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08)화 (708/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08화

VMA 시상식에 선 뉴블랙에게 이름을 불릴 수 있는 기회!

전 국민의 엉덩이가 들썩였다.

“엄마! 내게 힘을 줘!”

“옆에 있다. 이것아. 하늘 쳐다보지 말고.”

“여보 미안해! 내가 뽑힐게!”

“딸이랑 남편이랑 쌍으로 지랄이네…….”

부녀에게 핀잔을 주던 엄마가 뚱한 얼굴로 TV를 바라보았다.

‘저기서 이름 불리는 게 뭐라고.’

요즘에 사람들 하는 걸 보면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다.

잘생기고 끼 많은 애들에게 호감이 가는 것이야 당연하긴 한데 이렇게까지 열광할 정도일까.

얼마 전에는 뉴블랙이 지하철 안내 방송을 했다는데, 거기에 어마어마한 인파가 모였다는 소식을 봤다.

그녀의 시선이 딸과 남편에게 향했다.

‘저것들도 할 일이 없어서…….’

뉴블랙 한 번 보겠다고 허겁지겁 나갔다가 보지도 못하고 돌아왔다는 소식에 혀를 끌끌 찼던 기억이 있었다.

“아빠, 미안해.”

“아니야. 소영아. 아빠가 될 거니까, 아빠가 미안하지.”

딸내미와 남편이 옥신각신하는 소리가 듣기 싫은 그녀가 리모컨으로 볼륨을 높였다.

-딴따라라란!

귀여운 BGM과 함께 미니미 뉴블랙이 춤을 추더니 이름 하나를 뽑았다.

[상도동에 사는 발광머리앤 (박미희) 님]

뉴블랙 멤버들이 태블릿을 보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네, 상도동에 살고 계시는 발광머리앤 님, 저희 뉴블랙에게 응원을 보내 주셔서 정말 감사 드립니다.

상도동 하는 소리에 아파트 단지 전체에 ‘와아아아!’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치 축구 경기에서 골을 넣은 것처럼.

‘상도동이면 우리 동네인데.’

소파에 드러누워 있던 그녀가 눈을 반개했다.

‘여기 박미희면…….’

멈칫.

“어?”

그녀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다!

저거 나다!

“……아니, 이게.”

하지만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냥 인터넷에서 응원 댓글 남기는 칸이 있다고 해서 ‘화이팅이에요~’ 했는데 이름까지 불리다니!

‘블랙이들아!’

방금 전까지 시큰둥한 얼굴로 바라보던 이의 얼굴에 크나큰 기쁨이 감돌았다.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던 그녀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덕질 부녀가 어어어? 하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 부인이 당첨을!’

‘엄마가 당첨을…!’

놀라기를 3초.

계를 못 타긴 했지만 계를 탄 사람이 우리 집 사람이라는 데 큰 자부심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우, 우리 가족 최고 아웃풋이다!”

“엄마! 자랑스러워!”

“하하하하하!”

뉴블랙 덕분에 한데 엉켜서 덩실덩실 춤을 추는 발광머리앤 가족이었다.

*   *   *

일반인 추첨을 하고 나서 이어지는 연예계 지인 추첨.

샵에서 머리를 하던 연예인들이 잠시 헤어 스타일리스트들을 멈췄다.

“잠깐! 잠깐!”

핸드폰을 들고 혹시나 자신의 이름이 불리지 않을까 기대하는 연예인들과 함께 스타일리스트들의 시선이 모였다.

“지금 연예인 추첨한대요?”

“아씨, 뽑힌 사람은 좋겠다. 나도 이거 댓글 썼는데.”

“조용히 좀 해 봐. 뽑나 봐.”

곳곳에서 자기 이름이 나올까 기대하는 연예계 관계자들이었다.

행사장으로 이동하던 트로트 가수 송보형이 차량에서 핸드폰을 보고, 촬영장에서 도시락을 먹던 배우 서노을이 TV를 바라보았다.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밥차에 줄을 서던 PD와 감독들을 비롯해 방송국 사무실까지.

모두 HBS를 틀어 놓고 있었다.

“이야. 근데 잘한다.”

TV를 바라보던 개그맨, 개그우먼들이 감탄사를 터뜨렸다.

“개그도 타이밍 맞추는 게 참 중요한데, 진짜 잘한다니까.”

“재능 있어.”

“저런 얼굴이랑 같이 무대 서 보고 싶다. 나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웃기게 생겨 보일 거 아냐.”

