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85화
전국의 배달 어플이 먹통이 되기 30분 전.
토요일 저녁을 맞이한 수플레들과 노년 시청자들은 PBS 채널을 틀고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
중견배우 김정남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명소를 관광하고 먹방을 찍는 프로그램으로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음식 짤방으로 유명했다.
지글지글 구워진 솥뚜껑 삼겹살을 쌈 싸서 먹는 장면이라든가. 제육볶음과 돈까스를 맛나게 먹는 장면이라든가.
보기만 해도 침샘을 자극하는 맛깔난 편집이 일품인 방송.
그 때문에 노년 세대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에서도 매니아 층이 많은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와는 조금 다른 시청자 층이 끼어 있었다.
‘뉴블랙이가 나오는구나.’
화면 속 우비즈를 보며 흐뭇하게 웃는 장년이나 노년층 세대.
‘오늘부터 시작이야. 우비즈 유닛 소취 1일 차…!’
인터넷으로 와글와글 댓글을 치면서 실시간을 달리고 있는 수플레들.
여기에 더해 짭플레들과 호감을 가진 일반인인 호일들.
그리고.
“뭐 볼 거 없나. 어…? 뉴블랙?”
토요일 저녁, 소파에 널브러져서 TV 채널을 돌리던 사람들까지.
모두가 한 자리에 모였다.
“금강산 저거 맛집 프로그램 아닌가?”
“맞을걸.”
‘뉴블랙+맛집’이면 재미는 보장된 거나 다름없었다.
그리하여 평소와 다르게 몇 배의 시청률을 기록하게 된 ‘금강산도 식후경’이었다.
극초반부는 우주가 중견배우 김정남과 비주를 데리고 군산의 유명 관광지를 해설하는 장면 위주였다.
“쟤가 군산 출신이었나?”
“몰랐어? 인터넷에서 군산 황태자라고 드립 올라오는데. 쟤가 가면 군산 시장이 마중 나온다고.”
“진짜로?”
“아니.”
우주의 출신 지역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알려지고 있는 중이었다.
하얀 뺨 위로 홍조가 떠오른 우주.
군산의 관광지를 설명해 주는 모습에서 고향 도시에 대한 애정이 가득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형을 보며 더 행복해하는 졸개 No.1.
-근데 왜 비주는 같이 좋아하는 건가요ㅋㅋㅋㅋㅋ
-졸귀ㅋㅋㅋㅋㅋ
-비주는 우주가 좋으면 다 좋으니까
-형바라기
-선우주 한정 아낌없이 주는 나무
-우주 : 비주야 나 돈 좀 빌려 줘 / 비주 : 전 재산을 줄게요! / 우주 : 비주야 이거 꽃무늬 / 비주 : 안 돼
-그치만 꽃무니를 입는 순간 할무니가 되는걸
네티즌이 와글와글거리면서 댓글창에서 북적이고 있을 무렵이었다.
초반부가 지나고 본격적인 방송이 시작되면서 댓글창이 서서히 끊기기 시작했다.
“와…….”
스타트는 해물 칼국수였다.
열무김치와 함께 나온 보리밥을 맛깔나게 비비는 우주를 따라 비주와 김정남도 함께 밥을 비비고. 고추장에 의해 맛난 색으로 변한 보리밥을 우물거리는 모습에 침이 꿀꺽 삼켜진다.
[아삭.]
오디오가 어찌나 좋은지 열무 씹는 소리까지 흘러들어온다.
TV를 보던 가족들이 침을 삼켰다.
“집에 열무 있나?”
“어휴… 칼국수집 김치 좀 봐. 우리 라면… 끓여먹을까?”
밑반찬으로 나온 칼국수집 김치가 조명 아래 탐스러운 빛깔을 자랑하고.
본 메뉴가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허어어어…….”
“와, 새우 봐, 아빠. 미쳤따리~”
“오졌따리~”
맑은 국물에 바지락과 홍합이 속살을 드러내고 있고, 잘 익은 새우가 절로 침샘을 자극한다.
가게 사장이 직접 나와서 설명을 했다.
[이게 수타면이에요.]
[수타면.]
[직접 손으로 이렇게 매일 하고요. 해물도 여기에 십여 가지나 들어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보양식이죠. 하하!]
[오호.]
사장의 설명을 주의 깊게 듣던 이들이 곧이어 먹방을 시작했다.
면을 조심스럽게 끊어먹은 비주가 멈칫했다.
[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가린 것이 진심으로 나오는 리액션이었다.
