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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81)화 (681/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81화

“오호호호호!”

간드러지는 웃음.

공작부인이 부채를 촤악 흔들면서 낼 법한 웃음소리에 눈을 가늘게 떴다.

‘뭐여.’

하지만 할머니의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비주와 김정남 선생님을 보며 호호 웃던 할머니가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화들짝 놀랐기 때문이다.

‘아 깜짝이여! 이 옘병!’

…이라고 눈으로 말하는 느낌이다.

방송용으로 환하게 준비한 웃음이 순식간에 사그라지고, 나를 바라보는 얼굴에 뚱한 표정이 감돌았다.

주변 사람들이 ‘사장님 기뻐하시는 표정…!’ 하며 감탄하고 있을 때였다.

“깜짝이여. 너는 여기 왜 있냐?”

“왜 왔기는.”

마술을 부려 장미 한 송이를 촤악 소환하고는 김덕순 여사에게 내밀었다.

“우리 할머니 만나러 왔지.”

“장미 별로 안 좋아하는디. 줄 거면 돈으로 주지.”

“……그냥 받어.”

꽃을 받아드는 할머니의 뺨이 씰룩씰룩 움직였다. 최고로 기쁘다는 뜻이었다.

“허이구, 어여 이리 와 봐.”

“응.”

“몸은?”

“어제 전화로 얘기했잖아. 이제 완전히 괜찮아.”

“미국에서 뭘 먹었길래 위염에 걸리고 그르냐? 좋은 거 있으면 노나 먹고 그래야지. 혼자 처먹다가 또.”

줄줄 이어지는 잔소리를 들으면서 잠시 할머니를 꼬옥 안아 들고 미소를 지었다.

온기를 타고 걱정과 애정이 밀려온다.

나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할머니의 주름진 손이 내 등을 토닥이는 가운데, 카메라 너머 제작진들과 김정남 쌤이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비주는 왜 또 눈이 촉촉한지 모르겠지만…….

“너는 관리 잘해야 돼.”

“응.”

“가진 거라고는 얼굴밖에 없으니까.”

할머니의 말에 주변 사람들이 웃음이 터졌다.

“할머니.”

“그려.”

“오늘 옷이 진짜 예뻐.”

“……그르냐?”

“유바바 같아.”

잠시 고개를 갸웃하던 할머니의 옆에 있던 직원이 ‘유바바’를 검색해서 내밀었다.

그리고.

“악! 아야! 악!”

“이 미친놈이 증말…!”

찰싹! 찰싹!

찰진 등짝 스매싱을 피해 도망치는 내 모습에 주변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   *   *

할머니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 온 후.

널찍한 테이블에 자리 잡자마자 주변 손님들의 쏟아지는 시선이 느껴졌다.

“우와아아……!”

밥을 먹고 있던 사람들이 일어나서 스마트폰을 들어 나와 비주를 찍고,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이야기하는 소리들이 들린다.

평소와 같은 풍경이라 별달리 신경 쓸 것이 없는데.

“아니, 왜 다 아시는 분들이…….”

“우와아아!”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식당들을 볼 때마다 궁금했을 것이다.

‘맛있어요!’ 하면서 따봉을 드는 손님들은 대체 정체가 무엇인지.

대부분은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의 지인들이다. 솔직히 일반 손님들은 밥 먹고 그냥 가고 싶어 하지, 긴 촬영을 하는 동안 ‘아유 대박입니다!’ 하고 그러기도 귀찮아하니까.

무엇보다 초상권 문제 때문에 모자이크를 안 해도 된다는 것도 좋고.

그런고로 지금 별관 4층에서 식사를 하는 손님들은 백반집 거리의 터줏대감들이었다.

“우주다! 우주!”

“다들 잘 지내셨어요?”

어차피 TV 상에서 편집될 부분이라 그냥 다가가서 악수하면서 인사를 했다.

꽃가게 사장님, 분식집 사장님, 그리고 감자탕집 모녀와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오, 혜연이도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안녕하세요. 오빠….”

“여기는 비주야.”

“엇! 안녕하세요!”

비주도 화사하게 웃으며 꾸벅 인사하는데, 감자탕집 외동딸의 표정이 더욱더 환해졌다.

내가 물었다.

“……최애가 비주였니?”

