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93)화 (693/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93화

레몬 엔터에서 내어 놓은 보도자료는 금세 포털 메인에 걸렸다.

-레몬 엔터 측 “최근 인터뷰에 당혹, 아마 착오 있었을 것”, “대다수 기획사가 김덕춘 작곡가에게 콜라보를 요청한 상태”

그리고 연예매체 ‘연예IN’의 단독기사를 시작으로 얼마 안 가 무수한 기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레몬 엔터 “기획사들 반발에 당혹.. 콜라보 요청하던 기획사들이 왜’

-스칼렛 기획사 측, ‘김덕춘 작곡가와 콜라보 요청한 기획사들.. 그런 기사 냈을 리 없다’

-레몬 엔터 “김덕춘 작곡가에게 관심 보여 주셔서 감사”.. 소감 밝혀

곧이어 대중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우리랑 친구하고 싶다고 한 애들이 뒤에서 욕했을 리 없잖아?

…라는 내용의 기사.

부드럽게 말하고 있지만 ‘너네 뒤에서 정말 호박씨 깐 거니?’ 하는 듯한 기사에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싸움 구경을 좋아하는 네티즌들이 이런 판을 놓칠 리가 없었다.

‘팝콘이 필요하다!’

여론전의 포문을 열어 버린 기획사들에게 레몬 엔터가 ‘응, 무지개 반사’를 외치며 등판했다.

그걸 바라보는 스칼렛과 뉴블랙의 팬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잘했다. 규호야.’

‘규호 까방권. 5초. 4초. 3초…….’

‘대머리 깎아라.’

다년간의 언플에 단련된 아이돌 팬들은 레몬 엔터에서 내보낸 보도자료가 어떤 의미인지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누가 말했는지 나와서 말해 봐’ 하며 주모자를 색출하는 상황이었다.

기사에서 명시했다시피 모든 기획사들이 김덕춘에게 콜라보를 요청했다는 것이 정말 맞는 말이라면, 그런 요청을 보내놓고 뒤에서 욕한 사람들은 더더욱 나쁜 인간들이 될 테니까.

아니나 다를까.

댓글창에서는 네티즌들의 욕설 파티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게 사실이면 진짜 어이가 없네요ㅋㅋㅋ 앞에서 잘해 보자 해 놓고 뒤에서는 욕하고

-착오있었을 거라고 하는 거 보니까 기레기 뇌내망상 아님???

-어처구니가 없다ㅉㅉㅉ

-원래 기획사들 다 ㅂㅅ임 다들 이제암?

-이거 찐이면 입장 밝혀야지

‘착오가 있을 것이다’ 하는 말 때문에 진실 공방이 벌어져 있었다.

본래 익명의 기획사들이 웃음거리가 되고 끝날 상황.

하지만 레몬 엔터가 ‘걔네가 그런 말을 했을 리 없어. 전달자가 잘못 말했겠지’ 하자 당사자들의 입에 시선이 모였다.

‘혹시 기자가 뉴블랙 안티라서 지어 낸 거 아냐?’

아니면.

‘진짜 쟤네는 앞에서 일하자고 한 다음에 뒤에서 욕을 한 건가? 그것도 뭔가 이상한데.’

어느 쪽이든 진실이 밝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정말 욕을 안 했다면 억울하다고 나는 아니라고 밝힐 것이고, 맞으면 조용히 있을 것이고.

그렇다고 ‘나는 한 적이 없다’라고 시치미 떼면 연예 매체가 바보가 되는 상황인데, 남 욕은 괜찮아도 자기 욕 먹는 것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기자 특성상 그걸 용납할 리가 없었다.

또 가만히 있으면 ‘다 똑같은 놈들’ 하면서 단체로 욕을 싸잡아 먹을 테니 이탈자가 반드시 나온다.

‘어느 놈인지 빨랑 나와라.’

수플레들과 커튼이 손바닥을 비비며 흐뭇하게 웃고 있을 때.

첫 이탈자가 등장했다.

-‘걸스온탑’ 기획사 측, “김덕춘 작곡가에게 콜라보 요청 사실.. 해당 인터뷰에 응한 바 없다”

화이 엔터가 도산한 후에 독자적으로 기획사를 세운 걸스온탑 측이 곧바로 ‘우린 아님’ 하고 나섰다.

우린 덕춘이랑 친하게 지내고 싶고, 그런 인터뷰에 응한 바 없다 하면서 레몬 엔터에 손을 흔드는 듯한 느낌.

