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00화
뉴블랙이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투어를 돌고 있을 무렵.
트릭스터의 신곡은 대중들에게 특별한 반응 없이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있었다.
특별히 대중들이 무관심했다기보다는 그들에게 주목 받는 보이그룹이 흔치 않기 때문이었다.
“음?”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노래를 듣던 대중들의 귓가로 낯선 멜로디가 흘러들어왔다.
‘이건 또 뭐지.’
망고 일간 차트를 틀었는데 웬 영어 가사가 들려왔다.
핸드폰을 꺼내든 대중들의 눈에 검은색 앨범 아트에 ‘Thunder’라고 써진 글귀가 보인다.
가수의 이름은.
‘트릭스터.’
……가 누구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는 이름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노래가 영 내 스타일은 아니네.’
그런 식으로 다음 곡 재생을 눌러 버리면서 다른 주제로 생각이 흘러들어갔다.
토요일 저녁.
무더운 8월의 풍경을 바깥으로 내다보던 버스의 승객들이 보고 있는 것은 뉴스 화면이었다.
-선우주의 휴식 ‘일’기, ‘제대로 된 힐링 보여 주겠다’
-K-net 휴식일기, 졸개들 “맏형 복지는 우리가 책임진다.”
-[Hot트렌드 분석] ‘이제는 휴식도 예능이 되는 시대’.. 아이돌 리얼리티의 진화는 어디까지일까?
대중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바로 뉴블랙에 대한 소식이었다.
곧 영어 곡 발매를 앞두고 프로모션을 열심히 하고 있는 국민 아이돌.
볼 때마다 괜스레 가슴이 푸근해지고, 사진이나 영상을 볼 때마다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근데 어제 재미있었나?’
금요일에 첫 방영한 <선우주의 휴식 ‘일’기>가 K-net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소식에 시민들이 온라인을 둘러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아직 못 본 사람들을 약 올리기라도 하듯 인터넷에 각종 글이 올라와 있었다.
[어제 뉴블랙 우주 힐링하는 장면]
게시글을 클릭한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동영상 속에서 가마를 타고 등장하는 우주선의 모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뭐야
-힐링이라고 해서 쉬엄쉬엄 보려고했느데 이거 뭐임ㅋㅋㅋㅋㅋㅋ 보러 간다
-보통 힐링,, ㄹ이라고 하면 저런 게 아니지 않을까
-중간이 없다
-안 창피한가?ㅋㅋㅋㅋㅋㅋㅋ
-선우주 얼굴두께 5m설
-나였으면 얼굴벌게졌을 거 같은데ㅋㅋㅋㅋ 역시 리더는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아무리 봐도 얘넨 맏형한테 진심임
그것을 시작으로 어제의 영상들이 올라왔다.
궁예처럼 ‘누구인가?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어?’ 하며 웃음 참기 챌린지를 하는 송 캠프 구성원들의 영상.
본래 ‘정승 리조트’였던 건물 간판에서 ㅇ이 떨어져 ‘저승 리조트’가 된 영상.
‘미치겠다. 진짜.’
그런 게시글을 보면서 눈물을 닦던 이들이 뒤늦게 선우주의 휴식 ‘일’기 내용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본방 챙겨 봐야겠다.’
곧이어 영상을 찾아 재생했다.
전설의 곡을 찾아 떠나기 위해 모험을 떠난 5인조.
[이들을 돕기 위해 국내 최고의 작곡가들이 모여들었다…!]
노래를 자주 듣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명곡들을 많이 만들어 낸 작곡가들이 대거 등장했다.
라비앙로즈 최고의 히트곡이라 불리는 ‘Flora’를 만든 유웅 작곡가.
힙합과 랩 전문 분야에서 이름을 떨쳐서 힙합 서바이벌의 명곡들을 많이 만들어 낸 샌드걸 작곡가.
그 외에도 각자 만든 곡의 이력만 해도 거의 책 한 권을 쓸 법한 전문가들이 등장했다.
[우주 씨의 요청으로 왔죠. 편지를 보내 주시면서 송 캠프에 합류하시겠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당연히 승낙했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주선이 부르는 건데.]
[후… 내 곡이 뉴블랙의 곡이 된다…… 이거 저의 작곡가 커리어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기회거든요.]
자신만만하게 최고의 곡을 만들겠다고 자부하는 작곡가들.
