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05화
더 포럼.
레드카펫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무수한 취재진과 카메라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헤일리! 오늘 의상 진짜 끝내줍니다!”
“보는 눈이 있구나. 너 어디 기자야?”
“TLZ입니다.”
“그렇구나. 더러운 기사 좀 작작 쓰라고 너네 사장한테 전해 줘.”
“예!”
헤일리 블루를 비롯해 유명 인사들이 하나둘 리무진에서 내려 손을 흔들고는 레드카펫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취재진과 사진사들이 다음 순서를 기다렸다.
‘빅 모건이랑 헤일리 블루도 왔고, 다음 순서는 누구지?’
이윽고 보안요원들의 무전이 들려온다.
-뉴블랙 이동 중.
사진사들이 재빨리 카메라를 들어 올렸다.
심장이 쿵쿵거렸다.
‘뉴블랙이다!’
요즘 핫하게 떠오른 보이밴드인 만큼 단가가 높다.
괜히 파파라치들이 뉴블랙이 머물고 있는 호텔 주변에서 은신술을 펼치며 숨어 있는 게 아니라고 할까.
어느 타블로이드는 현상수배처럼 ‘뉴블랙이 누군가와 사귀는 듯한 장면’을 찍으면 바로 현찰로 50만 달러를 쏘겠다고 약속할 정도. 그만큼 현재 미국에서 주목도가 높은 그룹이었다.
“다음 순서가 누구래?”
“뉴블랙이래. 얼른 카메라 세팅이나 해둬. 그리고 마주치면 괜히 이상한 말 같은 건 하지 말고.”
“왜? 여기 팬들 때문에?”
트롤 방망이 비스무리한 걸 휘두르는 팬들을 가리키는 말에 누군가 고개를 저었다.
“쟤네들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야.“
“그럼?”
“희한하게 뉴블랙한테 안 좋은 말을 하면 사진이 안 좋게 찍히더라고.”
“……그래?”
“리더 얼굴이 막 빠르게 움직여서 심령사진처럼 찍히고, 거기서 키 제일 큰 멤버는 어떻게 움직였는지 잔상이 남더라고.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 원리는 모르겠는데…….”
“희한한 일이 다 있네.”
그런 이야기를 나누던 포토그래퍼들의 귓가로 불현듯 낯선 언어들이 들려온다.
고개를 돌리자 처음 보는 방송국 로고를 단 취재진들이 보였다.
“저긴 어디래?”
“뉴블랙이 한국에서 거의 반인반신 수준의 인기라고 하더라고. 한국에서 온 취재진들이래.”
“저쪽은 일본 방송국 같은데? 한국만 온 게 아닌가 봐.”
그 말은 사실이었다.
아시아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보이그룹인 만큼, 한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대만과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각국의 방송국에서 뉴블랙이 입장하는 모습을 찍기 위해 모여 있었다.
저마다 다른 나라 말로 입장 장면을 찍으려고 혈안이 되고 있는 한편.
“오, 온다!”
달봉이를 흔드는 팬들의 환영 인사와 함께 리무진이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사진사들이 카메라를 들고 심호흡을 하고 있을 때.
달칵.
문이 열렸다.
그리고….
“……음?”
사진사들은 셔터를 누르는 것도 깜빡하고 뷰파인더에서 눈을 뗐다.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수플레들도 마찬가지였다.
완벽한 정적.
바람 하나 없는 달 표면… 아니 아스팔트 위에 내려진 누군가의 통통한 우주복 다리가 보인다.
“…….”
현장의 모든 인원이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타이어맨처럼 하얗고 통통한 팔다리.
얼굴에 씌워진 헬멧에는 도금한 듯한 가리개가 있고. 등에는 그들이 익히 알고 있는 우주인 백팩을 달고 있다.
“저건…….”
그렇다.
우주인이었다.
“…….”
“…….”
어릴 적부터 우주인에 대한 동화책이나 NASA에 관한 영화, 다큐멘터리를 주구장창 보았던 미국인들의 귓가에 자동으로 브금이 재생된다.
환청처럼 울려 퍼지는 트럼펫 소리.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도입부가 귓가에 들리는 듯한 느낌.
팀파니가 둥당둥당하는 듯한 웅장한 환청과 함께 맨 처음 내리려던 우주인이 힘겹게 발을 버둥거렸다.
‘힘내! 우주인아!’
