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92화
같은 시각.
-‘더 스피릿’ 기획사 관계자들, “팬덤 강력한 모 아이돌이 작곡 참여.. 음원 경쟁 공정하지 않아”
기사를 접한 네티즌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음?”
팬덤 강력한 모 아이돌이 작곡에 참여했다는 게 무슨 소리일까.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소식이었다.
‘더 스피릿에 다른 아이돌이 나왔었나?’
더 스피릿이야 당연히 알고 있다.
전년도에 보이그룹 데뷔 프로젝트 ‘On The Stage’가 화제를 끌어모았다면, 올해는 걸그룹 간의 서바이벌인 더 스피릿이 어마어마한 화제를 불러 모았으니까.
그 때문에 방송가에서 어떻게든 화제성을 뽑아먹기 위해 안달이 나 있을 정도였다.
-다음 주! 신개념 흑역사 토크쇼, ‘신토끼’에서는 더 스피릿의 주역들과 함께 하는 특집이 진행됩니다!
-TBC 음악 방송에서 더 스피릿 특별 콜라보 무대 진행합니다~!
-더 스피릿의 준우승자, 걸스온탑과 함께 하는 특집 방송!
지상파 3사와 케이블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곳에서 등장하고 있는 걸그룹 멤버들.
대중들의 호응도 몹시 좋은 편이었다.
‘실력 좋은 걸그룹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진짜 예쁜 애들 많았네.’
‘다 어디서 이름은 들어 본 걸그룹들인데, 활동 다 하고 있었구나.’
16년이 보이그룹의 시기라고 불렸다면, 이번 17년은 걸그룹의 시기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큰 반향이었다.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대중성이 뛰어난 걸그룹과 자극적인 TV 서바이벌의 결합.
그간 뉴블랙이라는 기묘한 보이그룹이 등장하고, 다른 보이그룹들이 비슷한 전략을 벤치마킹하면서 대중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던 상황이 반전되고 있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런 ‘더 스피릿’ 열풍의 중심은 단연코 스칼렛이었다.
[상금 타면 고기 먹을 거예요.]
[불만 있으시다면 저와 팔씨름 한 판 어떠세요? 걱정 마세요. 손목은 지켜 드리겠습니다.]
[언니,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너무 예쁜 거 같아.]
고기 여신, 괴력난신 같은 독특한 별명이 붙긴 했지만 더 스피릿에서 가장 사랑받은 출연팀이 바로 스칼렛이었다.
특유의 미모도 미모지만, 더 스피릿 화제성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었다.
막내 하이컬러부터 최고참 걸스온탑까지 카피바라처럼 두루두루 잘 지내는 모습이 큰 호감의 이유였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다름 아닌 무대였다.
-퍼포먼스 장인, 스칼렛의 무대 모음.zip #TBC
-[Eng Sub] 스칼렛 - Not Fine (The Spirit 최종회)
-고막 주의, 메인 보컬 봄의 인트로 모음집
보컬도 4인 4색이라 할 만큼 독특하고 매끄럽고, 춤은 출연자 중 1위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잘 추고.
거기에 레몬 엔터의 기획력이 합쳐지니 자연스럽게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한 스칼렛이었다.
특히나 마지막 경연곡이었던 Not Fine은 나오자마자 카페나 길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이거 스칼렛 노래 맞지? 마지막에 불렀던 거.”
“이거 진짜 좋더라. 나 영상 계속 돌려 본다니까. 마른 애들이 춤을 어떻게 이런 식으로 추지?”
“고기 파워 아니냐. 고기 파워.”
카페에 모인 사람들이 삼삼오오 마지막 경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걸탑이 좀 아쉽긴 하더라. 노래 좋고 무대 다 좋았는데….”
“1위가 너무 강했지.”
“엔엑스도 잘했어. 얘네 TJ에서 밀어 주는 애들 아니야? 돈 개많이 들인 것 같던데.”
일반인들이 모인 카페에서 자연스럽게 그런 이야기가 나오고, 주변에서 이야기를 들은 이들이 ‘더 스피릿 봤어?’ 하고 화제로 옮겨갈 때였다.
마지막 경연과 관련해 기획사들의 불편 기사가 올라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음?”
누군가 친구에게 물었다.
“너 이거 봤어? 팬덤 강력한 모 아이돌이 작곡 참여?”
“아니, 못 봤는데.”
“작곡가 중에 논란이라도 터졌대?”
대다수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
작곡가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관심이 없기 때문이었다.
‘작곡가? 아. 작곡가도 있겠네.’
…하는 반응이 보통이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곡의 가수 이름은 바로 댈 수 있어도 작곡가 이름을 대라고 하면 ‘어라?’ 하고 멈칫하게 되는.
