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68)화 (668/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68화

한국 프레스 센터.

국내 주요 언론사들의 기자회견장으로 쓰이는 곳이자 오늘 우리의 위촉식이 열리는 곳이다.

“뉴블랙이다!”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카메라들이 벌떼처럼 따라붙었다. 각종 연예 매체에서 파견 나온 기자들인 듯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기분이 어떠세요?!”

“너무 좋아요. 최고입니다.”

엄지를 들어 주고는 ‘우주 씨 정장 멋져요!’ 하는 사진 기자 분에게도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지호가 골라 준 옷이에요.”

“그래서 멀쩡했군요!”

기자들 사이에서 왁자지껄한 웃음이 흘러나오고, 내가 촉촉하고 아련한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척하자 또 웃음이 터져 나온다.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프레스 센터로 입장했다.

아무래도 올림픽 관련 행사인 만큼 연예매체보다는 연합뉴스를 비롯해 국내 메이저 언론사들이 총출동해 있었다. 그랬기에 대기실에서 평소보다 메이크업에 신중을 기울였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물었다.

“아무래도 조금 더 차분한 톤으로 수정하는 게 좋겠지?”

“네.”

그래서 일부러 머리도 까맣게 하고 왔다.

“후…….”

거울을 보면서 볼을 부풀려 보기도 하고 입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표정을 풀었다.

남들은 고작 홍보대사 위촉식 가지고 뭐 이리 신경 쓰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소중한 행사라서.

“초등학생 때 2002년 월드컵 보고 그러면서, 언젠가 이런 행사에 관계자로 끼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랬는데 이번에 올림픽 폐막식 퍼포머에 홍보대사까지.

가만히 있어도 입이 싱글벙글 귀에 걸린다.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석환 형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너희 때는 2002 월드컵이겠구나.”

“응?”

“나 때는 88 올림픽이거든.”

갑자기 늙은 기분이라면서 웃으며 눈물을 닦는 TF팀장님의 모습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민기 형과 원석이 형, 그리고 다른 매니저들과 함께 신이 나서 2002 월드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갑자기 비주가 웃음을 터뜨리며 우리 두 막내를 가리켰다.

“형, 얘네 봐요. 아무 말도 안 하고 조용히 있어요.”

“흐하하하!”

2002년 월드컵 당시에 6살과 5살이었던 아기들이 입을 삐죽 내민 채 콧김을 뿜고 있었다.

“리혁이 월드컵할 때 유치원도 못 다니고 있었구나?”

“…조용히 해요. 나이 몇 살 더 먹은 게 무슨 자랑이라고.”

“그러면 스페인전에서 승부차기 하는 것도 기억 안 나는구나? 동네에서 막 소리 치고 난리 났는데.”

중현이도 한 마디 보탰다.

“리혁이랑 지호는 그럼 골든골도 모르겠네요.”

“으하하하하!”

늙은이들이 단체로 신이 나서 어린이들을 놀려댔다.

하지만 우리의 웃음은 얼마 가지 못했다. 스마트폰을 검색하던 매니저 민수 씨가 내뱉은 말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2002년에 태어난 아이들이면… 이제 곧 연예계에 데뷔하고 그러겠네요.”

“…….”

“앗,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서…….”

2002년도에 태어난 애들이 2019년에 고2가 되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월드컵 둥이들이 ‘선배님~’ 하고 졸졸 따라오는 상상을 하니 갑자기 훅 세월이 밀려오는 기분이다.

괜히 거울 보면서 얼굴에 주름은 없는지 확인하게 되고. 눈가가 더 촉촉해진 석환 형에게 미소도 지어 보이고.

“관리 잘해야지…….”

탱글탱글한 젊은이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몸과 피부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할 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풍채가 좋은 중년인이 등장했다. 평창 올림픽의 조직위원장님이었다.

“아이고,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서로 덕담을 나누며 악수를 했다.

“이번에 뉴블랙을 홍보 대사로 섭외해서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몰라요. 홍보 잘 부탁드립니다.”

“저희도 잘 부탁드려요~!”

“제가 들었는데 미튜브에 구독자만 수천만 명이라죠? 하하하. 벌써부터 기대가 큽니다.”