-작곡 의뢰는 사실인가 보네ㅋㅋㅋㅋㅋ

-진짜였네

-걸탑도 자체적으로 회사 세운지 얼마 안 됐는데 그럴 리가 없지

-합의금 마련할 돈이 없어서 욕도 못하거든

-우리는 아니라고 하는 필사적인 몸짓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걸스온탑 측 기사가 올라오면서 네티즌도 사실 관계를 빠르게 파악했다.

‘기획사들이 작곡 의뢰한 게 맞구만?’

하기야 레몬 엔터에서 증거도 없이 ‘대다수 기획사들이 작곡 의뢰를 보냈다’라고 하진 않았을 터였다.

그 말인즉, ‘우린 작곡 요청 보낸 적 없는데’라고 모르쇠 할 수는 없다는 것.

바야흐로 눈치 게임의 시작이었다.

곧이어 다른 이탈자들도 줄지어 나왔다.

-DNS 미디어 측, ‘작곡 의뢰 요청 사실.. 인터뷰에 응한 바 없다’

-‘하이컬러’ 소속사 “해당 매체와 인터뷰 진행한 바 없다”

-라로즈, 하이컬러, 걸스온탑 등 기획사 화들짝.. “우리 기획사와 무관”

스칼렛을 제외한 다섯 팀 중에서 세 팀이 ‘우리 절대 아님!’ 하고 손사래를 치고 있는 한편.

네티즌들의 시선이 아무 말이 없는 둘을 향해 돌아갔다.

NYX의 기획사인 TJ 엔터와 가을소녀의 기획사인 SNH 엔터가 머뭇머뭇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다년간 연예인 스캔들의 해명 과정을 지켜봐 온 네티즌들이 바로 눈치를 챘다.

‘너네구나.’

아니면 아니라고 광속으로 입장 발표를 하는 기획사들이 머뭇하면서 ‘잠시만…’ 하는 것의 의미.

괜히 연예계에서 ‘연락 중’, ‘사실 관계 확인 중’ 이라는 단어가 불길한 예감을 주는 게 아니었다.

정말 아닌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는 슬픈 예감이 적중하니까.

-누구신가 했더니 4대 기획사 둘이었네ㅋㅋㅋㅋㅋㅋㅋㅋ

-햐 옹졸한 마인드에 박수만 나온다ㅋㅋㅋㅋㅋ

-그니까 다른 기획사들 다 우와하고 있을 때 의뢰 요청하면서 자기들낄 ㅣ시발시발한 거네

-작곡가 누군지 모르고 요청보냈다가 가망없어 보이니까 태세변환한 거 아님???

-TJ는 요즘 레몬한테 왜일케 열폭하냐.. 자칭 업계 1위 기획사 아니냐

-존심상한다 그거짘ㅋㅋㅋ 어휴

-할배 제발 은퇴해 (주먹)(주먹)

-너무 추하다 증말

욕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조용히 아무 말 없이 있는 두 기획사들의 모습에 모두가 혀를 끌끌 찼다.

그리고 그 속에서 수플레들이 시원한 냉수를 들이켠 듯한 기분을 느꼈다.

‘속이 다 시원하네.’

최근 들어서 은은하게 뉴블랙에게 각을 세우고 있는 TJ 엔터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영어 곡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아니꼽다는 티를 은은하게 내고 있던 상황.

그런 이유로 ‘왜 저래?’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레몬 엔터에서 반격을 하면서 편히 욕을 할 수 있었다.

‘이제 좀 덜 건드리겠지.’

지금까지 레몬 엔터는 대체로 원탑 보이그룹의 기획사로서 온화한 대처를 하고 있는 편이었다.

루머나 악플은 조용히 고소하고.

앞에서 기자들이 헛소리를 할 때마다 조곤조곤 ‘아니다’ 하면서 말을 보태는 정도.

어차피 국민들이 악플러나 안티를 처단해 주는 상황에서, 괜히 소란을 만들어서 가수들 이미지에 저해가 될 상황은 피한다는 기조였다.

아무리 억울한 논란이라고 해도 시간이 지나고 남는 것은 ‘쟤네 뭐 논란 있지 않았어?’ 라고 하는 대중들의 말에 팬들이 ‘아니, 그건 쟤네가 피해를 입은 건데…’ 하면서 설명해야 하는 것뿐이니까.

그런 까닭에 두 4대 기획사가 이런 언플을 흘린 것이기도 했다.

