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02)화 (702/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02화

대개 연예인의 연락은 소속사가 담당한다.

바로 리스크 때문이다.

운전을 할 줄 아는 연예인도 스케줄 갈 때는 반드시 매니저의 차량을 탑승하는 이유와 같다.

본인이 운전을 하다가 사고라도 나면 ‘연예인 모씨, 교통사고 일으켜…’ 이런 식으로 기사도 날 수 있고, 사고 현장에서 이탈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연락도 마찬가지다.

제삼자인 소속사를 통해서 ‘아, 저번에 우리 배우 건은 좀 어렵게 됐습니다…’ 라고 하는 것과 ‘감독님, 저 죄송한데 못할 것 같아요’ 하는 것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부담감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런고로 원하는 곡이 있다면 소속사를 통해서 연락하는 게 보통인데.

“그러니까.”

내가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먼 곳을 바라보며 시선을 회피하는 9인조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에 ‘스트릿 보이즈’라고 사칭한 사람들이 바로 너희다?”

-그…렇다.

“…….”

-…….

그러고는 지호의 핸드폰에 뜬 6인조를 바라보았다.

눈을 땡글땡글 뜨고 우린 잘못 없는데? 하는 표정으로 당당하게 있는 6인조.

“너희도 전화를 걸었다?”

-네.

자기들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것에 동질감을 느꼈는지 스보가 틴스피릿을 향해 손가락 하트를 날렸다.

틴스피릿도 하트를 날렸다.

쌍쌍이 참 잘 어울린다.

우리와 틴스, 스보뿐만 아니라 틴스피릿과 스보 사이에도 영상 통화를 하면서 지금 3자 대면을 하는 중이었다.

“……잘 어울리네. 아주 잘 어울려.”

연후가 이열 하며 웃었다.

-감사합니다. 행님. 기왕 이렇게 된 거 스보 행님들 우리랑 친목 이름이라도 정할래요?

-저거 우주 형이 칭찬한 거 아냐. 등신아.

-아냐?

나를 바라보는 연후에게 생긋 웃어 주었다. 연후가 눈을 빙그르르 돌리더니 아무것도 안 한 척을 했다.

내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아니, 아실 만큼 아는 분들이 왜 이런 바보 같은 짓을… 연락을 하려면 매니저 통해서 하셨어야죠.”

-저기, 저 할 말 있습니다.

“네, 이현조 씨.”

한조가 손을 들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습니다. 선우주의 휴식 일기 2부가 방영된 게 토요일 저녁 아닙니까?

“그렇죠.”

-방송에서 얼른 노래를 구매하라고 입질을 주는데 토요일 저녁 아닙니까. 당장 매진 임박인데, 회사 사람들 쉬고 있는 토요일 저녁에 전화해서 ‘저 노래를 구해 달라’ 고 하면 폐를 끼치는 거죠.

“음…….”

나름 일리가 있었다.

-게다가 컴백 준비 때문에 바쁜 뉴블랙한테 직접 전화하는 건 또 무리수고. 우리 회사 직원들한테 연락하는 것도 좀 아니고. 그러면 남은 방법은 딱 하나죠.

“아, 그런 사정이…….”

역시 리더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그 말에 스트릿 보이즈 멤버들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

-역사적인 순간이다. 역사적인 순간이야.

-매번 당하기만 하던 이현조가 드디어 말로 설득을 해냈다.

-간만에 리더다웠어~

으쓱으쓱 하면서 하이파이브를 하는 한조를 바라보고는 옆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너희는?’ 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자 틴스피릿 멤버들이 말했다.

-저, 저희도 마찬가지였죠!

-같은 생각이에요.

-아니! 행님, 저희가 빡대가리로 보이세요?!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고 뜨끔해하는 것을 보니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게 분명했다.

냅다 그냥 걸어 버린 거구나.

-아니, 근데.

LB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저희도 고객 아닌가요? 뉴블랙의 곡을 사기 위해 구매하려고 왔는데 가게 주인장의 태도가 너무 불성실한 거 아닙니까~!

“맞습니다. 나무 씨. 이런 건에 관해서는 고객이 갑이죠.”

-역시.

“하지만 저는 슈퍼 을입니다.”

내 곁에 선 리혁이가 간신배처럼 설명했다.

“슈퍼 을이란 비즈니스 세계에서 쓰이는 은어죠. 독점 시장에서 존재하는 판매자를 칭하는 용어예요.”

