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67)화 (667/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67화

[두 번은 못해먹겠다]라는 감상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마이크를 든 지호가 말했다.

-다른 이유도 봐봐요.

곧이어 ‘2회차가 있다면 참석하시겠습니까?’에 대한 불참 사유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주최자에게 농락을 당했습니다. 분명히 1등 시켜 주면 고기 준다고 했는데 자기가 다 1등해 버림ㅠㅠ]

[주최자가 너무 강함]

[솔직히 우리 왜 부른건지 모르겠음..]

익명으로 나오는 적나라한 감상평에 작곡가들이 단체로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마이크를 들었다.

-네, 여러분의 열렬한 성원에 힘입어 2회 송 캠프는 열리지 않을 예정이고요. 뭐, 그래도 다들 만족하셨으니까….

다음 송 캠프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에 외부 작곡가들과 우리 프로듀서들이 박수를 쳤다.

내가 우리 프로듀서들을 향해 말했다.

-프로듀싱팀은 아직 웃으시면 안 돼요. 2회 송 캠프라고 했지, 2회 워크숍이 안 열린다는 말은 아니었으니까요.

“우우우우우!”

“악독하다!”

-와. 진짜… 내가 6일 동안 고기를 얼마나 먹였는데.

배신감을 느끼며 부들부들하자 A&R과 프로듀싱팀 직원들이 농담이라며 웃었다.

나도 마주 보고 미소를 지었다.

-네. 여기까지 리뷰 시간을 마무리 짓고요. 이제 마무리 인사를 할 때가 되었네요.

강당에 모여 있는 작곡가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이번 저희 뉴블랙의 송 캠프에 참여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솔직히 이렇게 많이 모여 주실 줄은 몰랐어요. 저희가 초대장을 보내드린 분들 중에 절반만 와도 다행이다, 이러고 동생들이랑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정말 귀하고 대단한 분들이 이렇게…….

“저희는요!”

우리 프로듀서 중 하나의 질문에 내가 답했다.

-아, 예. 뭐. 우리 프로듀싱팀도 소중하죠.

“이야, 진심이 없다.”

-그럼 여러분은 저희가 얼마나 소중한가요?

“뭐, 소중하지…….”

절친한 우리 모습에 외부 작곡가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프로듀서들과 서로 눈을 찌릿하던 우리가 이내 사이좋게 웃음을 터뜨렸다.

-농담이고요. 정말 우리 프로듀서 분들도 소중하죠. 이따 서울로 돌아가서 근처에서 고깃집 콜?

“콜!”

“코오오올!”

-좋습니다. 근데 제가 어디까지 했죠, 고구마 군?

-까먹었습니다.

리혁이가 다가와서 귓속말로 속삭여 주었다.

-네, 정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요. 지난 3일간 여러분과 저희가 만든 곡들을 보면서 너무 설렜어요.

이번 송 캠프의 성과는 어마어마했다.

작곡가들이 며칠간 억눌렸던 창의력을 폭발시켜 만든 곡들.

그 하나하나가 타이틀로 삼아도 될 만큼 좋다.

앞으로 이 곡들을 어디에 써야 할지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오는 게 정말 즐거운 고민이라고 할까.

-멋진 곡과 더불어 저희에게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강당에 모인 작곡가들도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끝났다는 해방감 때문인지 꾀죄죄하고 퀭한 눈으로 앉아 있던 작곡가들의 얼굴에 생기가 돈다.

-아, 끝나기 전에 잠시만요.

비주가 마이크를 들고 외쳤다.

-다들 버스 탑승하시기 전에 저희가 준비한 선물 하나씩 받아가세요.

직접 준비한 손편지와 간단한 선물세트를 챙겨 가는 작곡가들의 얼굴에 미소가 감돈다.

그렇게 선물과 감사패 증정 시간을 가질 때.

누군가 손을 번쩍 들었다.

“질문 하나 있습니다.”

“네, 말씀해 주세요.”

“…저희가 몰래 작업을 하려고 할 때마다 마니또가 일러바쳤다고 하는데요. 마니또가 누군지 공개할 수 있나요?”

아.

그거.

내가 뺨을 글쩍이며 말했다.