“네.”

“할머니! 혜연이는 우리 백반집 출입 금지!”

와하하하 하는 웃음이 흘러나오는 동안, 할머니가 혀를 끌끌 찼다.

“나잇값 좀 혀라. 심보가 좁쌀만 해 가지고. 저거 언제 철 들라는지 몰라.”

반가운 얼굴들과 안부 인사를 주고받고는 자리에 앉았다.

다른 아버님이나 사장님들과 악수를 나누던 김정남 선생님도 의자를 드르륵 빼면서 물었다.

“다 아는 분들이구나.”

“네, 어릴 때부터 뵀던 분들이라서요. 다 요 거리에서 영업하시는 분들이에요.”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을 보며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이 거리는 되게 오랜만에 왔구나.

올해 초에도 할머니의 새 집에서 리혁이랑 뒹굴대느라 여기가 어떻게 변했는지도 잘 모르고 있었다.

그냥 평소처럼 잘 되고 있겠거니 하고 생각을 했는데… 이 정도로 잘 될 줄이야.

“근데 여기가 진짜 어떻게 이렇게 됐지…?”

“우주는 몰랐니?”

“네.”

할머니가 톡으로 ‘가게 좀 확장한다’ 라고 해서 가게가 좁아서 조금 널찍하게 만든다는 건 줄만 알았지.

그 확장이 이 확장인지는 몰랐다.

“그런데 가게가 참 크네…….”

말끝을 흐리며 미심쩍은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김정남 선생님.

그 표정을 보는 순간 오해를 풀 타이밍이라는 걸 알았다.

“아, 오해하시면 안 되는 게 가게가 이 정도로 규모가 커진 게 진짜 얼마 안 됐거든요.”

“그래?”

“네. 뉴불백 아시죠?”

“알지~ 저 T본부에서 휴게소를 지옥으로 만들었담서.”

뉴불백 이후로 할머니의 장사 규모가 더욱 커졌다는 내 이야기에 다들 ‘아’ 하고 납득하는 분위기였다.

우아한 미술품으로 꾸며진 주변을 둘러보던 비주가 우리 뒤편에 있는 벽을 가리켰다.

“어? 벽에 뭐 걸려 있어요.”

고개를 돌려보니 우리 할머니의 이력을 다룬 팻말이 걸려 있었다.

할머니의 얼굴을 몹시 인자하게 그려낸 캐리커쳐와 함께 [김덕순 金德淳] 하는 이력이 적혀 있었다.

‘백반의 여왕’이라는 호칭 아래로 ‘Queen of Baekban’이라고 적혀 있다.

출생부터 시작해서 할머니의 인생역정이 그려진 이력에서 ‘14.06.19’라는 익숙한 글자가 보인다.

“우리 데뷔일도 있네.”

거기에 쓰인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 2014.06.19 손주가 데뷔함. 손주농사 대성공.

그 아래로 2016년 ‘뉴불백 등장’, ‘갑자기 사업이 번창해 버림’ 하는 유쾌한 설명들이 쓰여 있었다.

그걸 읽으면서 물수건으로 손을 닦고 있을 때였다.

드르르륵.

예전부터 주방에서 일을 도와주던 숙자 이모가 깔끔한 정장을 입고 카트를 밀고 오고 있었다.

“오.”

내가 반갑게 인사했다.

“이모, 안녕하세요.”

“이제는 이모 아니여.”

할머니가 숙자 이모의 가슴팍에 달린 이름표를 가리키며 말했다. 크롬핀으로 고정시킨 근사한 이름표.

“이제 실장님이여.”

“숙 실장님……!”

할머니와 숙자 이모가 흐뭇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곧이어 반찬들이 올라오고, 우리 할머니가 반찬에 대해 전문적으로 설명을 하면서 김정남 쌤이 감탄했다.

“반찬이 이게 몇 개야? 하나둘 셋… 열여덟 개?”

“기본 찬이에요.”

“어이구…….”

험상궂은 중년 배우의 얼굴에 완벽한 웃음꽃이 피었다.

나와 비주도 마찬가지였다.

“와. 저 사진 찍어야겠어요.”

핸드폰을 드는 비주에게 내가 브이를 하면서 포즈를 취할 때였다. 비주의 핸드폰이 음식으로 향했다.