그런 이들의 사진이 퍼즐처럼 모이면서 굵직한 자막이 떠오른다.
[과연 누구의 손에서 METRO가 탄생하게 될까요?]
그런 자막을 보던 대중들이 ‘어?’ 하고 눈을 깜박였다.
‘그러고 보니 진짜네.’
이번에 뉴블랙의 METRO가 발매된다는 이야기는 있었지만 그게 우주선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소식은 없었다.
흥미로운 시선으로 방송을 시청하던 이들이 뒤로 감기를 했다.
그러고는 다시금 작곡가들의 사진이 모인 곳을 바라보았다.
‘어디 보자…….’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자 곧이어 구석진 곳에 작은 사진으로 붙어 있는 우주선의 사진이 보인다.
네티즌들이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에라이.’
‘또 선우주다. 이건.’
사실 선우주의 작곡에 대해 자세히 아는 바는 없었다.
하지만 경력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한국 사람들이었다.
-2015년 연간 1위 바람꽃.
-2016년 미스터 프로듀서의 예능 프로젝트로 대박을 친 Attention.
-2016년 역주행의 신화 불꽃놀이.
-2017년 가비가비 돗가비 오도… 도깨비.
-2017년 현재 연간 1위 강력 후보군인 Coin.
게다가 Nine이나 마스커레이드, Empire 같은 곡들까지.
한국에서 노래를 듣는 리스너라면 뉴블랙의 타이틀곡 이름은 모두 알고 있었으니까.
아직까지 완벽한 폼을 보여 주는 전성기의 우주선을 이길 수 있는 인물이 저 중에서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비슷한 생각이었다.
‘아무리 봐도 질 거 같지가 않은데….’
그렇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초반부를 보던 네티즌들은 이내 나오는 힐링 장면들에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금토 본방송으로 1, 2부가 나눠진 <선우주의 휴식 ‘일’기>.
휴식 일기에서 ‘일’이 2부의 테마라면, 1부의 테마는 ‘휴식’이었다.
‘귀여워.’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행복해하는 우주의 모습에 미소가 그려졌다.
졸개들의 인터뷰 컷.
[우주 형이 그동안 너무 쉼 없이 살아왔거든요. 정말 안 바쁜 사람이 없겠지만… 우주 형은 그 정도가 좀 심해요.]
평소 선우주의 생활을 관찰 카메라로 담은 화면이 흘러나온다.
24시간 시계가 표시되고.
브이로그로 알고 있는 우주가 셀프캠을 보며 환히 웃는다.
[일본어도 녹스니까 미리미리 연습을 좀 해 둬야 하는데… 일본어 공부하고, 영어랑 중국어, 스페인어 조금씩 문장 암기할 계획이에요. 언어는 하루라도 쉬면 녹슬기 쉽거든요.]
[지금은 바이올린 레슨 시간입니다! 여기는 저희 선생님이에요.]
[이건 음방 때 받은 팬레터인데요. 양이 엄청 많아서 매일매일 틈틈이 읽고 있어요.]
다크서클이 깔리고 충혈되고 퀭한 눈인데 ‘으헤헷… 팬레터’ 하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짠하다.
그 와중에 안무 연습, 보컬 연습, 랩 연습을 비롯해 곡 작업, 회사 임직원과 회의 시간까지.
스케줄을 모두 끝마치고 3시간 자고 다시 일어나는 우주의 몸이 바들바들 떨리는 게 보였다.
홍삼을 쭙쭙 빨아들이면서 카메라를 향해 히죽 웃는데… 마치 병약한 꽃미남 흡혈귀 같았다.
‘저러니까 위염 걸리지…….’
‘쓰러질 만했구나.’
‘살아 있는 게 더 신기한 것 같은데.’
보고 있는 사람이 혀를 내두를 만큼 살인적인 스케줄이었다.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미쳤나?’ 하는 말을 중얼거리게 될 무렵, 졸개들의 인터뷰 컷이 나온다.
리혁이가 한숨을 내쉰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진짜 저러다 큰일 나겠다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코피 펑펑 터지는 건 양반이고.]
[제가 영양제를 엄청 많이 사 봤는데… 어지간한 영양제나 보양식으로는 소용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우주 형을 위한 휴식을 준비했어요. 저러다 진짜 먼저 갈 거 같아서…….]