그러하기에 사람들이 작곡가에 대해 관심을 보일 때는 대체로 두 가지 경우였다.
TV에서 가요제 특집이나 가수 데뷔 프로젝트를 하면서 예능적으로 조명을 받을 때.
아니면 작곡가들이 버는 돈에 대해 관심을 가질 때인데, 후자의 경우는 대체로 작곡가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도 ‘저작권료’에 대한 관심이 대부분이었다.
‘팬덤 강력한 모 아이돌은 또 누구래…?’
기사를 클릭한 이들의 눈이 빠르게 내용을 훑었다.
[…기획사 관계자 A씨는 “팬 많기로 소문난 K가 작곡에 참여했다는 것부터가 불공정한 일 아니겠느냐” 라는 말과 함께 “공정해야 할 서바이벌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 외에도 다른 기획사 관계자 누구누구가 불만을 터뜨렸다더라 하는 내용이 주르륵 이어져 있었다.
쉽게 요약하자면.
-이번에 스칼렛 곡 1위한 거 팬덤 많은 남돌이 참여해서, 걔네 팬들이 스밍 돌려서 1위한 거임.
-눈치 없게 걸그룹 서바에 왜 낌? 민폐 아님?
-아무튼 음원 1위 난 인정 못함.
대중들이 눈을 깜빡였다.
‘이게 말이야 빙구야.’
기사 내용을 읽으면서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는 그냥 내가 듣기 좋아서 듣고 있는 건데.
그런 자신까지 싸잡아서 팬덤 스밍이니 뭐니 하면서 전방위적으로 후려치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런데 K는 누구야?”
“유명 남돌이라는데.”
아니나 다를까.
실시간 검색어에 ‘작곡가 김덕춘’ 하는 키워드가 떠올라 있었다.
그것을 꾹 누른 사람들.
“……어라?”
‘작곡가 김덕춘의 정체’라고 게시글을 누른 일반인들은 저마다 눈을 깜빡깜빡했다.
꽃무늬 셔츠에 선글라스를 낀 할배 룩의 아이돌.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얼굴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스칼렛 곡 작곡가가 우주였어?’
본래였다면 조용히 지나갔을 사실이었으나.
막방이 끝나고 서바이벌에 대한 관심도가 최고치를 찍은 시점, 그야말로 절묘한 타이밍의 언플로 정체가 공개된 작곡가였다.
* * *
아직 올라온 지 30분밖에 되지 않아 기사가 따끈따끈할 때.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는 순식간에 후끈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더 스피릿 기획사들이 우주선 저격함]
누구나 클릭할 수밖에 없는 자극적인 키워드였다.
-엥??? 갑자기 왜 저격함?
-글 내용 읽어 봐..
-그러니까 우주선이 작곡해서 우리 음원 1위 못했음요ㅠㅠㅠㅠㅠ 하고 징징대는 거 아님?
-뭐가뭔지 모르겠다 저 김덕춘이 우주선인건 맞음?
-할머님 성함이 김덕순임
-아 그럼 우주선이네
-거꾸로 봐도 존나 우주선이다ㅋㅋㅋㅋㅋㅋ
우주선이 저 김덕춘인 게 맞느냐는 의심 댓글들이 많았지만 대체로 맞다고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정체를 의심하는 글들에 달린 근거도 그럴싸했고.
당사자인 레몬 엔터 측에서 아니라는 말도 없고.
모든 증거가 있는 가운데, 기획사들이 알아서 ‘세계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모 아이돌’이라고 명시하듯 저격했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세계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아이돌은 딱 하나밖에 없었다.
-결국에 기획사들이 부들부들대는 거네ㅋㅋㅋ
-태준이니..? 할배 요즘 왜일케 추해
-추준아 태하다
-나 진심 얘네가 언플하기 전까지 작곡가 누군지 1도 관심 없었음ㅋㅋㅋㅋㅋ
-솔직히 우주선네가 먼저 우리 노래 나와용 오홍홍~~ 하고 언플했으면 인정인데 아무 말도 없어서 조용히 지나가고 있었자나..ㅋ
-홍보해 주고 싶어서 몸이 들썩거렸나봄
-어둠의 뉴사모냐 이새기들
평소였다면 ‘스칼렛 Not Fine 이용자수 추이’라면서 캡처본을 들고 왔을 뉴블랙의 안티들도 이번에는 조용했다.
이런 건 역풍만 불지, 각이 안 나온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이건 아니야.’
다른 보이그룹이라면 먹힐 수 있는 언플이기도 했다.
