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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01)화 (701/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01화

최근 들어 박규호 대표에게는 새로운 취미가 하나 생겼다.

‘어디 보자.’

바로 회사 사옥을 둘러보는 일이었다.

이곳에서 십수 년 넘게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생각하면 새삼스럽다고 할 수도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에게 매일 새로운 감회를 일으키고 있었다.

‘참 많이도 왔지.’

지금이야 한류스타 곽시현이지만, 당시만 해도 평범한 배우였던 곽시현.

그녀와 함께 회사를 나왔을 때만 해도 바깥세상은 춥고 고달팠다.

방송국 피디 한 번 만나기 위해 방송국 앞에서 하루 종일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절.

그의 민머리 위에 소복이 쌓인 눈을 본 피디가 불쌍해서 소속 배우들을 캐스팅해 주고 그러던 시절이었다.

물론 그런 시기도 그리 길지는 않았다.

조규환 이사 같은 인재들을 데려오고, 좋은 배우들을 캐스팅하면서 회사는 빠르게 성장했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사람은 잘 보니까.’

사업의 시작과 끝은 사람이다.

경영자는 모든 것을 잘할 필요가 없다. 그저 다양한 분야의 유능한 인물을 앉히면 된다.

지금까지 박규호 대표는 그런 경영 방식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작곡가였던 조규환 이사에게서 특출한 사업 개발 능력을 발견해 등용하고, 경영상의 제반 관리는 본부장에게 맡기고. 나머지 분야들은 저마다 전문가를 초빙해서 회사를 꾸려왔다.

하지만…….

‘도통 영문을 알 수가 없단 말이지.’

회사를 거닐던 박규호 대표가 뉴블랙이 받은 상패들을 바라보았다.

그중에서 그가 유심히 눈여겨보는 것은 사진 속에서 졸개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리더였다.

‘미스터리야.’

사람 여럿 보아 온 박규호 대표에게도 선우주는 아직도 미스터리였다.

캐스팅할 때만 해도 ‘뉴블랙이란 보이그룹의 5번째 멤버’로 딱 적임자라는 생각만 들었는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 보니 회사를 먹여 살리는… 아니 거의 회사를 강제로 확장시키고 있는 가수였다.

매년 매출이 비슷했던 레몬 엔터가 이제는 매출 1000억은 가뿐히 돌파하는 회사가 되어 버렸다.

말 그대로 돈이 계속해서 복사가 되는 것이다.

“으으음.”

박규호 대표가 사진 속 우주를 빤히 바라보았다.

물론, 현재의 뉴블랙이 거둔 성과가 다섯 명 모두가 합심해서 거둔 성과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단 한 명이라도 빠지면 지금만큼 성과가 날지 확신할 수 없는 느낌.

하지만 지금 거두는 성공의 핵심에 선우주가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박 대표님, 우리끼리 있으니까 이야기하는 건데… 비결이 뭡니까? 선우주 어떻게 캐스팅 했어요?

최근 술자리에서 KM 엔터의 허강민 대표가 던졌던 질문이 떠올랐다.

KM 엔터뿐만 아니라 다른 기획사 사장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무슨 구애의 춤을 췄길래 저런 괴물 같은 인물을 데려오고 키울 수 있었느냐는 질문들.

‘나도 잘 모르는데…….’

조규환 이사가 ‘제5의 멤버를 뽑아왔습니다’ 라고 해서 오디션을 본 게 전부였다.

그냥 애가 작곡에 재능이 보여서 작업실 마련해 주고, 앨범 뭐 하고 싶다고 하면 바들바들 떨면서 잔고 확인하고, 베개에 얼굴 파묻고 울었던 게 전부인데.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콩나무처럼 선우주가 알아서 커 버렸다.

압도적인 성장세!

보고서를 읽고 놀란 박규호 대표가 조 이사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규환아. 선견지명이라는 게 이런 게 아닌가 싶다. 네가 캐스팅을 해 온 우주가 이렇게…….

-대표님.

-응. 그래.

-저도 알고 캐스팅한 게 아닙니다….

-…….

-…….

캐스팅을 해 온 당사자도 ‘다섯 명 화음에 딱 걸맞은 목소리다!’ 하는 생각으로 캐스팅을 했을 뿐이라나.

이 정도의 성공을 거둘 줄 알았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 TJ 엔터의 박태준 회장도 최근 들어 질투심과 아쉬움에 멘탈이 나가서 폭주하는 것이 아닌가.

‘그분도 참…….’