“저 옆에서 오징어 춤추면 딱인데.”

코미디 업계의 종사자들이 화면 속 뉴블랙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왠지 귀엽고 웃기게 추첨을 하는 5인조.

‘잘한다!’

보통 센스로 하기 힘든 기획이었다.

시상식 수상 소감에서 고마운 사람들을 추첨해서 발표한다? 들을 때는 센스 있고 좋은 기획처럼 느껴지지만 막상 실천하기 어려운 기획이었다.

잘못해서 오버하면 시상식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고.

웃음 포인트를 잘 못 잡으면 ‘왜 저래, 하나도 안 웃긴데’ 하면서 싸늘한 반응을 얻을 수도 있고.

특히나 언어와 문화가 다른 타국 시상식에서는 자신감 만땅인 사람도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뉴블랙은 이 모든 것을 톡톡히 잘 해내고 있었다.

‘개그에 재능이 충만하다. 충만해.’

코미디 종사자들이 그런 미소를 짓고 있을 때였다.

“쉿! 발표한다!”

“어어어!”

“친분은 없지만 기대한다!”

중현의 손가락이 태블릿 화면을 톡 건드리면서 추첨하던 미니미들이 이름 하나를 뽑았다.

이번에는 얼굴도 함께였다.

잘생긴 얼굴이 태블릿 화면에 떠올랐다.

[장문의 응원 메시지를 보내 주신 이견우 님!]

그 소식에 여기저기서 한탄이 흘러나왔다.

“시발…….”

“야! 우리 자주적으로 살자! 행님들 버려!”

“버려! 싹 버려 버려! 언제부터 우리가 이웃이었다고.”

소파 쿠션을 바닥에 내팽개쳤다가 다시 주섬주섬 집어 드는 6인조 미소년.

“얼씨구.”

“이제 잘나간다고 민초단 버린다 이거지. 어디 우리 없이 얼마나 잘 사는지 한 번 보자고.”

“근데 우리 없어도 졸라 잘살 것 같은데…….”

연습실에 모여서 흉악하게 둠칫거리는 9인조까지!

곳곳에서 서운함과 아쉬움 가득한 비명이 흘러나오는 동안.

-이견우 선배님, 응원을 보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TV 속에서 후배들의 응원 메시지를 보던 한류스타가 웃음소리를 냈다.

‘내가 당첨이라니!’

발그레한 뺨에 손을 올린 배우가 꿈틀꿈틀하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   *   *

적당히 추첨을 마친 후.

수상소감을 빠르게 마무리 짓고 객석으로 내려갔다. 그러곤 손목시계를 바라보며 물었다.

“시간 세이프한 거 같지?”

“적절하게 딱 끝냈어요.”

리혁이의 말에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상 급이 아니면 수상소감을 말할 시간이 충분치 않았기에 은근히 쫄렸던 터였다.

현장 반응도 좋았던 것 같고.

말실수 한 것도 없고.

그제야 후련한 숨을 토하며 환호했다.

“으아아아아!”

“끝났뜨아아아!”

깃발을 들고 있는 우주인 모양의 트로피를 하늘 높이 들고는 동생들과 방방 뛰었다.

상 안 타도 괜찮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상은 타면 좋다.

초등학교 때 착한 어린이 스티커 하나만 받아도 얼마나 행복했던가. 어른이 돼도 상 받는 게 좋은 건 마찬가지였다.

“저! 저 트로피 만질래요!”

“자! 만져라!”

맨질맨질한 트로피를 안아 들고 기뻐하는 막내를 보며 웃고는 현장 스탭의 안내를 따라 이동했다.

MTV 측과 짧은 수상 인터뷰를 백스테이지에서 나눌 예정이었다.

기분이 어떠냐.

수상할 거라고 생각했냐. 아까 수상소감에서 다 하지 못한 말들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는 인터뷰어들에게서 벗어난 후에서야 비로소 우리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할머니!”

가족들에게 영상 통화를 걸어서 수상을 알리고.

절친한 친구들에게도 영상 통화를 걸어서 트로피를 자랑했다.

어딘가 뚱한 얼굴로 받았던 태현이가 이내 깔깔 웃고, 험상궂게 꿈틀대던 스보가 지렁이 젤리처럼 흐물해졌다.

그리고 발그레한 뺨으로 기뻐하는 미소년들까지.

