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79)화 (679/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79화

“아, 즐거웠다.”

리혁이의 녹음은 정말 재미있게 끝났다.

어쩜 노래를 그리도 잘 부르는지.

작곡가 분도 홀린 듯한 얼굴로 ‘좋습니다, 그대로! 오케이!’ 하는 말을 연발하면서 녹음을 끝마쳤다.

“어때? 재미있었어?”

“…….”

녹음실에서 나온 리혁이가 눈을 감고 생수병만 들이켰다.

목젖이 꿀꺽꿀꺽 움직이는데, 왠지 모르게 부르르 몸을 떨고 있는 것 같다.

작곡가 분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리혁 씨, 진짜 대박이었습니다! 이래서 사람들이 뉴블랙, 뉴블랙하는구나 싶었다니까요. 이렇게 스무스하게 끝나 본 건 처음이에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은요. 리혁 씨 덕에 거의 원테이크로 끝났는데.”

작곡가 분과 프로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리혁이의 태도에는 어떠한 흠도 없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면서 꾸벅 고개를 숙이는 작곡가에게 리혁이도 마주 인사를 해 주고.

깔끔하게 작별 인사까지 하면서 OST 작곡가 분을 녹음실 밖으로 배웅했다.

그런데.

작곡가 분이 나가자마자 리혁이가 엎어졌다.

“어흐흐흑…!”

“……왜 그래?”

“어흐흐흑.”

소파에 널브러져서 생수병을 술병처럼 들이켜는 메인 보컬의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그래? 지호가 또 이상한 톡 보냈어?”

“왕지호?”

눈을 희번덕거린 리혁이가 나를 째려보았다.

“왕지호 얘기는 하지도 마요…!”

“응?”

“아, 짜증 나. 아니 왜 하필이면 떠올라도…….”

자꾸만 분하다고 중얼거리며 꺼이꺼이 우는데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감정 잡는 게 좀 힘들었나?

*   *   *

우리 메인 보컬과 즐겁게 촬영을 마친 후.

“네!”

“네~!”

셀프캠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짓는 동안 옆자리에 앉은 비주가 머리를 쓸어 넘기며 손을 흔들었다.

수줍은 미소와 상냥한 목소리.

“저예요. 여러분~”

“네, 오늘 <친절한 우주선>의 에피소드 투! 오늘 함께 해 주실 특급 게스트는 바로 연예계 최고의 댄서….”

“허어.”

“…한태현 선배님이 인정해 주신 뉴블랙의 메인 댄서 비주입니다…!”

“허어?”

비주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내 비주도 즐겁게 웃음을 터뜨렸다.

한태현 선배님 언급해서 죄송합니다, 하면서 윙크를 한 후.

“기분이 어떠신가요. 비주 씨?”

“저 너무너무 행복해요.”

비주가 카메라를 향해 두 손을 맞잡고 말했다.

“원래 이게 저 혼자만 가는 줄 알고 되게 벌벌 떨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우주 형이 이렇게 함께 해 준다고 해서 걱정을 덜었어요. 저도 혼자 있으면 엄청 노잼이라고 주변에서 그러거든요.”

“누가 그래요. 비주 씨가 노잼이라고?”

“중현이가요.”

“감히 우리 둘째한테 그런 말을… 제가 가서 확….”

머릿속에 떠오르는 큰바위얼굴.

“……뭐 어떻게 할 수는 없겠네요.”

비주와 내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운전을 하고 있던 매니저 종완 씨도 웃음을 터뜨렸다.

셀프캠 방향을 돌리자 종완 씨가 안경을 고쳐 썼다.

“안녕하세요. 종완 씨.”

“네, 안녕하세요.”

“수플레 여러분들께는 아직 낯선 분들이시겠네요. 저희 신규 매니저로 들어온 종완 씨입니다. 박수!”

“와아아아아!”

비주가 물개 박수를 쳤다.

수줍게 웃고 있는 종완 씨에게 가벼운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종완 씨에게 뉴블랙이란?”

“어, 존경스러운 분들이죠. 정말 하루 종일 일하시는데도 에너지와 열정이 넘친다는 게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막힘없이 술술 나오네요. 준비하셨나요?”

“네.”

“그러면 솔직하게 지난 몇 달간 경험해 본 뉴블랙이란 그룹은?”

“이런 가수의 매니저가 될 수 있어 영광입니다.”

비주와 내가 짝, 짝 박수를 치며 감격했다.

