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69화
뉴블랙의 평창 올림픽 광고는 삽시간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퍼지기 시작했다.
“그거 보셨어요? 평창 댄스?”
“평창?”
“뉴블랙이 올림픽 홍보한다고 춤 올렸는데 완전 웃기던데요.”
“그래요?”
직장인들의 핸드폰에 울려 퍼지는 마성의 ‘평촤앙~ 평촤앙~’ 하는 BGM.
뭔가 병맛스러운데 춤이 중독성 있었다.
“어우… 이거 자꾸 보게 되네.”
“그쵸? 나만 그런 줄 알았다니까~”
“그런데 이렇게 홍보하고 그러면 그 뭐냐, 나라에서 안 좋아하지 않으려나. 고소당할 것 같은데.”
“홍보 잘 되면 장땡이죠, 뭐. 얘네들이 요새 전 세계에서 인기 많다잖아요.”
점심 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카페에 모여 앉아 삼삼오오 평창 댄스를 재생하며 구경하고.
“평촤아앙~ 평촤아앙~”
중고등학교에서는 남녀 학생을 가리지 않고 복도에서 평촤앙~ 하며 놀고 있는 중이었다.
마치 좀비 바이러스가 잠식하듯이 순식간에 퍼져 나가고 있는 평창 댄스였다.
꽃무늬 정장을 입은 우주가 선글라스를 쓴 채 ‘평촤앙~’ 하는 BGM에 맞춰 요상한 춤을 추는 영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부터 1일 1평창댄스 해야지
-댄스가 아니라 데스 같은데,, 평창올림픽의 이미지에 death를 선사하는 우주선
-나라에서 이러라고 시켜 준 홍보대사가 아닐 텐뎈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뉴블랙은 전설이다
-묘하게 열 받네
-저 그루브, 저 춤선,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병맛인데 자꾸만 보게 됨
-다음곡으로 내주세요
-이게 국위선양인가몬가하는 거냐
-ㅇㅇ 국위선양(안함)
-마지막에 2월 9일 찍어 주는 것까지 갓벽
-관계자들 박수쳐야 할지 뻐큐날려야 할지 지금 고민중일듯
-그리고 영원히 꺼져 있는 선우주의 핸드폰
-문체부 : 자니,,?
춤 마무리로 숫자 2와 9를 손으로 그리고는 선글라스를 슥 내리고 윙크하는 우주의 모습.
그야말로 비주얼은 완벽했다.
하지만 완벽한 것은 비주얼뿐.
‘이건 대체 뭐지.’
정체불명의 평창올림픽 홍보 영상은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면서 곳곳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지금 핫하게 떠오르고 있다는 우주 평창댄스라네요]
(마성의 춤.metube)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우주 골때리네요
-진짜 뉴블랙은 돌아이같아요ㅋㅋㅋㅋㅋㅋ
-어우,, 난 좀 민망스러ㅠ
-민망스러우시면 안 보면 될듯. 저는 재밌구만요
-이러니까 요즘 예능이 망하지ㅋㅋㅋ 얘네 일상이 예능보다 더 웃기네요
-끼가 대단한 듯
-근데 병맛스러워 보이지만 저거 사실 굉장히 어려운 춤입니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최신 유행하는 춤들인데.. 하필이면 저 춤들이 사악한 요괴의 손에 넘어가서 저렇게 변해 버렸네요..
-요약하자면 좋은 춤이 우주의 손에서 폐기물이 됐다는 거군요
-대충 연금술사 반대 버전으로 이해하겠습니다..
-???: 금이 똥이 됐어여..!
-??: 금똥이란다 지호야
한편, 일반인들이 모인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유머 게시판에도 얼굴을 올리고 있는 뉴블랙이었다.
[???: 이래도 고소 안 해..?]
(묘하게 열 받는 춤을 추고 있는 우주선.gif)
응 국민 아이돌이라 고소 못하죠?ㅋㅋ
열 받죠?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터졋네 ㅅㅂ
-(공식 홍보대사가 되기를 엄청 기다렸다는 우주 인터뷰짤.jpg) 알고보니 존나 복선이었음ㅋㅋㅋㅋㅋㅋ
-이 형은 저기서 또 왜저러고 있어
-나라를 나락으로 빠뜨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선우주(25) 씨
-도쿄 올림픽 홍보대사 시켜 주고 싶다
-그래도 평창은 이걸로 명예로운 죽음을 당한 거 아닐까?? 원래 죽을 거였는데 이제 뉴블랙 때문에 명예롭게 죽었다고 할 수 잇음
-ㅇㅇ 저거 마따.. 조직위는 뉴블랙이 있는 방향으로 삼세 번 절하십쇼
-내 생각엔 두 번 절할듯
그걸 시작으로 연이어 올라오는 유머글들.