잘하면 ‘인기 많은 남돌이 끼어들어서 공정성 훼손…’ 하는 분위기로 비난 여론 조성도 가능하니까.
다만 상대가 너무 나빴다.
찌를 틈이 있어야 하는데 곡이 나올 때까지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하고, 그에 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우주선.
‘……진짜 틈이 없네.’
안티들이 각을 재다가 포기하고 뿔뿔이 흩어질 때.
그동안 네티즌들은 헛웃음을 짓고 있었다.
‘내가 좋다는데 왜 너네가 이래라저래라야?’
기획사들의 목적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잔뜩 반감을 사고 있는 기사였다.
커뮤니티마다 게시글이 자주 올라왔다.
그러나 기획사들에 대해서 분노하는 내용은 별로 없었다.
[솔직히 한국 가요계가 우주선에게 잠식된 건 사실임. 이대로 가면]
(어느 특수 촬영물의 사진.jpg)
가면 라이더
-미친놈ㅋㅋㅋㅋㅋㅋㅋ
-죄송하지만 나가 죽으세요
-ㅋㅋㅋㅋㅋㅋㅋ웃기긴 웃겼다
-신고 넣었다 ㅅㅂ
낚시글도 있고.
[솔직히 우주선 문제 많지]
(Y앱에서 요플레 뚜껑을 따고 바로 버려서 졸개들에게 지탄을 받는 우주.gif)
옛날에는 요플레 뚜껑 핥아먹더니 요샌 2개 먹음
초심 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벌들도 핥아먹는다는 요플레 뚜껑인데
-초심 잃었네ㅉㅉㅉㅉ
-진심 실망이다 그렇게 안 봤는데ㅠㅠ
-ㄴㄴ 진정한 부자는 뚜껑만 핥고 버려야 함. 아직 초심 좀 남았음
-신기하다 너 부자야?
-아이 싯팔 여기서 댓글 쓰는 내가 부자겠냐
곳곳에서 유머글이 늘어나고 있었다.
[다들 김덕춘=우주선이라고 너무 확신하는 거 아니냐?]
(얼마 전 TV에 실물로 등장한 김덕순 여사의 짤.jpg)
왜 Queen emperor 덕순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하는 거냐
사고의 흐름을 넓혀보란 말이다
-음악의 아버지와 어머니에 이어 ㄹㅇ 음악의 할머니..
-미안하다 우리가 생각이 짧았다
-그런데 할머님 ㅈㄴ 비범해 보이심. 우주선이 아 할머니가 해 보든지 하면 진짜 작곡할 거 같음ㅋㅋㅋ
-할머님 : 옴마 이게 되네
[야 너네 너무 기획사들 욕하지 마라]
(한국인에게 채팅으로 ‘게임 더럽게 한다’며 욕하는 중국 게임 유저.jpg)
알고 보면 이새끼들 최상의 칭찬을 하는 거임
작곡 엿같이 하네 시발 = 선생님의 곡에 감탄했습니다
작곡가들판에 낄끼빠빠 모르냐 = 선생님 같은 고수분이 오기에는 좀 그런 저렙존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최상의 극찬
-해석) 당신의 실력과 전략에 탄복했습니다
-이거네ㅋㅋㅋㅋㅋㅋ
-기획사들 입장에선 개빡칠만하지. 저 새끼 누가 봐도 핵쓴다?? 그래서 봤는데 실력임
-작곡에 핵 쓰지 마세요 / 안 썼는데요 / ???
-정작 우주선이 게임 개못한다는 거 생각하면 최고의 유머글이다. 풍자와 해학, 역설까지 다 담겨 있네
-김첨지 같은 놈들이었구나..
그런 유머글들이 대거 올라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상황의 맥을 짚은 댓글들도 있었다.
-기획사들은 엿됐네ㅋㅋㅋㅋ 원래 이런 상황에서 제일 피해야될 게 웃음거리 되는 건데
-ㄹㅇ 병크가 터져도 조롱거리는 되면 안됨
연예계에서 가장 피해야 할 것이 바로 이런 웃음거리가 되는 일이었다.
논란을 일으켜도 재기는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찌질하거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면 이미지 회복이 몹시도 어렵기 때문이다.
한껏 힘을 줘서 여론몰이를 해 보려던 일부 기획사들의 시도가 웃음거리로 소모되는 가운데.
아이돌 판에서는 의외로 잔잔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다.
-졸라 추하다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놈들
-요새 다들 제정신 아니네
-저거 홍보팀들 단체로 대가리 박으라고 하고싶다
-가수들끼리 친목짤 올라오고 졸라 화기애애한데 찬물끼얹는 건 니들이고요 개썅새들아
-가수만 a급이었던거임
아이돌 팬덤들의 언어로 해석하면 ‘저런, 왜 그랬니? 다음엔 그러지 마렴’ 하는 따스한 어조였다.