처음에는 ‘위염에 걸린 형을 쉬게 해 주자…!’ 하는 갸륵한 마음이 담긴 프로젝트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었다.
‘쉬어야 할 수밖에 없었구나.’
‘안 쉬면 저승에서 팬 미팅 해야 돼서 그런 거였구나.’
‘저승 가서도 노래 만들 애야.’
저러다 큰일이 날 것 같으니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게 해야겠다는 취지였다.
그런 취지 때문일까.
[어허이! 걷지 마요! 가마 타!]
남해군의 리조트에 도착한 졸개들이 알뜰살뜰하게 형을 챙기는 장면들이 흘러나왔다.
식당에 갈 때마다 제일 맛난 음식을 앞에 놔주고.
어디 가도 ‘예쁘다! 아이구 우리 뽀삐… 아니 우리 형 예쁘다!’ 하면서 칭찬도 해 주고.
선우주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맺히는 모습에 미소가 그려졌다.
‘그래. 우주야. 좀 쉬어.’
그런 식으로 별다른 내용 없이 힐링하는 내용이 이어졌지만 계속해서 홀린 듯이 리얼리티를 시청했다.
희한했다.
다른 연예인이라면 ‘음…’ 하고 중간에 시청을 그만했을 법하지만 희한하게 뉴블랙이 나오는 컨텐츠는 힐링 테마여도 쭉쭉 보게 된다고 할까. 그냥 애들끼리 노닥거리는 것만 봐도 웃음이 나온다.
정말 힐링…….
[으아아악! 드론이 왜 쫓아와!]
[여러분은 지금 제한구역에 접근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제한구역에 접근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중현입니다. 마니또의 밀고로 비밀리에 곡 작업을 하려던 여러분을 검거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조금 힐링이 아닌 장면들도 있긴 했지만 어쨌거나 전체적으로 힐링힐링한 리얼리티였다.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한 줄기 따스한 빛을 선사하듯이.
‘오늘 또 한다고 했지.’
금-토 연속으로 방송하는 리얼리티의 시간을 체크하던 누군가가 버스에서 흐뭇한 미소를 지을 때였다.
차창 너머로 버스 정류장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잠깐만, 여긴 어디지……?’
목적지보다 한참은 멀리 온 듯한 버스 정류장.
뉴블랙의 리얼리티에 정신이 팔려 있던 그녀가 핸드폰을 검색하고는 멍한 얼굴로 바깥을 바라볼 때였다.
어디선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듯 반짝인다.
[저런? 길을 잃었나요?]
‘비주야…!’
광고 속.
금발로 염색한 선량한 인상의 미소년이 사슴 같은 눈망울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내 활짝 웃는 비주.
[저도 잃었습니다!]
‘당당해하지 말라고…….’
곧이어 뜨는 대중교통 노선 찾기 어플.
멍하니 바라보던 그녀에게 광고 속 비주가 윙크를 날렸다.
* * *
토요일 저녁.
전날 방영되었던 <선우주의 휴식 ‘일’기>의 영향으로 많은 가정들의 TV에 K-net 채널이 흘러나왔다.
“여긴 뭐 하는 채널이래? 음악?”
“음악 방송 채널인데, 맨날 가수들끼리 싸움 붙이고 그러는 곳이야. 지상파랑은 또 다른 느낌으로 쓰레기.”
“나쁜 놈들이네.”
부모님들에게 그러한 사정을 설명하던 아이돌 팬들의 시선이 TV에 꽂혔다.
보통 아이돌 리얼리티는 해당 아이돌의 팬이나 아니면 입소문을 들은 다른 가수 팬들이 시청하는 게 보통이었지만…….
“뉴블랙이네가 또 웃겼다면서.”
“골 때려. 저거들.”
뉴블랙의 리얼리티는 조금 경우가 달랐다.
가족들이 옹기종기 시청하는 분위기 속에서 다른 아이돌 팬들도 눈을 빛냈다.
‘여기서 나온다고 했나?’
현재 음원 차트 1위를 달리고 있는 스칼렛의 ‘Not Fine’ 비하인드가 공개된다는 이야기에 관심이 갔다.
천재적인 작곡가가 어떤 경위로 스칼렛의 곡을 만들게 되었을까.
돌림픽 때 같은 팀이 되었던 것을 빼면 접점이 없어 보이는 뉴블랙과 스칼렛이기에 더욱 궁금했다.
