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03화
한국 시간으로 오후 12시 59분.
수플레들은 달달 떨고 있었다.
‘아씨, 개떨려.’
새로고침을 누르는 팬들의 입술이 바싹바싹 말랐다.
‘59분 59초… 1시다!’
미국 동부 시간으로 자정에 공개되는 METRO가 마침내 한국 음원 사이트와 미튜브에 모습을 드러냈다.
달달달.
손가락이 떨렸다.
‘일단 스밍 돌리고…….’
미리 세팅해 둔 대로 스트리밍을 돌리고는 곧바로 미튜브에 접속했다. 최애들의 무대를 보기 위함이었다.
[뉴블랙 - ‘METRO’ Official MV]
썸네일에 뜬 리혁이의 얼굴을 보는 순간 심장이 콩닥거렸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영화의 속편이 나온 것처럼, 그 영화를 보러 극장에 팝콘 통을 들고 들어가는 것처럼!
지난 2주 동안 컨셉 포토나 뮤비 티저로만 접했던 메트로가 마침내……!
“하악…….”
저도 모르게 주먹을 꼬옥 쥔 채 영상을 재생했다.
버벅-
벅- 버버버벅-
영상이 0.5초 나오다가 빨간 원이 땡글땡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 시발 미튜브.”
아, 안 돼.
수플레들이 입가에 손을 올렸다. 뉴블랙의 음원이 나온 신성한 날에는 욕은 자제하는 게 맞았다.
‘착한 말 써야지. 부정 탈라.’
전 세계의 팬들이 한 번에 접속해서 그런 것인지 미튜브는 한참이나 버벅거렸다.
로딩이 끝나기까지 대기 시간이 영겁처럼 느껴질 때.
‘나온다!’
1080p로 최애의 모습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누군가 신은 구두가 클로즈업 되어 나온다.
곧이어 다갈색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빗어 넘긴 지호가 수트를 입고 느긋하게 걷는 모습이 나왔다.
텅 빈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는 지호의 모습이 흘러나오면서 그 아래 BGM이 깔리기 시작했다.
마치 지하철역사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소리.
[♩♪♬ ♪♪♩]
현악기로 연주한 Masquerade.
팬들에게 익숙한 노래가 부드럽게 깔려나오더니 곧바로 선율을 자연스럽게 낙화로 바꾸었다.
‘허어어어어!’
이번에는 스트라이프 수트를 입은 우주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그걸 시작으로 멤버들이 저마다의 배경 음악에 맞춰 등장했다.
밝은 색 정장에 보타이를 한 비주.
타이 없이 남성적인 느낌으로 수트를 입은 중현.
그리고.
“어머.”
깔끔한 블랙 수트를 입은 리혁이 우아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리혁의 테마곡으로 알려진 ‘겨울잠’이 부드럽게 흘러나오다가 이내 음악이 서서히 힘을 잃고 끊어진다.
[지지지직…….]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던 노래가 끊기면서 지하철역의 조명이 깜빡거리기 시작한다.
힐끔 눈을 치켜 떠 전등을 바라본 리혁.
에스컬레이터가 작동을 멈추면서 어두컴컴하기 그지없는 역사에 고요한 정적이 감돈다.
손잡이를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리혁이 걸음을 옮겼다.
바닥까지 얼마 안 남은 층계참을 밟을 때마다 금속음이 울려 퍼지며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깜빡이는 빛에 리혁의 얼굴에 음영이 드리울 때.
어딘가 요사스러운 느낌을 풍기는 붉은 입술이 부드럽게 호선을 그렸다. 그리고 휘파람을 불었다.
‘신곡 후렴인가?!’
저벅. 저벅.
수플레들이 눈을 크게 뜨고 집중하고 있는 동안, 휘파람을 불던 리혁이 평범해 보이는 2호선 지하철 앞에 섰다.
어딘가 음산해 보인다.
그리고 그때.
[지지직… 팟!]
그나마 남아 있던 조명들도 다 꺼지면서 어두컴컴한 형체만이 어렴풋이 보일 뿐이었다.
깜빡. 깜빡.
전구의 불이 들어올 듯 말 듯 지하철의 조명이 깜빡이다가 서서히 밝아 오르기 시작한다.
‘오!’
핑크빛이 감돌면서 몽환적인 노스탤지어의 향수를 풍기는 조명.
미래적인 분위기.