과거 누구보다 화려하게 빛났던 그의 롤모델을 떠올리며 씁쓸하게 웃는 박규호 대표였다.

작게 웃던 박규호 대표가 선우주의 사진 앞에 서서 손수건을 꺼내 들었다.

“호오오오……. 호오오오…….”

뽀드득. 뽀드득.

혹여 회사 최고 권력자의 얼굴에 먼지라도 묻을까 싶어 조심스레 닦으며 유리에 광이 날 때까지 문질렀다.

그런 식으로 뉴블랙과 스칼렛의 상패를 닦던 박규호 대표가 이마의 땀을 문질렀다.

‘초심을 잊지 말아야지.’

선우주가 가져온 성공.

그것이 대표인 자신이 뛰어나 거둔 성과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복권 당첨과 같은 상황.

그러하기에 박규호 대표는 더욱 화려해지는 레몬 엔터의 사옥을 주기적으로 둘러보며 스스로를 성찰했다.

‘나의 것은 내 것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이 공이니, 색은 즉, 공이고 공은 즉, 색이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누군가 본다면 불광이 떠오르는 미소를 지으며 박규호 대표가 속으로 불경을 외웠다.

“아, 아차.”

이게 아닌데……!

잠시 본분을 망각할 뻔한 박규호 대표가 헛기침을 했다.

“흠흠.”

어쨌거나 이렇게 회사를 둘러보며 ‘그동안 고생했다’ 하면서 스스로에게 위로를 해 주기도 하고.

‘내가 이룬 성공이 아니오’ 하며 겸손한 마음을 가지기도 하고.

주변에서 최고의 기획사 대표 하면서 ‘아이고! 박 대표님!’ 하고 띄워 주는 말들을 경계했다.

‘초심을 잊지 말자. 양장피 없던 짜장면을 잊지 마.’

고개를 끄덕인 박규호 대표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어두운 복도에 불이 들어온 사무실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고, 이 시간에…….’

뉴블랙 신곡의 프로모션이 코앞으로 다가와서 그런지 바쁘게 일하는 모양이었다.

박규호 대표가 살금살금 이동했다.

“어느 팀이지?”

위치를 보니 프로듀싱 팀과 A&R팀이었다.

조용히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떠나야겠다고 생각한 박규호 대표가 문어처럼 미끄러지듯 이동했다.

“허허.”

문틈으로 고개를 쏘옥 빼놓은 박규호 대표가 따스한 미소를 지으려고 할 때였다.

“아이고!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안쪽에서 들린 목소리에 박 대표가 화들짝 놀랐다.

‘그렇게 오래는 안 기다렸는데.’

들켰나? 하고 열려고 할 때였다.

안쪽에서 어마어마하게 큰 목소리들이 흘러들어오면서 그가 눈을 깜빡였다.

‘어라?’

안쪽의 풍경이 좀 희한했다.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미소를 띤 프로듀싱 팀과 A&R팀 직원들이 저마다 전화기를 들고 있었다.

항상 예술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풍기던 평소와는 다른 느낌.

“하하하! 아, 예. 아직 협상은 진행이 안 됐죠. 고객님께서 기다리시는 그 곡은 지금 아직 주인이 없습니다.”

전화기를 든 이들이 ‘안녕하십니까. 행복 레몬 상담사 누구입니다~’ 하고 있는 모습에 그가 눈을 깜빡거렸다.

통화가 끝나고 ‘한 건 올렸습니다!’ 하고 누가 외칠 때마다 화이트보드에 ‘입찰 회사 목록’ 하고 올라왔다.

화이트보드에 ‘TJ, SNH 엔터 전화는 사절할 것!! - VIP 지침사항’ 이라고 적혀 있다.

“음?”

나는 저런 지시를 내린 적이 없는데, 하던 박규호 대표가 이내 아 하며 웃었다.

“우주구나.”

레몬 엔터의 Very Important Person이면 당연히 우주였다.

조 이사나 그는 저기서 VIP는 아니고 IP 정도의 위치로 나머지 졸개들과 동급이었다.

그나저나.

‘흥미롭구만.’

이번에 송 캠프에서 남은 곡을 판매한다는 소식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런 줄은 몰랐다.

신이 나서 장사를 하고 있는 프로듀서들.

“전화 정말 잘 주셨습니다! 안 그래도 이게 마감 임박이었거든요. 아, 그렇죠. 걸그룹에도 딱 어울리는 곡이죠.”

