심심하기도 한 터였다.

그런 의미로 그중에서 내 흥미를 자아내는 소리를 찾아가기로 했다.

*   *   *

같은 시각.

레몬 엔터의 작곡가들과 팀을 이뤄 작업을 하고 있는 외부 작곡가들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수준이 만만치가 않은데.’

잘나가는 작곡가들에게는 회사에 소속된 작곡가들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진짜 유능하고 잘나가면 혼자 스튜디오 차리고 작업실 차리지.’

봉급이나 직장 안정성 면에서는 뛰어나지만, 솔직히 잘나간다면 프리랜서로 머무는 것이 돈이 더 되는 곳이었다.

여기저기서 곡 달라고 돈을 바리바리 들고 찾아오고. 활동에 있어서도 훨씬 자유로우니까.

그래서 레몬 엔터의 작곡가들에 대해서도 살짝 낮추어 보는 게 없잖아 있긴 했는데.

“이거 조금만 한 템포 빼 보죠. 타이밍만 조금 제어해도 소리가 더 단단해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디테일한 부분에 있어서 예리한 분석과 통찰력을 보여 주는 레몬 엔터 프로듀서들의 모습에 감탄이 흘렀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작곡하는 법을 아는 사람들 같다.

본인들은 별다른 생각이 없어 보였지만 어디 가서도 독립해서 잘나갈 수 있을 듯한 능력이었다.

‘그런데 왜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거지…?’

그런 의문을 품는 탑 작곡가들이 지나가듯이 페이에 물었다.

“페이는 솔직히 업계 최고 수준이긴 하지만 그래도 뭐 엄청 많다 하는 정도는 아닌데요. 그게 크죠.”

“어떤 점이요?”

“뉴블랙이랑 스칼렛과 같이 작업을 할 수 있다 보니… 거기서 오는 저작권료가 좀 크거든요.”

그러고는 레몬 엔터 직원들이 나상윤 팀장을 가리켰다.

“나상윤 팀장님 같은 경우는 이번에 블루문이 크게 터졌잖아요? 그래서 저희끼리 농담으로 취미로 회사 다닌다고 그래요.”

“와…….”

어쩐지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도 보통 명품 시계가 아니더라니. 그런 비하인드에 외부 작곡가들의 시선이 초롱초롱해졌다.

‘레몬 엔터가 아니고 갓 엔터인데…….’

‘잘만하면 신의 직장인가.’

그리고 그런 외부인들의 시선에 내부자들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후후후’ 하고 있을 때였다.

“음?”

부우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미니 드론이 날아왔다.

거기 매달린 스피커에서 우주의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손규선 PD님.]

“왜 우주야.”

[우연히 지나가다가 작업하신 걸 들었는데요.]

“응.”

[혹시 저의 감상을 말씀드려도 될까요? 너무 좋은 노래 같아서 같이 이야기해 보고 싶어요.]

“알아서 할게.”

다급하게 거절하는 손 PD의 모습에 다른 작곡가들이 공감했다.

‘저건 거절해야지.’

‘우주 이야기 들으면 진짜 휘둘린다.’

현 시점 국내에서 가장 잘나가는 작곡가.

당사자는 선의와 음악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차서 ‘우리 같이 이야기해 보아요!’ 하고 있지만 그들 모두 알고 있었다.

우주가 곡에 대해서 어떤 방향을 이야기한다면 그들도 모르게 그쪽으로 가게 되리란 것을.

아니면 반대로 너무 의식해서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틀다가 망하던가.

[잠깐 이야기만 나누면 되는데…….]

“…….”

[정말 좋은 곡을 발견해서 이야기 좀 나눠보고 싶어요.]

“…….”

부우웅 주변을 맴도는 드론의 모습에 손 PD가 손으로 톡 건드려 드론을 날파리처럼 날려 버렸다.

웃음을 터뜨리는 외부인들에게 내부인이 말했다.

“보시다시피 좋은 직장이지만… 저런 아이가 존재한다는 단점이 있어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물리치면…….”

곧이어 쉭! 날아온 종이비행기가 손규선 PD의 무르팍에 안착했다.

“네, 이렇게 또 와요.”

‘그래도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 주세요….’ 하고 적힌 쪽지에 작곡가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곤 방금 전까지 구미가 당겼던 이직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장단점이 극단적인 직장이다. 중간이 없어…….’

어느 천재의 선량한 훈수에 시달리는 직원들의 모습에 훈훈하게 웃는 작곡가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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