완전히 다른 색상의 지하철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 위로 전구가 반짝이는 듯한 글귀가 떠올랐다.
[ M E T R O ]
본격적인 뮤비가 시작되면서 지하철 내부와 무대 세트장이 교차되며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우와.’
수플레들의 가슴이 콩닥거렸다.
인트로를 듣는 순간부터 찌릿- 하고 소름이 팔을 쫙 타고 올라온다.
정확히 이 음악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가수만큼 음악에 빠삭하진 못하니까.
하지만 좋다는 것은 확실했다.
‘진짜 세련됐다.’
미래적인 사운드가 절묘하게 들어가서 한 폭의 깔끔한 SF 그림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멜로디 아래 깔려 있는 드럼 소리가 심장을 세차게 뛰게 만들었다.
이 리듬은 뭐라고 해야 할까.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밝고 희망찬 감상을 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듣고 있다 보면 미소가 그려지고, 앞으로 더 잘 될 거야 하며 누군가 속삭여 주듯이.
그 위로 나직하게 깔린 보컬도 그런 분위기였다.
-괜찮아. 우리가 같이 있어.
서서히 고조되어 가는 프리 코러스 파트를 보면서 수플레들의 기분도 같이 방방 뛰는 기분이 들었다.
정장이란 의상 때문에 Empire처럼 무게감 있는 곡인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가볍지 않지만 밝다.
멋스러우면서 신이 난다.
후렴구로 들어가면서 3, 2, 1 하고 다 같이 높이 뛰어야 할 듯한 느낌.
빵 터지는 비주의 보컬과 함께 정장을 입은 멤버들의 칼군무가 흘러나오는데, 홀린 듯이 바라보다가 흥겹게 고개를 까딱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
어찌나 몰입했는지 카메라가 줌인 줌아웃 할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같이 고개를 움직이고 있을 정도.
‘미쳤다.’
1절에 이어 2절, 그리고 브릿지 파트로 이어지는 구간에도 단 한 번도 질리거나 싫증나는 순간이 없었다.
킬링 파트를 모아둔 듯한 곡이었다.
그와 동시에 납득이 갔다.
‘이래서 다른 곡들이 다 밀렸구나.’
<선우주의 휴식 ‘일’기>를 보면서 궁금증과 동시에 걱정이 들었던 터였다.
얼마나 잘 만든 곡이기에 작곡가들이 듣자마자 타이틀곡은 포기하고 수록곡이나 만들자고 했을까.
이제야 다 납득이 갔다.
“와…….”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가파르게 올라가는 미튜브 조회수.
그에 비해 적은 댓글.
왜 댓글이 적은 것인지 수플레들은 동감할 수 있었다. 누구든 이 곡의 뮤직비디오를 보게 되면 댓글을 달 틈도 없이 다시 재생하게 될 테니까.
‘또 봐야지.’
수플레들이 뮤직 비디오를 다시 감상하는 한편.
오후 2시.
뉴블랙의 신곡 ‘METRO’는 한국의 모든 음원 사이트 1위를 차지하면서 정상에 자신들의 깃발을 꽂고 있었다.
* * *
METRO가 한국 음원 사이트를 뒤덮고 있을 때.
전 세계 어느 나라라고 할 것 없이 뉴블랙의 신곡은 미튜브 인기 동영상 랭킹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었다.
일본,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을 시작으로 미국, 캐나다, 서유럽과 북유럽까지.
어딜 가든 뉴블랙의 METRO가 미튜브에서 보이고 있었다.
“으음?”
뉴블랙이 이번 신곡의 목표로 삼았던 북미 시장.
그곳 시민들은 평소처럼 미튜브에 접속했다가 낯선 썸네일을 보며 호기심을 빛냈다.
‘뉴블랙이네.’
요즘 핫하다는 소문을 많이 들었다.
어느 고등학교에서 치어리더 응원곡에서 뉴블랙의 노래를 골랐다고 하고, 얼마 전에는 뉴욕 타임 스퀘어에서 팬들이 플래시몹을 했다고도 하면서 소문이 자자한 보이밴드였다.
게다가 팬들이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어찌나 난리던지.
가수들이 어마어마한 인파를 몰고 다니던 20세기 중반도 아니고, 대부분 셀럽을 쿨하게 대하는 것이 익숙한 현대 미국인들에겐 특이한 모습이었다.