뉴블랙이 라이브 도중에 지나가다가 ‘푱촹~’ 한마디만 해도 홍보가 되는 것 아니겠냐고 하는 위원장님의 말에 우리가 미소를 지었다.

“정말 맡겨만 주세요.”

*   *   *

관계자들과 악수를 나눈 후.

곧바로 기자회견장에서 공식적인 행사가 시작됐다.

촤르르르르륵-!

국내 모든 언론사들이 총 집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기자들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대고 있었다.

PBS, TBC, HBS는 물론이고, 국내 메이저 언론사들 마크가 곳곳에 보인다.

섬광탄이 터지는 듯한 플래시 속에 다소곳이 서서 위원장님이 건네주는 위촉패를 받아 들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K팝 스타 뉴블랙 님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홍보대사로 위촉합니다. 2017년 6월 26일. 조직위원장 오송식.

고개를 꾸벅 숙여서 위촉패를 받아 든 후.

이번에는 리혁이보다 더 커다란 판넬이 나타났다. 바로 홍보대사 직함이 담긴 명함이었다.

촤르르르르륵!

다시 한번 카메라 플래시에 신명나게 얻어맞고는 곧바로 자리에 앉아 공식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우선 홍보대사로 위촉되신 것에 진심으로 축하드리고요.

“네, 감사합니다.”

-소감이 어떠신지.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저희 할머니와 주변 어른들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우주야, 너는 88 올림픽도 못 봤냐?’ 라고 말씀하시면서 놀리곤 했는데…….”

내가 웃으며 말했다.

“나중에 커서 88 올림픽의 영상들을 보면서 왜 어른들이 입버릇처럼 88 올림픽을 말씀하셨는지 알 것 같더라고요. 그만큼 올림픽은 국민들에게 의미가 큰 행사 같습니다.”

아직까지 어르신들이 ‘손에 손 잡고’를 이야기하고, 굴렁쇠 소년을 이야기하는 건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30년 만에 다시 한국에서 열리게 된 이번 올림픽. 저희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영광인 것 같습니다.”

해석) [뉴블랙 우주, ‘30년 만의 올림픽.. 한 손 보탤 수 있어 영광’]으로 헤드라인 잡아 주세요.

기자들의 노트북 자판을 신명나게 두드렸다.

그때 한 기자가 손을 들었다.

-이번 올림픽 마스코트에 대해서는 잘 알고 계시나요?

해석) 혹시 공부 안 했으면 어그로 좀 끌어 볼게.

리혁이가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마이크를 들었다.

“홍보대사가 되기 위해서 수호랑과 반다비에 대해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호랑이와 반달곰을 형상화한….”

해석) 저리 꺼지세요.

어그로는 빠르게 처단하고.

곧이어 쏟아지는 질문에 동생들과 함께 차례대로 응답을 했다.

“컬링 종목을 되게 기대하고 있어요. 저희가 나중에 시간 되면 꼭 한 번 해 보자고 이야기한 종목이기도 하고.”

“좋아하는 선수요? 음, 저희가 가슴 깊이 응원하고 있는 쇼트트랙 선수 분들이 있는데요.”

“네, <지금 내 고향은> 촬영을 하면서 평창에 가 본 적 있습니다.”

그래도 국내 최고의 언론사들이 모여 있으니 질문 수준도 대단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내심 품고 있었는데.

조금 죄송한 이야기지만 연예 매체랑 질문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뜬금없는 질문들이 몇 차례 지나가고.

이번에는 일본 방송국의 기자 분이 손을 들어 한국어로 말했다.

-우주 씨가 외국어를 굉장히 잘하시잖아요. 혹시 이 자리에서 다른 언어로 평창 올림픽을 소개해 주실 수는 있는지?

“아. 그럼요.”

산뜻한 미소를 지으며 프랑스어로 평창 올림픽을 언급했다.

「안녕하세요. 뉴블랙 우주입니다. 전 세계인이 하나가 될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많은 응원과 성원 부탁드리겠습니다.」

작년 여름에 프랑스에서 열린 K팝 콘에서 MC가 했던 멘트 몇 개를 수정해서 사용했다.

원래는 전 세계인이 하나가 되는 음악 축제였던가.

졸개들이 오오오 하면서 물개 박수를 치는 모습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마지막 질문을 받는다는 사회자의 말에 어느 기자 분이 손을 들었다.