-행님들, 저희한테 1빠따로 전화 거신 거예요?

“응.”

-아. 뭐야.

“너희한테 1번으로 했지.”

어쩌다 보니 주변이 잘 삐지는 녀석들투성이였다.

경험상 이런 상황에서는 먼저 전화를 걸어서 30초라도 야! 야! 하면서 자랑해 주는 게 좋다.

무대나 수상 딱 마치고 돌아온 사람이 메시지를 보내거나 통화를 거는 것만큼 친구 입장에서 기쁜 건 없다. 내가 그만큼 이 사람에게 중요한 사람이라는 증거니까.

“이제 이동할 시간 됐습니다!”

“네!”

매니저들의 안내를 따라 다시 행사장으로 진입했다.

팬 투표로 뽑는 Viewer’s Choice 수상 이후로는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순서는 없었다.

그저 무대를 보면서 즐기거나 수상소감을 하는 가수들에게 박수를 쳐주는 일뿐.

졸음이 몰려온다.

꾸벅꾸벅 조는 중현이의 발을 리혁이와 비주가 주기적으로 밟아 주고, 막내와 내가 서로를 꼬집으며 버텼다.

지호가 반쯤 뜬 눈을 비비며 말했다.

“영어라서 그런가 봐요. 왜 이렇게 영어만 들리면 졸리지.”

“그치.”

“어후, 짜장면 먹은 것처럼 졸리네.”

자막이 깔린 영화를 보면 더 잠이 잘 오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할까.

Viewers Choice 외에도 잠시 우리가 후보로 들었던 수상 부문이 나오면서 잠이 깨긴 했으나.

“못 받았네.”

“어차피 이건 못 받을 것 같았어요.”

Coin이 빌보드 Hot 100에 들어갈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긴 했지만, 같은 후보 군에서 빌보드 Hot 100에 안 들어간 곡이 없었다.

사실 성적만 따지면 Coin은 하위권 정도였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METRO에 기대감을 걸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이윽고 콜드 브라운과 헤일리 블루 등이 대상을 나눠 가지고, 마무리 무대를 맡은 빅 모건이 비키니를 입은 댄서들과 무대를 하면서 VMA는 끝을 맺었다.

“크롸라라라라라!”

환호하는 수플레들에게 끝까지 손을 흔들어 주고 작별 인사를 나누고는 대기실로 이동했다.

여기서도 끝은 아니다.

아까 만나지 못했던 가수들과 만나서 주먹을 부딪치거나 포옹을 하며 친목을 도모하고.

「오늘 애프터 파티에 놀러 올 거예요?」

「아뇨.」

은근히 추파를 던지는 남녀에게는 선을 긋고.

사진을 찍고.

또 사진. 사진. 사진.

“어으으으…….”

장장 1시간에 걸친 친목 도모를 끝내고 났을 때는 완전히 녹초가 된 상태였다.

그래도 친목 도모가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헤일리, 맨디 스파이스, 콜드 브라운, DJ 매직…….”

내 핸드폰에 담긴 사람들의 영상 리스트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바로 우리의 부탁에 즉석에서 메트로 챌린지를 해 준 사람들의 리스트였다.

우리와 함께 메트로의 후렴 안무를 추는 영상인데 요즘 미튜브를 보면서 고안한 홍보 방식이었다.

-요즘에는 사람들이 10분만 넘겨도 영상을 안 보는 거 같아.

-간식 먹으려고 왔는데 메인 메뉴 내밀면 좀 그렇잖아여. 저도 5분 넘어가면 잘 안 눌러요.

영상이 10분만 넘어가도 조회수가 급감하는 현상을 보고 짧은 영상으로 홍보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제 이런 영상들도 업로드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서 다른 연예인들과 함께 찍을 영상들까지 올리면 홍보 효과는 더욱 대박 나게 될 것이다.

“휴우…….”

잠시 일에 대한 생각을 멈추고 심호흡을 했다.

어느새 밤.

공연장 복도 창밖으로 보이는 어두컴컴한 바깥을 바라보며 동생들과 미소를 지었다.

“고생했다.”

“끝났네요. 이제.”

“그러게.”

짤막하게 미소를 주고받고는 동생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웃었다.

두 달 가까이 공을 들여 준비했던 어워즈의 무대가 마침내 끝났다.

이게 어떤 나비효과를 가져오게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좋은 쪽으로 많은 일들이 펼쳐질 것이라는 건 분명했다.