“사실 마니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만들어 낸 가상의 인물이었어요.”

“…….”

“어쩌면 서로를 의심했던 여러분의 마음이 진정한 마니또가 아니었을까요…?”

서프라이즈 톤으로 마무리를 짓자 커다란 웃음소리와 함께 ‘사기꾼!’ 하는 야유가 들려왔다.

그때 또 한 분이 손을 들고 질문했다.

“처음 3일 동안 벌점이 있었잖아요. 음악 이야기만 해도 벌점 주고.”

“그랬죠.”

“그 벌점은 어떤 의미였던 건가요? 그것도 아무 의미도 없다거나 그런 건가요?”

그동안 부여받았던 벌점에 대해 묻는 작곡가들의 모습에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고는 환히 웃으며 답했다.

“그건 아니에요.”

“……?”

“여러분에게 주어졌던 벌점에 대해선… 아마 나중에 확인해 보시면 알 거예요.”

*   *   *

“아이고오…….”

서울로 돌아오는 길.

버스에 탑승하자마자 거의 기절하듯이 곯아떨어진 작곡가들이었다.

첫날만 해도 다 같이 노래를 부르며 즐거워했던 버스는 지금 코골이와 입을 크게 벌리고 하아악… 하는 소리만이 가득할 뿐.

“도착했습니다!”

잠에서 일어나 부르르 떨던 작곡가들이 저마다 비척비척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 추워.”

사람이란 게 참 청개구리 같다.

집에 있을 때는 어디 다른 데 놀러가고 싶고 그런데, 며칠간 밖에서 잠을 자니 집이 그리워졌다.

“고생하셨어요!”

“나중에 저희 술 한 잔 하자고요. 제가 쏠게요.”

“살펴 들어가세요!”

회식을 하러 떠나는 뉴블랙과 레몬 엔터의 프로듀서들과 악수를 나누며 작곡가들은 각자 타고 온 차량을 찾았다.

‘그래도 집에 돌아간다니까 좋네.’

괜스레 FM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뉴블랙의 밤바다도 듣기 좋고. 꽉 막히는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가 반가웠다.

끝없이 이어지는 차량들을 따라 운전하던 작곡가들의 상념이 깊어졌다.

‘한 번 생각을 해 볼까.’

첫날 술자리에서 레몬 엔터의 프로듀싱팀으로부터 들은 이야기.

-저희가 요새 또 인력 충원을 하고 있거든요. 저희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업무량이 많아져서.

-사실 프로듀싱팀이긴 한데… 반드시 뉴블랙이랑 스칼렛, 윤찬혁 씨 곡만 만들고 그러는 건 아니거든요. 외주 받으면 그것도 작업하고 그러죠. 우주가 버스터콜 쓸 때만 아니면 자유로워요.

-안정적인데 자유롭죠. 굉장히 만족해요.

숨겨진 꿀 직장. 레몬 엔터.

운전대를 두드리던 외부 작곡가들이 뉴블랙을 떠올렸다.

‘가수들 성격도 굉장히 좋아. 직원들이랑 관계도 수평적인 거 같고.’

사실 회사 소속 작곡가가 안 되려고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연예인들의 비위를 맞춰야 해서였다.

회사 소속이 되는 순간, 그 회사 아티스트한테는 을이 되는 거니까.

그런 리스크 때문에도 많이들 꺼리는 건데… 누가 봐도 뉴블랙은 성격이 유들유들하고 좋은 편이었다.

“으으음…….”

게다가 농담 삼아 갈린다는 표현을 쓰는 거지, 뉴블랙이나 우주선과 작업을 할 수 있다면 돈을 주고서라도 하고 싶어 할 사람들이 이 바닥에 산더미였다.

-저희도 원래 이 정도 실력은 아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고, 우주 하는 거 보면서 실력이 더 느는 것 같더라고요. 어떤 감이 생긴다고 해야 되나? 여기선 이렇게 해야 되겠구나 하는.

외부 작곡가들의 마음이 ‘취업’이라는 키워드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 이유 중에는 미래의 가능성도 있었다.

‘뉴블랙은 아직도 성장하는 중이야.’

