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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86)화 (686/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86화

마침내 찾아온 8월.

월초부터 폭염주의보가 내려져서 그런지 밖에 나오면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방금 전까지 시원한 연습실에 있어서 그런가.

“다, 다녀올게.”

“다녀와요~!”

동생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연습실 밖으로 나갔다.

아니.

나가려고 했다가 다시 돌아갔다.

“뭐야.”

리혁이가 노란 고무 손가락으로 나를 쿡쿡 찔렀다.

“에어컨 바람 다 빠져나간단 말이에요. 얼른 나가.”

“조금만 있을게. 조금만…. 지금 나가면 민수 씨 올 때까지 10분 정도 기다려야 돼.”

“배웅하기 귀찮으니까 얼른 나가요.”

“너무하네. 서리혁의 약자는 사랑해 아니었나요? 형을 사랑한다고 해 주세요.”

“……입이 아프네요.”

더워서 나가기 싫다고 징징대니 졸개들이 조치를 취했다.

비주가 손을 내밀었다.

“이거 받아요. 형.”

“고맙다. 역시 비주 너밖에 없어.”

비주가 건네주는 쮸쮸바와 아이스팩을 손에 쥐고 행복하게 웃자 졸개들의 눈초리가 날카로워졌다.

“형.”

막내가 냉장고에서 거대한 베라 통을 가져왔다.

“가져가서 먹어요.”

“이건 좀.”

“비주 형한테는 좋다고 했으면서……!”

“그… 아니다.”

과유불급이란 말을 해 주려고 하다가 그냥 훈훈하게 웃었다.

중현이가 말했다.

“누나들한테 화이팅이라고 안부 전해 주세요.”

“그럴게.”

“그리고 고기 사 주기로 한 거 잊지 않기로.”

스칼렛에게 전할 안부 인사들을 취합하고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이제 가면 되겠다.

동생들에게 이따 만나자고 손을 흔들고는 지하주차장에 기다리고 있는 민수 씨의 차량으로 향했다.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은 하루입니다, 우주 씨! TBC 방송국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부탁드려요.”

오늘의 목적지는 일산 TBC 스튜디오.

자카르타와 대만 투어를 마치고 나서 찾아온 나의 개인 스케줄 때문이었다.

바로 스칼렛의 신곡 발표.

오늘 일산 TBC에서는 걸그룹 서바이벌 <더 스피릿>의 마지막 경연이 생방송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마지막 경연에서 각 참가자들은 각자 신곡을 발표한다.

그간 서로의 곡이나 선배 가수 곡으로 경쟁을 했으니, 마지막에는 각자 자기 곡으로 승부하자는 컨셉이었다.

소속사들 사이의 자존심 대결인 만큼 유명한 작곡가들을 데려오려고 치열한 경쟁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얼마 전에 입사한 유웅 작곡가님이 그러던데.

‘저는 라로즈 곡을 작업했죠.’

‘라로즈요?’

‘네, 송 캠프하기 전부터 DNS 미디어에서 의뢰 들어왔거든요. 몇 달 후에 파이널 경연에서 쓰일 곡을 만들 거라고.’

몇 달 전부터 준비를 하다니.

오늘 스칼렛 멤버들이 부르게 될 ‘Not Fine’의 경쟁자들도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 보자.”

인터넷으로 <더 스피릿>의 라인업을 살폈다.

총 6팀.

연차순으로 살피면 11년도에 데뷔한 걸스온탑부터 시작해서 라비앙로즈, 스칼렛, 가을소녀, NYX.

그리고 15년도에 데뷔해서 신인상을 수상한 3년차 하이컬러까지.

컨셉이 다를 뿐, 무대 잘하기로 소문난 아이돌들이다.

자극적이고 매콤한 편집 덕도 있지만 괜히 <더 스피릿>이 좋은 시청률을 보여 주는 게 아니었다.

아무리 편집을 잘해도 무대가 좋아야 흥하는 게 서바이벌 아니던가.

민수 씨가 말했다.

“오늘 스칼렛이랑 걸스온탑, NYX. 이렇게 세 팀이 유력하다고 하는데… 스칼렛이 꼭 1등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그랬으면 좋겠어요.”

아마 레몬 엔터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대표님은 오늘 절에 가서 불공 드린다고 하던데.

‘내일은 좀 차려입고 가려고. 저번에 가니까 사람들이 내가 스님인 줄 알더라고…….’

“콜록!”

“괜찮으세요?”

“눼… 네.”

대표님이 머릿속에 은은하게 등장하면서 마시고 있던 물을 뿜을 뻔했다.