-뉴블랙 하면 이색 컨텐츠, 독특한 활동으로 유명하잖아요. 혹시 이번 평창 동계 올림픽 관련해서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는지?

“네, 있습니다.”

사실 이번 홍보대사를 수락하면서 위촉식만을 기다렸던 이유가 있었다.

바로 우리가 평창 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해 계획하고 있는 컨텐츠들 때문이었다.

얼른 홍보대사가 되었다고 공식 인증을 땅땅 받아야 이런 영상들을 올릴 수가 있으니까.

눈을 초롱초롱 뜨며 기대하는 조직위원장님을 바라보고는 기자들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저희는 정말 많은 것을 준비하고 있어요.”

*   *   *

그날 저녁.

‘음? 평창 올림픽 홍보대사?’

수플레들이 새로운 떡밥에 흥미를 보였다.

-오오오!!

-ㅊㅋㅊㅋ

-잉 원래 뉴블랙 홍보대사 아니었음??? 미튜브에서 뭐 본 거 같은데

-ㄴㄴ 그거 팬메이드 영상

-빨리도 섭외했네ㅋㅋㅋㅋ 내가 조직위면 예전에 홍보대사 위촉했음

-국내 인지도랑 해외 유명세까지 합치면 뉴블랙이 최고긴 함.. 일찍 섭외좀 하지

-울 애들 잘나간다 ㅊㅋㅊㅋ

-미튭에서 하도 합성 많이 봐서 그런지 이미 홍보대사인 줄 알았음 ㅋㅋㅋㅋ

중간중간 원래 홍보대사 아니냐고 묻는 다른 아이돌 팬들의 댓글들.

한국풍 곡이었던 낙화가 나왔을 당시에 ‘뉴블랙을 평창으로’하는 제목으로 팬이 합성한 영상을 보고 홍보대사로 착각했다는 말들이 많았다.

대체로 ‘ㅊㅋㅊㅋ’ 하는 반응들을 살피던 수플레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홍보대사는 그렇고. 이번에 폐막식이나 개막식 무대 중에 하나는 서겠지…?’

그게 가장 기대하고 있던 바였다.

개막식이야 일반 국민들이 ‘뭔 아이돌이야!’ 하면서 반발할지 몰라도, 폐막식에서 K팝 아이돌 무대는 확정 아니겠는가.

그리고 K팝 아이돌 무대를 하는데 뉴블랙이 빠지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아니라 머글들이 용납 못할 것.’

‘머글들이 다 뒤집어 줄 거야.’

평소처럼 본인들이 약하고 숫자가 적다는 착각을 하는 수플레들이었다.

한편, 그로부터 얼마 후.

수플레들과 짭플레들, 그리고 호감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인 ‘호일’들의 핸드폰에 알림이 떴다.

[★뉴블랙과 함께 하는 평창 올림픽!★]

뉴블랙 TV에 새로운 영상이 대거 등록되었다는 소식이었다.

평창 올림픽을 홍보하는 영상을 멤버별로 다른 버전으로 올린 모양이었다.

“성실하다, 진짜 성실해.”

해외 콘서트를 도느라 바쁠 텐데 이런 건 또 언제 준비를 했단 말인가.

뉴블랙의 성실함에 감탄하던 구독자들이 평소처럼 접속했을 때였다.

“응?”

그런데 썸네일의 상태가 범상치가 않다.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본다면 고소장을 제출할 듯한 썸네일.

꿀꺽.

간만에 보는 독특한 영상에 구독자들이 설렘과 흥분을 느끼며 마우스를 클릭했다.

처음 나오는 것은 비주의 영상.

“음?”

아주 거대한 옷장이 조용히 서 있었다.

그러고는 문짝이 활짝 열렸다.

활짝!

빨간 망토 소녀의 복장을 입은 비주가 진지한 얼굴로 ‘파로마!’ 하듯이 구호를 외쳤다.

[평창!]

[평창!]

화면이 분할되면서 수십 명의 비주가 ‘평창!’, ‘평창!’ 하고 외치면서 정신이 어질어질해지는 느낌.

30초짜리 광고가 끝나고 나서 검은 화면이 떴다.

[평창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공식 홍보대사 뉴블랙]

그리고 영상이 끝나기 5초 전.

[평창!]