‘미친놈들.’
해석) 저런. 서바이벌 끝나고 머리가 좀 돌아 버렸구나.
아이돌 팬들이 혀를 끌끌 찼다.
-이 새끼들 김덕춘=선우주 모르고 꼬드기다가 차인거 아니냐
-ㅋㅋㅋㅋㅋㅋㅋㅋ일리 있다
-못먹는 감이라고 생각하니까 빡친거 같음
-저거 근데 진짜 무례한 기사 아냐?? 스칼렛 보고 너네 잘해서 1등한 게 아니라 우주선 덕으로 1등했다는 거잖아
-심지어 근거도 없음
-커튼인데 실시간 개빡침. 규호보다 빡치는 새끼들을 볼 줄은 몰랐네
-아 익명으로 얘기하지말고 당당하게 나와서 하라고ㅋㅋㅋ 진짜 개쌉소리 부문 대상드립니다
그간 기획사들끼리 견제를 하면서 쌓인 게 많은 아이돌 팬들의 분노가 한 곳으로 모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팬덤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가수와 기획사를 별개로 보는 시선 덕분이었다.
거기에 걸그룹을 두루두루 좋아하는 걸그룹 팬들의 특성이 더해지면서 친목 사진이나 영상들이 쭉쭉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유난히 화기애애한 팬덤이 있었으니.
-안뇽하세요. 우린 스칼렛의 소듕하고 작은 팬덤 커트니들.
-안뇽. 우리도 작은 수플레.
-…….
-뉴블랙이 우리 보고 귀엽댔어. 아무튼 그랬단 말이야.
자칭 작은 팬덤들의 만남이었다.
스칼렛의 팬덤 커튼이 수플레들에게 ‘감사해요ㅠㅠㅠ’ 하고 있는 상황.
조규환 이사에 이어서 2대 스버지로 모시겠다며 고마워하는 글에 수플레들이 어깨를 으쓱였다.
‘흐흣흣.’
졸개들처럼 히죽히죽 웃으며 생색을 내는 수플레들이었다.
서로 평소에 모른 척하고 있던 같은 기획사 그룹들의 팬덤이 손바닥을 맞부딪치며 꺄르르 꽃밭에서 뒹굴고 있을 때.
“음?”
아이돌 커뮤니티를 시작으로 밈이 퍼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획사들을 놀려 대는 글들이 대다수였지만, 점점 유행처럼 번지는 댓글들이 분위기를 바꿨다.
-신인 작곡가 김덕춘 지켜
-김덕춘 씨를 지켜 주세요ㅠㅠ 신인 작곡가인데 얼마나 서러울까
-((((((김덕춘)))))
-할머니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작곡에 온몸을 다 바친 우리 신인작곡가 김덕춘씨의 앞길을 응원해 주세요
-기획사들 뭔소리 하는 거임ㅋㅋㅋㅋㅋ 이건 우주선이 아니고 김덕춘이 작곡한 건데
김덕춘과 우주선을 별개로 여기는 드립이었다.
수플레들이 ‘우리 덕춘이 지켜ㅠㅠ’ 하며 쓴 댓글들이 삽시간에 다른 커뮤니티와 포털 등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김덕춘=우주선이 아니다’라는 말도 안 되는 댓글이지만 그걸 본 대다수의 이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동의했다.
‘맞다. 그거 맞다.’
곧이어 포털의 후속 기사에 달리는 실드 댓글들.
-김덕춘이 누구인데 이러는 건가요?? 누가 보면 우주선이 정체 숨기고 할머니 이름에서 딴 예명이라도 쓰는 줄
-인성파탄 우주선과 김덕춘을 비교하지 말아주세요ㅠㅠㅠ
-김덕춘 씨 팬입니다. 우주선 같은 상업적인 작곡가와는 안 엮이고 싶네요..
-이상한 소리들하시네; 김덕춘이 우주선 같은 네임드 이용하는 게 뻔히 보이는구만;;
-오늘부터 김덕춘으로 갈아타기로 결정햇습니다
드립이나 유머에 하나 맛 들리면 멈추지 못하는 한국인들의 댓글이 기사를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 * *
“……그런 이유로 정체 공개는 못하게 됐어.”
“흐하하하하!”
석환 형의 말에 내가 눈을 지그시 감고, 졸개들이 박수를 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 있는 홍서영 과장님이 태블릿으로 온라인 반응을 보여 줬다.