민수 씨가 건네준 휴지로 입가를 훔치고는 창밖으로 지나가는 차량들을 구경했다.

오늘 일정은 프로듀서로서 응원차 방문.

TBC 측의 요구사항이기도 했다.

마지막 경연을 앞두고 소속사 별로 곡을 제출했는데 TBC에서 눈치를 챈 모양이었다.

-솔직히 말해 봐. 레몬. 이거 우주선이지?

-김덕춘임.

애매하게 대답한 우리 회사에게 TBC가 계속 치근댔다고 들었다.

-자. 그럼 OX 퀴즈! 선우주가 쓴 곡이 맞다? 아니다?

-아. 글쎄 김덕춘이라니까.

-혹시 김덕춘이라는 애가 이렇게 생긴 아이니? 이 정도는 대답해 줄 수 있잖아. 자, 여기 사진 봐봐.

-끄덕끄덕.

-…역시. 김덕춘은 선우주의 새로운 스킨이구나.

…하면서 현장에 와서 비하인드를 찍어 보는 건 어떻겠냐는 말을 들었다.

생방송 중에는 어차피 경연이랑 VCR만 나올 예정이니, 나중에 정체가 밝혀지고 나서 [김덕춘 작곡가가 찾아왔습니다] 하는 미튜브 영상으로 조회수를 뽑아먹겠다는 심산인 듯했다.

어차피 나도 이걸 오랫동안 숨기려는 생각은 아니었다.

스칼렛의 곡이 먼저 성과를 거둔 다음에 ‘제가 썼어요…’ 하고 수줍게 공개를 하고 싶을 뿐이다.

우리와 연관되기만 해도 실시간 검색어에 뜨는 상황에서 ‘선우주가 쓴 곡이래?’ 하면서 순위가 올라가는 건 원치 않았으니까.

그런고로 오늘 방문은 ‘스칼렛의 후배 그룹으로서 응원하러 왔다’ 정도로 포장할 생각이다. 스보를 비롯해서 다른 그룹들도 현장을 방문해서 ‘힘내요!’ 한다는 말을 들었던 터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눈에 뜨이고 싶지는 않았기에…….

“마스크 쓰고 후드 썼는데… 어때요?”

“음.”

“아무도 절 못 알아보겠죠?”

“아뇨.”

민수 씨가 고개를 저었다.

“눈 보니까 딱 알겠어요.”

“그럼 선글라스를 끼면…….”

“그건 또 너무 눈에 띄네요.”

제작진들 속에서 후드를 입었는데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쓴 정체불명의 남자라니.

내가 생각해도 너무 눈에 띄는 차림이다.

결국 앞머리를 살살 털어서 후드 그림자와 함께 눈을 가리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어때요! 감쪽같죠?”

“……음.”

“이래도 부족한가요?”

“일단 독특한 패션이 아니라서 우주 씨가 아닐 거라고 생각할 것 같긴 한데… 실루엣이…….”

“아.”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우리는 ‘실루엣 실명제’라는 말을 자주 듣긴 했다. 뒷모습만 봐도 누가 누군지 다 알겠다나.

“잠시만요.”

내가 민수 씨에게 자신 넘치게 말했다.

“이럴 때를 위해서 제가 준비한 신기술이 있거든요.”

“…저 실례되는 말씀입니다만, 기왕이면 정상적인 걸로…….”

“걱정 마세요.”

이런 날을 대비해서 익힌 기술이 하나 있었다.

실루엣 숨기기.

온몸의 미세한 근육에 신경을 집중했다. 자세를 만드는 등근육과 어깨 부근의 근육을 조절하며 눈을 감았다.

연예인들이 가장 티가 나고 시선을 끄는 부분이 바로 똑바른 자세 때문 아니던가. 서서히 각도를 조절하면서 자세를 안 좋은 자세로 만들고, 몸을 살짝 틀면서 실루엣을 조정했다.

“어때요? 저의 실루엣?”

“……대박.”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낸 민수 씨가 말했다.

“우주 씨가 말만 안 하면 다들 헷갈릴 것 같은데요. 유심히 보는 게 아닌 이상은 모를 것 같아요.”

“그죠?”

후후후 웃음을 흘리고는 아, 하고 말했다.

“목소리도 바꿀 수 있거든요. 잠시만 기다…….”

“저, 우주 씨.”

“네.”

“저 슬슬 무서워지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이랑 차를 탄 것 같아요…….”

어깨를 움츠러뜨리는 매니저의 모습에 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   *   *

TBC 일산 스튜디오 주차장으로 진입한 후.

