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70)화 (670/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70화

며칠간 평창 댄스는 지구촌을 휩쓸었다.

[네. 요즘 유행하고 있는 ‘평창 댄스’, 많이들 들어 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지금 세계 이슈는?> 같은 TV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평창 댄스를 따라 추는 자료영상을 내보내고.

[국민 아이돌 ‘뉴블랙’이 이번엔 평창 올림픽 공식 홍보대사로 광폭 행보를 이어 가고 있습니다. 특히나 이번에 미튜브에 업로드한 ‘평창 댄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데요.]

저녁 뉴스를 틀면 꼭지 하나쯤은 반드시 ‘평창 댄스의 유행’하는 식으로 언급이 되곤 했다.

뉴스에서 길거리 인터뷰에 응한 시민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좋죠. 국위선양이라는 게 따로 있나 싶어요. 이런 게 그런 게(국위선양이) 아닌가.

-재미있어요! 저희 반에서 다 따라 해요!

-조금 독특하긴 하지만,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니 좋은 거 아닐까요?

거기에 각종 평론가와 교수님들도 한마디씩 얹었다.

-이게 바로 최근 발흥하고 있는 뉴미디어의 기능이 아닐까 싶어요. 짧은 영상 하나로 전 세계인들이 하나가 되어서…….

그뿐만 아니라 회사에 출근할 때 차량에서 듣는 라디오에서도 시사 이슈로 우리의 평창 댄스가 언급이 되곤 했다.

“형들, 이거 봤어요? 경제지에서 그러는데 우리가 창출한 홍보 효과가 수백억은 될 거래요.”

“그래?”

“여기는 수천억이라고 하는데요. 어지간한 국가가 돈을 쏟아부어도 힘든 올림픽 홍보를 성공적으로 해냈다고.”

연예면이 아닌 스포츠나 경제면에 이름을 올린 건 오랜만인 것 같다.

아.

국제면에도 하나 올라왔다.

“이거 봤어요? 일본 포털에 올라온 설문조사래요.”

리혁이가 보여 준 일본 포털의 설문조사를 보고 우리가 허어어어 했다.

“하나도 못 읽겠어. ‘뉴-블랙-꾸’만 알겠는데.”

“저두 토킹만 되지, 리딩이 안 돼서.”

“어디 보고 웃으면 돼?”

우리 메인 보컬이 한숨을 쉬고는 포털에 올라온 찬반 설문조사를 읽어 줬다.

“뉴블랙의 평창 댄스 홍보, 이 방식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십니까? 부정적으로 평가하십니까?”

“……그걸 왜 평가해?”

“몰라요. 이런 설문조사가 올라왔대요.”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사람이 79.3%를 찍었다나.

리혁이가 말했다.

“20 퍼센트는 수플레들이 방어하고 있는 거 같아요.”

“이상한 설문조사가 다 있네.”

“일본에서도 이것 때문에 욕 엄청 먹고 있다는데요. 왜 이런 것까지 설문조사를 하느냐고.”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어서 그런 것인지 별별 소식이 다 들려오는 것 같다.

케냐에서 사는 대학생들이 단체로 평창 댄스를 추면서 높은 조회수를 찍은 영상도 보이고.

미국의 어느 인플루언서는 평창 댄스를 저작권 등록해서 돈벌이를 하려고 했다가 수플레들의 철퇴를 맞고는, 갑자기 라이브에서 울면서 은퇴를 선언하겠다고 하지를 않나.

중동에서는 평창 댄스를 하려고 모인 사람들에게 집합 금지령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꽤 글로벌해졌구나. 우리…….”

나비효과라는 말이 떠오른다.

나비가 흐헹헹 하면 미국에서 허리케인이 쿠쾅쾅 한다는 효과.

가볍게 홍보를 했는데, 다른 나라 사람들이 끼어들면서 세계적인 홍보가 되어 있었다.

물론 그 덕에 올림픽 조직위원회로부터 감사 인사를 들었다.

-평창올림픽 조직위 ‘뉴블랙 홍보에 무척이나 감사.. 국민 아이돌의 선한 영향력에 감탄’

혹시 욕 먹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조직위원회에서 무척이나 만족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위원장님 사무실에서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고.

리혁이가 말했다.