차량 좌석 시트에서 둠칫둠칫 하면서 힘겹게 엉덩이를 밀던 우주인이 마침내 두 다리로 레드카펫 위에 서면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
“Viva America!”
그들이 존경하는 위인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진다.
달 착륙에 첫 발을 내디디면서.
-이것은 한 명의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그렇다!
위대한 아메리카가 저 사악한 소비에트로부터 우주 경쟁에서 승리를 거두었…….
이게 아닌데.
‘어라?’
우주인의 너무나 실감나는 연기에 잠시 홀렸던 이들의 눈에 그제야 이상한 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첫째는 어깨에 붙이고 있는 태극기 패치였다.
둘째는 이름표였다.
저마다 ‘Woojoo Sun’ 같은 명찰을 달고 있는 모습에 그제야 뒤에서 내리는 4인조의 모습을 보고 이들이 뉴블랙이란 사실을 다시 기억해 냈다.
“진짜 뉴블랙이야? 안에 다른 사람들 들어 있는 거 아니야?”
“써니는 본업이 뭐야? 진짜 달 착륙 보는 줄 알았네.”
“본업이 서커스래.”
“젠장! 그래서 그런 거였군!”
잠시 압도되었던 기분에서 벗어난 미국인들이 정신없이 웃음을 터뜨리며 사진을 찍었다.
분야를 막론하고 관종들이 사랑 받는 나라, 미국.
새롭게 등장한 관종들에 미국인들이 즐거운 웃음을 터뜨렸다.
“써니! 재미있는 것 좀 보여 줘요!”
어느 사진사의 말을 들은 걸까.
우주가 멈칫하더니 자신을 보라는 듯 가리켰다.
그러자 중현이 우주를 들어 올리면서, 우주도 땅을 슬쩍 박차며 허공으로 부우웅 떠올랐다.
달에서 점프하는 듯한 모습에 현장에서 거대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
환호하는 팬들에게 뉴블랙이 헬멧을 벗고 잠시 손을 흔들어 주고는 다시 헬멧을 쓰고 입장했다.
둠칫둠칫.
익살맞게 춤을 추며 입장하는 우주인들의 뒷모습에 사진사들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웃음을 터뜨렸다.
* * *
비슷한 시각.
중계권을 따낸 HBS를 통해 레드카펫 행사를 시청하던 한국인들이 손을 꼼지락거렸다.
‘언제 입장하지?’
뉴블랙의 입장을 기다리며 미소를 지었다.
국민 아이돌.
그것이 현재 뉴블랙에게 붙은 별명이었다. 하지만 그게 적합한 별명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한국인들은 단연코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있었다.
국민 아이돌이란 현재 뉴블랙이 한국인들의 마음에서 차지하는 포지션을 가장 근접하게 설명해서 채택되었을 뿐.
실제로는 조금 다른 편이었다.
뭐라고 할까.
이웃집 사는 애들 같은데.
그 애들이 엄청 예쁘게 생긴 데다가, 어른들한테 예의 바르고, 어디 가서도 매번 예쁜 말만 하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한눈팔지 않고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 느낌.
그리고 사람들이 지쳐 있을 때면 제 한 몸 아까지 않고 묘기를 보여 주면서 ‘힘내요!’ 하곤 했다.
그러니 보기만 해도 기특하고 예쁠 수밖에.
“아이고. 블랙이들은 또 미국 갔네.”
“저기서 신곡 무대 한다잖아. 미국 애들한테 메트로 보여 준다고.”
“잘 돼야 할 텐데. 리혁이는 괜찮으려나? 다른 애들은 괜찮은데 걔는 유독 긴장하고 떨잖아. 애가 허약해.”
“저기 사장은 지 좋은 거 먹지 말고 보약이나 챙기지.”
한국인들이 수군수군하며 TV를 바라보았다.
어디선가 이름을 들어 본 미국의 유명 스타들이 레드 카펫을 지날 때마다 한국인들이 허허 웃었다.
‘진짜 신기하네.’
외국의 유명 스타들 사이에서 뉴블랙이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 좋다.
국민 아이돌이라 부르긴 하지만, 뉴블랙이 외국에 나가 있을 때면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지긴 했다.
마치 올림픽 경기에 출전한 국가 대표를 바라보는 기분!
-네! 말씀드린 순간입니다! 뉴블랙이 입장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중계 카메라! 화면 돌려주시죠!
레드카펫 행사장 안을 비추고 있던 카메라 시점이 전환되더니 야외의 모습이 드러났다.