뻐꾸기시계의 뻐꾸기처럼 비주가 튀어나왔다.

“으아씨, 깜짝이야.”

그런 비주가 ‘놀랐죠?’ 하듯이 웃으며 문을 닫는다.

[평창…]

하는 소곤거림과 함께.

‘이건 뭐 하는 영상이지.’

‘평창이 잊히지가 않는다.’

‘평창… 평창…….’

중독성 있게 ‘평창!’ 하던 영상이 끝난 후.

바로 다음 영상이 자동으로 재생되어 흘러나왔다.

‘음? 아침 드라마?’

이번에는 아침 드라마 컨셉인 모양이다.

[본부장 왕지호]라는 명패가 놓인 책상에서 서류 결재를 하고 있는 검은 수트의 미남.

막장 드라마 특유의 긴박감 넘치는 BGM에 흘러나오면서 문이 벌컥 열린다.

‘어? 저 사람?’

아침이나 일일 드라마에서 시어머니 역할을 자주 맡는 배우가 문을 벌컥! 열고 등장해서 걸어온다.

어머니를 봐서 그런지 놀라서 일어나는 왕 본부장.

[펴, 평창?]

중견 배우가 종이를 들이밀며 외친다.

[평창!]

[펴, 평창…….]

모든 대사가 ‘평창’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무슨 대화가 벌어지는 것인지 눈으로 보기만 해도 납득이 갔다.

뒤이어 따라 들어온 젊은 여자 배우가 둘 사이에 서서 다급하게 ‘평창!’ 한다.

못난 아들에게 분노한 어머니가 종이를 팔랑팔랑 던지면서 효과음으로 ‘평창…’ 하고 흘러나왔다.

“콜록!”

수줍은 효과음에 물을 마시던 이들이 사레가 들렸다.

그리하여 막장 드라마 특유의 긴박감 넘치는 내용이 뉴블랙 막내의 명연기에 힘입어 쫀득쫀득하게 전개될 때.

다음 회를 기대하라는 듯한 BGM과 함께 광고가 끝났다.

[평창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공식 홍보대사 뉴블랙]

다시금 나오는 ‘공식’을 인증하는 듯한 강조 연출.

왠지 모르게 팝콘을 가져와서 봐야 할 것 같은 영상 리스트가 쭈르륵 이어졌다.

이번에는 리혁의 영상이었다.

‘오. 이번에는 대사가 평창이 아니네.’

청춘 영화 같은 연출이었다.

비가 쏴아아 내리는 버스 정류장에서 대학생 서리혁이 청춘 영화의 남주처럼 앉아 있다.

[헉, 헉.]

가방을 들어 올려 비를 막던 다른 대학생이 뛰어와 옆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고개를 슬쩍 돌리던 여자가 콧대가 우뚝한 미남의 얼굴을 보고 홍조를 머금었다.

바로 그때.

손수건을 꺼내 조심스럽게 옆자리로 내미는 리혁의 따스한 배려. 감동하려던 여자의 눈에 손수건에 적힌 글귀가 들어온다.

-빗방울 좀 튀기지 마세요.

삽입된 웃음소리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시트콤의 한 장면처럼 버스 정류장의 전경이 줌아웃되어 잡힌다.

손수건으로 얼굴에 묻은 빗방울을 닦은 대학생이 손수건을 돌려주면서 다시 청춘영화의 BGM이 흘러나온다.

[저기…….]

[네.]

[실례지만 혹시… 커피 좋아하시나요?]

[아뇨.]

[그럼 혹시 시간이…….]

[올림픽 보러 가야 돼요.]

호감이 가는 상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지만 ‘올림픽 보러 가야 한다’는 멘트가 반복해서 이어진다.

새침하게 거절한 리혁이 오고 있는 버스를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럼 올림픽 보러 가겠습니다.]

[대체 그 올림픽이 언제인데요!]

다시 또 흐르는 정적.

비가 내리는 버스 정류장에 선 두 남녀 사이로 청춘 영화의 BGM이 흘러나올 때.

버스에 탑승하려던 리혁이 고개를 돌리며 말한다.

[2018년 2월 9일이요.]

‘1829’ 번이라고 적힌 버스에 탑승하는 리혁의 모습과 함께 공식 홍보 대사 로고가 나왔다.