“그래도 나쁜 일은 아니야. 원래라면 조용히 넘어갔을 일인데… 저기서 불을 지피는 바람에 네 인지도가 더 상승하기도 했고, 또 걸그룹 작곡가로서 성공하겠다는 네 목표도 이뤘으니까.”
아련하게 먼 곳을 바라보는 나에게 홍 과장님이 태블릿을 들이밀었다.
“이거 봐. 트렌드 분석 기관에서 보내 준 건데 ‘김덕춘’과 관련된 긍정 반응이 95퍼센트야.”
“……그렇군요.”
너무나 잘 된 일이었다.
그냥 스칼렛의 Not Fine을 우주선이 작곡했다더라~ 하고 조용히 넘어갈 일이 커져서 이름을 널리 알렸으니까.
우리 TF 팀장님이 웃으며 입술을 뗐다.
“정말 좋은 일이지. 이제는 걸그룹 곡 못 쓸 거 같다고 이야기할 사람이 안 나올 거 아니야. 그리고…….”
석환 형이 노트북 화면을 돌려 가득한 메일을 보여 주었다.
“네 덕분에 이렇게 걸그룹 곡 관련 요청도 많이 들어왔는걸.”
“다 나한테 온 의뢰들이야?”
“너한테 들어온 의뢰들이긴 한데, 대부분 ‘김덕춘이 맡아 주면 최고지만 안 되면 어쩔 수 없고…’ 하는 뉘앙스로 우리 프로듀싱 팀한테 걸그룹 곡을 의뢰하는 분위기야.”
다른 기획사들이 우리 프로듀싱 팀의 능력을 고평가한다는 소식이었다.
“일감이 늘어나서 대표님과 이사님이 굉장히 기뻐하고 계셔.”
“잘됐네…….”
그러고는 물었다.
“어쨌거나 김덕춘이 나라고 말하기에는 좀 뭔가 미묘한 상황이 됐다는 거네.”
“그렇지.”
“이게 바로 홍길동의 기분인가.”
하얀 두루미가 쏙 끼어들었다.
“홍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서자의 슬픔인데요. 당신이랑은 경우가 전혀 다르죠.”
“중현아.”
“느아아아-!”
불순분자를 처리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뭔가 원하던 것을 다 이루긴 했는데 ‘김덕춘은 우주선이 아니라구~!’ 하면서 깔깔 웃는 대중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뭔가 미묘하다.
아니.
뭔가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닌데…….
역시 우주선은 대단하구나! 하는 반응과 함께 내가 ‘흐핳핳’ 하고 등장하려고 했는데 뭔가 꼬였다.
막내가 얄밉게 물었다.
“안 기뻐요? 저희는 너무 기쁜데 흐하핫!”
“그래. 기뻐 보이는구나.”
꺄르르 웃어 대는 졸개들을 보고는 나도 마저 웃었다.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홍 과장님이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
“아무튼 홍보하기에 최적의 타이밍이야. 관심도가 올라간 상황에서 ‘Not Fine’의 작곡 비하인드 겸해서 ‘선우주의 휴식일기’도 홍보하기 좋고. 그야말로 METRO 프로모션에 순풍이 불고 있는 거지.”
우리 모두 동의했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건 이런 타이밍에 METRO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있다는 거였다.
그렇게 신곡과 관련된 회의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근데 이대로 지나가나요?”
“응?”
막내가 물었다.
“아. 저기 기획사들이 저렇게 욕했는데 그냥 조용히 넘어가나 해서요. 뭔가 조금 얄미운 느낌…….”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고민 중이야.”
석환 형이 말했다.
“이미 웃음거리가 된 상황이라 굳이 우리 손을 더럽힐 필요도 없고. 상황이 사실상 정리된 거나 마찬가지여서.”
“그래도 좀 얄밉긴 해요.”
“그렇긴 하지?”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이런 건은 조용히 넘어가는 편이긴 한데, 저번에 TJ 엔터의 기습 언플부터 시작해서 견제가 점점 심해지는 느낌이다.
계속 건드려도 무대응으로 일관하니 쉽게 본다는 생각도 좀 들고.
조용히 넘어가는 것도 좋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한 번 반격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음…….”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슬기롭게 대처할 만한 방법을 떠올리고 있을 때였다.
“저.”
우리의 시선이 돌아갔다.
화사하게 웃고 있던 비주가 입가를 가리며 말했다.
“좋은 생각이 하나 있어요.”
* * *
-레몬 엔터 측 “최근 인터뷰에 당혹, 아마 착오 있었을 것”, “대다수 기획사가 김덕춘 작곡가에게 콜라보를 요청한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