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76화
“자, 그럼 여기까지 할까요?”
회의 종료 선언에 스칼렛 TF팀 직원들과 손뼉을 치며 인사를 주고받았다.
“수고하셨습니다~”
“고생 많았어요~”
직원들이 썰물처럼 회의실을 빠져나가는 가운데, 스칼렛 매니저 분이 다가왔다.
“지금 안무가님 픽업 나간 친구한테 톡이 왔는데, 인천공항에서 바로 회사로 오고 있답니다.”
클레이가 레몬 엔터로 다가오고 있다는 소식에 흐뭇한 미소가 그려졌다.
뭐. 우리 담당이 아니긴 하지만, 세계적인 안무가를 내 프로젝트에 참여시킨다는 것 자체가 좋다.
페이가 높고 스케줄도 바빠서 초빙하기가 어려울 뿐. 클레이 타일러는 이 분야의 레전드였다.
“그럼 안무 문제는 마무리됐고.”
회의를 하면서 적은 메모들을 하나씩 복기하면서 스칼렛의 신곡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
얼마 전에 확정된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Not Fine
원래 제목은 ‘Fine, Not Fine’이 될 예정이었는데 회의 결과 Not Fine으로 하는 것으로 굳어졌다.
대중성이 중요한 걸그룹 곡 특성상 리스너들이 딱 기억할 만한 제목이 필요한데.
전자는 팬들에게 파낫파 정도로 불릴 수는 있겠지만, Not Fine처럼 딱 귀에 들어오는 건 아니라서.
어쨌거나 이 곡의 의미는 간단했다.
-그거지. 팬분들이나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 준 그 모든 것에 대해서 고맙고, 우리도 Fine 하다는 거지만, 헤이터들이나 우리 보고 끝났다고 하는 애들의 말은 Not Fine.
보통 안티들 신경 안 쓰고 우린 갈 길 가지롱~ 하는 게 일반적인데, 스칼렛이 써 온 가사는 그랬다.
-솔직해야 하는 거잖아. 우린 소인배야.
-네가 우리 실력 깎아 내려? 한 번 보여 줄게. 우리는 그런 기조로 가거든.
-스칼렛은 죽어도 혼자 안 죽는다 이 말이야. 죽을 때도 물귀신처럼 싹 다 끌고 같이 들어간다구.
여러 차례 회의를 거치면서 스칼렛과는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해야겠다는 결심이 더더욱 굳어졌다.
왜 데뷔 동기인 틴스피릿이 스칼렛을 공손하게 대하는지 알 것 같다고 할까.
-그런 의미로 이 곡은 우리 아직 안 끝났다. 너네 다 죽었어 하는 그런 의미를 담았어.
주먹을 꼬옥 쥐던 데이지의 얼굴이 떠오른다.
멤버들이 써 온 가사지도 대체로 그런 내용이 담겨 있었다.
물론 돌려 말해 간접적으로 전하는 스타일로.
스칼렛 특유의 우아함을 살리기 위함이었다.
예를 들어 ‘헛소리 하지 마.’ 라는 말이 있다면 가사지 상에서는 ‘너의 말이 들리지 않아’ 이런 식으로.
“비주 같네.”
“저요?”
“앗, 깜짝이야…!”
갑자기 주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고개를 들자, 회의실 문턱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바보들이 보였다.
“우리 바보들 왔어?”
“바보들 아닌데요.”
회의실 안으로 동시에 들어오려고 하던 4인조가 문에 끼었다.
내가 거 보란 듯 웃음을 터뜨렸다.
“어쩐 일이야? 지금 다들 개인 스케줄 하는 중 아니었어?”
METRO의 안무가 확정된 이후로 매일 안무 연습을 하곤 있지만, 그 밖의 시간에는 각자 스케줄을 하는 중이었다.
저마다 연습하거나 녹음을 하고 있을 애들이 오니 반가우면서도 의아하다.
“제일 바쁠 시간일 텐데.”
“형, 얼굴 보고 싶어서 왔어요.”
막내가 그런 말을 하며 빈 테이블에 앉았다.
“우리 소중한 맏형이 어떻게 지내는지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개인 작업을 하는데 외롭지는 않을까. 나이 들었다고 어디서 늙었다고 무시당하지는 않을까…….”