마지막 경연이라서 그런지 꽉 찬 주차장을 보며 민수 씨가 말끝을 흘렸다.

“어이구, 자리가…….”

“저 먼저 가 있을게요.”

“괜찮으시겠어요?”

“네.”

어차피 방송국 안이라 상관없었다.

비주처럼 길을 잃어버린다면 모르겠지만 일산 TBC야 대충 안에 어떻게 되어 있는지 다 알고 있다.

“먼저 스칼렛 만나고 있을게요. 천천히 차 대고 오세요.”

“알겠습니다!”

호쾌하게 답하는 매니저에게 씩 웃고는 마스크와 후드를 눌러쓰고 방송국으로 연결된 통로로 향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차량이 되게 많다.

마지막 방송이라 그런가 싶기도 한데, 관계자들이 이렇게까지 많이 올 일이 있나 궁금하다고 할까.

“흠흠… 안녕하세요.”

“음……?”

실루엣 교정술을 사용하여 경비원과 인사를 주고받고는 게이트를 통과했다.

스칼렛 관계자들이 쓰는 출입증이었다.

나를 보고 긴가민가하던 경비원 분이 내 복장을 보고는 ‘아’ 하며 내부를 가리켰다.

“더 스피릿 때문에 오셨구나. 6번 스튜디오 쪽으로 간 다음에 쭉 왼쪽으로 꺾어 가시면 돼요.”

“감사합니다~”

“음……?”

실루엣 교정술의 효과는 굉장했다.

방송국 안으로 들어왔는데도 나를 주목하는 사람들이 없다고 할까.

평소처럼 주목하는 눈길이 없으니 뭔가 마음이 편하다.

종종 애용해야겠어.

“어딜 보자. 6번이~ 어디로 가야~ 6번이~ 나오나~”

6번 스튜디오를 찾고는 경비원 분이 말한 대로 왼쪽으로 쭉 꺾어서 들어갔다.

그런데 내가 찾는 곳이 아니었다.

“빨리 오세요!”

급한 목소리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아니.

나를 부르는 게 맞나?

“빨리빨리 오세요!”

잘 꾸며 입은 보이그룹 멤버들이 가득한 곳에서 작가로 보이는 인물이 나를 부르고 있었다.

얼른 다가오라고 손짓하는데, 주변 다른 보이그룹들의 눈총이 따갑다.

“……?”

가까이 다가가자, 내가 걸고 있는 출입증을 바라보던 작가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레몬? 레몬에서 온다는 소식은 못 들은 것 같은데. 한 명이에요?”

“으흠흠, 두 명이요.”

“그래요? 아, 그럼 다른 분한테 공지사항 전해 주세요.”

“……?”

뭔가 돌아가는 상황이 이상하다.

주변의 다른 아이돌들에게 ‘여기 뭐 하는 곳이에요?’ 라고 수줍게 물어보고 싶었는데…….

“…….”

“…….”

작가 앞에서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뭔가 대화를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음?”

……여기에 모여 있는 건 아이돌들이 아니었다.

나름대로 깔끔하게 꾸민 사복 차림으로 오긴 했는데, 대부분 내가 전혀 모르는 얼굴들이었다.

후배 그룹들 데뷔하거나 신곡 나올 때마다 챙겨듣는 터라 얼굴들은 낯이 익어야 하는데 아는 얼굴이 하나도 없다….

게다가 다들 앳되다.

많아야 고등학교 2, 3학년 정도?

그 말인 즉.

“자! 연습생 분들 들어 주세요!”

“…….”

연습생들이란 뜻이었다.

그제야 돌아가는 상황이 빠르게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이거 방청객으로 들어오는 연습생들이구나.

보통 이런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하면 같은 기획사 연습생들을 방청객 사이사이에 끼워 넣곤 한다. 화면에 한 번 잡혀서 ‘쟤 잘생겼다 누구야?’ 하면서 관심 받으면 이득이니까.

주변에 있는 이들 대부분이 DNS 미디어, TJ 엔터, SNH 엔터 등에서 온 남자 연습생들이었다.

“…….”

근데 이제 어떻게 하지.

여기서 ‘저 우주예요’ 하며 훗 하고 등장하는 것도 너무 이상하고. 뭐 현명한 출구 전략이 떠오르지 않았다.

“오늘 생방송이라 리액션에 특히 주의하셔야 돼요! 잘못하면 여러분 선배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는 거니까.”

“예!”

“리액션 정말 잘하셔야 돼요.”

“예!”