“민기 형이나 원석이 형이었으면 ‘이제 좀 그만 봐도 될 것 같다’ 하고 말했을 텐데.”

“좋으신 분…….”

인터뷰를 무사히 마쳤다면서 어깨를 으쓱으쓱하는 종완 씨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워낙에 매니저는 이직이나 사직이 잦은 직종이라 지금까지 미튜브 컨텐츠 등에 잘 내보내지 않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신규 매니저 세 명 모두가 장기 근무를 희망해서 이번에 이렇게 미튜브 컨텐츠에도 얼굴을 비춰 주기로 했다.

종완 씨가 카메라를 향해 영상 편지를 날렸다.

“엄마, 저 뉴블랙 TV 나와요.”

그 뒤로 비주와 내가 종완 씨에게서 나올 만한 분량을 몇 가지 뽑아냈다.

대강 ‘아직 방송이 서툰 수줍은 신규 매니저’로 이미지를 잡아 주니 방송용으로 뽑아낼 만한 게 많다.

기존 연예인과 다르게 비연예인들은 방송용 이미지가 없기에 이렇게 초장에 잡아 주는 게 중요하다. 예능인들이 게스트가 나오면 놀리고 몰아가는 게 바로 이런 이미지를 잡기 위해서다.

종완 씨와 인터뷰를 마치고는 잠시 촬영을 멈췄다.

“어디 보자. 대본이…….”

“여기 있어요.”

“고마워.”

비주에게 넘겨받은 대본을 잠시 살폈다.

특별하게 대본이라고 할 만한 건 아니었다. 그냥 간략하게 오늘 촬영이 이렇게 이뤄질 것이다, 라고 적힌 종이.

오늘 촬영지인 군산의 명물들이 적힌 대본을 넘기자 프로그램 로고가 보인다.

[금강산도 식후경]

악역이나 불량한 역할을 전문으로 맡는 중견배우 김정남 선생님이 MC를 맡은 PBS의 장수 프로그램이다.

포맷은 간단하다.

어떤 지역에서 유명한 명소 등을 답사하면서 소문난 맛집에 들어가서 밥도 먹고 하는 프로그램. 악역 이미지로 유명한 중견배우가 재미있는 아저씨로 이미지 변신을 거둔 프로이기도 하다.

어쨌든 매 회차마다 게스트가 나오는데 이번에는 우리 비주가 게스트였다.

그러다 나까지 같이 나오게 되었는데…….

‘안녕하세요. 비주 씨. 저 주선우가 비주 씨를 케어하러 나왔습니다~ 제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동반 출연…….’

‘그거 말고 다른 건요? 비주 씨가 주인공이 되어야 해요.’

‘동반 출연….’

‘음, 다른 거요.’

‘동. 반. 출. 연.’

‘네.’

그리하여 내가 동반출연하게 되었다.

마침 촬영지가 군산시인 것도 땡겼고 말이야.

담당 피디님이 내가 동반 출연한다는 소식에 눈물을 흘렸다고 들었다. 진짜로.

“여기 대본에 우리 할머니 백반집 있잖아.”

“네.”

“할머니는 내가 오는 건 모르지?”

“네, 저만 오는 걸로 알고 있을 거예요. 제작진 분들이 사전에 연락한 건 그 전이라서…….”

“잘됐다. 서프라이즈 해 줘야지.”

안 그래도 할머니한테 줄 선물을 두둑이 챙겨 온 터였다.

내가 패션쇼에 서게 될 명품 브랜드 르블랑의 수석 디자이너로부터 할머니 옷도 선물 받았다.

-당신에게 영감을 준 뮤즈 같은 분이 계시더군요. 덕순 퀸.

-맞아요. 우리 퀸덕순.

-그분에게도 내 선물을 전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전해 주는 김에 르블랑에서 몇 가지 선물도 샀다.

이제는 우리 할머니가 본인 돈으로 다 쇼핑할 수 있는 것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선물은 마음 아니던가.

꽃 한 송이와 편지까지 동봉하여 우리 김덕순 여사의 눈물을 쏙 뺄 자신이 있었다.

“흐흐흐흐흐.”

“카메라 켤게요. 형.”

“호호호호.”

다시금 전원을 킨 카메라를 전달 받고는 풍경 스케치용으로 쓸 고속도로 풍경도 한 번 찍어 주고.

백팩을 부스럭거리는 비주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게 다 뭐야?”