“형, 그림자 져요.”

“응…….”

아무렇지 않은 척 손을 내리는 내 모습에 제작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윽고 하나씩 나오는 생선구이, 계란찜, 된장찌개를 하나씩 맛 볼 때마다 김정남 쌤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맛이 진국이네~”

“맛있죠?”

“이런 걸 먹고 자랐으니까 크게 될 수밖에 없지. 어휴, 할머님 솜씨가 진짜… 와…….”

곧이어 원조 뉴불백까지 나오면서 카메라 너머 제작진이 침을 꼴깍였다.

메인 메뉴까지 촬영을 하고 나서, 할머니가 ‘우리 손주 잘 부탁합니다’ 하고 카메라를 향해 보내는 영상 편지와 중간에 손님들을 위해 트로트 몇 곡을 열창하는 장면까지 촬영을 한 후.

“끝!”

“수고하셨습니다!”

카메라를 끄자마자 제작진들이 부리나케 빈 테이블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곧이어 백반 메뉴가 주르륵 나오면서 제작진들이 ‘와! 대박!’, ‘진짜 맛있다’ 하는 소리들이 홀을 메웠다.

“우주야, 나 혹시 사진 좀.”

“네~”

이웃들과도 사진을 찍으면서 후식을 천천히 먹었다.

수정과를 호로록 들이켜면서 사적으로 궁금한 이야기를 묻는 김정남 쌤과 이야기를 나누고.

중간에 테이블에 합석한 할머니에게 동생들과 영상통화를 시켜 주기도 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지호냐!”

-네에~

“어디여?”

-여기 지금 드라마 촬영장이에요. 다들 인사하세요. 이분이 바로 뉴불백의 창시자 그레이트 퀸 덕순 님이에요! 소리 쥘러~~~~!

-와아아아아!

드라마 스탭들이 우리 막내를 어화둥둥하는 모습이 절로 그려졌다.

-와, 우주 형이랑 비주 형은 진짜 팔자 좋게 놀러나 댕기고. 막내는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는데.

“뭔 소리야. 우리도 일하는 중이야.”

-밥 먹고 구경만 하는 게 무슨 일이에요! 노는 거지.

그 말에 나와 비주가 뺨을 씰룩이며 옆자리에 앉은 <금강산도 식후경>의 진행자 김정남 선생님을 비춰 주었다.

김정남 쌤이 미소를 지었다.

“반가워요. 5년째 놀고 먹는 김정남이에요.”

-……!

눈을 크게 뜬 막내가 얼어붙었다.

곧바로 고장 난 오뚜기처럼 막내가 90도 각도로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기 시작했다.

-어어어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나 미쳤나 봐!

“틀린 말도 아닌데 뭐~”

-아으으으!

존경하는 중견배우의 앞에서 쩔쩔 매는 막내의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휴식 시간을 마치고 돌아가는 막내에게 화이팅을 외쳐주고는 리혁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할머님께 수줍게 인사를 하던 리혁이가 말했다.

-백반 반찬은 다 먹었어요?

“응. 싹 다 긁어먹었어.”

-잘했어요. 그거 반찬 많이 남기면 결국에 그게 환경 문제로 이어지는 거예요.

느긋하게 반찬을 먹고 있던 제작진들이 콜록! 하더니 반찬을 꾸역꾸역 집어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리혁이에 이은 중현이는…….

-고객님이 전화를 받지 않아…….

김정남 쌤이 웃음을 터뜨렸다.

“다들 성격들이 확실하네.”

“중현이는 진짜 폰을 잘 안 봐요. 지호는 하루 종일 핸드폰을 끼고 있고, 리혁이는 전화 받아야 한다는 강박이 좀 있어서 잘 받는데… 얘는 톡도 1 사라지는 데 한참 걸리고.”

그렇게 멤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후식으로 나온 수정과를 홀짝였다.

4층이라 그런지 유리창 너머로 군산의 저녁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내 곁에 다가온 김덕순 여사가 물었다.

“그 뭐시기냐. 뷰가 좋지?”

“응. 좋다.”

저녁 풍경을 바라보던 할머니가 내 어깨에 주름진 손을 올렸다.

“다 내 덕분이여.”