리무진이 스으윽 들어오더니 문이 열린다.
“아이고!”
“나온다! 볼륨! 사장님 볼륨 올려!”
TV 속에서 우렁찬 괴인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크르르르르르!
“사장님! 볼륨 낮춰!”
“기차 화통을 삶아먹었나. 저기 팬클럽은 목청 강한 놈들만 살아남나.”
“약하면 뉴블랙 팬 몬하지~”
그리고 마침내 등장한 뉴블랙!
TV 속에서 우주인들이 뒤뚱뒤뚱 등장하면서 식당과 공공시설, 대중교통을 탄 한국인들이 단체로 자지러졌다.
어딜 가든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반도 상공을 떠다니는 인공위성이 귀를 쫑긋한다면 커다란 웃음소리가 커다랗게 들려올 정도.
남쪽은 말할 것도 없고, 북쪽에서도 아주 미약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미치겠다. 정말…….’
옆 사람을 붙잡거나 테이블을 팡팡 치면서 웃음을 터뜨리던 한국인들이 휴지를 뽑아 눈물을 닦았다.
오프라인이 그 정도였으니 온라인은 말할 것도 없었다.
[현 시각 뉴블랙 레드카펫]
(우주인 5인조의 사진.jpg)
드레스 코드 전달 못 받은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시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드레스코드의 문제가 아닌거 같은뎈ㅋㅋㅋㅋㅋㅋㅋ
-드레스 코드 파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옷을 못입으니 패션세계를 파괴하기로 결정했구나 우주선..!!
-드디어 미국에서도 본색을
-이건 상상못했다;
-ㅠㅠㅠㅠㅠㅠㅠㅠ얼굴 가리지 마
-근데 왜 ㅇ우주인이야???
-vma 상징이 우주인이래
-영상보니까 현장에서도 웃음 개터진거같던데ㅋㅋㅋㅋㅋ
-처음에 영상 보면 포토그래퍼들 당황해서 셔터 안 누른 거 개웃김ㅋㅋㅋ
-영상 꼭꼭 봐봐ㅋㅋㅋㅋ 미국 애들 웃음터질 때마다 나도 같이 웃음
-태극기는 떼고 가ㅠㅠㅠㅠㅠㅠㅠㅠ
-뉴블랙이 왕이었으면 관종이었을 듯
-관종 4년, 미리견에 출정한 관종대왕과 사(四)졸개들이 서양의 오랑캐들을 놀래켜 무찌르다
-아ㅓ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외에서 선보인 ‘무중력 점프’ 같은 짤이 퍼지면서 한 차례 웃음을 터뜨리는 한편.
본격적으로 레드카펫 내부로 입장한 뉴블랙이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하기 시작했다.
미리 들어와서 인터뷰를 하고 있던 어느 래퍼가 물을 뿜고, 리포터들과 취재진이 자지러지는 모습이 TV로 송출되면서 한국인들이 짜릿함을 느꼈다.
‘그래! 우리 애들 원래 이런 애들이라고!’
그동안 미국에서 예의 바른 동방예의지국 5인조처럼 인식되던 뉴블랙의 실제 정체가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우리 애들은 은은하게 돌았단 말이야!’
‘착하지만 이상해!’
‘뉴블랙의 진짜 맛을 봐랏!’
현장 리포터가 웃음을 터뜨리다가 물었다.
-우선 이 질문부터 드려야겠네요. 안에 들어 있는 분들이 정말 뉴블랙이 맞는 건가요?
그 말에 뉴블랙 멤버들이 헬멧을 벗었다.
통풍이 안 되는 복장인지 얼굴에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우주가 땀을 훔치며 마이크를 받았다.
-반갑습니다. 뉴블랙이에요.
-와우!
과장스럽게 감탄사를 하던 리포터가 물었다.
-오늘 의상이 정말 인상 깊은데요. 거의 제가 시상식에서 본 최고의 패션이 아닐까 싶어요.
-감사합니다.
-어떤 이유로 이런 독특한 우주복을 입고 등장하게 된 건가요? 어워즈 내내 이걸 입고 계실 건가요?
-그건 못하죠~ 지금 이렇게 서 있는 것도 힘듭니다.
우주가 마이크를 들고 능글맞게 웃었다.
-VMA 상징이 우주인이라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이번 VMA에 처음 참석하는데, 닐 암스트롱의 위대한 도약을 따라 해서 미국이란 땅에 첫 발을 내디딘다 하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신곡 무대가 있죠?