-뉴블랙을 보기 위해서 3일 전부터 텐트를 쳤어요! 수플레 포에버!
-방송국 놈들! 처신 잘해라!
-누구인가? 누가 지금 인종 차별 소리를 내었어? Ma-gu-ni가 담긴 너의 골통을 부숴 버리겠다!
그야말로 극성의 극치!
어느 근본주의 종교인이 ‘저 극동의 불교도들이 아이들의 귀를 타락시키고 있다’ 하는 발언을 해서 저것이 말인지 빙구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던 적도 있었다.
‘노래 나왔으니 또 시끌시끌하겠네.’
그런 생각을 하던 이들이 미튜브의 썸네일을 콕 눌렀다.
그리고 눈을 깜빡였다.
“음?”
뉴블랙의 노래에 대해서는 그닥 잘 아는 바는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잘 알고 있었다.
‘여기 K팝 밴드 아니었나?’
바로 뉴블랙의 음악 장르가 K팝이라는 사실이었다.
물론, 지금 듣고 있는 노래가 K팝이라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그 특유의 독특한 느낌이 있으니까.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의아한 부분이 하나 있었다.
‘왜 가사가 들리지?’
한국으로 비유하면 한국에서 핫한 팝 가수의 신곡이 미튜브나 음원 차트에 떠서 클릭을 했는데.
갑자기 그 가수가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는 격이었다.
난데없이 귀로 쏙쏙 들려오는 가사!
“영어네?”
메트로(Metro).
어딜 이동하든 편안하고 안전하게 데려가는 운송수단처럼 나 자신의 마음에 닿고 싶다는 듯한 가사였다.
자막 보는 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기로 유명한 미국인들이 영상에 시선을 집중했다.
청각을 통해 가사가 제대로 들리고, 자막에 고정을 해야 했던 시각이 해방되니 그제야 뉴블랙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이 처음으로 뉴블랙이란 그룹을 제대로 본 순간이었다.
‘오…….’
자막을 읽으면서 ‘어…’ 하고 해석했을 가사가 귓가에 들려오면서 그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려온다.
이들이 음악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그 표현 수단으로 삼은 춤이 어떤지.
각각의 멤버들이 드러내는 색깔이 고스란히 담긴 이야기가 귀와 눈으로 부드럽게 흘러들어온다.
“어…….”
어느 순간 재생이 끝나 있었다.
하지만 메트로라는 노래를 들은 사람들은 저마다 미튜브 영상을 다시 재생하거나 음원 사이트에서 노래를 찾았다.
언어의 장벽이 사라져서 그런 것일까.
평소에 ‘또 유난이겠네…’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이들도 다소 다른 시선으로 뉴블랙의 뮤비를 보았다.
‘이런 가수들이었나?’
어쩌면 뉴블랙이라는 그룹에 대해 그간 색안경을 끼고 보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대부분의 반응은 가볍게 즐기는 정도였다.
‘노래 좋네.’
‘오, 괜찮은데? 다음 주 파티에 써 볼까. 춤추기 딱 좋은 리듬인데…….’
‘출근 음악에 추가해야겠어.’
가사가 귀에 쏘옥 들어와 따라 부르기도 쉬웠지만, 무엇보다 멜로디나 리듬 자체가 기분이 좋았다.
K팝의 독특함 덕분인지 새로운 팝송의 장르를 듣는 기분이다.
그렇게 뉴블랙의 신곡을 접한 이들이 저마다 호평을 내리며 고개를 까딱이며 흥겨워하는 가운데.
“어? 이거 누구 노래지?”
“처음 듣는데.”
다음 날부터 수많은 미국인들의 귓가에 뉴블랙의 신곡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필라델피아에 사는 누군가 출근길에 들린 카페 스피커에서.
버스 정류장에 서서 이어폰을 꽂았을 때, 음원 어플에서 ‘네가 이걸 좋아할 거 같아!’ 하며 추천해 준 곡 리스트에서.
뉴욕의 소호 거리에서 쇼핑하는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상점가에서.
‘어어?’
미국의 수플레들도 깜짝 놀랄 정도로 빠르게 퍼져 가고 있는 노래였다.
그리고, 그중에서 METRO가 가장 위세를 떨치고 있는 곳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라디오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K팝 가수들의 노래입니다. 이번에 신곡을 냈다고 하네요. 뉴블랙의 ‘METRO’ 들어 보겠습니다!