“할머니가 이룬 거지. 할머니 덕분에 이렇게 내가 자란 건데.”

“그러니까 내 말이 그 말이여.”

“응?”

“내 덕분이라고.”

“…….”

혼자서 아련하게 미소 짓는 할머니를 바라보며 웃었다.

가끔 내 성격이 어디서 온 건가 싶을 때가 있는데, 우리 할머니한테서 물려받은 게 아닐까 싶다.

잠시 할머니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할머니가 백반집을 시작해서 이 4층 건물 꼭대기에 올라 바깥을 볼 때까지 걸린 시간이 수십 년일 터였다.

삼사 년 만에 성공을 거둔 나로서는 짐작이 안 되는 세월이다.

우리 할머니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

말없이 할머니의 손을 잡자, 할머님도 손을 마주 꼭 잡아 왔다.

가끔 만날 수밖에 없기에 손을 놓지 않겠다는 듯이.

그 주름진 결을 느끼며 잠시 모든 걱정은 내려놓고, 주변의 떠들썩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즐겼다.

“좋네.”

“그러게 말이여.”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우주 씨, 비주 씨. 너무너무 고생했어요, 오늘 덕분에 방송 분량 정말 알차게 뽑았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잘 들어가시고, 방송은 2주 후에 나올 테니까요. 그때 본방사수 부탁드릴게요!”

제작진과 화기애애하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차량에 장비를 싣는 스탭들을 바라보던 피디님이 뭔가 떠올랐다는 듯 우리에게 말했다.

“참.”

“네, 피디님.”

“아까 우비즈라고 오프닝에서 공연했던 것 말이에요. 그걸 짧게 클립으로 만들어서 예고편으로 올려도 될까요?”

“그럼요.”

좋은 아이디어 같아서 OK를 했다.

그렇게 피디님과 작별 인사를 하고 나서 아쉬움을 드러내는 김덕순 여사와도 포옹을 했다.

“그럼 우리도 가 볼게. 할머니.”

“힘들면 자고 가.”

“우리 지금 신곡 안무 연습이 있거든. 오늘도 애들 다 스케줄 마치고 10시에 모이기로 했어.”

계획대로라면 새벽 5시까지 안무 연습을 하고 또 다른 스케줄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그러고 서너 시간 자고.

콘서트 연습도 좀 하면서…….

“아무튼 추석 되면 또 올게. 금방 또 올 거야.”

“그려.”

비주도 총총 다가와서 할머니와 포옹을 하고는 백반집 앞에 대기하고 있는 민수 씨의 차량에 탑승했다.

할머니와 숙자 이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고는 차량에 몸을 묻었다.

“어으으으…….”

“형, 고생했어효오오…….”

어두운 차량 안에서 서로 몸을 꼼지락대며 미소를 지었다.

힐링 방송이라 하루 종일 재미있게 촬영을 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돌아다니다 보니 체력 소모가 좀 있다.

“아이고.”

기지개를 쭉쭉 켜면서 몸을 풀어 주고는 비주랑 두런두런 대화를 나눴다.

주로 오늘 방송에 대한 이야기였다.

방송 중에 말실수는 없었는지, 어떤 식으로 개선하면 더 좋을지를 간단하게 피드백하는 시간을 가진 후.

“할머님 댁에 못 가 본 게 너무 아쉬워요. 리혁이가 저번에 너무 좋았다고 그랬거든요.”

“처음 들어 보는데.”

“원래 리혁이가 앞에서 칭찬 안 하잖아요.”

그건 맞다.

우리 넷째는 앞에서는 악담을 하고 뒤에서 칭찬하는 아이다.

비주가 으이이 하며 멀어지는 군산을 바라보았다.

“아버님 기념관도 가 보고 싶었는데.”

“나중에 또 오면 돼.”

“또 올 일이 있겠죠?”

“그럼.”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면서 비주에게 감사 인사도 전했다.

“오늘 고마웠어. 비주야.”

“제가요?”

“나 여기 끼워 줘서.”

한편으로는 조금 미안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어찌 보면 비주가 메인이고 내가 서브로 들어가야 됐을 프로그램인데, 촬영지가 군산이라 그런지 내가 메인이 된 것 같아서.