“걱정해 줘서 고맙구나.”
“그리고 왜 커피차를 안 보내 주는 걸까.”
“…….”
촬영장에 커피차 보내 달라는 막내의 요구에 할 일 리스트에 ‘커피차 탱크 보내 주기’라고 적었다.
꺄르륵 웃는 동생들 속에서 비주가 말했다.
“사실 형 확인하려고 왔어요.”
“응?”
“요즘 들어 스칼렛 누나들이 매일 고기 사 주고 있잖아요. 혹시 형이 거기에 넘어가진 않을까 해서…….”
비주의 수줍은 말에 내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작곡용 도비를 빼앗길까 봐 두려웠구나.”
“네.”
산뜻한 긍정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스칼렛한테 작곡 도비를 빼앗길까 봐 우려되어 찾아왔다는 말에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래도 말만 그렇지, 진심은 외로운 나와 놀아주기 위해 온 걸 거다.
분명 그럴 거야.
“맞다.”
마침 동생들도 찾아온 김에 지하 연습실로 내려가자는 이야기를 했다.
리혁이가 물었다.
“연습실이요? 아직 연습 시간 아닌데.”
“스칼렛 연습하는 거 구경하려던 차였거든. 이번에 스칼렛 신곡 안무가가 누군지 알아?”
“누군데요?”
“클레이 타일러.”
동생들의 머리 위로 느낌표가 떠오른 듯했다.
막내가 허어…! 하며 말했다.
“클레이가 또 오는구나. 그런데 스칼렛 누나들은 클레이랑 작업해 본 적 없지 않아요?”
“응. 없을걸.”
“그러면…….”
눈을 동글동글 굴리던 막내가 말했다.
“클레이에 대해 조금 알려 줄 필요가 있겠네요…? 그래야 연습을 더 잘할 수 있으니까.”
“그렇지.”
동생들과 화사한 미소를 주고받고는 지하로 내려갔다.
중간에 우리 연습실에서 클레이와 관련된 서류를 가져온 리혁이가 제일 앞장서 걸었다.
“연습 중이네.”
한창 Not Fine의 안무 연습이 이루어지는 연습실을 들여다보다가 노래가 멈췄을 때 노크하고 들어갔다.
수건으로 얼굴 땀을 훔치던 리나가 눈을 살짝 떴다.
“……?”
“연습하는 거 잠시 구경하려고 왔어. 겸사겸사 전달할 것도 있고.”
“아.”
그러자 ‘작곡가님이 전달할 말 있대’ 하고 말을 전해 줬다.
도란도란 자리를 잡는 스칼렛 멤버들.
우리도 같이 캠프파이어 모양으로 둘러앉았다.
“소식 들으셨겠지만 지금 안무가님이 회사로 오고 계세요.”
“와아아아아!”
“그런 의미로 저희가 클레이를 먼저 겪어 본 사람이잖아요? 아주 좋은 팁을 알려 주려고 합니다.”
“호오오오…….”
“자, 그럼 서 비서 나와 주세요.”
유인물을 4부씩 나눠 주는 우리 메인 보컬.
스칼렛 멤버들이 호기심을 빛냈다.
“클레이 타일러가 제일 좋아하는 것…?”
“제1장. 카지노와 백화점의 원리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는가. 시계가 없다? 오호…….”
“스낵바 차려 주기?”
홀린 듯이 서류를 넘기는 걸그룹 멤버들.
그들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화사한 표정으로 눈을 마주치는 스칼렛에게 우리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렇다.’
‘고맙다.’
곧이어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되면서 선후배 사이에 돈독한 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깔깔깔!”
“꺄르르륵!”
아주 행복한 분위기였다.
* * *
얼마 후.
인천공항에서 강남 신사동까지의 여정을 마친 클레이 타일러와 조이 타일러가 차에서 내렸다.
“호오.”
클레이 타일러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뭐지?’
길어야 1, 2년 사이였을 텐데.
저번에 방문했던 레몬 엔터의 골목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그 혼자만 이상함을 느낀 것이 아닌지 조이 타일러가 두리번거리다가 아빠에게 고개를 기울였다.