‘분명 어마어마한 비하인드가 있을 거야.’
저런 곡을 뚝딱뚝딱, ‘어 이게 되네요?’ 하고 만들었을 리가 있겠는가.
분명히 저 최고의 작곡가들과 함께 치열한 고민을 하면서 탄생됐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그, 미국 가서 부를 노래도 저기서 만들었다면서.”
“맞을걸.”
일반인 시청자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은 바로 METRO의 작업 과정이었다.
미국 VMA에서 신곡 무대를 하기로 되어 있는 노래가 한국인 작곡가들의 손에서 나왔다는 건 호기심을 자극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지난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특별 훈련 공개! 같은 느낌이었다.
“저 작곡가들이 국내에서 제일 잘나가는 사람들이래. 어제 인터넷에서 봤어. 엄청 유명한 사람들이라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그려졌다.
K팝 최고의 인재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곡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하고, 치열한 토론이 오간다.
그 속에서 누구의 곡이 가장 좋은지 경합을 벌이면서 마지막에 우승자가 탄생하는 서사.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기대하고 있을 때였다.
‘시작한다!’
마침내 기다리던 방송이 시작됐다.
[곡 작업 하게 해 주세요… 제발……!]
[작업하고 싶습니다. 일하고 싶어요.]
[아니, 내가 내 손으로 일을 하겠다는데 왜 일을 못하게 하는 겁니까!]
음악과 관련된 일체의 작업을 금지 당해 괴로워하던 작곡가들에게 마침내 작곡 허가령이 떨어지고.
각자 팀으로 나뉜 이들이 작업을 시작한다.
‘Day 1’이라는 알림이 뜨면서 저마다 주제에 맞는 곡을 작업하기 위해 노트북을 열어젖힌다.
그리고 그중에서 카메라가 한 곳으로 클로즈업 된다.
[우주선의 작업실]
작곡가 우주선이 집중한 얼굴로 노트북을 바라보고 있다.
미리 제작해 놓은 비트에 색을 입히는 우주선의 표정이 진지하다.
‘뭐 하는 거지?’
혼자서 중얼중얼하면서 마우스를 딸깍- 딸깍- 하면서 작업을 하는 모습이 5분 정도 흘러나왔다.
방송 내부 시간으로는 1시간가량 되었을까.
그러더니.
[완성본…? 이게?]
작곡가들을 농락하는 대사가 흘러나왔다.
“저……!”
“와, 나 저기 있었으면 욕했어.”
“저 주선이만 되면 인성이… 어휴.”
TV 속에서 작곡가들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동안 진심으로 ‘이게 완성본?’ 하고 있는 우주선.
시청자들이 듣고 있는 TV 오디오에는 일부분밖에 안 나왔지만 그것만 들어도 충분히 ‘와, 저거 곡이 정말 끝내주겠구나’ 하는 느낌이 오는 수준이었다.
그러니 그걸 현장에서 풀 버전으로 들은 작곡가들의 심정은 어떨까.
“보살이네. 보살이야.”
“근데 저러면 송 캠프 왜 한 거야?”
본연의 목적을 잃어버린 송 캠프에 시청자들도 헛웃음을 흘렸다.
방송 시작한 지 불과 10분밖에 안 된 것 같은데, 이미 내용상으로 METRO의 작업이 끝나 있었다.
“…….”
“…….”
뭔가 대단하면서도 얄밉고, 허탈하고 그런 느낌이었다.
-작곡가님들 불쌍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왜 부른 거냐구
-작곡을 쉬어 버려서 의욕이 폭발한 건 우주선도 마찬가지였다
-??? : 잘 알았다 너희들의 수준
-중현이 없었으면 저기서 습격당했지
-아 얄미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상한 것: 세계 최고 수준의 작곡가들이 모인 곳 / 현실: 우주선의 개빡치는 작곡 강의
-근데 저게 진짜 끝이야??? 끝??
정말 저걸로 METRO의 비하인드가 끝인가에 대해 모두가 궁금해할 때쯤.
작곡가들이 모여서 ‘수록곡 만들기로 합의를 보자’ 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모두가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진짜 끝이구나.’
그럼 그렇지.
우주선이 저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은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농락하기 위해서인 게 분명했다.