[와, 되게 바다 냄새 나는 느낌이에요. 좋은 쪽으로요. 면발도 진짜 쫄깃쫄깃하고.]
[해물이 신선하네~]
[저희 할머니가 가끔씩 밀가루 반죽을 밀어서 면을 해 주시곤 했는데요. 진짜 이게 그 맛 같아요.]
고향의 맛이라면서 좋아하는 선우주까지.
합이 척척 맞아서 음식에 대한 코멘트를 주고받는데, 중견배우가 두 출연자를 바라보는 눈에 기특함이 깃든 느낌이었다.
[그럼 먹을까요?]
[선배님, 저희 잠시만요.]
위장을 넓히겠다며 우주와 비주가 기지개를 켜고 몸을 이리저리 뒤틀면서 주변 손님들과 제작진 사이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시작된 먹방.
먹깨비가 강림한 것처럼 우주와 비주가 칼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면 위에 김치를 올려 먹기도 하고, 둘이 동시에 그릇을 들어 올려 국물을 조금 들이켜기도 하고.
“진짜 잘 먹네…….”
꿀꺽.
식욕이 없는 사람도 식욕을 돋우게 만드는 느낌이었다.
평소에 먹방을 왜 보냐고 하던 사람들도 ‘아 이래서 보는 거구나’ 하는 감상을 가질 정도.
끊임없이 먹는데도 게걸스럽게 먹는다는 생각이 안 든다. 음식 자체를 굉장히 소중히 여기며 맛있게 먹는 느낌.
칼국수 먹방이 이어지는 동안 집집마다 침묵이 이어졌다.
“…….”
“…….”
멍하니 바라보던 한국인들이 서로를 보았다.
“저거 어디래?”
“군산이래잖아.”
“군산이면 KTX 타고 갈 수 있나? 익산에서 어떻게 내려서 가야 된다고 들은 것 같은데…….”
일단은 군산 어디에 있는 음식점인지를 확인한 한국인들.
하지만 거기서 끝나면 먹방의 민족이 아니었다.
‘지금 당장! 먹는다!’
지금 당장 저 해물 칼국수를 내 위장으로 넣어야 직성이 풀릴 듯한 느낌.
어느 집의 가족이 동시에 배달 어플을 킬 때였다.
[연결 상태가 일시적으로 불안정합니다. 다시 시도해 주십시오.]
“……먹통인데?”
“나도.”
“나도 접속 안 되는데.”
의아함에 배달 어플을 바라보던 시청자들이 TV를 바라보고는 ‘아’ 했다.
‘이거 우리만 보고 있는 게 아니었지.’
정확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전국에 있는 시청자들이 동시에 접속을 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곧바로 실시간 검색어나 SNS 등에 배달앱 먹통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님들 지금 배달앱들 다 먹통된거 아시나요ㅠㅠㅠ
-뉴븕 방송나오는 것때문에 그런가봄; 이게 뭔 민폐냐 저녁 먹을 시간대에
-엥 8시 반이면 저녁 시간대는 아니지 않나
-배달 어플 켰는데 접속 왜 이러죠ㅋㅋㅋㅋㅋㅋ
-배달앱 나만 이래??
그렇게 5분 정도 배달 어플 접속이 지연됐을 때.
먹통이 해결되고 나서 배달 어플에 접속한 후발대들은 씁쓸한 기분을 느꼈다.
“칼국수집 지금은 전화 주문만 가능하대.”
“…….”
“배달이 어렵다는데.”
“…….”
먼저 접속해 버린 선발대가 근처 해물 칼국수 집의 주문을 싹쓸이 하면서 주문에 실패한 것이었다.
“괜찮아. 기회는 또 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해물 칼국수 집 먹방이 끝나고 나서 점심으로 군산의 짬뽕을 먹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저거다!”
1차 해물 칼국수 전투에서 장렬하게 패배한 시청자들이 2차 해물 짬뽕 전투에 참전하였다.
-간다아아아ㅏㅏ
-반듯 ㅣ승리한다
-주문이 뭐 이리 어럽냐ㅠㅠㅠ
-여기가 바로 아이돌 서바보다 어렵다는 배달 서바인가요
-???: 주문에 간절함이 느껴지지 않아요,, 탈락 드립니다
-ㅅㅂㅋㅋㅋㅋㅋ
-수강신청ㅂ다 더 어려운듯
-아니 내돈내고 내가 먹겠다는데 왜 못먹게하는 거냐고ㅠㅠ
-간다간다 짬뽕 먹는다
이기고 온다는 마법의 주문을 외치며 배달 앱에 접속한 시청자들.