이미 국내에서 탑을 찍은 국민 아이돌이 뭘 더 성장하느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뉴블랙은 아직도 성장하는 중이었다.

북미와 유럽에서도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고.

심지어 국내에서도 매번 음원 성적이 더더욱 좋아지고 있다.

쉽게 말해서 나중에 탑승하는 것보다 지금 탑승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뜻이었다.

계속해서 고민을 이어 가던 작곡가들이 생각을 정리했다.

‘일단 가족들이랑도 한 번 이야기를 해 봐야지.’

저마다 미소를 지으며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막상 집이 가까워지니 고민이 깊어졌다.

‘선물 못 가져왔는데.’

초대장에서 무수한 선물 세트가 있다고 해서 가족들이 눈을 초롱초롱 뜨지 않았던가.

‘하나도 못 따 왔네.’

콘테스트에서 우주 팀이 제출한 곡이 연이어 1등을 거머쥐면서 모두들 빈손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마지막에 받은 선물 세트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가족들이 기대하는 바와는 좀 다른 종류였다.

그랬기에 뺨을 긁적이며 집으로 들어갈 때였다.

“왔어?”

“아빠 왔다!”

거실에서 모여서 즐겁게 웃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에 작곡가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무슨 일이지?’

큼지막한 스티로폼 박스 두 개가 거실에 펼쳐져 있고, 가족들이 꺄르륵 웃으며 행복해하고 있었다.

“뭐야?”

“뉴블랙한테 선물 세트 온다고 왜 이야기 안 했어? 오늘 갑자기 도착해서 진짜 깜짝 놀랐다니까.”

“응?”

스티로폼 박스에 담긴 선물 세트를 바라본 작곡가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라?’

그동안 1등에게만 주어졌던 한우 갈비 세트와 고급 와인이 떡하니 보자기에 싸여 있었다.

“근데 이거 와인 엄청 좋은 거 아니야?”

“그… 그럴걸.”

배우자들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가운데, 갈비를 보고 흥분하던 아들과 딸이 다리에 촙 안겼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다.

“아빠 최고…!”

레몬 엔터의 취업으로 마음이 조금 기울었던 작곡가들이 완전히 함락될 때.

“근데 거기서 뭘 했길래 이렇게 선물을 많이 줬대?”

“응?”

“저게 다가 아니거든.”

더 있다는 말에 발걸음을 떼서 확인하니 정말로 다른 선물들이 가득했다.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기억했는지 어린이나 학생을 위한 선물도 있고, 부모님에게 드릴 선물도 있고.

‘어떻게 알았지?’

그냥 가족 이야기가 나올 때 지나가듯이 언급한 게 전부인데, 그걸 전부 다 기억한 모양이었다.

선물 세트에 동봉된 손편지를 개봉하자 리혁의 글씨가 프린트 되어 있었다.

-[3점] 귀하의 노고와 열정에 감사 드립니다.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가 했던 작곡가들이 ‘아’ 했다.

작곡하고 싶다고 난리를 치다가 벌점을 얻은 사람들에게 추가로 주어진 선물인 모양이었다.

“못 말린다. 정말.”

그걸 보며 한참을 조용히 웃던 작곡가들이 선물 세트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아무것도 못 탄 줄 알고 시무룩했는데, 막상 집에 돌아오니 선물이 집 안에 가득 깔려 있다.

어리둥절하면서도 기분이 좋다.

‘뭔 진짜 도깨비한테 홀린 것 같네.’

착한 사람한테는 복을 준다는 도깨비 설화 속 김 서방이 된 듯한 기분이다.

어디선가 꺄르륵! 하는 웃음소리가 들리는 느낌.

‘……진짜 지원해 볼까.’

레몬 엔터로 취업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외부 작곡가들.

외거노비가 솔거노비로 변해 가는 순간이었다.

*   *   *

“흐하하하하하!”

“도비가 쏟아진다……!”

작곡을 도와줄 집요정이 가득해진다!

프로듀싱팀 직원들과 우리가 입사 지원을 문의하는 작곡가들의 명단을 보고 크게 웃었다.

“흐하하하하하!”

“으하핫!”

“꺄르르르륵!”

열린 틈으로 우리가 웃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팀 직원들이 고개를 흔들며 사라졌다.