“이게 우주선의 송 캠프에 나온 곡인데 화제성 하나는 끝장나지 않겠습니까? 보도 자료를 돌리면서 ‘우주선’ 이름 석 자를 기사에 쓰는 겁니다.”

“네? 틴스피릿 휘연 씨라고요? 네, 그럼 저는 김중현이겠네요. 이런 장난 전화 하지 마세요.”

그런 분위기를 바라보던 박규호 대표가 으음 했다.

‘홈쇼핑 같은데…….’

자기들이 프로듀서나 작곡가라는 것을 잊은 듯한 분위기였다.

“마감 임박!”

“네고! 네고도 됩니다!”

“어디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작곡가에서 곡팔이로 전직한 듯한 분위기에 박규호 대표가 미간을 긁적였다.

그러고 보니.

‘우주가 온 뒤로 회사가 뭔가…….’

이상해진 듯한 분위기였다.

마치 엎지른 물이 바닥에 촤악! 퍼지듯이 레몬 엔터의 직원들이 다 뉴블랙에 물든 느낌이라고 할까.

어디서 본 건가 했더니 우주의 사기꾼 화술이랑 비슷하다.

“마감 임박!”

“예예, 맞춤형 가공도 됩니다. 원하시는 장르가?”

“이 곡 한 번 들으면 못 나옵니다. 방송이요? 그건 미리 보기죠~!”

회사가 참… 잘… 돌아가고 있었다.

‘괜찮겠지?’

근심걱정이 들긴 하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박규호 대표였다.

*   *   *

금요일의 1부에 이어 토요일에 방영한 <선우주의 휴식 ‘일’기> 2부도 꽤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뉴블랙 ‘휴식일기’, K-net 최근 3개년 최고 시청률 돌파.. “역대급”

“시청률 무난하게 찍혔네.”

“뭐, 이 정도면 적당한데요.”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덜 나오긴 했는데 이 정도면 뭐 괜춘~”

시청률이 무난하게 찍혔지만 우리가 의도했던 목표는 제대로 이룬 것 같다.

영어 곡에 대한 거부감 희석시키기.

신곡에 대한 기대감 증폭.

지하철 안내방송처럼 대중 밀착형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진행한 프로젝트답게 관심이 컸다.

-메트로 좀 더 들려줘

-너네만 듣냐ㅠㅠㅠ

-띵곡의 기운이 느껴진다.. 마치 김중현 같은 띵한 기운이 느껴져

-어떤 곡이길래 작곡가들 농락파티가 된거냐구

다른 곡들과 달리 거의 스치듯이 나온 메트로가 어떤 곡인지 모두가 기대하고 있었다.

영어 곡이니 뭐니 했던 사람들은 이제 하나도 안 보인다.

“오케이. 이건 됐고…….”

그 밖의 다른 반응을 살폈다.

핸드폰을 바라보던 비주가 자기가 다 기쁘다는 얼굴로 말했다.

“Not Fine 비하인드도 반응 되게 좋은 거 같아요.”

“그래?”

스칼렛의 신곡인 Not Fine.

휴식일기에서 첫날 메트로 때문에 작곡가들이 수록곡 경연 대회로 방향을 틀었을 때.

한우 세트가 걸린 대회에서 내가 다른 작곡가들을 제치고 1위를 거둔 곡이었다.

-작곡가님들 우는 거봐ㅠㅠㅠㅠㅠㅠ

-농락잼ㅋㅋ

-작곡가분들 빡치게 하려고 준비했다는 게 정설

-주최 측이 연속으로 타가는 소고기.. 이상해 보일수 있겠지만 놀랍게도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개빡칠듯ㅋㅋㅋㅋㅋㅋㅋㅋ

-김덕춘도 우주선이랑 별다를 바 없구만,, 인성이 어휴

-우주선은 그래도 신인때 나름 공손했는데 김덕춘은 그런 것도 없는 듯

-노래 좋다

내가 비주에게 물었다.

“비주야. 그런데 내 칭찬은 어디……?”

“마지막에 노래 좋다, 요.”

“그렇구나.”

쓰레기장에서도 한 떨기 꽃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우리 둘째였다.

잔에 물이 한 방울 남아도 잔에 물이 담겨 있다고 할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가끔 중현이가 비주에게 실언을 하고 나면 다음 날 밥에 수상하게 콩이 많곤 했으니까.

-와. 중현이 형 밥이 무슨 콩밭이에요!

-콩 좋아.

무서워서 그런 게 아니다.