[???: 축제가 열렸나 보군요]
(축제냐고 묻는 인터뷰어에게 ‘장례식입니다’라고 답변하는 세계테마기행 짤.jpg)
(뉴블랙의 평창 광고.gif)
한때는 평창 올림픽이라고 불렸던 행사였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예상 못했는데ㅋㅋㅋㅋㅋ
-평창 처형식
-정훈교육 때마다 들었던 내부의 적이 무섭다가 바로 이건가
-시발ㅋㅋㅋㅋㅋㅋㅋㅋ
-조직위원회는 이 일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저길 봐 우리의 불꽃이야]
(‘불꽃놀이’ 뮤비에서 다 같이 불꽃놀이를 바라보며 환호하는 뉴블랙 멤버들.gif)
???: 우와 형.. 근데 저기 평창도 같이 있어요..!
-왕지호 목소리 500% 자동재생
-장하다 뉴블랙.. 이제 도쿄 올림픽 홍보대사로 가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평창 글자 하나는 오지게 홍보된 듯
그리고 이렇게 ‘뉴블랙이 올림픽을 없애 버린다…!’ 하는 농담 섞인 분위기 속에서…….
항상 밈이나 유머글들이 올라오면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진지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나오듯이, 뉴블랙의 평창 올림픽 홍보에도 그런 댓글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근데 나만 좀 그런가; 솔직히 올림픽 이미지 중요한데 저렇게 우스꽝스럽게 홍보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음. 30년만에 열리는 중요한 올림픽인데 저런식으로 홍보해 봐야 좋을 게 있나 싶다..
그런 댓글들이 달리는 모습에 깔깔 웃던 사람들이 순간 정색했다.
‘아니, 이게 진짜로 망하게 만든다고 놀리는 거겠냐고…….’
병맛 광고를 올린 뉴블랙을 반쯤 애정을 담아 놀리는 것에 가까웠다.
솔직히 말해서 홍보 효과는 대박이었으니까.
올림픽 이야기가 흘러나올 때마다 ‘아, 맞다… 열리지. 잘 되야 할 텐데’ 하고 있던 와중에 올라온 홍보 광고였다. 딱히 의뢰를 받은 것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성실하게 홍보 영상을 찍은 국민 아이돌.
그런 영상에 관해 풍자와 해학을 더해 놀고 있는데, 진지하게 나오는 몇몇 사람들의 모습에 당황했다.
-아니 ㅋㅋㅋㅋㅋㅋ 진짜로 저게 이미지 망친다고 해서 그런 거겠냐고오오
-어떻게든 홍보하려고 애쓰는 거 다 아는데
-에이~~~ 분위기 또 망친다
-분위기를 잘 못 읽는 댓글러 분들은 이거 꼭 기억하십쇼.. 대충 남들이 즐거워 보인다면 ㄹㅇㅋㅋ 만 치면 됨
-인정 그거만 쳐도 중간은 간다
-ㄹㅇㅋㅋ
-내안의 서리혁이 깨어나는 것 같으면 내안의 김중현을 일깨워서 잠재우란 말이야
그중에서 마지막 댓글은 캡처되어 인터넷의 짤방으로 만들어졌다.
-ㄹㅇ 띵언이다.. 내안의 서리혁이 깨어나면 김중현을 일깨워 잠재워라
-공부는 리혁이처럼 인생은 김중현처럼
-근데 예전부터 반박하면 서리혁 그런밈 나오는 거 왜 그런 거임?ㅠ 내가 리혁이면 기분 별로일 거같아서
-그냥 애정 담아서 놀리는 건디.. 리혁이 잼나게 놀리려구..ㅠㅠㅠ 리혁이 기분 생각하면 별로려나..
-앗..
-윗윗 댓글러분에게 저 명언짤방을 드립니다.
그러는 한편.
그것으로 오늘치 웃을 것은 다 웃었다고 생각한 한국인들이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였다.
“응?”
미튜브에 새 영상들이 올라오면서 모두가 호기심을 보였다.
* * *
“형, 저 민준이한테 톡 왔는데 초등학생 애들이 다 형 춤 따라 하고 있대요.”