-어? 얘네 계속 찔러도 아무 말 안 하네? 한 대 때려 볼까?

아마 이전과 똑같이 조용히 넘어갈 거라고 생각한 듯했다.

-한 대 맞았죠? 근데 아무것도 못하… 아아아악!

…대충 그런 상황에 수플레들이 미소를 지었다.

‘처신 잘하라고.’

곧이어 TJ 엔터와 SNH 엔터를 향해 머글들이 ‘ㅉㅉㅉ’ 초성 공격을 퍼붓는 것을 바라보면서 수플레들이 행복한 기분을 느꼈다.

‘강하다, 머글들!’

뒤에 숨어서 수줍게 짱돌을 던지는 수플레들이었다.

*   *   *

같은 시각.

TJ 엔터의 홍보팀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

“…….”

아무 말 없이 정적이 흐르지만, 그 정적이 더 무서울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였다.

“그러니까 우리 보고 수습을 하라고…?”

“…….”

작곡 의뢰 요청을 한 다음에 우주선인 줄 알았으면 그냥 입을 털지 말고 가만히 있었어야지.

왜 그 입 관리를 못하는 걸까.

TJ 엔터 홍보팀이 기괴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하하! 하하하!”

쉴 새 없이 울리는 전화벨.

TJ 엔터는 입장이 뭐냐고 하는 기자들의 물음일 것이 뻔해 전화를 받지 않고 있는 홍보팀이었다.

‘이건 주선우 할아버지가 와도 수습 못해.’

윗선에서는 ‘아씨, 기사가 그렇게 나 버렸다. 수습 좀’ 하는데 이게 될 리가 있겠는가?

입을 털었던 기획팀 말로는 ‘그냥 지나가듯이 불평했을 뿐인데 기사가 그렇게 나갈 줄 몰랐다’고 한다던데.

‘그걸 모르면 이 바닥에서 죽어야지…….’

팀장이 얼마 없는 머리털을 쥐어짜고 있을 때.

직원이 물었다.

“팀장님, 이거 어떻게 할까요?”

“…조 대리도 몰라서 묻는 건 아니지?”

“네.”

“수습 절대 안 된다. 이거.”

그냥 조용해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처음에 소식을 들었을 때, 홍보팀은 자신감 넘치게 대책을 말했다.

-우리도 아니라고 하면 됩니다! 왜냐하면 아니니까! 어떤 미친놈이 그딴 식으로 했겠어?

-저기.

-왜?

-맞아….

기획팀에게 어둠의 듀얼이라도 신청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한숨을 푹푹 쉬던 홍보팀장이 고개를 뒤로 젖혔다.

이건 방법이 없다.

‘욕했는데 어쩔?’ 할 수도 없고, ‘사실 무근임. 어? 증거가 있다고? 에헷…’ 할 수도 없고.

그냥 네티즌들이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리기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 뭐라도 해 보는 시늉이라도 하자.”

“네.”

침울함이 감도는 홍보팀 사무실.

저마다 수습을 위해 분주히 노트북을 두드리거나 전화기를 들었지만, 몇몇은 비슷한 화면을 띄우고 있었다.

[잡플래닛]

레몬 엔터테인먼트 | 미디어

타 기획사의 홍보팀 경력직 채용에 대한 공고문을 보면서 저마다 생각에 잠기는 이들이었다.

‘탈출…해야 되나.’

정확히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요즘 들어 그들이 타고 있는 배가 서서히 삐걱삐걱- 하면서 가라앉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   *   *

“형들, 이거 봐여!”

막내가 내민 핸드폰을 본 우리가 헛웃음을 지었다.

-TJ 엔터측, “해당 인터뷰에 응한 바 없다.. 사실 무근 입장”

기사 내용을 보던 리혁이가 뾰족한 턱을 쓰다듬었다.

“연예 매체 측이랑 얘기가 됐나 보네요.”

“그런가 보네.”

TJ 엔터 측에서 뭘 제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연예 매체가 ‘미안, 우리가 기사 잘못 쓴 듯?’ 하는 것으로 엔딩이 났다.

물론.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나온 입장이라 대중들에게는 딱히 와닿은 것 같지는 않았다.

“활활 타고 있구만…….”

TJ 엔터를 가리키면서 이야, 저기 잘 탄다… 해야 할 듯한 분위기가 댓글창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중현이가 말했다.

“그래도 이런 일이 생겨서 앞으로는 좀 더 신중히 나오겠네요. 뒤에서 욕하거나 그러려고 할 때.”