‘2월 9일…….’

‘1829….’

‘왜 주입되는 거 같지.’

‘평창’이라는 키워드를 연속으로 들어서 그런지, 언제 시작하는지 날짜가 머릿속에 각인되는 느낌이다.

평창 하면 1829…….

고개를 흔들던 구독자들의 앞에 이번에는 중현의 영상이 흘러나왔다.

‘오오오오.’

운동복을 입은 중현이 매끈한 근육을 자랑하며 줄넘기를 하고 있었다.

땀방울을 흘리는 척하면서 줄넘기를 타던 중현이 곧바로 샌드백을 치기 시작한다.

슉슈슉슉!

록키 3의 테마곡인 ‘Eye of Tiger’가 깔리면서 맹훈련하는 중현의 모습이 흘러나오고.

내레이션이 깔린다.

[나는 이번 올림픽에서 반드시 훌륭한 성과를 거둘 것이다.]

윗몸 일으키기와 턱걸이를 열심히 하고 있는 중현의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외국인들이 수군거린다.

[저 녀석… 평창이 동계 올림픽이라는 걸 모르고 있어.]

[평창은 동계 올림픽인데.]

이건 외국인들을 겨냥한 영상인 모양이었다.

‘후우’ 하며 열심히 복싱 수련을 하던 중현이 달력에 있는 ‘2.9’에 X자를 표시할 때.

옆에서 풍선껌을 불고 있던 지호가 능청맞게 말한다.

[중현이 형. 평창은 동계 올림픽인데요.]

[오.]

[넹.]

[그럼 2년 더 해야겠네.]

푸근하게 글러브를 끼는 중현이 줌아웃되면서 ‘Eye of Tiger’가 배경음악으로 다시 깔린다.

그러면서 영상이 후반부로 넘어갔다.

깔끔한 디자인의 그래픽과 함께 신뢰감을 주는 중현의 중저음 목소리가 합쳐졌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저와 함께 그 종목들을 알아볼까요?]

알파인 스키부터 스켈레톤까지 15가지의 종목이 주르륵 흘러나오는 영상이었다.

‘오호.’

구독자들이 감탄했다.

‘병맛으로 시작해서 이렇게 정보 영상으로 끝맺는 거구나.’

문화체육관광부나 조직위원회에서 본다면 ‘그래, 이거지!’ 하면서 박수를 칠 법한 영상이었다.

“어우…….”

근데 왜 이렇게 자꾸 ‘평창’, ‘1829’ 같은 키워드가 머릿속에 맴도는 걸까.

고개를 젓고 있던 구독자들이 멈칫했다.

“음?”

자동으로 넘어가는 영상.

그러고 보니 멤버들 중에서 아직 아무 영상도 나오지 않은 멤버가 하나 있었다.

‘우주가 나오는 걸 아직 안 봤구나.’

그런데 다른 멤버들에 비해 유독 짧은 길이의 영상이었다.

30초 정도.

영상을 재생한 순간, 한국인들은 저도 모르게 가슴속에서 깊이 솟아오르는 바운스를 느꼈다.

빰빠바바바밤!

‘오?’

중독성 있는 EDM 음악.

꽃무늬 수트를 입은 절세미남이 둠칫 두둠칫 흥겹게 춤을 추고 있었다.

한국 전통무용 같으면서도 뭔가 국적불명인 듯한 못난이 춤.

그런데 자꾸 시선이 간다.

눈을 깜빡거리는 이들에게 EDM 음악 사이로 느끼한 영어 내레이션이 깔렸다.

[Pyeongchang~]

[Pyeongchang~]

그렇게 기묘한 춤을 바라보던 한국인들이 재생이 멈추자마자 다시 한번 재생을 눌렀다.

저 꿀렁이는 바운스와 음악에 홀리는 느낌.

‘뭐지.’

어느 음악 천재가 송 캠프에서 만들어 낸 멜로디가 마성의 브금이 되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영상에 달린 댓글 하나.

[∠뉴블랙 TV님이 고정함]

[문화체육관광부]

우주 씨.. 지금 당장 전화 받으세요..

나라에서 달린 댓글을 보며 구독자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가운데.

[Pyeongchang~]

[Pyeongchang~]

뉴블랙의 리더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평창 댄스’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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