그냥 우연의 일치겠지만 굳이 그런 우연을 실험하고 싶진 않아서.

반응을 꼼꼼하게 살피던 리혁이가 말했다.

“그런데 메트로는 좀 더 자세하게 비하인드 풀어야 할 것 같은데요?”

“스튜디오에 건의 넣을게.”

“메트로 제작 과정이 재밌다는 반응이 나오긴 했는데 그걸로는 부족한 것 같아요.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야 와… 하고 봤지만, 영상에서는 많이 축약되어 나왔으니까.”

지금은 스포일러 때문에 다 풀 수가 없지만, 메트로가 나온 이후에 자세하게 풀자는 이야기였다.

“무편집 영상 같은 걸로 내보내면 되겠다. 스칼렛 Not Fine도 그런 식으로 내보낸다고 했으니까.”

Not Fine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는지 보여 주는 무편집 영상이 벌써 K-net 계정에 올라가 있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우리 스튜디오에서 만든 건데 K-net에 올라간다는 것 정도.

우리가 TV 채널을 소유한 것도 아니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조금 아쉽긴 하네요.”

중현이가 말했다.

“이거 뉴블랙 TV 채널에 올리면 조회수 더 오를 것 같은데.”

“그래도 방송국에 판 거니까 어쩔 수 없지.”

최근 들어 미튜브가 다양한 연령대에 접근성이 늘기는 했다.

인터넷 잘 모르는 우리 김덕순 여사도 ‘미튜브 보니까 누가 너 얼굴을 고쳤다고 그러던데… 갸들은 이게 고쳐서 나올 얼굴이라 생각하나’ 하면서 미튜브 영상을 봤다고 할 정도니까.

그 정도로 접근성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TV 같은 기존 미디어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가 없었다.

미튜브에만 업로드하는 것에는 파급력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었다.

괜히 지호가 출연한 미튜브 웹 드라마 ‘신이’가 넷플러스 같은 플랫폼으로 진출하려는 게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플랫폼 같은 게 생기면 좋을 것 같은데…….”

“네?”

“아무것도 아냐.”

곰곰이 생각하다가 아무리 봐도 내 선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서 시선을 돌렸다.

인터넷은 어제 리얼리티에 대한 반응으로 가득했다.

[1회로 막을 내리게 된 뉴블랙의 송 캠프ㅋㅋㅋㅋㅋ]

[뉴블랙 송 캠프 혹사 논란 (유머글)]

[케이넷에서 업로드한 스칼렛의 Not Fine 쌩 작곡 비하인드 full]

새로 영입한 작곡가 분들에 대해 달린 댓글들도 주르륵 읽었다.

-레몬 복지 좋다는 게 진짜인가

-작곡가들 빨아들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1회만 열리고 막을 내리게된 전설의 송캠프

-내년에 워크숍으로 이름 고쳐서 또 갈 거 같음

세상에.

그런 아이디어가!

-(프로그램을 시청한 유명 작곡가의 SNS.jpg) 보통 송 캠프 저런식으로 하냐는 물음에 단호하게 아니라고 함ㅋㅋㅋ

-근데 갈린다는 거 알면서도 갈 정도면 되게 좋은가보다.. 퇴사도 안하고

-거 봐 우주선 인성 좋다는 거 사실이라니까

흐뭇한 미소를 짓다가 그 아래 달린 댓글들을 보고 파르르 떨었다.

-주선이니??

-요즘 우주선 바이럴 많네;

-우주선 안사요 안사

빠득.

“형? 어디 안 좋아요?”

“아냐.”

내 성격이 얼마나 좋은데.

그걸 몰라주는 대중들에게 야속함을 느꼈다.

“내가 얼마나 성격이 좋은데.”

“에취……!”

재채기를 한 막내가 코를 문지르며 말했다.

“요즘에 헛소리 알레르기가 생겼네요.”

“야.”

에베벱 하는 막내에게 내가 리혁이의 얼굴을 들이밀었다.

“자. 상대적으로 봐봐. 내 성격이 어떤지.”

“리혁이 형에 비하면 거의 마더 테레사 님이져. 리혁이 형에 비하면 형은 거의 아이돌 계의 교황님, 옥황상제 느낌.”

“야!”

“아 왜 저를 때려여?! 저 형이 시작한 건데?”

맞는 말이었다.

“아악! 악!”

쳐맞는 말…….

시작을 누가 했든 마지막에 미운 말 하는 놈이 제일 많이 맞는다는 것은 아직 깨우치지 못한 막내였다.