“아빠, 여기 원래 이렇게 번화가였어?”
“아니. 저번에는 전혀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골목 자체가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아.”
한적한 골목에 평화로운 버섯 마을처럼 존재했던 레몬 엔터였다.
그런데 지금은.
「저기 닭갈비 먹으러 갈까? 닭갈비 집 새로 오픈한 것 같은데.」
「저쪽으로 조금 더 가 보자. 저기 가면 뉴블랙이 뉴슐랭 리스트에 올린 고깃집이 있어. 꽃등심 끝내준대.」
「야! 나 여기 뉴블랙 골목 도착했는데 너 어디야?! 안 보여!」
한국어로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일전에 방문한 바 있는 ‘명동’이 이랬던 것 같은데. 활기와 생기로 가득한 골목을 바라보며 부녀가 눈을 깜빡였다.
“저기.”
그들을 픽업해 온 매니저에게 물었다.
“아직 시간이 남았는데 잠깐 거리 구경을 해도 될까요?”
“그럼요. 안내해 드릴까요?”
일전에 본 적 없는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그냥 백반집이나 직장인들이 먹을 만한 허름한 가게들이 있던 골목.
마치 1년 전만 해도 작은 마을이었는데, 뛰어난 영주의 힘으로 발전한 소도시 같은 분위기였다.
이게 다 영주님 덕이죠, 하듯이 스칼렛의 매니저가 설명했다.
“저번에 오신 게 언제라고 하셨죠?”
“1년이었나, 2년 전이었을 겁니다. 아마도.”
“그럼 그때랑은 또 천지차이죠. 여기는 요즘에 ‘뉴블랙 골목’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뉴블랙 골목…….”
“저기 벽화 보이시죠?”
골목에 드문드문 보이는 벽에 스프레이로 뉴블랙의 화보나 미니미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무언가 예술적이고 힙한 감성을 풍기는 느낌.
그 때문인지 주변에 감성적인 분위기를 자랑하는 카페도 보인다.
“뉴블랙이 ‘국민 아이돌’로 뜨게 되면서 회사 주변도 같이 떴거든요. 이 근방이 SNS 상으로 확 떴어요.”
“그러면서 이런 가게들이 생겼군요.”
“네, 젊은 분들이 자주 찾아오면서 골목 자체가 많이 활기를 띠고 있어요. 여러분은 요즘에 잘 실감하시지 못하겠지만….”
매니저가 웃으며 말했다.
“뉴블랙 자체가 하나의 경제 산업이라고 불리는 상황이라서요. 여러분이 없는 사이에 뉴블랙 프라이데이라는 행사도 생겼어요.”
“…….”
“대단하죠?”
회사의 연예인에 대해 자부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클레이 타일러 부녀가 침을 삼켰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군.’
하기사 미국에서도 핫한 보이밴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니, 이미 인기가 있던 한국은 말할 것도 없으리라.
가수 인기가 얼마나 좋으면 회사 근방이 핫 플레이스가 된단 말인가.
게다가.
‘자연스러워.’
한국에 오면 다른 생김새 때문에 눈에 띄기 마련이었던 그들이 이곳에는 잘 녹아들어 있었다.
인종과 국적이 다른 사람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히잡을 쓴 여행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고, 아주 먼 곳에서 온 듯한 관광객들이 레몬 엔터 주변을 살피고 있다.
“저건 뭔가요?”
한 무리의 관광객들.
매니저가 아 하고 말했다.
“중국 아니면 일본 관광객들일 겁니다. 단체 관광객이죠.”
소형 마이크를 들고는 관광객들에게 ‘뉴블랙 문명의 발상지’ 같은 것을 설명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런 혼잡한 상황 속에서 마스크를 쓴 채 팻말을 치켜들거나 주먹을 뻗는 한국인들도 보였다.
“오.”
클레이가 그쪽을 가리켰다.
빨간색에 화려한 글씨로 가득한 것이 뉴블랙을 응원하는 팻말인 모양이다.
“응원단도 상주하고 있군요?”
“아…….”
매니저가 눈매를 찌푸리며 말했다.
“저긴 이 근처 건물주들입니다. 내년에 사옥 이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보시다시피 반대한다고 시위를 하고 있어요.”