-아…….

“나무 형은 들어가세요.”

본전도 못 찾고 들어간 감나무의 모습에 양쪽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틴스피릿이 미소를 지었다.

-어리석네요. 이런 때는 우주선의 심기를 절대 거스르면 안 된다구요.

-우리가 아랫집이라서 잘 알아요.

곧이어 애교 부리는 얼굴로 ‘사랑해요 우주선’ 하는 전광판을 흔드는 10대들에게 내가 말했다.

“곡 다 팔렸는데…….”

-아 시발.

-야, 야, 중단해. 다 떨어졌대잖아.

……태세 전환이 너무 빠른 거 아니냐.

상큼 발랄한 틴스피릿 맛에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이 두 그룹을 보면서 뺨을 긁적였다.

“참…….”

기획사 통해서 연락을 했다면 좋았을 텐데.

두 그룹한테는 안타깝지만 이미 내놓은 매물은 다 팔려 있는 상태였다. 이미 곡을 어떻게 분배하자고 메일을 보내기도 했지만, 보내기 전이었다고 해도 크게 다를 바는 없었다.

회사에도 일 처리의 순서라는 게 있다.

어떤 식으로 하는 게 어떨까 하고 진행된 상태에서 내가 친분 관계를 이용해서 ‘그 곡 그냥 스보한테 주세요’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재고 없나요?

“송 캠프에서 나온 곡은 다 떨어졌습니다.”

고개를 슬쩍 떨구는 9인조와 6인조.

리혁이가 혀를 차며 말했다.

“어차피 이 사람이 만든 곡도 아니고, 타이틀도 아닌 수록곡들이잖아요. 굳이 곡을 받지 않아도…….”

나무가 촉촉한 눈으로 말했다.

-리혁이 넌 몰라. 우리의 서러움을 몰라.

“뭐가 서러운데.”

-신곡 홍보할 때 ‘뉴블랙’ 세 글자가 없는 홍보가 얼마나 힘이 없는지……. 보도 자료 돌려도 사람들이 조금 보고. 우리 노래 나온다고 해도 대중들이 ‘음 노래 나오는구나’ 그러고 말고.

“…….”

어마어마하게 배부른 소리였다.

보이그룹이 보도 자료를 돌리는데 사람들이 봐 주고, 노래 나오는구나 알아주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건데.

잠시 할 말을 잃고 있을 때쯤, 한조가 동생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들어가게 해.

-싫은데.

내가 말했다.

“들여보내세요.”

-네. 단장님!

민초단장의 힘과 권리를 이용하여 나무를 처리했다.

한조가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갸우뚱하고 있는 동안, 스보의 렉스가 말했다.

-아니, 뭐. 이건 어느 미천한 나무의 의견일 뿐이고. 사실 그냥 곡 욕심이 많아서 그래요. 좋은 곡 하나 얻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잖아요.

-맞는 말이지.

틴스와 스보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

-어 보감~!

자기들끼리 찌찌뽕~ 하면서 놀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는 생각에 잠겼다.

틀린 말은 아니다.

배우들이 성공할수록 ‘더 좋은 대본! 압도적으로 좋은 대본!’ 하며 좋은 각본에 열을 올린다면, 가수들은 더 좋은 곡을 찾는 데 온 힘을 다한다.

결국에 가수의 흥망을 좌우하는 건 곡이니까.

“으으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대안이 없는 상황이었다면 전화를 걸지 않았을 테니까.

“방송에 공개되지 않은 곡들도 있기는 한데…….”

-……!

-빨리 플래카드 들어!

누가 더 잘 흔들기 경쟁이라도 하듯이 플래카드를 와아아 흔드는 이들에게 말했다.

“송 캠프에서 작업한 곡들이 더 있긴 하거든. 그건 내가 작업한 곡들인데, 혹시 그런 곡이라도 괜찮다면…….”

-좋습니다!

-너무 좋아요! 행님. 사랑합니다 시발!

송 캠프에서 내가 만든 곡은 Not Fine이나 METRO만 있는 게 아니었다. 그 밖에 다른 곡들도 많지만 ‘아, 이거 좀 뒷작업까지 하기는 시간이 부족한데…’ 하면서 넘긴 곡들.

우리 프로듀싱 팀의 도움 하에 열심히 손 보고 있는 곡들이 있었다.