-다음 곡은 뉴블랙의 Metro입니다. 한국에도 미국 같은 지하철이 있나 보군요!
-뉴블랙의 신곡 들어 봤어요. 그렉? 솔직히 K팝이 이 정도로 매력 있는 장르인 건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길이 막히는 도심으로 출근하고 있는 직장인의 귓가에.
끝이 안 보이는 고속도로를 운전하면서 껌을 질겅질겅이고 있는 어느 화물차 기사의 귓가에.
집에서 라디오를 틀어 놓고 요리를 하고 있던 주부의 귓가에.
라디오를 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듣게 될 정도로 뉴블랙의 신곡이 많이 나오고 있었다.
“……맙소사.”
미국의 수플레들이 경악했다.
라디오가 어떤 놈들인가.
세상에서 제일 더럽고 치사한 놈들이다.
농담이 아니라 수플레들이 백만 번 가까이 ‘노래 좀 틀어 주세요!’ 라면서 별별 짓을 다 해도 ‘응 안 틈ㅋ’ 하고 넘긴 것이 저놈들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영어로 노래 한 번 냈다고 미친 듯이 라디오에서 틀어 대고 있었다.
‘일단 효과는 확실하다.’
미국의 국내 환경에서 라디오는 음악을 접하는 중요한 매체였다.
워낙에 거대한 땅 덩어리.
차를 타고도 장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라디오를 즐겨 듣는 시민들이 많았다.
그 때문에 영향력이 강한 라디오 DJ들이 음악을 얼마나 틀어 주느냐에 따라 빌보드의 성적을 좌우할 정도였다.
음원 성적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필요한 라디오 성적.
하지만 그 관심이 마냥 달가운 것만은 아니었다.
-이 노래를 듣고 왜 그렇게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다는 것인지 바로 이해가 되더군요. 그들의 음악이 지닌 색깔, 철학이 귀에 쏙 들어오는 느낌이랄까요? 새삼스러웠습니다.
수플레들이 혀를 찼다.
‘뭐라는 거야. 음악에 대한 철학은 옛날부터 있었어.’
‘개소리 학과 수석 먹었나. 썩을 새끼들이…….’
‘우리 애들한테 더러운 손 얹지 마. 그치만 노래는 틀어 주고.’
단지 언어가 달랐을 뿐.
지금까지 뉴블랙이 내놓은 노래들은 한 폭의 그림처럼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지닌 명품들이었다.
그걸 몰라놓고 영어로 곡 하나 냈다고 ‘깊은 뜻이…!’ 하며 태세전환하는 꼴이 우스웠다.
‘그런데…….’
미국 수플레들은 어리둥절한 기분을 느꼈다.
‘왜 갑자기 태세전환을 한 거지?’
그들이 좋아하는 가수가 음악 특성상 메이저 장르로 올라오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고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터였는데.
거의 탑급 가수가 컴백하는 것처럼 프로모션을 해 주고 있었다.
‘대체 뭐지?’
단체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팬들의 질문에 대한 답.
그것은 바로 ‘돈’이었다.
-돈돈돈돈돈돈.
-돈 좋다. 너무 좋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연예계를 주물주물하며 돈을 쭈와압 빨아들이고 있는 거대 자본들.
콧대 높은 라디오들도 좋아서 트는 게 아니었다.
-야.
-예?
-이 노래 틀어. 하루 종일 틀어. 안 틀면 너를 틀어 버리겠다.
-하하하하….
-웃어?
-틀겠습니다.
라디오 방송국들이 음악계를 좌지우지하는 거물이라고 스스로를 자랑해도, 연예계에는 그들보다 더 무시무시한 이들이 존재했다.
거대 자본들.
끝이 안 보일 만큼 거대한 덩치들이 다가와 어깨동무를 하고 ‘틀어’ 하며 웃는다면 누구나 틀 수밖에 없을 것이다.
라디오를 비롯해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 울려 퍼지는 METRO를 바라보던 거대 자본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노래가 좋으니 효과도 좋군.’
‘원금 대비 100배 뽑는다. 갈퀴처럼 매니아들의 돈을 긁어모으겠어.’
‘돈이 들어온다. 더 많은 돈! 압도적인 돈!’
한 번 투자하면 어떻게든 뽕을 뽑아내는 자본들의 힘.
그리고.
뉴블랙의 근사한 신곡이 어마어마한 시너지를 발휘하며 미국 곳곳에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 * *
“……야. 이게 뭔 일이냐.”