-맞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하듯이 눈을 찡긋하는 5인조.
이어서 막내가 마이크를 받았다.
-사실 오늘 의상 같은 경우는 그런 의도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습니다.
-오! 뭔가요?
-관심 받고 싶었습니다.
너무나 뻔뻔하고 당당한 선언에 리포터가 웃음을 터뜨렸다. 인터뷰를 시청하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저희 무대만 가지고는 관심 받기가 쉽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관심 받기 위해 이런 비장의 수단을 골랐습니다.
-확실히 효과적인 것 같네요.
영상을 보던 몇몇 예리한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분 관계자들이었다.
‘영리하게 전략 짰네.’
뉴블랙의 보이밴드로서의 정체성은 기존의 미국 보이밴드와는 엄연히 다르다.
선하고 예의 바른 이미지.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가십거리에 오르기가 쉽지 않았다.
다른 연예인이랑 로맨틱한 레스토랑에서 밥도 먹어 주고, 가끔 체포도 되어 주고, 막 자기들끼리 뒤에서 서로 욕하면서 불화설도 일으키고 그래야 재미가 가는데.
이런 뉴블랙의 성향은 한국인들과 팬들에겐 좋아도 미국의 일반 대중들에게 ‘노잼인 듯’ 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이런 쪽으로 대중들에게 즐거운 웃음을 주면서 이미지 고착화를 막으려는 전략인 듯했다.
지금도 망가진다기보다는 그냥 잘생긴 가수들이 미국 SNL 등에 나와 선보이는 꽁트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품위 있게 웃긴 모습을 보…….
-재미있는 거 보여달라고요? 그럼 비주의 무중력 댄스를 감상하시겠습니다!
“형! 안 돼!”
한국의 초등학생 김민준이 비명을 터뜨리고 있는 동안, 우주복을 입은 비주를 중현이 번쩍 들어 올렸다.
중현이 풍차처럼 사람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비주가 무중력에서 움직이는 사람처럼 춤을 췄다.
리포터가 물개 박수를 치다가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에 한국인들이 창피한 웃음을 터뜨렸다.
“저거 태극기 못 떼나?”
“이제 와서 낙장불입이라 힘들지. 그냥 그러려니 해야 돼. 저거 이제부터 미국에서 시작일 텐데.”
“미국 애들이 한국인들은 다 코미디언인 줄 알 거 아냐.”
“허허허허허허.”
레드카펫 행사를 하는 뉴블랙을 바라보며 한국인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모르겠다. 좋은 게 좋은 것이지…….’
될 대로 되라 하며 웃는 한국인들이었다.
* * *
레드카펫에서의 인터뷰는 순조로웠다.
사람이 원래 초장에 웃기면 반은 먹고 들어간다.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호감 가는 눈빛을 보낸다고 할까.
「제가 본 최고의 의상이에요.」
엄지를 치켜드는 리포터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순조로운 질의응답 시간을 이어 갔다.
「오늘 많은 가수들이 뉴블랙을 가장 기대되는 퍼포머로 꼽았다는 사실 아시나요?」
「정말요?」
「이걸 보시죠.」
많은 가수들이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당연히 뉴블랙이죠’ 하며 무대가 기대된다고 말한 장면이 흘러나왔다.
유명 래퍼 콜드 브라운이 뉴블랙을 지목하면서 중현이가 감동 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 밖에 많은 가수들이 ‘METRO 신곡 좋던데? 걔네 무대 기대되더라’ 하는 장면들을 보며 웃었다.
「그래서 드리는 질문인데 뉴블랙은 누구 무대가 제일 기대되나요?」
「저희도 저희 무대가 기대됩니다.」
오우, 하는 리포터에게 농담이라며 웃어 주고는 오늘 무대에서 기대되는 가수들을 언급했다.
그리고 인터뷰 말미에 VMA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이런 멋진 무대를 마련해 준 VMA 측에게도 진심 어린 감사인사를 보내고 싶어요.」
오늘 우리 무대는 무려 5분.
아직 여기서 신인인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다. 거의 특혜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긴 분량.
올해의 가수 특집으로 10분 정도의 분량을 받는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최정상급 가수가 받는 수준이었다.
통 크게 투자한 이들에게 우리도 보답을 할 필요가 있었다.