“이 나라의 미래가 밝구나.”
리혁이가 반박했다.
“밝긴 뭐가 밝아요. 어둡기만 하구만.”
“그래서 우리 팀명이 뉴블랙인 거야.”
궤변으로 물리치고는 온라인 반응을 살폈다.
대체로 우리가 올린 평창 올림픽 홍보 영상들의 반응이 엄청 좋았다. 뭔가 뜨거운 느낌이라고 할까.
조직위원회나 문체부 측에서도 ‘학생… 글 내려’ 하는 댓글을 농담 삼아 올렸을 뿐 실제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젊은이들한테 관심 받았다고 풍악을 울리는 중이라나.
무엇보다 외국 수플레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게 컸다.
영어 댓글이 와글와글거린다.
-오 한국에서 올림픽이 열리는구나
-뉴블랙이 홍보한다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영업 들어간다.
-내 몸은 루이지애나에 있지만 이제부터 나의 마음은 평창에 있을 거야
-위대한 영도자 뉴블랙께서 홍보하라는 지령을 내리셨도다!!
잠깐만.
마지막 댓글은 좀 뭔가… 북쪽의 느낌인데.
“조, 좋은 게 좋은 거겠지.”
“맞아요.”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외국 수플레들도 ‘이 춤은 뭐지?’ 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지호가 말했다.
“창피하다는 반응이 많은 것 같아요.”
“너 영어 댓글 잘 못 읽잖아.”
“뭔가 느낌적인 느낌이 그런 느낌 아니에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수플레들이 ‘으잉 창피해!ㅠㅠ’ 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던 내가 졸개들을 불러 모았다.
“자, 졸개들아.”
“녜!”
“수플레들이 내 모습을 보고 민망해하면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까?”
“음…….”
비주가 손을 들었다.
“형의 모습을 보고 부끄러워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수플레가 아닌 거 아닐까요? 진정한 수플레라면 형의 못난 모습까지 품어 줄 수 있어야 해요.”
명답이었다.
그리핀도르에 10점 하고 외쳐야 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 제가 다스리는 국가의 신하였다면 바로 승진했겠지만, 안타깝게도 정답이 아닙니다.”
“그럼 정답이 뭔가요?”
궁금해하는 중현이에게 대답해 주었다.
“바로 부끄러워할 사람들을 늘리는 겁니다.”
“오.”
“평창 댄스를 저 혼자 춘다면 숭한 춤이겠지만, 모두가 추면 그건 ‘유행’이 되는 겁니다.”
중현이가 호오 하며 턱을 쓰다듬었다.
그러더니 바른길로 와 줘서 고맙다는데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다.
동생들에게 그렇게 말을 해 준 후에 곧바로 시범을 보이기 위해 절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스-하.”
-뉴-하~
스피커폰으로 한조의 반가워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주 실장님께서는 어인 일이십니까? 요즘에 통 연락도 없으시고.
“미안하게 됐습니다. 하도 바빠서.”
-서운합니다. 목소리도 잘 안 들려주시고. 민초단 우정이 이것밖에 안 됐나요?
“네. 원래 이것밖에 안 됐어요.”
수화기 맞은편에서 즐거워하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거기서 ‘누구야?’, ‘우주 형이야?’ 하는 이야기가 들려오는 가운데, 한조의 목소리가 들렸다.
-잘 지냈냐?
“잘 지냈지.”
93년생 동갑 아저씨들끼리 이런저런 근황 토크를 하다가 본론으로 들어갔다.
“야, 나 부탁 한 가지 있는데.”
-뭔데?
“나 평창 댄스 찍은 거 봤지?”
-그거 대박 웃기더라. 그거 보고 우리끼리 야, 주선우가 제정신을 놨다 그러고 있었거든.
“그거 좀 너도 찍어 주라.”
한조의 목소리가 심드렁해졌다.
-싫은데.
“알았어.”
-어? 질척거리지 않고 웬일로 쿨하게?
“어차피 딴사람들한테 부탁하면 돼서. 틴스피릿한테 평창 댄스 챌린지 부탁하면 돼.”
내가 손을 튕기자 지호가 추임새를 넣었다.
“아~ 틴스피릿이 하면 대박 재미있겠다~ 조회수도 잘 나오고. 우리 이웃집 살판 나겠네~”
유치원생이나 걸려들 법한 저급한 추임새였다.
하지만 스보가 누구던가.
우리와 동급이다.
-찍을게!
“응?”