[연결 상태가 일시적으로 불안정합니다. 다시 시도해 주십시오.]
그리고 아까와는 다른 알림창도 떴다.
[현재 접속자가 몰려 접속 이상을 겪고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접속조차 못한 채 장렬하게 패배한 시청자들이 눈물을 삼켰다.
물론 이 상황에서도 해학과 풍자를 즐기고 있는 한국인들이었다.
[사실 뉴블랙이 국민들 다이어트 시켜 줄라고 큰 그림 그린 거임]
클릭하자마자 열 받는 사진이 흘러나왔다.
(우주와 비주가 맛깔나게 먹고 있는 사진.gif)
???: 아 물론 저희는 먹었습니다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열 받죠? 근데 아무것도 못하죠??
-아 열 받네ㅋㅋㅋㅋㅋ
-지들만 먹고ㅠㅠㅠㅠㅠㅠㅠ 난 왜 못먹어
-중국집에 전화했는데 개웃겨ㅋㅋㅋㅋ ‘아이고 지금 짜장면은 가능한데.. 짬뽕은 없고..’
-한국인들 또 저런 거 보면 그냥 짬뽕은 또 안 먹음. 반드시 해물 짬뽕이어야 함
-이거 ㄹㅇ
-기왕 먹을 거면 테레비에 나온 저걸! 딱! 먹어야 한다 이말이야
그리고 올라오는 유머글들.
[지금 인터넷이나 배달앱 켠 사람들 상황.jpg]
(연필을 든 펭귄 캐릭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황하는 짤.jpg)
갑자기 사람들이 칼국수랑 짬뽕 얘기하는데 배달 어플이 먹통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외국인 친구 당황하더라
-야식 좀 시켜볼라고 배달앱켰는데 당황해서 인터넷 들어왔다
-아 공부하려고했는데 뭔일인지 궁금해서 들어옴ㅠㅠㅠ 뉴블랙 때문에 내가 공부를 못했다
-222 뉴블랙 대문에 공부를 못해요ㅠㅠ
-수능금지곡으로도 그렇게 괴롭히더니ㅠㅠㅠㅠ
그런 상황에서 1차 해물 칼국수 전투, 2차 짬뽕 전투까지 패배하면서 오늘의 사건에 ‘뉴블랙의 난’이라는 별칭이 붙기 시작했다.
개미위키에 바로 항목이 추가되고.
이제 과연 3차 종목은 무엇이 될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오?”
TV 속에서 익숙한 사람이 나왔다.
어딘가 많이 본 듯한 뚱한 얼굴.
뉴블랙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얼굴, 바로 김덕순 여사가 등장하고 있었다.
“어이구, 우주 좀 봐.”
쫄래쫄래 달려가서 할머니에게 푹 안기는 모습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수플레들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진짜 힐링이다ㅠㅠㅠㅠ 우주 너무 행복해 보여
-군산 음식+할머니+귀여운 졸개 = 선우주 좋아서 기절
-방금 전까지 되게 든든했는데 지금은 초등학생같애
-나 갑자기 눈물남..ㅋㅋㅋ 주책이여
-저럴때 보면 진짜 우주 평소 나이대로 보이는 거 같아
-할머님도 엄청 행복해 보이심
손주와 할머니가 껴안고 좋아하는 장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장면.
우주만 그런 게 아니라 우주의 할머니도 뭉클해 보이는 뚱한 표정이었다.
‘할머니…….’
저마다의 할머니를 생각하고.
여기에 우주가 할머니를 생각해 작곡한 명곡 ‘밤바다’가 BGM으로 깔리면서 눈물 파티가 열렸다.
-할머니 생각난다ㅠㅠㅠㅠㅠㅠㅠ
-할머니ㅠㅠㅠ
-울 할머니 보고 싶다.. 진짜루
-할머니 제가 호강시켜드릴게요ㅠㅠ
하지만 바로 그때.
[여기가 별관…입니까?]
중견배우 김정남의 놀란 얼굴이 흘러나오더니, <순이네 소문난 식당>이란 휘황찬란한 간판이 달린 별관이 줌아웃됐다.
웅장한 4층짜리 건물.
-내가 생각한 백반집이랑은 좀 다른 거 같은데..???
-와장창
-방금전까진 할머니 보고 싶다엿는데 지금은 나도 저런 할머니가 있었으면
-우리 할머니도 더 노력했더라면..
-아 효도한다는 애들 다 어디갔늗데ㅋㅋㅋㅋㅋ
-백반집(웅장)
-백반집이라고 했지 얼마큼 크다곤 안 했으니까..