나상윤 팀장님이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아, 왜 이렇게 기분이 좋지? 내가 파묻혀 있는 이 구렁텅이로 알아서 데굴데굴 들어오는 게.”

“행복하다. 행복해.”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신념으로 살아가는 우리 프로듀서들이었다.

유웅 작곡가님을 비롯해 송 캠프에 참여한 작곡가들 중 꽤 많은 수가 우리 회사에 취업 관련 문의를 했다.

“잘됐네요.”

나도 모르게 미소가 그려진다.

“우리 이제 확장해야 할 시기잖아요. 저분들이 새로 합류하시면 진짜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그치. 저 사람들까지 참여하면… 우리가 국내 기획사 중에서 작곡으로 탑 찍을걸.”

“음?”

막내가 물었다.

“원래 우리 탑 아니었어요?”

“아. 우주 빼고도 탑이 되는 거지. 지금 여기서 우주 빠지면 우리가 TJ랑 KM 다음 정도 될걸.”

“아하…….”

동생들의 깨달음 섞인 감탄사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괜스레 민망한 기분이라 화제를 돌렸다.

“그럼 저희 Metro 좀 잘 부탁드릴게요.”

“맡겨만 둬.”

송 캠프에서 돌아온 후, TF팀과 함께 긴 회의를 거쳤다.

이번에 송 캠프에서 만들었던 Metro라는 곡의 컨셉은 어떻게 할 것이며 녹음을 비롯해 뮤비 촬영 일정은 어떻게 잡을지.

그런 회의를 거쳐서 Metro의 편곡 방향까지 잡았다.

곡 제목도 소문자가 아닌 대문자로 ‘METRO’라고 하기로 하고.

“작사가는 미국에서 유명한 작사가를 섭외하기로 했어요. 우리가 가사에 담을 내용을 적어 주면 적절하게 만들어 준다더라고요.”

고개를 끄덕이는 작곡가들에게 말했다.

“편곡 정말 잘 부탁드리고요. 앞에 들어가는 대금 사운드를 좀 잘 어울리게 믹스되도록 부탁드릴게요.”

“기가 막히게 섞어 놓을게.”

“그리고 필요하거나 궁금한 것 있으면 바로바로 메일 보내시고요. 제가 외국에서도 메일 확인은 계속하니까.”

일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내 모습에 프로듀서들이 동생들을 바라보았다.

“얘 이러다 또 쓰러지는 거 아니니?”

“걱정 마세요.”

중현이가 푸근하게 웃었다.

“인터넷 선 끊어 놓을게요.”

“이 아저씨 일 관련해서 얼씬도 못하게 할 테니까 다들 편하게 작업해 주세요.”

“이번에는 2인 1실이라서 제가 집중마크하기로 했어여.”

노트북 못 챙겨 가게 할 것이라는 동생들의 말에 내가 말했다.

“아니, 이번에 너희 덕분에 정말 푹 쉬어서 걱정 안 해도 된다니까.”

“안 돼요.”

비주가 말했다.

“이번에 가는 칠레는 고산병 위험까지 있어요. 또 고되게 작업하다가 쓰러지면 저 진짜 눈물 날 것 같아요.”

“…….”

“엇, 상상하니까 조금 났다. 어…….”

어머, 어떡해하면서 비주 곁에 모여서 웅성거리는 졸개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티벳여우 같은 표정이 나왔다.

“……뭐 어쨌든 잘 부탁드릴게요.”

“걱정 말고 공연 잘하고 와.”

이렇게 당부의 말을 하는 이유는 다음 주에 남미 콘서트 일정이 있기 때문이었다.

칠레에서 이틀, 브라질에서 이틀.

내가 한국을 떠나 있는 동안 곡 작업을 부탁할 예정이라 당부할 사항이 많았다.

“짧게 이야기할게요.”

1시간 정도 곡에 대한 방향성을 진지하게 설명한 후.

다시 한번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하는 나를 프로듀싱팀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반쯤 내쫓았다.

“아직 할 이야기가……!”

“훠이훠이.”

“알았… 너네는 왜 거기 끼어서 같이 내쫓는 건데?”

입맛만 다시다가 프로듀싱팀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헤어질 때였다.