“안 하는 건 아니고, 좀 더 교묘하게 하겠지.”

중현이에게 웃으며 말했다.

“다만 이번처럼 대놓고 하지는 못할 거야.”

우리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결과였다.

무엇보다 피아식별을 했다는 점이 컸다.

뒤에서 수군수군했던 것이 4대 기획사였다는 것을 알게 된 거니까.

머릿속의 명단에 TJ와 SNH 엔터 이름을 새겨 놓고는 우리 둘째를 바라보며 웃었다.

“비주야. 이번에 아이디어 잘 냈어.”

“다 형한테 배운 거예요.”

“에이, 내가 뭘.”

“아니에요. 형.”

비주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착한데 쟤는 나쁜 놈 만들기, 나쁜 놈 만들어서 열 받게 하는 법, 가만히 앉아서 욕 먹는 거 구경하기…….”

“…….”

“다 형한테 배운 걸요.”

“나는 그런 험악한 걸 가르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과연 그럴까?’ 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졸개들에게 마찬가지로 눈을 흘겨 주었다.

곧바로 차량 안에 화기애애한 웃음이 감돌았다.

“꺄르르르륵!”

“꺄핫!”

모든 일이 순탄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제 내일모레부터 시작될 METRO 프로모션의 준비도 척척 돌아가고 있고.

걸그룹 작곡가 김덕춘으로서의 데뷔도 성공적이었다.

아라 [오늘도 1위닷!!]

스칼렛이 보내 준 캡처에서 ‘Not Fine’의 망고 차트 순위는 여전히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무대 영상의 조회수도 빠르게 오르고 있고.

얼마 뒤에 공개했던 뮤직 비디오의 조회수는 깜짝 놀랄 만큼 가파르게 오르고 있었다.

“해외 사람들이 많이 보나 보네.”

국내 인원만으로는 나올 수 없는 조회수에 우리와 회사 사람들, 그리고 당사자들까지 모두 다 놀라는 중이었다.

빌보드 매거진에서도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던데.

내가 생각한 최상의 결과보다 훨씬 더 좋은 상황에 기분이 얼떨떨했다.

여기에 내 운빨을 다 쓴 건 아닌가 생각이 들 만큼.

“중현아.”

“네, 형.”

“어둠의 젤리 성경 좀 가져와라. 마음 좀 진정시키게.”

“네.”

중현이에게 받은 책을 펼쳐서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러고는 창밖으로 지나가는 익숙한 인천 앞바다를 바라보았다.

METRO 프로모션을 하루 정도 앞둔 오늘은 해외 투어와 함께 컴백 전 마지막 스케줄이었다.

바로 미국의 틴 초이스 어워즈 참석이었다.

우리가 저번에 슬라임을 맞았던 키즈 초이스와 함께 초이스 시리즈의 하나다.

틴(Teen)이란 글자를 보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뭐요. 시발.

아니.

너네 말고.

머릿속에 등장한 뚱한 얼굴을 휘휘 치워 버리고는 다시금 생각했다.

그러니까 틴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틴 초이스는 미국의 급식 친구들이 투표하는 어워드다. 쉽게 말해 지금 미국의 청소년들이 무엇을 좋아하는가를 보여 주는 지표.

우리는 대충 두어 가지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있었다.

“그래도 무대가 없으니까 마음이 되게 편하네요. 가서 상만 받으면 되고.”

중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상만 받으러 가는 스케줄이라서 포토월에서 사진 한 방 찍고, 트로피 타고 웃어 주면 된다.

참석하지 않아도 큰 지장은 없는 스케줄이긴 하지만 이번에 METRO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참석하기로 했다.

가서 ‘우리 노래 나와요!’ 하고 홍보를 하면 금상첨화 아닌가.

어쨌거나 홍보 때문에 참석하는 스케줄이라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긴 한데.

“허허허허. 날씨가 좋구나.”

조수석에서 들리는 온화한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따사로운 여름 햇살에 몸을 맡긴 대표님이 빛나고 계셨다.

내가 말했다.

“대표님, 회사에서 쉬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야. 나도 LA에 볼일이 있어서 그래. 겸사겸사 너희 케어도 직접 해 주고.”

일일 수행원을 자처한 박규호 대표님의 모습에 졸개들이 ‘거짓말…’ 하는 눈으로 나와 시선을 교환했다.

‘기획사들 러브콜 기사 이후로 초조하신 거 같은데요.’

‘이마랑 정수리 사이에서 땀 흘리고 계세요.’