지금 방송에 공개된 곡들은 어디까지나 다 완성된 것들이기에 이런 곡들은 현재 미공개 상태였다.

“제가 프로듀싱 팀에다 이야기해 둘 테니까, 한 번 회사 통해서 이야기 나눠 보도록 하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스보와 틴스피릿이 머리를 젖히며 ‘햐! 아름다운 세상이다!’ 하면서 행복에 취해 있을 때였다.

비주가 내 옷자락을 슥슥 잡아당겼다.

‘형.’

비주와 다른 졸개들이 캣닙에 취한 고양이들처럼 버둥거리는 이들을 가리키고는 음흉한 눈빛을 보냈다.

‘구두 계약.’

‘아, 오키.’

상대가 약해진 틈을 노려 꼬드기자는 이야기였다.

내가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물론 공짜로 하는 것은 아니고, 몇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말씀만 하세요. 행님. 짖으라면 짖겠습니다.

“아니, 그런 건 좀 하지 말고…….”

뼈다귀를 바라보는 강아지들처럼 귀를 쫑긋하는 이들에게 말했다.

틴스피릿과 스트릿 보이즈가 누구인가. 나름 겉모습이 저래서 그렇지, 국내 최고의 아이돌이다.

그런 이들에게 우리 컨텐츠 촬영에 조금 나와 주면 좋겠다거나, 카메오 출연, 챌린지 영상 찍기 같은 그런 것들을 수줍게 부탁했다.

-잠시만요.

휘연이 눈매를 좁히며 말했다.

-곡 하나 주는데 그런 것들을…?

곡 하나 주는 것 가지고 너무 생색냈나.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고작 그것만 하면?

-멍청아. 우주 형이 우리 마음 불편할까 봐, 저렇게 너무 쉬운 부탁들만 하는 거잖아!

-우주선 인성 안 좋다고 누가 그랬어? 누가?!

왜 이렇게 흔쾌히 승낙하지.

조금 더 과한 걸 부탁할 걸 그랬나…?

*   *   *

얼마 후.

프로듀싱 팀에서 계약이 체결됐다는 연락이 왔다.

내가 밑바탕으로 만들어 놓은 곡들을 틴스피릿과 스트릿 보이즈의 색에 맞게 맞춤 가공하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럼 이걸로 해결.”

할 일 리스트에서 ‘언젠가 해 둘 것’ 파트의 ‘스보/틴스피릿 곡 주기’가 해결 됐다.

“어디 보자. 이제 남은 게…….”

남은 일정을 체크하면서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하나하나씩 지우고 8월 달에 남은 것은 METRO의 공개뿐이었다.

“흐어어어-.”

컴백이 바로 앞으로 다가와서 그런지 떨려죽겠다.

가만히만 있어도 초조하게 자꾸 제자리에 일어나서 서성이게 되고. 물을 마셔도 마셔도 갈증이 안 멈춘다.

아- 하면서 고개를 젖혀도 입이 바싹바싹 마르고 갈라지는 느낌.

“후우우우…….”

한숨을 푹 쉴 때마다 몸이 달달 떨려서 한숨도 잘게 쪼개져 흘러나온다.

그럼에도 갑갑하고 초조하다.

속에 담겨 있는 걱정이나 그런 것이 한숨을 쉬어도 여전히 빠져나오지 않고 안에서 방방 뛰고 있어서.

차라리 공개가 안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저는 그냥 미국 안 갈래여….”

옆자리에 앉아 있는 막내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훌쩍거릴 때였다.

띵.

[손님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LA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했어.”

“으히이이이…….”

“으어어, 도착했다…!”

우리의 METRO가 마침내 공개되는 날.

졸개들과 나는 스탭들과 함께 미국에 도착했다.

VMA가 열리는 요일이 다음 주 월요일인데, 그걸 준비하기 위해서 미리 시차 적응을 할 필요가 있었다. 현지에서 리허설을 하면서 무대 완성도를 높여야 할 필요도 있고.

그런 이유로 LA에 도착했다.

“크르르르르르르르!”

평소와는 다르게 마스크나 선글라스를 쓰고 현지의 수플레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보통 우리는 얼굴을 잘 안 가리는 편이긴 한데.

오늘은 어쩔 수가 없었다.

“으으으으으…….”

“끄으응.”

마지막 일주일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준비에 매진한 까닭에 얼굴 꼴이 말이 아니기도 했지만.