-찍는다고!
“현명한 선택이야. 이렇게 현명한 리더가 있으니 스보의 미래가 밝다. 밝아.”
그렇게 본론을 끝내고 통화를 종료하려고 할 때.
동생들에게 ‘야! 평창 댄스 안무 따 놔!’ 하고 말을 하던 한조가 방에 들어갔는지 주변이 조용해졌다.
-야, 그리고 나 한 가지 말해 줄 거 있는데. 이번에 TJ 엔터 쪽에서 그런 소식 들리더라?
“무슨 소식?”
-너희 영어 곡 준비한다는 거에 대응해서 자기들도 영어 곡 낸다고 난리 치는 것 같더라고. 스티브 개럿인가 하는 작곡가 데리고 무슨 송 캠프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한조의 목소리가 진지해졌다.
-거기서 언플하고 그럴 수도 있으니까. 미리 알려 주려고.
“알려 줘서 고마워~”
감사 인사를 전하고는 통화를 종료했다.
TJ 엔터 관련한 이야기는 어차피 우리도 알고 있었다.
우리가 영어 곡 준비한다는 거야 업계 관계자들이 다 알음알음 들어서 알고 있는 소식이고, TJ 엔터에서 갑자기 미국 진출에 대해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아마 언플로 우리 물고 늘어지면서 나올 텐데 특별히 걱정은 안 됐다.
“후후후후…….”
지금 이 시간에도 작곡가들의 비명이 터져 나오는 비밀 기지에서 ‘METRO’가 완성되는 중이었으니까.
언플이든 뭘 하든 간에 어차피 결론은 노래 싸움이다.
노래 좋은 가수가 이긴다.
그런 면에서 METRO라는 좋은 곡을 다듬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런 걱정도 들지 않았다.
걱정이라면…….
“트릭스터가 조금 마음에 걸리네요.”
리혁이가 말했다.
“지금 시점에서는 별로 영어 곡 하고 싶지 않을 텐데.”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 우리 회사도 아닌데.”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는 곧바로 전화번호부의 다음 목록을 찾았다.
스보에게 연락을 했으니 다음은 이웃집이었다.
최신 유행하는 인스타 감성 음악이 컬러링으로 흘러나온 후, 휘연이의 심드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예~ 여보세요오~
“여~”
-예, 형님~
“뭐 하니.”
-심심해서 누워 있어요. 이 시발스러운 오후를 어떻게 해야 알차게 보냈다고 박수 받을지 고민하는 중.
“요즘에 책 읽니? 문장 구사력이 더 좋아졌구나.”
-예. 원피스 읽고 있슴다~
대충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는 본론에 들어갔다.
“평창 댄스 챌린지 좀 해 주라.”
-개싫은데요.
“스보는 한다던데.”
-…그 형들 한대요?
“응. 스보는 우리 친구니까.”
-…….
곧바로 OK 사인이 떨어졌다.
케이크가 어쩌니 중얼거리는데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아, 시발… 안무 따기 귀찮은데’ 하며 구시렁대던 휘연이 뭔가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아, 행님.
“응?”
-그 TJ 대표님 노망났다던데요. 갑자기 미국 진출한다고 선언해서 다들 왜 저러냐고 그런다던데요.
“그래?”
-네. 행님도 좀 알아 두셔야 할 것 같아서.
휘연이한테도 고맙다고 말하고는 통화를 종료했다.
그러고는 우리 원조 졸개님에게도 연락을 돌렸다. 하기 싫어했던 다른 녀석들과 다르게 태현이는 한 큐에 승낙했다.
-누구 부탁인데 해 줘야지.
“역시.”
-이런 걸로 신뢰를 쌓아놔야 나중에 곡을 달라고 하기가 좋지 않겠어?
“역시 글러먹었어.”
태현이와 꺄르륵 웃음을 주고받을 때, 한창 위염에 좋은 음식을 추천해 주던 녀석이 아 하고 말했다.
-그 요새 돌아가는 얘기 들었지?
“응.”
-신경 쓰지 마. 별거 없어 보여.
베테랑 아이돌답게 특정한 주어 없이 정보를 건네주는 태현이었다.
그렇게 주변 아이돌 멤버들에게 연락을 돌린 후.
“뭔가 의도치 않게 정보 수집이 되어 버리네.”
“국정원 본부가 된 느낌이에요.”
동생들과 훈훈하게 웃었다.