“그렇군요. 이전을 하지 말라는 건가요?”
“뭐, 그런 이야기죠.”
다이애건 앨리처럼 활기가 넘치는 거대한 골목.
카페, 음식점, 젊은 커플, 관광객, 뉴블랙의 팬들, 시위하는 사람들 등등.
주변의 다른 곳과 동 떨어져 홀로 명동처럼 붐비는 거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음?”
멀찍이 레몬 엔터 사옥 쪽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왔다.
-와아아아아아!
환호.
박수.
그리고 뭐라고 하는 소리.
“누구지?”
인파를 헤치고 나아간 클레이가 눈을 빛냈다.
‘한국의 유명 스타인가?’
뉴블랙은 아닐 것이다. 뉴블랙이 등장했다면 이 근방이 난리가 나면서 마비가 됐을 테니까.
대체 누구이기에 이런 환호를 받는지 궁금해하며 까치발을 들 때.
‘……세상에.’
저 정도로 빛을 뿜어내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여름철 뙤약볕의 직사광선을 사방으로 반사시키고 있는 중년인.
아르키메데스가 본다면 저걸로 로마군의 함선을 불태우자고 할 만큼 화려한 빛을 자랑하는 남자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박규호다!」
「저 사람이 대표님이야? 개부럽다. 로또보다 더 부러워.」
「나도 뉴블랙 대표하고 싶다. 거의 연금술 아니냐? 10원 넣는데 억이 나옴.」
알 수 없는 한국어들을 듣던 클레이가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쓴 채, 쿨하게 걸어가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주변을 둘러보며 여유롭게 손을 흔들기도 하고.
다른 중년 남자의 호위를 받으며 사람들에 둘러싸여 걸어가는 모습에 조이 타일러가 물었다.
“세상에, 진짜 유명한 스타인가 보네요. 저분은 누구인가요?”
“저희 대표님이십니다.”
“예…?”
“저희 대표님과 본부장님이시네요. 식사하러 가시나 봅니다.”
부녀가 눈을 깜빡이다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하다하다 대표까지도 유명해?’
‘그동안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어리둥절한 기분을 느끼던 그들은 시간이 다 되었음을 깨닫고 레몬 엔터 사옥으로 진입했다.
그러는 동안에 은은한 우월감도 느꼈다.
다른 사람들이 ‘와, 관계자인가 봐’ 하면서 회사로 들어가려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감탄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실제로는 ‘갈리러 가나 봐’ 였지만…….
“어흠흠.”
헛기침을 하며 댄서답게 우아하게 발을 내디딘 두 댄서가 건물 안에 들어섰다.
“우…… 여긴 올 때마다 으스스하네.”
“그러게. 아빠.”
범의 아가리에 들어온 것처럼 음산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지하에서 으스스하게 들려오는 바람 소리.
고오오오오오오오오-
지하 던전에 진입하는 것처럼 걷던 그들이 곧바로 스칼렛이 있다는 연습실로 향했다.
그리고 문손잡이를 연 순간.
“와아아아아!”
팡~! 하는 폭죽과 함께 그림 같이 아리따운 4인조가 그들을 맞이했다.
유쾌하게 웃던 봄이 다가와 그들에게 꽃목걸이를 걸어 주었다.
“레몬 엔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와아아아~!”
“하하하.”
스칼렛의 발랄한 모습에 연습실 분위기가 확 밝아진다.
‘뉴블랙이랑 아주 다르네.’
더군다나 스칼렛 특유의 미모가 부녀에게 호감을 주고 있었다.
후줄근한 추리닝을 입고 있는데도 드러나는 길쭉한 팔다리와 가만히 있어도 우아한 외모.
사극에 나올 법한 차분한 인상의 리더 아라.
맑은 눈으로 지적인 느낌을 풍기는 메인 보컬 봄.
무언가 몽글몽글해서 보기만 해도 과자를 하나 쥐여 주고 싶은 막내 데이지.
오가는 농담에 슬쩍 웃고 있는데도 짙은 속눈썹 때문에 고혹적으로 웃는 듯한 느낌의 리나까지.
‘이 사람들 너무 예뻐…….’
조이 타일러의 마음이 호감으로 가득했다.
막 친해지고 싶고.