하지만 얼마 안 가 뉴불백의 성공으로 사업이 확장되었다는 이야기에 모두가 납득했다.
그러면서 나오기 시작하는 백반 반찬들.
3인방이 맛나게 먹고 있는 동안, 군산의 백반집을 검색하던 시청자들이 눈을 빛냈다.
‘음… 저걸…….’
배달 음식으로 어떻게 백반을 먹을지 시청자들이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음?”
그러고 보니 김덕순 여사의 얼굴이 낯익다.
우주 할머니라는 말을 듣긴 했는데, 보자마자 ‘어? 어디서 많이 봤는데!’ 하는 말이 나왔다.
“아……!”
“왜 그래?”
“저거 우리 집에도 있네!”
“응?”
“뉴불백!”
그 말에 가족들이 ‘아!’ 하고 손뼉을 쳤다.
맞네, 맞아 하는 소리와 함께 냉장고에 있던 뉴불백을 꺼낸 이들이 감탄사를 터뜨렸다.
빨간색으로 그려진 심술궂은 할머니 캐리커쳐.
‘Since 19..’ 하는 뉴불백 창시일까지 적힌 것을 보던 사람들이 미소를 지었다.
‘이거 먹으면 되겠다.’
뉴블랙의 난에서 패배해 버린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집에 있는 뉴불백을 먹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어차피 TV 속 메인 메뉴도 불백이었다.
그리하여 집집마다 달콤한 뉴불백 냄새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인터넷에 오늘의 사건을 사진으로 요약한 글이 올라왔다.
[오늘 뉴블랙의 난 요약본]
(해물 칼국수 사진.jpg)
(해물짬뽕.jpg)
(수강신청 대기자 숫자에 울부짖는 대학생.jpg)
그리고 최후의 승자.
(방송에서 빤히 바라보며 좋아하는 손주에게 ‘뭘 봐’ 하고 말하는 김덕순 여사의 모습.gif)
퀸덕순 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퀸덕순님ㅋㅋㅋㅋㅋㅋㅋ
-선우주도 한낱 손주로 만들어 버리는 퀸덕순님
-뉴블랙놈들.. 치사하게 뉴불백 먹게 만들려고 술수 부리네
-이거 예능 어떤거야??
그리고 이러한 인터넷 반응들을 살피던 수플레들이 ‘어떤 예능이냐고’ 묻는 말에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이거 교양 프로그램 아니었나.’
분명 교양 프로그램 출연인데, 어느 순간 예능 출연으로 변모해 버린 모습에 수플레들은 잠시 눈을 깜빡였다.
그러곤 평소처럼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몰라. 웃겼으면 됐지.’
뉴블랙 덕분에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는 토요일 저녁이었다.
* * *
나와 비주가 출연한 <금강산도 식후경>은 평소보다 훨씬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어째서……?”
“뭐.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요.”
비주랑 출연한 이유부터가 ‘어르신들을 위한 방송!’, 그리고 ‘군산이다!’ 하는 간단한 이유였는데.
예능처럼 소비가 되어 버린 모습에 그저 눈만 깜빡일 뿐이었다.
막내가 핸드폰을 보여 주며 말했다.
“근데 반응이 엄청 좋아여. 어제 형이랑 비주 형이 먹었던 음식 짤들 인터넷에 엄청 돌아다니던데요.”
“그래?”
본방송에 나왔던 음식 사진이나 나와 비주의 먹방 짤이 인터넷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뭔가….
“교양 프로가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으로 보는 분위기인데?”
“맞을걸요.”
분명히 교양 프로였는데 사람들이 예능으로 여기고 있는 모습에 졸개들과 내가 침을 꿀꺽였다.
“계산기야.”
“왜요.”
“우리 확률이 어떻게 될 것 같아? 올해의 예능인 순위 상승…?”
우리 전자두뇌가 관자놀이에 양손가락을 올렸다.
“일단 작년도에 사람들이 우리를 예능인으로 인식을 했단 말이에요? 설문조사를 하면서 ‘아, 뉴블랙이 예능인 카테고리에도 들어가는구나’ 하고 인식을 했는데…….”
“그렇지.”
“이런 인식 변화까지 고려하면…….”
리혁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구십구 퍼센트 확률로 전년도보다 더 상승할 거예요.”
“왜 백 퍼센트가 아니죠?”
“과학자는 백 퍼센트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넌 아이돌이잖아….
본업을 헷갈리는 넷째를 보며 미소를 짓고는 올해의 예능인 순위 상승을 예감하며 기뻐했다.