‘대표님, 되게 초조해 보이시는데…….’

기획사들에서 ‘덕춘아! 함께 하자!’ 하고 러브콜을 보낸 것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스칼렛 곡을 성공시켜서 그런 것인지.

뭔가 대표님의 초롱초롱한 눈이 백미러를 통해 연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주 목은 안 마르니?”

“네. 괜찮아요.”

“필요한 것 있으면 무엇이든 말하거라. 뭐든지 가져다줄 테니까.”

“그럼 경영권 주세요. 대표님.”

순간적으로 번민에 휩싸이는 대표님의 모습에 내가 당황해서 말했다.

“아아아아! 전혀 아니에요! 진짜 농담한 거예요.”

“그, 그렇구나.”

휴우- 하면서 안도의 숨을 내쉬는 대표님의 모습에 웃음이 흘렀다.

리혁이가 눈을 깜빡였다.

“그거… 진짜 고민하신 거예요?”

“하하하. 아이, 우주가 농담한 건지 당연히 알고 있었지!”

주르르륵.

대표님의 정수리에서 솟은 땀이 구불구불한 언덕을 타고 내려왔다.

“대표님, 땀이…….”

“어휴, 땀이 왜 났을까.”

“휴지 좀.”

“우주 휴지 필요하니?! 잠시만.”

다급하게 휴지를 찾은 대표님이 내게 내밀었다.

내가 웃으며 도로 내밀었다.

“대표님 땀 닦으세요.”

“그래! 닦으마!”

“네…….”

뭔가 어떻게든 극진히 살피겠다는 대표님의 모습에 뺨을 긁적였다.

이내 근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에 침착함을 되찾은 대표님이 허허 웃었다.

“너무 걱정 말거라. 내가 이번에 최선을 다해서 너희를 케어해 주고, 나의 진심 어린 이 마음을…….”

“아까는 LA에 볼일이 있으시다고….”

“그, 그렇지! 볼일도 있지.”

그러고는 대표님이 말을 돌리며 말했다.

“아무튼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란다. 내가 이래 봬도 소싯적에 TJ에서 시현이 매니저로 일했으니까.”

“곽시현 선배님이요?”

“그렇지.”

조규환 이사님과 함께 우리 회사 3대 주주인 선배님의 이름이다.

원조 매니저가 뭔지 보여 주겠다며 너스레를 떠는 대표님의 모습에 우리가 따스한 미소를 지을 때.

“도, 도착했습니다.”

대표님 옆에서 숨도 잘 못 쉬고 있던 지운 씨가 차량을 인천공항 3층에 세웠다.

뒤편에 따라온 석 대의 차량에서 우리 스탭들이 줄줄이 내리는 한편.

대표님을 바라보던 나와 동생들이 짓궂은 미소를 교환했다.

평소처럼 인천공항의 구름 떼 같은 인파를 바라보며 차량에서 잽싸게 내렸다.

“자, 대표님.”

“그, 그러지 말거라!”

“저희가 오늘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드릴게요!”

졸개들과 꺄르르 웃으며 대표님이 타신 조수석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   *   *

웅성웅성.

“규호다!”

“규… 규호!”

“박규호 대표야?”

전설의 포켓몬이 등장한 것처럼 웅성거리던 사진 기자들과 홈마들이 카메라를 들었다.

그러곤 뉴블랙을 찍기 시작했다.

찰칵- 찰칵- 소리가 뒤덮는 인천공항 3층.

“음?”

제대로 찍혔는지 평소처럼 카메라를 확인하던 사진 기자들이 화면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꺄르르 웃는 뉴블랙 멤버들의 얼굴이 평소보다 화사했다.

뭔가 포토샵을 한 것처럼 평소보다 훨씬 더 업그레이드된 미모라서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이야.”

어느 사진 기자가 물었다.

“오늘따라 사진빨 더 잘 받는데? 왜 이렇지?”

“반사판이 있어서 그래.”

“반사판?”

누군가의 말에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뉴블랙 멤버들을 바라본 기자가 ‘아’ 하고 감탄했다.

‘진짜로 있었네. 반사판.’

횡단보도 건너편을 바라보던 기자들이 감탄사를 흘렸다.

17년도 들어 기획사 대표 중에 ‘가수를 빛내주는 최고의 대표’로 불리고 있는 박규호 대표.

그게 정말 사실이었다.

반짝반짝-

말 그대로 자기 가수를 빛내주고 있는 기획사 대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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