마치 곳곳에 포진한 정보원들이 본부에 ‘중요한 정보입니다’ 하면서 속삭여 주는 느낌이었다.
친구들로부터 쏟아지는 정보에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곧바로 영업을 이어 갔다.
“네, 이견우 선배님. 아… 이거 태현이랑 스트릿 보이즈, 틴스피릿도 한다고 했어요.”
“이견우 선배님이 한대요. 서노을 선배님.”
“서노을 선배님도 하다고 했는데, 옥분 쌤… 관절이 안 좋으시다고요? 제가 좋은 음식 보내드릴게요.”
그런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문 영업을 완료한 후.
“우후후후후!”
곧바로 올라오는 결과물들에 동생들과 행복한 미소를 교환했다.
* * *
시작은 한류스타 이견우였다.
수줍게 기묘한 춤을 추던 한류스타가 마무리로 숫자 2와 9를 그리며 ‘평창!’ 하고 활짝 웃는 영상.
그걸 시작으로 챌린지 영상이 줄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Dance with Pyeongchang! (Street Boys’)]
[♥ 울 사랑하는 쏘울들!! 틴이들도 평창 챌린지 해 봤어요!]
[평창 댄스 챌린지]
한태현, 스트릿 보이즈, 틴스피릿을 비롯해 국내 탑급 아이돌이 영상을 올리기 시작하고.
그에 자극을 받아 다른 걸그룹이나 보이그룹들도 영상을 찍어 올리기 시작했다.
국내 최고의 아이돌들이 올리는 커버 댄스. 그리고 유명 배우들이 수줍게 올리는 댄스 영상.
뉴블랙 TV와 국내 최고 탑스타들의 영향력에 힘입어 평창 댄스는 유행이 되어 번지기 시작했다.
[요즘 유행한다는 평창 댄스 해 보았습니다]
댄스 관련 미튜버들이나 인플루언서들이 짧은 영상을 SNS 등에 올리면서 퍼져 나가고.
미국에서도 뉴블랙과 절친한 헤일리 블루가 평창 댄스를 추는 영상이 올라왔다.
“오.”
“헤일리도 올렸다!”
“욕 먹으면서 안무 가르쳐 준 보람이 있는 것 같아요.”
뉴블랙이 흐뭇하게 웃고 있을 때.
헤일리 블루의 영상을 시작으로 평창 댄스가 미국에 촤르륵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어어어?”
“어?”
“음?”
헤일리 블루의 댄스 영상을 본 미국 스타들이 하나둘 끼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춤으로 유명한 로건 스미스를 비롯해 유명 스타들이 ‘오? 재미있어 보이는데?’ 하는 이유로 챌린지에 참전했다.
국적 불분명한 독특한 춤.
‘평창~’ 하고 울려 대는 마성의 멜로디.
세계 곳곳에 팬덤이 포진한 인기 아이돌 뉴블랙의 영향력까지.
삼박자가 골고루 조화되면서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었다.
‘오?’
인도의 뉴델리부터 캐나다 오타와까지.
세계 곳곳에 있는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는 묘한 멜로디.
‘재미있다. 이거 뭐지?’
‘평창…?’
‘올림픽 댄스구나. 공식인가 보네.’
평창 댄스의 원본 동영상 조회수가 가파르게 올라가 1억 뷰를 돌파하고. 미국 일반인들도 SNS 등에 올리면서…….
-오늘의 재미있는 영상입니다. 이른바 ‘Pyeongchang Dance’라는 것인데요. 맨디 스파이스의 커버 영상을 보시죠.
-영상 속에서 울려 퍼지는 Pyeongchang? 이 단어는 대체 뭘까요?
-내년도에 한국에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 개최지라고 하네요.
뉴스에도 이름이 오르고.
짧은 유행이지만 세계적으로 ‘평창’이라는 의문의 단어가 알려지고 있는 순간이었다.
물론…….
당사자들로서는 전혀 의도한 일이 아니었다.
“형, 조직위원회에서 전화 왔는데요?”
“받지 마!”
“이거 어떡하죠. 일이 어마어마하게 커져 버린 것 같은데…….”
“모, 모르는 일이야. 모른 척하자.”
그와 함께 꿈틀대는 뉴블랙 멤버들.
모래 속에 고개를 박는 타조들처럼 다섯 멤버가 담요로 몸을 돌돌 둘러싼 채 스스로의 눈을 가리기 시작했다.
“아니, 일이 왜 이렇게 커지는 거냐구…!”
여전히….
본인들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5인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