“참, 우주야.”

나상윤 팀장님이 궁금한 게 있다는 얼굴로 물었다.

“네가 쓴 뭄바톤 곡 말이야.”

“아, 네.”

“그것도 묵히긴 아까운 것 같은데… 편곡 좀 해 둘까? 조금 보이그룹 느낌 나는 버전으로?”

“음…….”

송 캠프가 시작한 날에 만들었던 뭄바톤 장르의 K팝 곡.

그날 투표 1위를 한 곡이자, 보이그룹보다는 걸그룹이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평을 받은 곡이었다.

그걸 우리가 쓰도록 수정해 둘까 하는 물음에 내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일단 그대로 둬 주세요. 만들 때도 그렇고, 일단 제가 생각한 용도가 따로 있어서.”

“알았어.”

그러고는 투어 잘 다녀오라고 인사하는 직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사무실을 빠져 나오자마자 동생들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스칼렛 누나들한테 곡 주려고요?”

“확정된 건 아니고, 일전에 조 이사님이랑 약속한 것도 있고 해서.”

Coin을 작곡하려고 회사에 오락실을 설치했을 때였나.

조규환 이사님으로부터 곡 대기 명단에 우리 회사 걸그룹을 올려도 되겠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 이후로 쭉 시간이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제대로 시간이 나서 작업을 한 번 해 봤다.

“일단 조 이사님이랑 이야기 나눠보고 그래야지.”

“호오오…….”

눈을 가늘게 뜬 막내가 물었다.

“솔직히 말해 봐요. ‘지금부터 우리는’에서 공포 특집한 것 때문에 누나들한테 죽을까 봐 곡 써 준 거죠?”

“……아, 아니거든.”

“맞네, 맞아.”

“아니라니까? 내가 그런 거에 겁먹고 그러는 사람 같아?”

“저기 스칼렛 누나들이다…!”

“흐아아악!”

뒤돌아서 다급하게 도망치는데 뒤에서 아무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고개를 돌아보자 웃음을 참는 동생들이 보인다. 리혁이는 아주 행복해서 기절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스칼렛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

멍하니 바라보는 나에게 막내가 느끼한 미소를 지었다.

“뻥인데~”

“야!”

*   *   *

한국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한 후.

우리는 곧장 비행기를 타고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로 향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칠레가 남미에서 K팝 인기가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라고 들었다.

그 때문인지.

“크롸라라라라라!”

“우주! 몸 많이 챙겨! 몸 안 챙기면 수플레 눈물 좔좔…!”

“우주우우우!”

…공항에서부터 내 건강을 염려해 주는 팬들을 많이 만났다.

그냥 위염 때문에 잠시 쓰러졌던 건데, 내가 무사히 걸어 다니는 모습만 보고도 팬들이 왈칵 눈물을 쏟았다.

뭔가 굉장히 미안하면서… 앞으로 건강관리 잘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자, 그럼 공연 준비 들어갑시다.”

푹 쉬어서 그런지 공연을 앞두고 풀 컨디션이었다.

그렇게 산티아고 무비스타 아레나를 시작으로 브라질 리우의 올림픽 아레나까지 남미에서 일주일가량 시간을 보냈다.

총 4일 공연으로 도합 5만 2천여 명의 관객이었다.

그야말로 남미 각지에서 모인 팬들과 소통하면서 즐겁게 공연을 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보냈…….

“흐어어어!”

플라잉 팬티다!

“왜 그래요?”

“꾸, 꿈에서 플라잉 속옷이… 나왔어.”

“저도요. 그게 곤충들처럼 변해서 잠자리채로 잡는 꿈 꿨어요.”

중현이와 푸근한 미소를 교환했다.

좋은 공연을 보면 속옷을 신명나게 던지는 남미 팬들의 모습이 인상 깊기는 했던 모양이다.

어쨌건 남미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휴식을 취한 후.

“드디어 오늘이다.”

“우후후후후후.”

“준비됐니. 아가들?”

“네!”

우리가 기다리고 기다렸던 일정이 마침내 찾아왔다.

[Passion. Connected.]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뉴블랙 홍보대사 위촉식]

바로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대사 위촉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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