어쨌든 <선우주의 휴식‘일’기>에 달린 좋은 반응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METRO에 대한 기대감도 치솟고 있는 것 같아 본업 면에서도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고.

부업인 예능으로도 재미를 잘 잡은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딩동!

방금 도착한 메일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송캠프 곡 입찰 현황]

프로듀싱 팀에서 곡 경매를 붙인 것에 대해 보고하는 건이었다.

어느 회사가 어느 가수에게 줄 곡으로 요청을 했다더라, 하면서 프로듀싱 팀의 자체적인 의견이 써 있었다.

비주가 물었다.

“어제 몇 건 걸려 왔대요?”

“총 89건.”

“흐어어어…….”

총 89건이라고 하면 그리 안 많아 보일 수도 있지만, 못 먹는 감 찔러볼까 하는 제안들을 쳐 낸 뒤에 나온 숫자였다.

즉, 모두가 알짜배기라는 소리였다.

어제 방송을 보고 나서 ‘저거 매물 나온 거죠? 얼마입니까?’ 하고 진지하게 문의한 것이 89건.

졸개들이 내 근처에서 비비적비비적 고개를 들이밀고 보는 동안 보고서의 내용을 차분하게 살폈다.

“음…….”

어떤 식으로 곡을 분배할지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은 나에게 있었다.

당연히 ‘이 곡은 누구한테 주거라!’ 하는 것은 아니고 프로듀싱팀에서 ‘우리는 A가 나을 것 같다’ 하고 의견을 보내 주면 내가 최종적으로 결정해서 보내 주는 정도.

“어떤 식으로 나눌 거예요. 형?”

“제일 어울리는 팀에게 줘야지.”

돈을 제일 많이 제시한 팀에게 팔아넘기는 것은 단기간에만 좋다.

이 곡은 나와 더불어 우리 레몬 엔터 프로듀싱팀이 만들어 낸 곡들.

과거 전사들이 칼과 창을 쓰는 것처럼 곡은 가수에게 있어 무기와 같다.

칼을 제일 잘 쓸 것 같은 인물에게 줘야 대장장이의 명성을 떨칠 수 있는 것처럼 이 곡을 제일 잘 소화할 가수에게 줘야 한다.

그래서 곡을 받은 가수들이 좋은 성과를 거두면 그게 ‘허어… 레몬 곡이다’ 하는 명성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스칼렛 팀이 가져갈 곡은 다 가져갔다고 하니까, 이건 프로듀싱 팀 말대로 라비앙로즈한테 주는 게 제일 잘 어울릴 거 같고.”

“동의.”

“찬성.”

졸개들이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은성이네 에이플비한테… 으으음, 싫은데. 은성이 잘나가서 잘난 척하는 건…….”

“그럼 안 되죠.”

리혁이가 고개를 저었다.

“사적인 감정에 매몰되지 말고 결정 내려요. 그런 식으로 의사 결정 내리면 안 돼요.”

“그럼 은성이네한테 보내는 걸로…….”

조선시대 왕이 된 기분이 이럴까.

왕이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 할 때마다 사헌부의 대간 같은 멤버가 나타나 ‘도르신?’ 하는 기분이었다.

그런 식으로 곡 분배에 대한 최종 결정문을 프로듀싱 팀에게 보내 주고 난 후였다.

“흐하하! 이거 봤어여?”

메일 내용을 살피던 막내가 물었다.

“어제 곡 문의한 사람 중에 틴스피릿이랑 스트릿 보이즈 사칭한 사람도 있대요.”

“장난 전화 대박이네.”

“흐하하하하!”

“흐하하하…….”

“하하하…….”

틴스피릿이 어떻게 전화를 직접 걸겠…냐고 하려던 우리의 입가에 미소가 걷혔다.

내가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를 입력했다.

지금은 활발하지 않은 텐틴뉴스 톡방이었다.

나 [어제 우리 회사에 전화 거신 분들]

나 [갠톡 바랍니다]

빠르게 지워지는 숫자들.

한빈이나 지훈이가 ‘뭔 소리래ㅋㅋㅋㅋ’ 하면서 웃고 있는 걸 보면서 동생들과 웃을 때였다.

“아닌 거 같지?”

“설마 직접 걸었겠어요? 매니저 통해서 했겠지.”

라고 말하기 무섭게 톡 알림이 뜨기 시작했다.

한조 [나야..]

휘연 [저예요.. 행님]

“…….”

“…….”

진짜 걸었냐. 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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