“아마 지금 올림픽 관련해서 소문이 많아서 그런 걸 거예요. 사람들도 걱정 많이 하고 있고.”

“그런가. 이렇게 조금이라도 걱정이 불식되면 좋지.”

이랬는데 설마 개막식에서 이상한 거 나오고 그러진 않겠지.

동생들과 훈훈한 미소를 교환하면서 온라인에 올라오는 반응들을 눈팅했다.

대체로 다 좋은 반응들인데.

딱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우리가 아이돌판을 너무 가볍게 봤나 봐.”

정말 생각지도 못한 글들이 눈에 띄고 그랬다.

[아이돌별 평창댄스 조회수 비교]

1억 뷰를 넘어 1등인 우리를 시작으로 2등부터 꼴등까지 조회수 순위가 나열이 되어 있었다.

2등이 스트릿 보이즈.

3등이 틴스피릿인데 4등인 서바이벌 그룹 원더 차일드와 큰 차이가 안 난다고 할까.

그 때문인지 댓글창은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스보가 확실히 해외 팬덤이 ㅈㄴ 크긴 한 듯ㅋㅋㅋㅋㅋ

-이야 2등부터 19등까지 합쳐야 뉴블랙 조회수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솔직히 팬들 부정하고 있지만 틴스 락세인건 사실 아냐???

-ㄹㅇ 락세네ㅋㅋㅋㅋ

-15년도에 텐티 락세라고 입털던거 떠올라서 존웃ㅋㅋㅋ 아 부메랑 씨게 처맞았고요~~~

-락세는 무슨ㅋㅋㅋㅋ 응 올해 틴스 초동 2위

-한태현은 왜 저기 없음? 그룹 아니고 개인이라 뺀거임??

-트릭스터 5위로 올리려고 뺐나봄 ㅋㅋㅋ 의도 존나 투명하쥬?

-조회수 상승폭까지 비교해야되는 거 아닌가; 원차 km에서 공식SNS로 홍보 오지게 했을 텐데

-날조자료 오지네ㅋㅋㅋㅋ 시발 기간은 맞춰야지 장난하나;

-222막말로 초동 2일 차랑 3일 차랑 같이 비교하면 그게 맞음??

-(원더 차일드 팬 계정 캡쳐.jpg) 원차도 조직적으로 조회수 올리라고 독려한 증거 떡하니 있는데

-아 돌들끼리 사이좋으면 뭐 하냐고 팬들끼리 맨날 머리채잡고 욕하는데~

인터넷에서 본 짤이 간만에 떠오른다.

피자를 가지고 신나게 들어왔는데 방 안이 활활 불타고 사람들이 쓰러져 있는 시트콤 짤.

막내가 가슴이 벌렁벌렁하다며 손을 올렸다.

“아니, 왜 이렇게 격한 거예요…….”

“사과 먹어. 지호야. 사과.”

“고마워요.”

사과를 오물거리며 질렸다는 표정을 짓는 막내를 토닥여 주고는 나도 댓글창을 껐다.

리혁이가 쓴웃음을 지었다.

“배우 버전도 있던데요. 조회수 비교.”

“…….”

재미있을 것 같아서 주변에 ‘영상 좀 찍어 줘~’ 그랬는데, 이 정도까지 반응이 나올 줄은 몰랐다.

뮤비는 몰라도 챌린지 영상 조회수까지 비교할 줄은…….

“대단하다…….”

오늘도 싱글벙글 돌아가는 K-연예계 팬덤 세상을 잠시 보고는 감탄했다.

나의 비루한 상상력으로는 생각지도 못한 현상들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우리가 부탁한 사람들이 인터넷 반응을 별로 신경 안 쓰는 편이라는 점이었다. 워낙 악플 때문에 고생한 선배들이 많아서 인터넷을 신경 쓰지 말자고 매번 서로 말하기도 하고.

비주가 말했다.

“그런데 확실히 스트릿 보이즈가 조회수가 많이 나오긴 한 것 같아요.”

“그러네.”

틴스피릿과 격차를 꽤 벌렸다고 해야 되나.

물론 미튜브 조회수만으로 누가 더 잘나간다고 하기는 힘든 상황이지만, 스트릿 보이즈의 조회수가 유독 눈에 띈다.