“예능인 1위 가자!”
“가자!”
하이파이브를 하며 행복하게 웃고는 다른 반응들도 살폈다.
-[5분 팥빙수] 뉴블랙을 위한 군산 시민들의 조언
썸네일에 나와 비주에게 ‘영어 곡을 내라!’, ‘위염인데 짬뽕을 먹어?’ 하는 조언을 해 주었던 분들의 얼굴이 나와 있다.
하루 종일 조언을 들었던 우리 모습에 댓글에서도 웃음이 나와 있다.
-명절날 우리집 보는 거 같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뭔가 어떻게든 좋은말이랑 좋은 조언 해 주고 싶어 하는ㄱ ㅔ보여서 웃김
-중간에 용돈주려고 하시는 분ㅋㅋㅋㅋㅋㅋ
-저거 공감간다ㅋㅋㅋ
-영어 곡 내라고 하신 분 지금 뿌듯하실 듯
그 밖에도 우리 할머니가 출연했던 분량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호평을 하고 있었다.
혹시나 할머니한테 안 좋은 말이라도 쓰는 사람이 나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런 사람들은 안 보였다.
중현이가 물었다.
“할머님은 어떠시대요?”
“예쁘게 나왔다고 좋아하더라고.”
원래 손주한테 문제라도 되는 게 아닐까 싶어서 방송 출연 등은 자제하던 우리 할머니였는데.
뉴불백 이후로 인지도가 급상승해 버려서 이제는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댓글창에 내 아이디로 ‘할머님 너무 예쁘세요. 존예ㅠㅠㅠ’ 하는 댓글을 하나 달고는 모니터링을 마무리할 때였다.
“으으음.”
구석에서 자기 핸드폰을 보면서 입술을 삐죽이는 리혁이가 보였다.
“왜 그래?”
“아니에요.”
“뭐가 있는데?”
고개를 쏙 내밀자 미튜브 댓글이 보였다.
나와 비주의 우비즈 합동 공연에 달린 댓글이었다.
-졸귀탱.. 텔레토비 같아ㅠㅠㅠㅠㅠㅠ 텔레토비로 나와주라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는 댓글인데 왜 입술을 비죽이고 있던 걸까.
내 눈빛에 리혁이가 말했다.
“아니 뭐… 자꾸 댓글창에서 텔레토비, 텔레토비 그러는데…….”
“혹시 텔레토비가 영국의 계급 불평등이나 인종 차별을 다루고 있다거나 하는… 그런 거니?”
“아니, 그런 건 아니고.”
“……?”
“그.”
리혁이가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4인조인데 파란색은 없으니까.”
“아.”
보라돌이, 뚜비, 나나, 뽀 해서 우리 넷의 색깔은 들어가 있는데, 자기는 색깔이 없어서 슬프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리혁이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물었다.
“파란색이 없어서 서운했구만. 파란색이 왜 없어? 떡하니 있는데.”
“없어요.”
“청소기 하면 돼. 청소기.”
“청소기…?”
고개를 갸우뚱하던 리혁이가 청소기를 검색하더니 핸드폰을 뗀석기처럼 움켜쥐고 내게 달려들었다.
“악! 악!”
“어디 청소기 맛 좀 봐라!”
핸드폰 모서리로 등짝을 맞으면 아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잠시 쉬는 시간의 모니터링을 마무리한 후.
“자, 그럼 다시 연습!”
박수를 치며 졸개를 불러 모았다.
“연스으으읍!”
“얼마 안 남았습니다. 빡시게!”
“빡시게!”
흥을 돋우면서 8월 25일에 발매하기로 예정된 METRO의 무대를 연습했다.
어느덧 다가오는 8월.
에어컨으로 서늘한 연습실을 우리가 내뿜는 땀과 열로 데우면서 컴백을 준비하고 있을 때.
-아자아아아아!
-부숴 버려!
-언니! 우리 다 박살 내 버리자!
복도에서 우렁차게 들려오는 함성을 들으며 잠시 움찔하다가 연습을 다시 이어 갔다.
그러고 보니 가장 가까운 스케줄이 하나 있었다.
바로 나의 개인 스케줄.
내가 스칼렛의 프로듀서이자 작곡가 ‘김덕춘’으로서 데뷔할 날도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앞길을 막는 놈들은 처부순다!
그동안에도 사기를 북돋기 위해 전투함성을 외치는 도원결의 4인방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흩어져도 강하고 모이면 개강하다!
-깔깔깔깔깔!
-최강 스칼렛!
뭐, 저것도 잘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