“이거는 중간에 형 당 떨어질까 봐 준비한 초콜릿이고요. 그리고 형 발 아플까 봐 깔창도 좀 부드러운 걸로 준비했어요. 이건 갑자기 위염 때문에 속 쓰리거나 할 때 먹는 약이고.”

“…….”

“비타민도 자주 빼먹고 안 먹잖아요. 그래서 식후에 먹을 약도 좀 챙겼어요.”

“비주야.”

“네.”

“네 물건은?”

“어… 있을 거예요.”

내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희 비주가 이래요.”

“아뇨아뇨, 제가 원해서 챙긴 거예요.”

“매번 자기 물건부터 챙기라고 하는데, 항상 멤버들 것부터 챙긴다니까요. 세상 사람들이 우리 비주 이런 것 좀 다 알았으면 좋겠어요.”

“대단한 거 아닌데…….”

이래서 우리의 자랑이기도 하다.

막내가 학교 갈 때마다 학교에 있는 다른 아이돌한테 ‘너네는 이런 형 없지~?’ 하고 자랑하고 다녔으니까.

물론, 이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서 가끔 예능이나 미튜브에서의 비주 모습을 보고 이상한 태도를 취하는 사람들이 있곤 했다. 예를 들어 사인이나 사진 촬영할 때도 무리한 요구를 한다든가.

얘가 거절을 잘 못할 거라고 멋대로 판단해서 그런 모양인데 천만의 콩떡이다.

-그 포즈는 좀 그런데. 제가 다른 거 해 드릴게요~

그래 놓고서 인터넷에 ‘비주 실제로 보니 별로더라’ 하는 모양인데, 외부인에게는 맺고 끊음이 확실한 우리 애였다.

“이건 김중현한테 빌린 필름 카메라예요. 형 사진 찍은 다음에 인화해서 소장하려고요.”

“……내 사진을 소장해서 뭐 하게.”

“추억이잖아요. 이게 다.”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비주의 모습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러고는 비주에게 카메라를 넘겨주고는 내 가방을 열어 보였다.

“비주가 항상 자기 건 별로 안 챙겨 오는 편이어서… 이번에는 제가 비주 것을 챙겨 왔습니다.”

“허어어.”

“비주 먹으라고 사과즙 챙겨 왔고요. 이건 비주 무릎에 좋은 영양제랑…….”

적당히 챙겨 왔는데도 뛸 듯이 기뻐하는 우리 둘째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서로 형님, 동생~ 하면서 동화 <의 좋은 형제>를 연출하고 있을 때.

서로를 위해 모든 것을 챙겨 온 우리가 바깥 날씨를 보고 당황했다.

툭. 투툭. 툭.

분명 서울에서 나올 때만 해도 괜찮았는데, 군산 부근에 오니 가냘픈 빗방울이 조금씩 차창을 때리기 시작했다.

차량 속도 때문인지 빗살무늬 토기처럼 사선으로 찍히는 빗줄기.

비주와 내가 서로를 바라보며 물었다.

“형, 우산 챙겼어요?”

“아니… 너는?”

“저도 안 챙겼어요.”

“…….”

모든 것을 챙겨 왔지만 우산 하나 안 챙겨 온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며 훈훈하게 웃을 때.

종완 씨가 미소를 지으며 끼어들었다.

“제가 챙겼습니다.”

“역시…!”

대단하다며 박수를 치는 우리에게 종완 씨가 목례로 답했다.

“다 주선우 실장님한테 배운 거인 걸요. HBS 매니저 예능에서 ‘날씨 체크는 기본입니다’ 하는 대사를 아직도 마음 깊이 담아 두고 있죠.”

“그, 그렇군요…….”

“아직도 매일 봅니다. 그 예능. 매니저 계의 성경 같은 존재라서.”

주먹구구식으로 인수인계를 해야 하는 엔터 업계에서 몇 없는 매니저 실무 매뉴얼이라나.

멋쩍은 미소를 짓고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음…….”

날씨가 예상한 거랑 다르다.

“비주야.”

“네.”

“우리 원래 계획했던 등장 말고 다른 식으로 등장하는 게 좋겠지?”

<금강산도 식후경>에서 좀 인상 깊게 등장하고 싶었는데, 날씨 때문에 등장 방식을 조금 바꿔야 할 듯싶었다.

비주랑 잠시 몇 가지 동영상을 보면서 회의를 하고는 종완 씨에게 물었다.