세상에서 제일 예쁜 사람들 같고.
“먼 길 오신다고 해서 다과를 조금 준비했어요.”
“오, 이거 우리가 좋아하는 건데.”
테이블에 세팅된 과자와 음료를 보며 흐뭇하게 웃고.
안무가들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모양이다.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지만 낯선 이들의 미모에 홀리는 느낌이다.
‘선량한 친구들이군.’
‘너무 예뻐.’
하지만 부녀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두 가지 있었으니.
하나는 바로 자연계에서 대체로 아름다운 색깔을 자랑하는 버섯들은 몹시 치명적이라는 것이었다.
처음 뉴블랙을 보았을 때, 그들의 미모에 홀려서 호감을 느꼈던 기억은 까먹고 있던 두 사람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참.”
클레이가 물었다.
“프로듀서 분도 같이 만나기로 했던 것 같은데 언제 오시나요?”
“곧 올 거예요!”
Soon! 하고 귀엽게 대답하는 데이지의 모습에 절로 클레이의 입가에 아빠 미소가 그려질 때였다.
달칵.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남자. 아마도 미스터 킴덕춘일 사람에게 인사하고 악수를 나누려고 하던 그 순간.
“…….”
스칼렛의 미모를 평범하게 만들 정도로 빼어난 미남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주변이 환해질 정도로 밝은 미소.
하지만 클레이 타일러와 조이 타일러는 웃을 수 없었다.
마치 인세에 강림한 대마왕을 바라보듯이 멍하니 바라보던 이들에게 끔찍한 이야기가 들렸다.
“오래 기다리셨죠?”
“오, 바… 반가워. 써니!”
클레이가 현실을 부정했다.
‘그럴 리 없지. 킴덕춘이라고 했어.’
하지만 마음속 한구석에서 차오르는 불안감은 어쩔 수 없었다.
노래를 들을 때 했던 생각.
-이거 정말 잭팟이겠는걸.
도입부 5초 듣는 순간 이건 게임 끝났다, 할 만큼 좋았던 노래. 그 노래를 만든 사람이 정말 신인 작곡가일까?
클레이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지금 미스터 킴덕춘을 기다리고 있어서 말이지.”
“아. 킴덕춘.”
듣기만 해도 좋다는 듯 이름을 중얼거리던 미남이 눈을 빛내며 고개를 들었다.
“저예요.”
“…….”
“이번에 예명을 썼거든요.”
“…….”
“인사드릴게요. 이번 스칼렛 신곡 Not Fine을 맡게 된 프로듀서 김덕춘이라고 합니다~!”
와아아아아~! 하면서 2차로 폭죽을 쏘며 환호하는 스칼렛 멤버들.
그리고 그들에게 치얼스 하듯이 생수병을 들어 보이며 인사하는 뉴블랙의 리더. 마치 유명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 뒤로 불꽃놀이와 폭죽이 보이는 것 같다.
“…….”
부르르 떨며 눈을 감는 두 댄서들.
예쁜 버섯은 독버섯이다 하는 사실과 함께 그들이 깨닫지 못한 사실을 한 가지 더 깨닫는 순간이었다.
바로 독버섯이 자라는 곳에는 다른 독버섯도 있기 마련이라는 점이었다.
그것도 먹기만 해도 골로 가는.
“연습이다~ 연습! 안무가님! 환영해요!”
“프로듀서로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우리 타일러 가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우리 재미있게 연습해요~!”
왠지 모를 데자뷰를 느낀 클레이와 조이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역시나 이곳에도 시계는 없었다.
밖에 뭘 먹으러 나갈 필요도 없다는 듯이 잔뜩 구비되어 있는 스낵과 음료.
푹신한 소파.
쓰러질 것에 대비해 차려 놓은 매트리스까지.
“그럼 언제 시작할까요?”
눈을 빛내는 스칼렛 멤버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타일러 부녀가 훈훈하게 웃었다.
‘이 회사는 독한 인간들을 재배하는 밭이라도 있나.’
‘얼굴 보고 속았어….’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한 뉴블랙의 웃음.
괴력을 가진 스칼렛과 계략을 가진 뉴블랙의 시너지가 안 좋은 쪽으로 발휘되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