“그러게요.”
우선, 한국에서 METRO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뉴블랙 ‘METRO’.. 국내 전 음원 사이트 1위.. ‘메트로가 아니라 빛트로’
-뉴블랙, 메트로.. 국내에서도 대박 터졌다, ‘한국인들은 뉴블랙에 진심’
-음원 사이트 1위 ‘Metro’, MV 조회수도 역대급
우려와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도 메트로가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리혁이가 냉철한 미소를 머금었다.
“훗, 마음에 안 들 수가 없죠. 송 캠프에서 국내 최고의 작곡가들에게 인증을 받은 곡인데.”
“우주선이 질 리 없지.”
“강하다. 강해.”
하루 전만 해도 울부짖으며 종이를 찢고, 담요로 집을 짓고 숨어들어간 녀석들이 거만하게 웃고 있었다.
고개를 슥슥 젓고는 국내 반응을 살폈다.
최근 들어 우리 인기가 많아지면서 별점을 짜게 주던 대중음악 평론가들도 간만에 좋은 점수를 줬다.
김수지 [★★★★]
- 가사가 영어일 뿐. K팝의 새로운 흐름이 될 음악이란 것은 분명하다.
이자식 [★]
- 음악적 공허함의 결정체. 국민 아이돌로 만들어 준 한국 대중들에게 전하는 자신들의 미국 진출 메시지.
공석주 [★★★★]
- 돌아온 탕자. 음악적으로 방황하던 뉴블랙이 돌아왔다. 다만 대중성에 특화되어 음악적 내실은 여전히 아쉽다.
중간중간 이상한 것도 끼어 있고.
분명 좋은 말들인데…….
“뭔가 같은 말을 해도 기분 나쁘게 하시는 분들이구나. 떡 하나 주려다가 떡으로 찰싹 때리고 싶게 만드는.”
“리혁이 형 같은 분들이네요.”
“그렇지.”
“캬아아악!”
국내에서 대중들이 좋아하고 있다는 반응을 확인하고는 시선을 돌렸다.
“빌보드, 롤링 스톤…….”
“흐어어.”
평소에 이름만 듣던 유수의 잡지들이 ‘이번 노래 좋던데?’ 하면서 칭찬해 주는 기사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중간중간 매운 맛이 섞인 한국과 다르게 호평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차트 성적도 좋았다.
빌보드 Hot 100 같은 지표는 아직 나오려면 멀었지만, 세계 각종 음원 차트에서 최상위권에 머물러 있다는 소식이 뉴스를 뒤덮고 있었다.
“와…….”
아마 우리 레코드사의 영업력 덕분인 것 같다.
“이거 봤어요? 미국 유명 대학 미식축구 경기 예고편에 우리 노래 들어갔대요.”
“미드 예고편에 우리 노래 썼다는데요.”
“없는 데가 없네.”
그야말로 공격적 프로모션의 결정체였다.
유명 스포츠 경기 예고편에 나오지를 않나. 같은 모회사에 소속된 방송국의 유명 드라마 예고편에 삽입되지를 않나.
지켜보고 있던 우리가 ‘이러다 반감 사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여기 분들 일 잘하네…….”
과거 도깨비를 ‘Goblin’으로 내보는 게 어떠냐고 했던 것에 대한 분노가 사르르 녹아내리는 느낌이다.
감탄하던 내가 TF 팀 직원들을 바라보며 웃었다.
“대단하지 않아요?”
“대단하네~”
“일 진짜 잘하는 거 같아요.”
“…….”
여유롭게 웃던 TF팀 직원들이 갑자기 서류 정리를 하는 척을 하거나 보고서를 뚫어져라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니, 나는 그냥 이쪽 스탭들 일 잘한다고 칭찬했을 뿐인데…….
왜 위기감을 느끼는지 잘 모르겠다.
“…….”
어깨를 으쓱이고는 곡의 반응에 대한 모니터링을 마치고 달력을 바라보았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METRO의 프로모션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화이트보드 일정표에 쓰인 붉은 글자가 선명하다.
VMA. (2017.08.28 월요일)
미국의 주요 가요 시상식이자 우리의 신곡 무대가 공개되는 비디오 뮤직 어워즈.
이제 이번 METRO 프로모션에 화룡점정처럼 마지막으로 점을 딱 찍을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