스스슷 하고 올라오는 느낌이라고 할까.

틴스피릿은 작년이랑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는데, 스트릿 보이즈가 ‘나님 등장!’ 하면서 점점 몸집을 불리고 있었다.

“뭐, 인터넷 반응은 여기까지 보고. 콘서트 연습 합시다.”

“예이~!”

이제 북미, 남미 투어를 마쳤으니 시드니를 시작으로 호주-동남아시아 투어를 시작할 차례였다.

7월에 있을 호주-동남아 투어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맹연습에 돌입하는 한편.

안타깝게도 며칠간 전 세계에서 위세를 떨치던 평창 댄스는 얼마 안 가 유행이 끝나 버렸다.

아주 간단한 이유 때문이었다.

-IOC, 평창 조직위.. ‘Dance With 평창’ 캠페인 개최

공식 기관이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밈이나 유행이 끝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지상파 방송이나 공식 매체가 끼어들기 때문이었다.

어린이들끼리 놀이를 하며 꺄르륵 웃고 있는데, 갑자기 부모님이 성큼성큼 걸어와 턱 앉고는 ‘같이 놀자’ 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왠지 모르게 불편하고 재미없어지는 느낌.

그렇게 한 번 식어 버린 흥은 다시 회복이 안 되듯이…….

“아이고.”

공식 기관에서 ‘평창 댄스를 함께 춰 봐요!’ 하면서 홍보대사들 춤을 편집한 영상들을 올리고.

정치인이나 경제인들의 댄스들도 올라오면서 대중들의 흥이 팍 식어 버렸다.

“그래도 이 정도면 꽤 오래간 것 같아요.”

중현이의 말에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더 오래갈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한데… 뭐, 어쨌거나 ‘평창’ 두 글자를 세계에 각인시켰다는 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그리고.

나한테는 조금 독특한 스케줄이 들어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음?”

평창 올림픽 홍보 영상이 올라오고 얼마 지난 후.

회사를 통해 컨택이 들어온 특이한 스케줄에 동생들과 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   *   *

사방이 꽃으로 장식이 되어 있는 작업실.

테이블에 앉아 꽃을 띄운 차를 들이켜던 남자가 섬세한 손길로 연필을 깎기 시작했다.

사각사각.

부드럽게 깎인 연필을 들고 스케치북에 손을 올리던 남자가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세상에…….”

뉴블랙 리더의 평창 댄스 영상.

하지만 섬세한 눈매를 지닌 남자의 시선이 머무른 곳은 춤이 아니었다.

바로 의상이었다.

“믿을 수가 없군. 정말이지 믿을 수가 없어.”

브라보.

박수를 치면서 영상 속 미남이 입은 꽃무늬 정장에 찬사를 보냈다.

“도대체 감각이 얼마나 좋으면 저런 식으로 매치를 할 수가 있는 거지? 저런 색에 대한 감각은 아무나 타고나는 게 아닌데.”

물론 일반인들은 저 꽃이 새겨진 의상을 보면서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대중들이 보는 눈이 없기 때문이다.

그가 보기에 저 의상은 정말이지 뛰어난 예술적인 감각이 있어야만 나올 수 있는 옷이었다.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이지.’

얼마 전에 ‘Pyeongchang Dance’라는 영상을 통해 이 미청년을 발견한 남자의 손길이 바빠졌다.

“더… 더…….”

검색해 본 결과 이름이 ‘Woo-joo’라는 것도 알았다.

애칭은 성씨의 Sun에서 따온 Sunny.

미튜브에서 우주의 이름에 패션이라는 키워드를 더해 검색해 본 그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그래! 이거지!”

청록색 패딩에 빨간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공항에서 걷는 장면.

쇼핑몰에서 플라밍고색 털코트를 걸쳐 보고 음 하는 장면.

심지어 요란한 색의 김장조끼에 핑크색 고무장갑을 끼고 김치를 담그는 모습까지 패셔너블하다.

김장 패션에서 저 머리에 쓴 비닐 모자를 보라! 저게 어디 범인의 생각에서 나올 수 있는 패션인가!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왜… 어째서 아무도 이 친구의 패션에 주목하지 않는 거지? 왜? 이 친구는 이 시대의 패션 아이콘이라고 할 만 한데… 어째서?’