연습생들이 훈련병처럼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 속에서 5분 정도 주의사항을 경청하자 공지가 끝났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용건을 마치고 다른 곳으로 달려가는 막내 작가에게 90도로 꾸벅 숙여서 인사하는 연습생들.

그런 이들을 보며 속으로 조용히 웃었다.

옛날 생각도 나고 그런지 다들 귀엽게 보인다. 나도 한때 저렇게 귀엽고 앙증맞던 시절이 있었지.

-느드 즈르케 긔으은 스즐으 읐읐는데~~

-푸하하하!

머릿속에서 놀려 대는 졸개들을 휘휘 치우며 원래대로 스칼렛 대기실을 찾아 나서려고 할 때였다.

“와.”

돌아 나가려는 나를 향해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는 연습생들이 보였다.

그것도 한둘이 아니고 꽤 많은 수였다.

“대박.”

곱슬머리가 인상적인 연습생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레몬에서 오셨어요?”

“…네?”

“레몬 아니에요?”

“네.”

레몬…이긴 하지.

“대박이다. 레몬 엔터 연습생 이야기 말만 들었지, 이렇게 직접 보는 건 처음이거든요. 연습생 뽑는구나.”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연습생 뽑죠.”

“경쟁률 오진다고 들었거든요. 저도 레몬 떨어진 적 있는데! 오디션장에서 뉴블랙 선배님들한테 음료수도 받은 적 있어요.”

“콜록-!”

“괜찮으세요?”

“아 예, 몸이 좀 안 좋아서…….”

살짝 쉰 목소리를 연기했더니 몇몇 연습생들이 감기 옮을까 두려워하는 얼굴로 멀어졌다.

그렇게 다들 좀 도망가면 좋을 텐데.

전설의 포켓몬을 발견한 것처럼 ‘레몬 연습생이다!’ 하면서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이들은 여전했다.

사교성 좋은 곱슬머리 연습생이 말했다.

“와, 진짜 잘생기신 것 같아요. 마스크 쓰셨는데도 뭔가 느낌이… 와… 이렇게 우주 선배님 느낌이 나야 뽑히는구나.”

“선우주 상 뽑는다는 소문이 진짜였나 봐.”

“뉴블랙 선배님들 자주 봐요? 회사에 고깃집 차려놓고 고기 구워 준다는 썰 진짜예요?”

우리 회사에 대한 관심도가 언제 이렇게 올라갔는지 모르겠다.

어색하게 연습생들의 질문에 대꾸를 해 주는 동안 등판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기분이었다.

다행히 다들 각자 회사에서 부르는지 5분 정도 지나자 하나둘 자리를 떴다.

이따 보자며 손을 흔드는 동안 그중에서 가장 사교적인 곱슬머리 연습생이 말했다.

“나중에 저희 밥 한 끼 먹어요!”

“네. 좋아요.”

“제 이름은 홍주라고 해요. 계홍주. 형님은요?”

“김…….”

다급할 때 팔아먹을 만한 이름을 얼른 떠올렸다.

김씨 두 명에서 김씨를 따오고.

지호랑 리혁이를 적당히 믹스해서….

“김지혁이요.”

“아, 지혁이 형.”

이내 그쯤에서 인사를 마치고 연습생들과 헤어지면서 나도 겨우 숨을 돌리려고 할 때였다.

“……아. 맞다.”

생각해 보니 여기서 만나려고 했던 사람이 하나 있어서 걸음을 멈출 때.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음?”

앞서 갈 길을 가던 연습생들이 마치 사단장을 맞이한 장교들처럼 뻣뻣하게 굳어 버려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무언가 어마어마한 것이 다가오는 게 느껴진다.

전투력 스카우터가 있다면 ‘오오… 1만… 2만… 아니!’ 하면서 충격에 빠질 법한 그런 느낌.

거대한 신적인 존재를 경배하듯이 허리를 숙이는 연습생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긴장했다.

오늘 누구 오나?

귀를 쫑긋하자 소곤거림이 들려왔다.

“미친, 한조 선배님이다.”

“대박.”

“와… 미친.”

“…….”

손으로 입을 가리는 연습생들 속에서 잠시 짜게 식은 기분을 느꼈다.

*   *   *

저벅저벅.

“와…….”

한조가 걸어가면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명품 로고가 새겨진 하얀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간단한 옷차림에도 근사한 맵시가 느껴진다.

널찍한 어깨를 뽐내며 모델 같은 체격을 자랑하는 1군 아이돌.

검은 캡모자 때문에 얼굴에 그늘이 졌지만 오뚝한 코가 돋보였다.