“종완 씨.”

“네.”

“혹시 우비도 챙기셨나요?”

“그럼요.”

매니저가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색깔별로 준비했습니다.”

*   *   *

군산 월명공원 앞.

소수 정예로 움직이는 PBS <금강산도 식후경> 팀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촬영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게스트 분들은 언제 오신데요?”

“곧 도착한대.”

제작진 사이에서 긴장 섞인 숨이 흘러나왔다. 갑작스런 비 때문에 준비할 것이 늘어난 상황이지만, 비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었다.

‘뉴블랙이다.’

PBS의 장수 프로그램이자, 유명 톱스타도 종종 출연하는 힐링 방송.

하지만 뉴블랙이 온다는 건 또 달랐다.

국내 최고의 연예인이 촬영장을 방문한다는 소식에 그들 모두가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있었다.

“아이고. 고생들이 많네.”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50대 남자가 차에서 내리면서 PD가 ‘선배님 오셨어요?’ 하면서 인사했다.

스탭이 마이크를 달아주는 동안 중견배우 김정남이 목을 가다듬었다.

“아아, 나 오늘 목소리 괜찮나?”

“최고세요.”

“내가 뉴블랙이 나온다고 해서 어젯밤에 잠을 못 잤어~ 젊은 애들한테 쭉쭉 기가 빨리고 그러는 꿈 꿨다니까. 나 오늘 방송에서 하나도 주목 못 받는 건 아닌지 몰라.”

“선생님이 간판이신데 어떻게 주목을 뺏겨요.”

“기가 다르더라. 요새 애들은 기가 아예 달라.”

너스레를 떨면서 스탭들의 긴장을 풀어 주는 중견배우였다.

투박한 이목구비에 짧게 올려친 스포츠컷.

영화나 드라마에 조직폭력배 등으로 숱하게 나왔던 얼굴이지만 이제는 사람들에게 친근함을 주는 얼굴이었다.

김정남이 뺨을 긁적이며 은근하게 물었다.

“그런데 걔들 말이야. 뉴블랙.”

“네.”

“진짜 성격은 괜찮대?”

“엄청 좋대요~”

가끔 가다 TV 속 이미지와 정반대인 스타들이 나와서 당혹스러울 때도 있기 때문이었다.

근처에 있던 피디가 말했다.

“방송가에서 워낙 소문 좋잖아요. 저희도 만난 적은 없는데, 교양국에서도 소문이 자자해요. ‘지금 내 고향’ 팀이 그렇게 칭찬을 하던데… 뭔가 좀 다른 게 있긴 한가 봐요.”

“그렇구만.”

“어어, 저기 온다. 다들 준비해!”

멀찍이서 접근하는 연예인 차량.

귀빈을 맞이하기 위해 달려 나간 이들의 앞에 우산을 쓴 뉴블랙이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마치 어제 만난 이웃처럼 친근하고 반가운 목소리.

선이 고운 미소년과 우주선이 등장하면서 촬영장 일대가 삽시간에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교양국 직원들이 ‘와’ 하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남녀 상관없이 제작진들끼리 ‘대박’, ‘미쳤다’ 하면서 좋아하는 상황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뉴블랙 우주라고 합니다.”

“비주예요!”

발랄한 자기소개에 제작진이 웃었다.

“두 분은 자기소개 안 하셔도 돼요.”

“그래도 모르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으니까….”

“에이, 그런 사람이 있겠어요~?”

오는 길은 편안했냐고 물어보던 피디가 메인 출연자인 김정남에게 그들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선배님이라고 불러. 선생님이라고 그러면 너무 나이 먹은 거 같잖어~”

“선배님~”

“어허허허.”

TV에서 봤던 모습 그대로 조카들 같은 모습에 중견배우의 얼굴에 큼지막한 미소가 걸렸다.

그렇게 인사가 오간 후.

게스트들의 특별 등장에 대해 게스트와 제작진 사이에 토의가 오갔다.

대본에 그림을 그려 설명하는 우주.

“…지금 날씨 때문에 조금 바꿔야 할 것 같더라고요. 이렇게 해서 요런 식으로 등장하려고요.”

“아, 네네. 카메라는 그럼 넓게 잡아 주면 될까요?”

“네!”

세상 진지한 얼굴로 오프닝 씬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해 준 우주와 비주가 잠시 차량에 다녀왔다.