다들 표정이 좋지 못했다.

“아, 진짜 데뷔하고 나서 제일 힘든 거 같아요.”

막내의 말에 버스 좌석에 몸을 기댄 우리가 음, 하고 눈을 떴다.

더 힘든 일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불꽃놀이 쇼케이스 때, 음향 문제 때문에 기자 분들 분위기 험악해지고 그랬지. 아직도 아찔해.”

“이천 축제에서 비 와서 난리 났지.”

“차우현 선배님이랑 같은 경연에 나갔을 때가 떠오르네…….”

“들킬 뻔했지…….”

마지막 비주의 말에 우리가 ‘음?’ 하고 시선을 돌렸지만, 비주가 ‘으으응’ 하면서 눈을 감고 모른 척했다.

그런 우리의 말에 막내가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생각만큼 나쁜 것 같지는 않네요.”

“그치.”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마음먹기로 했다.

괜찮아.

망해도 돼… 망해도…….

그 순간, METRO가 신명나게 망해 버린 다음에 깔깔 웃으며 내게 소금을 뿌리는 박태준 회장의 얼굴이 상상됐다.

“안 돼……!”

“또 혼자 상상하네.”

“저거 혼자서 엄한 상상하는 거 전형적인 ENFP 특징이래요.”

자꾸만 머릿속에서 떠오르려는 이런저런 상상을 떨쳐 내고는 미국에서의 스케줄을 시작했다.

호텔에 방문해서 짐 풀고.

레코드사에서 별도로 마련해 준 거대한 세트장에서 현지 스탭들과 무대 동선을 확인했다.

그다음에는 댄서들과 함께 동선을 확인하고 현지에서는 blocking이라고 부르는 리허설을 반복했다.

우리뿐만 아니라 TF팀도 거의 발에 물집이 잡히는 수준으로 뛰어다녔다.

하지만 그렇게 바쁘게 일을 해도 일이 손에 안 잡히는 건 모두 매한가지였다.

“휴우…….”

LA 현지 시각으로 8시 30분 즈음.

자정에 음원이 공개되는 뉴욕 시간으로는 11시 30분.

멤버들, 그리고 TF팀과 함께 다 같이 호텔방에 모여서 오들오들 떨었다.

“석환 형.”

“……어?”

“앉아.”

거의 부유하듯이 호텔방을 걸어 다니는 TF 팀장에게 소파에 앉으라고 권유하고는 생수병을 내밀었다.

물병이 쭉쭉 줄어든다.

그 옆에서 노트북 새로고침을 반복하면서 켈켈 웃는 홍서영 과장님도 반쯤 정신이 나간 분위기고. 우리 매니저들도 머리를 반복해서 쓸어 넘기며 바싹 마른 입술을 핥고 있었다.

주변에 깔린 공기 자체가 짙고 무겁다.

평소라면 이런 분위기에 활기를 불어넣었을 우리 졸개들도 마찬가지였다.

“하느님, 부처님, 그 밖의 소중하신 분들.”

막내가 두 눈을 감고 기도를 올렸다.

“이번에 잘 되게 해 주시면 앞으로 착하게 살겠습니다. 형들 말 잘 듣겠습니다. 엄마, 누나들 말도 잘 들겠습니다. 아빠도 가끔 잘 챙겨 주겠습니다. 제가 이룩한 모든 것이 우주 형 덕분이라고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지호가 촉촉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음원 차트 1위를 하게 되면 이 약속의 전부를 이행할 것이고, 10위권 이내에 들어오면 70 퍼센트를 이행하겠습니다.”

“야.”

리혁이가 평소처럼 태클을 걸었다.

“그런 거 흥정하지 마.”

“좀 그렇져…?”

“지키겠다고 한 다음에 안 지키면 돼.”

“그런 방법이!”

확실히 모두가 미쳐가고 있는 건 맞는 것 같다.

막내에게 핀잔을 주던 리혁이가 태블릿으로 뭔가를 유심히 보고 있길래 고개를 들여다보니.

“타로 점?”

“재, 재미로 보는 거예요.”

평생 감사하면서 살겠다는 지호.

타로 점을 보는 리혁이.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간다. 공기 분자가 거대한 코끼리처럼 나를 사방에서 짓누르는 느낌이다.

그나마 비주와 중현이 정도만 조용하다.

“비주야.”

“…….”