남자가 허공을 바라보며 후- 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화면 속에서 절세의 미모를 자랑하는 아시아의 청년을 향해 눈을 빛냈다.

멤버들에게 패션 때문에 구박을 받는 리더.

‘자네도 많이 외롭겠군.’

그는 저 외로움에 공감했다.

원래 시대를 앞서 가는 사람들은 외로운 법 아니겠는가.

영상 속에서 우주의 패션을 주목하던 남자의 손이 슥슥 움직였다.

‘……영감이 이렇게나 많이 떠오를 줄이야.’

모니터 위로 선우주의 패션을 띄워두고 멋들어진 스케치를 그리기 시작하는 남자였다.

그렇게 작업을 이어 가면서 새로운 뮤즈를 찾았다는 기쁨을 느낄 때.

“후.”

스케치를 마친 남자가 비서를 불렀다.

“사이프!”

“네.”

“K팝 그룹 중에 뉴블랙이라고 알고 있나?”

“아… 제 애인이 팬입니다. 굉장히 유명한 그룹이에요.”

고개를 끄덕인 남자가 지시를 내렸다.

“이 친구를 이번에 내 프로젝트에 참여시키고 싶은데… 한국으로 한 번 이메일을 보내 봐.”

“알겠습니다.”

“내 친필 편지도 꼭 낭독해 주고.”

“예, 수석 디자이너님.”

비서가 종종걸음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던 남자가 천장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는군.’

프랑스의 유명 명품 브랜드 르블랑(Le Blanc)의 수석 디자이너, 지미 로빈스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   *   *

시드니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을 때.

“응?”

우리 TF 팀장님으로부터 들려온 이야기에 눈을 깜빡거렸다.

“어디?”

“르블랑.”

“르블랑이면 명품 브랜드 아냐?”

“맞아. 그 르블랑이야.”

“…….”

조금 당혹스러운 기분을 느꼈다.

르블랑.

김덕순 여사와 백화점 나들이를 하다가 보았던 ‘Le Blanc’라고 적힌 백금색 간판이 떠오른다.

유명 명품 브랜드를 열 개 꼽아 보라 하면 반드시 그 안에 이름이 들어가는 기업.

“……?”

뜬금없는 명품 브랜드의 등장에 모두가 눈을 깜빡였다.

지호가 물었다.

“근데 거기 이야기가 왜 나와요?”

“거기 수석 디자이너한테서 연락이 왔어. 정식 직함은 수석 크레이티브 디렉터인데… 패션 브랜드에서 패션쇼를 주도하는 그런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돼.”

“수석 디자이너요?”

“지미 로빈스라는 사람이야.”

“어?”

동생들과 내가 오 했다.

“어디서 들어 본 듯한 이름이에요.”

“그럼 엄청 유명한 사람이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가 아닌데 대충 이름을 들어 본 것 같다? 그러면 대체로 업계에서 엄청 유명한 사람이곤 했다.

검색해 보니 진짜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인 모양이다.

내가 물었다.

“근데 그분이 왜 연락을 했대?”

“거두절미하고 본론만 이야기하면, 너를 런웨이에 세우고 싶대.”

“……나를?”

“이번 9월 말에 파리 패션 위크에서 브랜드 패션쇼를 여는데, 거기 모델로 서 달라는 거야.”

“……?”

어리둥절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 동안 동생들에게서 반응이 왔다.

“우와아아아!”

“우리 그러면 패션쇼 구경 가는 거예요? 대박.”

“형! 축하해요!”

나를 짤짤 흔들며 졸개들이 ‘잘 키운 리더, 열 막내 안 부럽다’ 하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을 때.

비판을 하지 않고선 못 견디는 우리 메인 보컬이 손을 들었다.

“잠시만요. 제가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요.”

“응.”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 사람을 패션쇼에 세운다고요? 이 사람 평소에 옷 입는 거 못 보셨나…?”

괴악한 패션센스를 지적하는 리혁이의 말에 막내가 말했다.

“괜찮아요. 우주 형이 옷을 이상한 것만 입어서 그렇지, 막상 제대로 입히면 완전 선녀 그 자체예요.”

“맞아. 이번에 드레스도 핏은 좋았어. 사람이 문제였지.”