그동안 김정남이 먼저 오프닝을 촬영했다.

“오늘은 비가 많이 오네. 이게 여름철 장마도 아니고 부슬부슬하게 비가 내리는 것이…….”

날씨 이야기를 하며 군산 월명 공원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오늘 김 배우가 기다리는 게스트는…?] 하는 자막이 절묘하게 깔려야 할 무렵. 제작진이 챙겨 온 앰프에서 음악이 흘러나왔다.

뮤지컬 걸작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의 주제가.

I’m singing in the rain~

I’m singing in the rain~~

보라색과 노란색 우비를 입은 두 청년이 부슬비 사이로 매끄럽게 춤을 추면서 등장했다.

마치 피겨 스케이팅을 하듯이 미끄러지던 두 청년의 귀여운 모습에 제작진이 물개 박수를 쳤다.

김정남도 즐겁게 웃으며 박수를 칠 때, PD가 자신의 지시를 확인했다.

“직캠용으로 찍을 영상도 남기고 있지?”

“네. 선배.”

방송하기 전에 예고용으로 하나 올리면 조회수가 대박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는 동안.

등장하면서 포즈를 딱 잡은 우주와 비주 사이로 새로운 음악이 깔렸다.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의 비트가 깔리면서 우주와 비주가 우비 품에 손을 넣고는 선글라스를 꺼냈다.

“귀여워.”

“와…….”

선글라스를 쓴 우주와 비주가 저마다 양손을 모은 자세로 비트에 몸을 맡기기 시작했다.

다른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내디디며 가사에 맞춰 몸을 흔들던 비주와 우주가 서로를 향해 다가간다.

서로 마주 보면서 몸을 까딱이던 두 댄서가 우비를 입은 채 힙합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잘한다…….’

우비를 입고 있어서 방금 전까지는 귀여워 보였는데, 지금은 댄스 합이 척척 맞는 것이 멋이 났다.

흔히 인터넷에서 말하는 까리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느낌.

팬들이 본다면 유닛 무대를 소원으로 빌게 될 만한 무대였다.

“와…….”

시원하게 춤을 추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가수 무대를 보는 건 처음인 교양국 직원들의 마음이 흔들렸다.

‘원래 아이돌 무대가 다 이런가.’

‘연습 별로 안 하고 준비했을 텐데 대박이다…….’

‘클럽 가고 싶당.’

마지막에는 등을 맞댄 채, 익살맞게 음방 특유의 숨 헐떡이는 포즈를 보이는 멤버들.

우주와 비주가 카메라를 향해 선글라스를 슬쩍 내리며 윙크를 하는 모습과 함께 음악이 절묘하게 끝났다.

“와아아아아아-!”

월명 공원 앞을 순식간에 콘서트장처럼 만든 두 가수의 즉석 공연에 박수와 환호가 흘러나왔다.

제작진이 열렬히 박수 치는 모습을 보고 웃던 김정남이 다가가 인사했다.

“아이고, 반갑습니다. 뉴블랙!”

“안녕하세요!”

“시작부터 엄청 화려하게 시작했네. 어쩜 그렇게 우비 입고 그렇게 살벌하게 춤을 춘디야~”

김정남이 감탄하며 물었다.

“내가 요 방송을 5년 넘게 찍으면서 제작진들이 이렇게 신이 난 건 처음 봐요. 우리 조연출은 춤추고 난리 났어.”

“흐히히히. 감사합니다!”

“그런데 방금 퍼포먼스는 무슨 의미예요?”

“아. 오늘 저희를 소개하는 의미에서 준비한 퍼포먼스입니다.”

보라색 우비를 입은 우주가 비주를 향해 손을 척 내밀고는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군산의 아들 선우주입니다!”

“그리고 그런 군산의 아들의 동생, 김비주입니다~!”

척!

비주가 우주의 손에 X자로 크로스를 하면서 둘이 눈을 빛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우주와 비주, 바로 오늘 군산을 정복하러 나온 우비즈입니다!”

제작진과 출연자가 껄껄 웃으면서 손뼉을 치는 동안 눈을 찡- 하고 빛내는 메인 댄서와 리드 댄서.

우비즈라는 조합으로 야심차게 이름을 내건 듀오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안타깝게도….

“…저거 근데 우비 색 때문에 텔레토비처럼 보이지 않아요?”

“좀 그렇긴 하네….”

…외부인들에게는 보라돌이와 나나의 조합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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