“비주야?”

“…….”

에헤헤헤… 하면서 웃는 애가 내가 몸을 흔들 때마다 짤랑짤랑 흔들린다.

그리고 중현이는.

“중현아?”

“네…….”

“너 지금 긴장하는 거니?”

“네.”

중현이가 긴장했다는 소식에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그러곤 모두가 스스로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

김중현도 긴장하는데, 일반인들이 안 긴장하고 배길 수가 있을까.

아. 그나저나 초조해 죽겠네.

“피 말린다. 진짜 사람 피 말려.”

“얼른 9시하고 땡 됐으면 좋겠어요.”

뭘 해도 긴장이 안 풀린다.

머리털을 계속해서 쥐고 피기를 반복하다가 그러다 대표님처럼 될 수 있다는 누군가의 말에 관뒀다.

대표님이 그래서 그러신 걸까.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를 쥐고 계셔서.

긴장감과 압박감 때문인지 사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도망치고 싶은데 도망칠 곳이 없다. 그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졸개들의 손을 붙잡는 것뿐.

“후우우…….”

이번 음원에 모든 것이 걸려 있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시작일 뿐이다.

우리가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 판가름이 나는 시작.

동생들에게는 알량하게 ‘망해도 돼’ 라고 했지만 내 무의식은 전혀 동의하지 않은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동생들의 손을 잡은 내 손에 힘이 들어간다.

“이제 카운트다운 들어갑니다. 10… 9…….”

내 심장이 뛰는 소리가 선명히 들리고.

주변의 소리가 느려지는 기분을 느끼며 노트북 화면에 집중했다. 오후 8:59가 딱 오후 9:00으로 바뀌는 순간.

[뉴블랙 - ‘METRO’ Official MV]

마침내 우리의 뮤직비디오가 공개가 됐다.

벅- 버버벅-

벅-

몹시 버벅이는 화면과 함께.

“죽지 마……!”

“미튜브야. 아직 죽으면 안 돼!”

*   *   *

같은 시각.

‘Not Fine’의 음악 방송 무대를 위해 PBS 방송국 대기실에 머물러 있던 스칼렛 멤버들이 소란을 떨었다.

“올라왔다!”

“올라왔어?!”

후배 그룹 뉴블랙의 신곡이 올라왔다는 소식에 눈을 크게 떴다.

가요계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뉴블랙의 신곡.

스칼렛 역시 가수로서 호기심이 들기도 했지만, 그 전에 고마운 마음이 더 컸다.

‘덕춘 작곡가님, 잘 되세요…!’

신곡에 좋아요도 눌러 주고, 응원 댓글도 달아주고.

다른 걸그룹들의 음원이 적당한 성적을 거두고 있을 때, 지금 음방에 진출해 1위 후보까지 오른 스칼렛.

그게 다 누구 덕분이겠는가.

“덕춘아!”

그런 마음으로 스칼렛 멤버들이 신곡의 뮤직비디오를 클릭하자마자 ‘좋아요’를 눌렀다.

헤실헤실 웃는 고기 여신들.

“우주야. 행복해야 한다.”

“왕지호 빼고 다 행복해라.”

“메트로 잘 되게 해 주세요! 대박 기~원!”

그런 구호를 외치며 메트로의 뮤직 비디오를 감상하는 스칼렛 멤버들.

느긋한 미소를 띤 걸그룹 멤버들이 핸드폰 화면을 바라볼 때였다.

-♩♪♬♪♪♩

메트로의 전주가 나오는 순간.

스칼렛 멤버들의 얼굴에서 여유로운 미소가 사라지면서, 그들의 자세가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곡이…….’

김덕춘과는 격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던 걸까.

음원 깡패, 아니 음원계의 두목 우주선.

인트로를 듣자마자 우주선이 행패를 부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여유롭게 백마를 타고 꽃밭을 달리고 있었는데.

뒤에서 웬 흉노족처럼 그녀들을 따라오고 있는 뉴블랙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거대한 빵 덩어리들을 타고 진격하는 뉴블랙.

-핫하! 누나들! 저희가 갑니다.

-꺄르륵! 꺄륵!

-밟아! 수플레! 저거 밟아!

-우우우웅. 수플레, 뉴블랙 말 잘 듣는다. 밟는다.

불과 5분 전만 해도 뉴블랙의 앞날에 축복을 기원하던 스칼렛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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