현장 반응이 그러했으니까.

하지만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건 아니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졸개들아.”

“그렇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

미국에서 관종으로 데뷔하겠다는 계획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

“그렇다!”

설령 초등학생들과 싸워도 최선을 다해 승부에 임하는 사람들.

그것이 바로 우리다.

“그럼…….”

졸개들에게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주섬주섬 새로운 우주인 헬멧을 착용하는 졸개들의 모습과 함께 석환 형의 한숨과 웃음소리가 섞여 들어왔다.

“가자.”

아까와는 또 다른 우주인 복장으로 나서는 우리에게 쏟아지는 환호성.

우리는 오늘도 최선을 다해 둠칫둠칫거렸다.

*   *   *

같은 시각.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미드의 피날레에서 북부의 장벽이 무너지면서 좀비 떼가 쏟아져 나오는 장면에 미국의 커뮤니티와 SNS가 뒤흔들릴 때.

VMA 소식 또한 웹을 뒤덮고 있었다.

-2017 VMA 수상자와 무대

-콜드 브라운이 수상 부문을 휩쓸고, 뉴블랙이 쇼를 훔치다

-빌보드 선정 2017 VMA 최고의 무대와 최악의 무대!

화제성으로 가장 핫한 시상식답게 수상자와 무대에 대한 소식들이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바로 신인 보이밴드 뉴블랙이었다.

‘와.’

SNS에 접속한 미국인들이 눈을 크게 떴다.

‘뭔 일 났나?’

여기저기서 ‘뉴블랙 무대 쩔더라’ 하고, ‘가운데 검은 머리 누구냐’ 하면서 와글와글 대는 사람들.

궁금증에 검색을 한 어느 미국인이 눈을 깜빡였다.

“음?”

레드 카펫에서 우주복을 입은 채 엄지를 들고 있는 뉴블랙의 사진에 큰 웃음을 터뜨렸다.

곧이어 인터뷰 영상들을 클릭하자 더 큰 웃음이 터졌다.

무중력 점프를 하고 있는 우주와 무중력 댄스를 추는 비주 등의 모습에 쉴 새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얘네 뭐야. 마음에 들어.’

무중력 댄스 영상에 ‘푱창~’ 하는 병맛 BGM이 깔린 영상을 보며 웃기도 하고, 벌써부터 밈으로 합성되는 짤들을 보며 웃었다.

뉴블랙의 인터뷰 영상에서 우주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무대로 주목 받을 자신이 없어서요. 의상으로 주목을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너무나 당당하고 뻔뻔한 발언.

저렇게 말하니 자연스럽게 무대가 궁금해졌다.

미튜브에 접속하자, 굳이 검색할 필요도 없이 영상이 알고리즘을 통해 맞춤 영상으로 흘러나왔다.

[The New Black - Coin / METRO]

살짝 기대하는 마음으로 영상을 누른 네티즌이 얼마 안 가 눈을 크게 떴다.

‘뭐야.’

너무 잘한다.

코인을 부를 때는 천상 세계 최고의 미소년처럼 생글생글 웃으며 돌아다니더니.

메트로의 무대를 할 때가 돼서는 갑자기 다른 사람처럼 변신해서 넥타이를 막 흩날리고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쳐다본다.

미래적인 분위기의 VCR을 배경으로 멤버들이 땀방울을 흩날리는데 특수효과처럼 반짝였다.

격한 댄스 때문에 헝클어진 셔츠 차림으로 무대를 하는 뉴블랙의 모습이 잔상처럼 남았다.

‘노래가 좋네.’

재생 바를 다시 메트로의 시작 파트로 돌려 귓가에 노래를 듣던 네티즌이 댓글창으로 내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마음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최다추천을 받은 베스트 댓글이 있었다.

-진심으로 이 무대가 주목을 못 받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

대댓글로 이것이 코리안 아이돌들이 잘 보여 주는 ‘Ki-man’이라는 설명을 보고 납득했다.

Ki-man이란 것은 겸손을 말하는 모양이다.

‘한국 가수들은 다 그런 거구나!’

호평 일색으로 적힌 무대 댓글에 감상평을 적은 그녀가 곧이어 음악 어플에 메트로를 검색했다.

그리고 지금 그렇게 메트로를 찾아 듣는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다.

VMA 특수라고 불릴 만큼, VMA에 나온 가수들의 노래가 급격한 수직 상승 그래프를 보여 주고 있었다.