“끼워 주다니요. 저는 오히려 형이 있어서 더 좋았어요. 혼자 했으면 진짜 너무 외로울 뻔해서…….”

“막상 말만 그렇지. 너 진짜 잘했을 거야.”

“그래도 외로운 건 외로운 거니까.”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저는 원래부터 혼자 따로 뭐 하고 그런 걸 안 좋아해서… 이렇게 형이랑 같이 출연하면 너무 좋아요.”

잔잔한 목소리가 차 안에 흘렀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한테서 에너지를 얻는 편이어서요. 리혁이처럼 혼자 책 읽고 그러는 것보다는 이렇게 뭐든 주변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붙어 있는 게 좋아요.”

“나중에 그러면 솔로 같은 건 어떻게 하려고.”

“으으음… 그냥 안 할래요.”

비주가 누군가를 떠올리며 말했다.

“전에 태현 선배님한테 솔로 관해서 몇 가지 여쭤본 게 있는데. 많이 외롭다고 하시더라고요.”

“좀 그렇다고 하더라.”

“네, 좋은 점이 없는 건 아닌데 아무래도 그룹 활동할 때랑은 또 다르대요.”

한별이도 그렇고, TNT에서 이제 개인 활동을 하는 멤버들을 보면 조금 외로워 보이기도 했다.

“저는 그래서 그냥 이렇게 쭉 그룹 활동만 하고 싶어요. 가능하면 제 연골이 허락하는 때까지…….”

비주랑 내가 슬픈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라디오의 음악에 고개를 까딱이며 창가를 바라보는 비주를 보며 나도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항상 나와 동생들을 챙겨 주는 멤버라서 그런가.

본인보다 우리를 먼저 챙기는 멤버라 그런지 비주는 항상 내가 제일 먼저 챙겨 줘야 하는 멤버였다. 의무적이라기보다는 나도 나를 챙겨 주는 사람에게 나도 잘 챙겨 주고 싶다는 그런 마음.

그리고.

동생들과 다 궁합이 좋지만 그중에서도 나와 무대에서의 시너지가 제일 좋은 멤버기도 하다.

아까 우비즈 공연을 했던 것을 떠올리면서 나도 모르게 즉흥적으로 입을 열었다. 약간 졸려서 그런지 기분대로 입이 움직인다.

“비주야.”

“네……?”

살짝 졸려던 차였는지 비주의 목소리가 몽롱하다.

“우리 올해는 좀 힘들고, 내년에 유닛 활동 같은 거 한 번 해 볼까? 디지털 싱글 하나 내는 식으로.”

“저는 너무 좋죠.”

“돌아가서 애들이랑 얘기를 해 봐야겠지만, 왠지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는 다 좋아요…….”

“응응.”

꾸벅꾸벅 기대고 졸려던 찰나.

유닛 활동에 대한 기획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면서 잠이 번쩍 깼다.

“비주야.”

“우…웨? …네?”

“유닛을 하려면 일단 곡부터 만들자.”

“…….”

너무 좋아서 눈물을 흘리는 비주를 붙잡고 노트북을 꺼내 들었다.

내년도에 나올 거라면 지금부터 일을 해 둬야 그때 가서 훨씬 수월하지 않겠는가.

이번 송 캠프에서 만들어진 곡들을 하나씩 점검하면서 즐거운 웃음을 터뜨렸다.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던 비주가 붕어눈으로 말했다.

“형. 저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솔로도 괜찮을 거 같아요…….”

“응응.”

“가끔은 혼자 일하는 것도….”

“그래그래.”

“제 말 안 듣고 있죠?”

“그래. 걱정하지 마.”

“하나도 안 듣고 있네요…….”

내 부담을 덜어 주겠다는 비주의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래 프로젝트를 머릿속에 하나 더 만들었다.

제목은 [Woobiz]

계속해서 뭐라고 하는 비주의 말이 귓전으로 스러진다.

“저 사실 그동안 형을 속였어요. 제가 레인알콜이에요.”

“그래그래.”

“저 사실 팬계정으로 제가 활동하고 있어요.”

“그래~”

왠지 모르게 후련하다는 숨을 쉬는 비주를 흘깃 보고는 눈앞에 보이는 소리에 시선을 집중했다.

“……음?”

근데 방금 뭔가 중요한 이야기가 스쳐 간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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