“알맹이가 좀 그런 거지, 우주 형이 껍데기는 최고야.”

실드를 치는 건지 실드로 때리는 건지 모르겠는 말을 듣고 있을 때.

덕질의 새로운 컨텐츠가 생겼다며 이상한 말을 하는 비주를 슥 떼어 내고는 다시 물었다.

“그런데 나도 궁금하긴 하네. 이번에 아시아에 신규 상품 런칭하고 그런대?”

아무래도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우리인 만큼, 외국 기업들이 아시아에 진출을 노릴 때면 우리에게 러브콜을 보내곤 했다.

이번에도 그런 쪽인가 싶을 때.

“음…….”

어색하게 웃던 석환 형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직접 듣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직접?”

“지미 로빈스 디자이너가 대리인을 보냈거든.”

회의실 바깥으로 나간 석환 형이 멀끔한 인상의 중동계 프랑스인을 데리고 들어왔다.

옆에는 통역사와 함께였다.

깍듯하게 인사한 그가 불어로 이야기를 할 때마다 통역사 분이 말을 옮겨 주었다.

“아시아 최고의 보이밴드를 만나뵙게 되어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감사합니다.”

“우선, 저희 수석 디자이너께서 보내 주신 영상 편지를 감상하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영상 편지라니.

지이잉- 하고 움직이는 이동식 TV에 곧바로 멀끔하게 차려입은 미국인 디자이너가 등장했다.

“세상에, 저분도 꽃무늬 옷이에요.”

“옷만 보면 우주 형인 줄.”

소곤거리는 동생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는 한글 자막이 달린 영상 편지를 보았다.

-Hello! 반가워요! 우주 씨. 나는 르블랑의 수석 크레이티브 디렉터 지미 로빈스라고 합니다.

자기소개를 한 그가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다름이 아니라 이 영상편지를 보내게 된 이유는… 당신을 내 패션쇼의 런웨이에 초청하기 위함입니다. 아마도 제가 왜 당신에게 러브콜을 보냈는지 이해를 못하고 있겠죠?

네.

-얼마 전에 평창 댄스라는 영상으로 당신의 패션을 접했어요. 보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일더군요.

“……!”

-그 패션의 색감! 짜임새!! 무엇 하나 빠지는 게 하나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혁신 그 자체였어요! 마치 스마트폰이 세계에 처음 등장했을 때, 그때 느꼈던 전율을 다시 느꼈어요.

아직도 소름이라는 듯 팔을 쓰다듬는 디자이너.

옷에 달린 할미꽃 모양 브로치 때문일까. 나도 모르게 저 디자이너님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지미 로빈스 님이 스케치를 공개했다.

-보이시나요? 당신의 의상을 보고 나서 제가 영감을 얻어 그린 것들입니다!

“헛…….”

“형들… 영상 저거 어떻게 중단…해야 되지 않을까요? 우주 형 눈이 맛이 갔어요.”

“이거 큰일인데.”

계속해서 나의 패션을 찬양하던 디자이너가 외쳤다.

-긴 말 하지 않겠습니다. 9월. 파리로 오십시오. 당신을 위한 최고의 꽃길을 준비해 주겠습니다.

“좋아요! 너무 좋아요!”

“안 돼…!”

패션에 있어서 영혼의 동반자를 만난 기분이었다.

저 위대한 디자이너가 자신의 스케치를 보여 주는 순간, 아 저건 입어야 한다는 느낌이 가슴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행복해하는 내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던 지미 로빈스 님의 비서가 내게 말했다.

“그럼 Yes로 전달하겠습니다.”

“크으!”

“그리고 한 가지 더.”

비서가 손뼉을 짝짝 치자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옷들이 걸린 행거가 들어왔다.

반짝반짝.

반짝이와 꽃무늬로 가득한 화려한 옷들의 풍경에 나도 모르게 입이 큼지막하게 벌어진다.

“이건…….”

“수석 디자이너님께서 보내 주신 선물입니다. 앞으로 자주 입어 주시면 정말 좋겠다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디자이너님…!”

“안 돼-! 안 돼요! 형!”

그리하여…….

2017년 파리 F/W 패션 위크.

패션쇼 런웨이 참석 확정~!!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