‘와씨, 졸라 잘생겼네…….’

‘대박.’

연습생들이 입을 떡하니 벌렸다.

뭔가 온몸으로 스웩을 표현하는 느낌.

손가락에 끼고 있는 블링블링한 반지와 한쪽 귀에서 흔들리는 귀걸이 등마저 근사하게 느껴진다.

‘연예인이다…….’

산뜻한 향기까지 뽐내며 복도를 걷던 한조가 웃으며 연습생들의 인사를 받아 줬다.

“안녕하세요.”

매너 좋게 인사를 하던 한조의 모습에 연습생들이 감탄했다.

‘아우라 쩐다.’

이게 바로 1군 아이돌 리더의 모습일까.

천상계 뉴블랙을 논외로 하면 현재 아이돌판의 1위로 부상하고 있는 힙합 그룹 스트릿 보이즈였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선망하는 존재가 등장했으니, 등 뒤로 온갖 아우라가 보이는 것도 당연했다.

저마다 대기실로 돌아가던 연습생들이 ‘와’ 하며 계속해서 뒤돌아보는 동안 한조에게 DNS 미디어의 연습생들이 인사해 왔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어어, 너희도 여기 있었구나? 오늘 경연?”

“넵! 저희 오늘 방청객입니다.”

“이야. 벌써 방송에 나와?”

“저희 이제 방송국 나올 짬 정도는 됐습니다, 선배님.”

DNS 미디어의 연습생 중에서 리더 격인 계홍주가 씩씩하게 대답하고는 한조에게 엄지를 들어 보였다.

“그나저나 선배님, 오늘 진짜 더 멋지신 것 같습니다.”

“그래?”

“네, 와… 진짜 대박인 것 같습니다!”

“좀 꾸미고 왔지.”

엄지를 쌍으로 치켜드는 연습생들에게 한조가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연습생들이 ‘우리 선배님 멋지다, 너무 멋지다!’ 하고 있는 가운데, 한조의 시선이 주변을 훑을 때였다.

“음?”

강렬한 시선이 느껴진다.

후줄근한 후드를 입고 있는 연습생.

마스크를 쓰고 후드를 푹 눌러썼지만 눈빛이 느껴진다.

‘뭐지?’

고개도 살짝 삐딱한 것이 뭔가 자신을 아니꼬워하는 느낌이었다.

꼭 누군가와 비슷하다.

혹시… 했지만 실루엣이 완전 다른 사람이라서 한조는 신경을 껐다.

하지만 그런 시선을 눈치챘는지 DNS 미디어의 연습생들이 속닥였다.

“아. 저분 레몬 연습생이래요.”

“레몬?”

“네, 근데 레몬은 진짜 연습생 분들도 포스가 와… 선배님이 뉴블랙 선배님들 이야기했던 게 뭔지 알겠어요….”

“그치?”

레몬에 뭔가 그런 게 있다니까, 하며 말을 하던 한조가 이내 씩 웃어 보이며 연습생들의 어깨를 토닥였다.

“이따 보자. 형이 꼬기 사 줄게. 꼬기.”

“예, 선배님!”

방송국에 온 것 때문에 안 그래도 설렘 폭발 상태인데.

고기 사 준다는 말에 연습생들이 행복한 눈물을 흘리며 달려 나갔다.

‘어휴, 애기들…….’

피식 웃던 한조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다시 한번 확인하는 메신저 창.

“분명히 여기라고 했는데.”

방금 전에 친구에게 톡이 온 터였다.

베프 [구해 줘]

베프 [나 좀 구해 줘]

뜬금없는 톡을 보내서 찾아왔더니 또 안 보인다.

뺨을 살짝 긁적이던 한조가 전화를 걸었다.

지이이이잉-

바로 코앞에서 울리는 진동 소리.

후줄근한 후드 차림의 레몬 연습생이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

“…….”

통화 버튼을 틱 누르고는 손을 든다.

“여보세요.”

“어?”

놀란 한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을 때였다.

정체불명의 괴인이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우드득.

살짝 거북목이 있던 자세가 뚜둑 하며 원래대로 돌아오면서 익숙한 실루엣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

한조가 다급하게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도망을 칠 준비를 할 때였다.

방금 전까지 5미터 너머에 있었던 친구가 안 보였다.

“어?”

바로 그때.

뒤에서 은은하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야.”

“꺄아아아악-!”

“저도 꼬기 사 줄 거예요?”

“으악! 아악! 악!”

이현조. 25세.

방송국에서 기절할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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