그중에서 톱은 바로 뉴블랙의 METRO!

뮤직 비디오의 조회수와 스트리밍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면서 폭발적인 위력을 낳고 있었다.

귓가에 ‘metro- metro-’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이것도 괜찮은데?”

가사가 한국어라 낯설긴 했지만 이지 리스닝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Coin도 미국인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었다.

메트로만큼은 아니었지만 인상 깊은 무대였다.

대개 음악 중에 그런 음악들이 있다. 무대를 보기 전에는 ‘음…’ 하고 별로 관심이 없다가 무대를 보고 나서 급격하게 흥미가 가기 시작하는 음악. 듣기만 해도 무대가 머릿속에 재생되는 음악.

한국 차트 연간 1위를 차지한 코인이 낯선 땅에서도 위력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이거 좋다.’

‘가사만 영어면 딱인데.’

‘K팝도… 나쁘지 않네. 내가 어쩌면 편견을 가진 건가?’

로켓처럼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메트로의 곁에서 깡총깡총 같이 뛰기 시작하는 코인.

그리고, 그런 코인에 주목하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

*   *   *

어두운 아파트.

키보드를 타닥타닥 두드리고 있던 전업 주식 투자자 조니 피어스가 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흐음.’

별다른 변화가 안 보였다.

‘오늘은 좀 텄나?’

아무래도 운수가 안 좋은 날인 것 같았다.

평소처럼 미튜브에 접속해 시간을 때우는 느낌으로 영상을 보던 조니에게 새로운 추천 영상이 떠올랐다.

뉴블랙이라고 여자 애들이 꺅꺅대는 밴드였다.

평소처럼 혀를 차며 무시하던 그의 시선에 눈이 번쩍 뜨이는 글귀가 들어왔다.

‘음? 코인?’

제목이 코인이었다.

무의식적으로 노래를 누른 조니의 귓가에 ‘Coin, coin, keep going’ 하는 가사가 흘러들어왔다.

마치 그런 말을 해 주는 듯한 느낌!

-걱정 마. 오를 거야.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듣기 좋은 노래였다.

마음이 따스해지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오락실 소리가 과거 어릴 적에 부모님 따라 다녔던 오락실이 딸린 레스토랑이 떠오르게 했다.

Coin Coin

Keep Going

코인. 코인. 계속 가라. 코인.

그런 가사를 듣던 조니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플레이리스트에 넣어 둬야지.’

락 음악만 가득하던 조니의 플레이리스트에 뉴블랙의 Coin이 추가됐다.

반복재생을 누르며 코인을 듣던 조니가 다시금 모니터를 바라볼 때였다.

“어어어어어?!”

올랐다.

그가 보고 있던 주식의 가치가 올랐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코, 코인이 올랐다!’

그가 보고 있던 비트코인의 가격이 올라 있었다.

꿀꺽.

조니 피어스가 침을 삼키고는 다시 Coin을 재생했다. 그래프가 찔끔찔끔 올라가기 시작했다.

‘더! 더 오른다!’

마법 같은 경험.

그런 그의 귓가에 뉴블랙 메인 보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건 과학이다.’

곧이어 조니는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투자자 커뮤니티에 뉴블랙의 코인을 추천했다.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바보 같은 미신이라고 하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미신에 예민한 사람들이 바로 투자자였다.

양말을 창문에 걸어 두면 돈이 잘 벌린다더라!

비 오는 날에는 콩을 먹으면 안 된다!

내가 사는 주식은 떨어지더라!

-뉴블랙의 코인을 들으니까 투자가 잘 되는 것 같다고? 들으러 간다

-올라라 내 코인!!!

-역시 비트코인의 시대를 예견한 참 가수였군

-오르는지는 모르겠지만 노래 자체가 심적인 안정효과가 있군. 반복 작업에 탁월한 곡 같아

-이걸 듣고 명상하면 된다 이거지?

17년도 들어서 본토 미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코인 투자.

그 투자자들에게 서서히 컬트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하고 있는 뉴블랙의 Coin이었다.

그러는 한편.

‘……이건 알려 주지 말아야겠군.’

미국 인터넷 반응을 모니터링하고 있던 뉴블랙 TF팀의 홍서영 과장이 그런 결심을 했다.

당사자들이 알면 뒷목을 잡을 것 같았으니까.

‘특히 리혁이한테는…….’

그녀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창을 껐다.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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