「VMA는 최고의 어워즈인 것 같습니다.」
「오늘 왕좌의 게임이랑 피날레가 붙었다고 들었는데, 기왕이면 VMA를 시청하는 게 재미있지 않을까…….」
「세계 최고의 어워즈! VMA!」
여기저기 ‘VMA 고마워, 잘 지내보자’ 하는 멘트를 뿌리고 다녔다.
물론 예외도 있었다.
「역시 VMA는…….」
취재 카메라에 붙은 ‘빌보드’ 마크가 보였다.
우리가 엄지를 들고 말했다.
「빌보드와 함께 최고의 시상식이죠.」
「핫핫핫!」
정치라는 게 이렇게 힘들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오늘부터 칭구칭긔’ 멘트를 뿌리고 나서야 마침내 대기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으어어어어…….”
체력이 약한 리혁이부터 소파에 철푸덕 엎어졌다.
스타일리스트들이 재빨리 달려와 우리가 입은 우주복을 가위와 도구를 이용해 잘라 빠르게 해체시켰다.
아깝기도 하지만 시간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었다.
“와. 저 땀 봐여.”
“얼른 말려. 지호야. 저기 지호 땀 좀 말려 주세요!”
레드카펫 행사장 내에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와서 고충이 적긴 했지만, 그걸 감안해도 너무 더웠다.
일단 통풍이 안 되는 재질이라서.
“얘들아! 빠르게! 빠르게 갈아입고 이동하자!”
“네!”
석환 형의 말에 대답하며 메이크업 등을 수정하고는 의상을 갈아입었다.
레드카펫에서 관종력을 뽐냈으면 이제 원하던 바는 이뤘기 때문이다. 이제 SNS 등에 사진들이 엄청 올라오겠지.
머리를 말려 주며 세팅을 해 주는 손길에 몸을 맡기며 심호흡을 했다.
“어때?”
석환 형이 물었다.
“효과적이었던 거 같아?”
“반응 좋던데.”
“그래 보이더라. 지금 온라인상에서도 반응이 엄청 좋은 것 같고… 걱정할 건 없을 거 같다. 반응이 너무 좋아.”
“다행이네…….”
우주복을 입고 가는 동안 어찌나 가슴이 콩닥거렸는지 모른다.
졸개들이랑 통통한 몸으로 서로 부둥켜서 으아아아! 하면서 운전사가 웃음을 터뜨리고 그랬을 정도.
미국인들이 ‘뭐야… 왜 저래…’ 하면서 싸늘한 눈길을 보내면 어쩌나 우려했는데 대부분 좋게 반응해 줬다.
“휴우…….”
심호흡을 하면서 땀을 닦아 내고는 의상팀이 준비해 준 멋들어진 의상으로 갈아입었다.
리혁이가 깔끔한 수트 자락을 정돈하며 거울을 바라보았다.
“진짜 이제야 살 것 같네. 아까는 찜통에서 찌는 만두가 되는 줄 알았어요.”
“만두 먹고 싶다.”
“끝나고 만두 먹을까? LA에 만두 맛집 있다던데.”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대기실을 나섰다.
이제 본 행사장으로 들어갈 시간.
복도를 돌아다니는 이들이 ‘어머?’ 하며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에 발걸음이 홀가분했다.
“후후후후후후.”
미국인들에게 레드 카펫에서 신선한 즐거움을 준다는 우리의 목적은 성공했다.
지금도 온라인에서 우리 이야기를 하고 있겠지?
우주복을 입고 들어 올 거라고 누가 상상했을까.
그런 관심을 상상하면서 졸개들과 꺄르륵 웃음을 터뜨릴 때였다.
“음?”
“저…….”
“저건…….”
우리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복도 맞은편에서 건장한 체격의 흑인 래퍼가 핑크 드레스를 입고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졌다.’
‘1등 하세요.’
감탄사 섞인 우리의 박수에 상대가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지나갔다.
“…….”
“…….”
말이 없어진 동생들과 함께 몸을 획 돌렸다.
“의상으로 시선을 사로잡을 생각을 하다니.”
“흥.”
“무릇 가수는 무대로 말하는 법.”
수트 자락을 펄럭이며 행사장을 향해 당당하게 걸어갔다.
“가자. 졸개들아.”
“예!”
세상 진지한 기분으로 걷는 우리 곁으로 스탭들의 웃음소리가 날아들었다.
“웃지 마요!”
“예~”
“아, 진짜 오늘 무대 끝내주게 할 거라니까요.”
“그래그래.”
이 사람들이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