-근데 노래 뭔가 좋아 보임ㅋㅋㅋㅋㅋㅋㅋ
-나도
-딱 3초?? 그 정도 나온 것 같은데 귀에 훅들어오는데
-우주선이 또
-덕춘이는 언제 나옴?? 설마 그것도 3분 컷인가?
-작곡가들 불쌍해ㅠㅠㅠ
여기저기서 작곡가들이 불쌍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한편.
본격적으로 송 캠프의 곡 작업이 이어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참견하는 우주의 모습이 흘러나왔다.
어딘가 익숙한 분위기에 누군가 인터넷에 글을 썼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 음악의 어머니 헨델]
(작곡가 우주선의 프로필 사진.jpg)
그리고 음악의 시어머니 우주선 (new!)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ㅅㅂㅋㅋㅋㅋㅋㅋㅋ
-음악의 시어머니 인정ㅋㅋㅋㅋㅋㅋㅋ
-상윤아 곡이 짜다
-미슐랭 셰프 출신 장인어른에게 밥 대접해 주는 느낌인가.. 뭔가 상대하기 싫은 기분임
-100년뒤 교과서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근데 그때도 우주는 살아 있을 거 같음
-지팡이 짚고 달달달,, 이게,, 되네요,, 달달달달,,
인터넷에서 그런 모습을 두고 드립이 오가는 동안.
곧이어 1일 차의 송 캠프 결산을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저마다 곡을 하나씩 공개하는 시간.
나상윤 작곡가와 유웅 작곡가 등 유명한 작곡가들의 곡이 공개됐다.
“오, 저것도 괜찮은데?”
“좋다.”
“……저게 채택이 안 됐어?”
대체 메트로가 어떤 곡이기에 저 쟁쟁한 곡들이 수록곡 취급을 받게 된 걸까.
예능 프로그램에서 곡 후보들을 하나씩 공개하듯이 시청자들에게도 하나하나 공개되고 있는 상황.
모두가 공개되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꽤 많은 수가 고스란히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저렇게 막 공개해도 되나? 저작권 훔쳐 가고 그러면 어떡해.”
“그럼 국민 도둑 되는 거지.”
“하긴, 국민 개새끼는 좀 그렇지.”
그러면서도 몇몇 사람들은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했다.
‘곡을 공개해도 되나?’
작곡가들에게 허락은 맡았는지 궁금해하는 시청자들.
하지만 그런 시청자들과 달리.
“저건…….”
TV 속에서 우주선의 숨겨진 뜻을 읽어 낸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다른 기획사의 A&R팀이었다.
* * *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호텔 방에 설치된 TV에서 흘러나오는 K-net 채널을 바라보면서 옆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후후후후후…….”
-후후후후후후후후.
졸개들과 내가 근엄하게 웃는 동안 화상 채팅 맞은편에서 우리 프로듀싱 팀 직원들이 몸을 들썩이며 웃고 있었다.
나상윤 피디를 향해 물었다.
“준비되셨나요?”
-모든 준비 완료.
지금 TV 속에서 흘러나오는 곡들은 우리와 프로듀싱팀이 한 차례 선별한 것들이었다.
우리나 스칼렛, 윤찬혁 선배가 쓸 만한 곡들은 킵해 두고.
나머지 다른 곡들의 처분을 두고 나온 기획.
‘팔자.’
‘팔까요?’
이름하야 창고 대방출의 시간이었다.
그동안 ‘레몬이가 다 해먹어ㅠㅠㅠ’ 하고 있는 기획사들의 민심을 달래 줄 겸 준비하고 있던 기획.
현재 TV에서 미리 보기처럼 나오고 있는 곡들은 ‘나야… 전화해’ 하면서 다른 기획사들을 향해 추는 구애의 춤이었다.
“근데 정말 전화가 걸려올…….”
중현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화면 건너편에서 우리 프로듀싱팀 사무실의 전화기가 미친 듯이 울려 대기 시작했다.
‘마감 임박’을 들은 것처럼 전화기를 든 모양이었다.
곧이어 전화를 받기 시작하는 직원들을 바라보면서 동생들과 함께 꿈틀거리며 웃었다.
지금 저기서 나오고 있는 곡은 모두 나의 비트를 원재료로 한 곡들.
“후후후후후!”
“우후후후후후후!”
“이야 장사 너무 잘 된다아아!”
“지점 오백 개!”
‘메이드 인 우주선’의 곡이 널리널리 다른 지점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모습에 동생들과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